▒ 5.18 관련 사건 수사결과(1995.7.18.)

서울지방검찰청·국방부검찰부

수사경위

1. 수사착수경위

O 검찰은 5.18사건과 관련하여 1994.5.13. 정동연 5.18 광주민중항쟁연합 상임의장, 김상근 5.18 진상규명과 광주항쟁 정신계승국민위원회 공동대표 등 616명으로부터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군지휘관 35명(헌역 군인 11명 포함)에 대한 고소·고발장을 접수하고, 10.24. 이신범 환경관리공단 이사 등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피고인 22명으로부터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군 관계자 10명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10.28. 장기욱 민주당의원 등 민주개혁 정치모임 관계자 29명으로부터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 23명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는 등 1995.4.3.까지 사이에 피고소·고발인 58명에 대하여 총 70건의 고소·고발장을 접수하였음.

O 검찰과 군검찰은 이 사건이 우리나라 현대사에 있어 한 획을 그은 정치적 大사건인 만큼 이제 그 진상을 밝히고 이 사건을 들러 싼 갈등과 대립을 청산해야 할 시대적 당위성이 있음을 인식하고, 서울지방검찰청 장윤석(전 새누리당 의원) 공안제1부장검사와 국방부 검찰부 김조영 고등검찰관을 각 주임검사와 주임검찰관으로 하는 전담수사반을 편성하여 면밀한 수사 계획에 따라 지난 1년간 광범위하고 다각적인 수사를 진행하여 왔음.

O 검찰과 군검찰은 이 사건이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고, 이번 수사가 국가기관에 의한 최종적이고 완벽한 진상규명 작업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유념하여, 일체의 선입견을 배제하고 최대한 공정하게 조사를 진행함은 물론, 가능한 한 많은 관련자들의 진술을 듣고 관련 자료를 빠침 없이 수집·검토 하는 등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였음.

○ 피의자(58명)

2. 법적판단

O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정치적 변혁 과정에 있어 새로운 정권과 헌법질서를 창출하기에 이른 일련의 행위들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사법부에서 판단된 사례가 없으나, 정치적 변혁의 주도세력이 새로운 정권창출에 성공하여 국민의 정치적 심판을 받아 새로운 헌정질서를 수립해 나간 경우에는,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 현실을 인정하고, 그 정권 형성의 기초가 된 사실행위에 대하여 사실의 규범력을 인정하여 사후에 있어 법적 인증을 하여야 한다거나 (G. Jellinek, AIlgemeine StaatsIehre, 337쪽 이하, 360쪽 이하 참조: 심헌섭, 법철학 I, 법문사, 1983년, 101쪽 이하에서는 새로운‘승인의 규율'이 탄생하여 새로운 법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설명하고 있고, 森末伸行, 법철학개설, 중앙대학출판부, 1994년, 182쪽 이하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에 적합한 행위의 반복을 통한 승인이 새로운 법의 효력근거라고 설명하고 있음).

- 정치적 변혁이 성공하여 새 질서가 실효적으로 되면 새질서가 법률질서로 되며, 이는 근본규범의 변동으로 새로운 정부가 법정립의 권위로 인정되는데 따른 것으로, 만약 정치적 변혁이 실패하여 새 질서가 실효적이 되지 못한 때에는 헌법정립이 되지 못하고 일련의 행위는 범법행위를 구성한다거나(H. Kelsen, Reine Rechtslehre, 1934년, 제5장: 순수법학, 켈젠 저 황산덕 역, 조문사, 1953년, 110쪽 이하 참조),

- 재래의 실정법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법질서가 수립된 경우에는 법적안정성의 요구에서 이러한 사태가 법의 기초가 되어 법적효력을 인정받게 된다(G. Radbruch, Einführung in die Rechtswissenschaft, 1969년, 제1장, 법학원론, G. 라드브루흐 저, 정희철 역, 양영각, 1982년, 55쪽; 법철학입문, 구스타브라드브루흐 저, 엄민영 외1 공역, 육법사, 1982년, 67쪽 참조) 등의 이유로 

- 무너진 구 헌정 질서에 근거하여 새로운 정권과 헌법질서의 창출을 위한 행위들의 법적효력을 다루거나 법적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결국 사법심사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유력함.

O 이러한 견지에서 형법학자들은 내란죄에 대하여, 이는 현존하는 국가의 헌법상의 통치 기구 또는 정치적 기본 제도에 대항하여 이를 변혁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적 행위로부터 헌법적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 만약 국가의 정치적 기본 조직인 통치 조직이 변경되고 지배 권력이 교체되는 동 그 변혁에 성공하였을 경우에는, 행위시에 현존하던 법질서는 새로운 법질서에 의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구질서에 불과한 것으로서, 구질서를 지키기 위한 내란죄로 새로운 체제의 주체를 처벌할 수 없다는 컷이 통설을 이루고 있는데

- 우리나라 형법학자들은, 내란죄는 법과 사실간의 한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내란이 그 미수단계를 떠나 완전히 그 목적을 달성한 때에는 이미 새로운 법질서가 확럽되어 기존의 질서는 이론상 새로운 법질서예 의하여 보호받을 수 없다거나(유기천, 全訂新版 刑法學 各論講義 하, 일조각, 1986년, 225-226쪽),

- 국가의 존립은 형법 규범의 기능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기능에 불과하여 내란이 성공했을 때에는 형법에 의하여 처벌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이재, 全訂版 刑法各論, 박영사, 1994년, 621쪽, Welzel과 Willms의 저작 인용; 진계, 全訂版 新稿 刑法各論, 대왕사, 1991년, 1082쪽),

- 또는 내란이 성공하여 기존의 법질서를 파괴해 버리면 내란죄에 관한 형법 규정의 적용 문제는 생겨나지 않으며, 내란죄의 규정은 폭동이 실패로 돌아가 관련자가 체포되었을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이유로(황산덕, 刑法各論, 방문사, 1988년, 15쪽, Welzel의 저작 인용) 刑法에 의하여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 일본과 독일의 형법학자들도 대체로 같은 견해를 표명하고 있는바(Welzel, Das Deutsche Stra.f'recht, 11판, 480쪽: 大塚仁, 現代法律學全集 27, 刑法各論 하권 청림서원, 1981년, 553쪽; 團藤重光, 增補 刑法綱要各論, 創文社, 昭和 57년, 9쪽; 江家義男, 刑法各論, 靑林書院, 1956 년, 5쪽; 熊倉 武, 日本刑法各論 하권 敬文堂, 昭和 45년, 54쪽; 川端 博, 通說 刑法各論, 三省堂, 1993년, 310쪽; 飯田忠雄「內亂と刑事責任」, 神戶學院法學 第2卷 第2號, 1971 년, 17쪽 등 참조)

- 이는 결국 처벌법규가 변경되거나 폐지되어 형벌권이 소멸한 경우에 해당되어 앞에서 본, 사법심사가 배제된다는 이론과 그 결론을 같이 한다고 할 것임.

O 이 사건의 경우, 최규하 대통령이 1980.8.16. 하야한 후,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이 8.27.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제11대 대통령에 당선되어 9.1. 대통령에 취임하고, 동년 9.29. 전두환 대통령이 구시대의 철저한 청산과 구 정치와의 완접한 결별올 위하여 국회와 정당을 해산하고 국보위로 하여금 국회 기능을 대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5공화국 헌법안을 공고하여 10.22. 실시된 국민투표에 의하여 헌법을 개정한 다음, 1981.2.25. 개정헌법에 따른 선거인단 선거를 거쳐 동년 3.3. 제12대 대통령에 취임함으로써, 전두환 대통령은 이 사건에 있어 사법판단 여부가 문제된 일련의 행위를 바탕으로, 비록 간접선거에 의한 것이기는 하나 국민적 심판을 거쳐 새 정권을 창출하고 새 헌법질서를 형성하는데 성공하였음.

O 즉 위에서 본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 선포, 김대중 등 여야정치인과 재야인사 등의 체포·연행·연금, 정치 활동의 금지와 임시국회의 소집 무산, 국보위의 설치·운영 등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련의 조치나 행위는 정치적 변혁 과정에서 기존 통치 질서를 대체하고 새로운 헌법질서를 형성하는 기초가 되었고, 그 후 새 헌법에 의하여 헌법질서 속으로 수용된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 이와 같은 헌정질서의 연속성과 관련된 일련의 정치적 사건에 대하여 사법기관이 사법심사의 일환으로 그 위법여부를 판단할 경우, 자칫 새 정권 출범 이후 새 헌법이나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아 유지되어 온 헌정질서나 법질서의 단절을 초래하여 정치적, 사회적, 법률적으로 중대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 새 정권 출범 이후 국민투표 또는 대통령선거 등 여러 차례의 국민적 심판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판단과 결정을 사후에 사법적으로 번복하는 부당한 결과를 야기할 수가 있으므로,

- 새 정권이 출범하여 새로운 헌법질서가 실효화된 이 사건의 경우, 피의자들이 정권 창출 과정에서 취한 일련의 조치나 행위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사법심사가 배제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함.

O 그리고 이 사건 고소·고발 내용 중 국가보위입법회의 설치·운영 관련 부분은,

- 1980.9.29.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제5공화국 헌법 부칙과 국가보위입법회의설치령에 의하면, 개정헌법 시행과 동시에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국가보위입법회의로 변경하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위원올 국가보위입법회의 의원으로 변경하는 한편, 개정헌법 시행일로부터 새로이 구성되는 국회의 최초 집회일 전일까지 국가보위입법회의가 국회의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었고,

- 헌법개정안이 국민투표로 확정 공표된 1980.10.27. 위 국가보위입법회의설치령에 규정된 국가보위입법회의 의원들이 헌법 부칙에 규정된 입법권을 행사하여 국가보위입법회의법을 제정하고, 동법에 의거, 다시 국가보위입법회의를 구성하여 헌법 부칙에 따라 국회의 권한을 행사한 것인바,

-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보위입법회의의 입법활동은 헌법에 의하여 국회의 권한을 대행하는 과도 입법기구의 입법행위로서, 권력 분립적 견지에서 사법적 판단이 오히려 합리적이지 못한 전형적인 통치행위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역시 사법심사가 배제된다고 할 것임.

O 따라서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하여는, 그들의 행위나 조치가 구체적으로 내란죄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형식판단 우선 법리에 따라 전원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하였음.

 불기소처분취소 

전원재판부 1995.12.15. 95헌마221·233·297(병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