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헌마246] 불기소처분취소(1995.1.20. 선고)
◎ 사건 개요
정승화 외 21인은 1979.10.26.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에 의한 박정희 대통령의 피살로 야기된 통치권의 공백상태에서 전두환, 노태우 등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계엄사령관 정승화 등 군 수뇌부를 체포하고 군의 주도권을 탈취함으로써 실질적 권력장악의 계기가 된 12.12사건에 대한 고소사건에 관하여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리자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청구인들은 불기소처분 중 피의자 전두환에 대한 '혐의없음' 처분 및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하여 검찰청법의 규정에 따라 항고 및 재항고를 하였으나 모두 이유 없다고 기각되자(1994.11.10. 항고기각 서울고등검찰청 94불항2952, 1994.11.18. 재항고기각 대검찰청 94재항1961), 피의자 전두환에 대한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은 매우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로서 범죄피해자인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즉 평등권, 재판청구권, 재판절차진술권 등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1994.11.24. 헌법소원심판청구(94헌마246)를 하였다.
이에 대해 1995.1.20.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12.12 사건의 피의자 전두환에 대한 군형법상의 반란죄 등에 관한 공소시효는 그가 대통령으로 재직한 7년 5월 24일간은 진행이 정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 중, 내란수괴죄, 내란목적살인죄 및 내란목적살인미수죄에 관한 부분은 이를 모두 각하하고, 그 나머지 죄들에 관한 부분은 이를 모두 기각 결정하였다.
☞ 전문 보기 ▸[94헌마246] 12.12 사건 군사반란죄, 대통령 재직 중 공소시효 정지(1995.1.20.)
◎ 헌법재판소의 심판청구에 대한 판단
1. '혐의없음' 처분의 당부에 관한 판단
피해자 김오랑에 대한 형법상의 내란목적살인 및 피해자 이재천, 김인선, 정병주 등에 대한 내린목적살인미수의 각 피의사실에 대한 공소시효는 1979.12.12.부터, 내란수괴 및 피해자 하소곤 등에 대한 내란목적살인미수의 각 피의사실에 대한 공소시효는 그 다음날인 12.13.부터 각 진행된다 할 것이고, 그로부터 각 15년이 경과된 1994.12.11. 및 같은 해 12.12. 위 각 피의사실에 대한 내란죄 관련 공소시효가 모두 완성되었다 할 것이다.
이에 이 사건 심판청구 중 내란수괴, 내란목적살인 및 내란목적살인미수의 점에 관한 부분은 위 각 죄의 피의사실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어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할 것이므로, 본안(이들 범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판단할 것도 없이, 부적법하여 이를 모두 각하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위 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였으므로 본안에 들어가 판단해야 한다는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의 반대의견이 있다.
※ 이 청구사건은 1979년 12·12사태 이후 14년여의 세월이 경과한 시점(1979.12.12.을 공소시효 기산일로 봤을 때는 1994.11.24.의 헌법소원 청구일은 사형의 공소시효 15년 완성을 18일 앞둔 시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 선고일인 1995.1.20. 헌재는 내란죄의 공소시효는 1994년 12월 11일 만료되는 것으로 판단했기에, 심판절차 진행 중에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이다. 물론 이 청구사건에서도 헌법소원이 심판에 회부된 경우에도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않는다(1993.9.27. 선고 92헌마284 불기소처분취소사건)는 종전 헌재의 판시부분이 당연히 전제가 된 것이다.
2. 군형법상의 반란목적군용물탈취 및 일반이적(利敵)의 점에 대한 '혐의없음' 처분의 당부에 관한 판단
이 부분 피의사실에 관하여 반란목적의 군용물탈취죄(군형법 제6조)는 인정되나 이는 반란죄(군형법 제5조)에 흡수되어 피의자 전두환에 대한 반란죄를 인정하는 이상 별도로 위 죄는 성립되지 아니하며, 또 일반이적죄(군형법 제14조 제8호)에 관하여는 위 피의자의 행위를 곧 군사상 이적행위로는 볼 수 없으며 달리 동 피해자에게 이적의 범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하여 모두 '혐의없음'의 처분을 하였는바, 위 인정,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달리 피청구인(서울지방검찰청 검사)이 이 부분 피의사실(고소사실)에 관하여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다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에 있어서 이 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이로 인해 청구인들 주장의 그 기본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기에 청구인들의 이 부분 심판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할 것이다.
3. '기소유예' 처분의 당부에 관한 판단
군사반란혐의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처분과 관련하여 보면 피의자들의 행위가 군권을 장악을 목적으로 불법한 병력동원과 무력행사를 통하여 인명을 살상하고 저지른 하극상의 군사반란으로서 국민들로 하여금 좌절감과 굴욕감을 느끼게 하였고 우리 헌정사에는 왜곡과 퇴행의 오점을 남기게 한 범죄행위이며, 피의자들이 범행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청구인들에 대하여는 물론이고 궁극적인 피해자인 국민들에 대하여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한 바 없었다는 사실 등은 기소를 뒷받침하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이 사건 피의자들 중 두 사람은 대통령으로서, 나머지 피의자들은 그 보조자로서의 그 기간 동안 형성된 질서는 이미 우리 역사의 일부로서 자리 잡아 오늘날의 정치·경제·사회의 전반에 걸친 기성질서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며, 범행의 핵심적 주역 중의 한 사람인 전두환은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였고 노태우는 국민들의 손에 의하여 직접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범행의 처리와 관련되어 국회의 소위 '5공비리청문회'를 통하여 한차례의 여과과정을 거쳤다는 사실 등은 기소유예를 정당화하는 사실이다.
위와 같이 두 가지 대립하는 사실들을 형량할 때 양자간의 가치의 우열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 충실한 과거의 청산과 장래에 대한 경고, 정의의 회복과 국민들의 법 감정의 충족 등 기소사유가 갖는 의미도 중대하지만, 이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대립과 갈등의 장기화, 국력의 낭비, 국민의 자존심의 손상 등 불기소사유가 갖는 의미 또한 가볍다고만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고, 양자 간의 가치의 우열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가치의 우열이 명백하지 아니한 상반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두 가지 참작사유 중에서 검사가 그 어느 한 쪽을 선택하고 다른 사정도 참작하여 기소를 유예하는 처분을 하였다고 하여 그 처분이 형사소송법 제247조 제1항에 규정된 기소편의주의가 예정하고 있는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로 자의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점에 대한 청구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기소유예' 처분은 공소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마땅히 취소되어야 한다는 재판관 조승형, 고중석의 반대의견과 이 부분에 관한 심판청구도 공소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이를 각하해야 한다는 재판관 김문희, 황도연의 반대의견이 있다.
4. 대통령의 내란죄·반란죄의 공소시효 정지에 관한 판단
대한민국헌법 제84조에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만 규정되어 있을 뿐 헌법이나 형사소송법 등의 법률에 대통령의 재직 중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명백히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위 헌법규정의 근본취지를 대통령의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의 진행은 정지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즉 위 헌법규정은 바로 공소시효진행의 소극적 사유가 되는 국가의 소추권행사의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므로, 대통령의 재직 중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당연히 정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공소시효의 정지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이외에 함부로 그 공소시효의 정지를 인정하는 것은 자칫 헌법상에 규정된 적법절차주의(제12조 제1항)나 죄형법정주의(제13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어 극히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인데, 헌법에는 물론 형사소송법이나 다른 어느 법률에도 대통령의 재직 중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이 해석한다면 대통령에 대하여는 헌법이 보장하는 적법절차주의나 죄형법정주의의 예외를 인정하여 일반국민보다 오히려 불이익하게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헌법이 대통령에 대하여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유예한다는 특권을 부여하였다면 그로 인한 일반국민과 대통령 사이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서 형사상의 소추가 유예되는 동안은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헌법상의 국민주권주의와 평등주의에 합치되는 해석이 될 것이다. 더욱이 헌법 제84조가 적용되는 사람은 오로지 대통령 1인 뿐이므로 설사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위 헌법규정 자체의 해석만으로 공소시효의 정지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일반국민의 법적 안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는 보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헌법 제84조에 따라 소추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어야 한다는 것은 위와 같은 당연하고도 정당한 법리가 적용된 결과일 뿐이라고 할 것이므로 헌법상의 적법절차주의나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내란죄의 경우에는 재직 중 소추가 가능하므로 재직기간 중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아니하나, 내란죄 또는 외환죄가 아닌 군사반란죄에 있어서는 그를 이유로 한 소추가 헌법상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피의자 전두환에 대한 군형법상의 반란죄 등에 관한 공소시효는 그가 대통령으로 재직한 7년 5월 24일간은 진행이 정지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2001년 이후에야 완성된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란죄의 피의사실은 전두환에 대한 공소시효가 1994년 12월 11일 만료(1979.12.12. 사태 내란죄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 15년이 만료되는 시점)되었으므로 이 부분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나, 군형법상의 반란죄 등에 관한 공소시효는 피의자 전두환이 대통령으로 재직한 기간인 7년 5월 24일간은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어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기에, 이 부분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은 적법하다.
즉, 헌법 제84조의 대통령의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에 있어서는 소추권행사 장애사유에 의한 공소시효 정지를 인정하지 않고, 다만 규정에 적시되지 않은 반란죄 부분은 재직 중의 형사소추를 금한 그 밖의 사항으로 인식하여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 결정은 5.18 특별법을 제정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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