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항 등 위헌제청

[전원재판부 96헌가2·96헌바7·96헌바13, 1996.2.16.]

○ 판시사항

1. 5.18민주화운동에관한특별법 제2조가 개별사건법률로서 위헌인지 여부(소극)

2. 특별법 제2조가 소급입법에 해당하는지 여부

3. 위 법률조항이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4. 위 법률조항이 부진정소급효를 갖는 경우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의 원칙을 포함하는 법치주의 정신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5. 위 법률조항이 진정소급효를 갖는 경우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의 원칙을 포함하는 법치주의 정신에 위반되거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이 신청사건의 내용을 좀 더 쉽게 이해하려면 다음 글 참고>

장세동·유학성 등의 5.18 특별법 제2조 위헌제청·헌법소원심판에 대한 헌재 판단 要旨

○ 결정요지

개별사건법률은 원칙적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자의적 규정이라는 강한 의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지만, 개별법률금지의 원칙이 법률제정에 있어서 입법자가 평등원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규범이 개별사건법률에 해당한다 하여 곧바로 위헌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차별적 규율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에는 합헌적일 수 있다. 이른바 12.12 및 5.18 사건의 경우 그 이전에 있었던 다른 헌정질서파괴범과 비교해 보면,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에 관한 논의가 아직 진행중이고, 집권과정에서의 불법적 요소나 올바른 헌정사의 정립을 위한 과거청산의 요청에 미루어 볼 때 비록 특별법이 개별사건법률이라고 하더라도 입법을 정당화할 수 있는 공익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위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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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96헌가2 사건

제청법원 서울지방법원(1996.1.18.자 96초178 위헌법률심판제청)

제청신청인 장세동 외 1인

2. 96헌바7 · 13 사건

청구인 유학성 외 5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전상석 외 3인

○ 관련사건

서울지방법원 제청신청인 및 96헌바7 사건의 청구인들에 대한 1996.1.17.자 구속영장청구사건(영장번호 496·498:96헌가2영장번호 495·497·499:96헌바7)96헌바13 사건의 청구인들에 대한 1996.1.30.자 구속영장청구사건(영장번호 981·982·983)

○ 참조조문

■ 5.18민주화운동 제2조(공소시효의 정지) ①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발생한 헌정질서파괴범죄의공소시효등에관한특별법 제2조의 헌정질서파괴범죄행위에 대하여 국가의 소추권행사에 장애사유가 존재한 기간은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 것으로 본다. ② 제1항에서 “국가의 소추권행사에 장애사유가 존재한 기간”이라 함은 당해 범죄행위의 종료일부터 1993년 2월 24일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 형사소송법 제253조(시효의 정지와 효력) ① 시효는 공시의 제기로 진행이 정지되고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 ② 공범의 1인에 대한 전항의 시효정지는 다른 공범자에게 대하여 효력이 미치고 당해사건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

■ 헌법재판소법 제68조

■ 헌법 제11조 제1항

■ 헌법 제12조 제1항 후단

■ 헌법 제13조 제1항 전단

■ 헌법 제84조

■ 형법 제1조(범죄의 성립과 처벌) ①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 ② 범죄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 ③ 재판확정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

○ 참조판례

1995.12.15. 선고, 95헌마221·233·297 결정|1995.1.20. 선고, 94헌마246 결정|1989.3.17. 선고, 88헌마1 결정|1989.12.18. 선고, 89헌마32·33 결정|1995.1.20. 선고, 94헌마246 결정

【주문】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1995.12.21. 법률 제5029호) 제2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는 1994.10.29. 이른바 12·12 군사반란사건(이하 “12.12사건”이라 한다)과 관련된 피의자 38명에 대하여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을 하고, 1995.7.18. 이른바 5.18 내란사건(이하 “5.18사건”이라 한다)과 관련된 피의자 35명에 대하여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2) 그런데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이하 “특별법”이라한다)이 1995.12.21.자로 제정·공포되자,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는 1995.12.29. 위 두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들 전원에 대하여 사건을 재기한 다음, 1996.1.17. 96헌가2 사건의 제청신청인들에 대하여는 12·12사건과 관련된 반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96헌바7 사건의 청구인들에 대하여는 같은 반란 및 5.18사건과 관련된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서울지방법원에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1996.1.30. 96헌바13 사건의 청구인들에 대하여 같은 반란 및 내란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서울지방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3) 96헌가2 사건의 제청신청인들 및 96헌바7 · 13 사건의 청구인들은 위 각 영장청구일에 각 그 영장청구사건에 관한 재판의 전제가 되는 특별법 제2조(이하 “이 법률조항”이라 한다)는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된 그들의 범죄혐의사실에 대하여 소급하여 그 공소시효 진행의 정지사유를 정한 것으로서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헌법 제13조 제1항에 위반되는 규정이라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법원에 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다(제청신청인 및 96헌바7 사건 청구인들의 제청신청사건번호: 96초178, 96헌바13 사건 청구인들의 제정신청 사건번호: 96초362).

(4) 그런데 위 법원은 1996.1.18. 96헌가2 사건 제청신청인들의 위헌제청신청은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 법률조항의 위헌여부에 대한 심판을 제청하였으나(96헌가2), 96헌바7 사건의 청구인들의 신청과 96헌바13 사건의 청구인들의 신청은 그들의 5.18사건과 관련한 내란중요임무종사 등의 피의사실이 이 법률조항과 관계없이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여 그 혐의사실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이상 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는 재판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1996.1.18.과 1996.1.31.에 이를 각 기각하였다. 이에 96헌바7 사건의 청구인들은 1996.1.26.에, 96헌바13 사건의 청구인들은 1996.2.10.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각각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특별법(법률 제5029호) 제2조가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조(공소시효의 정지) ①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발생한 헌정질서파괴범죄의공소시효등에관한특별법 제2조의 헌정질서파괴범죄행위에 대하여 국가의 소추권행사에 장애사유가 존재한 기간은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 것으로 본다.

② 제1항에서 “국가의 소추권행사에 장애사유가 존재한 기간”이라 함은 당해 범죄행위의 종료일부터 1993년 2월 24일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청구인들의 주장요지와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요지(96헌가2)

(1) 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있는바, 이러한 적법절차원리와 법률불소급의 원칙에 비추어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람에 대하여 소급해서 그 시효를 정지 내지 배제하는 내용의 법률은 위헌이라 판단된다.

(2) 제청신청인들에 대한 반란중요임무종사의 피의사실은 군형법 제5조 제2호에 의하여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할 범죄로서 형사소송법 제250조, 형법 제50조,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그 공소시효가 15년인바, 영장이 청구된 1996.1.17.은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15년이 이미 경과된 날임이 기록상 명백하다.

(3) 내란 등이 일단 성공하여 그 주도세력이 정치권력을 장악한 경우에는 그 공소시효가 정당한 국가기관이 그 기능을 회복한 이후부터 비로소 진행된다는 규정은 특별법 제정 이전에는 형사소송법 기타 어떤 법률에도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일반적인 공소시효 규정의 해석을 통하여 군사반란죄의 경우 그 주도세력 등이 집권한 때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볼 수 있는지 문제가 될 것인바, 형법상 내란죄는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한 경우에 성립되는 범죄로서 제청신청인들의 피의사실에 적용될 군형법상의 반란죄와는 여러가지 면에서 성격을 달리한다. 즉 내란죄의 보호법익이 국가의 존립과 안전이라고 할 때, 군사반란죄의 보호법익은 군대의 조직과 기율유지, 전투력 유지 등이라고 보여지고, 그 외에도 위 두 가지 죄는 그 목적과 요건들을 달리한다.

따라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정면으로 유린하는 내란죄에 있어서는 “국가권력의 장악에 성공한 내란행위자에 대하여는 국민으로부터 정당하게 국가권력을 위탁받은 국가기관이 그 기능을 회복하기까지 사실상 처벌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에 그 공소시효는 그 기간 동안 정지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회복이라는 또 다른 헌법상의 요청에 의하여 가능하다고 보더라도 그 성격을 달리하는 군사반란죄에 대하여서까지 기존의 적법절차원리나 법률불소급원칙과의 부조화를 감수하면서 그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나. 청구인들의 주장요지(96헌바7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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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법 제1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한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법률불소급의 원칙과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며,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고 규정하여 법률불소급의 원칙을 다시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불소급의 원칙은 비단 형벌법규뿐만 아니라 위 형법규정에서 명백히 한 바와 같이 범죄의 성립 등에 관한 일체의 법률을 함께 포함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적법절차의 원리와 법률불소급의 원칙상 공시시효 기산점의 임의선정, 그 연장 및 그 정지사유의 설정 등을 규정한 이 법률조항은 위헌임이 명백하다.

(2) 공소시효제도는 범죄 후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이다. 그 제도의 목적과 취지는 범죄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면 이에 대한 응보감정이나 범인의 악성이 소멸하여 가벌성 나아가 형벌권도 소멸하며, 한편 시간의 경과에 따라 증거가 산일하여 오판의 우려가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여 그 이후의 소추권행사를 금지하는 데 있고, 이들 사유는 그 모두가 행위자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공소시효제도와 형사법

규의 해석의 기본원칙에 비추어 공소시효의 기산과 그 정지는 법률에 정하여진 바에 엄격히 따라야 할 것이다.

현행법상 공소시효는 공소의 제기로 정지되고(형사소송법 제253조) 정지된 시효는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다시 진행하며(형사소송법 제252조), 그 밖의 공소시효 정지사유로는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형사소송법 제262조의 2)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국가권력의 장악에 성공한 내란행위자에 대하여는 국민으로부터 정당하게 국가권력을 위탁받은 국가기관이 그 기능을 회복하기까지 사실상 처벌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는 기간동안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는 공소시효제도의 본질과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다.

(3) 공소시효의 완성으로 그 소추나 처벌이 불가능하게 된 사안에 대하여 새로이 공소시효의 정지사유를 설정하고, 임의의 기간동안 그 정지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도록 하여 사후입법으로 형사소추와 처벌이 가능하게 한 특별법은 형벌법규의 이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실정법에도 반하는 초법적 억지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 법률조항은 헌법 제13조 제1항에 위반하는 것임이 명백하다.

(4) 이 법률조항 소정의 “1979.12.12.과 1980.5.18.을 전후하여 발생한 헌정질서파괴범죄행위”란 청구인 등이 범하였다는 12·12 군사반란행위와 5.18 내란행위를 지칭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므로, 이 법률조항은 결국 청구인 등 특정인의 특정사건에 대하여 국가형벌권이 특정기간동안 연장되어 존속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법률조항은 특정인에 대한 공소시효의 정지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대상법률”이며 그 적용대상이 12·12사건과 5.18사건이라는 특정사건이고, 공소시효 정지기간을 노태우 전대통령의 퇴임일인 1993.2.24.로 규정하여 특정인의 신분변동과 관련지움으로써 특정개별사건에 대해서만 적용한다는 취지를 명백히 하고 있는 점에서 “개별사건법률”이므로, 이는 전형적인 처분적 법률로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위헌의 법률조항이다.

(5) 나아가 이 법률조항은 12·12사건과 5.18사건 자체를 헌정질서파괴범죄로 규정함으로써 청구인 등이 헌정질서파괴범죄행위를 범하였다는 전제하에 공소시효의 정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두 사건에 관련된 청구인 등의 행위가 헌정질서파괴범죄행위가 되는지의 여부는 법원의 재판을 거쳐야 비로소 확정되는 것이지 입법부가 법률로써 이를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은 헌법 제101조 제1항에 의한 법원의 재판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되며 또한 헌법 제27조 제4항에 의한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한다.

다.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 및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1)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요지

(가) 공소시효의 법적성격에 관하여는 이를 순수한 소송요건으로 파악하여 죄형법정주의와 무관하다고 보는 학설(소송법설)과 국가행벌권의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성격으로 파악하여 죄형법정주의의 적용을 받는다는 학설(실체법설)이 대립되고 있으나, 어느 학설을 취하느냐에 대하여 절대적인 기준은 없으며 각 나라의 실정에 맞게 채택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법률조항은 위 견해 중 소송법설을 채택하여 그에 따라 사후입법에 의하여 공소시효를 정지한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나) 죄형법정주의는 행위시 법률에 의한 범죄의 구성 여부에 대한 규제원칙에 불과하며 공소시효의 정지·연장이나 배제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공소시효의 정지·연장이나 배제는 법치국가의 일반원칙인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에 의하여만 규제될 수 있다.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은 법적 안정성, 즉 신뢰보호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서 절대불변의 원칙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해당법률의 입법목적과 침해되는 신뢰보호이익의 비교형량에 따라 소급입법을 허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12·12사건의 경우 그 사안의 중대성, 국민 및 국가에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할 때, 관련자들을 처벌함으로써 얻는 공익이 관련자들의 신뢰에 대한 보호보다 우선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법률조항은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에도 어긋나지 아니한다.

(2)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가)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소추되지 아니하며……”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2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과 보안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어느 행위의 가벌성 유무에 대한 판단의 근거인 범죄구성요건을 새로이 창설하거나 가벌성 정도에 대한 판단의 근거인 형벌을 새로이 창설, 상향 또는 강화하여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공소시효제도는 일정한 시간의 경과로 인하여 발생한 사실상태를 존중하여 사회와 개인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고 형벌부과의 적정을 기하려는 데에 그 존재근거를 두고 있는 제도로서 범죄구성요건 및 형벌에 속하는 것이 아니므로 죄형법정주의와는 직접 관련이 없고, 단지 소송요건에 관한 것에 불과하므로, 사후에 법률로써 공소시효를 연장 또는 정지하더라도 우리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 및 형벌법규불소급의 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나) 군사반란 또는 내란행위자들이 그 목적을 달성하여 국가권력을 장악하였을 경우 사실상 그들에 대하여 국가형벌권을 발동하여 처벌할 방법은 없으므로 국가의 소추권행사에 중대한 장애가 존재하게 되고, 그 기간동안에는 공소시효 진행은 정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2·12군사반란 및 5.18내란행위자들에 대하여도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집권기간중 이미 공소시효가 정지되었으므로, 특별법은 소급입법이 아니라 단지 위와 같은 법리를 입법으로 확인하여 선언한 것일 뿐이다.

(다) 12·12사건과 관련하여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에 대하여 집권기간 동안 반란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정지되었음은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이미 확인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5.1.20. 선고, 94헌마246 결정 참조).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2항은 공범자 중 그 1인에 대한 공소의 제기로 인한 시효정지의 효력이 다른 공범자들에게 미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재정신청 등 공소제기 이외의 사유로 인한 공소시효정지의 경우에도 나머지 공범에 대하여 시효정지의 효력이 미친다는 일반적, 총칙적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12·12사건의 공범들에 대하여도 두 전직대통령 재직기간중에는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공소시효의 정지로 인하여 다함께 공소시효가 정지되어 있었고, 특별법은 이를 확인·선언하는 입법에 불과하다.

만일 나머지 공범들에 대해서는 두 전직대통령과는 달리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수괴의 비호아래 반란행위로 국가권력을 장악하였던 공범들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정당한 기능을 회복한 후에도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 공범자간에 처벌의 불균형이 초래되며 국민들의 법감정에도 배치된다.

(라) 12·12사건의 공소시효가 특별법 제정 이전에 이미 완성되었다고 본다면, 특별법은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 또는 법률관계에 대하여 사후 입법으로 이전과 다른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진정소급효의 입법이 될 것이나, 진정소급효의 법률이라고 하여 모두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며, 특단의 사정 즉 문제가 된 법적지위에 대한 신뢰가 객관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것이다.

12·12사건에 있어서 헌정질서를 부인·파괴하는 쿠데타 행위에 의하여 정권을 장악한 행위자들이 다시 자신들이 부정한 헌정질서에 의한 보호를 요청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러한 행위자들의 신뢰보호이익은 객관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12·12사건은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12·12사건 관련자들의 신뢰보호를 인정한다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행위자들은 신뢰보호를 근거로 하는 시효의 완성을 목적으로 집권을 연장하여 자신들의 처벌을 면하려고 할 것이고, 이는 헌정질서 파괴상태를 오히려 조장하고 연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향후 쿠데타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국민적 합의에도 반하고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수호라는 우리의 지상목표를 훼손할 우려도 크다.

3. 판단

가. 특별법 제2조가 개별사건법률이기 때문에 위헌인가

(1) 청구인들은 이 법률조항이 “1979.12.12.과 1980.5.18.을 전후하여 발생한 헌정질서파괴범죄행위”라고 특정함으로써 청구인 등이 범하였다는 이른바 12·12 군사반란행위와 5.18 내란행위를 지칭하는 것이 명백하여 특별법은 결국 청구인 등 특정인의 특정사건에 대하여 국가형벌권이 특정기간동안 연장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어 ‘개인대상법률’이며 ‘개별사건법률’이므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권력분립의 원칙과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먼저 이 법률조항이 개별사건법률이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되는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판단한다.

특별법 제2조는 제1항에서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발생한…… 헌정질서파괴행위에 대하여……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특별법이 이른바 12·12 사건과 5.18 사건에만 적용됨을 명백히 밝히고 있으므로 다른 유사한 상황의 불특정다수의 사건에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고 오로지 위 두 사건에 관련된 헌정질서파괴범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어 특별법 제정당시 이미 적용의 인적범위가 확정되거나 확정될 수 있는 내용의 것이므로 개별사건법률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2) 그러나 우리 헌법은 개별사건법률에 대한 정의를 하고 있지 않음은 물론 개별사건법률의 입법을 금하는 명문의 규정도 없다.

개별사건법률금지의 원칙은 “법률은 일반적으로 적용되어야지 어떤 개별사건에만 적용되어서는 아니된다”는 법원칙으로서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그 기본정신은 입법자에 대하여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은 일반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형식을 요구함으로써 평등원칙위반의 위험성을 입법과정에서 미리 제거하려는데 있다 할 것이다.

개별사건법률은 개별사건에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자의적인 규정이라는 강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개별사건법률금지의 원칙이 법률제정에 있어서 입법자가 평등원칙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규범이 개별사건법률에 해당한다 하여 곧바로 위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특정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단지 하나의 사건만을 규율하려고 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차별적 규율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에는 합헌적일 수 있다. 따라서 개별사건법률의 위헌 여부는, 그 형식만으로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평등의 원칙이 추구하는 실질적 내용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따져야 비로소 가려진다.

(3) 이른바 12·12 및 5.18 사건의 경우 그 이전에 있었던 다른 헌정질서파괴범과 비교해보면,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에 관한 논의가 아직 진행중이고, 집권과정에서의 불법적 요소나 올바른 헌정사의 정립을 위한 과거청산의 요청에 미루어볼 때 비록 특별법이 개별적사건법률이라고 하더라도 입법을 정당화할 수 있는 공익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 법률조항은 개별사건법률에 내재된 불평등요소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특별법은 소급효를 가진 법률인가

(1) 이 법률조항은 1979.12.12.과 1980.5.18.을 전후하여 발생한 헌정질서파괴범죄의공소시효등에관한특례법 제2조의 헌정질서파괴범죄행위(이 뒤에는 “이 사건 범죄행위”라고만 한다)에 대하여 당해 범죄행위의 종료일부터 1993.2.24.까지 국가의 소추권행사에 장애사유가 존재하였다고 하여 그 기간은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특별법이 제정된 경위 및 그 입법과정에서의 논의내용(제177회 국회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제18호)과 이 법률조항의 내용 및 그 표현형식 등에 비추어 보면, 국회가 이 법률조항을 제정한 취지는, 공소시효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국가가 소추권을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또는 중대한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률에 명문으로 규정된 바가 없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범죄행위의 경우에는 그 범죄행위자들이 바로 그 범죄행위를 통하여 국가권력을 장악함으로써 국가가 소추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1993.2.24.까지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소추권행사에 이러한 장애사유가 있는 때에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는 것으로 보는 법원의 의견이 명백히 판시된 바 없으므로, 입법을 통하여 이를 규범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데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먼저 이 법률조항이, 공소시효제도의 본질이나 그 제도에 관한 실정법의 해석에 의하여 당연히 도출되는 사유를 확인하여 공소시효정지 사유의 하나로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확인적 법률)인지, 그런 것이 아니라 사후에 새로운 공소시효의 정지사유를 규정한 이른바 소급입법에 해당하는 것(형성적 법률)인지를 가려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만일 이 법률조항이 그 입법취지대로 기존의 실정법 규정에 따른 공소시효의 정지사유를 규범적으로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그로 인하여 기존의 법률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님은 물론 법원의 재판권을 제한하는 것도 아니어서 처음부터 소급입법이나 사법권의 침해 등 헌법적인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2)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증석, 재판관 신창언의 의견

원래 공소시효제도는 헌법이 마련하고 있는 제도가 아니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제도이므로, 그 제도의 구체적인 적용은 사실의 인정과 법률의 해석에 관련된 문제로서 기본적으로 법원의 전속적인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며,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 물론 이 사건 범죄행위를 실행한 자들이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음으로 말미암아 그 기간 동안 국가의 소추권행사에 중대한 장애가 있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실정법에 명문으로 규정된바 없음에도, 공소시효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이러한 사정을 공소시효가 당연히 정지되는 사유로 보아야 할 것인지의 여부는, 결국 법원의 법률해석을 통하여 가려질 문제인바, 이 점에 관하여 법원의 의견이 명백히 판시된 바 없으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이 법률조항이 실정법의 해석을 규범적으로 확인한 규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있는 처지에 있지 않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로서는 위 법률조항이 “확인적 법률”인지의 여부에 관하여는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고, 만일 법원이 이 점에 관하여 소극적인 견해를 취하여 이 법률조항이 사후에 공소시효의 정지사유를 새롭게 규정한 형성적 법률이라고 해석하는 경우에는, 이 법률조항이 소급입법에 해당하여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문제로 제기될 수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이와 같은 헌법적인 문제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할 수 없다.

(3)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의 의견

우리는 특별법의 이 법률조항이 법 및 법집행의 왜곡에 따르는 소추의 장애사유가 존재하여 일정 범위의 헌정질서파괴행위자들에 대한 검찰의 소추권행사가 불가능하였으므로 당연히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확인하여 입법한데 불과하므로 이는 소급입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공소시효제도의 본질

범죄에 대하여는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반드시 하는 것이, 즉 범인필벌이 형사사법적 정의에 부합한다. 그러나 공정한 재판에 의한 공정한 처벌이 형사사법적 정의의 실현이라고 할 것인데, 국가가 공소제기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동안 공소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증거의 산일 등으로 공정한 재판을 못하게 되는 것은 국가에게도 책임이 있으므로 죄질에 상응한 일정 기간 동안 공소제기를 하지 아니한채 경과하면 소추를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형사처벌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공소시효의 제도이다.

이와 같은 공소시효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볼 대 공소시효에 대한 이익은 단순한 반사이익이라고는 할 수 없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법적인 이익이라고는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신체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과 같은 기본권과 동일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공소시효에 대한 피고인의 이익은 형사소추에 대한 국가의 이익, 즉 범인필벌의 실체적 정의의 요청과 필연적으로 충돌되는 것이므로 상반되는 두가지 이익을 상호조정함으로써 그 보호범위와 정도가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공소시효가 서구에서 정착된 것은 19세기 이후부터이고 오늘날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과 세계각국의 법제는 공시시효제도를 두고 있으나 예를 들면 독일에서는 모살죄에 대하여는 시효를 인정하지 아니하며, 불란서에 있어서도 적전도망죄 등에 대한 시효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영미에 있어서도 보통법상 공소시효가 없는 등 각국의 역사적 경험과 사회적 현실에 따라서 공소시효를 인정하는 범위와 내용 그리고 정지사유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나) 소추권행사의 장애와 공소시효의 정지에 관한 입법례와 판례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는 경우는 특별히 법률로써 명문의 규정을 둔 경우에 한하는 것인지, 아니면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소추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예를 들면 법질서에 내재하는 장애사유 등 중대한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해석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먼저 우리나라와 같이 집권자에 의하여 법의 집행이 왜곡된 불행한 역사를 경험한 국가들의 공소시효정지사유에 관한 특별한 입법례와 판례를 살펴본다.

독일의 경우에는 “시효는 법률상 소추가 개시될 수 없거나 속행될 수 없는 경우에는 정지한다”고 규정함으로써(독일 구 형법 69조, 현행 독일형법 제78조의 b) 소추권의 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는 일반원칙을 명문화함과 아울러 소추권행사에 있어서 법률상 장애사유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넓히고 있다.

나치범죄의 처벌을 위하여 제2차대전이 끝난 후 헷센주(Hessen)에서 제정한 「나치범죄처벌법」은 나치지배기간 동안에 정치적·인종적차별적·반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처벌되지 아니한 범죄에 대하여는 1933.1.30.부터 1945.6.15.까지의 기간 동안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나치정권이 국가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소추가 불가능하였던 기간 동안에는 위 법률규정에 따라 공소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서 헌법의 제규정에 반하지 아니하여 합헌이라고 판시하였다.

총통인 히틀러(Hitler)의 의사를 위 구 독일형법 제69조의 법률로 보아 법률적 장애로 인한 시효의 정지를 인정한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이하여 연장된 시효기간마저도 임박하게 되자, 독일은 1964.4.13. 「공소시효계산법(Gesetz ber die Berechnung strafrechtlicher Verj hrungsfrist)」을 제정하여 1945.5.8.부터 1949.12.31.까지의 기간을 시효계산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1969.2.26. 결정(BVerfGE 25,269)에서 죄형법정주의, 신뢰보호의 원칙, 평등권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합헌이라고 판시하였다.

그 후 독일은 형법을 개정하여 모살죄(謀殺罪)의 시효기간을 30년으로 연장하였으며, 1979.7.22. 다시 형법을 개정하여 모살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 언제든지 나치의 학살범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또한 동독이 무너진 이후인 1993.3.26. 제정된 「동독공산당의 불법행위에 있어서의 시효정지에 관한 법률(Gesetz ber das Ruhen der Verj hrung bei SED-Un-rechtstaten vom 26. M rz 1993)」도, “구동독의 공산당정권하에서 범하여지고 구동독의 국가 또는 당지도부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에 따라 정치적 이유 또는 자유주의적 법치국가질서에 합치하지 아니하는 이유로 처벌되지 아니한 행위의 소추에 있어서는 1949.10.11.부터 1990.10.3.까지의 기간은 고려하지 아니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조). 이 경우 구동독의 국가 또는 당의 의사를 공소시효진행의 장애를 규정하고 있는 법률과 동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나치체제나 통일전 동독의 공산정권하에서 자행된 인간의 존엄성을 유린하는 불법적 범죄행위를 체험한 후 그와 같은 중대한 불법적 사례들을 법치국가적으로 청산하기 위한 여러 입법이 행하여 졌는바, 정권장악을 위한 쿠데타 등 헌정질서파괴행위 및 그 과정에서 자행된 집단적 살상행위 등의 법치국가적 처리라는 역사적 과제 앞에 서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를 준다고 할 것이다.

한편 프랑스의 경우에는 독일과 같은 시효정지에 관한 일반원칙을 명문으로 선언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판례에 의하여 “시효는 유효하게 소추될 수 없는 사람에 대하여는 진행하지 않는다(contra non valentem agere non pareasriptio)”라는 법언을 적용하여, 법률적 장애이건 사실적 장애이건 소추가 불가능한 기간 동안에는 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시효가 정지되는 장애사유로 판시한 예를 보면, 선결문제의 검토가 필요한 기간, 공소권행사의 전제가 되는 허가절차를 밟는 기간(프랑스의 경우 현행범이 아닌 중죄를 범하거나 경죄를 범한 국회의원에 대하여 소추하려면 의회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외국에서 범한 개인에 대한 경죄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가 있거나 그 외국의 공적인 고발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고소나 고발이 없어 소추할 수 없었던 기간, 범인이 외국에 도피한 경우 범죄인인도가 거부되어 소추할 수 없었던 기간은 물론, 나아가 홍수, 적에 의한 영토의 침범, 군사점령기간에 대해서도 시효의 정지를 인정하고 있으며, 피의자의 심신상실도 피의자 자신을 방어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시효정지사유로 보고 있다.

한편 국제연합은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 1968.11.26. 총회에서 결의 제2391(ⅩⅩⅢ)호로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국제법상의 시효의 부적용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Non-Applicability of Statutory Limitations to War Crimes and Crimes against Humanity)」을 채택하여 국제법상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하여는 시효기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협약규정은 국가를 대표하는 자에 대해서든 사인에 대해서든, 정범이든 교사범이든, 범행이 완수된 정도와 상관없이 적용되며 그러한 범행을 관용한 국가의 대표자에게도 적용되고, 동협약체약국은 이러한 범죄에 대한 시효가 규정된 법률을 폐지할 것을 약속하였다.

(다) 헌정질서파괴범에 의한 국가권력의 장악과 소추장애사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시시효란 본래 소추가능기간을 의미하므로 그 기간 동안 정상적인 소추권의 행사가 가능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공소시효제도의 근본적인 존재이유가 오랜 동안 소추권행사를 게을리 한 것은 국가측의 잘못이라고 할 것인데 그로 인한 불이익을 오로지 범인에게만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데 있으므로, 공소시효는 소추기관이 유효하게 공소권을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사하지 아니한 채 시효기간을 경과하였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공소시효는 소추기관이 유효하게 공소권을 행사하는데 법적·제도적 장애가 없을 때에만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나아가 우리 법제에 있어서 국가의 소추권행사에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우선 단순히 수사기관이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체포하는 데에 사실상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소추권의 행사에 장애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비하여 형사소송법 제253조나 동법 제262조의2와 같이 법률에 명시적 규정으로 시효정지사유를 규정한 경우는 물론이요, 공소시효의 정지사유로 법률에 명시되지는 아니하였다 하여도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헌법 제84조에 규정한 경우와 같이 헌법 또는 법률규정에 의하여 명문으로 소추가 금지되어 있는 경우는 대표적인 소추장애사유에 해당하며, 헌법재판소도 1995.1.20. 선고, 94헌마246 결정에서 이를 확인한 바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5.18사건에 관하여 성공한 내란도 내란행위자가 집권하고 있는 동안 그 내란행위는 불처벌의 상태로 남아있을 뿐이고 내란행위자의 집권이 종료된 경우에는 그러한 행위도 처벌될 수 있다고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 소정의 위헌결정정족수를 넘는 재판관의 찬성으로 결정한 바 있다[1995.12.15. 선고, 95헌마221·233·297(병합)].

그리고 위 결정에 있어서도 형사법의 집행을 담당하는 국가의 소추기관이 법제도상 군사반란 내지 내란행위자들에 의해 장악되거나 억압당함으로써 이들의 의사나 이익에 반하는 소추권행사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는 등 반란행위나 내란행위를 처벌하여야 할 법률의 기능이 마비되어, 적어도 위 행위자들에 관한 한 법치국가적 원칙이 완전히 무시되고 법률의 집행이 왜곡되는 법질서상의 중대한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않는다는 의미까지 판시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경우에는 비록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의 규정은 없다 하여도 법제도와 법률 자체의 기능 및 법집행이 왜곡되는 등의 사유로 위와 같은 반란행위자나 내란행위자에 대한 형사소추가 불가능한 경우는 단순한 사실상의 장애를 넘어 법규범 내지 법치국가적 제도 자체에 장애가 있다고 보아야 하며, 이러한 장애로 군사반란행위자와 내란행위자가 불처벌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상태로 있는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 이것이 공소시효제도의 본질에도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공소시효제도가 본래 범인필벌의 요청과 법적 안정성의 요청 사이에 상반되는 이익에 대한 조정의 문제라고 하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헌정질서파괴범죄행위자들이 정권을, 따라서 소추기관을 실효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상황하에서는 역시 이들에 대한 군사반란죄와 내란죄에 대한 공소시효도 정지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성공한 내란도 처벌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합치되고 정의의 관념과 형평의 원칙에도 합치한다. 만약 이와 같이 해석하지 않는다면, 헌정질서파괴범죄행위자들이 시효의 이익을 누리기 위하여 불법적인 방법으로 집권기간을 연장하는 등 오히려 헌법질서의 파괴를 조장하게 되는 모순이 있고 성공한 내란은 처벌할 수 없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경우를 보면, 1979.12.12.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피의자 전두환이 노태우 등 군내의 추종세력을 규합하여 일으킨 군사반란은 내란행위와 결합되어 1980.5.18.사태와 같은 불행한 사태를 야기하고 마침내는 이른바 제5공화국의 성립으로 이어지고 이른바 제6공화국이 종료한 1993.2.24.까지 위 사건들에 가담한 자들에 의하여 국가권력이 실효적으로 장악되었다.

1979.12.12. 당시는 박정희 전직 대통령이 살해되어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비상계엄이 선포되어 계엄지역 안의 모든 행정기관(정보 및 보안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을 포함한다) 및 사법기관이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게 되어 있었으므로(계엄법 제8조 참조), 위와 같이 피의자 전두환과 노태우 등이 12·12 군사반란을 통하여 대통령의 재가없이 계엄사령관겸 육군참모총장인 청구외 정승화를 체포하고, 대통령의 관저인 총리공관의 경비자의 무장을 병력을 동원하여 협박하여 해제하고, 대통령 최규하를 협박하여 국가의 모든 군권을 장악하고 보안사, 중앙정보부, 경찰 등 모든 수사·정보기관을 장악하였음에 비추어 당시 이 사건 군사반란행위와 내란행위에 대한 수사와 소추는 제도적으로도 불가능하고 도리어 위 군사반란을 방지하려던 청구외 장태완 등을 처벌하는 등 반란죄에 대한 법률기능이 왜곡된 상태를 야기한 국가적인 중대한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그 후 전두환이 제11대 대통령에 취임하고 헌법을 개정한 다음, 1981.2.25. 개정헌법에 따라 실시한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선거에서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동년 3.3. 제12대 대통령에 취임한 후 1988.2.24. 그 임기가 만료할 때까지 7년 5월 24일간 집권하고, 그 후 노태우가 제13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1988.2.25. 취임한 이래 1993.2.24. 그 임기가 만료하기까지 5년간 국가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전두환·노태우의 위 1979년 12월 12일과 1980.5.18.의 군사반란죄 및 내란죄는 위 각 범죄행위에 가담한 공범들에 대하여도 위에서 본 소추와 처벌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되었던 사실은 당재판소가 처리한 12·12사건과 5.18사건에 관한 사건기록을 통하여 현저하다.

그리고 1979.12.12. 사태는 군사반란의 방법에 의하여 전국의 군권과 수사권을 장악하고 대통령의 관저의 무장까지 불법적으로 해제하고 대통령에게 협박하는 등 헌정질서파괴행위였고, 1980.5.18.의 사태는 전두환 내란행위자가 헌정질서를 파괴한 행위임도 명백하다.

그러므로 국가소추기관이 이 사건 군사반란과 내란행위자들인 위 전두환 및 노태우가 이 사건 군사반란행위가 성공한 이후 이들의 대통령 재직기간 동안 이들에 의해 장악되거나 억압당함으로써 위 행위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범죄들에 대하여 소추를 할 수 없게 되어 적어도 위 행위자들에 관한 한 자유민주적 법칙국가질서의 내용에 부합하는 법집행이 불가능하여 군사반란죄와 내란죄에 대한 법률기능 자체가 왜곡되는 법규범 내지 법제도 자체에 관련된 장애로 위 전두환, 노태우와 그 공범자들에 대한 위 군사반란죄와 내란죄에 대한 소추가 불가능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각 범죄행위의 종료일로부터 1993.2.24.까지 사이에는 이 사건 각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당연히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라)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범죄행위의 종료일로부터 전두환·노태우의 대통령 재직기간이 만료된 1993.2.24.까지의 기간 동안에 그러한 이 사건 군사반란죄와 내란죄 등에 대한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 이 법률조항은 확인입법에 지나지 아니하고 이 점에서도 헌법위반의 법률조항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4)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의 의견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12·12 사건에 관한 1995.1.20. 선고, 94헌마246사건의 결정에서 헌법 제84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공소시효의 정지사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다. 즉 “위 헌법규정의 근본취지를 대통령의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의 진행은 정지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즉 위 헌법규정은 바로 공소시효진행의 소극적 사유가 되는 국가의 소추권행사의 법률상의 장애사유에 해당하므로, 대통령의 재직중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당연히 정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든가 “검사가 법률상의 장애사유로 인하여 소추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진행하지 않는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헌법 제84조에 따라 소추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어야 한다는 것은 위와 같은 당연하고도 정당한 법리가 적용된 결과일 뿐”이라고 판시하였고, 한편 우리는 그 결정의 반대의견에서 공소시효는 법률로써 명문규정을 둔 경우에 한하여 정지되는 것이고, 헌법 제84조의 규정도 공소시효의 정지에 관한 명문규정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힌 바 있고, 지금도 그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우리의 의견에 의하면 이 법률조항에서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것으로 규정한 전 기간, 모든 피의자에 대하여 이 법률조항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이 법률조항은 소급적 효력을 가진 형성적 법률이어서 당연히 위헌 여부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 공소시효와 형벌불소급의 원칙

이 법률조항에 의한 공소시효의 정지 곧 결과적으로 그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헌법 제12조 제1항 후단과 제13조 제1항 전단의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1) 헌법 제12조 제1항 후단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3조 제1항 전단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라고 하여 죄형법정주의와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13조 제1항의 근본 뜻은 형벌법규는 허용된 행위와 금지된 행위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여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어 있고, 그에 위반한 경우 어떠한 형벌이 정해져 있는가를 미리 개인에 알려 자신의 행위를 그에 맞출 수 있도록 하자는데 있다. 이로써 위 헌법조항은 실체적 형사법 영역에서의 어떠한 소급효력도 금지하고 있고,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행위”라고 표현함으로써 절대적 소급효금지의 대상은 “범죄구성요건”과 관련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헌법이 위 조항에서 비록 범죄구성요건만을 언급하고 있으나, 책임없는 형벌을 금하고 행위의 불법과 행위자의 책임은 형벌과 적정한 비례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적법절차의 원칙과 법치주의원칙에서 파생되는 책임원칙에 따라 범죄구성요건과 형벌은 불가분의 내적인 연관관계에 있기 때문에, 결국 죄형법정주의는 이 두가지 요소로 구성되는 “가벌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즉 가벌성의 조건을 사후적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는 공익의 요청도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안정성에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규정함으로써, 위 헌법조항은 소급적인 범죄구성요건의 제정과 소급적인 형벌의 가중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2) 그러므로 우리 헌법이 규정한 형벌불소급의 원칙은 형사소추가 “언제부터 어떠한 조건하에서” 가능한가의 문제에 관한 것이고, “얼마동안” 가능한가의 문제에 관한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헌법의 규정은 “행위의 가벌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소추가능성에만 연관될 뿐, 가벌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공소시효에 관한 규정은 원칙적으로 그 효력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행위의 가벌성은 행위에 대한 소추가능성의 전제조건이지만 소추가능성은 가벌성의 조건이 아니므로 공소시효의 정지규정을 과거에 이미 행한 범죄에 대하여 적용하도록 하는 법률이라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헌법 제12조 제1항 및 제13조 제1항에 규정한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언제나 위배되는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라. 특별법과 법치주의의 원칙

공소시효제도가 헌법 제12조 제1항 및 제13조 제1항에 정한 죄형법정주의의 보호범위에 바로 속하지 않는다면, 소급입법의 헌법적 한계는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원칙을 포함하는 법치주의의 원칙에 따른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법적 안정성은 객관적 요소로서 법질서의 신뢰성·항구성·법적 투명성과 법적 평화를 의미하고, 이와 내적인 상호연관관계에 있는 법적 안정성의 주관적 측면은 한번 제정된 법규범은 원칙적으로 존속력을 갖고 자신의 행위기준으로 작용하리라는 개인의 신뢰보호원칙이다. 법적 안정성과 신뢰보호원칙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것은 시간적인 요소이다. 특정한 법률에 의하여 발생한 법률관계는 그 법에 따라 파악되고 판단되어야 하고, 개인은 과거의 사실관계가 그 뒤에 생긴 새로운 법률의 기준에 따라 판단되지 않는다는 것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법치국가적 요청으로서의 법적안정성과 신뢰보호원칙은 무엇보다도 바로 소급효력을 갖는 법률에 대하여 민감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고, 구체적으로는 어떤 법률이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에 예상치 못했던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경우인가 아니면 현재 진행중이나 아직 종료되지 않은 사실관계에 작용하는 경우인가에 따라 헌법적 의미를 달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먼저 이 법률조항이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이른바 진정소급효)에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현재 진행중인 사실관계(이른바 부진정소급효)에 관련된 것인지를 밝혀야 할 것이고, 이는 결국 특별법 시행당시 특별법 소정 피의자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가름될 성질의 것이다.

공소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범죄의 기수시기와 다를 수 있다)로부터 진행하고, 그 정지사유없이 공소시효기간이 경과함으로써 완성된다(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따라서 공소시효의 완성시점을 확정하려면 범죄행위가 언제 종료한 것인지, 종료 후에 공소시효의 정지사유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정지기간은 어느 정도인지를 확정하는 것이 그 선결문제이므로 구체적 범죄행위에 관한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 및 그 완성시점 등은 당해 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이 이를 판단할 성질의 것이지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법원의 판단에 따라 특별법 시행당시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면, 특별법은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여 사후에 그 전과 다른 법적 효과를 생기게 하는(진정소급효) 법률이라 할 것이고, 한편 공소시효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면, 특별법은 과거에 이미 개시되었지만 아직 완결되지 않고 진행과정에 있는 사실 또는 법률관계와 그 법적 효과에 장래적으로 개입하여 법적 지위를 사후에 침해하는(부진정소급효) 법률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당해 사건을 재판하는 법원에 의하여 특별법 시행당시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인지의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아니한 터이므로 위 두 가지 경우를 가정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1)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경우

만일 법원이 특별법이 처벌하려는 대상범죄의 공소시효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특별법은 단지 진행중인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법률로서 이른바 부진정소급효를 갖게된다.

헌법 제13조 제1항에서의 가벌성을 결정하는 범죄구성요건과 형벌의 영역(이에 관한 한 절대적 소급효의 금지)을 제외한다면 소급효력을 갖는 법률이 헌법상 절대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급입법은 법치주의원칙의 중요한 요소인 법적안정성의 요청에 따른 제한을 받을 뿐이다. 헌법재판소의 판례도 형벌규정에 관한 법률 이외의 법률은 부진정소급효를 갖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단지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의 요청 사이의 교량과정에서 신뢰보호의 관점이 입법자의 형성권에 제한을 가할 뿐이라는 것이다.

즉 공소시효제도에 근거한 개인의 신뢰와 공소시효의 연장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을 비교 형량하여 개인의 신뢰보호이익이 공익에 우선하는 경우에는 소급효를 갖는 법률은 헌법상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특별법의 경우에는 왜곡된 한국 반세기 헌정사의 흐름을 바로 잡아야 하는 시대적 당위성과 아울러 집권과정에서의 헌정질서파괴범죄를 범한 자들을 응징하여 정의를 회복하여야 한다는 중대한 공익이 있다. 또한 특별법은 모든 범죄의 공소시효를 일정시간 동안 포괄적으로 정지시키는 일반적인 법률이 아니고, 그 대상범위를 헌정질서파괴범죄에만 한정함으로써 예외적인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공소시효는 일정 기간이 경과되면 어떠한 경우이거나 시효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며, 행위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지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이상 예상된 시기에 이르러 반드시 시효가 완성되리라는 것에 대한 보장이 없는 불확실한 기대일 뿐이므로 공소시효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는 신뢰보호이익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아니하고 아직 진행중이라고 보는 경우에는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위에서 본 여러 사정에 미루어 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는 경우

법원이 특별법 소정 헌정질서파괴범죄의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판단한다면, 특별법은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규율대상으로 사후에 이전과 다른 법적효과를 생기게 하는 이른바 진정소급효를 갖게 되고, 이 부분에 대한 재판관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의 합헌의견

우리는 특별법이 처벌하려는 범죄의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법원이 판단하여, 동법이 진정소급효를 갖게 된다고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합헌이라고 본다.

1) 진정소급효금지의 예외와 법치국가원리

기존의 법에 의하여 형성되어 이미 굳어진 개인의 법적 지위를 사후입법을 통하여 박탈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진정소급입법은 개인의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원리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 즉 기존의 법을 변경하여야 할 공익적 필요는 심히 중대한 반면에 그 법적 지위에 대한 개인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헌법재판소 1989.3.17. 선고, 88헌마1 결정; 1989.12.18. 선고, 89헌마32·33 결정 등 참조). 그러한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로는 일반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웠거나 하여 보호할 만한 신뢰의 이익이 적은 경우와 소급입법에 의한 당사자의 손실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경우, 그리고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를 대별하면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되는 경우는 구법에 의하여 보장된 국민의 법적 지위에 대한 신뢰가 보호할 만한 가치가 없거나 지극히 적은 경우와 소급입법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이 매우 중대하여 예외적으로 구법에 의한 법적 상태의 존속을 요구하는 국민의 신뢰보호이익에 비하여 현저히 우선하는 경우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물론 그러한 “공익”적 필요가 존재하는지 여부의 문제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부진정소급입법의 경우에 있어서의 신뢰보호의 요청과 서로 비교형량되는 단순한 공익상의 사유보다도 훨씬 엄격한 조건이 적용되지 않으면 아니된다. 즉 매우 중대한 공익이 존재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러한 진정소급입법은 정당화될 수 있다. 또한 진정소급입법을 헌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이러한 예외사유가 존재하는 여부는 특별법과 같이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직결되는 등 중요한 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유발하는 입법에 있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헌정질서파괴범의 공소시효의 완성으로 인한 법적 지위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매우 미약하다. 즉 이 사건 반란행위 및 내란행위자들이 반란행위 및 내란행위를 통하여 우리 헌법질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였고, 그로 인하여 우리의 민주주의가 장기간 후퇴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국민의 그 생명과 신체가 침해되었으며, 전국민의 자유가 장기간 억압되는 등 국민에게 끼친 고통과 해악이 너무도 심대하였다. 또한 이 사건 군사반란행위자들 및 내란행위자들 중 주모자인 전두환·노태우 양인이 쿠데타를 통하여 정권을 장악한 뒤에 대를 이어 대통령직에 오름으로써 이 사건 군사반란행위자들 및 내란행위자들에 대한 형사소추가 그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동안에는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그러한 기간 동안에도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지 않는다고 볼 때에는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이 사건 군사반란죄와 내란죄에 대한 공소시효의 대부분이 그 기간 동안에 이미 진행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공소시효완성으로 인한 이익은 단순한 법률적 차원의 이익이고,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적 법익에 속하지는 않는다. 이에 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정당화하는 공익적 필요는 매우 중대하다. 즉 집권과정에서 헌정질서파괴범죄를 범한 자들을 응징하여 정의를 회복하여 왜곡된 우리 헌정사의 흐름을 바로 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우리 헌정사에 다시는 그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을 위한 헌정사적 이정표를 마련하는 것이 국민의 줄기찬 요구이자 여망이며, 작금의 시대적 과제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반란행위자들 및 내란행위자들의 군사반란죄나 내란죄의 공소시효완성으로 인한 법적 지위에 대한 신뢰이익이 보호받을 가치가 별로 크지 않음에 비하여 이 법률조항은 위 행위자들의 신뢰이익이나 법적 안정성을 물리치고도 남을 만큼 월등히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법률조항이 위 행위자들의 공소시효완성에 따르는 법적 지위를 소급적으로 박탈하고, 그들에 대한 형사소추를 가능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그 합헌성 인정에 있어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심히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 법률조항이 공소시효의 완성이라는 헌법상의 기본권이 아닌 단순한 법률적 이익에 대한 위와 같은 미약한 신뢰보호의 필요성에 현저히 우선하는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헌법적으로 정당화된다고 할 것이다. 우리 헌정사에 공소시효에 관한 진정소급입법을 단 한번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허용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가 진정소급입법의 원칙적 금지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 예외는 대체 어디에 해당되고 무엇을 위한 예외인지 진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2) 이 법률조항과 평등원칙

특별법의 이 법률조항은 그 적용범위를 1979.12.12.과 1980.5.18.을 전후하여 발생한 내란죄·외환죄·군사반란죄 및 이적죄에 한정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진정소급입법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경우 그 조항이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평등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법률조항은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평등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이 법률조항의 목적이 일반국민과 동 조항에서 확정된 헌정질서파괴범죄행위자들을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 범죄행위자들이 군사반란 및 내란 등의 행위로 헌법질서를 파괴하여 정권을 장악함으로써 일반국민과 위 행위자들 사이에 이미 발생한 형법집행상의 불평등을 제거하고자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법이 일반국민들뿐만 아니라, 통치자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되고 집행되어야 한다는 법치국가적 요청이 위 범죄행위자들이 국가의 소추기관을 자신의 지배하에 두게 됨으로써 실현될 수 없음으로 인하여 발생한, 위 범죄행위자들의 이 사건 범죄들에 대한 불처벌로 남은 상태라는 불평등을 제거하고 실질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이 법률조항들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법치국가원리의 내용인 법적 안정성 즉, 국민의 신뢰보호와 실질적 정의가 충돌하는 경우 그 어느 쪽을 우선시켜 입법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선택할 문제이고, 그 선택이 자의적이 아닌 한 그 입법을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법률조항이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기간은 이 사건 헌정질서파괴행위자들이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소추기관의 소추권행사가 원초적으로 불가능하였던 기간이다. 따라서 이 법률조항은 국가의 태만으로 인하여 경과한 시효기간에 대해서까지 시효의 진행을 정지시키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공소시효제도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독일, 프랑스 등 대륙법국가는 물론, 영국과 미국 등 영미법국가도 모두 중대한 범죄에 관하여는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헌법재판소 1995.1.20. 선고, 95헌마246 결정 참조) 이 사건 헌정질서파괴범죄와 같이 헌법질서에 근본적인 위협이 되는 중대한 범죄에 한정하여 진정소급효가 있는 입법으로 기본권이 아닌 공소시효의 정지를 규정한다고 하여 그 범위와 기준이 사리에 반하는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진정소급효가 있는 공소시효정지를 규정한다 하여도 범행 당시의 구성요건 그대로를 타인과 마찬가지로 적용한다는 것이므로 실질적으로도 새로운 구성요건을 규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위 범죄행위자들에 대하여 국가가 실효적으로 소추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다른 일반국민들에 대한 시효기간과 동일하게 맞춤으로써, 이 사건 범죄행위로 인하여 초래되었던 불평등을 제거하겠다는 것에 불과하여, 위 범죄행위자들을 자의적으로 차별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실질적 정의와 공평의 이념에 부합시키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3) 이 법률조항과 적법절차의 원리

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적법절차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진정소급입법에 의한 시효의 연장이 적법절차의 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적법절차라 함은 인신의 구속이나 처벌 등 형사절차만이 아니라 국가작용으로서의 모든 입법작용과 행정작용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독자적인 헌법원리의 하나로 절차가 형식적 법률로 정하여지고 그 법률에 합치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적용되는 법률의 내용에 있어서도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적정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1994.4.28. 선고, 93헌바26 결정 등 참조). 그러므로 적법절차의 원리는 자의적인 공권력이 행사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이념으로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의미의 적법절차의 원칙은 본래 영미법상의 개념으로 미국의 수정헌법에서 명문화되기 시작하였으며, 그 발달과정과 연혁은 다르지만 대체로 대륙법계 국가에서 발달한 법치국가의 원리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앞서 판단한 내용이 그대로 타당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특별법의 입법목적은 우리나라와 민족의 장래에 사욕에 의한 헌법질서파괴행위로 인한 국민들의 불행한 역사의 경험을 영구히 다시는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는 영원한 진리와 보편적이고 통상적인 정의를 담고 있는 것이어서 일시적 여론이나 일시적 정치기류에 영합하기 위한 법률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특별법의 이 법률조항은 그 자체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법률상의 권리인 공소시효 완성 후에는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을 법률적 이익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로 제한하는 것이므로 적법절차의 원리에도 반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러므로 특별법이 공소시효가 완성된 뒤에 시행된 사후적 소급입법이라고 하더라도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음은 물론, 법치국가의 원리, 평등원칙, 적법절차의 원리에도 반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나)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의 한정위헌의견

헌법은 형사실체법의 영역에서는 형벌은 바로 신체의 자유와 직결되기 때문에 적어도 범죄구성요건과 형벌에 관한 한, 어떠한 공익상의 이유도, 국가적인 이익도 개인의 신뢰보호의 요청과 법적 안정성에 우선할 수 없다 하여 절대적인 소급효의 금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소급효의 문제는 신뢰보호를 요청하는 법익이 무엇이냐에 따라 구분하여 다르게 판단되어야 하고, 신체의 자유에 대한 소급적 침해에 대한 신뢰보호의 문제는 다른 권리의 사후적 침해에 대한 신뢰보호의 문제와 같은 잣대로 판단할 수는 없다.

우리는 앞에서 비록 공소시효제도가 헌법 제12조 제1항 후단 및 제13조 제1항 전단에 정한 죄형법정주의의 직접적인 적용을 받는 영역으로 볼 수 없다 하여 절대적 소급효금지의 대상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개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기본장치로서 피의자의 처지를 대변하는 신뢰보호원칙이나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 보면, 형벌을 사후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범죄구성요건의 제정이나,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어 소추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뒤에 뒤늦게 소추가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형벌에 미치는 사실적 영향에서는 차이가 없어 실질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절차법의 존속에 대한 신뢰가 실체법의 존속에 대한 신뢰보다 헌법적으로 어느 정도 적게 보호된다 하더라도, 절차법적 지위가 경우에 따라서는 그의 의미와 중요성 때문에 실체법적 지위와 동일한 보호를 요청할 수 있고, 공소시효가 완성된 뒤에 새로이 처벌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바로 그러한 예라 할 것이다. 따라서 비록 공소시효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된 경우에 그 뒤 다시 소추할 수 있도록 법률로써 규정하는 것은 헌법 제12조 제1항 후단의 적법절차의 원칙과 제13조 제1항의 형벌불소급의 원칙 정신에 비추어 헌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헌적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법치국가원칙은 그 양대요소로서, 법적 안정성의 요청뿐 아니라 실질적 정의의 요청도 함께 포함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집권과정에서의 헌정질서의 파괴와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통하여 왜곡된 헌정질서를 민주적으로 바로잡고 정의를 회복한다는 측면에서 당연히 범법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공소시효제도 또한 입법자가 형사소추에 있어서의 범인필벌의 요청과 법적 안정성의 요청을 함께 고려하여 상충하는 양 법익을 정책적으로 조화시킨 결과이고, 이러한 공소시효규정은 시간의 경과로 인하여 발생하는 새로운 사실관계를 법적으로 존중하는 인권보장을 위한 장치로서 실질적 정의에 기여하고 있다. 법치국가는 법적 안정성과 실질적 정의와의 조화를 생명으로 하는 것이므로 서로 대립하는 법익에 대한 조화를 이루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여야 하며, 헌정질서파괴범죄를 범한 자들을 엄벌하여야 할 당위성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그것 역시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법절차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이러한 노력만이 궁극적으로 이 나라 민주법치국가의 기반을 굳건히 다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법률조항이 특별법 시행일 이전에 특별법 소정의 범죄행위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된 경우에도 적용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

4. 결론

이러한 이유로 이 법률조항은 특별법 시행당시, 공소시효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경우에는 재판관 전원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의견이고,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된 것으로 보는 경우에는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등 4명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의견이고,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 등 5명이 한정위헌의견이나 이 경우에도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에 정한 위헌결정(헌법소원의 경우도 같음)의 정족수에 이르지 못하여 합헌으로 선고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에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6.2.16.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주심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