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국회의원인 피고인이 여당의 소위 ‘미디어 관련 법안’의 상임위 직권상정 등에 항의하고 본회의 직권상정을 막기 위하여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들과 국회 본회의장 점거농성을 계속하던 중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상태에서 공무집행방해·방실침입·공용물건손상 등의 행위를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위 각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야당 국회의원인 피고인이 여당의 소위 ‘미디어 관련법안’의 상임위 직권상정 등에 항의하고 본회의 직권상정을 막기 위하여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들과 국회 본회의장 점거농성을 계속하던 중,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상태에서 국회 방호원과 경위과장을 폭행하여 이들의 국회 질서유지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고, 국회 사무총장실에 침입하여 공용물건인 보조 탁자를 부수어 손상하고 폭행하여 국회 사무총장의 국회사무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으며, 국회의장실 문 밖에서 큰 소리를 치면서 약 1시간 동안 의장실 문을 여러 차례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하여 국회의장과 원내 교섭단체 대표들의 의사일정 회의 등 입법활동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공무집행방해·방실침입·공용물건손상 등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위 각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참조판례】 대법원 2003.1.10. 선고 2000도5716 판결(공2003상, 654), 대법원 2005.10.28. 선고 2004도4731 판결, 대법원 2009.10.29. 선고 2007도3584 판결(공2009하, 2046), 대법원 2009.11.19. 선고 2009도4166 전원합의체 판결(공2009하, 2123)
【피고인】 강기갑
【검사】 박상진외 1인
【변호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윤영환 외 1인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Ⅰ.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2008. 12. 말경부터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직자들 및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등과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을 점거하고 농성하였고, 국회의장은 2008. 12. 30. 위와 같은 국회 본회의장과 로텐더 홀 점거농성이 계속되자 질서유지권을 발동하였다.
2009. 1. 5. 00:30경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유보 발표에 따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직자들은 로텐더 홀 점거농성을 자진해산 하였으나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당직자들은 로텐더 홀 점거농성을 계속하였다.
1. 피고인은 2009. 1. 5. 09:00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에서 피고인은 국회 경위과장 공소외 1로부터 민주노동당이 본회의장 문에 함부로 부착한 ‘MB악법저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제거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성명불상의 국회경위가 위 공소외 1의 지시에 따라 위 플래카드를 떼어내자, 피고인을 포함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은 플래카드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국회경위들과 몸싸움을 하였다.
위 국회경위가 플래카드를 빼앗아 국회 방호원인 공소외 2에게 전달하고, 위 공소외 2는 플래카드를 가지고 국회 본관 밖으로 나가자 피고인은 끝까지 따라가서 플래카드를 빼앗기 위해 공소외 2의 웃옷을 잡고 흔들었다.
다시 피고인은 위 로텐더 홀로 돌아와서 “야 이놈들아”라고 고함을 치면서 위 공소외 1의 멱살을 잡고 수회 흔들었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이 위 공소외 2와 공소외 1을 폭행하여 국회 방호원과 경위의 국회 질서유지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
2. 피고인은 2009. 1. 5. 09:15경 위와 같이 국회경위들이 플래카드를 떼어낸 것에 대하여 국회사무총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사무총장실로 달려갔다.
피고인은 국회사무총장실 직원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국회사무총장실 부속실을 통해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피고인은 국회사무총장 집무실에서 박계동 사무총장에게 “뭐하는 짓이야”라고 소리치고, 의자 옆에 있던 보조탁자를 힘껏 밀쳐 바닥에 쓰러뜨려 부수고, “이렇게 하면 다 되는 거야”라고 소리쳤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대형 원형탁자를 양손으로 들어 올려 뒤엎으려고 하다가 뒤엎어지지 않자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고, “어디 이따위 식으로 하고 있어”라고 소리치면서 탁자 위로 뛰어올라가 세게 발을 굴렀다.
결국 피고인은 위 박계동이 점유하는 방실인 국회사무총장실에 침입하고, 공용물건인 시가 약 50만 원 상당의 보조탁자를 부수어 손상하고, 국회사무총장실에서 위와 같이 폭행하여 국회사무총장의 국회사무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
3. 피고인은 2009. 1. 5. 20:00경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새로운 플래카드를 준비하여 본회의장 문에 부착하다가 국회경위들에게 플래카드를 다시 빼앗기자, 이를 항의하기 위하여 국회의장실로 달려갔다.
당시 국회의장실에서는 김형오 국회의장과 3당 원내 교섭단체 대표 등이 쟁점법안 및 민생법안 처리 등 향후 의사일정 관련 회의를 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국회의장실 문 밖에서 “뭣들 하는 짓이냐, 무슨 교섭단체 회의야, 빨리 문 열어, 나와, 국회의원을 개 끌듯이 끌고 가는데 무슨 회의야”라고 큰 소리를 치면서 약 1시간 동안 국회의장실 문을 여러 차례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렸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이 폭행하여 국회의장과 원내 교섭단체 대표들의 의사일정 회의 등 입법활동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
Ⅱ. 이 사건의 심리경과 및 증거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거나 부합하는 듯한 증거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거나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①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② 증인 공소외 1(국회 경위과장), 공소외 2(국회 방호원), 공소외 3(국회사무총장 비서), 공소외 4(민노당 의정지원단장), 공소외 5(국회의장 비서실장), 공소외 6(국회사무처 관리국 비품담당)의 각 일부 증언, ③ 국회사무총장 박계동과 한나라당 사무총장 안경률 명의의 각 고발장(각 2009. 1. 8.자), ④ 국회사무총장 고발대리인 겸 참고인 공소외 3, 한나라당 사무총장 고발대리인 공소외 7에 대한 각 경찰진술조서, ⑤ 공소외 1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사본, ⑥ 공소외 2, 공소외 8의 각 진술서, ⑦ 일부 동영상 자료(CD)와 사진이 있다.
2. 이 법원의 증거조사 경과
가. 이 사건은, ① 일부 동영상 자료(CD)와 신문기사 및 현장사진이 첨부된 위 각 고발장 접수 → ② 공소외 3과 공소외 7에 대한 각 경찰진술조서 작성 → ③ 관련 형사사건에서의 공소외 1의 경찰진술조서 사본 첨부 → ④ 인터넷에서 현장사진(20장) 출력 → ⑤ 신문기사와 현장사진(15장) 추가 → ⑥ 공소외 2의 진술서 제출 후, 이 법원에 기소되었다.
나. 이 법원에서는 ①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6에 대한 각 증인신문, ② 검사와 피고인이 제출한 각 동영상자료(CD)에 대한 검증, ③ 피고인신문 등이 실시되었고,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 현장에 대한 검증과 폭행의 직접 당사자로 지목된 국회사무총장과 국회의장 또는 원내교섭단체 대표나 수석부대표에 대한 증인신청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존중 등의 사유로 위 다른 증거신청으로 대체되었다.
3. 증거판단
① 위 각 고발장과 공소외 7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공소외 8의 진술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삼음에 동의를 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고, ② 그 이외의 부합증거는 증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의 각 일부 증언과 이 법원의 각 동영상(CD) 검증 결과 및 일부 사진의 영상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실과 사정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거나 그것만으로는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③ 달리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Ⅲ. 본안에 관한 판단
1. 사실관계
가.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 경과
(1) 한나라당은 2008. 12. 3.경 신문·방송간 겸영을 허용하는 내용의 신문법, 언론중재법, 방송법,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전파법,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의 디지털 전환 특별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이하 ‘미디어 관련 법안’이라 한다)을 발의한 후, 같은 달 25. 이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직권상정 하였고, 민주당은 미디어 관련 법안의 직권상정 등에 항의하고 쟁점 법안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막기 위하여 2008. 12. 26.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관, 당직자를 동원하여 국회 본회의장과 그 앞 로텐더 홀을 점거하여 농성을 시작하였다. 이에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이라 한다)은 같은 달 30. 17:00경 당 대표인 피고인을 포함한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 당직자들을 동원하여 위 농성에 합세하였다.
(2) 국회의장은 2008. 12. 30. 20:40경 국회법에 의하여 ‘국회의원, 본청 상근근무자, 출입기자 이외의 사람에 대한 국회의사당 내 출입을 제한’하는 내용의 질서유지권을 발동하였고, 같은 날 21:00경 국회대변인을 통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질서유지권이 발동되었음을 공표하였다.
(3) 국회의장은 위와 같은 내용의 질서유지권을 발동하였음에도 민주당과 민노당의 국회 본회의장과 로텐더 홀 점거농성이 계속되자 2009. 1. 3. 08:40경 국회사무총장 박계동(이하 ‘박계동’이라 한다)에게 ‘국회의원 등을 제외한 퇴거대상자에 대하여 강제적으로 퇴거조치를 하는 등 강도 높게 대처하라’고 지시하였고, 국회사무처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에 기하여 본회의장과 로텐더 홀에서의 농성해제와 현수막 등 불법 부착물의 철거를 촉구하면서 국회경위를 동원하여 2009. 1. 3. 12:50경부터 20:50까지 농성자의 강제퇴거, 현수막의 강제철거를 시도하였으나 민주당과 민노당의 저지로 집행되지 못하였다.
(4) 국회의장은 2009. 1. 4. 14:30경 ‘오늘 중 국회의원이 아닌 자는 모두 퇴거하라’는 내용의 ‘국회정상화를 위한 국회의장 성명’을 발표하였고, 같은 날 15:30경 박계동에게 ‘오늘 중 퇴거하지 않는 자에 대하여 강제퇴거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하였다.
나. 농성자의 강제해산
(1) 국회의장은 2009. 1. 4. 23:15경 ‘미디어 관련 법 등의 직권상정 유보’ 입장을 밝혔고, 이에 민주당은 ‘로텐더 홀에서의 농성을 자진해산 하되 그 절차와 시기는 지도부에 위임한다’고 발표한 후 2009. 1. 5. 01:00경 사실상 농성을 해산하였다.
(2)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농성해산에 앞서 2009. 1. 4. 23:30경 피고인에게 민주당은 본회의장 등에서 철수할 예정인데 민노당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하여 물었고, 이에 피고인은 월요일에 있을 민노당 국회의원단과 최고위원단 연석회의(이하 ‘최고위원회 회의’라 한다)를 통하여 농성해산 여부를 결정을 하여야 하므로 당장 철수할 수 없다고 하였다. 당시 민노당 국회의원은 피고인을 포함하여 5명, 최고위원은 피고인을 포함하여 9명이었는데, 피고인이 당 대표자격으로 국회의원과 최고위원을 겸하고 있어 민노당 최고위원회 회의 참석대상자는 모두 13명이었다.
(3) 한편 민노당은 민주당이 농성을 자진해산 하자 2009. 1. 5. 새벽 무렵, 민주당이 약 보름 동안 현수막을 부착하였다가 철거한 그 자리에 테이프를 이용하여 “MB 악법 저지”라는 등의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을 설치하였다.
(4) 박계동은 2009. 1. 5. 01:30경 민노당 소속 권영길 의원에게 농성해제 등에 관한 협조를 부탁하였음에 ‘농성해제 등은 당의 공식입장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안’이라는 등의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자, 같은 날 02:30경 국회 경위과장 공소외 1을 통하여 민노당에게 강제해산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경고한 후, 같은 날 02:45경 민노당 농성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국회의원을 제외한 보좌관과 당직자에게 농성현장을 떠날 것’을 요청하였고, 계속 민노당이 이에 응하지 않자 같은 날 03:15경 국회경위들을 동원하여 민노당 국회의원을 제외한 민주노동당 보좌관 18명 등을 연행하여 인근 경찰서에 인계하였다. 보좌관 강제연행 당시 박계동은 ‘국회의원들에게는 일체 손을 대지 말고, 보좌관과 당직자만 연행하라’고 지시하였다.
(5) 그 무렵 민노당은 권영길 의원 등을 통하여 박계동과 국회사무처에 당일 아침 최고위원회 회의를 통하여 농성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다.
다. 현수막의 철거와 피고인 등의 항의
(1) 피고인을 비롯한 민노당 소속 국회의원은 보좌관 18명이 연행된 후에도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 앞 로텐더 홀에 머물면서 잠을 잤고, 2009. 1. 5. 07:30경 소속 최고위원 대부분이 피고인의 농성현장에 도착하자 같은 날 08:00부터 ‘농성해제’ 등을 주요안건으로 하는 최고위원회 회의를 시작하였다. 당시 그곳에는 피고인을 비롯한 민노당 소속 국회의원 5명과 최고위원 대부분이 본회의장 출입문 앞에 돗자리를 깔고 둘러앉아 회의를 하고 있었고, 그 뒤에는 위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었다.
(2) 공소외 1은 2009. 1. 5. 08:30경 박계동에게 ‘민노당이 아직도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에 현수막을 부착하고 있다’는 보고를 하였고, 이에 박계동은 공소외 1에게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확보차원에서 위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라’는 지시를 하였다.
(3) 공소외 1은 박계동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하여 국회경위 20~30명을 데리고 현수막이 부착된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으로 가서 피고인 등에게 현수막의 자진철거를 요청하고, 현수막을 자진하여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철거하겠다는 취지를 설명하였다.
(4) 이에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공소외 1 앞으로 나서 ‘지금은 민노당 최고위원회 회의 중이다. 위 회의는 민노당의 공식기구로서 모여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공당의 정식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하였고, 공소외 1은 ‘의장님의 명령을 직접 받았고, 회의장소로는 마땅치가 않으며, 자신들은 이러한 상황을 그냥 둘 수 없다’고 하였다.
(5) 이를 지켜본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우리는 회의를 해야 하므로 여기를 떠날 수 없고, 회의는 가능한 한 빨리 정리하겠다’라고 말하였고,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그래도 현수막은 붙일 수 없고, 자신들은 명령에 의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서 피고인에게 현수막 자진철거를 요청하였다.
(6) 그러자 회의에 참석하고 있던 다른 민노당 관계자가 ‘이러면 회의가 더 늦어진다. 경위들이 피해주어야 회의를 빨리할 수 있다. 회의가 끝난 후 오라’고 말하였고, 공소외 1은 ‘의장님 명에 따라 현수막의 부착은 특별히 허용되지 않고, 회의 장소로도 마땅하지 않다’고 하였다. 이에 다른 민노당 관계들이 ‘정당의 회의장소까지 당신들이 결정하느냐, 국회의원이 직무를 수행하도록 기회를 달라. 우리는 공식적인 정당활동을 하고 있다. 회의 끝나고 와라. 회의는 길지 않을 것이다’라고 항의하였다.
(7) 다시 공소외 1은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얼마나 드릴까요? 시간을 약속해 주십시오’라고 말하였고, 회의에 참석한 민노당 관계자는 ‘회의 길지 않아요, 빨리 끝낼 테니까 회의 끝나고 오세요’라고 대답하였고, 공소외 1은 계속 ‘회의가 끝나는 시간을 약속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참석자들은 공소외 1에게 ‘당신들이 회의 시간까지 결정하느냐. 회의가 끝날 때 와라. 그렇지 않으면 공식적인 정당활동 방해로 대응하겠다’라고 항의하였다.
(8) 그 직후 공소외 1은 “예. 그렇게 하십시오”라고 말하면서 신발을 신은 채 갑자기 회의 중인 돗자리 한가운데로 들어가 오른 손으로 현수막을 뜯어냈고, 순간 국회경위들과 민노당 국회의원 및 최고위원들은 현수막을 두고 서로 뒤엉켜 몸싸움을 하면서 둘둘 말리게 된 현수막의 일부씩을 잡고, 줄다리기를 하는 형태로 빼앗고, 빼앗기지 않으려는 실랑이를 하게 되었다.
(9)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현수막 중간쯤을 양손으로 꼭 잡고 놓치지 않으려고 온갖 힘을 다하였고, 주변의 민노당 관계자들은 ‘회의를 하고 있는데 뭐하는 짓이냐, 의원의 활동을 방해하지 마라. 지금 뭐하는 거냐. 너무 하는 것 아니냐’라고 거칠게 항의하였다.
(10) 그 와중에 국회경위 중 한 사람이 칼로 현수막 한 가운데를 자르고 사라졌고, 이에 피고인 등은 두 편으로 나뉘어 계속 두 동강난 현수막을 잡고 뒤엉켜 줄다리기 형태로 현수막의 일부를 잡고 빼앗고, 빼앗기지 않으려는 실랑이를 하였다.
(11) 피고인은 두 동강난 현수막 한쪽을 잡고 국회경위들과 몸싸움과 실랑이를 계속하면서 두 손으로 온갖 힘을 다하여 반쪽 현수막이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등은 국회경위들에게 결국 반쪽 현수막을 빼앗겼고, 반쪽 현수막을 손에 넣은 국회경위 중 한 사람은 급히 계단을 뛰어 내려가 국회 방호원 공소외 2에게 이를 건네주었고, 공소외 2는 건물 밖으로 나가자마자 이를 다른 국회경위에게 건네주었다.
(12) 피고인은 몹시 흥분된 상태로 급히 반쪽 현수막을 되찾으려고 계단을 따라 현관 밖으로 공소외 2의 뒤를 쫓아가, 공소외 2가 위 현수막을 다른 국회경위에게 넘긴 사실을 모르고 공소외 2의 윗옷을 끌어당기면서 공소외 2에게 현수막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곁에 있던 다른 국회경위들이 피고인에게 ‘그 사람에게는 현수막이 없다’고 알려주었고, 그 말을 들은 피고인은 ‘현수막 어디 갔어?’라고 반문하다가 곁에 있던 국회경위들로부터 ‘현수막이 이곳에 없다’는 말을 다시 들은 후, 붙잡고 있던 공소외 2의 윗옷을 놓고 계단을 통하여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당시 피고인은 화가 나 감정이 격앙된 표정으로 두루마기를 벗어던지면서 본회의장 로텐더 홀로 돌아왔다.
(13) 피고인이 원래 현수막을 두고 실랑이를 하던 곳으로 왔을 때 그곳에서는 아직도 국회경위들과 민노당 소속 국회의원 등이 뒤엉켜 ‘공당의 최고위원회의를 방해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몸싸움과 실랑이를 하고 있었고, 바로 옆에는 공소외 1과 국회경위 4~5명이 서 있었다. 피고인은 현수막을 떼어내었던 공소외 1을 보자마자 화를 내면서 공소외 1이 있는 자리로 가서 공소외 1이 입고 있던 점퍼의 목 근처 지퍼부분을 왼손으로 잡고공소외 1에게 항의하다가 공소외 1이 ‘의원님, 차라리 죽여주세요’라고 말하자 곧바로 잡고 있던 왼손을 놓았고, 공소외 1과 함께 있던 다른 국회경위들은 피고인의 이러한 행동을 제지하였다.
라. 사무총장실에서의 피고인의 행위
(1) 피고인은 공소외 1의 옷을 놓은 후 곧바로 거친 숨을 쉬면서 뛰거나 빠른 걸음으로 사무총장실로 향하였고, 피고인의 앞뒤에는 많은 카메라 기자와 당직자 등이 피고인과 함께 사무총장실로 이동하였다.
(2) 피고인은 2009. 1. 5. 09:15경 열려진 문을 통하여 곧바로 사무총장실로 들어갔고, 박계동은 소파 중앙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다가 피고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잠시 피고인을 쳐다보다가 다시 신문으로 눈을 돌렸다.
피고인은 들어가자마자 ‘뭐하는 짓이야’라고 말하면서 대형원탁에 둘러싸인 우측 소파 근처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다가 다시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라고 말하며 순간적으로 박계동 우측 옆에 있던 보조 탁자를 오른쪽으로 넘어뜨렸고, 그 과정에서 위 보조 탁자는 카페트가 깔린 바닥에 넘어지는 충격으로 인하여 위쪽 사각모서리 중 귀퉁이 한 부분이 일부 깨졌다.
(3) 피고인은 이후 곧바로 ‘이렇게 해도 되는 거냐’라고 하면서 잠시 박계동을 쳐다본 후 대형원탁 앞으로 와서 위 원탁을 넘어뜨리려고 하다가 자신의 힘으로는 되지 않자 다시 혼잣말로 ‘이래도 되는 거야’라고 말하면서 오른손으로 위 원탁을 한 번 내리친 후, 또다시 혼잣말로 ‘어디 이따위 식으로 하고 있어, 그만큼 이야기 했으면 됐지’라고 말하며 신발을 벗고 위 원탁 위에 놓인 신문 앞쪽 대각선 방향으로 올라가 원탁 위에서 발을 1회 구르다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으며, 이에 옆에 있던 사무처 직원이 피고인의 왼손을 잡아끌면서 뒤에서 들어 내렸다.
(4) 피고인은 곧바로 위 원탁을 내려와서 다시 혼잣말로 ‘정리한다고 했는데 어디 이따위 식으로 하는 거야’라고 말한 후 사무총장실을 나왔다.
(5) 피고인이 사무총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온 전체 시간은 약 40초이다.
마. 사무총장실을 나온 후 피고인의 행위
(1) 피고인은 사무총장실을 나와 국회의장실로 이동하여 복도에서 의장실 문을 손과 발로 두드리거나 차면서 ‘의장 나와’라고 하면서 ‘의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한 후, 가부좌 자세로 복도바닥에 앉았고, 한편 피고인의 옆에는 많은 기자, 민노당 국회의원과 당직자, 비서실 직원과 국회경위가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2) 피고인은 복도바닥에 앉은 후 비로소 자신의 오른 손 가운데 손가락이 골절된 것을 알게 되었다.
(3) 피고인이 복도바닥에 앉은 무렵 민노당 당직자 중 한사람이 그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회의 끝나고 정리하겠다고 했는데 회의장에 난리를 피웠다. 매주 월요일 아침 8시에는 민노당 정례회의인 최고위원회 회의가 열린다. 최고위원회 회의는 당규에서 정례적으로 열도록 되어 있는 회의로서 당의 공식의사결정기구이다. 민노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앞에서 쇠사슬을 묶고 떠나지 않는 상태였고, 대표도 그곳에 있었다. 대표가 주재하지 않는 최고위원회의는 없다. 그래서 최고위원들이 대표가 있는 본회의장 앞으로 와서 잠시 회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회의를 마치면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당직자들은 모두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처음부터 결정하였다. 회의를 곧 마칠 테니까 회의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고 하여 회의시간은 우리가 결정하고, 회의를 마치면 우리는 간다고 했었다’라고 현수막 철거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였다.
(4) 국회의장 비서실장 공소외 5는 피고인을 비서실로 안내하면서 ‘지금 국회의장이 안에 없다. 국회의장이 들어오면 만나도록 주선하겠다. 나중에 연락하겠다’라고 피고인을 설득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그곳을 나와 병원에서 손가락의 치료를 받은 후 로텐더 홀로 돌아왔다.
바. 현수막 재부착 시도와 이정희 의원의 실신
(1) 민노당 소속 이정희 의원은 2009. 1. 5. 20:00경 당초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던 곳에 새로운 현수막을 부착하려고 하다가 공소외 1의 지시를 받은 국회경위에 의하여 제지되었고, 다시 현수막을 빼앗으려는 국회경위들과 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이정희 의원 간에 현수막을 잡고 실랑이를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정희 의원은 국회경위들에 의하여 현수막과 함께 본회의장 로텐더 홀에서부터 시작하여 약 30개의 계단을 통하여 본청 현관문까지 약 15m 정도 끌려갔다가 본청 현관문에서 실신하여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2) 피고인은 그 무렵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로텐더 홀로 돌아온 상태에서 이정희 의원과 국회경위들 사이의 실랑이, 이정희 의원의 실신과정을 직접 목격하였다.
사. 국회의장실 문 밖에서의 피고인의 행위 등
(1) 피고인은 이러한 상황을 목격한 후, 2009. 1. 5. 20:00경 다시 국회의장실로 찾아갔으나 국회경위 등에 의하여 국회의장실 출입과 국회의장의 면담이 제지되었다.
(2) 당시 국회의장은 집무실에서 공소외 5의 참석 아래,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3당의 원내대표 및 수석부대표와 향후 국회 의사일정 등에 관하여 협의를 하고 있었다.
(3) 피고인은 국회의장실 출입이 제지되고 국회의장의 면담이 거절된 데다가 국회의장이 원내 비교섭단체인 민노당을 배제한 채 국회 의사일정을 협의하고 있는 것 등에 화가 나, 국회의장 집무실(302호) 앞에서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라고 소리치면서 발로 출입문을 2차례 차다가 국회경위에 의하여 제지되자 ‘뭣들 하는 짓이야’라고 소리치면서 국회의장 비서실(303호)로 이동한 후, ‘교섭단체는 무슨 교섭단체야’, ‘국회의원이 개 끌려가듯이 끌려가는데 무슨 교섭단체 회의야’라고 소리치면서 비서실 출입문을 가로막고 있는 국회경위 두 사람 사이로 왼손을 들어 출입문을 1회 치고, 다시 ‘뭐하는 짓이야’라고 소리치면서 위 국회경위들 발 사이로 오른 발을 이용하여 출입문을 1회 찬 다음, 바로 옆 출입문(301호로서 어느 방 출입문인지 불분명하다)으로 이동하여 ‘의원이 개 끌려가듯이 끌려가는데 무슨 회의야’라고 소리치면서 국회경위들 발 사이로 출입문을 2회 발로 차고, 다시 ‘이래 가지고 회의 할 거야’라고 소리치면서 출입문을 발로 1회 찼다.
(4) 한편, 국회의장실은 의장집무실(302호), 의장비서실(303호), 정무비서실(304호)로 구성되어 있고, 복도에서 국회의장실로 들어가는 출입문은 약 7개이며, 출입문은 두께 약 4.5㎝ 목재 문으로 설치되어 있고, 집무실 중 탁자가 놓인 자리와 가장 가까운 출입문까지의 거리는 약 3m 정도이다.
(5) 피고인은 국회의장실에 도착하여 위와 같이 소리를 지르고, 이곳저곳 출입문을 손으로 두드리거나 발로 찼는데, 의장집무실에 대해서는 약 5~10분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손으로 두드리거나 발로 차면서 소리를 질렀고, 피고인이 국회의장실 문 밖에서 있었던 시간은 약 1시간이다.
(6) 국회의장과 3당 원내 교섭단체 대표 등의 회의는 피고인의 행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마무리되었다.
아. 민노당의 농성 자진해산
민노당은 2009. 1. 6. 원내 교섭단체인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3당이 ‘쟁점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합의처리 하도록 노력한다’고 합의를 하자, 같은 날 13:30경 ‘원내 교섭단체 대표합의를 존중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후 로텐더 홀 농성을 자진해산하였다.
[인정 증거] 피고인의 법정 진술, 증인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의 각 일부 증언, 각 동영상 자료(CD) 검증결과, 일부 사진의 영상
2. 공소사실 제1항에 대한 판단(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부분)
가. 현수막 철거가 적법한 요건과 절차에 따른 것인지 여부
(1) 형법 제136조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의 폭행이라 함은 공무원에 대한 직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도 포함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무집행방해죄의 보호법익이 공무원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행하여지는 국가 또는 공공기관의 기능을 보호하고자 하는 데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고, 여기에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함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적법성이 결여된 직무행위를 하는 공무원에게 대항하여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416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4도4731 판결 참조).
(2) 국회의장의 질서유지에 관한 권한
(가) 국회법
1) 관련 규정
별지 ‘관련 규정’ 기재와 같다.
2) 질서유지에 관한 권한의 의의
국회는 질서유지에 관하여 국회법에 따라서 국회 안에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내부경찰권과 의원가택권(議院家宅權)을 가진다.
내부경찰권이라 함은 국회 안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의원, 방청인, 기타 국회 안에 있는 모든 자에 대하여 일정한 사항을 명령하거나 이를 실력으로써 직접 강제하는 권한을 말한다. 여기에서 내부경찰권이 미치는 범위는 국회의사당은 물론 의원회관,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헌정기념관, 의장공관 등도 국회의 의정활동을 위한 질서 유지가 필요한 경우에는 포함된다.
의원가택권은 법률에 달리 규정이 없는 한 회기에 상관없이 국회의 의사에 반하여 타인이 국회 안에 침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또한 국회 안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을 국회의 질서에 따르게 하며, 필요한 때에는 퇴장을 요구할 수 있는 국회의장의 권한으로서, 아래에서 살펴보는 경호권과는 성질이 다른 청사관리에 따른 부수적인 국회의장의 권한이다.
질서유지권이란 이러한 개념을 포괄하는 것으로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에 관하여 국회법 제143조(경호권)와 제145조(질서유지권)를 비롯하여 제144조, 제149조 내지 제154조, 제156조, 제163조에서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3) 경호권과 질서유지권의 행사 요건과 절차
국회법 제143조의 경호권은 국회의장이 그 발동을 위해서는 국회법 제144조 제2항에 따라 사전에 국회운영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한 국회법 제145조의 질서유지권은 회의체 기구인 국회 회의의 질서유지를 위한 것으로 국회의장과 의원 간, 위원회 위원장과 의원 간에 회의장에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질서, 즉 의원의 금지사항과 위반시 국회의장과 위원장이 취할 조치를 제시하는 것인데, 조문의 규정내용 등에 비추어 장소적으로는 회의장이나 그 인접 지역으로 제한되고, 시간적으로는 회의 중 회의장의 질서를 문란하게 한 때, 즉 사후적 질서유지로 제한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회의장 이외의 장소를 대상으로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거나 본회의 등이 개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래 소란행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개연성만으로 사전에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는 것은 질서유지권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할 것이다.
(나) 국회청사관리규정
1) 관련 규정
별지 ‘관련 규정’ 기재와 같다.
2) 국회청사관리규정에 따른 강제처분
국회청사관리규정은 청사관리에 따른 부수적인 권리인 국회의장의 의원가택권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한 행정규칙으로서 국회 내부에서만 적용된다.
국회청사관리규정은 제3조에서 ‘청사출입의 통제 등’에 관한 사항을, 제5조에서 ‘금지행위’에 관한 사항을 각 규정하고 있고, 제6조에서 ‘위반행위에 대하여 국회의장이 취할 수 있는 강제조치’와 ‘의장 사고시에만 국회사무총장이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3) 현수막 철거의 근거
(가) 국회의장의 경호권에 기한 것인지 여부
국회경위들의 현수막 철거가 경호권에 기한 것이라거나 국회의장이 국회운영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경호권을 발동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현수막 철거는 경호권에 기한 것이라거나 적법한 경호권에 기한 공무집행이라 할 수 없다.
(나) 청사관리규정에 기한 것인지 여부
국회의장의 질서유지에 관한 권한에 자율권의 하나인 의원가택권이 포함되어 있고, 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 청사관리규정이며, 증인 공소외 1의 증언에 의하면 공소외 1은 당시 국회사무총장으로부터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확보차원에서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지시를 받고 현수막을 철거하기 위하여 현장에 도착하여 그와 같은 취지를 설명한 후 현수막을 철거하였다는 것이므로, 국회경위들의 현수막 철거가 국회의장의 의원가택권 내지 청사관리규정에 의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으나, 위 인정 사실과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즉 ① 국회사무총장 명의로 제출된 고발장의 기재에 의하면, 국회의장은 국회법 제145조에 의하여 질서유지권을 발동하였고, 그에 따라 제1의 가.항과 같은 질서유지권의 공표, 사무총장에 대한 지시, 국회정상화를 위한 국회의장 성명 발표를 한 후, 농성해제와 현수막 철거를 요구하다가 국회경위들에게 농성자의 강제해산과 현수막 철거를 지시하였으며, 그 지시에 기하여 국회경위들이 현수막 철거 등을 하였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점(증거기록 제5면, 제6면 참조), ②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것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미디어 관련 법안’ 등의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을 위한 것으로 본회의 표결을 위한 회의공간인 본회의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던 점, ③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민노당이 2008. 12. 26.부터 같은 달 30. 17:00경 사이에 국회 본회의장과 그 앞 로텐더 홀을 점거농성하자, 곧바로 같은 달 30. 20:40경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후 국회대변인을 통하여 이를 공표하였는바, 의원가택권 내지 국회청사관리규정에 의한 강제처분은 별도의 발표나 회의개최 여부와 상관없이 일상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국회의장의 권한이고, 국회의장이 발동·공표한 질서유지권의 주된 내용이 본회장과 그 앞에서 농성 중인 민주당과 민노당 소속 당직자(국회의원 제외)에 대한 국회의사당 내 출입제한이나 퇴거조치였던 점, ④ 현수막 철거와 같이 강제력이 수반되는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그 근거 등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인데, 당시 공소외 1은 현수막 철거과정에서 피고인 등에게 의원가택권 내지 청사관리규정을 근거로 제시하거나 그에 관한 어떠한 설명도 한 바가 없는 점, ⑤ 현수막 철거 근거로서의 의원가택권 내지 국회청사관리규정에 관한 주장은 이 사건 공판과정에서 비로소 처음 제기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현수막 철거가 의원가택권 내지 청사관리규정에 기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에 기한 것인지 여부
위 (나)항에서 살펴본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볼 때, 국회의장이 발동한 질서유지권은 국회법 제145조가 규정하고 있는 질서유지권에 기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질서유지권은 국회경위들이 민노당이 부착한 현수막을 철거하기에 앞서 이미 발동된 상태에 있어 공소외 1은 이에 기하여 현수막을 철거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현수막을 철거는 국회법 제145조에 기한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에 기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4) 현수막 철거의 적법성
국회법 제145조의 질서유지권은 국회의장과 의원 간, 위원회 위원장과 의원 간에 회의장에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질서를 규정한 것인데, 2009. 1. 5.경을 전후하여 질서유지권 행사의 전제가 되는 국회 본회의가 열린 적이 있거나 급박한 시점에 열릴 것으로 예정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유보 입장표명과 3당 합의에 따라 인접한 시점에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없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국회 본회의 개최와 무관하게 발동된 국회의장의 위 질서유지권과 그에 기한 현수막 철거는 국회법 제145조가 정한 시간적 제한을 벗어나고 있어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위 질서유지권에 기하여 위 장소에서 현수막 철거 등의 행위를 하거나 강제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는 별론으로 한다).
(5)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 여부
따라서 철거된 반쪽 현수막을 되찾기 위하여 공소외 2를 뒤따라가 그의 윗옷을 끌어당기면서 현수막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곧바로 현수막 철거현장에 돌아와 공소외 1의 점퍼 목 근처 지퍼부분을 왼손으로 잡은 피고인의 행위는 적법한 공무수행을 전제로 하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현수막 철거행위의 상당성 여부
또한 공소외 2와 공소외 1의 공무수행이 적법한 국회의장의 ‘질서유지에 관한 권한’에 기한 것이라 하더라도, 위 인정 사실과 위 인정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즉 ① 국회 의사일정과 관련하여 국회의장은 전날 미디어 관련 법안 직권상정 보류 입장을 밝힌 상태라서 국회가 대치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있었던 점, ② 그에 따라 민주당은 국회농성을 자진해산 하였고, 민노당은 최고위원회 회의를 개최하여 농성철회 여부를 논의하기로 한 점, ③ 한편 민노당은 평소 매주 월요일 아침 8:00경 국회 본회의장이 있는 본청 건물 2층의 의정지원단에서 정례 최고위원회 회의를 개최하였으나, 제17대 국회 때 본회의장 앞에서 이라크 파병이나 쌀 개방 반대시위를 할 당시 이 사건 현수막 설치 장소 근처 중앙 홀에 현수막을 부착하고 농성을 하며 최고위원회 회의를 하는 등 상황에 따라 다른 장소에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하였던 점, ④ 그에 따라 민노당은 월요일 정례 최고위원회 회의를 당 대표가 있는 곳에서 하기로 하여 아침 8:00경 위 로텐더 홀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고, 피고인과 이정희 의원 등은 그와 같은 회의개최 경과와 성격 및 내용을 여러 차례에 걸쳐 공소외 1에게 충분히 설명한 점, ⑤ 공소외 1은 피고인을 비롯한 회의참석자들과 언쟁을 하던 중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얼마나 드릴까요? 시간을 약속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하였다가 피고인 등으로부터 ‘가능한 회의를 빨리 마치겠다, 회의는 길지 않을 것이다. 회의가 끝나면 오라’는 답변과 함께 ‘회의를 계속 방해하면 공식적인 정당활동 방해로 대응하겠다’는 말을 듣게 되자 ‘그렇게 하라’고 하면서 갑자기 최고위원회 회의 장소 중간에 신발을 신은 채로 들어가 현수막을 철거한 점, ⑥ 당시 현수막 철거가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고, 최근 17대 국회 이래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여러 차례에 걸쳐 국회 본회의장 내부와 로텐더 홀 등에 현수막을 부착한 적이 있으나 강제로 철거된 적은 없었던 점(증인 공소외 1의 증언 참조), ⑦ 위 현수막 철거로 민노당 최고위원회 회의는 방해 내지 무산되었고, 그곳이 몸싸움 장소로 변해버린 점, ⑧ 당시 현수막 철거를 통한 청사관리의 필요성과 그로 인하여 침해되거나 그 과정에서 보호되었어야 할 정당활동의 내용에 관한 비교형량결과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위 현수막 철거에 관한 공소외 1 등의 공무수행은 그 시기와 절차 및 방법에 있어서 현저히 비례성의 원칙을 벗어나 상당성을 결여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공소외 1을 비롯한 국회경위들의 공무수행은 이 점에서도 적법한 공무수행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적법한 공무수행을 전제로 하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다. 피고인의 행위가 폭행에 해당하는지 여부
나아가 위 인정 사실과 위 인정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① 공소외 2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자신의 윗옷을 잠시 끌어당기기는 하였으나 자신이 달려 나가자 피고인이 자연스럽게 웃옷을 놓게 되었고, 피고인으로부터 위협이나 봉변을 당한다는 느낌이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② 공소외 1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자신의 상의 윗부분을 잡기는 하였으나 그 시간이 잠시였고, 그 정도가 세지 않았으며, 피고인의 행위는 순간 화가 나 항의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한 것일 뿐 증인에게 신체적 위해를 가하려고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③ 피고인의 위 행위는 모두 공소외 1의 갑작스러운 현수막 철거 직후 순간적으로 일어났고, 현수막을 되찾으려는 것이거나 그 철거에 항의하는 것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의 공소외 2와 공소외 1에 대한 위 행위는 국회경위 등의 행위에 화가 나 순간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혼자 한 감정의 표현에 불과하거나 국회경위 등에게 항의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고, 공소외 2나 공소외 1에 대하여 어떠한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공소외 2와 공소외 1에 대한 폭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라.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
3. 공소사실 제2항에 대한 판단(국회사무총장실 부분)
가. 방실침입죄 부분
위 인정 사실과 위 인정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즉 ① 국회사무총장실은 일반적으로나 당시 정치적 상황에서나 직무협의를 위하여 국회의원의 출입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공간이고, 복도에서 사무총장실로 들어가는 문은 그 부속실뿐만 아니라 사무총장실도 항상 열려져 있었으며, 당시에도 열려져 있었던 점(공소외 3의 진술 참조), ② 국회사무총장은 국회의원과 정당의 업무를 지원하고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국회사무처의 사무를 통할하는 공무원이고(국회법 제21조, 국회사무처법 제2조, 제4조), 피고인은 국회의원 겸 정당 대표자로서 국회사무총장은 피고인이나 민노당의 활동을 지원하는 직무도 수행하고 있어, 상호 업무 협조나 협의를 위하여 수시로 만나거나 만날 수 있는 지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서로의 직무 중 하나이고, 나아가 피고인은 박계동과 오랜 친분관계에 있어 국회사무총장실의 출입이 보다 자유로운 상황에 있었던 점, ③ 피고인은 박계동의 지휘·감독을 받는 국회경위들에 의하여 새벽에 소속 보좌관들이 연행되고, 당의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기 위하여 본회의장 출입문에 게시한 현수막이 부적법하게 강제로 철거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국회경위들과 심한 몸싸움을 하면서 이를 되찾으려고 하였으나 되찾지 못하고, 결국 국회경위들의 부적법한 공무수행으로 최고위원회 회의까지 방해 내지 무산되자, 개인적인 지위에서가 아니라 정당의 대표자로서 국회경위들의 지휘·감독에 관한 최고책임자인 박계동에게 항의하고, 그 경위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향후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거나 소속 정당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하여 박계동을 찾아간 것으로 보이는바, 당시 이러한 목적으로 국회사무총장실에 들어간 것은 국회사무처의 업무내용, 국회사무총장의 지위, 국회사무총장과 국회의원 내지 정당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허용되어야 하고, 박계동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허용하여 피고인과 면담 후 출입의 목적이 타당하지 않을 경우 퇴거를 요구하는 등 출입을 제지하는 것이 당시 수행할 직무 중 하나일 것인 점(박계동이 직무상 피고인의 면담을 거절하고 출입을 제지할 특별한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 ④ 그런데 피고인이 부속실을 거쳐 국회사무총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까지 어느 누구도 피고인을 제지하거나 피고인과 실랑이를 한 적이 없고, 피고인에게 퇴거요구를 하지 않았던 점(증인 공소외 3의 증언 참조), ⑤ 피고인이 국회사무총장실을 들어갈 당시 피고인 이외에도 많은 취재기자 등이 동행하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이 국회경위들의 부적법한 직무수행에 항의하기 위하여 열린 문을 통하여 들어간 것은 박계동의 묵시적 승낙에 의한 것이거나 위에서 본 여러 사정 등에 비추어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
나. 공용물 손상 부분
(1) 위 인정 사실과 위 인정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위 가.항의 ③에서 살펴본 사유로 인하여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할 정도로 격앙된 상태에 있었고, 그와 같은 상태에서 박계동에게 위와 같은 국회경위들의 부당한 행위를 항의하기 위하여 사무총장실에 들어간 점, ② 피고인은 사무총장실로 들어가자마자 ‘뭐하는 짓이야’라고 말하면서 박계동 근처로 걸어가다가 다시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라고 말하는 동시에 박계동이 앉아 있는 소파와 그 옆 소파 사이에 있는 보조 탁자를 순간적으로 넘어뜨리며 박계동에게 국회경위들의 행위에 대하여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점, ③ 피고인이 사무총장실에서 한 행위는 모두 박계동에게 항의하는 동일한 의사 아래 이루어지고 있는 점, ④ 한편 이 사건 공소사실 중에는 피고인이 박계동에게 한 행위로 인한 공무집행방해의 점에 포함되어 있고, 공무집행방해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그 수단으로 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위 행위는 항의의 의사표시라는 동일한 범의 아래 박계동에게 한 일련의 행위 중 하나로서 폭행 또는 협박의 한 수단이거나 그에 수반하는 행위에 불과하여 박계동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의 점과 법조경합관계에 있을 뿐, 위 행위가 일반적인 범위를 넘어서 고유한 불법내용을 가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한다.
(2) 나아가 앞서 본 사정에 더하여, 피고인은 당일 자신이 한 일련의 행위에 대하여는 이를 자세히 기억하면서도 유독 위 보조 탁자를 쓰러뜨린 사실에 대해서는 그 인식이 없거나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변소하고 있는데, 위와 같이 당시 피고인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할 정도로 극도의 흥분상태에 있었던 데다가 많은 취재기자가 피고인의 앞뒤를 따라 취재하는 등 그곳이 매우 어수선한 상황에 있어, 당시의 정황이 피고인의 위 변소를 뒷받침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위 보조 탁자를 쓰러뜨려 그 효용을 해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도 보기 어려우므로, 이 점에서도 이 부분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
다. 국회사무총장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부분
(1) 신문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공무수행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가) 형벌법규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 등에 비추어 공무원이 본래의 직무를 수행하는 이외에 근무 중 신문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공무집행방해죄의 보호법익으로서의 공무수행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본래의 직무수행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 등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 할 것이고, 고위공무원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다만 공보관이나 대변인 등 언론 관련 직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자신이 소속된 기관의 직무에 관하여 신문을 보는 것은 어느 정도 넓게 인정될 여지가 있다.
또한 공무원이 직무수행에 착수하기 직전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는 근무 중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신문을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직무수행의 현실적 필요성이 생겼을 경우에는 곧바로 직무에 복귀하여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고 계속 휴식을 취하고 있다면 그 공무원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있다고 하여 이를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점심시간에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개인적인 자리에서 점심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 또는 근무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잠시 개인적인 일을 보는 것이 공무수행에 해당하지 않음은 당연하다.
(나) 국회사무총장은 국회의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국회 및 국회의원의 입법·예산결산심사 등의 활동을 지원하고,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사무'를 통할하는 공무원으로서 그 직무의 영역이 위 사무에 특정 내지 한정된다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은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국회사무총장의 본래의 직무라 할 것이므로(국회법 제21조 제4항, 국회사무처법 제2조, 제4조 제1항), 국회사무총장 역시 본래의 직무에 나아가 근무 중 신문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행위가 직무수행의 범주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제한적 범위 내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
(2) 국회사무총장의 공무수행을 방해하였는지 여부
(가) 인정사실
증인 공소외 3, 공소외 4의 각 증언, 이 법원의 동영상(CD) 검증결과, 일부 사진의 영상(증거기록 제12면~제18면, 제102면, 제103면, 제105면, 제107면~제109면)에 의하면, ① 국회사무총장 비서실 직원은 매일 신문을 먼저 본 후 국회사무총장의 직무와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하여 박계동에게 제공하여 온 사실, ② 박계동은 2009. 1. 5. 08:30분경 출근하여 경위과장 공소외 1에게 현수막 철거를 지시하고, 비서실 직원이 사전에 스크랩하여 책상에 놓은 신문기사를 모두 본 후, 같은 날 09:15경 피고인이 들어올 당시 소파 중앙에 앉아 신문을 펼쳐 보고 있었던 사실, ③ 박계동은 피고인이 들어오자 잠시 신문에서 눈을 떼어 피고인을 쳐다보다가 곧바로 신문으로 눈을 돌려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신문을 보았고, 피고인이 나갈 때까지 피고인을 외면하며 아무런 응대도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한편 국회사무처는 사무총장, 차장, 의장비서실, 대변인 등의 기관으로 구성되어 있고, 국회활동의 대외공표, 언론기관의 취재 및 보도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사무총장과 별도의 기관인 대변인을 두고 있으며, 대변인은 의장의 명을 받아 업무를 관장하며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한다(국회사무처법 제4조~ 제6조, 제6조의2 참조).
(나) 판단
1)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비서실 직원은 매일 배달되어 온 신문 중에서 국회사무총장의 업무와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하여 제공하여 왔고, 국회활동의 대외공표, 언론기관의 취재 및 보도에 관한 업무는 국회대변인이 국회의장의 명을 받아 수행하고 있으므로, 박계동으로서는 그 직무와 관련하여 반드시 필요한 내용에 관해서는 스크랩된 신문기사를 통하여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이고, 또한 피고인이 들어올 무렵 박계동은 스크랩된 신문기사를 본 후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으면서 국회경위들의 부당한 행위에 대하여 항의하러 온 피고인이 나갈 때까지 아무런 응대 없이 계속 소파에 앉아 계속 신문을 보는 등 피고인을 외면하였는바, 그렇다면 박계동은 피고인이 들어와서 나갈 무렵까지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의 보호법익인 공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위 행위로 인하여 박계동의 신문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을 방해한 이외에 적법한 공무수행을 방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 나아가 공무원이 본래의 직무를 수행하는 이외에 신문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행위가 직무에 포함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행위가 그 직무와 관련하여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서 직무의 일환이었다는 점은 검사가 입증하여야 할 것인데, 박계동이 당시 직무와 관련하여 반드시 필요한 신문기사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였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입증이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적법한 공무수행 중임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더 살필 필요 없이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
4. 공소사실 제3항에 대한 판단(국회의장 등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가. 음향에 의한 폭행
공무집행방해죄에서의 폭행이라 함은 공무원에 대한 직·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를 말하는 것으로, 음향으로 상대방의 청각기관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여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도 의사전달수단으로서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상대방에게 고통을 줄 의도로 음향을 이용하였다면 그 행위는 폭행에 해당될 수 있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7도3584 판결 참조).
그러므로 원내 교섭단체를 성하지 못한 소수정당의 대표로서 피고인이 새벽부터 밤까지 있었던 민노당에 대한 국회사무처의 대응 내지 조치에 항의하고, 당의 입장을 전달하거나 향후 대책을 요구할 목적 등으로 국회의장에게 면담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거나 제지하는 것에 항의하여 일시적으로 상당한 소음이 발생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를 공무집행방해죄에서의 음향으로 인한 폭행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그와 같은 의사전달수단으로서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 국회의장 등에게 고통을 줄 의도로 음향을 이용하였다면 이를 폭행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나. 판단
피고인이 당일 20:00경 국회의장실에 도착하여 국회의장을 면담하려고 하다가 면담이 거절 또는 제지되자 화가 나 국회의장실에 있는 출입문 중 여러 곳을 이동하면서 제지하거나 가로막고 서 있는 국회경위들 사이로 제1의 사.항과 같이 출입문을 손으로 두드리거나 발로 차면서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뭣들 하는 짓이야, 국회의원이 개 끌려가듯이 끌려가는데 무슨 교섭단체 회의야, 뭐하는 짓이야, 이래 가지고 회의 할 거야, 나와’라고 소리를 지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위 인정 사실과 인정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당일 새벽부터 아침까지의 국회사무처나 국회경위들의 민노당에 대한 조치에 항의하기 위하여 오전에 국회의장실을 들렀다가 국회의장을 만나지 못하고 공소외 5로부터 국회의장이 들어오면 연락하여 면담을 주선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상태라 그 약속의 이행을 요구하고, 당일 저녁 20:00경 이정희 의원의 실신과정을 지켜본 직후 이정희 의원에 대한 국회경위들의 지나친 행위를 항의하기 위하여 국회의장을 찾아갔다가 국회의장 면담이 거절되고 국회의장실 출입이 저지되자 그 과정에서 위와 같은 소음을 야기한 점, ② 피고인이 국회의장실 근처에서 약 1시간 정도 머물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은 국회의장과 3당 원내 교섭단체 대표 등이 어느 방 또는 어느 곳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였고, 문을 가로막고 서 있는 국회경위들 사이로 간헐적으로 국회경위들의 제지를 물리치고 손과 발을 이용하여 목재 출입문 이곳저곳을 손과 발을 이용하거나 위와 같이 소리를 질러 소음을 야기한 점, ③ 피고인이 한 말의 내용을 보아도 국회의장이나 3당 원내대표들에게 어떠한 욕설을 하거나 그들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내용은 없고, 대부분 국회경위 등의 행위 등에 대하여 항의하는 내용인 점, ④ 피고인이 국회의장 등이 회의 중인 의장집무실에서 약 3m의 근접한 거리에서 소음을 야기하기는 하였으나, 출입문이 두께 약 4.5m의 목재 문이고 피고인이 의장집무실 문 앞에서 지속적으로 소음을 야기한 것이 아니라 5~10분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소음을 야기한 점, 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공소외 5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당시 복도에서 간헐적으로 쿵쾅거리는 소리가 나서 피고인이 밖에 와 있고, 문에 발길질을 하지 않나 하고 추측을 하였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었고, 피고인이 항의하는 뜻으로 뭐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당시 참석자들은 워낙 민감한 법안을 논의하는 중이라 예민한 상태에 있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심적 부담감을 느끼기는 하였으나 회의는 계속 진행되어 정상적으로 마무리되었으며, 피고인의 행위가 회의진행에 신경이 쓰일 정도이기는 하였으나 그로 인하여 참석자들이 신체적인 두려움이나 정서적인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⑥ 당시 피고인의 주변에는 비서실 직원과 국회경위들이 출입문을 가로막고 서서 피고인의 행위를 제지하거나 접근을 막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국회의장 등에 대한 항의전달수단으로서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서 국회의장 등에게 고통을 줄 의도로 음향을 이용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한편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위력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는 폭행, 협박에 이른 경우만을 그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을 뿐 이에 이르지 아니한 위력 등에 의한 경우를 그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지 않고 있다(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416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국회의장과 3당 원내 교섭단체 대표 등에 대한 폭행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
5. 그렇다면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