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8

검찰이 18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주장한 `PD수첩'의 문제점은 오역이나 번역 생략, 객관적 사실의 변형ㆍ생략ㆍ선택, 무리한 단정, 화면편집 등을 통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 왜곡ㆍ과장 등으로 압축된다.

검찰은 우선 제작진이 방송 첫 부분에 삽입된 `다우너 소(주저앉은 소)'의 영상이 실제로는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학대를 고발할 목적으로 촬영한 것임에도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큰 것처럼 비치게 했다고 봤다.



PD수첩'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서울중앙지검 정병두 1차장 검사가 1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지난해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09.6.18


이 단체 소속 마이클 그래거 씨가 이 장면에 대해 `젖소(diary cows)'라고 말하는 부분에 `심지어 이런 소'라고 오역하고 방송에 출연한 송일준 PD가 `아까 광우병 걸린 소'라고 언급하는 식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에 관해 인간광우병(vCJD)으로 사망했거나,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방송한 것도 취재 내용을 왜곡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녀의 어머니 로빈 빈슨은 `MRI검사 결과 딸이 CJD(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고 방송 전에 작성된 번역본이나 의뢰서에도 CJD로 표기돼 있었는데 자막을 달면서 `vCJD(인간광우병)'로 바꾸어 표기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로빈 빈슨이 `딸이 걸렸을지도 모르는(my daughter could possibly have)라는 부분은 `딸이 걸렸던'이라고 자막 처리하고 미국 WAVY TV방송을 인용하면서 `의사들이 아레사가 vCJD에 걸렸는지 의심한다'는 대목을 `∼걸렸다고 한다'로 바꾸는 등 사인(死因)을 인간광우병으로 단정했다고 평가했다.

검찰은 미국 보건 당국자와의 `몰래' 인터뷰 내용에 `인간광우병'이라는 자막을 임의로 삽입하거나 `포츠머스 여성 질병에 관한 조사'를 `vCJD 사망자 조사'로 바꾸는 등 의도적인 10차례의 오역이나 번역 생략이 이뤄졌다고 집계했다.

한국인의 94%가 MM형 유전자를 가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하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고 프로그램에서 밝혔지만 `유전자형만으로 발병위험이 커지거나 작아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재 내용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PD수첩'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서울중앙지검 정병두 1차장 검사가 1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지난해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09.6.18 


아레사 빈슨의 주치의가 인간 광우병 의심진단을 내린 구체적 근거가 없음에도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내렸던 의사를 만났다'는 해설을 삽입하거나 그녀가 위 절제 수술을 받고 지속적으로 건강이 악화한 사실을 생략하는 등 사실 왜곡이나 생략도 문제 삼았다.

이 밖에 협상체결로 30개월령 미만 쇠고기의 특정위험물질(SRM) 5가지가 수입된다는 부분과 협상 전에 가축방역협의회를 열게 돼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발언, 협상 대표 등이 쇠고기 수입의 위험성을 몰랐거나 고의로 은폐ㆍ축소했다는 지적 역시 허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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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수사결과>'강제수사' 효력 발휘했나
 


검찰이 MBC PD수첩의 편파보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종결한 가운데 결과를 놓고 강제수사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현준)는 18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제작진 가운데 조능희 CP(책임프로듀서), 송일준·김보슬·이춘근PD, 김은희 작가 등 5명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내용을 살펴보면 적어도 외형적으로 제작진 5명에 대한 혐의를 구체화해 기소를 이뤄낸 점, 1년여를 끌어온 수사를 마무리지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강제수사를 통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지난 3월 실시한 이메일 압수수색을 통해 방송제작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은 지지부진하던 수사에 전환점이 됐다. 당시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해당 방송의 편집구성안, 스튜디오 대본, 자막의뢰서, 인터뷰 대상자 전원의 번역본 및 녹취서 등 방송자료 1640여 페이지를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압수물에는 방송 당일 수시간 전까지 제대로 번역돼 있던 부분이 실제 방송의 번역 자막에서 오역된 사실이 남아있었으며, 압수된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에서는 '총선 직후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라서 PD수첩 제작에 몰입했다'는 취지의 내용도 발견됐다. 

검찰은 이같은 압수물이 제작진의 고의적 왜곡 행위를 밝혀줄 핵심 증거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통상 언론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부담감을 가지는 점을 고려했을 때 2번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연이어 제작진을 체포한 것은 이례적일 뿐 아니라 과감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검찰 출신 A변호사는 "검찰이 강제수사 진행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비판여론에도 결과 도출을 위해 흔들리지 않고 수사를 진행, 검찰의 해묵은 과제를 정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강제수사가 검찰의 '상명하복(上命下服)' 문화를 거스르면서 진행됐던 점을 감안할 때 내·외부적으로 적지 않은 상처만 남겼을 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재경지검의 모 검사는 "전임 수사팀 비판을 발판삼아 강제수사를 진행한 점에 비춰볼 때 수사결과가 실망스럽다"며 "이 정도 선에서 검찰 내부의 상처가 치유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 수사팀은 수사 초기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수사가 아니다"며 전 수사팀을 수사방식을 부정하며 향후 진행될 강제수사에 대한 명분을 확보한 바 있다.

길었던 수사 기간만큼이나 결과 발표에 대해 평가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다만 강제수사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 이상 검찰은 이번 수사결과 발표가 '검찰불신'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분간 여론의 예후를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