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30
박세일 "독일도 패전 뒤 교수 등용... 불가피한 선택"
시각장애인 8번 배정 등 비례대표 공천 44명 확정
당 사무처 당직자, 직무 거부 움직임
30일,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심사 결과 '외부인사 중용, 내부인사 홀대' 현상이 두드러지자 일부 사무처 당직자들이 직무를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후유증을 보이고 있다.
당 대변인실 당직자들은 이날 오후 비례대표 공천자 명단이 발표되자, 배용수 수석부대변인 등 당내 인사들이 당선 안정권 밖으로 밀려난 것에 반발, 직무를 중단하고 퇴근했다. 이로 인해 31일 예정된 박근혜 대표의 지방 순회 일정 등이 발표되지 않는 등 당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날 사무총장직을 사퇴한 이상득 공동선대본부장도 겉으로는 지역구 문제를 사퇴 이유로 내세웠지만 속내는 이 같은 당내 반발과 맥을 같이 한다. 이 총장은 당내 인사가 비례대표 뒷순위로 밀려난 것과 관련 "당료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은 내 책임"이라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당 중앙위원·사무처 당직자 일동은 성명을 내고 "그동안 수없는 비난과 힐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굳굳하게 당을 지켜온 당의 중심인 중앙위원회, 사무처 당직자에 대한 배려가 없이는 당을 위해 일해야 하는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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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30일 오후 김애실 한국외대 교수를 1번, 본인을 2번 등으로 하는 17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자 4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례대표 공천 내정자 명단을 당 운영위원회의에 보고했으나 득표력 제고, 장애인·당직자 배려 등의 문제로 의결을 받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운영위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박근혜 대표와 함께 이날 오후 비례대표 공천자 명단을 재조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당초 내정자 명단에 없던 정화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중앙회 수석부회장이 8번을 배정 받은 것이 눈에 띈다. 장애인 배려 요구로 인해 급히 추가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당직자 출신 후보자 대부분은 뒷 순위로 밀렸고, 대신 당선 안정권으로 분류되는 15번 내에는 대부분 외부인사가 배정됐다. 전체적으로 '외부인사 중용, 내부 인사 홀대'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특히 김애실·박세일 교수를 비롯해 대학교수 5명이 15번 이내에 집중돼 있는 점도 '교수당'이라는 당내 비판 여론을 실감케 했다. 그 외에 최근에 입당한 전여옥 대변인이 내정자 명단보다 2단계 앞당겨진 7번을 배정 받았다.
또 이회창 전 후보의 특보를 지낸 나경원 변호사가 11번, 이회창 전 후보 측근인 유승민 교수가 14번으로 낙착돼 당선 안정권에 들었다. 당초 1번으로 내정됐던 김영숙 교장은 외제차 논란으로 인해 결국 13번에 배정 받았다.
전체 비례대표 공천자는 여성 50% 배정 원칙에 따라 남녀가 똑같이 22명이며 연령별로는 50대가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외부인사 중용, 내부인사 홀대 현상 두드러져
박세일 위원장은 비례대표 공천 기준에 대해 ▲전문 정책 능력 ▲비례대표 3원칙 (전원 신인, 여성 50%, 호남 3석) ▲서민층과 소수층 대변 등을 꼽았다.
박 위원장은 "종전의 전국구는 각계 각층의 명망가를 모시거나 선거 당비를 받는 제도적 장치였지만, 이번에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며 "각계 각층의 정책 능력이 있는 분들을 모셔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 노무현 정부가 섣부른 정책 운영을 할 가능성이 있고, 과도하고 근시안적인 경제 정책, 사회 정책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은 야당의 역할"이라며 "뛰어난 정책 평가 능력, 정책 비판 능력, 정책 대안 능력을 가진 분들을 많이 모셔서 새로운 정책 드림팀을 만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한나라당이 어려울 때 상근했던 인사들의 노고에 보답하려고 노력은 했다"면서도 "충분치 못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지만 한나라당은 큰 변화와 개혁의 와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이영란 숙대 교수가 최종 명단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서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분이지만 비례대표 선정위원에 들어와 있어서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비례대표의 상당수가 현직 교수인 것과 관련 "독일이 패전 뒤 시급히 국가 재건을 하기 위해 교수를 국회의원으로 임명해서 낮에는 강의하고 저녁에 국회를 열었다"며 "물론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에 민생·경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분들이 아직은 학계에 편중돼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 확정자 명단이다.
1. 김애실 (광주 57) 한국외대 교수, 여성 경제학 박사 1호
2. 박세일 (황해 55) 서울대 교수, 공천심사위원장
3. 박찬숙 (경기 59) 방송인
4. 윤건영 (경북 52) 연세대 교수
5. 송영선 (경북 50)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6. 황진하 (경기 56) 예비역 중장
7. 전여옥 (서울 44) 대변인, 전 KBS 기자
8. 정화원 (경북 55) 한국 시각장애인연합회 중앙회 수석부회장
9. 이계경 (서울 53) 여성신문사 명예회장
10. 박재완 (49) 성균관대 교수, 경실련 정책위장
11. 나경원 (서울 40) 변호사, 당 운영위원
12. 이주호 (43) KDI 정책대학원 교수
13. 김영숙 (충북 61) 서울 서래초등학교 교장
14. 유승민 (대구 46) 한림대 한림과학원 연구교수
15. 고경화 (서울 41) 당 보건복지 수석전문위원
16. 이군현 (경남 52) 한국교총 회장
17. 진수희 (대전 48)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18. 배일도 (전북 53) 전 지하철노조 위원장
19. 안명옥 (인천 49) 전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
20. 서상기 (대구 58) 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호서대 교수
21. 박순자 (경북 46) 당 지구당위원장, 부대변인
22. 이성구 (대구 62) 전 전국시·도의회 의장협의회 회장
23. 문희 (광주 67) 한국여약사회 명예회장
24. 황인태 (경남 43) 서울디지털대학교 부총장
25. 권혁란 (강원 53) 전 대한한의사회 부회장
26. 안희석 (전남 60) 전남 무안신안지구당 위원장
27. 이양자 (광주 59) 한국여성세무사회 초대회장
28. 라경균 (전북 45) 전북 김제지구당위원장
29. 오경자 (전북 45) 한국수필문학가협회 부회장
30. 전순은 (경남 53) 미래농정연구원 사무총장
31. 정은숙 (경북 45) 당 여성위원회 차세대 여성위원장
32. 배용수 (경남 50) 당 수석부대변인
33. 차원갑 (평양 67) (사)한국여성정치연맹 상임이사
34. 강석호 (경북 48) 포항 영신중·고 재단이사장
35. 임춘자 (충남 67) 전 강남구의회 부의장, 당 서울시지부 여성위원장
36. 양방승 (전남 57) 광주 동구 지구당위원장
37. 이정은 (전북 64) (사)서울시 여성단체연합회장
38. 이재환 (경남 47) 전 당 조직국장
39. 최경희 (강원 56) 당 합창단장
40. 길기연 (충남 44) 전 서울시의원, 당 청년위원장 직무대행
41. 장정자 (경북 63) 국제라이온스협회(대구) 총재
42. 신현국 (경북 52) 전 대구환경청장
43. 문숙경 (경북 49) 여성긴급전화 1366 전국협의회 대표
44. 남만진 (충북 58) 당 중앙위원회 정보과학분과 수석부위원장
한나라 비례대표 공천 진통 계속... 박 대표에 위임
한나라당은 17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두고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30일 오전 운영위원회의를 열고 비례대표 공천 후보 42명에 대해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당내 반발에 부딪혀 박근혜 대표의 조정을 거친 뒤 최종 발표키로 했다. 박 대표는 "오늘 내에 꼭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1번 김애실, 2번 박세일... 박찬숙·전여옥·배일도 등도 당선권 내정
박세일 공천심사위원장은 이날 운영위에서 전날 밤 공천심사위에서 내정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보고한 뒤, "이번 비례대표는 한나라당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짧은 시간에 거듭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국가 운영 능력이 있는 인물로서 국민생활과 민생을 챙기고, 국방·안보·경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공천심사의 3가지 원칙(전원 신인, 여성 50%, 호남 3석)은 지켰다"며 상근 당직자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했지만 생각 자체가 달라지고 거듭나야 하기 때문에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원안대로 의결해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공천심사위가 내정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 중 당선권인 24명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1번 김애실 (한국외대 교수, 여성 경제학 박사 1호), 2번 박세일 (서울대 교수, 공천심사위원장) 3번 박찬숙 (방송인) 4번 윤건영 (연세대 교수) 5번 송영선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6번 황진하 (예비역 중장) 7번 이영란 (숙대 교수, 공천심사위원) 8번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 9번 전여옥 (대변인), 10번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11번 이계경 (전 여성신문사 사장) 12번 이군현 (한국교총 회장)
13번 나경원 (변호사, 당 운영위원) 14번 배일도 (전 지하철노조 위원장) 15번 김영숙 (서울 서래초등학교 교장) 16번 서상기 (호서대 교수) 17번 고경화 (당 수석전문위원) 18번 이성구 (서울시의회 의장) 19번 진수희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20번 황인태 (서울디지털대학교 부총장) 21번 안명옥 (강남차병원 의사) 22번 안희석 (한나라당 전남 무안신안지구당 위원장) 23번 박순자 (부대변인) 24번 나경균 (부대변인)
"야인시대 김두한 역할 할 수 있는 행동대원 필요"
그러나 운영위원들은 공천심사위 후보 명단이 ▲ 득표력 제고 ▲ 장애인·당직자 배려 ▲ 지역안배 등을 하지 않았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 운영운영위원은 "갑자기 재수 좋은 사람이 비례대표로 되는 것 같다"며 "대학교를 만드는 것도 아닌데 (교수가 너무 많다), 다시 한번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정규 운영위원은 "1번은 상징성이 매우 중요한데, 열린우리당은 여성 장애인으로 재미를 보고 있지만 우리 당은 장애인이 한 명도 없다"며 "지난 대선 때도 장애인 표 얻느라고 고생했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비례대표의 정책 전문성이 중요하지만 그것은 나중에 하면 된다"며 "득표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세일 위원장은 "비례대표에 교수가 많은 것은 TV토론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운영위원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권철현 운영위원은 "당에서 젊은 층, 소외계층을 왜 외면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을 안지 못하면 귀족당 소리를 듣게 된다"고 꼬집었다.
권 위원은 또 "열린우리당이 장향숙 효과를 보고 있는데 한나라당이 얼마나 많은 장애인 표를 얻을 수 있을지 의심이 간다"며 "시각 장애인이 넘어지기도 하고, 그런 장면이 나와야 표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위원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권철현은 중대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2∼3차례 엄포를 놓기도 했다.
심재철 운영위원 역시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촉구하고 나섰다. 심 위원은 "열린우리당은 1번을 장애인으로 했다"며 "우리 당도 2번을 시각장애인을 넣어야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공천심사위의 내정안에 대해 거세게 반발한 당 중앙위원의 배려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김종하 운영위원은 "당을 지켜온 중앙위원들을 배려하지 않고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며 "촛불시위를 하는 것처럼 우리도 앞으로 나서는 행동대가 필요하다, 야인시대의 김두한이 역할을 할 수 있는 행동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표는 "굉장히 촉박한 시간에 심사를 했고,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공정한 원내외 인사들을 대상으로 자질을 보려고 노력했다"며 "여기서 반대하고 다시 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운영위원들의 반발을 수습하고 나서면서 최종 결정을 위임받았지만 논란의 소지는 여전히 남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천심사위원이면서 비례대표 후보에 오른 이영란 숙대 교수의 경우, 박 대표가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해, 배제되거나 뒷 순위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김영숙 교장 역시 비례대표 1번에 내정됐다가 면접 당시 외제차를 타고 와 1번에서 밀렸지만, 다시 15번에 내정돼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배용수 부대변인은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비례대표 4번과 5번은 당 사무처(사무총장)가 요구하는 사람을 배정하는 것으로 각서를 쓰기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교수당이 웬말이냐, 박세일은 퇴진하라"
이에 앞서 당 중앙위원 20여명이 비례대표 공천심사에 반발, 이날 오전 여의도 컨테이너(천막) 당사로 몰려와 당 대표실과 회의장 진입 등을 시도했다.
특히 이들과 당 사무처 직원들 간에 주먹다짐을 하는 난투극이 벌어졌고, 결국 박근혜 대표와 박세일 공천심사위원장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이 투입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 중앙위원들의 반발을 촉발시킨 것은 비례대표 후보 내정자 중 8명 이상이 현직 교수라는 점. 이들은 이날 오전 8시 30분경 상임운영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는 대표실 컨테이너 문과 벽을 두드리며 "한나라당이 교수당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박세일 공천심사위원장과 이영란 공천심사위원이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배정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박세일 교수는 대학으로 돌아가고 공천심사를 다시 하라"고 주장했다.
중앙위원들은 이어 운영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나서는 박근혜 대표와 박세일 위원장을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사무처 당직자와 몸싸움이 벌어지자 당사 입구를 지키던 경찰이 투입됐다. 박 대표 등은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회의장으로 이동했고, 운영위원회의 내내 경찰이 천막 회의장 입구를 지켰다.
이들은 이후에도 "교수당이 웬말이냐, 박세일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천막 회의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또 성명을 내고 "당의 공헌도와 기여도가 전혀 없는 외부 영입인사와 자신의 이름을 갖고 스스로 공천하는 추악한 작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심사위원들은 박세일 위원장을 포함해 어떤 사람도 공천되서는 안된다"고 요구했다.
박근혜 대표와 박세일 위원장은 운영위 회의가 끝난 뒤에도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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