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두6342 하수도원인자부담금부과처분취소
(대법원 2008.3.20. 선고 전원합의체 판결)
【요지】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 등을 취소·변경하거나 그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구제하고 공법상의 권리관계 또는 법 적용에 관한 다툼을 적정하게 해결함을 목적으로 하므로, 대등한 주체 사이의 사법상 생활관계에 관한 분쟁을 심판대상으로 하는 민사소송과는 목적, 취지 및 기능 등을 달리한다. 또한 행정소송법 제4조에서는 무효확인소송을 항고소송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고, 행정소송법 제38조 제1항에서는 처분 등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의 기속력 및 행정청의 재처분 의무에 관한 행정소송법 제30조를 무효확인소송에도 준용하고 있으므로 무효확인판결 자체만으로도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을 규정하고 있는 외국의 일부 입법례와는 달리 우리나라 행정소송법에는 명문의 규정이 없어 이로 인한 명시적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사정을 비롯하여 행정에 대한 사법통제, 권익구제의 확대와 같은 행정소송의 기능 등을 종합하여 보면,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별도로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행정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직접적인 구제수단이 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참조조문】 행정소송법 제35조 구 하수도법(2006.9.27. 법률 제8014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32조 제2항(현행제61조 제2항 참조) 【참조판례】 대법원 1963. 10. 22. 선고 63누122 판결 대법원 1976. 2. 10. 선고 74누15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8. 3. 8. 선고 87누133 판결 대법원 1989. 10. 10. 선고 89누3397 판결 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누4519 판결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두4375 판결 대법원 2001. 9. 18. 선고 99두11752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두14717 판결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3두6849 판결 |
【원고, 피상고인】
【피고, 상고인】수원시장(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범관)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7.2.9. 선고 2006누1199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1. 먼저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항고소송인 행정처분에 관한 무효확인소송(이하 ‘무효확인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려면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어야 하는바, 그 법률상 이익은 당해 처분의 근거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간접적이거나 사실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데 불과한 경우는 여기에 해당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1. 7. 10. 선고 2000두213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종래 대법원은,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 즉 무효확인소송의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려면, 판결로써 분쟁이 있는 법률관계의 유·무효를 확정하는 것이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관한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데 필요하고도 적절한 경우라야 한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였다. 이에 따라 행정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구제수단이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소의 이익을 부정하고, 다른 구제수단에 의하여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무효확인소송이 보충적으로 인정된다고 하는 이른바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補充性)’을 요구하여 왔다. 그 결과 무효인 행정처분의 집행이 종료된 경우에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 등을 청구하여 직접 이러한 위법상태를 제거하는 길이 열려 있는 이상 그 행정처분에 대하여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은 종국적인 분쟁 해결을 위한 필요하고도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어 소의 이익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1963. 10. 22. 선고 63누122 판결, 대법원 1976. 2. 10. 선고 74누15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8. 3. 8. 선고 87누133 판결, 대법원 1989. 10. 10. 선고 89누3397 판결, 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누4519 판결,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두4375 판결, 대법원 2001. 9. 18. 선고 99두11752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두14717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종래의 대법원 판례 취지에 비추어 보면,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그 위에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한 이후 이 사건 하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에 따라 이를 납부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처분의 무효를 주장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로써 직접 이러한 위법상태의 제거를 구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무효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소의 이익이 없게 된다. 따라서 대법원으로서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제1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 후 이 부분 소를 각하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이러한 결론이 옳은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의문이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이와 관련된 종래 대법원 판례의 당부 및 이러한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 원고에게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를 직권으로 살펴본다. 나. 행정소송법 제35조는 “무효등 확인소송은 처분등의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종래의 대법원 판례가 무효확인소송에 대하여 보충성이 필요하다고 해석한 것은, 무효확인소송이 확인소송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민사소송에서의 확인의 소와 마찬가지로 위와 같은 확인의 이익(이하 ‘보충성에 관한 확인의 이익’이라 한다)을 갖추어야 한다는 데에 근거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행정처분에 관한 무효확인소송의 성질과 기능 등을 바탕으로 한 입법정책적 결단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결국은 행정소송법 제35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하는 문제에 귀결된다.
행정소송은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 등을 취소·변경하거나 그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구제하고, 공법상의 권리관계 또는 법 적용에 관한 다툼을 적정하게 해결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대등한 주체 사이의 사법상 생활관계에 관한 분쟁을 심판대상으로 하는 민사소송과는 그 목적, 취지 및 기능 등을 달리한다. 또한 행정소송법 제4조에서는 무효확인소송을 항고소송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고, 행정소송법 제38조 제1항에서는 처분 등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의 기속력 및 행정청의 재처분 의무에 관한 행정소송법 제30조를 무효확인소송에도 준용하고 있으므로 무효확인판결 자체만으로도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을 규정하고 있는 외국의 일부 입법례와는 달리 우리나라 행정소송법에는 명문의 규정이 없어 이로 인한 명시적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사정을 비롯하여 행정에 대한 사법통제, 권익구제의 확대와 같은 행정소송의 기능 등을 종합하여 보면,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별도로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행정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직접적인 구제수단이 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이와 다른 취지로 판시한 종전 대법원판결들, 즉 대법원 1963. 10. 22. 선고 63누122 판결, 대법원 1976. 2. 10. 선고 74누15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88. 3. 8. 선고 87누133 판결, 대법원 1989. 10. 10. 선고 89누3397 판결, 대법원 1993. 12. 28. 선고 93누4519 판결,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두4375 판결, 대법원 2001. 9. 18. 선고 99두11752 판결,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두14717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원고로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로써 직접 위와 같은 위법상태의 제거를 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가지고 있어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을 가지는 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는 그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를 구하는 예비적 청구에 관한 소는 적법하다. 2.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가. 구 하수도법(2006. 9. 27. 법률 제8014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하수도법’이라 한다) 제32조 제2항 및 구 수원시 하수도사용조례(2007. 1. 3. 조례 제26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조례’라고 한다) 제17조 제2항 제2호 (나)목 (1), 제3항 제1호는 도시의 개발사업을 공공하수도에 영향을 미치는 공사 외의 행위인 타행위로 보는 한편, 타행위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공공하수도에 관한 공사에 요하는 비용의 전부를 타행위자로 하여금 부담하도록 하면서, 이러한 원인자부담금의 부과대상인 타행위로 인하여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수량을 ‘당해 사업의 기본 또는 실시설계보고서상의 수량’에 의하여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하수도법 제32조 제4항 및 이 사건 조례 제17조 제2항 제4호, 제3항은 하수종말처리시설의 사용개시 이후에 그 하수처리구역 안에서 시설 또는 건축물을 신축 또는 증축하는 자가 오수정화시설 등을 설치하지 아니하는 경우 환경부장관이 고시하는 건축물의 용도별 오수발생량 산정방법에 의하여 산정한 하수발생량에 상당한 원인자부담금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 법령의 여러 규정에 비추어 보면, 하수도법 제32조 제2항 및 이 사건 조례 제17조 제2항 제2호 (나)목 (1)에서 타행위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공공하수도에 관한 공사에 요하는 비용의 전부를 타행위자가 부담하도록 한 것은 타행위에 해당하는 사업으로 인하여 발생될 것이 예상되는 하수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공공하수도 설치에 소요되는 비용에 대하여는 그 원인을 조성한 타행위자로 하여금 이를 부담하게 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타행위자가 그 사업으로 인하여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수의 처리에 필요한 공공하수도 공사비용을 부담한 부분에 대하여는 이와 별도로 하수도법 제32조 제4항 및 이 사건 조례 제17조 제2항 제4호에 기한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타행위에 해당하는 사업의 기본 또는 실시설계보고서에 반영된 하수량은 당해 사업으로 조성된 토지의 이용을 포함하여 사업계획에 따라 그 사업을 시행할 경우에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수량을 의미하므로, 그 안에는 그 사업으로 조성된 토지에 그 사업계획에서 정해진 규모 및 용도에 따라 건축할 건축물로부터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수량도 포함된다. 따라서 건축물에 관하여 공공하수도 공사비용을 부담한 부분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3두6849 판결 참조). 나.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는 이 사건 조례 제17조 제2항 제2호 (나)목 (1)에서 정한 타행위자인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그 위에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하였지만, 이 사건 건물이 위치한 수원영통지구 내의 상업지역을 비롯한 주택지역, 학교, 공공의 청사 및 공공시설, 종합의료시설, 공원 및 녹지 등 다른 용도지역에서 발생될 하수량이 모두 포함된 수원영통지구 1일 계획오수발생량을 기초로 체결된 이 사건 협약에 따라, 한국토지공사가 피고에게 이 사건 건물로부터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수량이 포함된 이 사건 협약상의 하수량에 대하여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을 납부한 이상, 이로써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과 관련된 하수도법 제32조 제4항에 의한 하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사유는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처분은 하수도원인자부담금 납부의무를 지지 않는 자에 대하여 그 이행을 명한 것으로서 그 하자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당연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조치는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와 같은 하수도법 제32조 제2항 및 제4항의 관계, 행정처분의 당연무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하되, 이 판결에는 대법관 이홍훈의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이홍훈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민사소송에서 확인의 소는 원고의 법적 지위가 불안·위험할 때에 확인판결로 판단하는 것이 그 불안·위험을 제거하기 위하여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인 경우에 인정되며, 따라서 이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어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해석된다( 대법원 1994. 11. 22. 선고 93다40089 판결 등 참조). 나. 그러나 행정소송법 제35조의 문언으로부터 보충성에 관한 확인의 이익이 당연히 도출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종래의 대법원판례와 같이 행정처분에 관한 무효확인소송에 대하여도 이를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
(1) 먼저 행정소송의 특수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 1951년에 제정된 행정소송법은 행정청 또는 그 소속기관의 위법에 대한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에 관한 소송 기타 공법상의 권리관계에 관한 소송만을 인정하고 행정소송의 종류, 요건 등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민사소송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특별규정으로서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및 적용상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하여 1984년에 행정소송법이 전문 개정되었는데, 이 법에서 비로소 취소소송 등과 구분되는 항고소송의 한 유형으로 무효확인소송을 인정하여 민사소송법과는 달리 이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둠으로써 무효확인소송이 독립된 행정소송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행정소송법의 개정연혁 등을 고려할 때, 무효확인소송이 확인소송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보충성에 관한 확인의 이익이 무효확인소송에서도 반드시 요구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소의 이익 문제는 그 소송제도를 마련한 취지 등에 따라 입법정책적으로 결정되어질 성질의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보충성에 관한 확인의 이익 이론이 행정소송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2) 다음으로 무효확인소송의 법적 성질 및 무효확인판결의 실효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 무효확인소송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그 본질과 형식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론이 제시될 수 있으나, 행정소송법 제4조에서는 무효확인소송을 취소소송, 부작위위법확인소송 등과 함께 항고소송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항고소송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이나 부작위에 대하여 제기하는 소송으로서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에서의 강제집행 등과 같은 방법에 의한 실효성 담보라는 문제를 남기지 않는다. 물론 항고소송도 권익구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항고소송의 판결에 의하여 실현되어야 할 절차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행정소송법상 기속력 및 재처분 의무에 관한 규정 등을 통해 항고소송 판결 자체만으로도 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설령 권익구제를 위해 다른 소송을 제기해야 할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항고소송에서 예상한 원칙적인 구제수단은 아니다. 왜냐하면, 항고소송은 처분 등을 취소·변경하는 형성작용 또는 처분 등의 효력 등에 관한 공적 선언을 통해 그 대상인 처분 등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으로서, 이행소송을 원칙적인 소송유형으로 인정하고 있는 민사소송과는 달리, 처분 등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의 배제나 그 확인을 통해 결과를 제거함으로써 처분 등으로 침해되거나 방해받은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구제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측면에서 보더라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함에 있어 보충성에 관한 확인의 이익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법률에 의한 행정을 지향하는 우리 법제하에서는 행정작용을 수행하는 행정청이 유효한 행정처분임을 전제로 그 집행을 종료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정처분이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되면 행정청이 이에 승복하여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임의로 원상회복할 것이 기대될 뿐만 아니라 행정소송법상 무효확인판결 자체만으로도 판결의 기속력 등에 따른 원상회복이나 결과제거조치에 의하여 그 실효성 확보가 가능하다. 따라서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을 반드시 인정해야 할 실제적인 필요성도 크지 않다.
(3) 다음으로 외국의 입법례 등의 측면에서 본다. 독일에서는 명문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이 부정되는 반면, 일본에서는 그와 반대로 명문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이 인정된다. 이와 같은 독일, 일본의 입법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문제는 논리 필연적인 문제가 아니라 다분히 입법정책적인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로 인한 불합리한 결과를 줄이기 위하여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을 완화하는 해석론이 전개되어 왔으며, 이러한 해석론이 점차 최고재판소에 의하여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세에 있다. 따라서 일본과 달리 명시적 제한의 명문 규정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을 요구할 필요가 없으며, 이와 같은 해석이 세계적인 추세에도 부합된다.
(4) 끝으로 무효확인소송의 남소 가능성 및 권익구제 강화 등의 측면에서 본다. 행정처분의 무효는 흔히 있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여 남소 가능성이 커진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분쟁의 유형에 따라서는 행정처분에 관한 무효확인소송이 보다 적절한 구제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에 행정처분에 의하여 불이익을 받은 상대방에게 소송형태에 관한 선택권을 부여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 등의 제기 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행정처분에 관한 무효확인소송을 바로 제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양 소송의 병존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 국민의 권익구제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타당하다. 다.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에 관한 해석론에 대한 것으로서, 행정청의 위법한 처분 등으로 인하여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입은 국민에게 무효확인소송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 적절한 구제방안인가라는 목적론적 관점에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할 문제이다. 그런데 행정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소송경제 등의 측면에서도 타당하며, 항고소송에서 소의 이익을 확대하고 있는 대법원판례의 경향에도 부합되는 해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행정처분의 집행이 종료되었다는 사정을 이유로 무효확인소송을 부적법한 것으로 처리함으로써 당사자에게 불편을 가져오고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해석론을 택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상과 같이 보충의견을 밝혀 둔다.
대법원장 이용훈(재판장) 고현철 김영란 양승태 김황식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주심) 박일환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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