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5.6.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자신의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며, 삼성에서 무노조를 끝내고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대국민 사과는 2020.3.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삼성 준법감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지난 2019.10.25. 서울고등법원(형사1부) 재판부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가 삼성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 생겨났다.

이날 정준영 부장판사는 공판 말미에 이례적으로 재판 진행이나 재판 결과와는 무관함을 먼저 분명히 해둔다고 밝힌 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 2019년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느냐"라고 주문했다.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마련과 재벌 체제의 폐해 시정 등을 미국과 이스라엘 사례까지 들어가며 이 부회장에게 주문했다. 삼성 내부의 준법감시제도나 미국 대기업의 실효적 감시제도, 이스라엘 기업의 혁신경험 등까지 언급하며 삼성이 혁신에 나설 것을 당부하면서 삼성그룹 내에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2020.1.17. 제4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의혹과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2020.5.6. 오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의혹과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2020.5.6. 오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풀영상 보기 SBS 뉴스 유튜브

이러한 재판부의 권고에 따라 삼성 7개 계열사는 협약을 맺어 삼성 준법감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이날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포기 선언 및 사과 발표에까지 이르게 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해 총수인 이 부회장이 직접 반성하는 대국민 사과를 2020.3.11. 권고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벌어진 위법 행위에 대한 반성과 사과, 노동법규 위반에 대한 반성과 사과,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기한이 연장되었다.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삼성과 이 부회장 관련 재판은 현재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판∙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등이 진행되고 있다.

▒ 이재용 외 4인 심급내용

◎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제27형사부) 2017고합194 ← 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 재판결과 : 2017.8.25. 뇌물공여 등 혐의로 징역 5년(뇌물액 72억원)

◎ 제2심 서울고등법원(제13형사부) 2017노2556 ← 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

∙ 재판결과 : 2018.2.5.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뇌물액 36억원)·석방

◎ 제3심 대법원(제3부) 2018도2738(파기환송 전 사건)

∙ 재판결과 : 2019.8.29. 대법원 전원합의체 상고심 파기환송(뇌물액 86억원)

◎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제1형사부) 2019노1937(파기환송 후 사건) ←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김세종·송영승 부장판사

▒ 이재용 부회장 사과문 전문(2020.5.6.)

오늘의 삼성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드리기도 했습니다.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기술과 제품은 일류라는 찬사를 듣고 있지만 삼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갑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저의 잘못입니다. 사과드립니다.

저는 오늘 반성하는 마음으로 삼성의 현안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질책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 SDS 건에 대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승계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이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리겠습니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법을 어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하겠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그동안 가져온 제 소회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14년에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래비전과 도전의지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삼성을 둘러싼 환경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시장의 룰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위기는 항상 우리 옆에 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갖고 있는 절박한 위기의식입니다.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합니다. 그 인재들이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면서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저에게 부여된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삼성은 계속 삼성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회에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습니다.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은 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에 제 승계를 언급한다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노사문제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변화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습니다.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습니다. 그래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습니다.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감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시민사회와 언론은 감시와 견제가 그 본연의 역할입니다. 기업 스스로가 볼 수 없는 허물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입니다. 낮은 자세로 먼저 한 걸음 다가서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습니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입니다. 그 활동이 중단 없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입니다.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고 많은 국민들의 성원도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2~3개월간에 걸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저는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는 일에 나선 의료진, 공동체를 위해 발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많은 시민들. 이런 분들을 보면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또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