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1심 판결 분석과 전망 좌담회]
○ 일시 | 2018 년 4월 10 일(화) 오전 10 시
○ 장소 | 민변 대회의실
○ 주최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참여연대
[발제 1] 헌정질서 유린행위를 형사적으로 단죄
- 그러나 정경유착 부패범죄의 단죄에는 한계도 드러내 -
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Ⅰ. 들어가며
부패한 정치권력에 대한 단죄는 엄격하였으나, 정경유착의 다른 쪽 경제권력 재벌총수 단죄는 불충분
헌법재판소는 2017. 3. 10. 2016헌나1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이 사인의 국정개입을 허용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상의 “국민전체의 이익”을 실현해야 할 의무를 위배하고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며 비밀엄수의무 를 위배하였다는 사유로 파면을 결정하였습니다. 이러한 탄핵소추사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에서 직권남용죄와 강요죄 유죄인정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증거불충분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공무원 임면권 남용행위도 이번 형사재판에 서는 문화체육부 실장 3명과 국장 사직강요에 대한 직권남용과 강요죄 유죄인정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준비할 당시에는 충분히 수사가 이루어 지지 않아 탄핵소추사유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청렴의무 위반과 부패혐의도 롯데와 SK, 삼성 재벌에 대한 뇌물요구와 뇌물수수죄의 유죄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 정치적으로 자신을 반대하는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정책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여 예술·창작의 자유를 침해한 혐의도 관련 직권남용 강요죄 의 유죄인정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로써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들이 대부분 구체적 범죄사실로 확인됨으로써, 정치적 시비가 일부 계속되고 있는 파면결정에 대한 법적, 사실적 정당성도 더욱 공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헌법전문에 명시된 정경유착의 사회적 폐습을 척결하고 헌법 제119조의 경제주체간의 조화와 균형을 통한 경제민주화의 경제 질서를 올바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의 남용뿐만 아니라, 경제권력 재벌기업집단 지배자들의 권한남용과 불법행위에 대한 단죄도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나, 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이러한 정경유착의 폐습을 보여주는 부패범죄의 단죄에는 일부 불철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형사항소심 재판부에서 보여주었던 형사법리에서 한참 벗어난 안종범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이나 삼성 그룹이 최순실에게 지원한 말 3마리의 구임대금의 뇌물액 인정 부인을 올바로 잡아 사법부의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한 점은 긍정적입니다. 그리고 롯데재벌총수에 대한 뇌물제공죄와 SK재벌에 대한 뇌물요구 부분, 삼성재벌에 대한 최순실 승마지원 혐의에 대해서는 뇌물죄로 단죄하였습니다. 하지만, 전경련을 중심으로 상위 재벌그룹 대 부분이 가담하였던 미르, K-Sports 재단 출연 뇌물죄 부분에 대해서는 석연치 않은 법리와 박근혜 정부 보고서나 언론 대부분에서 사용하고 있는 “경영권승계”의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의 헌정질서 회복차원에서의 의미와 정경유착의 사회적 폐습 근절의 헌법적 의미를 중심으로 그 의의를 평가해 보고자 합니다.
Ⅱ. 탄핵사유인 헌정질서 침해행위의 확인1)
1) 민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사유 검토의견서, 2016. 11. 26. 참조
1. 사인의 국정개입과 국민주권주의ㆍ대의제 민주주의 위배
가. 헌법상 국민주권주의와 대의제 민주주의의 이념
헌법 제1조 제2항은 국민주권주의의 근거조항으로서 오로지 국민만이 주권자의 지위에 있고, 통치의 정당성 또한 국민으로부터 비롯됨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국민주권주의는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최고의 독립된 힘인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데,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선거로 뽑은 전 대통령에게 ‘주권’에서 나오는 권한을 위임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국민이 선출한 전 대통령 외에는 그 누구도 전 대통령의 권한을 사실상 대신 행사하거나 전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개입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전 대통령도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신성한 권한의 행사에 헌법적 근거 없이 다른 이들의 개입을 허용할 수는 없습니다2).
2) 전 대통령의 중대범죄와 퇴진 그리고 그 이후 헌정질서의 검토와 모색 토론회,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 학원 교수 발제문, 『전 대통령 행위의 위헌성』 5쪽
또한, 대의제 민주주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속하는 것으로서, 대의제 민주주의를 원 칙으로 하는 오늘날의 민주정치 아래에서 국민은 선거를 통해 국정에 관여하고 민주사회를 실현합니다(헌법재판소 1994. 07. 29. 93헌가4 등). 참정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한 헌법 제24조와 대표 중 특히 전 대통령에 대한 선출방법을 규정한 헌법 제67조는 선거권을 가진 국민의 직접선거로 전 대통령에 뽑힌 국민의 대표자만이 국민을 대신해서 국가의사나 국가정책을 의논해 결정하라는 대의제 원리의 헌법적 근거입니다3).
3) 임지봉, 같은 글 5쪽
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헌적 행위4)
4) 헌법재판소 2017. 3. 10. 선고 2016헌나1 결정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에게 공무상 비밀이 포함된 국정에 관한 문건을 전달했고, 공직자가 아닌 최순실의 의견을 비밀리에 국정 운영에 반영하였다. 이러한 위법행위는 일시적ㆍ단편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대통령으로 취임한 때부터 3년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 주로 말씀자료나 연설문의 문구 수정에만 관여하였다고 변명하였지만, 대통령의 공적 발언이나 연설은 정부정책 집행의 지침이 되고 외교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므로 말씀자료라고 하여 가볍게 볼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명과 달리 최순실은 공직자 인사와 대통령의 공식일정 및 체육정책 등 여러 분야의 국가정보를 전달받고 국정에 개입하였습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 용도로 남용하였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최순실의 사익추구를 도와 준 것으로서 적극적ㆍ반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국가의 기관과 조직을 동원하였다는 점에서 그 법 위반의 정도가 매우 엄중합니다.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과 관련하여 피청구인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하였다고 변명하지만 기업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던 사항은 거의 없었습니다. 기업들은 출연금이 어떻게 쓰일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전경련에서 정해 준 금액을 납부하기만 하고 재단 운영에는 관여하지 못하였습니다. 미르와 케이스포츠는 대통령의 지시로 긴급하게 설립되었지만 막상 설립된 뒤 문화와 체육 분야에서 긴요한 공익 목적을 수행한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미르와 케이스포츠는 실질적으로 최순실에 의해 운영되면서 주로 최순실의 사익 추구에 이용되었습니다.
다.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형사재판의 내용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은 미르, 케이스포츠재단, 영재센터 등의 재단이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 더블루케이 등을 설립하였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을 통하여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KT, GKL, 삼성그룹 등을 압박하여 최순실의 관장하는 재단에 거액이 자금을 출연하게 하거나 광고를 발주하게 하고, 스포츠팀을 창단한 후 그 매니지먼트를 최순실이 관장하는 매지니먼트 회사에 맡기도록 하였습니다. (아래 2.항 기업활동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부분에서 기재하는 직권남용, 강요죄의 공소사실 ①~⑦ 참조) 국민들로 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권한을 최순실의 사적이익 편취를 위해 남용한 것입니다.
이들 공소사실 대부분이 유죄로 판단되었으나, 직권남용죄 중 기업들에게 최순실 측 근회사에 광고발주를 하도록 한 부분은 아무리 대통령이나 경제수석이라 하더라도 사기업에 광고수주를 지시할 권한은 없기 때문에 그 권한 범위를 넘은 것이어서 무죄판결이 내려진 것입니다. 직권남용죄는 그 권한의 범위 내에서 그 권한을 다른 목적으로 유용(남용)할 때 성립하는 범죄이고 그 권한을 넘어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는 것은 강요죄나 공갈죄 등이 되어도 직권남용죄는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직권남용죄가 무죄가 난 부분은 공무원의 권한 범위도 벗어난 일을 권력의 위협을 통해 강요한 것이어서 죄질은 더 나쁜 것입니다.
또한 사인인 최순실을 국정에 개입시켜 최순실에게 국정의 중요비밀사항을 넘겼습니다.(⑨[공무상비밀누설] 피고인이 정○성과 공모하여 2013. 1.경부터 2016. 4.경까지 47회에 걸쳐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 47건을 최○원에게 전달하여 직무상 비밀을 누설함. 참조) 다만 압수수색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의 기재 범위를 넘어 압수한 자료가 있어 이 부분 압수물을 증거로 한 공무상기밀 누설죄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2. 기업활동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가. 헌법상 기업활동의 자유와 기업 재산권의 보호
헌법 제15조는 기업의 자유로운 운영을 내용으로 하는 기업경영의 자유를 보장하고, 헌법 제23조 제1항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7조는 기본권은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만 제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 활동의 자유에 대한 공권력의 개입은 법치국가적 절차에 따라야 할 이치이므로, 설령 공권력이 나서지 않아 국가경제상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법률의 규정이나 긴급명령 등 비상조치에 근거하여야 할 것이지(헌법재판소 1993. 07. 29. 89헌마31),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공권력이 법적 근거도 없이 기업의 경영권에 간섭하거나 기업을 강탈하거나 하는 행위를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나.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한 기업활동 침해
최순실과 그 일당은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광고회사를 차린 후 자신의 측근을 심어 놓은 대기업으로부터 광고수주를 통해 돈을 벌고자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최순실은 대기업 채용 대상자로 차은택이 추천한 이동수, 신혜성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였습니다. 2015. 1.과 8.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안종범에게 ‘이동수’라는 홍보전문가가 있으니 KT에 채용되도록 KT회장에게 연락할 것과 ‘신혜성도 이동수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지시하였고, 안종범이 지시사항을 이행하자 위 두 사람은 KT의 광고업무 책임자로 채용되었습니다.
또한 2016. 2.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가 KT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게 하라’는 지시를 받은 안종범은 KT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내용을 전달하였고, 결국 최순실의 측근까지 심어진 KT는 심사결격 사유가 있던 플레이그라운드를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하였고, 그로 인하여 플레이그라운드는 2016. 03.부터 같은 해 08.까지 5억 1,600만 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측근인 최순실, 차은택이 포스코 계열사의 광고회사인 포레카를 인수할 수 있도록 2015. 02. 17. 안종범을 통해 포스코 회장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도 기소되었으며5), 2013. 말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을 앞세워 CJ그룹 부회장 이미경의 퇴진을 강요하였습니다.
5) 이 의견서 법률위반 부분 중 4. 광고대행사 포레카 강탈 지시 행위 참조
다.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형사재판의 내용
이와 관련하여 형사재판에서는 다음과 같은 공소사실에 대하여 강요죄에 대해서는 전부 유죄를 인정하고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는 대부분 유죄를 인정하고 일부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직권남용죄에서 일부
①[미르, 케이스포츠재단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피고인이 최○원, 안○범 과 공모하여, 대통령과 경제수석의 직권을 남용하여 전경련 임직원, 기업체 대표 등으로 하여금 미르재단 관련 486억 원, 케이스포츠재단 관련 288억 원을 각 모집. 출연하도록 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②[현대자동차그룹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피고인이 최○원, 안○범과 공모하여, 대통령과 경제수석의 직권을 남용하여 ㉮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등으로 하여금 (최○원의 지인이 운영하는) 케이디코퍼레이션과 제품 납품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 최○원이 설립. 운영을 주도한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발주하게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③[롯데그룹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피고인이 최○원과 공모하여, 대통령과 경제수석의 직권을 남용하여 롯데그룹 회장 등으로 하여금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지원하게 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④[포스코그룹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피고인이 최○원, 안○범과 공모하여, 대통령과 경제수석의 직권을 남용하여 포스코그룹 회장 등으로 하여금 펜싱팀을 창단하고 최○원이 설립. 운영을 주도한 더블루케이가 그 매니지먼트를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게 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⑤[KT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피고인이 최○원, 안○범 등과 공모하여, 대통령과 경제수석의 직권을 남용하여 KT 회장 등으로 하여금 이○○, 신○○의 채용 및 특정 보직으로의 전보, 플레이그라운드의 광고대행사 선정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⑥[GKL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피고인이 최○원, 안○범, 김○(문체부 제2차관)과 공모하여, 대통령, 경제수석 및 문체부 제2차관의 직권을 남용하여 GKL 대표이사로 하여금 더블루케이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게 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⑦[삼성그룹의 영재센터 후원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피고인이 최○원, 장○호와 공모하여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하여 삼성그룹 부회장 등으로 하여금 영재 센터에 후원금 합계 16억 2,800만 원을 지급하게 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⑧[CJ그룹 관련 강요미수] 피고인이 조○동(경제수석비서관)과 공모하여 CJ그룹 회장 손○식, CJ그룹 부회장 이○경으로 하여금 이○경을 CJ그룹 부회장직에서 사퇴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려다 미수에 그침
⑭[이○○ 하나은행 본부장 임명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피고인이 최순실, 안○범 등과 공모하여, 대통령 등의 직권을 남용하여 하나금융그룹 회장으로 하여금 최○원의 독일 생활에 도움을 준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장 이○○을 하나 은행 본부장으로 임명하게 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헌적 행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상과 같이 사기업 경영에 간섭하거나 압력을 행사하여 비선실세의 사사로운 이익을 관철시킨 행위는 헌법이 천명한 재산권 보장 및 사유재산제도의 근간을 부정한 헌법파괴 행위입니다. 법적 근거도 없이 기업의 경영권에 간섭하거나 기업 강탈을 시도한 것이므로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의 존중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원리를 훼손한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입니다.
3. 법치행정의 유린과 공무원 임면권의 남용, 직업공무원제도 훼손
가. 헌법상 법치행정의 원리
“정당한 법을 통한 통치”라는 법치주의 원리는 헌법 제75조 법률유보의 원칙, 제12조 적법절차원리 제11조 법 앞의 평등의 원리,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의 법률 유보원칙 등을 통해 구현되고 있는 현대헌법의 기본원리입니다. 행정이 법률에 근거 하여 그리고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는 법치행정은 이러한 법치주의 원리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이루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 대통령은 모든 행정작용은 법률에 위배해서는 아니 된다는 법률우선의 원칙과 행정작용은 법률에 근거해 서만 발동할 수 있고, 행정작용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법적 근거가 있을 것을 요구하는 법률유보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헌적 행위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적인 행정기구와 행정절차가 아닌 최순실, 차은택 등을 비롯한 비선조직들에게 군사상, 외교상, 공무상의 기밀을 전달하여 비선조직을 통해 국정방향을 논의하고, 이러한 비선조직들은 전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여 부여한 권력에 편승하여 전 대통령 연설물의 작성이나 재단의 설립 등의 구체적인 정책결정에 관여하였습니다. 심지어 비선조직들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문화체육부 공무원들을 좌천시키거나 사임하도록 하고 자신들에 우호적인 인사를 문화체육부의 장관 과 차관에 임명하도록 하는 등 행정기관의 인사에까지 개입하는 등 국정을 농단하여 법치주의원리를 위반한 것입니다.
다. 헌법상 직업공무원 제도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헌적 행위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이 정치과정에서 승리한 정당원에 의하여 충원되는 엽관제를 지양하고, 정권교체에 따른 국가작용의 중단과 혼란을 예방하며, 일관성 있는 공무수행의 독자성과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공직구조에 관한 제도적 보장으로서의 직업공무원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직업공무원제도는 헌법상의 제도적 보장을 통하여 모든 공무원으로 하여금 어떤 특정 정당이나 특정 상급자를 위하여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헌법 제7조 제1항) 법에 따라 그 소임을 다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무원 개인의 권리나 이익을 보호함에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국가기능의 측면에서 정치적 안정 의 유지에 기여하도록 하는 제도에 해당합니다(헌법재판소 1997. 04. 24. 95헌바48).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측근인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게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고, 최순실 측근의 문제점을 비롯한 승마계의 파벌을 지적한 조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자 감사에 나섰던 소속 공무원 들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하여 한직으로 떠밀더니 급기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불러 “이 사람들이 아직도 공직에 있느냐”며 자리에 물러나게 하였습니다6).
6) 이 의견서 법률위반 부분 5. 나. 권한을 남용하여 문체부 공무원의 인사권을 남용한 행위 참조
오로지 자신의 측근을 위해 충성을 강요하고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을 내치기까지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위는 앞서 살펴본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한 직업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헌적 행위이자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법에 따라 소임을 다하여야 할 공무원을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악용한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입니다.
라. 헌법상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권 제도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한남용
헌법 제78조는 전 대통령에게 그의 지휘·감독을 받는 행정부 구성원인 공무원을 임명하고 해임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나(헌법재판소 2004. 05. 14. 2004헌나1), 헌법이 전 대통령에게 부여한 공무원 임면권은 앞서 살펴본 제도적 보장으로서의 직업공무원제도와 함께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는 내재적 한계를 지니고, 전 대통령 비선실세의 사사로운 욕망을 채워주거나, 정권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행사되어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이 추천한 차은택의 스승 김종덕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위 차은택의 외삼촌인 김상률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으로 각 임명함으로써7) 이후 최순실 및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했던 차은택 이 문화계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문화·광고산업 관련 각종 이권에 개입하도록 함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습니다8). 뿐만 아니라 2013. 6.경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수사팀이 원세훈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률 위반으로 기소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내 혼외자 의혹을 앞세워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실시하는 한편 눈 밖에 난 검사들을 좌천시키기에 이르렀고9), 결국 정권에 충성하는 인사들이 검찰요직을 장악 하게 함으로써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키는데 중대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2014. 12. 이른바 ‘정윤회 문건유출 파동’을 수사하던 검찰이 문건의 내용은 외면한 채 청와대의 수사가이드라인에 따라 문건의 유출경위만을 문제 삼아 진실을 덮은 것 이야말로10)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입니다.
7)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69559.html
8) http://www.nocutnews.co.kr/news/4688768, http://www.nocutnews.co.kr/news/4690010
9)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4/2016112490037.html
10)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70520.html
마. 박근혜 전 대통령 제1심 형사재판
⑬[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피고인이 김○률(교육문화수석비서관) 등과 공모하여, 대통령 등의 직권을 남용하여 신분보장이 되는 공무원인 노○강으로 하여금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피고인이 김○춘 등과 공모하여, 대통령 등의 직권을 남용하여, 문체부 1급 공무원 3명으로 하여금 사직서를 제출하게 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직권남용과 강요죄가 모두 인정되었습니다.
4. 문화국가원리 및 예술의 자유 침해
가. 헌법상 예술·창작의 자유
우리헌법은 건국헌법 이래 문화국가의 원리를 헌법의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으며, 전문에서 “문화의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할 것을 선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 제9조에서도 문화국가 조성을 위해 국가에게 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또한 헌법은 문화국가 실현을 위해 보장되어야 할 정신적 기본권으로 양심과 사상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을 규정하고 있는바, 개별성·고유성·다양성으로 표현되는 문화는 사회의 자율영역을 바탕으로 하고, 이들 기본권은 견해와 사상의 다양성을 그 본질로 하는 문화국가 원리의 불가결의 조건이 됩니다(이상, 헌법재판소 2004. 05. 27. 2003헌가1 등). 또한 헌법 제22조 예술의 자유는 예술창작의 자유, 예술표현의 자유, 예술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등을 내용으로 하는데, 예술창작의 자유는 창작소재, 창작형태 및 창작과정 등에 대한 임의로운 결정권을, 예술표현의 자유는 창작한 예술품을 일반대중에게 전시·공연·보급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합니다(헌법재판소 1993. 05. 13. 91헌바17).
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헌적 행위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 광주비엔날레 당시 전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세월오월) 전시를 김기춘 비서실장,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을 통해 무산시키고11), “문화예술계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원하지 말아야 할 문화예술계 인사와 단체들의 명단, 소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여12) 문화계 길들이기에 나서는 등 헌법이 보장한 예술창작,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탄압하였을 뿐 만 아니라 측근인 최순실 주변 인물들을 청와대 뉴미디어정책실에 앉혀13) 여론조작을 시도14) 하였습니다. 결국 문화국가 조성이라는 헌법의 기본원리와 전 대통령의 헌법상의 의무를 저버렸습니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화·체육계 전반을 차은택을 비롯한 최순실 측근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기까지 하였습니다.
1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1102241005&code=910100
12)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10/2016111090176.html
13)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350993
14) http://www.sedaily.com/NewsView/1L3WHD62V0
다.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형사재판의 내용
⑬[소위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피고인이 김○춘 등과 공모하여, 대통령 등의 직권을 남용하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직원으로 하여금 예술위책임심의위원 후보자 명단을 문체부로 보내게 하고 예술위위원장, 위원들에게 책임심의위원에 대한 배제지시를 전달하게 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하고,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를 목적으로 예술위 직원으로 하여금 예술위에서 주관하는 사업에 대한 신청자 및 각 단계별 심의통과자 명단을 송부하게 하는 등의 의무 없는 일을 하게하고,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를 목적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직원으로 하여금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동성아트홀’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기 위한 기준을 만들게 하는 등의 의무 없는 일을 하게하고,
㉳세종도서선정에 관여할 목적으로 출판진흥원 직원으로 하여금 세종도서 사업 신청자 명단을 문체부에 송부하게 하는 등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위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일부 협박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에 무죄판결이 있었지만 대부분 유죄판결이 내려졌습니다.
Ⅲ. 정경유착 부패범죄의 단죄에는 불충분
1. 헌법상 정경유착의 폐습의 근절과 경제질서 원리
이 사건은 또다시 정치권력과 경제계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밀접히 관계를 맺는 정경유착(政經癒着)의 폐습이 또 다시 드러난 것입니다. 정경유착의 결과 국민의 안전과 공공복리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국가권력을 특정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면 탈세와 부정부패, 특혜시비 등 법과 정의가 실종되고 특정기업집단으로 경제력이 집중 되어 시장지배력의 남용 등 경제왜곡현상을 낳을 수 있습니다. 우리 헌법 전문에서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라고 규정한 것과 제119조 제2항에서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를 규정하고 있는 이유도 정경유착의 폐습과 그에 따른 경제의 왜곡상황을 경계하기 위한 것입니다15). 우리 헌법이 경계한 사회적 폐습, 정경유착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 다시금 등장한 것이며, 헌법이 천명한 경제민주화 원칙에 역행하는 사례가 또 다시 발생한 것입니다.
15) 김남근, 대한변협신문 2016. 11. 14. 자
2. 직권남용(겁박의 피해자)과 뇌물죄(정경유착)의 프레임 대결
박근혜 정부 하에서 검찰은 이 헌정질서 위반 국정농단 사건의 본질을 직권남용행위로만 제한하여 수사를 하였습니다. 직권남용의 프레임에서는 뇌물을 제공한 재벌들은 피해자일 뿐 뇌물을 제공한 범죄대상에서는 피해갈 수 있었고, 실제로 직권남용 수사에 협조한 전경련 관계자들은 뇌물제공의 공범으로 전혀 수사를 받지 않았고 해당 수사기록에서는 재벌총수들은 모두 피해자로만 취급되었습니다. 직권남용죄는 최고형량이 5년으로 비교적 가벼운 형벌의 죄이어서 박근혜 그 당시 대통령도 이러한 제한된 프레임의 수사에 대해서는 마지못해 묵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 최순실이 귀국하여 수사에 응한 것도 이러한 제한된 직권남용의 틀에서의 수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해 구성된 특검은 이 사건을 정경유착의 뇌물범죄로 수사했고, 롯데재벌의 뇌물제공, SK재벌에 대한 뇌물요구, 삼성재벌의 일부 뇌물제공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다만 대다수의 재벌그룹이 관여하여 대다수의 재벌이 처벌대상이 될 수 있는 미르, 케이스포츠재단 출연문제에 대해서는 법원이 뇌물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3. 삼성이냐 다른 재벌이냐, 단순뇌물이냐 제3자 뇌물이냐에 따라 다른 판단
박근혜 전 대통령 제1심 형사재판 판결에서는 아래와 같이 롯데, SK, 삼성 3개 재벌의 뇌물제공의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이 있었습니다.
⑩[롯데그룹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피고인이 최○원과 공모하여,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취득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롯데그룹 회장 신○빈으로 하여금 제3자인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의 뇌물을 공여하게 함
⑪[SK그룹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피고인이 최○원과 공모하여, 워커힐호텔 면세점 특허,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 합병,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석방과 관련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SK그룹 회장 최○원 등으로 하여금 제3자인 블루케이에 4억 원, 케이스포츠재단에 35억 원 및 비덱스포츠에 50억 원 등 합계 89억 원의 뇌물을 공여하도록 요구함
⑫[삼성그룹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피고인이 최○원과 공모하여, 이○용의 승계작업 등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 135억 265만 원의 뇌물을 수수하기로 약속하고, ㉯ 정○라의 승마 지원과 관련하여 합계 77억 9,735만 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 제3자인 영재센터에 합계 16억 2,800만 원의 뇌물을 공여하게 하고, ㉱ 제3자인 미르 및 케이스포츠재단에 합계 204억 원의 뇌물을 공여하게 함
이중 롯데재벌로부터 뇌물을 제공받은 공소사실과 SK재벌에게 뇌물을 제공하도록 요구한 행위, 삼성재벌이 정유라 승마지원과 관련하여 최순실에게 72억 9,427원 및 차량 4대 무상 사용이익을 제공한 부분에 대해서는 뇌물죄를 인정하고, 삼성재벌이 미르, K-Sports, 영재센터 등에 뇌물을 제공하도록 한 부분과 추가적으로 뇌물제공을 약속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롯데재벌의 경우에는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해 호텔롯데 월드타워 면세점의 면세사업자 선정이 절실하였고, 롯데에 재단출연의 요청한 시기나 롯데재벌이 케이스포츠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진 시기가 정부가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특허 수 등을 검토하던 때였던 점 등에 비추어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지원한 행위는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공통된 인식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제3자 뇌물죄의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었습니다. SK의 경우에도 최재원 부회장 사면, 워커힐 면세점, CJ헬로비전 M&A 등 세가지 현안의 해결과 케이스포츠재단과 최순실이 케이스포츠를 통해 추진하려던 ‘가이드러너’ 사업 지원 요구 사이에 대가관계가 인정되어 뇌물요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하지만 삼성재벌의 경우에는 미르, 케이스포츠, 영재센터 등 3개 재단에 256억 원이 넘는 거액을 출연하였지만, 삼성재벌의 현안인 “경영권 승계”의 사실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경영권 승계”의 현안을 인식하였다는 점도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래 “경영권 승계” 현안의 존재와 인식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나서 삼성보고서를 작성하고 삼성현안에 대해 “경영권 승계”라는 표현까지 사용하여 확인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삼성의 현안인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을 인식하지 못했고, 더 나아가 청와대 보고서에도 나오는 “경영권 승계”라는 표현의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그야말로 결론을 내려놓고 사실파악에는 눈감는 판결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합니다.
재판부의 판단대로라면, 삼성의 청탁이 없었음에도 박근혜의 청와대가 삼성을 위하여 여러 업무를 자발적으로 진행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영재센터 후원금이나 정유라 말 지원 등의 뇌물은 이재용의 승계목적 이 외 어떤 이유에서 삼성이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인지 논리적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부정한 청탁’에 관한 형사법적 요건을 핑계로 삼성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4. 재단 자체가 뇌물인데, 개인에게 귀속된 뇌물이 없다는 양형이유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개인에게 재산적 이익이 귀속되지 않은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들 중의 하나로 언급하였습니다. 향후 형식적으로 제3의 법인을 설립하여 우회적으로 뇌물을 받는 행태가 널리 활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과거부터 영남대 재단(학교법인 영남학원),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등 재단 횔동을 통해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자신의 활동력을 확대해 왔다. 그런 점을 놓고 보면, 이 사건에서 문제된 재단들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전적으로 지배하여 운영하려 한 것으로 재단 설립 그 자체를 뇌물 수수의 과정으로 충분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재단을 제3자로 보아 범죄수익이 재단에 귀속되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챙긴 것이 없다고 하면서 도리어 이를 유리 한 양형인자라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뇌물범죄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다른 제3자 뇌물죄 사건의 제3자는 뇌물범죄가 가담하지 않은 자연인이거나 이미 종교나 사회공헌 활동 등 본연의 활동을 해 오고 있었던 교회, 사찰 등의 법인이었지만 이 사건의 경우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뇌물을 받는 수단으로 재단을 설립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설립하는 재단에 뇌물을 제공하게 한 후 뇌물로 설립되는 재단의 배타적 지배권을 확보해 두고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현금으로 뇌물을 제공하는 대신에 재단을 만들어 재단을 뇌물로 제공하는 성격하는 사건인데, 뇌물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지는 재단을 형식적으로 제3자로 보아 단순뇌물죄가 아닌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되어야 하고, 게다가 “부정한 청탁”에 대하여 2심의 논리인 “명확하게 정의된 내용으로 그 존재 여부가 관련 증거에 의하여 합리적 의심이 없이 인정되어야”한다는 지나치게 엄격한 심사의 잣대를 결합하면 단순뇌물죄와 비교하면 “재단의 설립을 활용한 제3자 뇌물죄”는 뇌물죄의 처벌을 면하는 수단이 됩니다. 사실관계를 실질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지나치게 제3자의 형식에만 치우쳐 파악하려 한 것입니다. 만일 이와 같이 뇌물을 현금으로 직접 받지 않고, 뇌물을 받는 수단으로 재단을 설립하게 하여 뇌물을 받는 경우에는 뇌물죄의 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것을 대법원 판례가 확정된다면, 권력자들은 재단을 설립하는 뇌물을 받는 편법이 만연할 우려가 있습니다.
Ⅳ. 이재용, 박근혜 판결에서 차이를 보이는 사실관계와 법리
1.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형사재판에서는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해 ‘증거물인 서면’ 내지 단독 면담에서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사이에 수첩 기재와 같은 내용의 대화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재용 2심 재판부는 정황증거로서의 증거능력마저 부인하여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놓고 하급심의 법리적 판단이 크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이재용 상고심 대법원 판결에서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법리적 쟁점이 될 것입니다.
뇌물범죄와 같은 부패범죄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므로 그 내부자의 증언이나 그 내부 관계에서 작성된 수첩이나 메모 등이 범죄증명의 중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간접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권력형 부패범죄의 증명은 매우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는 이재용 재판이나 박근혜 재판만이 아니라 향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 등 권력형 부패범죄 재판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진술을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할 때에는 그 진술이 전문증거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 또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1252 판결 등 참조). 안종범 업무수첩은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이나 피고인 이재용에게 수첩에 기재된 말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본래증거로서 당연히 증거능력을 가진다. 2심도 이 점을 인정하는바, 안종범이 작성한 업무수첩은 그 자체로 박 전 대통령과 피고인 이재용이 한 ‘원진술’의 존재를 증명하는 본래의 증거입니다. 나아가 그 수첩의 작성 경위와 신빙성에 대한 다른 증거인 안종범 진술을 보강하는 정황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안종범은 법정에서 진술하면서, 업무수첩은 자신이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수석으로 근무하면서 매일매일의 업무 관련된 내용을 계속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대통령이 말 하는 내용 중에서 후속조치를 취할 것들이 있는지 등을 정리하기 위하여 대통령이 말하는 내용을 놓치지 않도록 핵심 요지를 적은 것이고,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면 ‘VIP'라고 적어놓았으며, 대통령이 말할 때 그 내용을 수첩에 그대로 받아 적었지, 자신의 생각을 가감한 것은 없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2. 말 3마리 구입대금과 보험료의 뇌물액 포함여부
이재용 재판의 2심은 용역대금 36억 3,484만원에 대해서는 이를 뇌물액에 포함시키면서도, 말 3마리와 그 보험료 및 차량에 대해서는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으므로 마필과 차량들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이익(사용이익)만을 뇌물액과 횡령액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러나 정유라에게 자기 소유의 말과 같이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고, 삼성 전자가 회수할 의사마저 포기한 것이라면 이러한 사실관계를 실질적으로 파악하여 소유권을 이전한 것으로 볼 것이지, 용역계약서의 형식에만 매달려 소유권을 이전할 의사가 확인되지 않으니 무상 사용권만을 준 것이라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더구나 이재용 재판의 2심은 마필과 차량의 사용이익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누군가 1억 원짜리 집을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하였다면, 시세에 따른 임대료 상당액이 사용이익일 것입니다. 말과 차량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가상각이 발생한다면, 취득가액과 판매가액의 차액만큼이 사용이익일 것입니다. 2심은 사용이익 산정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그저 ‘산정불가’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재용 재판 2심의 태도는 특경법상의 적용을 피해 집행유예형이 불가한 3년 이상의 중형의 적용을 피하려는 의도를 의심케 합니다. 특경법상 횡령금액이 50억 원을 넘는 경우 법정형이 5년 이상 무기징역이기에 양형의 범위가 넓어지는데, 2심은 ‘사용이익을 산정하기 어렵다’, ‘횡령죄의 객체인 타인의 재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용이익’을 횡령금액에서 제외시켜 총 횡령금액을 36억 3,484만원으로 제한하였습니다. 형량이 높은 특경법상의 50억 원 이하로 횡령액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에서 사용이익의 산정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닌지 의심이 발생합니다.
이에 반하여 박근혜 제1심 형사재판 재판부는 말 3필과 보험료 36억 5,934만원을 뇌물액에 포함하여 용역대금과 함께 72억9,427만원 및 차량 무상사용 이익분을 뇌물 액으로 보았습니다. 이재용 삼성부회장 재판에서 위와 같이 말3필과 그 보험료가 뇌물액에 포함되면 횡령액도 72억9,427만원으로 늘어나 특경법상의 50억 이상 횡령죄가 적용되어 5년이상 징역형이 적용되므로 집행유예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3. “경영권 승계” 현안의 존재와 인식에 대한 판단
가. 이재용 제1심의 재판부의 포괄적 현안인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판단
이재용 제1심 재판부는 아래와 같은 사실을 들어, 삼성재벌에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의 현안이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특검이 공소사실에서 제시한 개별 현안들 중 일부는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고,
②미래전략실은 각 계열사를 통할하면서 그 운영을 지원. 조정하는 조직인 동시에 대 주주(또는 총수)의 경영지배권 행사를 지원하는 조직으로서, 미래전략실 소속 임직원들은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와 관련된 개별 현안들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관여하였으며,
③위 개별 현안들이 추진될 무렵 금융. 시장감독기구의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피고인 이재용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확보와 관련이 있다고 평가. 분석하고 있었고,
④미래전략실의 임원들도 피고인 이재용을 이건희의 후계자로 인정하면서 위 개별 현안들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였음을 알 수 있고,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그것이 오로지 피고인 이재용만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전자 또는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이루어졌음이 인정되고, 그와 같은 목적 아래 추진된 일련의 개별 현안들의 전개는 충분히 특검이 전제로 하고 있는 ‘승계작업’의 성격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이재용 2심 재판부와 박근혜 재판부의 “경영권 승계”의 현안의 존재와 인식 부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1심 재판부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 범행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중대한 의미를 가지므로,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도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하고, 개괄적이거나 광범위한 내용의 인식만으로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전제하고,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특검이 주장하는 개별 현안들의 진행 자체가 ‘승계작업’을 위하여 이루어졌다거나, 이재용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를 위하여 특검이 주장하는 순서대로 개별 현안들이 추진되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승계작업에 대한 ‘명시적.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의 현안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
1) 2014. 5.경 이건희의 와병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는 2014. 7.경 내지 같은 해 9월경 사이에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위주로 한 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보고서의 전체적인 취지는 ‘이건희 유고의 장기화와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의 당면과제는 이재용 체제의 안착이고, 삼성의 당면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니,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여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위 청와대 보고서에서는 ‘삼성의 당면과제’에 관한 세부 내용으로는 ‘상속자금 마련, 사업재편 및 구조조정, 이재용 체제에 대한 대내외 신뢰 확보’가, ‘정부의 영향력 행사’에 관한 세부 내용으로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규제완화 지원, 이재용 체제에 대한 간접적. 우회적 지지 표명(시그널 전달)’이 각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고 있었습니다.
2)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 총괄팀은 2014. 5. 22.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하였고,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는 2014. 6.경 “기업집단. 삼성의 소유구조 개편 전망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위 보고서들은 모두 피고인 이재용의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권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개편에 관한 사항을 다루고 있습니다.
3)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김영한의 2014. 6. 20.자 업무일지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 -monitoring”이라는 기재가 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민정비서관 우병우의 지시에 의해 위와 같은 민정수석비서관실의 보고서가 작성되었습니다.
4) 이재용 2심 재판부와 그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박근혜 1심 재판부는 애써 위와 같은 보고서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하고 있지 만, 2014. 5.경 이건희의 와병 이후 이재용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 등을 포함 한 ‘승계’ 또는 ‘3세 경영체제’ 문제에 관하여 정부 내 금융시장 감독기구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관심을 가지고 보고서들을 작성하였고, 해당 보고서들에 ‘지배 구조 개편’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자 각종 경제 정책의 수립, 시행 등 재정, 경제 분야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박 전 대통령으로서도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의 ‘승계’ 문제에 관하여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대통령은 거의 매일 국정원이나 경찰로부터 각종 현안이나 여론 동향에 관한 정보보고를 받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특히 위 민정수석비서관실의 보고서는 민정수석에 의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라. 사실판단의 문제를 고도의 법리적 판단의 문제로 전환
정경유착의 부패범죄에 대한 재판부의 시각이 반영되더라도 범죄사실에 대한 충분한 심리에 치중하지 않고 “경영권 승계작업”이 법리적으로 명확한 개념작업이 필요한 법리의 영역인양 태도를 취하는 것도 재벌들의 현안인 불법, 탈법 경영권 승계의 사실을 외면하고 마치 고도한 법리의 영역에 이 사건 판단의 본질이 있었던 것처럼 보이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판결이 결국은 국민들로 하여금 재판부가 사건을 보고 판결하지 않고 사람을 보고 판결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판결이라는 식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4. 대통령의 “직무집행의 공정성이 사회일반으로부터 의심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였는가?
가. 묵시적 청탁의 판단에는 “국민들로부터 대통령의 직무집행의 공정이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중요한 판단기준입니다.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직무 혹은 청탁의 내용, 이익제공자와의 관계, 이익의 다과 및 수수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과 아울러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이라고 하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에 비추어 그 이익의 수수로 인하여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 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판단 기준이 됩니다. 비록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그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청탁이라면 이는 의연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도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묵시적인 의사표시라도 무방하며, 실제로 부정한 처사를 하였을 것을 요하지도 않습니다(대법원 2007. 1. 26. 선고 2004도1632 판결).
나. 또한 대법원 판례는 “이익의 수수로 인하여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는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설시하고 있는데, 이재용 2심 재판부와 박근혜 전 대통령 제1심 재판부는 이재용 피고인의 뇌물제공과 박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이 권력을 자의적으로 이용하여 뇌물을 챙기는 범죄가 우리 사회에 국가 공무집행의 공정에 대한 얼마나 큰 불신을 초래하였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다. 이재용 제1심 재판부는 이건희의 와병 전후를 막론하고 이건희 이후 삼성그룹의 승계자로서 피고인 이재용의 존재,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그룹 승계과정에 관한 사회적 관심, 이른바 ‘이학수법’이 발의되는 등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과정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사회 일반에 공론화되어 있었고, 피고인 이재용의 승계란 결국 피고인 이재용이 이건희와 동일한 정도 또는 보다 강화된 방식으로 또는 감소가 최소화된 방식으로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 유지하는 것이라는 것은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박 전 대통령은 업무보고 또는 여론동향 보고 등을 통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문제에 관하여 인식할 수 있었고, 특검이 제시하는 것과 같은 뚜렷하고 명확한 개념으로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개괄적으로나마 ‘피고인 이재용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개념과 그 필요성에 관하여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라. 이재용 제2심 재판부와 그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박근혜 제1심 재판부는 위 재판부의 “경영권 승계”의 현안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 사실을 반박하기 위하여 위 재판부가 설시하고 있는 논리인 “뚜렷하고 명확한 개념으로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개괄적으로나마 ‘피고인 이재용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 편’이라는 개념과 그 필요성에 관하여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깨기 위하여 “경영권 승계”만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하고, 개괄적이거나 광범위한 내용의 인식만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만을 제시하였을 뿐입니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가 필요한지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1심이 개괄적으로 정의한 ‘피고인 이재용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이라는 수준은 명확한 개념 정의가 아니다 라는 판단만이 있을 뿐입니다. 기본적으로 개별현안인 ①~⑩에 대한 범죄“사실”의 사실규명을 통해 확인된 내용을 종합하여, “피고인 이재용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벌였고”, 이를 인식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하여 이러한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지원을 묵시적으로 청탁한 것이라는 방식으로 판단되어야 할 문제를 “개념 정의”의 문제로 전환시킨 것입니다.
마. 촛불혁명과 탄핵으로 표출된 국민들의 대통령의 직무집행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경영권 승계” 판단에 반영되지 않아 2016년 많은 국민들이 이 사건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촛불혁명에 나서고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어진 점에 비추어 보면, 삼성재벌의 금품제공으로 인하여 대통령의 직무 집행의 공정성은 크게 훼손되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러한 국민들이 사건을 바라보면 과연 대통령의 직무집행이 공정하였는가, 재벌 등 경제권력의 편을 들어주고 있지 않았는가, 그러한 편중이 재벌들이 제공하는 뇌물과 관련이 있지 않았는가 하는 등의 의심이 크게 발생하고 있는데, 법원은 이러한 국민들의 시각과는 크게 벗어나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대법원 판례에서 부정한 청탁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법리는 이러한 사회일반의 대통령의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의문을 갖게 되었는지 여부에도 중요성을 두고 있는데, 재판부에서는 이 점이 간과되고 있다는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5. 변화하는 정경유착의 유형에 대한 인식부족도 드러내
이재용 2심 재판부는 정경유착의 문제를 70-80년대식의 큰 이권사업의 인·허가나 공기업 불하 등 직접 큰 이권을 챙기는 사업으로만 좁게 보는 편협된 시각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박근혜 제1심 재판부도 롯데재벌이나 SK재벌이 현안인 면세점특허, 사면, M&A에 대한 승인 등 이권이 되는 사업을 챙기려 한 부분에 대해서는 묵시적인 청탁이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도 삼성재벌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표지원이나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한 주식매각의 축소 등 재벌그룹 내부에서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이권을 챙기는 식의 정경유착의 아니라고 보고 유죄 인정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 다.
그러나 2000년대 이래로 한국의 재벌들의 현안은 주식가치가 높은 주력기업의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 재벌 2-3세들에게 어떻게 하면 적은 자금으로 많은 지분을 승계시켜 경영권을 확보하느냐에 주된 초점이 있습니다. 결국 다른 많은 주식투자자, 채권자, 노동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회사법, 형법, 세법 등의 국가의 기본질서와 충돌을 하게 되어, 정치권력이 불법을 눈감아 주는 상황에서 추진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정치권력의 비호를 통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추진하려 했던 것이 이 사건 중 삼성재벌과 정치권력의 정경유착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재판부와 이재용 제2심 재판부는 한국의 재벌 지배구조의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Ⅴ. 맺음말 : 헌정질서를 바로잡는 역사적 반성의 계기가 되어야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주권 행사를 위임받은 대통령은 그 권한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합법적으로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그 성질상 보안이 요구되는 직무를 제외한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면서 이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습니다. 행정부처나 대통령비서실 등 공적 조직이 아닌 이른바 비선 조직의 조언을 듣고 국정을 운영한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으나, 그때마다 이를 부인하고 의혹 제기 행위만을 비난하였습니다. 2014년 11월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하였을 때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의 국정 개입 의혹은 거짓이고 청와대 문건 유출이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판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외적으로는 최순실의 존재 자체를 철저히 숨기면서 그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였기 때문에, 권력분립원리에 따른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 등 민간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습니다.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잘못을 시정하지 않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하였기 때문에, 지시에 따라 일한 안종범 등 공무원들 이 최순실과 공모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저질렀다는 등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하여 최순실 등의 사익 추구를 도와주는 한편 이러한 사실을 철저히 은폐한 것은, 대의민주제의 원리와 법치주의의 정신을 훼손한 행위로서 대통령으로서의 공익실현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 개입 등이 문제로 대두되자 2016. 10. 25. 제1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국민에게 사과하였으나, 그 내용 중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한 기간과 내용 등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진정성이 부족하였습니다. 이어진 제2차 대국민 담화에서 피청구인은 제기된 의혹과 관련하여 진상 규명에 최 대한 협조하겠다고 하고 검찰 조사나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찰이나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여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위와 같이 피청구인은 자신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에 대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대신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습니다.16)
16) 헌법재판소 2017. 3. 10. 선고 2016헌나1 결정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도 위와 같이 헌법을 수호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직분을 망각하고 범죄사실을 숨기거나 범죄사실이 밝혀지면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이며,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권한을 위임해 준 국민들에 대해 한 번도 진정 한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태도는 재판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진정하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사법질서를 경시하며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하여 정치적 재판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예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면서 사법부에 의해 이루어지는 형사절차를 정치보복으로 단정하고 불출석하였고, 선고재판에도 불출석 하였습니다. 구속연장에 항의한다면서 사선변호인들 모두가 사임하기도 하였습니다. 향후 정치적 지형의 변화에 따른 사면 등을 염두에 두고 그러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더욱 엄정한 법적, 역사적 심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박근혜 국정농단사태는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적 행위가 아니었습니다. 국가권력을 악용하여 정치권력과 자본이 불법적 거래를 자행한 것이었고, 우리 헌정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사법적 심판은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와 헌 정질서가 성숙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한 걸음이며, 헌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원리를 철저히 저버린 비극에 대한 역사적 심판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있을 박근혜, 최순실의 2, 3심 재판과 이재용 3심 재판에 대해서 사법부는 더 무거운 책임으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발제 2]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판결의 헌법적 분석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I. 서론
지난 4월 6일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제22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판결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하였다. 다음에서는 이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판결에 대해 헌법적 관점에서 분석과 비판을 가해 본다.
II. 판결문에 나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헌적 권한 남용과 범죄행위들
1.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헌법상의 법치주의를 훼손
판결문은 “박 전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국민 전체의 자유와 행복, 복리 증진을 위해 행사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오랜 사적 친분을 유지해 온 최서원(최순실)과 공모해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고 지적하면서 “국정질서가 큰 혼란에 빠지고 결국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까지 이르게 된 주된 책임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있다”면서 “다시는 대통령이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남용해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엄중한 책임을 묻는 이유로 신임을 준 주권자 국민에 대한 배신과 국정을 혼란에 빠뜨린 권한남용을 꼽았다.
헌법 제1조 제2항의 국민주권주의와 헌법 제67조의 대통령 선거를 통한 대의제에 근거해 주권자인 국민들이 ‘선거’라는 신임행위를 통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하고 최순실 등 국민은 알지도 못하는 비선실세들과 공모하여 자신들의 ‘사익추구’를 위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신성한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국민들을 배신하였다.
또한 헌법 제66조 제2항이 대통령에게 ‘헌법수호의무’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익추구와 권한남용을 통해 헌법과 법률들을 위반함으로써 법치주의를 비롯한 ‘헌법상의 기본원리’들을 훼손하였다.
법치주의란 “행정과 사법이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적합하도록 행해질 것을 요구하고 국회가 제정하는 그 법률의 내용도 기본권 보장의 헌법이념에 합치할 것을 요구하는 헌법원리”이다. 따라서 이것은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준법주의’가 아니며, 오리혀 대통령을 비롯한 입법, 행정, 사법 권력이라는 국가권력의 제한원리이다. 즉, 법치주의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비롯한 공권력 행사 담당자들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 재임기간 중 그토록 법치주의를 강조하던 박 전 대통령이 권한남용을 통해 법치주의를 훼손한 심각한 아이러니를 이번 판결은 확인해 주었다.
대통령 재임기간 중 그토록 법치주의를 강조하던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이후 형사 재판을 받으면서부터는 법치주의를 더 철저히 부정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8개의 혐의 사실 전부에 대해 이를 부인하고 법원에 의해 구속기간 연장 결정이 난 지난 10월 이후부터는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며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재판을 거부해오고 있다. 국민에 대한 진정 어린 사과는 고사하고 그 어떤 반성도 찾아볼 수 없다. 반성의 기미가 없는 이러한 태도가 이번 판결의 양형 에도 고려되었다. 상급심에서도 이러한 재판 거부가 이어진다면 강제구인을 통해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이 중요한 사건 재판과정을 통해 법치주의가 부정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2.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 등을 통해 헌법상의 직업공무원제도를 훼손
노태강 국장 등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들을 사실상 사직하게 한 부당인사에 대해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것은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정치적 중립성’을 핵심으로 하는 헌법상의 직업공무원제도가 훼손되었음을 직권남용 유죄를 통해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3. 문화예술계 인사 등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로 이들의 사상 및 표현 의 자유를 침해
최순실과 공모해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해 차별과 불이익을 가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계 특정 인사들을 정부 지원 사업에서 배제하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점에 대해 직권남용의 유죄를 인정하였다. 이것은 헌법적으로는 이들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사상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과 관련해 평등권이 침해되었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4.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여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와 이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
최순실과 공모해 기업을 대상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에 이 사건 각 재단에 대한 출연을 요구하고 최서원(최순실)이 설립·운영을 주도하거나 최서원(최순실)과 친분 관계가 있는 회사 등에 대한 광고 발주나 금전 지원, 납품 계약, 에이전트 계약 체결 등을 요구하고, 최서원(최순실)의 지인들에 대한 채용 및 승진까지 요구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이를 이행하도록 강요하였고, 사기업의 경영진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강요하기도 하는 등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여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였다고 판시하였다.
우리 헌법은 제23조 제1항 제1문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라고 하여 기업을 포함한 국민 개개인의 재산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경제 질서에 관한 첫 조항인 제119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면서 제2항에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경제에 관한 부분적 규제와 조정을 인정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우리 헌법상의 경제질서로 천명하고 있다. 즉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를 근간으로 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의 경제에의 부분적인 개입만을 인정한다. 기업경영의 자유도 시장경제질서가 우리 경제질서의 근간임을 밝히고 있는 헌법 제119조 제1항으로부터 도출된다.
판결문이 열거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범죄행위들은 따라서 우리 헌법상의 경제질서의 근간인 시장경제질 서와 이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보수 정치세력들이 앞세우는 자유민주주의에 위배되는 행위들을 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 정치권과 경제계 사이에서 오래 동안 행해진 ‘정경유착’을 계속해 시도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III. 1심 판결문의 문제점: 제3자 뇌물죄 적용상의 평등원칙 위반
1. 제11조의 평등원칙과 제3자 뇌물죄 적용
우리 헌법 제11조 제1항 제1문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학설의 통설은 이 제11조로부터 모든 국민은 평등한 처우(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을 것)를 요구할 수 있는 주관적 공권으로서의 ‘평등권’이 도출되며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최고원리로서의 평등원칙이 도출된다고 본다. 우리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 “법 앞에” 평등의 의미는 통설과 헌법재판소 판례에 의할 때 법의 제정과 집행이 평등해야 한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법의 ‘적용’도 평등해야 함을 의미한다.
평등의 의미와 관련해서는 과거에는, 어떠한 차별도 금지하는 ‘절대적 평등설’이 잠깐 주장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상대적 평등설이 통설이자 헌법재판소 판례의 입장이다. 즉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상대적 평등’이 ‘평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차별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내지는 ‘자의적인 차별’만 평등원칙에 위배되게 된다. 따라서 사법부가 평등원칙 위반 여부를 따지는 평등심사를 ‘합리성 심사’ ‘자의성 심사’라고 부른다.
또한 헌법 제11조 제1항 제2문은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차별금지의 영역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모든 영역에 있어서의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이고, 차별금지 사유로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을 규정한 것은 차별금지의 사유를 예시한 것으로 헌법재판소와 학설의 통설은 이해한다. 즉, 이 이외에도 학력, 건강, 정치 성향, 연령, 출신 지역, 인종, 언어 등에 의한 불합리한 차별도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형법 제130조는 ‘제3자 뇌물제공’이라는 제하에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하여 제3자 뇌물죄를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129조 제1항에 규정된 수뢰죄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와 비교했을 때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직무에 관하여” 이외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이 입증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재판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K스포츠재단 70억 원 지원과 최태원 SK회장에 대 한 디택스포츠 등 89억 원 지원 요구는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면서 제3자 뇌물수수를 인정한 반면에, 삼성에게는 미르 및 K재단 204억 원 출연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16억여 원 지원에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등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하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제3자 뇌물죄 성립을 위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느냐의 판단 부분에서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어 ‘제3자 뇌물’이 성립한 롯데 및 SK와 달리 삼성에게는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아 미르재단, K재단 및 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출연금 등은 제3자에 대한 ‘뇌물’ 로 보지 않은 것이다. 더 나아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이 승계작업을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제3자 뇌물죄 성립의 중요한 요건인 ‘부정한 청탁’의 판단 부분에서 삼성을 롯데나 SK와 다르게 취급한 것이다.
2. ‘부정한 청탁’ 여부와 관련해 재벌기업간 법 적용상의 불합리한 차별 존재
물론 ‘부정한 청탁’ 여부와 관련해 삼성이나 롯데 및 SK의 사실관계는 다 다르다. 그러나 롯데는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라는 현안에 대해 명시적인 부정한 청탁의 근거는 없지만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은 있었다며 이를 비교적 쉽게 인정했다. 반면에 삼성은 경영권 승계나 부정한 청탁과 관련될 수 있는 10개가 넘는 현안에 대해 특별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즉, 기준 적용의 엄격성에 차이가 존재하고 그 차이(차별)에 합리적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
특히 그즈음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존재했음은 SBS 등 언론들의 심층탐사 보도로 속속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그 시점에 삼성이 ‘경영권 승계’ 협조라는 댓 가를 바라고 돈을 건넨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삼성 경영진을 겁박 해 이재용 부회장 이 그 겁박을 못 이겨 마지못해 204억과 16억의 금액을 미르·K재단과 영재센터에 지원했다는 것은 국민적 상식에 배치된다. 재판부는 이 대목에서 국민적 상식보다는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엄격한 증명을 요하는 형사재판의 성격을 고려해야 했고 이러한 관점에서 검찰 측이 ‘부정한 청탁’에 대한 입증을 다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 롯데나 SK에서는 똑같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도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는데, 삼성의 경우에만 유독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인가. 판결문에는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증이 부족해 보인다.
최순실씨 1신 선고 때와 같이 재판부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 자체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그에 근거해 묵시적 청탁으로서의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고 한 것은 ‘정경유착’이라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축소한 판결로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3.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문형표 전 장관 등의 판결과 상호 모순
서울고법 형사 10부(재판장 이재영)는 작년 11월에 문형표 전 장관 등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부당하게 압력을 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함으로써 “이 부회장에게 이익을 취하게 했다”고 지적하면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그리고 문 전 장관 사건 1·2심 재판부 모두 “삼성 합병은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일관되게 판시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에 도움이 됐고, 국민연금공단이 삼성 합병에 찬성한 배경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인정하였다. 이 합병 건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문형표 전 장관 등이 일심과 항소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는데, 승계작업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두 판결에서 동일한 판단대상이 된 부분에 대해 모순되는 판결이 나온 것으로 판결의 형평에 맞지 않는다. 즉 헌법적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은 문형표 전 장관과 비교했을 때 법원으로부터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우대를 받은 것이다.
IV. 결론
형량과 관련해 재판부는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72억 원 중 피고인이 직접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확인되지 않고, 롯데그룹으로부터 받은 70억 원은 반환된 점,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선고형을 결정”하였다고 하면서 유리한 정상 참작사유를 설시하면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선고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따른 막대한 국정 혼란과 국민들에게 준 마음의 상처에 비하면 결코 무겁다고만 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 사건의 피고인들에 대해 이어지는 항소심이나 대법원 판결은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고 법치주의에 부응하는 엄정한 것이어야 한 다. 그래야만 이들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처벌이 정경유착의 폐습을 끊고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권한남용의 기준을 제시하는 기회로 선용되고 우리 정치의 발전과 우리나라의 도약을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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