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공소권행사 등 위헌확인[96헌마32, 1996.2.29.]

【판시사항】

수사기관의 수사재기결정, 구체적 수사처분 및 공소제기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적법 여부

【결정요지】

검사의 수사재기결정은 수사기관 내부의 의사결정에 불과하고 피의자의 기본권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침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며, 공소제기처분도 그 자체로서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수사과정에서 행한 구체적인 수사처분으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구제절차를 거친 후가 아니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

【당사자】 청구인

1. (96헌마32 사건) 전○환 외 26인(별지 청구인 명단과 같음)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전상석 외 2인

2. (96헌마33 사건) 노○우

대리인 변호사 한영석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주 문】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불기소처분과 헌법소원심판

(1)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는 1994.10.29. 이른바 12.12군사반란사건(이하 “12.12사건”이라 한다)과 관련하여 정승화 등이 고소.고발한 이 사건 청구인 전○환, 노○우 등 38명에 대하여 “기소유예” 등의 불기소처분을 하였고(같은 청 1993년 형제81259호 외 7건), 위 사건의 고소.고발인들은 위 불기소처분 중 전○환에 대한 부분에 불복하여 항고.재항고를 하였다가 모두 기각되자 11.24.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는바(헌법재판소 94헌마246), 헌법재판소는 1995.1.20. 위 불기소처분 중 기소유예부분에 대하여 부당한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하고 나머지 부분은 일부 기각 및 각하결정을 하였다.

(2)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는 1995.7.18. 이른바 5.18내란사건(이하 “5.18사건”이라 한다)과 관련하여 강공수 등이 고소한 전두환 등 47명에 대하여 “공소권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고(같은 청 1994년 형제47925,110643,131023호 외 67건), 이에 고소인들이 불복하여 항고.재항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자 7.24., 8.3., 10.17. 각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가(헌법재판소 95헌마221,233,297) 11.29. 이를 모두 취하하였으며, 헌법재판소는 12.15. 헌법소원심판절차의 종료를 선언하였다.

나. 위 불기소처분의 재기수사와 공소제기

(1) 피청구인은 1995.11.16. 노태우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으로 인지하고 11.30. 위 12.12사건에 관한 기소유예의 불기소처분 피의자들 중 전두환 및 노태우를 재범등 사정변경을 이유로 재기하여(같은 청 1995년 형제129453호) 재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12.15. 전두환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으로 인지하고, 12.21.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 및 헌정질서파괴범죄의공소시효등에관한특례법이 공포되자 12.29. 12.12사건의 나머지 불기소처분 피의자 35명과 5.18사건의 불기소처분 피의자 47명에 대하여 5.18 특별법 제정 등 사정변경을 이유로 각 재기하여(같은 청 1995년 형제144115호 및 제144116호) 재수사에 착수하였다.

(2) 피청구인은 1995.12.3. 전두환을 군형법상 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구속한 후 12.21. 노태우와 함께 반란수괴, 반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공소를 제기하는 한편, 1996.1.18. 청구인 유학성, 황영시, 이학봉을 반란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각 구속하고(같은 날 청구인 최세청, 장세동에 대하여도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으나 판사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면서 구속영장 발부를 보류하였다), 1.23. 전○환, 노○우, 유○성, 황○시, 이○봉, 차○헌과 청구외 이희성, 주영복 등을 내란수괴, 반란 및 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공소를 제기하고 1.31. 청구인 정○용, 허○수, 허○평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각 구속하여 2.7. 공소를 제기하였다.

다.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

청구인 전○환 외 26인은 1996.1.20., 같은 노○우는 1.22. 위 12.12사건 및 5.18사건에 관한 불기소처분의 재기수사와 공소제기가 위법한 처분으로서 헌법 제10조, 제11조 제1항, 제12조, 제13조 제1항, 제27조 제4항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12.12사건 및 5.18사건에 관하여 피청구인이 행한 불기소처분의 재기수사 및 공소제기가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이다.

3. 당사자의 주장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 검사의 불기소처분도 행정처분의 범주에 속하므로 불가변력이 있고 또 검사의 처분이 본질상 재소금지(일사부재리)의 효력이 있으며, 나아가 검찰청법이나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불기소처분을 검사 스스로 취소, 변경, 철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5.18사건에 관한 특별법 제정지시나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법률의 제정이 불기소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 사정변경이 될 수 없으므로 청구인들에 대한 불기소처분의 재기수사와 공소제기는 위법.위헌이다.

(2) 헌법재판소가 12.12사건에 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하였는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는 기속력이 있으므로 그 불기소처분을 취소한 것은 위법이다.

(3) 12.12사건의 공소시효 완성시기는 1994.12.12.이고 5.18사건의 공소시효 완성시기는 1995.8.15.임을 전제로 수사를 진행하여 불기소처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가 완성된 후 재기수사하여 유죄라는 전제 하에 공소를 제기한 것은 형벌불소급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3조 제1항과 형사피고인의 무죄추정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27조 제4항을 위반한 것이다.

(4)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를 거쳐 확정된 불기소처분의 피의자들 중 오로지 청구인들만이 구속기소되는 등 불평등한 취급을 당하고 있으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한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다.

(5) 피청구인은 위와 같은 위헌.위법적인 수사로 인하여 신체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10조를 위반하였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1) 검사의 불기소처분에는 일반 행정행위와 달리 불가변력이 없고 또 법원의 확정판결과 달리 재소금지(일사부재리)의 효력도 없으므로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하였다가 재기수사하여 공소를 제기하더라도 위법이 아니다.

(2) 12.12사건과 5.18사건에 대한 불기소처분 후 이들 사건을 주도한 노○우가 1995.11.16. 대통령 재임 중의 거액뇌물수수 혐의로 인지, 구속되었고 그 수사과정에서 전두환도 수천억원 대의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정보가 입수되어 내사를 진행 중 그들의 집권과정에서 발생한 12.12사건과 5.18사건에 대해서도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하였을 뿐만 아니라, 12.15. 헌법재판소가 5.18사건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절차의 종료를 선언하면서 소수의견의 형식을 통해 내란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후 12.21. 국회에서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과 헌정질서파괴범죄의공소시효등에관한특례법이 제정되게 되었으므로 이러한 사정변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 두 사건을 재기수사하여 공소제기한 것은 적법하다.

(3) 검사가 위 두 사건을 재기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하였으므로 이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판단 직권으로 청구인들의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먼저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기결정에 관하여 보건대, 검사의 재기결정이란 수사를 종결한 사건에 대하여 수사를 다시 개시하는 수사기관 내부의 의사결정에 불과하며 피의자에게 어떠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피의자의 기본권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침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재기결정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할 수 없다.

다음 피청구인의 공소제기처분에 관하여 보건대, 공소제기란 법원에 대하여 유죄.무죄의 판결을 구하는 처분으로서 이에 대하여는 법원의 재판절차를 거치게 되며 공소제기 자체가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역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1992.12.24. 선고, 90헌마158 결정 등 참조).

다음 피청구인이 재기결정 후의 수사과정에서 행한 수사처분에 관하여 보건대, 구체적인 수사처분으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구제절차를 거친 후가 아니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인데(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이 사건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음이 명백하므로 이 부분에 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6.2.29.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조승형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주심 재판관 신창언

<별지> 청구인 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