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2심(서울고등법원) 판결(사건번호 2018노1087·선고일 2018.8.24.)
■ 재판장: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
- 김문석(金紋奭 1959.02.25. 부산生) 판사(서울고등법원 부장) 사시 23회·연수원 13기
■ 박근혜 대통령 1심 판결 :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
■ 박근혜 대통령 2심 판결 :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
양형 이유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봉사자임을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권한을 가지고, 그러한 권한의 행사는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지휘를 받는 공무원 전체의 직무 집행에 영향을 미친다.
피고인은 국민으로부터 위와 같이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은 대통령으로서 이를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하여 행사하여야 할 헌법적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과 오랜 사적 친분을 유지해 온 최서원(최순실)과 공모하여, 기업들에게 이 사건 각 재단에 대한 출연을 요구하고, 최서원이 설립․운영을 주도하거나 최서원과 친분 관계가 있는 회사 등에 대한 광고 발주나 금전 지원, 계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최서원의 지인들에 대한 채용 및 승진까지 요구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이를 이행하도록 강요하였고, 사기업의 경영진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강요하기도 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하여 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경영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대기업 총수들과 단독 면담이라는 은밀한 방법을 통해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으로부터 합계 150억 원이 넘는 뇌물을 수수하였고, 에스케이(SK)그룹에 대하여는 89억 원을 뇌물로 요구하였다. 이와 같은 요구형 뇌물의 경우 특히 공무원의 요구가 직무상 권한을 배경으로 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내지 강요 행위를 동반하는 때에는 공무원인 피고인에 대한 비난이 공여자에 비하여 훨씬 가중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피고인은 위와 같은 뇌물과 관련하여 대기업 총수들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거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왜곡시키는 것으로 이를 바라보는 국민에게 심각한 상실감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안겨주었다.
피고인은 부속실비서관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공무상 비밀로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대통령의 일정·외교·인사·정책 등에 관한 청와대 문건 등을 최서원에게 전달하여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였고, 합당한 이유 없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함으로써 헌법이 규정한 직업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훼손하였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이 다르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정부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조직적으로 문화예술계 개인 및 단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등의 지원 배제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이는 사상·표현·예술의 자유 등을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것으로, 헌법 수호를 위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이 오히려 헌법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데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하여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다수의 인사들이 고통과 불이익을 받았고, 예술위 등 문화예술 관련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의 직원들도 위법․부당한 지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업적 양심에 반하는 업무를 고통스럽게 수행해야만 했다. 국민은 정부의 문화예술계 지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었고,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탱하는 사상적․문화적 다양성의 후퇴를 경험해야만 했다.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범행으로 말미암아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 결정으로 인한 대통령 파면’이라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국민과 우리 사회 전체가 입은 고통의 크기는 이를 헤아리기 어렵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최서원에게 속았다거나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비서실장이나 수석비서관 등이 행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그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 나아가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하여 실체적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하는 국민의 마지막 여망마저 철저히 외면하였다.
이러한 제반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불가피하다.
다만 이 사건 각 범행으로 피고인이 직접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확인되지 않았고, 롯데그룹으로부터 받은 70억 원은 이미 반환되었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비롯하여 피고인의 나이, 성행, 범행의 경위,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5년 및 벌금 200억원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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