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대표는 이날 취임 후 첫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내후년이면 헌정 70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국회가 정말 처절하게 자기반성을 하고,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로 거듭나자고 호소하고 싶다”며 “이를 위해 국회가 헌정 70년 총정리국민위원회를 1년 시한으로 설치해서 혁명적인 국회개혁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중에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인사들이 국회를 한 번 제대로 진단하게 하자”며 “그분들로 하여금 국회법, 국회 행태, 국회 관습, 국회 관행, 국회의원들의 행동과 의식을 1년간 함께 활동하며 지켜보게 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청문회 대상을 자처하는 것이다”며 “지금까지 70년간 해왔던 국회개혁과 차이점은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답을 찾는 회의가 아니라 국회실상을 국민 눈높이로, 국민 앞에 낱낱이 전부 공개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장과 야당에 제안한다”며 “당장 9월 중으로 가칭 국회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 구성과 활동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자”고 덧붙였다.
▲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이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전문 (2016.09.05)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지난 금요일날 국회는 38일을 끌어 왔던 추경안을 11초 만에 통과시켰습니다.
19대 국회에서는 300명의 국회의원 중 22명이 국회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곧 폐교될 시골 중학교에 수십억을 들여 체육관을 짓고 의원 업적으로 자랑한 것도 봤습니다.
저는 오늘 70년 된 우리 국회를 대개혁 하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 국민 앞에 국회의 일원으로서 자성으로 새누리당 당 대표연설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명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그 자체가 국회의원의 특권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국회의원의 특권은 또 있습니다.
범죄를 저질러도 회기 중에는 체포당하지 않는 의원 불체포특권, 국회 회의 중에 한 발언에 대해서는 허위 사실이고 국법을 어긴 내용도 책임을 따져 묻지 않는 면책특권이 그것입니다.
민주화된 사회에서 의원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황제특권입니다. 이제 지체 없이 내려 놔야 합니다.
저를 포함한 상당수 의원들은 툭하면 공무원들을 하인 다루듯이 삿대질하고 고성질타로 윽박지르고 민원 거절에 대한 무형의 보복을 암시하거나 실제로 보복성 질의를 합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지만 국회의원의 자료 요청은 상임위 의결을 거쳐야 함에도 의원 임의로 민감한 자료들을 많게는 트럭 한 대나 되는 양을 무더기 제출하라고 압박합니다.
경제를 살리자면서 국내외 현장에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경제인들을 출석 요구해 하루 종일 국회에 불러다 대기시키고 단 1분도 질의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지만 일부 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어깨에 힘주고 부정한 청탁을 마다하지 않고 의원대접 받기를 강요하고 절대 선을 자처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국회의원이 되고나서 선배의원들 따라 하다 보니 걸음걸이가 달라지고 말의 속도와 말투조차 달라졌습니다.
시중에는 인사 청문 대상자 자리에 국회의원을 앉혀서 청문회를 한 번 해보자는 말도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하는 질문을 그대로 그들에게 해보면 국회의원 중 과연 몇 명이나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하는 수군거림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민생현장 방문을 사진 찍기용 행보로 이용하는 사례도 없지 않습니다.
간담회 때는 열심히 적어 가고는 돌아서면 잊었다가 선거철 돌아오면 다시 찾아오는 선거용 간담회도 국민들은 몹시 싫어합니다.
인터넷에서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댓글을 찾아 봤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국회야말로 나라를 해롭게 하는 국해(國害)의원이라고 힐난합니다.
국회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라는 것이 댓글 상의 일반 국민 생각입니다.
국민의 눈에 국회는 당파싸움 하는 곳입니다.
봉급생활자들의 월급은 오르지 않고 오히려 깎이고 경제 성장률은 떨어지고 국가 부채는 느는데 국회의원 세비는 매년 꼬박꼬박 인상하는 것이 정상이냐고 따져 묻습니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무노동 유임금 특권도 국회의원의 특권이라는 댓글 지적도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국회의원들이 일 안하고 가져가는 세비부터 먼저 토해내게 해야 한다는 원망의 말도 들립니다.
법을 만든 사람들이 국회의원인데 일반적인 법은 물론 자신들이 만든 국회법도 자신들이 했던 약속도 스스로 휴지조각 만든다고 비웃습니다.
국회의원이 법을 어기거나 범법행위가 의심되는 동료 의원을 감싸는 일에도 국민들은 탄식합니다.
올림픽 국가대표들의 활약을 보면서 입만 열면 국민대표를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은 국가대표들만큼 열심히 피땀 흘려 일 하는가 묻는 국민이 많습니다.
국회에 대해 아예 희망줄을 놓아버리는 국민도 계십니다.
정치에 관한 한 우리는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는 슬픈 국민이라고 한숨을 쉽니다.
이것이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입니다.
너무나 부끄러운 우리 국회의원들의 자화상입니다.
제가 동료 의원 여러분께 욕먹을 각오를 하고 큰 실례를 무릅쓰면서까지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는 이유는, 이제 내후년이면 헌정 70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국회가 정말 처절하게 자기반성을 하고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로 거듭나자고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정치를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수년 내에 우리 정치는 국민에 의한 대혁명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를 위해 국회가 헌정70년 총정리국민위원회를 1년 시한으로 설치해서 혁명적인 국회개혁에 나설 것을 제안합니다.
저는 지난 1985년 이후 30년 넘게 여의도 정치를 지켜봤습니다. 30년 동안 우리 국회에 정치개혁 특위가 만들어지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한 번도 제대로 개혁된 적이 없고 국민의 국회에 대한 신뢰는 10%도 안 됩니다.
국회가 셀프개혁 즉 자가 진단하고 자가 처방했기 때문입니다. 환자가 스스로 진단하고 스스로 처방한 것입니다. 환자는 의사가 진찰해야 합니다.
국민 중에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인사들이 국회를 한 번 제대로 진단하게 합시다.
그분들로 하여금 국회법, 국회 행태, 국회 관습, 국회 관행, 국회의원들의 행동과 의식을 1년간 함께 활동하며 지켜보게 합시다.
이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청문회 대상을 자처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70년간 해왔던국회개혁과 차이점은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답을 찾는 회의가 아니라 국회실상을 국민 눈높이로 국민 앞에 낱낱이 전부 공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답은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모여 하는 학술회의 같은 것이 아니라 국민위원들이 1년간 국회의 모든 과정과 국회일정을 함께 하는 것입니다.
한 국회의원 당 연간 약 5억여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국민을 위해 그 만큼 제대로 일을 하는지 어떤지, 국회의원이 국민도 모르는 어떤 특권을 누리고 어떤 권력을 남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400조가 넘는 내년 예산심의를 또 386조가 넘는 금년 예산 결산 심의를 요식행위가 아니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어떤지, 의원 외교를 나가서 많은 비용을 쓰고 무엇을 하고 오는지, 다녀 온 뒤에 어떻게 국정에 반영하는지, 19대 국회 때 발의된 의원입법 1만5444개 중에서 왜 9899개가 폐기되었는지, 이 모든 것들을 숨김없이 한번 국민께 들여다보게 합시다.
국민에게 국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해, 우리 스스로 도망갈 곳이 없게 만듭시다. 그런 후에 정말 국회를 혁명적으로 개혁해서 헌정 70년을 기념하고 헌정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갑시다.
국회의장과 야당에 제안합니다. 당장 9월 중으로 가칭 국회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 구성과 활동을 위한 TF팀을 구성합시다. 지금 어떻게 개혁하자는 것은 전부 오답입니다.
국민위원회가 구성되고 그분들이 국회의 실상을 낱낱이 알게 되면 그 자체가 국회 개혁이고, 정당 개혁이고, 선거 개혁이고, 정치 개혁이 될 것입니다.
동료 의원 여러분 이번에 꼭 한번 정치 대혁명을 해봅시다.
국민 여러분도 정치혁명에 동참해 주십시오.
국민이 정치혁명 주체가 되어주십시오. 국민이 정치혁명 동지가 되어주십시오. 국민이 정치혁명 감시자가 되어주십시오.
김영란법이 곧 시행됩니다.
이 대표의 연설 도중 야당 의원들은 수시로 고성을 쏟아냈다. 이 대표가 안보와 관련해 초당적인 협력을 당부하자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안보를 위해 그러면 안 된다”고 비난했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이 대표가 “경제 활성화 노동법에 야당은 왜 반대만 하느냐”고 지적하자 야당 측에선 “공부 좀 하시오”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이 대표를 향해 “의장실 점거 사과하고 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대표의 연설을 두고 여야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명연설”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더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국정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호남과의 연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말하는 건 진정성이 없다”며 “1회성 장식용 멘트로 보인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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