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치가 민생 경제위기 극복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념과 진영논리를 벗어나, 정부와 국회가 실사구시(實事求是)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야당도 합의의 정치 실현을 위해 양보할 것이 있다면 과감히 양보하겠다면서 대통령의 흔쾌한 수용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추 대표 연설에 대해 소이부답(笑而不答)이라고 평가를 거부했다. 정 원내대표는 추 대표의 연설 도중 같은당 한 의원이 야유를 보내려하자, 자제를 요청하는 등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예우를 지켰다. 정 원내대표는 추 대표의 연설에 앞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존중과 경청은 협치의 출발이라며 우리는 야당 대표 연설을 경청하고 연설도중 야유를 하지 말 것을 의원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을 마친 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추 대표의 연설에 대해, 민생을 우선으로 하면서 대통령과 정부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당 대표로서 거시적인 비전이나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나아가 이 모든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인 정치권의 반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의 제시 역시 부족하다. 통합의 정치를 외치면서 이미 집권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대통령과 정부, 집권여당을 포함한 남 탓만을 하고 있을 뿐이고, 더불어민주당과 추 대표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내용은 추상적인 언급에 그쳐 아쉬울 따름이라고 했다.
□ 추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전문 (2016.09.06)
▲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정세균 국회의장님과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 지금 대한민국의 민생경제는 비상상황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비상시국입니다. 민생경제는 계속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없습니다. 민생경제를 책임져야 할 경제부총리도 보이지 않습니다.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거의 바닥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이 2020년에는 1~2%대로 하락할거라는 참담한 예측도 있습니다.
우리의 자부심이자 주력산업인 조선, 해양, 철강, 석유화학 산업마저도 수출 위축과 내수 침체 지속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에도 우리 경제를 이끌던 성장 동력 산업이었습니다. 우리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미 비상경보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있었습니다. 우리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정부를 상대로 '경계경보'도 울리고, '공습경보'도 울렸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정부는 지난 8년 동안 방치만 하고 있다가 글로벌 바다에서 밀려오는 심각한 비상경제위기에 처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해운산업 위기는 민생경제 파탄의 심각한 도화선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한진해운 소속의 선박 절반 이상이 들어오지 못하고 정상 운항도 못하고 있습니다. 운임도 폭등하고 물류대란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항만업계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고 부산지역에서만 1만 여개 이상의 일자리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해운업계로 끝나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 제조업체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수출입 운송 중단은 물론이고, 매년 8조 3,000억 원의 경제 손실이 예상됩니다. 물류 쇼크로 한국 해운산업이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그동안 해운업계의 부실경영 문제가 감지되었는데도 방치하다 금융권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정부부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방만한 경영으로 수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회사가 망해 가는데도 수천억 원의 상여금을 챙기는 경영진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책임을 구조조정이란 명분으로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민생경제에 피멍을 들게 하는 것도 모자라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삶마저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밤낮으로 땀 흘려 일하고도 일 한만큼 받지 못하고, 번 것은 세금으로 다 뜯기는 지금의 우리 경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국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 해도 호주머니 사정이 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갈수록 비어 가고 있습니다. 땀 흘려 일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어야 하는 게 상식 아닙니까?
◇ 기업과 노동이 함께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대한민국 주력산업을 다 까먹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피땀 흘려 일구어 놓은 경제옥토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일군 과거의 경제정책에 의존하고, 그 시대의 성공신화를 그리워하는 것으로는 지금 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노동자들에게 일한만큼 대가를 주지 않고, 부동산 거품경제에만 의존해서는 민생경제는 더욱 파탄 나고 성장잠재력은 더욱 고갈될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경제대응 능력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30, 40년 전의 낡은 성장정책으로 위기를 한 단계 더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미래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로 가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박근혜정부는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진작 필요했지만 하지 못했습니다. 안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모델을 따라 경제성장을 이룩한 중국마저도 포기해버린 수출 중심의 낡은 성장전략에 여전히 집착했기 때문입니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를 통한 성장전략은 이미 그 수명이 다했습니다.
미국의 자본주의 시장시스템에서도 경제성장을 통해 얻은 부가가치의 70% 이상을 임금으로 분배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70%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고작해야 50%대에 불과합니다. 이제라도 경제성장을 통해 얻은 이익을 기업과 노동이 시장에서 공정하게 나누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의 민생경제가 나가야할 길입니다.
◇ 민생경제의 핵심은 공정임금과 조세개혁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박근혜정부의 경제에는 서민과 중산층이 없습니다. 재벌과 대기업에는 희망이 되었을지 몰라도, 서민과 중산층은 벼랑 끝에 매달려 생계를 걱정해야 했습니다. 내수 경기 최악이라는 보도가 매일 이어집니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임시 공휴일까지 지정했는데도 국민들 지갑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무엇 때문입니까?
간단합니다. 쓸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청년고용 절벽, 비정규직 차별, 전월세 대란, 가계부채 문제, 소득양극화 모두 사상 최악입니다. 서민과 국민들은 하루하루 생계걱정을 하고 있는데 정부는 성장전략이 최고로 평가받았다고 자랑해왔습니다. 그러나 민생이 없는 경제는 경제가 아닙니다. 국민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경제는 경제도 아닙니다. '민생지갑'이 든든해야 살아있는 경제입니다.
집권 4년차, 지금이 정부가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조를 전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에서 서민과 중산층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소득불평등입니다.
국내 소득 상위 10%가 전체 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국 중 미국 다음으로 높습니다. 특히 상위층에 소득이 쏠리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릅니다. 이제는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경제민주화로 낡은 경제구조를 혁신하고, 소득주도 성장으로 민생을 살려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경제의 미래가 있습니다.
2%대 저성장은 이제 우리 경제의 대전제가 됐습니다. 애초에 정부가 제시한 4%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는 국민은 없습니다. 목표가 바뀌면 해법도 바뀌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제는 가계의 소득을 늘려 지출여력을 확보하고, 내수를 활성화시켜야 성장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부채주도 성장과 수출대기업 주도의 구시대 성장엔진으로는 우리가 처한 위기를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OECD는 우리나라 소득불평등이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임을 지적하면서 소득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부자증세 조세개혁과 적극적인 소득재분배 정책을 권고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입장과 똑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생각하는 민생의 출발은 임금과 조세개혁입니다. 정당한 임금의 확보로 국민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조세형평성을 확보하여 분배기능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이미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마이너스입니다. 소득이 신통치 않은 가계가 지갑마저 닫아 소비성향도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임금과 조세체계의 정상화로 서민과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야합니다. 가계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정상화되고, 내수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습니다. 일한 만큼 받는 임금, 국민의 땀이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는 경제, 그것이 민생의 시작입니다.
◇ '법인세 정상화'는 기업과 국민이 상생 하는 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10년, 부족한 세수를 채운 것은 서민과 국민입니다. 법인세 정상화는 더 이상 성역이 아닙니다. 법인세 정상화는 민생경제 위기 탈출의 첫 신호가 될 것입니다.
조세는 신뢰입니다. 무엇보다 공평해야 합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세금부과가 불공정하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가계소득 증가 속도보다 조세부담 증가속도가 두 배 이상 빠릅니다. 지금처럼 서민과 중산층은 증세하고, 재벌, 대기업은 봐주는 조세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습니다. 이미 국민적 조세저항은 폭발직전입니다.
그럼에도 법인세 정상화를 이야기 할 때마다 정부여당과 기업이 주장하는 이런 논리가 있습니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을 망하게 한다." "기업경쟁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악화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낙수효과는 전 세계 시장경제에서 이미 버리고 있는 그릇된 경제입니다. 1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이 이미 550조를 넘었습니다. 국가재정은 심각하게 악화됐습니다. 투자와 고용도, 국민들의 가계소득 증가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부족한 세수를 서민과 국민이 채울 여력도 없습니다. 가계부채가 1,257조가 넘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빚으로 세금을 부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부담할 여력이 없습니다. 법인세 정상화, 반드시 해야 합니다! 정부는 조세불평등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누구에게 증세 여력이 있는지, 그동안 누가 저부담하고 있었는지를 가려야 합니다. 만일, '법인세 정상화'가 불가하다면, 무작정 반대만 하지 말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시급히 내야 합니다.
◇ 10대 대기업, '법인세 정상화'로 국민고통 함께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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