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25 서울고등법원은 2000년 대북송금사건으로 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파기 환송심에서 현대비자금 150억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하고, 남북교류협력법 위반과 함께 SK 3천만원, 금호 7천만원 총 1억원을 받은 혐의 등은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하고 보석을 취소해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산업은행을 통한 부당대출금 등 4억 5000만 달러를 국민적 동의 없이 북측에 불법 송금해 국론 분열을 초래했다고 지적했고, 이익치 씨를 통해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비자금 150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는 증인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003년 6월 구속기소 된 뒤 해수로 4년째 재판을 받아온 박 전 장관은 선고를 앞둔 이 날 “꽃은 네 번 졌어도 녹음방초의 계절은 다시 왔다”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 재판 결과에 불복해 박씨와 검찰 쌍방은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에 대해 상고기각판결을 내렸다. 이렇게 됨으로 인해 결국 현대 비자금 150억 원의 행방은 영원히 미궁에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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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정몽헌 前 현대그룹 회장
2003년 8월 4일 아침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이 현대그룹 계동사옥 12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대검 중수부에 세 번째로 불려가 조사를 받은 지 이틀 만의 일이었다.
정 회장은 죽기 전 김대중 정부의 핵심실세인 박지원·권노갑에게 각각 150억원, 200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했다.
정 회장은 박지원에게 2000년 4월 150억원을, 권노갑에게는 2000년 1월과 3월경 각각 3000만달러와 200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권노갑의 수뢰혐의 중 200억원 부분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정 회장 진술에 따르면, 박씨에게 건넨 돈은 현대건설에서, 권씨에게 전달한 돈은 현대상선에서 빼낸 일종의 비자금이었다. 박씨가 돈을 요구한 명목은 남북정상회담 준비자금이었고, 권씨는 총선자금 명목으로 받았다. 반면 정 회장이 두 사람에게 돈을 준 목적은 카지노 허가 청탁이었다.
박지원의 150억 사건은 박 전 장관이 김영완씨를 통해 정 회장에게 150억원 지원을 요청했고, 정 회장은 이 돈을 이익치씨를 통해 1억원짜리 양도성 예금증서(CD) 150장으로 바꿔 박 전 장관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은 이 돈을 김영완씨에게 관리를 맡겨 필요할 때마다 김씨로부터 돈을 받아 사용해 왔는데 그 액수가 30억원가량 된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었다. 의혹투성이이던 이 사건은 아래와 같은 재판과정을 통해 2004년 11월12일 대법원(2부 주심 유지담 대법관)이 박씨의 수뢰혐의에 대해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 현대비자금 권노갑 前 민주당 고문과 이익치 前 현대증권 회장의 신라호텔 현장검증 당시(2003.10.28)
권노갑의 200억 사건은 권 전 고문이 김영완씨를 통해 현대그룹 정 회장에게 200억원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고, 정 회장이 김충식씨에게 지시해 조성한 자금을 이익치씨를 통해 김영완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영완씨는 이 돈 중 150억원은 총선 직전 권 전 고문에게 전달했고 나머지 50억원은 보관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권노갑은 서울지법 형사3단독(재판장 황한식 부장판사)1심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200억원이 선고되었고,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정덕모 부장판사)에서는 징역 5년에 국민주택채권 500매(50억원) 몰수, 추징금 150억원을 선고했다. 상고심인 대법원 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에서도 징역 5년 및 국민주택채권 500매(50억) 몰수, 추징금 15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권씨는 김대중 정부 출범 전과 임기말, 임기후 3차례 구속 수감되었다. 15대 대선을 앞둔 1997년 2월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으로부터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옥중생활을 했고, 2002년 5월에는 진승현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다시 구속되어 2003년 7월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한달여만에 현대비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긴급체포돼 3년 5개월간 형을 살다가 2007년 11월 16일 만기출소를 앞두고 있던 중 동 2월 9일 특별사면 조치로 석방됐다.
* 자세히 <신동아 2004년 12월호> ▶박지원·권노갑 현대비자금사건 최후의 미스터리
○ 정몽헌(鄭夢憲) 1948.09.14 서울生, 2003.08.04 사망
- 정주영 회장 5남
•1975.11 ~ 1977.01 현대중공업 차장
•1977.02 ~ 1981 현대건설 이사
•1981.02 ~ 1988.02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
•1984 ~ 1991 현대전자산업 대표이사 사장
•1992.01 ~ 2000.05 현대전자산업 대표이사 회장
•1996.01 ~ 1998.01 현대그룹 부회장
•1998 ~ 2000.05 현대그룹 회장
•2000.06 ~ 2003.08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2002.03 현대상선 비상임이사
▣ 박지원 裁判日誌
○ 1심 재판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09.26 선고 2003고합580
▲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이 대북송금 사건 첫 재판에 출정하고 있다(2003.07.04) *사진 Ohmynews
*접수 2003.06.05
1.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외국환거래법위반 등) - 징역1년, 집행유예2년
2.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외국환거래법위반 등) - 벌금 1000만원, 선고유예 판결
3.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 징역3년, 집행유예4년
4.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 징역2년6월, 집행유예3년
5.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징역3년, 집행유예4년
6.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현대 비자금 150억원 수수 혐의 추가기소로 아래와 같이 사건분리)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고합642
- 2003.09.26 2003고합580에서 분리(박지원)
*접수 2003.06.25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고합933
- 2003.09.26 2003고합580에서 분리(박지원)
*접수 2003.09.03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7. 故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외국환거래법위반 등) - 사망으로 공소기각 결정
8. 임동원 전 국정원장(외국환거래법위반 등) - 징역1년6월, 집행유예3년
* 사진 新東亞
❶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12.12 선고 2003고합642, 933 판결
- 2003.10.10 서울중앙지법 2003고합933을 서울중앙지법 2003고합642에 병합함(박지원)
- 접수일: 2003.06.25
- 죄명: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 판결결과: 징역 12년
- 2003.12.16 쌍방상소
❶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04.12 선고 2004고합278 판결
- 접수일: 2004.03.19
- 죄명: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 판결결과: 징역 2년 6월
- 2004.04.12 쌍방상소
2-2 서울고등법원 2004노899
- 이 사건 2004노899을 2004.04.21 서울고등법원 2003노3403에 병합함
- 접수일: 2004.04.19
- 죄명: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❷ 2심 재판
서울고등법원 2004.06.11 선고 2003노3403 판결
- 접수일: 2003.12.24
- 죄명: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 판결결과: 징역 12년
- 2004.06.17 피고인상소(대법원)
❸ 대법원
대법원 2004.11.12 선고 2004도4044 환송판결
- 접수일: 2004.06.28
- 죄명: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 환송판결결과: 일부 유죄 부분 파기환송
❹ 고등법원(파기환송심 재판)
서울고등법원 2006.05.25 선고 2004노3095
- 접수일: 2004.11.22
- 죄명: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 판결결과: 징역 3년, 일부 무죄
- 2006.06.01 쌍방상소(대법원)
❺ 대법원
대법원 2006.09.28 선고 2006도3922 상고기각판결
- 접수일: 2006.06.12
- 죄명: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 구속관계
- 2003.06.18 구속수감
- 2004.11.16 구속집행정지결정(*1년 5개월간 구속)
- 2006.05.25 서울고법 2004노3095 재판, 징역 3년형(*재판후 법정구속됨)
- 2006.11.03 ~ 녹내장 치료를 위해 3개월간 형 집행정지
- 2007.02.09 특별사면
□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 판결(*대법원 파기환송심 재판의 판결임)
- 사건 2004노3095(2006.5.25 선고)
* 판결결과: 징역 3년, 추징금 1억 원
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라. 외국환관리법위반
마.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위반
•피고인 박지원, 무직
•항소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남○○, 이○○
•특별검사 송○○
•변호인 법무법인 충정 담당변호사 김○○
•법무법인 보나 담당변호사 소○○
○ 원심판결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12.12 선고 2003고합642, 933 판결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4.12 선고 2004고합278 판결
○ 환송전 당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04.6.11. 선고 2003노3403, 2004노899 판결
○ 환송판결
대법원 2004.11.12 선고 2004도4044 판결
◈ 판결요지
[1] 공소사실의 요지
① 2000. 4. 중순경 150억 원 뇌물수수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의 점
② 2000. 6. 7. 산업은행의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 원 부당대출(동일차주 신용공여한도 초과+ 무담보)과 관련한 직권남용의 점
③ 2000. 6. 9.경 미화 3억 5,000만 달러 대북송금으로 인한 외국환관리법 위반의 점
④ 2000. 6. 9.경부터 같은 달 12.경 사이 위 ③ 송금액을 포함하여 4억 5,000만 달러 대북송금으로 인한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위반의 점
⑤ 2002. 5. 중순 3,000만 원 알선수재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의 점
⑥ 2002. 12. 중순 7,000만 원 알선수재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의 점
[2] 원심의 판단
⑥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무죄, 나머지 공소사실은 유죄 인정
제1원심 : 징역 12년, 제2원심 : 징역 2년 6월 선고
[3] 환송 전 당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에 대하여 유죄 인정, 징역 12년 선고
[4] 대법원의 판단
공소사실 ①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이유 인정, 공소사실 ① 파기환송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상고이유 배척
[5] 환송 후 당심의 판단
공소사실 ①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선고 나머지 공소사실에 대하여 징역 3년 선고
[6] 판결의 의미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150억 뇌물수수 부분에 대하여 무죄취지로 파기환송된 후의 판결이 었으므로 심리의 중점이 위 뇌물수수 부분에 있었고, 검사가 환송 후 당심에서 그 부분에 관하여 제출한 새로운 증거, 특히, 당원의 증거조사 의뢰에 의한 일본 주재 대한민국 영사 작성의 진술청취서의 증거능력이 크게 문제되었다. 이 판결은 이 사건의 핵심적인 증인으로 볼 수 있는 김○○의 진술을 청취한 위 진술청취서를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소정의 ‘피고인 아닌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에 해당된다고 보고, 나아가 그 증거능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14조 본문의 소위 ‘필요성’의 요건은 충족되나, 같은 조 단서의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작성된 서류로 볼 수 없어 결국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향후 참고인이 외국거주로 인하여 법정에서 진술을 할 수 없는 경우 그 진술조서 내지 진술서의 증거능력 판단에 관한 판례로 참고가 될 수 있다.
◈ 법령의 적용 (*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 : 형법 제123조, 제30조(징역형 선택)
나. 미신고송금의 점 : 각 외국환거래법 제27조 제1항 제8호, 제15조 제3항, 제18조 제1항, 제3조 제1항 제18호 자목, 동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제7호, 형법 제30조(징역형 선택)
다. 미승인협력사업시행의 점 :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제3호, 제17조 제1항, 형법 제30조(징역형 선택)
라. 알선수재의 점 : 각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징역형 선택)
【주 문】
•원심판결들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제1원심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178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피고인으로부터 1억 원을 추징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의 점은 무죄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의 항소이유
(1) 뇌물수수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
(가) 공소사실의 특정과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
① 검사가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면서 피고인이 이익치로부터 150억 원 상당의 양도성예금증서(certificate of deposit, 이하 이 사건 CD라고 한다)를 교부받은 날짜를 특정하지 않고 ‘2000년 4월 중순 일자불상 21:30경’이라고 기재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였고 이는 공소사실의 불특정으로 인한 공소기각의 사유에 해당한다.
② 공소사실과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범죄사실 사이에 그 동일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의문이 있고,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공소장변경절차에 의하여 심판의 대상을 명확히 한정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실을 인정한 위법이 있다.
(나) 원심이 거시한 증거의 증거능력
원심은 피고인이 정몽헌의 전달지시를 받은 이익치로부터 이 사건 CD를 교부받았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증거로서, 김영완 작성의 진술서, 이익치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이익치 작성의 진술서, 정몽헌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및 피의자신문조서를 거시하고 있으나, 위 증거들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증거능력이 없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① 김영완이 작성한 진술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소정의 진술서에 해당하므로 원진술자인 김영완이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진술서의 진정성립을 증명해야 그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김영완은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고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규정하고 있는 ‘필요성’과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이라는 요건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근거로 진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은 위법이다.
② 이익치에 대한 진술조서와 동인 작성의 진술서의 진술기재 중 ‘피고인이 정몽헌에게 남북정상회담 준비비용으로 돈이 필요하니 도와달라고 하였다’는 취지의 진술 부분은 이익치가 정몽헌으로부터 전문한 내용이므로 재전문진술과 재재전문진술에 해당하여 피고인이 증거로 하는데 동의하지 않는 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또한 증인 이익치가 위와 같은 취지로 한 법정진술은 원진술자인 정몽헌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③ 정몽헌에 대한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중 ‘김영완이 피고인의 심부름으로 와서 남북정상회담 준비비용으로 돈이 필요하니 도와달라고 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은 김영완이 피고인으로부터 전문한 내용이므로 재전문진술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고, ‘150억 원 CD를 마련해 피고인에게 주라고 이익치에게 지시했으며, 그 후 이익치로부터 CD 전달 완료를 보고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은 원진술자인 정몽헌이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조서의 진정성립을 증명하지 않았으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며, ‘피고인이 김영완을 통해 고맙다고 하더라’라는 진술 부분도 재전문진술에 해당한다.
(다) 이익치 진술의 신빙성
피고인은, ① 이익치가 특별검사 앞에서의 제1회 진술조서 작성시에는 김○○로부터 이 사건 CD를 받은 사실을 부인하다가 제2회 진술조서 작성시에는 김○○로부터 이 사건 CD를 받아 피고인에게 전달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였는데, 그 진술을 번복한 이유와 경위가 정확하지 않고, ② 김○○로부터 이 사건 CD를 전달받은 과정, 피고인에게 전화연락한 경위에 대한 진술이 정확하지 못하고, 피고인에게 이 사건 CD를 전달한 날짜와 시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여 4월 중순경 22:30경이라고 진술하다가 21:30경으로 변경하여 진술하고 있는데 150억 원에 이르는 큰 금액을 전달했음에도 그 약속시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우며, ③ 이 사건 CD가 들어 있던 봉투의 모양과 봉합 상태에 대해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봉투의 크기, 두께 등에 비추어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들어가기 힘들고, ④ 프라자호텔에 도착하여 주차한 장소, 피고인에게 이 사건 CD를 전달하기 위하여 토파즈라는 주점 내 룸에 들어갔을 때의 상황에 대해서도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하고 있으며, ⑤ 정몽헌이 직접 피고인에게 이 사건 CD를 전달하지 않고 이익치를 통해서 전달했다는 것도 보통 있을 수 없는 일이고, ⑥ 피고인이 정몽헌에게 150억 원을 요구한 이유와 이 사건 CD를 수령한 후에 정몽헌에게 감사인사를 했는지 여부 등에 있어서 이익치의 진술과 정몽헌, 김영완의 진술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으며, ⑦ 이익치와 김영완의 친분관계, 남북정상회담 예비회담에 김영완이 동행한 경위, 남북경제협력사업 대가지급의 합의과정, 금강산사업으로 인한 현대의 재무구조에 관한 진술에 모순이 많아 이익치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라) 김영완이 작성한 진술서의 신빙성
김영완 작성의 진술서는 검찰이 정몽헌과 이익치를 상대로 수사한 사항의 모든 부분을 빠짐없이 망라하고 있고, 마치 검사로부터 피의자신문을 받는 것과 같이 시간 순서대로 논리정연하게, 다른 사람의 진술내용을 참작하여 진술한 듯이 작성되어 있는바, 이는 위 진술서가 김영완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여 작성된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과 상의하거나 수사기록을 참작하여 작성된 것임을 보여주므로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다.
(마) 피고인의 직무관련성
정몽헌이 추진하여 오던 카지노사업은 2000. 3.말이나 4.초순경에는 관계법상 카지노 및 면세점허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였고, 관광진흥법 소정의 카지노사업이 아니라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소정의 협력사업이었기 때문에 위 사업에 대한 주무부서는 문화관광부가 아니라 통일부이다. 따라서 문화관광부장관이었던 피고인으로서는 카지노사업의 허가권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카지노업의 허가 및 관리 주무부서의 책임자라고 설시한 것은 사실을 오인한 것이다.
(바) 피고인의 알리바이
김○○, 이○○, 이익치의 진술과 김○○, 이익치, 정몽헌의 해외출장 일정, 총선일정 등을 모두 고려해 보면, 이익치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CD를 전달한 날짜와 시각은 2000. 4. 14. 21:30경인데, 피고인은 같은 날 18:00경 이해랑연극상 시상식에 참석하여 19:30경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연극 ‘세자매’를 관람하였고, 이익치가 이 사건 CD를 전달한 날짜와 시각이 2000. 4. 11. 21:30경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이 같은 날 23:00에 방영되는 ‘KBS 뉴스라인’의 기획대담에 출연하였기 때문에 21:30경에 이익치를 만날 수 없었다.
(2) 직권남용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
(가) 분리전 원심상피고인 이기호는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서 금융감독원, 한국산업은행이나 시중은행의 업무에 관여할 법률상의 권한이 없고, 같은 이근영, 박상배가 이기호의 지시에 따를 법률상 의무가 없었으므로, 동인이 직권을 남용하여 이근영, 박상배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
(나) 피고인이 이기호에게 현대의 유동성위기가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북관계를 고려해서 현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말하였을 뿐이고, 구체적인 지원방법에 대하여 어떠한 지시를 하거나 한국산업은행의 현대에 대한 대출에 관여하거나, 이기호와 이 사건 직권남용에 관하여 공모한 일이 전혀 없으므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공모공동정범이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
(다) 현대에 대한 대출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또는 동법 제22조의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고, 이 부분에 대한 검사의 공소제기는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
(3) 대북송금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
(가) 이 사건 대북송금의 주체가 정부부처인 국가정보원이므로 외국환거래법 제18조 제1항이 적용될 수 없다.
(나) 구 외국환거래법 제15조 제1항에서 규제하려는 지급의 태양은 ‘국내로부터 외국에 지급하고자 하는 경우’와 ‘비거주자와 거주자 사이의 지급’인데, 이 부분 공소가 만약 북한을 외국으로 보는 취지라면, 헌법 제3조 위반이고, 만약 비거주자와 거주자 사이의 지급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북한의 개인이나 법인은 대한민국 영토안에 거소를 둔 사람으로서 외국환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재경부 고시에 불과한 대북투자 등에 관한 외국환관리지침으로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다) 이 사건 대북송금은 남북정상회담을 실현하기 위한 행위로서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고, 이 부분 공소는 공소권의 남용에 해당한다.
(4) 알선수재의 점에 대한 사실오인 주장
피고인이 손○○으로부터 돈을 교부받을 당시 어떠한 청탁이나 알선을 의뢰받지 않았으므로 알선수재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5) 양형부당
가사 백보를 양보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노력하여 남북간의 교류와 화해를 이룩한 점 등 피고인의 공적과 피고인에 대한 제반 정상을 참작하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량(징역 12년 및 징역 2년 6월)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
(1) 법리오해
원심은 2000. 5.경 금호그룹 전 회장 박○○로부터의 금 3,000만 원 알선수재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의 자백을 보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김○○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의 진술기재는 피고인의 자백이 가공적이 아닌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유력한 보강증거가 되므로 원심은 보강증거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한 제반 정상을 참작하면 피고인에게 선고한 원심판결의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환송전당심 판단의 요지
가.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1) 뇌물수수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가) 공소사실의 특정과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
① 공소사실의 특정
검사가 이 사건 공소장에 피고인이 이익치로부터 이 사건 CD를 교부받은 범행일시를 ‘2000. 4. 중순 일자불상 21:30경’이라고 개괄적으로 표시하였다 하더라도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의 장소와 방법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다른 사실과의 식별이 가능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이 없다고 보여지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다.
② 공소장변경의 법리
이 사건 뇌물수수의 공소사실과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그 내용이 전체적으로 동일하고, 금강산 관광유람선 내 면세점의 설치와 관련된 주무부서는 문화관광부가 아닌 관세청인 점을 고려해서 피고인에 대한 청탁내용 중 ‘면세점의 설치’ 부분을 범죄사실에서 제외한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어떠한 불이익도 초래하지 않으며, 또한 피고인이 ‘액면금 1억 원권 양도성예금증서 150매, 150억 원 상당’을 교부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뇌물수수금액을 양도성예금증서의 실제 할인매수금액인 147억 52,159,650원으로 인정하는데에 별도의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의 증거능력
① 김영완이 작성한 1, 2차 진술서 및 자필 진술서의 증거능력
증인 이○○이 원심법정에서 한 증언, 공판기록에 편철된 수사보고(김영완 소재 수사보고, 김영완과 그 가족에 대한 개인별출입국현황 등 확인보고, 형사사법공조요청), 원심법원의 김영완에 대한 증인소재탐지 결과보고 등의 각 기재, 오○○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의 진술기재 등을 종합하면, 김영완의 국내 주소지에는 김영완을 포함한 그 가족이 거주하지 않고 있고, 김영완은 2003. 3. 20. 미국으로 출국하여 아직 귀국하지 않은 사실, 김영완은 이○○ 변호사를 통하여 자신과 가족들의 신변위협과 건강 등을 이유로 당분간 귀국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고, 외국에서 부정기적으로 전화연락만 하여 김영완의 변호인측에서도 그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 김영완이 미국으로 출국한 후 미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동북아, 동남아, 일본, 네덜란드 등지를 여행하고 있어 김영완의 외국 거주지와 그 연락처를 전혀 알 수 없는 사실, 또한 검찰은 2003. 11. 28. 미국 정부에 대하여 김영완의 소재를 확인하여 달라는 취지의 형사사법공조요청을 하였으나 지금까지 그 회신을 받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그렇다면 원심법원으로서는 김영완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가능한 조치를 다 취하였고, 환송전당심에서도 재차 김영완에 대한 소재를 탐지하였으나 외국에 거주하여 그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사정에 있으므로 위 진술서는 원진술자인 김영완의 외국거주로 인해 원진술자가 이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
나아가 김영완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위 진술서를 작성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더라도, 증인 이○○이 원심법정에서 한 진술 등에 의하면, 이○○ 변호사는 2003. 8. 25.경 동남아에 위치한 콘라드호텔의 객실에서 김영완을 만나서 김영완의 여권으로 그 신원을 확인한 다음 그때부터 2003. 8. 27.까지 그 호텔에 같이 머물면서 김영완의 진술을 청취하였고, 출국할 때 가져갔던 자신 소유의 노트북 컴퓨터와 프린터를 이용하여 김영완의 진술을 정리하여 출력한 다음 김영완이 그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무인하여 1차 진술서를 작성한 사실, 이○○ 변호사가 위와 같이 작성한 김영완의 1차 진술서, 자신이 작성한 확인서 및 증거제출서를 검찰에 제출하였으나 원심법정에서 김영완의 위 진술서의 진위 여부, 서명․무인의 진위 여부 등이 다투어지고 그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영완이 이○○ 변호사에게 연락하여 다시 진술서를 작성할 것을 제의한 사실, 이○○ 변호사는 2003. 11. 8.경 동북아에 위치한 캐피탈호텔의 객실에서 김영완을 다시 만나 2003. 11. 10.까지 다시 한번 김영완의 진술을 청취하여 미리 준비해간 자신 소유의 노트북 컴퓨터와 프린터를 이용하여 앞서 작성한 1차 진술서를 참고하여 김영완의 2003. 11. 10.자 2차 진술서를 작성하였고, 김영완이 그 진술서의 기재내용을 다시 확인한 다음 직접 서명․무인한 사실, 또한 김영완은 “1. 우선 본인의 건강상태, 가족들의 신변문제로 한국 법정에 직접 출석하여 진술하지 못하고 이렇게 진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을 널리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 본인은 금번 제출하는 진술서는 역시 이전에 제출한 진술서와 마찬가지로 본인이 변호인과 만나 본인의 자의에 의하여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기억을 되살려 작성하는 것입니다. 3. 부디 박지원 장관님에 대하여는 관대하신 처분을 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자필 진술서까지 작성하여 서명․무인한 사실, 주식회사 운남매니지먼트 직원인 송○○가 김영완의 연락을 받고 위와 같이 2003. 11. 10. 김영완이 진술서를 작성하여 서명․무인하는 호텔 객실에 동석하여 그 진술서 말미에 자필로 기재하여 서명․무인한 사실 등이 인정되므로, 그와 같은 진술서 작성 경위, 작성 상황, 진술서 작성 당시에 관여했던 이○○, 송○○의 진술에 비추어 위 각 진술서의 작성 과정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었다고 보여지므로 김영완이 2003. 8. 27.경 작성한 1차 진술서와 2003. 11. 10.경 작성한 2차 진술서 및 자필 진술서는 모두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
② 전문진술 등이 기재된 이익치의 원심 법정진술 및 진술조서 등의 증거능력
㉮ 이익치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사본이나 이익치 작성의 진술서 사본의 각 진술기재 중 “정몽헌 회장이 ‘지금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박지원 장관이 도와달라고 요청을 하는데, 내가 좀 도와 줄려고 그래’라고 하였다”는 부분 및 그와 동일한 취지의 이익치 진술부분(수사기록 67, 68, 76, 256, 2,374, 2,378, 2,508면)과 ㉯ 이익치의 원심증언 중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피고인이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필요하니 도와달라고 한다. 김재수에게 150억 원을 준비하라고 했으니 준비되면 피고인에게 연락하여 갖다 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부분은 모두 이익치가 정몽헌으로부터 전문한 내용으로서, 원진술자인 정몽헌은 사망하였고, 위 정몽헌의 진술은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임의성을 담보할 외부적 정황이 있어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다고 보여지므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이라고 인정되고, 따라서 정몽헌이 이익치에게 ‘박지원 장관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데 비용이 필요하니 도와달라고 요청하였다'는 취지의 이익치의 진술기재나 진술부분에 관하여 정몽헌이 이익치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하였다는 부분은 그 증거능력이 있으나, 정몽헌의 진술부분 중 ’피고인이 도와달라고 하였다'는 피고인의 진술부분은 재전문진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그 증거능력이 없다.
③ 전문진술 등이 기재된 정몽헌에 대한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 정몽헌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및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인 정몽헌이 2003. 8. 4. 사망하여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할 수 없음이 명백하고,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이 여러 차례 이루어진 점 등 그 진술이 이루어진 전후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신문조서나 진술조서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음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각 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된다.
㉯ 정몽헌에 대한 2003. 6. 17.자 검찰 진술조서 사본(수사기록 170면)과 정몽헌에 대한 2003. 6. 23.자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사본(수사기록 816면)의 각 진술기재 중 “김영완이 ‘부탁할 것이 있는데 사실은 박지원 장관이 정상회담 준비비용으로 15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좀 도와줄 수 있느냐’고 하여”라는 부분과 정몽헌에 대한 2003. 7. 31.자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수사기록 2,449면)의 진술기재 중 “김영완이 저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저에게 … ‘사실은 박지원 장관 심부름으로 왔는데,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필요한데 좀 도와 달라고 한다. … 150억 원이 필요하다더라. … 무기명 CD(양도성예금증서)로 해 달라고 하더라. 박장관이 빨리 좀 해 달라고 하더라’고 하기에 제가 알았다고 하고”라는 부분은 정몽헌이 김영완으로부터 위와 같은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직접 경험한 사실을 진술한 것이고, 김영완의 진술이 증거능력을 가질 수 있는지 여부는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른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인바, 김영완이 외국거주로 인해 이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고, 김영완이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은 그 외부적인 정황에 비추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진 것이라고 보여지므로 김영완이 정몽헌에게 ‘금강산 관광사업은 잘 되느냐, 사실은 박지원 장관 심부름으로 왔는데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150억 원이 필요하다더라,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로 해 달라고 하더라’는 취지의 김영완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정몽헌의 진술기재 부분은 그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한편 ’피고인이 150억 원을 요구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정몽헌의 진술부분은 재전문진술에 해당하므로 그 증거능력이 없다.
(다) 이익치 진술의 증명력
① 이익치가 2003. 6. 12. 제1회 진술조서 작성시에는 이 사건 CD를 받은 사실을 부인하다가 같은 날 제2회 진술조서 작성시에 김○○로부터 이 사건 CD를 받아 피고인에게 전달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였는데, 수사검사로부터 정몽헌, 김○○의 진술 내용을 전해 듣고 진술을 번복한 점, 이익치 자신에 대한 형사적 책임 추궁의 가능성, 이익치와 정몽헌, 현대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익치가 처음에 이 사건 CD를 전달받은 사실을 부인한 배경 내지 이유를 이해할 수 있고, 이익치는 진술을 번복한 이후에는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CD를 피고인에게 전달한 사실에 대하여 동일하게 진술하고 있는 점, ② 이익치가 3년여 전의 일을 기억해 내면서 처음에는 피고인과의 약속시간 등과 관련하여 다소 착오가 있었으나 김○○와의 약속시간 등을 추론해서 피고인과의 약속시간을 기억해 낸 것으로, 이 점 역시 나름대로 이해되는 바가 있는 점, ③ 이 사건 CD가 들어 있던 봉투의 모양, 상태, 보관상황에 대하여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원심 제11회 공판기일에 현출된 이 사건 CD의 실물 크기와 두께에 비추어 봉투에 넣어 스카치테이프로 감아 봉합하고 다시 다른 봉투에 넣더라도 성인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점, ④ 프라자호텔에 도착하여 차를 주차한 장소에 대해서도 이익치는 프라자호텔 뒷문 도로를 통해 공사현장 옆 도로변에 주차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원심의 신동아화재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2000. 4.경에 프라자호텔 뒷문 바로 앞쪽에서 신동아화재의 건물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어 주차장소 주변도로 상황에 관한 이익치의 진술과도 일치하고 있으며, 이익치가 토파즈 주점 내의 룸에서 피고인을 만난 당시의 상황과 룸의 위치 및 구조에 대해서도 일관된 진술을 하고 그 내용이 대체로 객관적 상황과 일치하고 있는 점, ⑤ 이익치가 당시 정몽헌으로부터 상당한 신임을 얻고 있던 현대그룹의 최상층 인사로서 관례상 그룹 총수가 뇌물을 전달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것이 드물다고 보여지는 상황에서 이 사건 CD를 전달하기에 가장 적임자로 보여지는 점, ⑥ 피고인이 정몽헌에게 150억 원을 요구한 이유와 이 사건 CD를 수령한 후에 정몽헌에게 감사인사를 했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이익치의 진술이 김영완의 진술과 일부 차이가 있으나, 이익치가 정몽헌의 지시로 피고인과 통화하여 약속장소 및 시간을 정한 경위, 이 사건 CD를 전달한 상황 등 중요한 사실에 대하여 매우 상세히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이 이익치를 통하여 이 사건 CD를 수수하게 된 경위와 과정에 대한 정몽헌, 이익치, 김영완의 진술이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서로 일치하고 구체적인 점, ⑦ 김영완은 정몽헌의 부탁으로 2000. 초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에 동행하였다고 진술하고, 이익치는 김영완이 피고인을 수행하였다고 진술하여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의 과정에 김영완이 동행하게 된 경위 등에 관하여 이익치의 진술과 김영완의 진술이 서로 일치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극도의 보안이 요청되는 예비접촉에 김영완이 매번 동행하게 된 것은 피고인의 용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으로 보여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익치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CD를 전달한 부분에 대한 진술의 증명력은 충분하다.
(라) 김영완이 작성한 진술서의 증명력
김영완 작성의 진술서 기재 내용 중에는 자신이 이 사건에 개입된 부분에 대하여 정몽헌, 이익치의 진술과 일부 차이가 있는 부분(피고인이 정몽헌에게 ‘남북정상회담 개최 준비에 필요한 경비’ 명목으로 ‘150억 원을 CD로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는지 여부 및 김영완이 피고인을 대신하여 정몽헌에게 돈을 잘 받았다고 인사를 했는지 여부 등)이 있기는 하나, 이 사건 뇌물수수의 범행과정에서 김영완은 피고인의 지시를 받아 정몽헌에게 150억 원을 마련해 달라는 말을 전하였고, 이익치는 정몽헌의 지시를 받아 피고인에게 이 사건 CD를 전달하였기 때문에 그 전문진술에 대해서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그 부분들을 제외하고는 이익치, 정몽헌 등 이 사건 핵심 인물들과 그 진술내용이 모두 일치하며, 이 사건 CD의 관리, 자금세탁, 소비 등의 과정에 관여한 허○○, 장○○, 박○○, 김○○, 정○○, 장○○, 유○○, 김○○, 홍○○, 박○○, 설○○, 홍○○, 송○○ 등이 검찰에서 한 진술내용은 김영완의 진술서의 기재내용과 부합하고, 이에 일치하는 여러 객관적인 증거자료도 확보되어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김영완에게 이 사건 CD를 주면서 자금세탁을 지시하였다는 부분에 대한 위 진술서의 기재내용은 그 증명력이 있다.
(마) 피고인의 직무관련성
관광진흥법 제5조 제1항, 제20조 제1항 본문 및 제2호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관광진흥법에 의하여 카지노업에 대한 허가는 문화관광부 장관이 최종결정하게 되어 있는바, 현대측에서는 공식적으로 통일부나 문화관광부에 카지노허가를 신청하는 것보다는 정권 실세인 피고인에게 카지노허가와 관련된 청탁을 먼저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으며, 그 당시 피고인은 문화관광부 장관의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남북정상회담 관련 예비접촉에 참석하는 등 대북관계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점에 비추어, 현대측이 추진해 온 카지노사업에 대한 주무 장관으로서 그 직무관련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바) 피고인의 알리바이 주장
이 사건 CD가 피고인에게 전달되었다는 날짜를 구체화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① 이익치는 2000. 4. 9. 귀국하고 몇일이 지난 4월 중순경 피고인에게 이 사건 CD를 전달하였고, 그 다음 날 정몽헌의 비서 최○○에게 전화로 정몽헌이 귀국하면 연락을 해달라고 말하였으며, ‘2000. 4. 17.(월)의 다음날 07:00경’ 정몽헌이 계동 현대사옥에 출근하자 동인을 찾아가서 이 사건 CD를 전달한 사실을 보고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② 김○○, 이○○, 이익치의 각 진술에 의하면 김○○가 이○○으로부터 이 사건 CD를 받아 이익치에게 건네준 날은 평일 근무일인 점, ③ 2000. 4. 13.은 국회의원 선거일로서 공휴일이고, 4. 16.은 일요일인 점과 김○○, 이익치, 정몽헌의 해외출장 일정을 고려해 보면, 이 사건 CD를 전달한 날짜는 4. 11., 4. 12., 4. 14. 중의 어느 날일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주장처럼 이○○이 김재수에게 이 사건 CD를 전달한 날을 2000. 4. 14.이라고 바로 특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피고인이 2000. 4. 14. 19:30경부터 22:00경까지 문예회관에서 세자매라는 연극을 관람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심의 한국방송공사에 대한 사실조회회신에 의하면, 피고인이 2000. 4. 11. 23:00에 방영되는 ‘KBS 뉴스라인’의 기획대담에 출연한 사실이 인정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2000. 4. 11. 21:30경’ 프라자호텔 토파즈에서 이 사건 CD를 수수하였다는 점을 탄핵하기에 부족하다. 결국 피고인의 알리바이 주장은 이유 없다.
(사) 따라서 이 사건 뇌물수수의 공소사실은 넉넉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2) 직권남용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가) 이 사건에서 이기호가 경제수석비서관으로서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기초하여 이근영, 박상배 등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여신지원을 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여 위법․부당한 여신지원이 감행되었으므로 이기호로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죄책을 질 수 밖에 없다.
(나) 피고인이 현대에게 정부에서 부담하기로 한 1억 달러의 송금을 부탁하는 대신 이기호를 통하여 현대에 대한 자금지원을 하려고 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공모공동정범의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범행에 대한 입증은 충분하다.
(다)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는 보충성 등을 인정하기 어려워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상의 정당행위나 긴급피난행위에 해당할 수 없고, 이 사건 불법대출은 실정법 위반이 명백하므로 이 부분 공소제기를 공소권 남용이라고 볼 수도 없다.
(3) 대북송금에 관한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주장에 대하여
(가) 피고인이 현대에서 현금 3억 5,000만 달러와 현물 5,000만 달러를 정상회담 전에 북한측에 송금해 주기로 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이기호, 임동원과 정부에서 부담하기로 한 1억 달러를 조달하는 방법을 논의하면서 국회의 동의를 얻는 등 의 공개적인 방법으로 송금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정몽헌을 만나 정부가 부담하기로 한 1억 달러를 현대에서 대신 지급해 달라고 요청한 점, 피고인 등의 강력한 요청에 의하여 한국산업은행에서 현대상선에 4,000억 원을 대출하여 주는 등 피고인이 현대에서 북한측에 송금할 돈을 마련하는데 상당 부분 기여한 점, 피고인이 북한측과의 협상을 주도하면서 우리 정부가 1억 달러를 부담하기로 직접 약속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대북송금의 주체를 정부라고 볼 수 없다.
(나) 북한이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외국’에 해당하는지, 북한의 주민, 법인격체가 법 소정의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에 대한 헌법 및 법률 해석 여부와 상관 없이 대북투자는 외국환거래법 제27조 제1항 제8호, 제15조 제3항, 제18조 제1항, 제3조 제1항 제18호 자목, 동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제7호, 대북투자 등에 관한 외국환관리지침의 각 규정에 따라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자본거래로서 위 외국환관리지침에 따라 그 신고를 하여야 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위 외국환관리지침에서 정한 그와 같은 자본거래의 신고․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가 지정하는 제3국 소재 외국 은행 계좌로 달러를 송금한 이상, 이는 결국 외국환거래법에서 금하는 ‘신고를 하여야 하는 자본거래에 있어서 그 신고를 하지 않고 한 지급’에 해당한다.
(다) 이 사건 대북송금은 절차법적 정당성이나 상당성, 긴급성, 수단이나 방법의 보충성을 갖추지 못해 형법상의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고, 실정법 위반행위임이 분명하여 이 부분 공소제기를 공소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
(4) 알선수재의 점에 관한 사실오인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은 검찰 및 원심법정에서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손○○으로부터 7,000만 원을 받을 당시 에스케이그룹이 제이피(JP)모건과 사이에 주식거래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원만히 해결되도록 도와 달라는 취지임을 알았다고 자백하였고, 손○○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도 이에 부합하므로 이 부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나.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김○○의 진술은 피고인의 자백이 가공적이 아닌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보강증거가 된다고 보여져 박○○로부터 3,000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하여 알선수재의 유죄를 인정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 위 진술이 보강증거가 될 수 없고, 달리 보강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선고한 원심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3. 환송판결의 요지
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의 점에 관하여
(1) 환송전당심과 동일하게 판단한 부분
피고인의 항소이유 중 공소사실 특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 전문진술 등이 기재된 이익치에 대한 진술조서 등과 원심 법정진술의 증거능력, 전문진술 등이 기재된 정몽헌에 대한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환송전당심 판결에 대한 상고이유로 다시 주장하였으나, 환송판결은 원심(환송전당심, 이하 제3항에서는 원심은 환송전당심을 의미한다)의 판단이 정당하고, 거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김영완이 작성한 1, 2차 진술서 및 자필 진술서의 증거능력
(가)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하여 동법 제312조의 조서나 동법 제313조의 진술서 등을 증거로 하기 위하여는 진술을 요할 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기타 사유로 인하여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을 할 수 없는 경우이어야 하는 외에, 그 진술 또는 서류의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이라야 한다는 두 요건이 모두 갖추어져 있어야 할 것인바, 첫째 요건과 관련하여 ‘외국거주’라고 함은 진술을 요할 자가 외국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가능하다고 상당한 수단을 다하더라도 그 진술을 요할 자를 법정에 출석하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예외적으로 적용이 있다고 할 것인데, 통상적으로 그 요건의 충족 여부는 소재의 확인, 소환장의 발송과 같은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항상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만 위 요건이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법원이 그 진술을 요할 자를 법정에서 신문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이로써 그 요건은 충족된다고 보아야 하며(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도 5666 판결 참조), 둘째 요건과 관련하여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 함은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법원 2004. 3. 11. 선고 2003도171 판결, 1990. 4. 10. 선고 90도246 판결 등 참조).
한편, 직접주의와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그 내용에 있어 사망, 질병, 외국거주 또는 이에 준하는 부득이한 사유로 원진술자 또는 작성자가 진술을 할 수 없는 때에 한하여 그 필요성을 인정함으로써 직접주의 및 전문법칙의 예외를 인정할 사유로서 정당성을 가지고 있고, 그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도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적용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그 적용범위를 목적달성에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최소한도로 한정하였고, 그런 연유로 인하여 위 규정은 공정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형해화하였다고 할 수 없고 적법절차에도 합치되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해석되는 것이므로(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1998. 9. 30. 97헌바51 결정 참조), 구체적인 경우 위 법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직접주의와 공판중심주의에 의한 공정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형해화하는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위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나) 그런데, 김영완은 대북송금사건에 관한 특별검사의 수사가 개시되자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 김영완은 이 사건의 수사 및 재판의 경과와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1, 2차 진술서와 자필 진술서를 작성한 사실, 김영완은 계속하여 그 소재를 감추고 재판과정에서의 거듭된 귀국․증언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그 진술서 등의 내용을 확인․탄핵하려는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사실, 김영완이나 변호사 이○○은 어떤 동기 또는 목적으로 위와 같은 이례적인 방식으로 진술서 등을 작성하여 이를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사실, 김영완은 자신과 가족들의 신변위협 및 건강 등을 이유로 귀국을 거부하고 있으나 귀국 거부를 정당화할만한 신변위협이나 건강이상이 있음을 인정할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사실 등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는 사정, 즉, 진술서의 작성자인 김영완이 외국에 거주하게 된 경위, 진술서가 작성된 전후의 사정과 그 작성 경위, 그 작성의 장소․방법이 정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진술서의 작성 동기나 목적이 석연치 아니한 점, 진술서의 진술내용을 확인하거나 탄핵할 방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각 진술서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다거나 그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다고 하기에 부족하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진술서 등의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이라고는 볼 수 없고, 위 각 진술서는 형사소송법 제314조 소정의 둘째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그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
(3) 증명력에 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반의 점
(가) 쟁점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① 금강산 관광유람선 카지노설치 허가와 관련하여 남북정상회담 준비비용을 빙자하여 뇌물을 교부받기로 마음먹고 김영완에게 정몽헌을 만나 돈을 받아오라고 지시하고(이하 뇌물요구 지시 사실이라 한다), ② 피고인의 지시를 받은 김영완이 정몽헌에게 “박지원 장관 심부름으로 왔는데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150억 원이 필요하다더라,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로 해 달라고 하더라”고 말하면서 피고인의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며 피고인에게 직접 전달해 주라고 말하고, ③ 정몽헌의 지시를 받은 이익치가 이 사건 CD를 피고인에게 건네주어 이를 교부받았다는 내용(이하, 이 사건 CD 수수 사실이라 한다)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김영완이 2000. 4. 3.경 현대사옥 12층 정몽헌의 사무실에서, 정몽헌에게 “금강산 관광사업은 잘 되느냐, 사실은 박지원 장관 심부름으로 왔는데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150억 원이 필요하다더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뇌물요구를 한 사실, 이에 정몽헌이 이익치에게 돈이 준비되면 피고인에게 가져다 주라고 지시하는 한편 현대의 구조조정본부장이던 김○○에게 150억 원을 준비할 것을 지시하여 김○○가 이 사건 CD를 마련하여 이익치에게 전달한 사실, 이 사건 CD의 일부가 김영완의 자금관리인 임○○에 의하여 현금화되거나 주식매입 등으로 관리되고 있는 사실은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인은 뇌물요구 지시 사실과 이 사건 CD 수수 사실에 관하여 시종일관 이를 부인하고 있고, 김영완의 정몽헌에 대한 뇌물요구 사실에 대하여는 알지 못한다고 하고 있다.
우선 피고인의 뇌물요구 지시 사실에 부합하는 김영완 작성의 위 각 진술서와 이익치 및 정몽헌의 재전문진술 부분은 그 증거능력이 없고, 달리 이 점에 대한 증거가 없지만, 김영완이 피고인을 내세우며 정몽헌에게 뇌물요구를 한 터에 피고인이 이 사건 CD를 이익치로부터 수수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피고인의 뇌물요구 지시 사실도 이를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의 이 사건 CD 수수 사실의 인정 여부에 있다.
(나) 피고인의 이 사건 CD 수수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의 증명력
① 정몽헌의 진술
피고인의 이 사건 CD 수수 사실에 부합하는 정몽헌의 진술부분은 ‘이익치에게 이 사건 CD를 피고인에게 전하여 주라고 지시를 하였다’는 것과 ‘2000. 4. 18.경 이익치로부터 이 사건 CD를 피고인에게 차질 없이 전달하였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나 이것만으로는 이익치가 이 사건 CD를 피고인에게 전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② 이익치의 진술
㉮ 이 사건 CD의 수령 및 전달시간에 관하여, 이 사건 CD의 전달과 같은 매우 중요한 약속을 한 날 5시에 일찍 귀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집안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경험칙상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점, 당시 4. 13. 총선일이 있었던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CD의 전달날짜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달날짜를 의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드는 점, 기록에 의하면, 김○○는 이익치와의 대질시 이익치에게 이 사건 CD를 7시 반경이나 8시경에 전달하여 주었다고 이미 진술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익치도 그 당시 김○○로부터 8시에 이 사건 CD를 건네 받았다고 시인한 후이어서 김○○와의 약속시간을 명확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10:30에 프라자호텔에서 피고인을 만나 이를 전달하였다고 진술한 사정 등에 비추어 전달시간을 9:30으로 번복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운 점, ㉯ 프라자호텔에서의 상황에 관하여, 이익치가 호텔주차장에 승용차를 주차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수사기록 265면), 현장검증을 한 후부터는 프라자호텔 뒤편 ‘노상주차장’, 프라자호텔 뒤쪽 별관 ‘신축공사장 앞 도로변주차장’(수사기록 2,388면), 프라자호텔 뒤쪽 ‘별관 주차장’에 주차하였다고 각 진술함으로써(공판기록 2,201면) 주차장소에 관한 진술의 일관성이 결여된 점, 토파즈에 올라갔을 때 먼저 와 있던 피고인이 혼자 술을 한 잔 하고 있었다고 여러 번 진술하였으나, 그 이후 술인지 물인지 모르겠다거나 무엇을 마시고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진술을 번복한 점, 이익치로서는 당시 근무하던 여의도 소재 현대증권 주식회사 본사 사무실에서 서울 성동구 광장동의 집으로 퇴근하는 도중에 피고인과의 약속시간 전에 서울 종로구 계동의 현대사옥에 근무하는 김○○로부터 이 사건 CD를 넘겨받아 프라자호텔에서 피고인을 만나 이를 전달하는 것이 여러 모로 편리할 것임에도, 굳이 5시에 광장동의 집으로 퇴근하여 김○○를 집 근처 산책로까지 오도록 하여 이 사건 CD를 교부받아 집으로 가서 양복을 갈아입고 이를 전달하기 위하여 손수 승용차를 운전하여 프라자 호텔로 나왔다는 것은 일찍 귀가할 수 밖에 없었던 집안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이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못하고 있는 점과 관련하여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점, 약속시간을 9:30으로 정한 이유에 대한 이익치의 진술내용 뿐 아니라 이익치가 미리 와서 혼자 기다리고 있던 피고인을 만나서 선 채로 이 사건 CD가 든 봉투를 전하여 주고 그냥 나왔다는 부분도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점, 그 당시 손님을 만날 장소로 프라자호텔 고정 객실을 수시로 이용하고 있던 피고인이 그곳에서 이익치를 만나지 아니하고, 유리창으로 칸막이 된 바의 룸에서 이익치를 만나 이 사건 CD를 전달받았다는 것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점, ㉰ 뇌물수수에 따른 감사인사 등에 관하여, 피고인이 김영완을 통하여 정몽헌에게 뇌물을 요구하여 이익치로부터 이 사건 CD를 전달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언제든지 전화로 이 사건 CD에 대한 감사인사를 할 수 있었고, 2000. 5.경 프라자호텔의 고정 객실에서 정몽헌과 단둘이 만난 사실이 있고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있는바, 정몽헌의 진술에 의하면, 두 사람만이 있는 자리에서 정몽헌에게 감사인사를 한 일이 없었다는 것인바, 이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것이어서 과연 이 사건 CD가 피고인에게 전달되었는지 의문이 생기는 점, 한편, 이익치는 정몽헌에게 이 사건 CD의 전달보고를 한 며칠 후 정몽헌이 자신에게 “박장관한테 잘 받았다는 연락이 왔는데, 수고했어요”라고 하여 박장관이 정회장에게 잘 받았다는 인사를 하였구나라고 생각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이는 피고인으로부터 인사를 받은 일이 없다는 정몽헌의 진술과 배치되어 그 진실성이 의심스러운 점, ㉱ 피고인과 이익치의 수사 및 공판과정에서의 태도 등에 관하여, 정몽헌이 이익치가 1989.경 김영완을 자신에게 소개하였고, 그 후 김영완과 접촉이 없었는데 이익치가 1999. 5.경 김영완을 느닷없이 데리고 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진술한 사실, 이익치는 김영완과 함께 1998. 10. 6. 및 1999. 5. 5.에 태능골프장에서 골프를 쳤고, 1999. 5. 23. 같은 해 6. 26. 같은 해 11. 21. 같은 해 12. 11. 남부골프장에서 4차례나 골프를 함께 친 사실, 이익치가 현대증권의 회장으로 재직중이던 2000. 8.경 현대증권은 김영완이 최대주주로 있는 제이앤씨 캐피탈과 리스크매니지먼트계약을 체결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이익치는 김영완과 보통 이상의 친분이 있다고 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익치나 김영완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를 숨기려는 듯한 진술을 하고 있어 그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운 점, ㉲ 이익치는 이 사건 CD의 수령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다가 곧 시인하는 태도를 보였고, 부인하는 과정에서도 명백한 사실에 대하여 상식에 맞지 않는 반박을 한 점, ㉳ 김영완 작성의 각 진술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지만, 이익치의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탄핵증거로 쓸 수 있는 바, 그 내용을 볼 때, 김영완은 이익치가 이 사건 CD를 피고인에게 건네준 것을 알지 못하고 정회장이 직접 이 사건 CD를 건네 준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정몽헌에게 인사를 하는 문제에 대하여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다고 1차 진술서에 기재하고 있으나, 이는 정몽헌이 외국 출장을 가기 전에 김영완에게 ‘이익치에게 이 사건 CD의 전달을 지시해 두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는 진술과 모순되는 점, 김영완은, 피고인으로부터 교부받은 이 사건 CD를 현금화한 돈으로 국민주택채권 40억 원 가량을 매수하고 주식 50~60억 원을 매수하고, 20억 원은 고향후배 김○○에게 빌려주어 현재까지 반환받지 못하였다는 것인바, 보관받은 돈을 제3자에게 임의로 20억 원씩이나 빌려주고 위험성이 있는 주식을 50~60억 원 상당이나 매수하는 것이 타인의 돈을 관리하는 자의 태도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아니한 점, 김영완은 피고인이 이 사건 CD를 자신에게 보관시킨 후 돈이 얼마가 필요하다든가 얼마를 달라고 하지 않고 돈이 필요하면 기자 등과의 약속이 기재된 수첩을 꺼내 보이면서 ‘돈 많이 들어 죽겠어’라고 간접적으로 돈을 달라는 표현을 하면 돈을 가져다 달라는 뜻으로 알고 20~30회에 걸쳐서 한번에 1,000만 원, 3,000만 원, 5,000만 원, 1억 원씩 합계 30억 원 가량을 피고인에게 가져다 주었고, 그 중에는 100만 원권 수표로 1억 원씩 2~3회 가져다 준 일도 있다고 하나,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동은 뇌물로 받은 이 사건 CD를 김영완에게 보관시킨 사람이 돈을 반환하여 달라고 할 경우의 태도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김영완 작성의 각 진술서의 기재 내용대로라면 김영완이 무엇을 기준으로 돈의 액수를 1,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 정하여 피고인에게 가져다 주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고, 그리고 100만 원권 수표로 전달하였다는 2~3억 원은 계좌추적을 하였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결과는 나오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서도 이익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다) 결국 원심이 위와 같이 증거능력이 없거나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에는 증거의 가치판단을 그르친 나머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증거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나. 직권남용의 점에 관하여
(1) 직무권한과 의무의 점
헌법, 정부조직법, 한국산업은행법, 당시의 대통령비서실직제(대통령령) 등 관련법규에 따르면,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의 경제정책결정 등 경제전반에 관한 국정수행을 보필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에 지시와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일반적 직무권한을 가지고 있다 할 것이고, 결국 한국산업은행의 총재와 이사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명을 받아 재정경제부장관을 통해 또는 직접 감독과 지시를 할 수 있는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다고 할 것인바, 피고인의 지시를 받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이기호가 한국산업은행 총재 이근영, 한국산업은행 영업1본부장 박상배에게 여신지원 지시․부탁을 한 것은 앞서 인정되는 일반적 직무권한에 기초하여 이근영, 박상배 등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여신지원을 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여 사실상의 부담을 지웠고 그 결과 무리하게 위법․부당한 여신지원이 감행되었으므로 이기호로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죄책을 질 수 밖에 없으므로, 그와 같이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거기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있어 직무권한과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사실오인 및 공모관계의 점
원심은, 피고인이 2000. 4.경 및 같은 해 5.경 국가정 보원장 임동원,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이기호를 4~5차례 만나서 남북정상회담 전에 북한에 전달하기로 한 정부 부담분 1억 달러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조달하는 것이 당시로서는 힘들다고 판단하고 그 1억 달러에 대하여도 현대에 송금을 부탁하기로 하고, 2000. 5. 중순경 정몽헌을 만나서 정부 부담분 1억 달러를 현대에서 대신 지급하여 줄 것을 요청했고, 정몽헌은 이를 수락하는 대신 피고인에게 현대에 대한 자금지원을 요청하였으며, 한편 피고인은 2000. 5. 중순경부터 2000. 5. 31.까지 사이에 이기호, 임동원과 만난 자리에서 이기호에게 현대에 대한 지원을 강하게 요청하였고, 한국산업은행에서 현대상선에 4,000억 원을 대출해 준 후에도 2000. 6. 중순경 이기호에게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까지 요청한 사실을 인정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과 이기호 등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정당행위의 점
어떠한 행위가 위법성 조각사유로서의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할 것이고(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1992. 9. 25. 선고 92도1520 판결 등 참조), 긴급피난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에 직면하여 그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앞서 본 법리 및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등의 직권남용행위가 형법상의 정당행위나 긴급피난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정당행위나 긴급피난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다. 대북송금의 점에 관하여
(1) 공모의 점
원심은, 피고인이 현대에서 현금 3억 5,000만 달러와 현물 5,000만 달러를 정상회담 전에 북한측에 송금해 주기로 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이기호, 임동원과 만나서 정부에서 부담하기로 한 1억 달러를 조달하는 방법을 논의하면서 정몽헌을 만나 현대에서 이를 대신 지급해달라고 요청한 점, 피고인 등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결국 한국산업은행에서 현대상선에게 4,000억 원을 대출하여 주는 등 피고인이 현대에서 북한측에 송금할 돈을 마련하는데 상당 부분 기여한 점, 피고인이 남북정상회담의 대통령 특사로서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까지 북한측과의 협상을 주도하면서 우리 정부가 1억 달러를 부담하기로 직접 약속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대북송금의 주체가 정부라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임동원 등과 이 사건 대북송금에 공모공동하여 가담하였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외국’에 대한 법리오해 등의 점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조항을 두고 있는 이상 북한을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외국’으로, 북한의 법인격체를 ‘비거주자’로 바로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개별 법률의 적용 내지 준용에 있어서는 남북한의 특수관계적 성격을 고려하여 북한지역을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북한주민 등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할 수 있고, 그러한 규정 내용이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이나 평화통일조항 등에 위배되지는 않는다.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26조 제3, 4항, 동법 시행령 제50조 제6항의 규정에 따라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거주자 등이 북한에 투자를 목적으로 수행하는 행위 또는 거래에 관하여 외국환거래법을 준용함에 있어 그 특례를 정할 목적으로 ‘대북투자 등에 관한 외국환관리지침(재정경제원 고시 1995-23호, 이하 외국환관리지침이라고 한다)’이 제정되어 있으므로 결국 외국환관리지침은 자본거래의 상대방이 북한 주민이나 법인격체일 경우에 외국환거래규정에 우선하여 적용할 특례규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외국환관리지침은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과 그 시행령의 위임을 받아 그 특례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북한이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외국’에 해당하는지, 북한의 주민, 법인격체가 법 소정의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에 대한 헌법 및 법률 해석 여부와 상관없이 대북투자는 외국환거래법 제27조 제1항 제8호, 제15조 제3항, 제18조 제1항, 제3조 제1항 제18호 자목, 동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제7호, 외국환관리지침의 각 규정에 따라 외국환거래법 소정의 자본거래로서 외국환관리지침에 따라 그 신고를 하여야 할 것이 요구되고, 외국환관리지침에서 거주자의 북한지역에의 투자(대북투자)는 북한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자금을 지급하기 위한 방법 등으로 할 수 있고(제4조), 그러한 대북투자를 하고자 하는 자는 법에 의한 협력사업자 승인, 협력사업 승인을 받은 후 지정거래외국환은행장에게 신고를 하여야 하고, 그 투자신고를 마친 후 협력사업의 승인을 받은 바에 따라 투자를 실행하기 위하여 북한에 송금을 하는 경우에는 지정거래외국환은행장의 확인을 받도록 각각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의 경우 외국환관리지침에서 정한 그와 같은 자본거래의 신고․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가 지정하는 제3국 소재 외국 은행 계좌로 달러를 송금한 이상, 이는 결국 외국환거래법에서 금하는 ‘신고를 하여야 하는 자본거래에 있어서 그 신고를 하지 않고 한 지급’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관련법령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영토에 관한 헌법의 규정에 관한 법리오해나 외국환거래법 등 관련법령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정당행위의 점
이 사건 대북송금의 경우 대북송금의 절차나 송금할 돈을 마련하는 방법에 있어 절차법적 정당성이나 상당성을 잃고 있는 점, 다소 진통이 있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친 후에 실정법 범위 내에서 대북송금을 하고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도 정치적 선택의 한 방법일 수 있어 그 긴급성도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점, 현대가 사업권의 대가로 돈을 송금함에 있어서 투명한 방법으로 송금할 여지가 없지 않았으며,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대통령 일행의 방북시 등도 모두 통일부장관으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고 북한 주민 등 접촉승인절차를 거친 것과 비교해 볼 때 수단이나 방법의 보충성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대북송금에 관여한 행위가 형법에서 정하는 정당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878 판결 참조).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라. 알선수재의 점에 관하여
(1) 원심은, 피고인은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손○○으로부터 7,000만 원을 받을 당시 에스케이(SK)그룹이 제이피(JP)모건과 사이의 주식거래문제와 관련하여 이면 옵션게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하여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련담당자를 통하여 원만히 해결되도록 도와 달라는 취지임을 알고서 이를 수수하였으므로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거나 알선수재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2)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중요부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가 되지 아니하더라도 피고인의 자백이 가공적인 것이 아닌 진실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족할 뿐 아니라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나 정황증거도 보강증거가 될 수 있는바, ‘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00매 1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여 2002. 5.경 박○○에게 전달하였다.’는 김○○의 검찰 진술은 그 비자금이 조성된 시기와 자기앞수표의 액면금을 감안할 때, ‘2000년 5월 중순 내지 하순경 힐튼호텔 사우나에서 아시아나항공 주식회사가 항공기 노선을 더 배정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로 제공되는 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30매 3,000만 원을 박○○로부터 받은 사실이 있다.’는 피고인의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가 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자백의 보강증거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 등이 있다 할 수 없다.
4. 이 법원의 판단
가. 환송판결의 기속력
피고인이 환송전당심 판결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외국환거래법위반 및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위반 부분에 관하여 상고이유로 삼은 각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환송판결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상고이유의 주장이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으므로 그와 같이 대법원 판결에서 배척된 부분은 그 판결의 선고와 동시에 확정력이 발생하여 더 이상 다툴 수 없고, 사건을 환송받은 당심으로서도 이에 배치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3. 2. 28. 선고 2002도3062 판결 참조), 원심판결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외국환거래법위반 및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위반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이 환송전당심에서 주장한 항소이유에 대하여는 환송전당심 판결과 같이 판단하고, 환송판결이 피고인의 상고가 이유 있다고 판단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부분에 대하여만 구체적으로 판시하기로 한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의 점의 요지
피고인은 1999. 5. 24.경부터 2000. 9. 20.경까지 문화관광부장관으로 재직하고, 그 기간 중인 2000. 2.말경에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통령 특사로 임명되어 남북정상회담 성사시까지의 준비회담 등을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2001. 3. 26.경부터 2001. 11. 8.경까지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 비서관으로, 2002. 1. 29.경부터 2002. 4. 14.경까지 청와대 정책담당특보로, 2002. 4. 15.경부터 2003. 2. 24.경까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업무 전반에 대하여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오던 자인 바, 정몽헌으로부터 원활하게 대북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금강산 관광유람선에 카지노 및 면세점 운영권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자 문화관광부장관 및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통령 특사인 피고인의 지위를 이용하여 대북경제협력사업을 추진중인 현대측으로부터 남북정상회담 준비비용을 빙자하여 뇌물을 교부받기로 마음먹고, 2000. 4. 3.경 서울 중구 계동 소재 현대사옥 12층 정몽헌의 사무실에서, 김영완을 통하여 정몽헌에게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150억 원이 필요하니 150억 원만 지원해 달라” 라고 요청한 후 같은 달 중순 일자불상 21:30경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소재 프라자호텔 22층 토파즈라는 상호의 주점 내 룸에서 정몽헌의 지시를 받은 현대증권 주식회사 회장인 공소외 이익치로부터, 당시 카지노업 허가 및 관리 주무부서의 책임자이면서 남북정상회담 준비과정의 대통령 특사인 지위를 이용하여 금강산관광사업과 관련한 카지노, 면세점 등의 설치 및 현대가 시행중인 대북사업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하여 달라는 취지로 제공되는 액면금 1억 원 양도성예금증서(CD) 150매, 150억 원 상당을 교부받아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 것이다.
다. 환송후당심에서 제출된 증거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김영완으로 하여금 정몽헌에게 뇌물을 요구할 것을 지시하였다는 점과 이익치로부터 이 사건 CD를 수령하였다는 점을 줄곧 부인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죄의 성부는 환송판결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 각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있는지에 따라 가려진다 할 것이다.
한편 대법원이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파기한 부분으로서 환송후 법원의 심판대상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법원은 증거조사를 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나타난 새로운 증거에 의하여 사실인정을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새로운 증거에 따라 환송판결과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은 환송판결의 기속력을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0. 3. 13. 선고 89도2360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도 환송후당심에서 새로이 제출된 증거 중 피고인의 뇌물요구 지시 사실과 이 사건 CD 수령 사실에 부합하는 증거에 관하여 그 증거능력 내지 증명력에 대하여 살펴 보기로 한다.
(1) 당원의 증거조사 의뢰에 의하여 일본 주재 대한민국 영사 작성의 진술청취서(이하에서는 ‘영사 진술서’라고 약칭한다)
(가) 영사 진술서의 작성 경위
영사 진술서는 당심에서 검찰이 2005. 6. 10.에 한 영사에 위임한 증인신문신청에 대하여 당원이 같은 해 7. 4. 영사에 의한 진술청취를 증거방법으로 채택한 후 영사관계에관한비엔나협약 제5조 (j)목 및 국제형사공조법 제4, 5조의 규정을 근거로 국제형사공조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법원행정처장, 법무부장관, 외무부장관을 순차 경유하는 방식으로 일본 주재 대한민국 영사에게 김영완에 대한 진술청취촉탁에 관한 공조요청을 함에 따라 위 영사가 이 사건 공조요청서에 첨부된 진술청취사항에 관하여 김영완에게 질문하고 동인으로부터 그에 대한 답변을 청취하여 작성되었다.
(나) 영사 진술서의 법적 성격
위와 같은 경위로 작성된 영사 진술서는 법원 또는 법관의 면전에서 작성된 조서가 아니므로 형사소송법 제311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부여될 수 없음은 명백하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라고 볼 수 없어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더라도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에 의하여 당연히 증거능력 있는 서류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3도5693 판결 참조).
다만, 형사소송법 제313, 314조가 동법 제31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서 이외의 기타의 진술조서 등 서류 일체를 포괄하여 그에 대한 증거능력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법조문의 형식 및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동법 제313조 제1항 소정의 서류를 반드시 우리 나라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서류에만 한정하여 볼 것은 아닌 이상 일본 주재 대한민국 영사가 영사관계에관한비엔나협약의 규정에 근거하여 작성한 이 사건 영사 진술서도 같은 항 소정의 ‘피고인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에 해당하므로 동법 제314조 소정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것이라면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도1351 판결 참조).
(다) 영사 진술서의 형사소송법 제314조 소정의 ‘필요성‘ 요건 충족 여부
① 피고인은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규정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데 필요한 요건 중 첫째 요건인 진술을 요할 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기타 사유로 인하여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을 할 수 없는 경우이어야 한다는 소위 ‘필요성’의 요건은 공소제기 전 수사단계에서 진술 등이 이루어진 후 진술자 등의 소재가 불명해진 경우에만 충족되는 것이지 이 사건의 경우처럼 원진술자인 김영완이 수사개시 전부터 출국하여 의도적으로 행방불명된 상태에서 작성된 진술서는 위 필요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고 주장한다.
② 그러므로 살피건대, 오늘날 교통, 통신의 발달로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입․출국이 자유롭고 용이해졌다고는 하나, 외국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곳으로 증인의 소환 및 송달 등의 재판권 행사가 불가능하거나 어렵고, 설사 사법공조조약이 체결된 국가에 원진술자가 거주하여 우리나라와의 사법공조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공조의 범위가 한정적이고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원진술자를 국내의 법원으로 소환하여 진술을 듣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사망, 질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법원 및 수사기관의 의사와 관계 없이 법관의 면전에서 원진술자나 작성자의 진술과 이에 대한 반대신문이 부득이 방해받고, 이러한 경우 무작정 그 진술을 기다린다면 신속한 재판과 실체적 진실발견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사유로서 정당성이 있으며(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2005. 12. 22. 2004바45 결정 참조), 그 요건과 관련하여 ‘외국거주’라고 함은 환송판결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진술을 요할 자가 외국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가능하다고 상당한 수단을 다하더라도 그 진술을 요할 자를 법정에 출석하게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예외적으로 적용이 있다고 할 것인데, 통상적으로 그 요건의 충족 여부는 소재의 확인, 소환장의 발송과 같은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항상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만 위 요건이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법원이 그 진술을 요할 자를 법정에서 신문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이로써 그 요건은 충족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③ 이 사건의 경우 김영완이 2003. 3. 20. 미국으로 출국한 후 연락처를 남기거나, 자신의 소재를 전혀 알리지 않아 자신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든 채 여러 나라를 전전하면서 계속 도피생활을 하고, 당분간 귀국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있으며, 이에 검사는 2003. 11. 28. 미국과 체결한 형사사법공조조약에 따라 미국 정부에 대하여 김영완에 대한 소재확인을 구하는 내용의 형사사법공조요청을 하였으나(공판기록 4,728면), 아직까지도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 현재 이 법원 및 쌍당 당사자 모두 김영완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점, 법원 및 수사기관으로서도 가능하고 상당한 수단을 다하더라도 진술이 필요한 김영완을 법정에 출석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위 첫째 요건은 충족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라) 영사 진술서의 형사소송법 제314조 소정 ‘특신상태’ 요건의 충족 여부
나아가, 영사 진술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작성되어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규정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데 필요한 둘째 요건이 충족되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직접주의와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14조 단서 소정의 소위 특신상태 요건의 충족 여부는 피고인의 직접주의와 공판중심주의에 의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그러한 권리가 형해화되는지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하는 바, 이 사건에서 김영완은 피고인에 대한 뇌물수수의 공소사실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자신의 형사적 책임이 문제될 수 있어 피고인과는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상반되는 위치에 있는 자로서 이 사건의 핵심적인 증인 및 잠재적 피의자에 해당하는데, 동인이 이 사건의 수사가 개시되기 직전 미국으로 출국한 이래 수년간 의도적으로 귀국․증언을 회피하고, 해외에서 계속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영사와 김영완만이 참석한 자리에서 진술서가 작성됨으로써 피고인 등은 그 내용에 대하여 면전에서 반대신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봉쇄되어 있어 실체적 진실발견에 극히 미흡한 점, 김영완 스스로도 누차 자신이 당분간 귀국의사가 없음을 피력한 상태이므로 영사 진술서는 이미 장래 공판기일에서 김영완에 대하여 반대신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작성된 것인 점, 김영완이 영사 진술서의 기재 내용에 대하여 위증의 벌 등 아무런 법적 제재나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 작성되었고, 동인의 희망에 따라 녹음․녹화도 실시되지 않아 그 진술태도를 확인할 방법도 없는 점, 영사 진술서의 작성 시기가 이 사건 수사 뿐 아니라 환송전당심에 이르기까지의 증거조사가 시행된 후이고, 김영완이 언론 등을 통하여 해외에서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상태에서 영사 진술서가 작성된 점, 그 내용을 보더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전혀 없이 모두 피고인이 줄곧 부인하고 있는 피고인의 뇌물요구 지시 사실, 이 사건 CD 수령 사실에 부합하는 내용만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기재 내용 중에는 자신이 피고인으로부터 “돈 많이 들어 죽겠어”, “정몽헌 회장 잘 알잖아”라는 말을 듣고 정몽헌에게 “박지원이 요새 어려운 모양인데 한번 도와줘요”라고 하였을 뿐 구체적인 금액이나 무기명 CD 등 뇌물의 형태에 대하여는 정몽헌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있는데, 그렇다면, 피고인이나 김영완이 150억 원이라는 거액의 뇌물액수나 뇌물의 형태에 관하여 정몽헌에게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정몽헌이 일방적으로 이를 결정하여 피고인에게 전달하였다는 것이 되므로 이는 통상의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 점, 영사 진술서에서도 종전의 1, 2차 진술서 등과 마찬가지로 김영완이 자신과 가족들의 신변위협 및 건강 등 귀국할 수 없는 사유에 대하여는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해외체류 중 사업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김영완이 귀국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더욱 의구심이 생기는 점, 김영완은 권노갑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에 관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03년형제114399호 사건의 피의자로서 2005. 1. 24. 기소중지된 점 등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영사 진술서가 작성된 전후의 사정, 진술서 작성 시기, 김영완이 처한 입장, 진술서의 기재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영사 진술서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다거나 그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영사 진술서의 작성이 형사소송법 제314조 제1항 단서 소정의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진 것’이라고는 볼 수 없어 결국 영사 진술서는 증거능력이 없다.
(2) 이익치의 환송후당심 법정진술
(가) 법정진술의 요지
이익치는 당심에 다시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하였는 바, 그 내용은 대체로 수사기관 및 원심에서 행한 진술과 동일하고, 그 외에 추가된 진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수사기관에서 미리 알고 있던 피고인의 전화번호로 전화하였다고 진술했던 것은 당황했기 때문에 잘못 진술한 것이고, 김재수가 자신에게 150억 원을 “어떻게 준비할까요”라고 물어 “정몽헌 회장이 무기명 같은 것으로 준비하라고 했으니 그렇게 하면 될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 ② 이 사건 CD를 전달할 무렵에는 자신이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였고, 도로변에 주차선을 그어 구획한 부분도 노상주차장이라고 생각해 주차장소에 관하여 수사기관에서 처음에는 호텔주차장이라고 진술했던 것이다. ③ 1998. 1.경 김영완이 정몽헌에게 권노갑을 소개할 때 김영완을 다시 만났고, 김영완과 함께 6회 골프친 사실은 있는데 정확히 기억나는 것은 아니고, 2000. 3. 8. 싱가폴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에 참석하기 위하여 김영완과 함께 같은 달 6. 홍콩으로 출국하였다가, 같은 달 8.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입국한 사실이 있다. 김영완으로부터 동인이 피고인의 개인적 수행요청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④ 자신이 2003. 6. 12. 최초로 수사기관에서 김○○와 대질상태에서 조사받을 때 “CD가 무엇인지 모른다”, “워커힐아파트를 이야기하는데 그곳에 살아 본 적도 없고, 워커힐아파트 뒷쪽에 공원이 없다”, “체육복을 입지 않는다”라는 등으로 이 사건 CD 전달 사실에 대하여 완강히 부인한 것은 정몽헌이 자신이 시켜서 이 사건 CD를 만들어 피고인에게 전달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여 자신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쓴다고 생각하였고, 그 전에 현대가 자신에게 섭섭하게 한 것까지 생각나 홧김에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나) 이익치의 환송후당심 법정진술의 신빙성
이익치의 위 법정진술 중 자신이 이 사건 CD를 피고인에게 전달하였다는 진술 부분은 환송판결에서 지적하고 있는 여러 가지 신빙성의 탄핵사유에 이외에도 아래와 같은 사유, 즉, ① 이익치는 최초 수사기관에서 남북정상회담 접촉 문제로 알고 있던 피고인의 연락처로 전화하여 약속시간을 정하였다고 진술하다가(수사기록 69면), 그 후부터는 정몽헌으로부터 건네 받은 피고인의 핸드폰 전화번호로 전화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처음에는 피고인과 전화하면서 돈이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편지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정회장님이 해외에 계신데 편지를 전해 드리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더니, 피고인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듯 약속을 잡았다고 진술하였다가(수사기록 69, 86면), 3회 진술조서 작성시에는 정몽헌으로부터 “전해 줄 때는 내가 국내에 없어서 대신 편지를 전해 드리려고 한다면 박장관께서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들을 거야”(수사기록 256면)라고 진술하였는 바, 위 진술 내용들은 모두 이익치가 정몽헌으로부터 받은 뇌물전달에 관한 지시를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하여 알아 두어야 할 중요한 사항에 관한 것으로서 시간이나 날짜와 같이 시일이 지남으로써 쉽게 망각할 수 있는 내용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이에 관한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는 것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 이익치는 피고인과 약속을 정하기 위하여 전화한 시각과 관련하여, 2003. 6. 20.자 진술조서 작성시에는 서울 종로구 계동 소재 현대 사옥으로 출근하였다가, 김○○로부터 이 사건 CD가 준비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그 때가 이른 아침시간이었고, 일단 피고인의 일정을 확인해 보기 위하여 여의도 소재 현대증권(주) 본사 사무실로 ‘바로’ 건너와 피고인에게 전화하였다고 진술하여 전화한 시각이 마치 오전{이익치의 운전기사였던 최○○은 검사가 환송 후 당심에서 제출한 동인에 대한 진술조서에서, 이익치는 현대증권(주)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보통 오전 7시경 현대 사옥으로 출근하여 업무를 보다가 오전 10~11시경 여의도 소재 본사 사무실로 출발하여 보통 오전 10:30~11:30경 본사 사무실에 도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인 것처럼 진술하였다가(수사기록 260면), 2003. 7. 29.자 진술조서 작성시에는 오후 2~3시 사이에 피고인에게 전화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한(수사기록 2,383면) 이래 그 후부터는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피고인에게 전화를 한 시각에 관한 진술이 변경되는 부분도 선뜻 납득할 수 없는 점, 이익치가 정몽헌으로부터 이 사건 150억 원을 무기명 같은 것으로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부분은, 거액의 뇌물을 수수할 때 뇌물의 형태는 뇌물수령자측에서 지정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익치의 진술처럼 무기명 같은 것이라고 애매하게 특정하였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정몽헌은 처음에는 김○○ 등에게 150억 원을 준비하라고만 지시하였지 CD 형태로 마련하라는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진술하였다가(수사기록 173면), 나중에는 김영완으로부터 CD로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김○○에게 무기명 CD로 준비해 전달하라고 지시하였다고 진술하여(수사기록 2,450, 2,451면) 중요 부분에 관한 진술을 합리적 이유 없이 번복한 사실, 영사 진술서 등 김영완 작성의 진술서에는 김영완이 이 사건 150억 원을 양도성예금증서(CD)의 형태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정몽헌에게 하지 않았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김○○는 이 사건에서 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제3자의 위치에 있는 자로서 그의 초기 진술은 그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인데, 동인은 수사기관에서 최초로 조사받을 당시 정몽헌으로부터 CD 형태로 150억 원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오히려 이익치로부터 “이름표 없는 CD 있잖아, 일단 그걸로 맨들어 놔”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사실{수사기록 570면, 공판기록 2,187면, 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위 진술 이후부터는 정몽헌이 무기명 CD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던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대검찰청 2003. 7. 30. 진술조서 작성시, 수사기록 2,405면), 정몽헌이 돈의 형태를 지정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몽헌이 나중에 CD의 형태로 지정했다고 하니 그 말이 맞는 것으로 기억한다(원심법정진술 및 환송전당심 법정진술, 공판기록 2,175, 4,703면)고 진술을 번복하였다} 등에 비추어 뇌물의 형태 지정에 관한 이익치의 위 진술은 정몽헌, 김○○의 일부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 점, ② 이익치는 환송후당심 증언에서 프라자호텔에 도착했을 때 주차한 장소에 관하여, 호텔주차장이라고 진술한 이유는 도로변에 백색 주차선을 그어 구획한 부분도 호텔주차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주차 당시 주차관리인이나 주차표는 없었다고 진술하였으나, 동인이 원심법정에서는 ‘프라자호텔 뒤편 공사장 길가에 주차하였다., 그 날 여러 가지로 조심스러워 발레파킹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공판기록 2,233면), 환송후당심에서는 프라자호텔의 손님이 쓸 수 있는 주차장이 아니고 노상주차장이라고 생각하였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관리인이 없고, 주차표를 주지 않는 노상에 주차한 후 주차장소를 호텔주차장으로 기억한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점, ③ 원심법정에서 김영완과 골프를 친 것은 정몽헌 대신 나갔던 1번(태릉골프장) 밖에 없고, 달리 김영완과 골프를 친 기억이 없다고 증언하였다가(공판기록 2,213, 2,839면), 원심에서의 남부골프장에 대한, 권노갑 사건에서의 태릉골프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회신결과 이익치가 김영완과 함께 6회나 골프친 사실이 드러나자, 환송후당심에 이르러서는 위와 같이 김영완과 6회 골프친 사실을 인정하는 증언을 한 점, 피고인의 원심법정진술(공판기록 1,737면), 이익치의 원심법정진술(공판기록 2,214, 2,215면)에 의하면, 김영완이 2000. 3. 8. 싱가포르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 같은 달 16. 상해에서 열린 남북 1차 회담, 같은 달 22. 북경에서 열린 남북 2차 회담, 같은 해 4. 8. 북경에서 열린 남북 3차 회담에 이익치와 함께 동행한 사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대한 원심에서의 사실조회회신(공판기록 2,461면)에 따라 제출된 이익치, 김영완의 출입국기록에 의하면, 동인들이 위 예비접촉 등을 전후한 시점에 출입국하면서 여러 차례(2000. 3. 10., 같은 해 4. 9. 각 입국시, 같은 해 3. 17., 4. 8. 각 출국시) 같은 비행기를 탑승한 사실, 이익치도 원심법정(공판기록 2,231면)에서는 ‘위 예비접촉이 열리기 직전 홍콩에서 김영완과 함께 있었다’고, 환송후당심 법정(제11회 공판기일)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에 참석하기 위하여 김영완과 함께 출국하였다’고 각 진술한 사실, 현대는 위 남북간 예비접촉 등 회담 장소와 같은 장소에서 북한측과 별도로 남북경협사업권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 사실에 비추어 피고인의 허락 내지 용인 없이도 김영완이 위 예비접촉 등이 열리는 장소에 현대측 실무자 일행으로 참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김영완도 그 작성의 1, 2차 진술서에 정몽헌의 요청으로 예비접촉 등에 참석하였고, 피고인으로부터는 수행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기재하고 있는 반면 이익치는 환송후당심에서 김영완이 피고인으로부터 수행요청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상호 배치되고 있다), ④ 우선 이익치는 이 사건 CD 전달 사실에 대하여 강력히 부인한 이유에 대하여, 원심 제11회 공판기일에서는 대북송금관계로 소환되는 줄 알고 출석하였는데, 갑자기 이 사건 CD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당황하였고, 잘못하면 정몽헌 회장과 현대그룹에 누가 될까봐 부인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공판기록 2,831면), 환송후당심에서는 전항과 같이 정몽헌 회장이 자신의 형사적 책임을 가중시키는 내용의 허위 진술을 하였기 때문에 현대측에 서운한 생각까지 들어 홧김에 강력히 부인하였다고 진술하여 동일한 사항에 관하여 상반된 진술을 하였고, 이익치가 수사기관에서 위와 같은 부인을 한 후 같은 날 바로 시인하는 진술태도를 보인 이유에 대하여는, 김○○의 진술이 너무 명확하여 자신이 아니라고 해도 믿어줄 것 같지 않고, 자신이 이 사건 CD를 유용한 것으로 잘못 보여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사관이 정몽헌이 이미 사실대로 진술하였다고 하였기 때문에 시인한 것이라고 진술하였으나(수사기록 73면, 공판기록 2,207~2,209면), 정몽헌은 이 사건 CD에 관하여 이익치보다 늦게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것이 기록상 명백한 점 등에 비추어 역시 이를 믿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이익치의 수사기관에서부터 환송후당심에 이르기까지의 진술은 이 사건 CD가 피고인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력이 있는 증거로 삼을 수 없다.
(3) 검찰이 환송후당심에서 이 사건 CD에 대한 자금추적 결과 나타난 일부 자기앞수표의 사용처와 관련하여 제출한 증거 등
(가) 우○○의 환송후당심 법정진술 및 동인 작성의 진술서
위 진술서의 요지는, 2000. 1.경부터 2005. 3. 4.까지 월간조선 편집위원이었던 우○○이 2000.말경 피고인을 만나 100만 원권 수표 1장을 받았다는 것이다는 것이나, 우○○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위 수표를 받은 적이 없고, 오히려 그무렵 김영완으로부터 위 수표을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나) 김○○의 환송후당심 법정진술 및 검찰 진술
위 진술은 장현규가 김영완의 자금관리인 임태수로부터 부탁을 받고 이 사건 CD 중 일부를 자금세탁하여 주거나, 동인으로부터 다시 자금을 투자받아 어음을 매입하는 등 운용한 후 발생한 수익금을 김영완에게 건네주는 과정에서 발행한 것으로 보이는 10만 원권 및 100만 원 자기앞수표의 최종 사용처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2장이 2002. 5. 6. 재단법인 ○○○○ 명의 계좌에 입금된 사실과 관련한 김○○의 진술이고, 그 내용은 김○○이 피고인과 평소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위 수표 2장을 누구로부터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자신의 수첩에 ‘2002. 5. 6. 김영환, 2002. 5. 3. 문광부장관 예방’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 사건 김영완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이고, 그 당시 문화관광부장관은 피고인이 아닌 남궁석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는 것이다.
(다) 김○○의 환송후당심 법정진술 및 동인과 한○○ 작성의 진술서
위 증거는 2000. 1.경부터 같은 해 6.경까지 중앙일보 정치부장이었던 김○○이 2000. 겨울 피고인이 주관하는 회식 자리에서 김영완이 자금세탁 과정에서 명의를 빌린 이○○, 김○○ 명의의 계좌에서 발행된 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3장을 피고인으로부터 받은 사실과 관련한 진술인데, 김○○은 수사기관에서는 당시 술에 취하여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위 회식 자리에서 돌아와 보니 주머니 안에 수표가 있었다고 진술하였으나, 이 법정에서는 피고인으로부터 2000. 겨울에 위 수표를 받은 것이 아니고, 그로부터 1년 전 쯤 김영완으로부터 수표를 받은 사실이 있는데, 그 사실과 혼동하였을 뿐 아니라 검찰에서 계속 오라 가라 하면 인사에 불리할 것으로 생각하였고, 검찰도 피고인으로부터 수표를 받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신문을 계속해 피고인으로부터 수표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여 주었다고 진술하였다.
(라) 위 각 증거의 증명력
위 각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이 사건 뇌물요구 지시 사실 및 이 사건 CD의 수령 사실을 곧바로 인정할 수 없고, 가사 피고인이 김영완의 관리하에 자금세탁되어 발행한 자기앞수표 중 일부를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기록상 이 사건 CD가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 특히 김영완이 피고인 모르게 이 사건 CD를 다른 경위로 전달받아 자금관리를 하다가 피고인에게 위 수표의 자금출처를 밝히지 않고 전달하였거나, 김영완의 개인자금으로 발행한 수표{수사보고(현대에서 조성한 CD 150억원을 세탁한 자금의 사용처 및 CD 150억원과 별개로 차명계좌에서 관리된 김영완 개인자금의 운용내역 첨부보고) 참조}를 피고인에게 건네 동인이 그 사정을 모르고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보이고, 김영완이 직접 언론인들에게 수표를 교부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기존의 이익치, 정몽헌의 진술 등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에 위 각 증거들이 추가되었다고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 검사가 환송후당심에서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
검사가 환송후당심에서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은 박○○, 이○○, 이○○, 박○○, 신○○의 환송후당심 법정진술, 이○○, 장○○, 김○○, 이○○, 최○○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조○○, 박○○, 장○○, 허○○, 황○○, 이○○ 작성의 각 진술서, 신○○ 작성의 사실확인서, 홍○○ 작성의 감정서 및 각 수사보고 등이 있으나, 이들 증거는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아니하고, 원진술자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인정되지도 아니하여 아예 증거능력이 없는 것이거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 볼 수 없거나, 피고인의 뇌물요구 지시 사실 및 이 사건 CD 수령 사실에 대한 독립적인 유죄의 증거로 보기에는 부족한 증거들에 불과한 것이다.
라.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그 밖의 증거
(1) 이익치, 정몽헌의 진술 중 재전문진술 부분
이익치가 정몽헌으로부터 ‘피고인이 정몽헌에게 직접 잘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하였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이익치의 진술(수사기록 94, 2,394면, 공판기록 2,213면) 중 ‘피고인이 감사 인사를 하였다’는 진술부분, 정몽헌이 2000. 4. 20. 전후하여 또는 2000. 8.말 또는 9.초경, 김영완으로부터 ‘피고인이 돈을 잘 받아 고맙다고 하더라’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정몽헌의 진술(수사기록 178, 824, 2,453면) 중 각 ‘피고인이 감사 인사를 하였다’는 진술부분은 모두 피고인의 김영완에 대한 뇌물요구 지시 사실과 이 사건 CD의 수령 사실에 부합하는 간접 증거로 볼 수 있지만, 이는 모두 재전문진술에 해당하여 위 진술부분을 증거로 함에 대한 피고인의 동의가 없는 이 사건에서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
(2) 정몽헌의 진술
정몽헌의 진술 중 앞에서 보는 바와 같이 증거능력이 없는 재전문진술 부분을 제외하고, 피고인의 이 사건 CD 수령 사실에 부합하는 진술부분은 ‘이익치에게 이 사건 CD를 피고인에게 전하여 주라고 지시를 하였다’는 것과 ‘2000. 4. 18.경 이익치로부터 이 사건 CD를 피고인에게 차질 없이 전달하였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것이나 이것만으로는 이익치가 이 사건 CD를 피고인에게 전달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그 밖에 이 사건에서 검사가 환송후당심에 이르기까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은 김영완의 뇌물요구 사실과 이 사건 CD의 마련과정이나 김○○가 이 사건 CD를 이익치에게 전달한 사실 및 임태수 등 김영완의 자금관리인에 의한 이 사건 CD의 현금화 및 자금관리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고, 달리 이 사건의 쟁점이 되고 있는 피고인의 뇌물요구 지시 사실 및 이 사건 CD의 수령 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
5. 결론
직권으로 보건대, 피고인에 대한 제1, 2 원심판결에 대한 항소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함으로써 두 사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들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의 나머지 항소이유에 대하여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들을 모두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는, 제1원심판결 중 범죄사실 제1항 및 판시 제1의 사실에 대한 증거의 요지 부분을 각 삭제하고, 제2원심판결의 범죄사실 말미의 “수수하였다”를 “수수하고, 2002. 5. 중순경부터 수차례에 걸쳐 대규모기업집단인 금호그룹의 전 회장 박○○로부터 항공노선 배정을 더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있던 중, 2002. 5. 중순 내지 하순 일자불상경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395 소재 힐튼호텔 사우나 탈의실에서 박○○로부터, 건설교통부 관련 담당자를 통하여 금호그룹의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주식회사가 항공노선 배정을 더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로 제공되는 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30장 합계 3,000만 원을 교부받아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로 변경하고, 증거의 요지에 ‘1. 피고인의 당심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김○○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를 추가하는 외에는 원심판결들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점 : 형법 제123조, 제30조(징역형 선택)
나. 미신고송금의 점 : 각 외국환거래법 제27조 제1항 제8호, 제15조 제3항, 제18조 제1항, 제3조 제1항 제18호 자목, 동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제7호, 형법 제30조(징역형 선택)
다. 미승인협력사업시행의 점 :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제3호, 제17조 제1항, 형법 제30조(징역형 선택)
라. 알선수재의 점 : 각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징역형 선택)
1.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판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죄에 정한 형에 가중}
1. 미결구금일수 산입
형법 제57조
1. 추징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
양형이유
피고인이 대통령 특사로서 북측 당국자를 제3국에서 여러 차례 비밀리에 만나 회담한 끝에 최초로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성사된 점, 이 사건 범행 중 알선수재 이외의 부분은 피고인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라는 목표 달성에 집착한 나머지 대북송금을 하는 과정에서 저지르게 된 것으로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대북송금과 관련하여 형이 확정된 분리전 원심상피고인들이 사면을 받은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00. 4. 8. 북한측과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최종 합의하면서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 개최 전에 북한측에 1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비밀 약정한 사실에 대하여는 이를 숨긴 채 남북정상회담 개최사실만을 발표한 후 2000. 5. 중순경에 이르기까지 위 1억 달러의 조달 방안에 관하여 심도 있는 논의를 하지 않다가, 2000. 5. 중순경에 이르러 정부관계자들이 그 조달 방안을 놓고 고민하기 시작하였고, 실정법에 저촉되지 않고, 대북송금을 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하여 당시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던 이기호는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사용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하였음에도 공개적인 과정을 거친 후 국회의 동의를 얻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판단하에 그 의견을 배제한 채 결국 현대라는 사기업으로 하여금 위 1억 달러를 부담시키되, 현대측 자금사정이 당시 여의치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여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으로 하여금 그 내부 여신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직권을 남용하여 현대상선에 4,000억 원을 부당대출하게 하는 불법적인 방안을 선택하여 실행하고, 현대상선이 그와 같이 대출받은 위 4,000억 원 중 3,235억 원을 포함한 총 4억 5,000만 달러를 대북송금하는 과정에서도 외국환거래법 및 남북교류에협력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였을 뿐 아니라 대북송금에 대하여 국민적 동의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음으로써 심각한 국론분열 및 사회갈등을 초래한 측면이 있는 점, 무엇보다도 피고인이 대북송금 과정에서의 범법행위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최고위공무원들 중의 하나인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누구보다 청렴하고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망각한 채 2회에 걸쳐 대기업회장들로부터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합계 1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점 등 이 사건에 나타난 형법 제51조 소정의 양형 조건들을 감안하여 피고인에게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한다.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수수)의 점의 요지는, 제4의 나.항 기재와 같은 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부분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재판장 판사 이재환
판사 김종문
판사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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