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단계 맑스주의 법이론의 반성과 전진을 위한 시론(1993년 조국 울산대 교수)

I. 들어가는 말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와 맑스주의의 위기를 바라보는 관점

8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는 수십년의 단절을 딛고 사회운동과 맑스주의의 결합, 학문방법론으로서의 맑스주의의 복권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맑스주의의 르네상스’는 우리 사회의 극우적 이데올로기 지형을 변형시키는 중대한 사태였고, 이를 통하여 사회운동과 학계는 자신을 더욱 풍부히 할 수 있었다. 그런데 90년대 초 ‘사회주의없는 사회주의’였던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인민의 손에 의해 자본주의로의 ‘역이행’이 이루어지자, 한국에서 겨우 뿌리를 내리려던 맑스주의는 그 착근(着根)의 초입단계에서 엄청난 한파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등장한 ‘포스트 맑스주의’(post-Marxism)는 매카시즘을 방불케 하는 반맑스주의 선전과 함께 레닌주의, 스탈린주의는 물론 맑스주의 자체의 ‘해체’를 요청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 맑스주의의 위기론의 만개 그리고 ‘포스트 맑스주의’의 출현 등의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캘리니코스의 지적처럼 맑스주의의 반대자들은 이제 맑스주의는 “푸닥거리해서 쫓아내야 할 귀신이며, 이성적인 토론에 적합하지 않는 하나의 발작이며, 벌써 오래 전에 논박이 끝난 오류” 라고 말할 것이다. 또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등은 맑스주의에 대하여 자유주의가 최종적으로 승리하였고, 이제 자유주의에 따라 해결되어야 할 기술적 문제만이 남았다고 자신감있게 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반대한다. 현실 사회주의가 붕괴했다고 해서 맑스주의의 존립근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맑스주의는 현실 사회주의의 실험이 실패했다 하더라도 자본주의의 모순이 존재하는 한 항상 존재할 수 밖에 없으며, 또 새로운 상황에 따라 새롭게 태어나는 본성을 갖기 때문이다. 현실 사회주의가 실패했지만 자본주의 모순이 사라진 것은 아니며 오히려 전세계화되고 있다. 자본주의로 역이행하고 있는 소련 ‧ 동구의 현실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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