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사건 94도1813 국가보안법 위반
판결선고 1995.5.12.
【피고인】 피고인 1외 2인
【상고인】 검사 및 피고인 조국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4.6.1. 선고 93노4271 판결
【주 문】
검사 및 피고인 1, 2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구 국가보안법(1991.5.31. 개정되기 전의 법)이 반국가단체의 의미에 대하여 제2조 제1항에서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 규정하는 외에, 한편으로 제7조 제3항에서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이하, 찬양·고무·동조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롭게 하는 행위를 통틀어서‘동조’라고 쓴다)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를 통상‘이적단체’라고 부른다)를 따로이 규정하고 있으며, 반국가단체와 관련하여서는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 또는 가입을 권유하는 행위(제3조),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그 목적수행을 위하여 하는 여러가지 행위, 특히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날조·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제4조 제1항 제6호)등을 처벌하는 규정을 두는 한편, 이적단체와 관련하여서도 이적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하는 행위(제7조 제3항), 이적단체의 구성원이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날조·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는 행위(제7조 제4항) 등을 처벌하는 규정을 따로이 둠으로써 단체의 구성, 가입, 허위사실의 날조·유포·사실의 왜곡전파 등 동일한 형태의 행위에 대하여도 그 관련된 단체가 반국가단체이냐 이적단체이냐에 따라서 그 처벌을 달리하고 있다(1991.5.31. 개정된 현행법의 규정도 위와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에 저촉된 단체의 성격이 반국가단체인지 또는 단순한 이적단체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인지는 그 처벌규정을 가리기 위하여도 엄격하게 구별될 필요성이 있다 할 것인바, 반국가단체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규정되어 있고, 이적단체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지령 받은 자의 활동에 동조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적단체 역시 그 궁극적인 목적은 반국가단체가 지향하는 목적에 동조하여 국가를 변란하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는 것에 두고 있다 할 것이므로, 결국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 모두 그 궁극적인 목적은 동일한 것에 귀결된다 할 것이니 반국가단체와 이적단체를 구별하기 위하여는 각 단체가 그 활동을 통하여 직접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을 기준으로 하여, 그 단체가 정부참칭이나 국가의 변란 자체를 직접적이고도 1차적인 목적으로 삼고 있는 때에는 반국가단체에 해당되고, 별개의 반국가단체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그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동조하는 것을 직접적, 1차적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볼 때 “남한사회주의과학원”(이하, "사과원"이라 약칭한다)이 그 직접적이고도 1차적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사회주의 이론을 연구하여 이를 선전·전파하고 장차 성립하게 될 사회주의 정당의 강령을 기초함으로써 전체 사회주의운동에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고, “사과원”이 그 자체로써 폭력적 방법으로 정부를 전복하고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는 국가변란을 직접적인 1차적 목적으로 삼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사과원”은 반국가단체라고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 바, 원심의 반국가단체와 이적단체를 구별하는 기준에 관한 판시나 원심이 그 판시 사실관계에 터잡아 “사과원”을 반국가단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판단은 모두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반국가단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남한사회주의 노동자동맹”(이른바 “사노맹”)이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제국주의에 예속된 파쇼권력과 소수 독점재벌 등 자본가들이 노동자 등 민중을 지배·착취하는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로 인식하고, 전위활동가들에 의한 비합법적 선전선동활동을 통하여 노동자계급의 통일전선을 구축하여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사회주의 혁명으로 민중민주공화국을 수립할 것을 목표로 하는 노동자계급의 전위조직임을 표방하면서, 최고의결기관인 중앙위원회를 정점으로 정책위원회 및 조직위원회를 두고 그 산하에 체계적이고 전국적인 기능별 지역별 조직체계를 구축, 뚜렷한 위계질서하에서 의사결정 및 지시와 그 집행 및 보고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는 지휘통솔체계를 갖추고 엄격한 자격 및 성분심사를 통하여 조직원을 선별하는 등 정예조직을 유지하면서, 각종 학생 노동단체와 관련을 맺으며 각종 선전선동 유인물 제작 배포, 노사분규현장 및 각종 재야단체에의 조직원 잠입, 가두투쟁 등 타격전의 선봉에 서서 노동자 전위정당 건설을 위한 구체적 활동을 전개하여 온 사실 및 “사노맹”은 근자에 이르러 국내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구체적 활동방향이 다소 수정되었으나 그 목적, 조직 및 노선 등 기본적 골격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사노맹”은 위 목적, 조직 및 활동형태와 내용 등에 비추어 국가보안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반국가단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위의 사실관계에 의하면 사노맹은 국가의 존립,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헌법의 대전제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단체로서 국가보안법 제2조 제1항 소정의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단체에 해당한다 고 할 것이므로( 당원 1991.12.24. 선고 91도2419 판결: 1992.4.24. 선고 92도256 판결: 1993.5.14. 선고 93도739 판결 참조),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국가보안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사과원"이 사회주의 이론 연구 및 선전·선동을 통한 전위정당 건설과 노동자계급의 주도하에 혁명적 방법에 의하여 반동적 파쇼권력을 타도하고 민중권력에 의한 사회주의국가를 건설하는 데 목적을 두고 설립된 것으로서 위의 “사노맹”의 활동에 동조할 목적을 가진 단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반국가단체인 “사노맹”의 활동에 동조할 목적으로 위 "사과원"에 가입하고 사노맹이 건설하고자 하는 남한사회주의 노동자당의 성격과 임무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촉구하는 내용이 수록된 “우리사상” 제2호를 제작, 판매하는 등 반국가단체인 사노맹의 활동에 동조할 목적으로 표현물을 제작, 판매하였다고 판단하고 있는 바, “사과원”의 설립목적이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이상 “사과원”은 단순한 사회주의 이론에 관한 학술·연구단체가 아니라 반제반독점 민중민주주의혁명을 통한 노동자계급 주도의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정치적 단체로서 우리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와는 서로 용납되지 아니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 소정의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의 소위 이적단체라고 할 것이다 ( 당원 1991.12.24. 선고 91도2419 판결: 1993.2.9. 선고 92도1711 판결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이러한 “사과원”에 가입하고 그 설립목적과 같은 주장이 게재된 표현물을 제작, 판매한 행위는 헌법이 보장한 양심·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이를 국가보안법 제7조 제3항, 제5항에 의하여 처벌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피고인 2의 상고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3. 피고인 1의 상고에 대하여
피고인 1은 형사소송법 제37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같은 법 제380조에 의하여 위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한다.
4. 결국, 검사 및 피고인 1, 2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조국 등의 국가보안법위반 대법원 94도1813 판결문.pdf
▷사노맹 관련자 심급별 재판 결과 ▸조국·은수미 등 사노맹 관련자 제1·2·3심 재판결과(조국·은수미·박노해·김진주·백태웅·전경희·현정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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