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3. 수 전체 영상보기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문희상 국회의장님과 선후배 동료의원 여러분! 그리고 이낙연 국무총리님과 국무위원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인영입니다.

◆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84일 간의 공전을 끝내고 마침내 오늘 국회의 문이 완전히 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늦었고, 무엇보다 시급한 민생과 추경을 처리하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돌아보면 지난 20대 국회 내내 파행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무려 17차례나 반복했고 그때마다 국회는 번번이 멈춰서야 했습니다. 민생과 개혁은 벽에 막혀 해법을 찾기 어려웠고, 시급한 현안들은 국회만 오면 출구를 못 찾고 배회해야 했습니다.

누군가의 책임을 거론하거나 힐난하기 위해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우리가 본회의장 밖을 서성거릴 때, 우리보다 훨씬 더 가슴 졸이며 국회정상화를 기다려온 국민을 절대 잊지 말자는 취지입니다.

게다가 이제 20대 국회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시간, 밤낮을 쪼개가며 민생에 몰두해도 부족합니다. 다시는 국회의 시간이 멈추지 않도록, 서로 인내하며 공존과 협치의 지혜를 모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2019.7.3.]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

◆ 국회는 우리사회 갈등의 조정자여야 합니다.

우리사회의 갈등은 이념과 빈부, 계층과 지역을 넘어 세대와 젠더 등 다양한 집단과 이해관계로 첨예하게 얽혀져 있습니다. 국민의 80.8%는 사회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합니다. 광화문 광장의 이념갈등, 첨예한 노사갈등과 비정규직 문제, 해마다 되풀이 되는 임대차 갈등, 온·오프라인을 들썩이는 젠더갈등까지 모든 삶의 현장에 상생의 해법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의회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름은 사회 갈등의 조정입니다. 사회적 갈등을 정치라는 공론의 장으로 가져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이끌어내는 것이 의회주의의 출발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2019년 상반기, 우리 국회는 국민들께 이런 의회 민주주의를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국회를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만들자던 선진화법은 난폭하게 무력화되었고, 민의의 전당은 갈등과 파열음만 증폭되었습니다.

저와 민주당은 솔직히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그 주장을 앞세우지 않겠습니다. 사회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국회는 타협과 상생의 물꼬를 터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의 빈 공간을 열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내어준 빈 공간의 어느 지점에서 상생의 해법, 공존의 철학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공존의 정치, 세 가지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동료의원 여러분!

저는 지난 달 관훈클럽 초청토론에서 '공존의 정치'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밀어내기만 하는 정치에서 벗어나 서로를 존중하고, 포용하는 정치를 만들기 위한 충정이었습니다.

오늘은 한 발 더 나아가 세 가지 공존의 길을 제안합니다. 우리가 가야할 공존의 정치는 단지 '화평하게 잘 지내보자'는 차원을 넘어서는 길입니다.

첫째, 유연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가 혁신을 통해 공존하는 길입니다.

둘째, 남과 북이 평화를 통해 번영으로 도약하는 공존의 길입니다.

셋째,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포용하는 참 공존의 길입니다.

지난 주말을 뜨겁게 달구었던 한반도 평화의 기운은, 어렵고 힘든 이의 손을 잡는 따뜻한 세상의 희망은, 대결과 극단의 선택을 넘어서는 공존의 합리성은 분명 우리가 결단하고 나아가야 할 미래의 길입니다.

◆ 유연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로 미래의 정치질서를 세워나갑시다.

2016년 겨울, 촛불집회는 평화로웠고 저는 그곳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감했습니다. 국민은 끝까지 평화로 인내하며 마침내 새로운 질서를 창조해냈습니다. 그곳에는 어떠한 폭력도 없었으며 어떠한 배제도 없었습니다. 저는 역설적이지만 그 현장에서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새로운 정치를 상상했습니다.

진보가 유연해지고 보수가 합리적이 된다면 우리는 다 함께 더 큰 공존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