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5월 7일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문재인·트럼프 대통령간의 전화 통화에 대한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방한하는 방안에 관하여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비례대표, 대구 달서구 병 당협위원장)이 5월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25일~28일 방일 직후 한국 방문을 직접 요청했다며 그 통화 내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내용을 또한 게재하였다.
이에 대해 같은 날인 5월 9일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이것은 사실과 다르고, 보도된 내용 중 방한 형식, 내용, 기간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 일 직후 청와대는 외교부 직원들의 휴대폰 통화 기록·내용을 확인하는 대대적 보안 조사를 벌였고, 그 사실이 20일 알려졌다. 정보 유출자에 대한 색출 작업을 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유출 당사자를 확인했다면서 강 의원에 대한 '기밀 유출'에 해당한다고 했다.
강 의원의 기자회견 전후 직접 통화한 사실을 근거로 하여 청와대와 외교부가 합동 감찰을 벌인 결과 주미 한국대사관에 근무하고 있는 강 의원의 대구 대건고등학교 후배로 현재 외교부 소속인 주미 한국 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K씨를 유출자로 색출하였다.
2019.05.22. 최초로 JTBC 손석희의 뉴스룸을 통해, K씨는 문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다음 날인 5월 8일 대사관에서 통화 내용을 열람하고,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강 의원에게 그 내용을 전달했고, 이후 강 의원이 회견을 마친 뒤 또 통화를 한 것으로 보도했다.
청와대의 외교부 보안 조사는 현 정부 들어 15차례 이상 있었다고 한다. 2017년 말엔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차관보 등 핵심 인사 10명의 업무용 휴대폰은 물론 개인 휴대폰까지 압수해 사생활까지 들여다봤고, 작년 말엔 서기관·사무관 등의 개인 전화기까지 걷어 가기도 했다. 범죄 수사 때 사용되는 포렌식 조사 방식까지 동원해 샅샅이 캤다.
국가 정상 간 통화 내용은 3급 비밀에 해당한다. 비밀을 누설한 외교관은 처벌이나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형법은 국교에 관한 죄로서 외교상의 기밀을 누설한 자와 누설할 목적으로 외교상의 기밀을 탐지 또는 수집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고 있다(형법 제113조 '외교상기밀누설죄').
2019년 5월 24일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법률위원장이 강효상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강 의원의 행동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외교상의 기밀을 누설하거나, 누설할 목적으로 기밀을 탐지 또는 수집한 강 의원에게 '외교상기밀누설죄'를 적용해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래는 이번 사건의 계기가 된 청와대 브리핑 및 강 의원의 발언 등을 시간 순으로 나열하였다.
1. 한미 정상 통화 관련 고민정 대변인 브리핑
2019.05.07.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밤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질 예정입니다.
이번 통화는 지난 4월11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전개된 한반도 관련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현재의 국면을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입니다.
오늘 통화는 지난 2월28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뒤 이루어진 통화 이후에 스물한 번째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2. 한미 정상 전화 통화 관련 서면브리핑
2019.05.07.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5.7(화) 22시부터 35분간 통화를 갖고, 지난 5.4(토) 북한의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양 정상은 이번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가능한 조기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양 정상은 북한의 발사 직후 한미 양국 정부가 긴밀한 공조하에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 매우 효과적이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신한 트윗 메시지가 북한을 계속 긍정적 방향으로 견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양 정상은 최근 WFP/FAO가 발표한 북한 식량 실태 보고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지지했습니다.
양 정상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방한하는 방안에 관하여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3.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 보도자료
2019.05.09. 13:07
자유한국당 강효상 국회의원은 2019년 5월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문제에 대해 밝혔다.
우선 지난 2019년 5월 2일 일본 교도통신과 NHK에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5월 28일 한국을 단독 방문한다는 내용이 보도된 이후 청와대 관계자가 아직 어느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힌 바 있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의 5월 말 단독 방한을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오지 않으면 볼턴 보좌관 혼자 올 필요는 없으며, 모양새도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7일 밤 있었던 한미 정상 간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재차 방한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 의원은 미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5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5월 25일~28일 방일 직후 한국을 찾아달라고 직접 요청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한국민들이 원하고 있으며, 대북 메시지 발신 차원에서도 방한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강 의원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북 메시지 발신이란 결국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상황에서 한미 공조가 굳건함을 두 정상이 과시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방한 요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흥미로운 제안'이라 반응한 후 '볼턴에게 검토해보라 하겠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만약 방한을 한다면 일본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돌아가는 귀로(歸路)에 잠깐 들르는 방식으로 충분할 것 같다며 일정이 바빠서 즉시 떠나야 하겠지만 주한미군 앞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제안한 것은 지난 2019년 4월 11일 워싱턴 정상회담 이후 두 번째다. 그러나 미국 측은 이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5월 7일 정상 간 통화를 통해 종래의 애매한 입장에서 상당히 진일보한 대답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문제는 한미동맹과 최근의 남북 상황, 북한의 미사일 도발, 비핵화 협상 등 여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며 저와 제1야당으로서도 적극적으로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강 의원은 지난 2019년 3월 20일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두 번 방문할 동안 한국을 한 번도 찾지 않아선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 차례 이상은 반드시 방한 일정을 추진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던 바 있다.
다만 강 의원은 지난 워싱턴 회담에서의 무기 구매 약속과 같이 방한이나 회담 그 자체를 대가로 대한민국의 경제적인 이권 등 국익을 양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전했다.
4. 강효상 의원 주장 관련 고민정 대변인 브리핑
2019.05.09.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
정상 간의 통화, 또는 면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5월7일 저녁 한미 정상 간 통화 시 양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까운 시일 내 방한 원칙에 합의하고, 구체적 시기와 일정 등은 양국 NSC 간 협의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강효상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보도된 내용 중 방한 형식, 내용, 기간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확정된 바 없습니다.
강효상 의원의 무책임함 뿐 아니라 외교 관례에도 어긋나는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 강 의원은 책임을 져야 될 것입니다.
또한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방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이후 볼턴 보좌관의 방한을 희망해왔으나 그 기간에는 우리의 민관・민군 훈련이 있습니다. 그 훈련 시기와 겹쳐 우리 정부는 방일 이전에 방한해 줄 것을 미국에 요청했으며 현재 그 일정을 조율 중에 있습니다.
강 의원이 주장한 내용은 전혀 근거 없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5. 6월 한미 정상회담 개최 관련 서면 브리핑
2019.05.16.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트럼프 미 대통령은 6월 하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방한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외교경로를 통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4.11 워싱턴 정상회담 이후 약 두 달 만에 개최되는 것이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여덟 번째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동맹 강화 방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입니다.
▲ 지난 2018.1.8. MBN 시사토크 '판도라'에 출연해 강효상 의원과 마찬가지로 한미 정상 통화 녹취를 입수했다고 주장하였던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이, 2019.5.23. KBS 시사프로그램 '여의도 사사건건'에 출연해서는 강효상 의원의 이러한 행동을 되레 비판하였는바, 이 두 장면을 동영상에 담아봤다.
아래는 정청래의 판도라 방송 녹취 내용
▴ 정청래 :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잖아요. 둘이 통화한 거를 제가 로데이타(raw data)를 다 받아봤어요.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전략적으로...
▴ 진행자 : 통화내역이 다?
▴ 정청래 : (본인 휴대폰을 들어보이면서) 여기 있어요.
▴ 하태경 : 녹음을 받았다고요?
▴ 정청래 : 녹음을 받았다는 게 아니라 녹취, 녹취는 받았는데
▴ 진행자 : 이거 2급비밀 아니에요?
▴ 정청래 : 있어요. 하여튼("이미 청와대에서 언론에 공개한 내용입니다"라는 자막 나옴)
▴ 정청래 : 문재인 대통령이 전화를 해서 뭐라고 하냐 하면, 완전히 트럼프에 대해서 항상 올려, 칭잔을 해.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북한에 강경하게 나온 것이 결국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였는데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서 화해 제스쳐를 한 것은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의 공입니다.
▴ 하태경 : 혹시 이면 합의 있는 거 아니에요? 좀 불안해. 대외비 위반 냄새가 나.
▴ 정청래 : 트럼프가 뭐라고 하냐면, 기분이 좋아졌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트럼프가 한국 왔을 때 국회 연설한 거 진짜 좋았다. 박수 많이 받았잖아. 그 다음에 문 대통령이 자기 할 얘기 하는거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좀 평창 올림픽 기간에 연기했으면 좋겠다, 막 얘기하니까 트럼프가 금방 들어줘요, 트럼프 대통령은 그 말 끝에 '나는 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 그리고 회담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트위터에 썼지. 바보들 회담은 좋은 거야. 그 뒤로 미국의 입장이 싹 다 바뀌었어요.
관련 글 ▸ 정청래의 한미정상 통화 녹취록은 어떻게 입수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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