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7
모욕죄의 보호법익 및 법원의 현행 적용방식에 대한 헌법적 평가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가연 변호사
【초록】 모욕죄는 통설과는 달리 외부적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내부적 명예감정을 보호하는 것이다. 19세기 독일문헌에서 모욕죄가 ‘외부적 명예’를 보호한다고 한것은 해당 언사의 내용이 대상자의 사회적 지위가 요구하는 경외심을 표명하지 않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지 대상자에 대한 제3자의 평가 즉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20세 기 들어와서 모욕죄를 사회적 지위를 가지지 않은 사람도 보호규범으로서 호명할 수 있도록 독일법원의 판례가 바뀌면서 ‘외부적 명예’와 ‘내부적 명예’의 구분은 없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더라도 이와 같은 모욕죄의 객관적 실체가 확인된다.
그런데 한 사람의 명예감정은 타인의 단순한 의견이나 감정의 표현에 의해서 쉽게 훼손될 수 있다. 교수가 학생에게 ‘C’라는 평가를 하는 것만으로도 학생의 명예감정은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모욕죄는 명예감정을 보호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의 단순한 의견과 감정의 표명을 제한하게 된다. 이렇게 한 사람의 의견과 감정의 표명을 명예감정의 보호를 이유로 제약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보호의 대원칙인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리를 위배하는 것이다. 혐오죄의 보호법익인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의 파괴는 표현의 자유 제약을 정당화하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될 것이나 모욕죄는 이를 넘어서서 명예감정 전체를 보호영역으로 두고 있기때문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원리를 위배하는 것이다.
물론 모욕죄는 모든 의견과 감정의 표명이 아니라 그 표명이 경멸적인 언사를 동원하여 이루어질 때만 적용된다. 하지만 무엇이 경멸적인 언사인지에 대해 대법원은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은 화자의 경멸적인 태도가 담겨있는 거의 모든 언사들을 우선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한 후에 여러가지 주변정황들을 근거로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무죄로 판시하는 2단계 방식의 판시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2단계방식은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한다. 우선 대법원은 경멸적인 태도가 담긴 모든 언사들을 범죄구 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고 ‘사회상규’를 근거로 유무죄를 나눈다는 것은 ‘사회상규’가 위법성조각사유가 아니라 범죄구성요건으로 기능함을 뜻한다. ‘사회상규’가 범죄구성요건으로서는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다.
또 명확성의 원칙은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는 단순히 일반인들에게 무엇이 금지되는지를 통보하는 것을 넘어서서 일반인들이 무엇이 금지되는지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 종국적 으로 합법적으로 판단될 표현을 자제하는 현상 즉 ‘위축효과’가 없을 것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법원이 ‘사회상규’와 같이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위축효과’를 발생시킨다.
혐오죄처럼 국가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의 보호를 위해 입법을 하는 것은 당연하나 명예감정은 더 높은 차원에서 단순히 타인과의 비교를 매개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보호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의 명예감정의 보호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정당한 입법목적이 될수 없다. 또 혐오죄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 해 사회적 소수를 그 소수자의 차별과 핍박에 동원되었던 언사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모욕죄는 그렇지 않은 모든 언사도 처벌하기 때문에 침해의 최소성 원칙도 위배한다.
1. 서론
헌법재판소는 여러 차례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밝힌 바 있는데 1) 리딩케이스인 95헌가16 판 결에서 “민주주의는 사회내 여러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자유로운 교환과정을 통하여 여과없이 사회 구석 구석에 전달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에 비로소 그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또한 언론ㆍ출판의 자유는 인간이 그 생활 속에서 지각하고 사고한 결과를 자유롭게 외부에 표출하고 타인과 소통함으로써 스스로 공동사회의 일원으로 포섭되는 동시에 자 신의 인격을 발현하는 가장 유효하고도 직접적인 수단으로서 기능한다”라고 하여 의견도 당연 히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 포함됨을 밝힌 바 있다.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통 욕설을 금지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욕설은 타인에 대한 증오나 경멸의 표현으로서 극단적이기는 하나 어찌되었든 타인에 대한 평가로서 견해의 하나이다. 이 글에서는 타인에 대한 견해표명을 금지하는 형법 제311조에 대해 논의해보 고자 한다.
2008년도에 한나라당이 모욕죄를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전환하여 모욕을 당한 사람의 고소가 없이도 검찰이 모욕적 언사를 사용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소위 ‘사이버모욕 죄’) 시민단체들이 ‘권력을 가진 자들이 모욕죄 고소라는 도덕적 장애물을 넘지 않고 자신들에 대한 비난을 입막음하기 위한 입법’이라며 반대하여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 많은 문헌이 인터넷공간의 특수성이나 고소요건 폐지의 당부 등을 들어 소위 ‘사이버모욕죄’를 평가한 문헌들은 많이 있으나 모욕죄 자체를 헌법적으로 평가한 경우는 드물었다. 2)
여기서는 모욕죄 자체를 헌법적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그 평가의 대상이 되는 모욕죄의 해석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1)헌재 1993.5.13. 91헌바17, 판례집 51,275,284; 헌재 1996.10.4. 93헌가13등, 판례집 82,212,222; 헌재 2001.8.30. 2000헌가9, 판례집 132,134,148 등 참조. 2) 박경신, “모욕죄의 위헌성과 친고죄 조항의 폐지에 대한 정책적 고찰”, 「고려법학」, 2009년 52호,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263-299쪽. 독일에서는 모욕죄 자체가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논의가 있다. Ralf Stark, Ehrenschutz in Deutschland 26(1996). 139쪽.
Ⅱ. 모욕적 표현도 헌법적 보호를 받는가?
헌법재판소는 일반적으로 가치가 높지 않다고 여겨지는 상업적 표현 및 음란물 등에 대해서 헌법적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시한바 있다. 상업적 광고도 언론ㆍ출판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다고 하였으며 3) , 심지어는 “‘청소년이용음란물’ 역시 의사형성적 작용을 하는 의사의 표현ㆍ전파의 형식 중 하나임이 분명하므로 언론ㆍ출판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의사표현의 매개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4) 고 한 바 있다.
특히 “헌법 제21조 제4항은 ... 언론ㆍ출판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요건을 명시한 규정으로 볼 것이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 한계를 설정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음란표현도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언론ㆍ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는 해당하되, 다만 헌법 제37조 제 2항에 따라 국가 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 여야 할 것이다”5)라고 하면서, 음란표현도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언론ㆍ출판의 자유의 보호 영역 내에 있다고 보고, 종전에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음란표현은 헌법 제21조가 규정하는 언론ㆍ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헌법재판소의 의견6)을 변경하였다.
결론적으로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바, 모욕적 언사 도 의사표현에 해당하므로 언론ㆍ출판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의문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은 헌법적 보호를 받는 모욕적 의사표현을 금지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3)헌재 2002.12.18, 2000헌마764, 판례집 제14권 2집, 856, 867-867 참조 4)헌재 2002.04.25, 2001헌가27, 판례집 제14권 1집, 251, 265-265 참조 5)헌재 2009.05.28, 2006헌바109, 판례집 제21권 1집 하, 545, 560-560 참조 6)헌재 1998. 4. 30. 95헌가16, 판례집 10-1, 327, 340-341
Ⅲ.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무엇인가?
모욕죄에 대한 헌법적 평가에 앞서 판단해야 할 것이 모욕죄의 보호법익이다.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심사 등을 하기 위해서는 모욕죄의 보호법익과 모욕죄처벌에 의한 기본권 제한을 교량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 다수설에·대한·문제의·제기·-·모욕죄의·보호법익
우리 다수설은 모욕죄의 보호법익이 명예감정이 아니라 외부적 명예 즉 사회적 평가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는 과연 모욕죄의 보호법익이 사회적 평가인가에 대해 다룬다.
우리 형법은 제33장에서 ‘명예에 관한 죄’란 제목하에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다같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부적 명예인 점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다만 명예훼손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를 하여 명예를 침해함을 요하는 것으로서 구체적 사실이 아닌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으로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모욕죄와 다르 다”7)라고 하여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보호법익을 동일하게 ‘외부적 명예’ 즉 사회적 평가라고 보고 있다. 또, 다수설에 따르면 모욕죄는 명예훼손죄로부터 독립된 구성요건이지만 양자는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이고 모욕죄는 일반적인 포괄구성요건이며, 따라서 명예의 장에 규정된 개별적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나머지 명예법익훼손행위는 유추적용금지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일반적 포괄구성요건인 모욕죄에 의해 규율되고, 이 한에서 모욕죄는 일반법, 그 밖의 명예에 관한 죄의 개별구성요건은 특별법의 위치에 선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런 사실의 적시 없이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으로 사회적 평 가, 즉 외부적 명예를 저하시키는게 과연 가능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컨대 길을 지나가던 A가 전혀 모르는 사람인 B에게 공연히 “개X끼야”라고 욕을 하는 경우를 상정해보면, 이 경우 B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다기 보다는 오히려 타인에게 함부로 욕을 하는 A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8) 그리고 여기서 B가 A를 모욕죄로 고소한다면, 이는 B가 자신의 사회 적 평가가 저하되었음을 우려해서라기 보다는 그런 욕을 들으면서 느낀 모욕감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한 전원열 (전)판사도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 형법 교과서는 侮辱도 名譽毁損과 마찬가지로 그 보호법익이 사람의 外的 名譽라고 보고 있다. 예컨대, 이재상, 형법각론, 박영사, 1996, 182쪽. 즉 명예감정이 모욕죄의 보호법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욕설을 하는 그 행위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는 것이지, 구체적 사실내용이 없는 욕설을 당하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될리는 없으 므로, 위 설명은 그 자체로 모순이 아닌지 의문이다.” 9)
2. 모욕죄의·기원·-·주관적·명예감정의·보호
이에 따라 모욕죄의 유래를 살펴보자. 현행 모욕죄(형법 제311조)는 일본 형법 규정 제231조 (모욕죄)에 기초한 것이다. 일본 형법의 규정은 독일 형법(StGB § 185)에서 계수된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의 또 다른 식민지였던 대만(형법 제309조)을 포함한 위의 4개국 외에 모욕죄 조항을 두고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 없다. 10) 참고로 미국은 미연방대법원이 1971년 Cohen판결에서 욕설에 대한 규제 자체를 금지하였다. 11)
7)대법원 1987.5.12. 87도739 참조. 8)전원열, “명예훼손 불법행위에 있어서 위법성 요건의 재구성”, 서울대학교 법학박사학위논문, 2001년 7월, 241쪽. “예컨대 타인을 ‘개새끼’, ‘멍청이’라고 부르더라도 이는 명예훼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욕설이 아무리 더럽고 모욕적이고 추잡하다 하더라도, 대상자의 등급을 떨어뜨리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한, 명예훼손법에 의하여 구제받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Curtis Publishing Co. v. Birdsong, 360 F.2d 344, 348(5th Cir. 1966) 참조.” 9)전원열, 241쪽. 10)“사이버 모욕죄 관련조사”, 국회입법조사처, 2008년11월초, 5쪽. 이 문헌은 프랑스도 모욕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류하나 사문화되어 있고 ‘혐오죄’만이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James Q. Whitman, “Enforcing Civility and Respect: Three Societies", 109 Yale Law Journal 1279, 1356 (April 2000) 아래는 관련 조항들. Press et Communication, Loi du 29 juillet 1881, Appendix to NOUVEAU CODE PENAL, art 29, 1905, 1933 ch. IV (98th ed. Dalloz 1999( (Fr.)(ord. 6 mai 1944) Every allegation or imputation of a fact that affronts the honor or the esteem of a person or of the organization about which the fact is imputed is a defamation. The publication, whether direct or by means of reproduction, of such allegation or imputation is punishable, even if it is made in dubitative form or if it is aimed at a person or an organization not expressly named, but the identification of which is made possible by the terms of the discourse, ejaculations, threats written or printed, placards, or posters subject to prosecution. Every gross insult, term of contempt or invective that does not include the imputation of any fact is an insult. C. PEN., Contraventions, art. R. 621-2 (96th ed. Dalloz 1999) A nonpublic insult against a person if it has not been preceded by a provocation, shall be punished by a fine contemplated for contraventions of the first class. ... id. Penes, art. 131-12 Punishments for contraventions incurred by the physical person are: (1) Fines. ...id. art. 131-13 The amount of the fine is the following: (1) 250 francs at the most for contraventions of the first class. 11)Cohen v. California, 403 U.S. 15 (1971).
그렇다면 세계 모욕죄 시스템의 원류라고 볼수 있는 독일의 모욕죄의 유래는 다음과 같이 파악된다.
“명예에 관한 죄는 고대 로마법과 게르만법에서 그 연혁을 발견할 수 있다. 로마법에서는 명예훼손죄를 의미하는 injuria가 인격침해죄의 하나로 인정되었다. 이는 고유한 의미에서의 명예 침해(infamatio) 외에 상해, 주거침해 및 사생활침해와 같은 객관화된 개인의 인격권 침해를 포함하였다. 이후 상해, 주거침해 및 사생활침해가 각각 독립된 범죄의 지위를 차지하게 됨에 따라 injuria는 명예침해죄로 고정되었고, 이 객관적 관점에서 법적ㆍ도덕적 생활에서의 인격침해를 중시하였다. 이에 반하여 게르만법의 명예에 관한 죄는 명예감정을 침해하여 피해자에게 모욕을 주는 주관적 측면을 중시하였다. 게르만법에서의 명예란 이처럼 인격적 명예감정을 의미하는 주관적 명예개념 위주였다. 이와 같은 로마법의 객관적 관점과 게르만법의 주관적 관점은 18세기 에 이르러 독일의 입법에 의하여 서로 접근하게 되었다. 즉 1794년의 프로이센 일반란트법은 명예에 관한 죄로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 대한 상세한 규정을 두었고(§538 이하), 이러한 태도 가 1851년의 프로이센 형법(§152 이하), 1871년의 독일제국 형법(§185 내지 §200)을 거쳐 현행 독일 형법에 이르기까지 유지되고 있다.” 12)
모욕죄는 게르만법의 주관적 관점이 반영된 명예에 관한 죄이며, 그렇기 때문에 서구국가 중 에서 유일하게 모욕죄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주관적 관점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모욕죄는 공소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사소(Privatklage)에 의해서 기소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어 원칙적으로는 모욕피해자만이 기소를 할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13)
12)박재윤 외, 「주석형법(각칙 4) 제3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06, 제33장 명예에 관한 죄, 372-373 참조. 13)Whitman, 1298쪽. 단, 공익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이 개입할 수 있다. § 376 StPO
독일판례도 명확하게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모욕”은 타인에 대한 존경심의 부재 또는 저평가 또는 경시의 표현을 통해 타인의 명예를 공격하는 것이다. 형법 제186조와 제187조[명예훼손]는 타인에 대한 사실적 명제를 제3자들에게 전달하여 그 제3자가 그 명제의 대상자에 대해 경시하도록 만드는 행위를 처벌한다. 이에 반하여 제185조는 표현자 자신의 경시를 표현하는 행위를 처벌하므로 제3자에게 “모욕적 언사”가 전달 될 필요가 없다. 14)
이렇게 모욕적 언사가 제3자에게 전달되지 않아도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독일의 모욕죄 의 보호법익이 사회적 평가가 아니라 명예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의 문헌에서 모욕죄의 보호법익이 ‘외부적 명예’라고 설시하는 것은 ‘제3자의 모욕대상자에 대한 평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욕적 언사가 단순한 증오감의 표현이 아니라 “외부적 기준”에 비추어 모욕대상자를 저평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타인에 대한 단순한 거부는 모욕죄가 아니다. 예를 들어, “난 당신이 싫다”라거나 그러한 증오심을 담은 표현은 모욕죄를 성립하지 않는다. 모욕죄는 모욕대상자의 (1) 도덕적 가치, (2) 인간으로서의 가치(예를 들어, 이성적 능력), 또는 (3) 사회적 가치와 같은 기준에 비추어 타인을 저평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하게 된다. 15)
특히 19세기 독일법학자들은 “외부적 명예”의 훼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는데 여기서 “ 외부적”이라는 의미는 언사의 내용이 모욕대상자의 사회적 지위에 동반되는 경외심을 배제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독일의 모욕죄 성립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명예에 대한 침해의 정도는 동일한 기준에 따라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욕당한 자”의 사교범위를 지배하는 규범에 따라서 다르게 측정되었다.“ 16)
14)OLG [Court of Appeals for Selected Matters], NJW, 38 (1985), 1720 (F.R.G.) 15)W hitman, 1324쪽 (Schönke-Schröder Strafgesetzbuch § 185, 1385-6쪽 (Theodor Lenckner et al. eds., 25th ed. 1999) (F.R.G.)를 인용하며) 16)Whitman, 1324쪽 (38 Archiv für Strafrecht 434, 435 n.4 (Berlin, Decker 1891)를 인용하며)
이에 따라 1800년대 초반에는 ‘존경하는’, ‘친애하는’ 등의 존칭을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모욕죄 적용여부가 논의되었다. 17)
즉 모욕대상자가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을 때만 모욕죄 피해를 주장할 수 있다 는 것이었다. 사회적 지위는 당연히 그 사람의 평판과는 완전히 다르다. 매우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매우 나쁜 평판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좋은 평판이 아니라 높은 사회적 지위인 것이었으며 결국 사회적 지위에 대한 침범 여부는 지위의 소유자가 모욕감을 느꼈는가로 결정되었던 것이다. 즉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명예감정이다. (2013.6.24. 가필) 이것은 독일의 모욕죄가 귀족들간의 결투제도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와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귀족이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지위에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여 모욕당했다고 생각할 때 그 타인을 주관적으로 징벌하기 위해 결투를 신청하였는데 모욕죄는 이러한 결투 제도의 폭력성을 제거하기 위해 결투제도를 형사벌제도로 치환한 결과로 여겨진다. 18) 프랑스의 경우 결투제도를 아예 인정하지 않아 폭행 살인죄로 다룬 것과 대조된다. 19) 실제로 1840년 하노버법상의 모욕죄는 조문상으로 모욕행위자의 사회적 지위나 그와 모욕피해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모욕행위자가 모욕피해자에게 존경과 대우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경우에만 성립하였다. 20)
1870년 제국형법조항에서부터 이러한 요건이 없어지면서 누구나 모욕죄의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학설이나 판례 상으로는 계속해서 모욕죄는 ‘높은 사회적 지위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했을 때의 명예감 훼손’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후 1930년대 나치독일하에서 ‘아리안계 독일인’이라면 외국인이나 다른 민족과 달리 최소한의 예우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하에 보편적으로 적용가능하게 되었고 이때 ‘외부적 명예’와 ‘내부적 명예’사이의 구분도 없어졌다고 한다. 21)
17)Whitman, 1321쪽. 18)W hitman, 1314쪽 (다음의 독일문헌들을 설명하며: Jörg Tenckhoff, Die Bedeutung des Ehrbegriffs für die Systematik der Beleidigungstatbestände 20 (1974); Friedrich Kübler, Ehrenschutz, Selbstbestimmung, und Demokratie, 52 NJW 1281 (1999) (모욕죄의 위헌성을 주장한 논문이며 Beleidigung 형법조항 바로 뒤에 결투에 대한 조항이 있었다가 추후에 결투조항만 폐지되었음을 설명함); Rüdiger Koewius, Die Rechtswirklichkeit der Privatklage 64-95 (1974)) 19)Robert A. Nye, Masculinity and Male Codes of Honor in Modern France 134 (1993) 20)W hitman, 1320쪽 (다음 독일법전을 인용하며: Criminalgesetzbuch für das Königreich Hannover [Criminal Code for the Kingdom of Hannover], v. 8.8.1840 ch. 10, art. 265, reprinted in 2 Sammlung der deutschen Strafgesetzbücher 140 (M. Stenglein ed., Munich, Keiser 1858)). 21)Whitman, 1324쪽.
3. 공연성·문제·및·명예감정의·불명확성·문제
이렇게 모욕죄가 주관적인 명예개념, 즉 명예감정을 보호하기 위하여 생겨난 것이고 법원판결의 대상이 된 사실관계를 볼 때 명예감정이 보호법익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판례와 학계의 다수설은 모욕죄의 보호법익을 외부적 명예로 보고 있는 이유는 크게 보면 (1) 우리나 라의 모욕죄 조항은 일본 및 대만과 같고 독일과 다르게 모욕죄의 구성요건으로 ‘공연성’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2) 주관적인 명예감정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들어 법적 보호의 대상으로 하 기에는 부적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2)
공연성에 관하여 보건대, 한 사람이 느끼는 명예감정은 틀림없이 모욕을 공적인 공간에서 당했는가 사적인 공간에서 당했는가에 따라 그 깊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즉 공연성의 요건이 추가된 것은 심대한 모욕감만을 구제하겠다는 입법적 판단일 수 있다.
그런데 ‘명예감정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들어 보호법익이 될 수 없다’는 다수설의 주장은 ‘모욕죄는 선험적으로 볼 때 외부적 명예의 훼손에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당위적인 것이라면 100% 동의한다. 다수설의 뜻대로 모욕죄가 외부적 명예만을 보호한다면 명예감정을 보호하려는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헌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아래에서 밝히겠지만 법원의 판례들을 객관적으로 해석해보았을 때 법원은 겉으로는 주관적으로는 외부적 명예의 훼손만을 규제하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명예 감정의 훼손을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 판례의·태도
논리상 단순한 증오감이나 혐오감의 표현이 그 대상의 외부적 명예(즉 평판)을 저하시킨다는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은 위에서 언급하였다. 판례에서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모두 공히 모욕죄의 보호법익을 외부적 명예라고 선언하고는 있지만, 실제 적용된 사례를 보면 모욕의 대상이 받는 감정 즉 내부적 감정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있지 모욕적인 말을 옆에서 들은 제3자의 생각을 중심에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모욕적 언사로 인정한 욕설의 예를 몇 가지 들면 ① “빨갱이 계집년,”“만신(무당),”“ 첩년” 23) , ② “야 이 개같은 잡년아, 시집을 열두번을 간 년아, 자식을 못 낳는 창녀같은 년” 24) , ③“ 늙은 화냥년의 간나, 너가 화냥질을 했잖아” 25) , ④ “ 저 망할년 저기 오네” 26) 등이 있는데, 법원이 이렇게 매우 주관적인 증오와 경멸의 분출들을 타인들이 그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라고 판단하여 그 사람의 사회적 가치를 낮게 평가할 우려가 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또 헌법재판소는 만취된 상태에서 경찰관에게 욕을 한 사람이 제기한 모욕죄 위헌소원 27) 에서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모욕죄의 보호법익이 ‘외부적 명예’라고 선해하고 있지만 과연 실제 모욕 죄 고소를 한 경찰관은 만취자로부터 들은 욕 때문이 자신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해되었다고 생각하였을까?
또한 최근 대법원은 “부모가 그런 식이니 자식도 그런 것이다”라는 표현으로 인하여 “상대방의 기분이 다소 상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너무나 막연하여 그것만으로 곧 상대방의 명예감정을 해하여 형법상 모욕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여 모욕죄의 보호법익을 명예감정으로 보는 듯한 판시를 한 바 있다. 28)
다수설과 달리, 모욕죄는 논리적으로, 비교법-연혁적으로, 판례의 객관적 해석으로 볼 때 그 보호법익은 명예감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모욕죄가 외부적 명예만을 보호해야 한다’는 다수설의 당위적 주장에는 필자는 100% 동의하지만 ‘현재 모욕죄가 외부적 명예만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적 판단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필자는 모욕죄의 보호법익이 명예감정이라고 단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모욕죄의 보호법익이 무엇이 되든 헌법적으로 중요한 것은 모욕죄가 ‘객관적 판단이 어려운’ 명예감정을 보호하는 형벌로 존재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다음 장에서 모욕죄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할 것인데, 모욕죄의 보호법익을 다수설도 이미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명예감정으로 규정해놓고 모욕죄 적용의 불명확성을 따지면 필자의 기획은 ‘아전인수’격 해석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법원이 모욕죄를 해석할 때 다수설이 요구하는대로 ‘외부적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만 유죄판단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예를 들어 법원이 모욕죄를 인정한 표현들 중 ① “노래방하는 건물 주인한테 술을 얻어먹고 돈을 받았겠구나. 그러 니까 차를 빼라고 하지.” 29) , ② “악질 친일분자의 후손” 30) , ③ “보험사기 했잖아!” 31) 등의 표현을 보면, ①의 경우는 노래방 주인으로부터 대접을 받았다는 사실의 적시에 가깝다고 할 것이고, ② 의 경우는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의미로서 이 또한 사실의 적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③의 경우도 보험금을 탔다는 것을 과장되게 비난하는 것으로서 사실의 적시에 가깝다고 보인다. 이러한 판결들은 모두 합헌적 적용이라고 보여진다.
22)주석형법, 379-380쪽. 23)대법원 1981.11.24. 선고 81도2280 판결 24)대법원 1985.10.22. 선고 85도1629 판결 25)대법원 1987.5.12. 선고 87도739 판결 26)대법원 1990.9.25. 선고 90도873 판결 27)헌법재판소 2011.6.30. 2009 헌바 199 형법 제311조 위헌소원 28)대법원 2007.2.22. 선고 2006도8915 판결 29)부산지방법원 2008.7.23. 선고 2008고정889 판결 30)대법원 2007.3.15. 선고 2007도210 판결 31)대법원 2010.6.10. 선고 2010도1777 판결
5. 결론: 명백하고·현존하는·위험의·원칙·위반
모욕죄의 보호법익이 명예감정이라면 그 자체로 위헌성이 높다고 할 것이다. 모욕죄의 보호 법익이 명예감정이라면 모욕죄는 우리 헌법재판소도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국가의 존립ㆍ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행위에 대해서만 적용된다”고 판시하면서 도입하였다고 볼 수 있는 명백ㆍ현존 위험의 원칙 32) 을 위반한다. 33) 명백ㆍ현존 위험의 원칙은 표현에 대한 규제는 표현과 해악 사이에 밀접한 인과관계가 있 어서 그 표현이 해악을 초래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헌법적으로 허용된다는 의미로서 ‘사람이 가득찬 극장에서 불났다고 소리지르기’의 은유로서 명징하게 대표된다. 34)
그렇다면 명예감정의 훼손 즉 모욕이 과연 모욕적 언사의 규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위험”이라고 볼 수 있을까?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 심사는 헌법심사에서 가장 엄격한 심사기준으로서 미연방대법원은 ‘Fuck the Draft’ 35) 라는 표현에 대해서 ‘아무리 저급한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남용하여 불쾌해 보이더라도. ... 근본적인 사회적 가치가 연루되어 있다’며 ‘언사는... 사상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설명이 불가능한 감정도 전달한다’면서 언사가 불쾌하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것은 그러한 감정전달기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36) 기본적으로 ‘불쾌감’은 불쾌한 표현을 처벌할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될 수 없음을 전제로 한 판시이다. Fuck the Draft는 특정 인에 대한 것은 아니고 객관적인 표현이기는 하나 객관적인 표현의 저급성에서 오는 ‘불쾌감’은 자신에 대한 표현의 저급성에서 오는 ‘모욕감’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모욕죄에 대한 헌법적 평가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물론 모든 모욕감이나 불쾌감이 항상 규제를 정당화하는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모욕죄와는 달리 상당수 국가들이 소수에 대한 언어적 차별이나 혐오적 언사를 ‘혐오죄’로 처벌하고 있고 이는 소수자들의 명예감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37) 이 법이 헌법적 으로 정당화되는 이유는 인류역사 속에서 가장 끔찍한 학살 그리고 가장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차별이 인종, 종교 등을 사유로 벌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사유에 따른 차별을 막는 것은 매우 중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욕죄는 그렇게 중대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언사만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모욕감은 그 말 자체보다는 화자와 청자 사이의 관계 및 상대적 지위, 말의 맥락, 청자의 자존감 등에 의 해 발생여부와 그 정도가 달라질 것인데 이에 대한 자세한 규정없이 독일, 일본, 대만, 우리나라의 모욕죄 모두 단순히 ‘모욕’이라는 순환적인 정의만을 담고 있다.
32)헌재 1990.04.02, 89헌가113, 판례집 제2권, 49, 62 63 참조 33)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은 과잉금지의 원칙의 특별한 케이스로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내용적 규제에 적용되는 원칙으로서 엄격심사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34)성낙인, “제3장 표현의 자유”,「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 1995년 6권, 181쪽 35)당시 베트남참전을 위한 강제징용(draft)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이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낸 표현이었다. 36)Cohen v. California, 403 U.S. 15 (1971). 37)박경신, 전게서. 대표적으로는 Council of the European Union - Framework decision on Racism and Xenophobia(19 April 2007)이 있다. 혐오죄의 국가별 정리는 <http://www.legislationline.org/?tid=218&jid=21&less=false>을 참조할 것.
IV. 모욕죄의 “2단계” 적용방식의 평가
모욕죄의 적용방식은 명확성의 원칙 입장에서 별도로 평가될 수 있다.
1. 명확성의·원칙에·있어서의·“엄격심사”
형법 제311조는 형벌조항에 해당하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입법이므로 더욱 엄격한 의미의 명확성원칙이 적용된다. 첫째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칙은 보다 엄격하게 적용되며 영미법에서 이는 ‘막연하기 때문에 무효(void for vagueness)’라는 원칙으로도 표현된다.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가 문제되는 것은 ‘위축효과(chilling effect)’ 때문이다. 38)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그 규제로 인해 보호되는 다른 표현에 대하여 위축적 효과가 미치지 않도록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 39) 고 판시한 바 있다. 둘째 모욕죄는 형사벌 조항이므로 ‘국가형 벌권의 자의적(恣意的)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국가 형법의 기본원 칙’인 죄형법정주의 40) 를 충족시켜야 한다.
물론 모든 법규범의 문언을 완벽하게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입법자는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으며, 헌법재판소는 “법문언이 법관의 해석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해낼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41) 대법원 또한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 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 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42) 라고 한다.
38)위축효과에 대한 자세한 설명 및 모욕죄와 관련된 적용에 있어서는 김병성, 임영덕, “미국의 ‘위축효과법리’와 그 시사점- ‘ 사이버모욕죄’ 입법안에 대한 검토”, 「미국헌법연구」, 2009년 제20권 제2호, 미국헌법학회 참조. 논문은 사이버모욕죄 도입 논의에 관한 것이지만 123쪽에서 저자들은 모욕죄 자체의 ‘모욕’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고소라는 적극적인 방법만을 통해서 구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39)헌재 1998.04.30, 95헌가16, 판례집 제10권 1집, 327, 342-342 참조. 40)헌재 1991. 7. 8. 91헌가4, 판례집 3, 336, 340 참조. 헌재 1996. 12. 26. 93헌바65, 판례집8‐2, 785, 792‐793 41)헌재 1998.04.30, 95헌가16, 판례집 10 1, 327, 341 342 참조. 42)대법원 2006.5.11. 선고 2006도920 판결 참조
2. 위법성·요건·-·경멸적·표현
그렇다면 유의미한 것은 ‘모욕’이라는 형법적 개념에 대한 법원의 실제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은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제1장에서 다룬,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을 ‘명예감정을 해할만한’으로 대체해야 할지 여부는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이를 문언적으로 보면 모욕죄 구성요건은 ①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의 표현 또는 ②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의 표현, 이렇게 두가지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①의 경우 “추상적”이라 함은 구체적 사실의 적시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즉 사실적 주장의 부재 의 표지이다. 그렇다면 남는 요건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판단” 뿐이다. 그런데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판단’은 타인에 대한 ‘비판’과 다를것이 없다. 결국 모든 ‘비판’이 위법성요건을 충족시키는 범죄행위가 되어버리는 것인데 이러한 해석이 불러일으킬 헌법상 문제는 다언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경멸적 표현’만을 위법행위로 인정하거나 ‘경멸적 표현’을 중심으로 위법성요건의 범위를 인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법원도 “공적인 존재의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문제의 제기가 널리 허용되어야 하지만, ... 그 표현방법에 있어서는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어휘를 선택하여야 하고, 아무리 비판을 받아야 할 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멸적인 표현으로 인신공격을 가하는 경우에는 정당행위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여 43) 모욕죄가 모든 논평이나 비판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며 경멸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할 뿐이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실제 판결들에서는 ① “막무가내로 학교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 “추태를 부렸다” 44) , ②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쳤냐” 45) , ③ “개똥철학” 46) , ④ “인과응보, 사필귀정” 47) 과 같은 표현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⑤ “말도 안 되는 소리 씨부리고 있네. 들고 차버릴라” 48) , ⑥ “도대체 몇 명을 바보로 만드는 거야? 지만 똑똑하네... 참 나...” 49) , ⑦ “너는 부모도 없냐” 50) 와 같은 표현들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였다. 과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 ①, ②, ③, ④와 ⑤, ⑥, ⑦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법원은 표현 자체 외에도 당시의 총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그 상황에서 경멸적인 표현’ 여부를 판단하였기 때문에 일반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래에서 밝히겠지만 모욕죄의 해석에 있어서 모욕적 언사와 그렇지 않은 언사를 구별하는 것은 모욕죄의 존립여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다.
43)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도4408 판결 등 참조. 44)청주지방법원 2009.4.13. 선고 2009고정255 판결 45)광주지방법원 2008.5.21. 선고 2008고정361 판결 46)부산지방법원 2008.10.30. 선고 2008노2229 판결 47)서울중앙지방법원 2006.3.10. 선고 2006고정885 판결 48)부산지방법원 2009.11.5. 2009노2161 판결 49)수원지방법원 2010.4.14. 선고 2009노1456 판결 50)수원지방법원 2009.9.3. 선고 2009노1083 판결
3. “2단계”·판단법
위의 사례들에서 보듯이 법원의 유무죄 판단기준이 이렇게 불명확한 이유는 법원이 모욕죄 유무죄 판단에 있어서는 2단계 판단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법원이 2단계 판단법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나, 모욕죄 판결문들에 나타난 법원의 논증순서를 분석하여 보면 법원의 모욕죄의 유무죄 판단은 거의 대부분 2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즉 법원은 1단계로 모욕의 범위를 매우 넓게 보아 대부분의 표현이 모욕적 언사라고 판단한 후, 2단계로 그러한 표현이 이루어진 사 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으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 그렇지 않으면 유죄라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서 “2단계”라는 표현은 다른 범죄의 유무죄 판단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해당여부에 대한 판시가 없는데 모욕죄 유무죄 판단에 있어서는 ‘거의 항상’ 정당 행위 해당여부에 대한 판시를 통해 최종적 유무죄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자체로 모욕적인 표현, 예컨대 “씨발 새끼” 51) , “개 같은 년” 52) 같이 단순한 욕설이나 욕설은 아니지만 “뚱뚱해서 돼지 같은 것” 53) 과 같은 욕설에 가까운 매우 경멸적인 표현들은 이미 1단계를 충족시킴이 어느 정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욕설과 같이 모욕적임이 명백한 표현만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표현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이거나 경멸적인 평가가 담겨있으면 모욕적이라고 보고 있다.
예컨대 법원은 ① “전근대적 인식으로 가부장의식을 가지고 회사를 대하고 있는 것이다.” 54), ② “그렇게 소중한 자식을 범법행위의 변명의 방패로 쓰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55) ③ “조장들 한심한 인간들임. 불쌍한 인간임.” 56) ④“북한의 아이들도 아니구요, 우리 아이들이다.” 57) , 과 같이 그 자체로는 욕설이라거나 그에 이를 정도로 과격하다고 보기 어려운 표현들도 1차적으로 모욕적 언사라고 인정하였다.
법원은 1단계에서 이렇게 조금이라도 부정적이거나 경멸적인 표현은 모두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판시한 후에 2단계에서 형법 제20조의 위법성조각사유에 의하여 이러한 구성 요건 해당성의 광범성을 제한하고 있다. 즉 “어떤 글이 특히 모욕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의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58) 고 한다. 그리하여 바로 위에서 예를 든 ①, ②, ③의 모욕적 표현들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나, ④의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유무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해당여부이지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 구성여부가 아닌 것이다. 바로 여기에 모욕죄의 위헌성이 있다.
51)서울남부지방법원 2010.6.24. 선고 2009고정1825 판결 52)수원지방법원 2010.5.20. 선고 2010고정1457 판결 53)수원지방법원 2007.1.30. 2006고정1777 판결 54)청주지방법원 2006.1.25. 선고 2005고단986 판결 55)대법원 2003.11.28. 선고 2003도3972 판결 56)대법원 2008.7.1. 선고 2008도1433 판결 57)서울북부지방법원 2008.9.25. 선고 2008노635 판결 58)대법원 2008.7.10. 선고 2008도1433판결 등 참조
4. 2단계·판단법의·위헌성
법원의 위와 같은 2단계 판단법은 명확성의 원칙을 심대하게 위반한다. 왜냐하면 모욕적 언사의 범위를 매우 넓게 본 후에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해당성 여부를 중심으로 유무죄를 판단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모욕죄의 범죄구성요건에 “정당행위의 부재”를 포함시키는 것과 다름없 는데, “정당행위의 부재”는 범죄구성요건으로서 기능하기에는 너무나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권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59) 고 한다. 그런데 과연 어떤 일반인이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춘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가 무엇인지 알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정당행위’라는 개념은 매우 추상적인 것이어서 어떠한 모욕이 과연 이에 해당하는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들에게 있어 공통적으로 정당행위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현행위가 존재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 판단주체에 따라 달리 판단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존재함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이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 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 어렴풋한 추측마저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더라도, 그것은 대단히 주관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타인을 모욕하는 것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가 언제인지 법규의 수범자인 일반인들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 전까진 알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사실 법원조차도 무엇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인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일목요연한 기준을 제시한 바 없다.
그렇다고 해서 형법 제20조가 그 자체로 위헌적으로 불명확하다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가 정상적으로 위법성조각사유로 기능할 때는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욕죄에서처럼 2단계 판단법에 의하여 형법 제20조가 실질적으로 범죄구성요건으로서 기능하는 경우라면 ‘정당행위’ 내지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란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 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헌법재판소는 2008헌바157 판결에서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의 통신을 금지하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공익”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의 안전보장ㆍ질서유 지”와 헌법 제21조 제4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비교하여 볼 때 ‘동어반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며, 형벌조항의 구성요건으로서 구체적인 표지를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제한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 또는 헌법상 언론ㆍ출판자유 의 한계를 그대로 법률에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할 정도로 그 의미가 불명확하고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위헌을 선언한 바 있지만 60)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 조각사유인 “오로지 공익을 위하여”에서의 “공익”에 대해서는 위헌을 선언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구성요건해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2단계 판단법에 의하여 구성요건해당성은 인정하되 위법성을 조각시키는 것과는 형사법상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다. 구성요건은 범죄 행위 의 일반적 유형으로서 정형화되어 있는데 반해, 위법성조각사유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행위에 대한 사후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로서 위법성을 조각시켜 범죄의 성립을 부정한다. 즉 형법 각칙 의 범죄유형에 해당하는 행위라면 일반적인 경우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위법한 행위가 되지만, 예외적으로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킨 행위는 특별히 허용되어 정당한 행위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는 순간 피의자 또는 피고인은 처벌받는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위법성조각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는 누구나 어떠한 방식이든 어떠한 내용이든 간에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표현을 내뱉은 순간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위험은 위법성조각사유의 모호함에 의해 많은 경우 현실화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모욕죄에서 표현 자체의 가벌성 기준이 명확한 것이 중요하다. “표현이 이루어진 사정”은 보통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심리에서 다루어지는데 위에서 말했듯 그 시점은 명확성의 원칙 입장에서 보자면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이 되기 때문이다. 61) 그런데 위에서 밝혔듯 이 표현 자체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부정적이면 곧바로 위법성요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보기 때 문에 위축효과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2단계 판단방식은 형법 제20조를 위헌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업무방해죄를 규정하는 형법 제314조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위헌성을 판단하면서도 이를 암시한 바 있다. 모든 공동파업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하고 단지 노동법이 정한 절차를 엄격하게 따른 공동파업 만이 정당화된다는 해석은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노 동법 제4조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서 노동법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 조각사유에 관한 형법 제20조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것이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 노동법상의 요건을 갖추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행위를 범죄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임을 인정하되 다만 위법성을 조각하도록 한 취지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한 해석은 헌법상 기 본권의 보호영역을 하위 법률을 통해 지나치게 축소시키는 것”이라고 하였다 62) . 다시 말하자면, 범죄구성요건을 정한 규정이 과잉하게 또는 불명확하게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그 시점에 이미 과잉금지원칙의 위반이 발생하는 것이지 위법성조각사유를 다른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그 위반이 치유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위법성조각사유 규정이 아무리 최종적인 보호범위를 헌법에 합치하는 정도로 넓히거나 명확히 만든다고 할지라도 이와 같이 하위의 법률이 헌법의 보호범위를 획정하는 것은 인정될 수 없는 것이다. 이미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모욕죄는 바로 이러한 위헌적인 규제로서 법원은 소위 “2단계 판단법”을 적용하고 있는데, 구성요건 해당성 단계에서 폭넓게 모욕을 인정함으로써 형법 제20조가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을 정 하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를 낳게 된다.
59)대법원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도6243 판결 등 참조. 60)헌재 2010.12.28, 2008헌바157, 공보 제171호, 132, 7 7 참조. 61)문재완, “사이버모욕죄 신설 어떻게 볼 것인가”, 2008년 11월 13일 법무부 법조언론인클럽 토론회 발표문. 문재완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는 모욕죄의 처벌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며, 모욕의 범위를 축소하여 욕설에 가까운 분명한 양태의 표현만 모욕죄를 구성한다고 하면, 사회상규 위반여부에 따라 위법성조각사유를 고려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한다. 62) 헌재 2010.04.29, 2009헌바168, 판례집 제22권 1집 하, 74, 83-83 참조
5. 소결
법원은 어떤 언사가 모욕적이며 한 인간의 외부적 명예 또는 평판을 저하시킬만한 표현인지에 대한 일관되며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를 사실상 포기하고, 개별적인 맥락이나 구체적인 정황 하에 모욕적 언사의 상대방이 모욕감을 느꼈는지, 그러한 모욕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인지를 검토하여 모욕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개별적인 분쟁의 해결방법으로는 타당할지 몰라도, 일반인들이 결과에 대하여 전혀 예측을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이렇게 광범위하거나 모호한 법률에 대하여 아무리 법원이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이 조항이 존치하는 한 모욕죄가 자의적이고 악의적으로 남용될 가능성은 항상 남아있는 것이다.
결국 형법 제311조의 존재로 인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은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만한 의견을 표현할 때, 심지어는 정부의 정책이나 공적인 사안을 비판할 때에도 공권력이 모욕감을 느끼지는 않을지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청자가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 분명한 비판적 의견’만을 표출해야 한다는 제한으로 인하여 표현의 자유가 엄청나게 위축되고 있음은 자명하다. 또한 모욕적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표현 전반에 대해서도 위축효과가 심대할 것이다.
물론 입법에 있어서 추상적 가치개념의 사용이 필요한것은 일반적으로 부인할 수 없고, ‘모욕’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언제나 허용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법률의 입법목적, 규율의 대상이 되는 법률관계나 행위의 성격, 관련 법규범의 내용 등에 따라서는 명예감 정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러한 개념의 사용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욕”이라는 행위 자체에 내재된 위험성이나 형법의 입법목적을 고려할 때, ‘모욕’이라는 막연한 개 념을 구성요건요소로 삼아서 표현행위를 규제하고, 나아가 형벌을 부과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V.결 론
모욕죄는 통설과는 달리 외부적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내부적 명예감정을 보호 하는 것이다. 19세기 독일문헌에서 모욕죄가 ‘외부적 명예’를 보호한다고 한 것은 해당 언사의 내용이 대상자의 사회적 지위가 요구하는 경외심을 표명하지 않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지 대상자 에 대한 제3자의 평가 즉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20세기 들어와서 모욕죄를 사회적 지위를 가지지 않은 사람도 보호규범으로서 호명할 수 있도록 독일법원의 판례가 바뀌면서 ‘외부적 명예’와 ‘내부적 명예’의 구분은 없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더라도 이와 같은 모욕죄의 객관적 실체가 확인된다.
그런데 한 사람의 명예감정은 타인의 단순한 의견이나 감정의 표현에 의해서 쉽게 훼손될 수 있다. 교수가 학생에게 ‘C’라는 학점을 주는것만으로도 학생의 명예감정은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모욕죄는 명예감정을 보호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의 단순한 의견과 감정의 표명을 제한하게 된다. 이렇게 한 사람의 의견과 감정의 표명을 명예감정의 보호를 이유로 제약하는것은 표현의 자유 보호의 대원칙인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리를 위배하는 것이다. 혐오죄의 보호법익인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의 파괴는 표현의 자유 제약을 정당화하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될 것이나 모욕죄는 이를 넘어서서 명예감정 전체를 보호영역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원리를 위배하는 것이다.
물론 모욕죄는 모든 의견과 감정의 표명이 아니라 그 표명이 경멸적인 언사를 동원하여 이루어질 때만 적용된다. 하지만 무엇이 경멸적인 언사인지에 대해 대법원은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은 화자의 경멸적인 태도가 담겨있는 거의 모든 언사들을 우선 범죄구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한 후에 여러가지 주변정황들을 근거로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무죄로 판시하는 2단계 방식의 판시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2단계방식은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한다. 우선 대법원은 경멸적인 태도가 담긴 모든 언사들을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고 ‘사회상규’를 근거로 유무죄를 나눈다는 것은 ‘사회상규’가 위법성조각사유가 아니라 범죄구성요건으로 기능함을 뜻한다. ‘사회상규’가 범죄구성요건으로서는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다.
또 명확성의 원칙은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는 단순히 일반인들에게 무엇이 금지되는지를 통보하는 것을 넘어서서 일반인들이 무엇이 금지되는지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 종국적으로 합법적으로 판단될 표현을 자제하는 현상 즉 ‘위축효과’가 없을 것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법원이 ‘사회상규’와 같이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위축효과’를 발생시 킨다.
혐오죄처럼 국가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의 보호를 위해 입법을 하는 것은 당연하나 명예감정은 더 높은 차원에서 단순히 타인과의 비교를 매개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보호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의 명예감정의 보호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정당한 입법목적이 될 수 없다. 또 혐오죄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소수를 그 소수자의 차별과 핍박에 동원되었던 언사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모욕죄는 그렇지 않은 모 든 언사도 처벌하기 때문에 침해의 최소성 원칙도 위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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