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6.9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사한 민군 합동조사단은 5월 20일 천안함이 북한제 어뢰의 공격을 받아 수중 폭발한 것으로 최종 결론 내렸다. 윤덕용 공동 조사단장은 “천안함은 가스터빈실 좌현 하단부에서 북한제 감응 어뢰의 강력한 수중폭발에 의해 선체가 절단돼 침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조사 과정에서 침몰 해역에서 북한군 어뢰로 확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물로 어뢰의 추진 동력부인 프로펠러를 포함한 추진모터와 조종장치를 수거했다.

이는 북한이 해외로 수출할 목적으로 배포한 어뢰 소개 자료의 설계도에 명시된 CHT-02D 어뢰의 크기와 형태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조사단은 어뢰 추진부를 조사한 결과 뒷부분 안쪽에 ‘1번’이라는 한글 표기가 사용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 민·군 합동조사단은 지난 4월 25일 ‘수중 비(非)접촉 폭발’로 천안함이 침몰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발표했다.

 ‘北어뢰 공격’ 규명하기까지

합조단 발표에 따르면 천안함은 수심 6~9m,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위치에서 고성능폭약 250㎏ 규모의 중어뢰 폭발로 침몰했다.

합조단이 천안함을 공격한 무기체계가 북한에서 제조한 것이라는 다소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북한군이 천안함을 정조준 공격했다는 것으로 단정지은 것이다.

군 당국은 그간 천안함이 외부 충격에 의해 침몰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이 나오지 않아 ‘북한’을 공식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지만 북한제 어뢰의 추진체가 발견됨에 따라 상황은 급반전됐다. 군 당국은 천안함 사태가 북한 소행으로 판단했지만 사건발생 한 달이 넘도록 ‘스모킹 건’이 나오지 않아 애를 태웠다.

심증은 있는데 결정적인 증거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합조단이 외부공격을 단정 짓고 나아가 북한 소행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된 것은 동강 난 선체의 변형형태, 관련자 진술, 사체 검안결과, 지진파 및 공중음파 분석결과, 수중폭발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기초로 하고 있다.

우선 선체를 지탱해주는 용골과 외판이 충격파로 위로 심하게 꺾였고 주갑판 역시 좌현측이 위로 변형되어 있어 선체 좌현 아래에서의 충격임을 보여줬다.

배 밑바닥 부분의 수압 및 버블 흔적이 관찰됐고 열 흔적이 없는 선체 내부의 전선 절단 등은 무기체계가 선체에 닿지 않고 수중에서 폭발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천안함 생존자 대부분은 거의 동시에 1~2회의 폭음을 청취했고, 좌현 견시병의 얼굴에 물이 튀었다는 진술, 백령도 해안 초병이 약 100m 높이의 백색섬광 기둥을 관측했다는 진술, 사체에 골절과 열창이 있었지만 파편상과 화상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것은 버블제트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합조단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정황들은 무기체계에 의한 수중 폭발이라는 점만을 알려줄 뿐 공격 주체에 대한 어떤 근거도 제공하지 못했다. 심증을 굳혀가던 합조단이 점점 북한 소행으로 자신감을 가졌던 것은 물증이 하나둘씩 나오면서다.

잘린 선체 주변에서 어뢰 외피로 보이는 알루미늄 파편을 수거한 데 이어 선체가 침몰한 해저에서 주로 공산권 국가에서 사용한 화약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점점 답지를 좁혀가던 합조단이 ‘스모킹 건’이라며 북한을 100% 지목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수거한 프로펠러가 달린 어뢰의 추진동력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합조단이 침몰해역에서 어뢰의 추진동력부인 프로펠러를 포함한 추진모터와 조종장치 등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북한이 해외수출을 목적으로 배포한 어뢰소개 자료의 설계도에 명시된 크기와 형태가 일치한 것이다.

특히 추진부 뒷부분 안쪽의 ‘1번’이라는 한글표기는 우리 군 당국이 확보한 북한 어뢰 표기방법과도 같았다. 여기에 북한 연어급 잠수함이 서해 외곽을 우회해 목표물을 식별, 근접공격을 가했고 이를 위한 백령도 근해 조류가 어뢰 공격에 제한이 없을 것이라는 군 당국의 분석도 북한의 어뢰공격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 5월 20일 북한의 CHT-02D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한 것으로 발표된 천안함이 민·군 합동조사단의 공식 발표 하루 전인 5월 19일 언론에 공개됐다.

군 관계자는 “이런 모든 증거는 이번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북한이 더는 발뺌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양된 천안함 함수와 함미에서 다량의 흰색 분말이 식별된 것도 어뢰공격으로 물증으로 제시됐다.

흰색 분말은 알루미늄 산화물로 어뢰 프로펠러를 비롯한 천안함 선체 8곳, 증거물 2곳에서 발견됐다. 알루미늄 산화물은 큰 에너지를 받거나 높은 온도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폭발장약 250㎏의 중어뢰가 폭발할 때 생성됐다는 것이다.

고온 고압에서는 형성되는 물질인 흑연도 검출됐다. 합조단은 이들 물질이 수중폭발이 발생했을 때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분석을 통해 프로펠러(증거물)와 천안함에서 검출한 흡착물질이 동일한 물질임을 식별했다고 합조단은 전했다.

윤덕용 합조단 공동단장은 “어뢰 추진체의 하얀 물질이 폭발로 인해 알루미늄이 산화하면서 생긴 것”이라며 “그런 흡착물이 프로펠러와 증거물의 철 표면에서도 관찰됐다”고 말했다.

윤 단장은 “모터 속은 철로 되어 있는데 철의 부식상태를 보면 함수는 약 한달 동안 해저에 있었고 추진체는 한 달 반 동안 해저에 있어 부식 정도가 비슷하다”면서 “최근 어뢰 폭약으로 알루미늄 파우더가 20~30% 정도 쓰이고 있는데 이는 폭발 위력을 증가시키고 특히 버블을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침몰 원인 규명, 여전히 남은 의혹

천안함 침몰원인을 규명해온 민군 합동조사단이 5월 20일 북한의 중(重)어뢰 공격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일부 규명내용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일고 있다.

합조단은 이날 “북한의 소형 잠수함정으로부터 어뢰가 발사됐다는 것 이외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결과 발표에서 선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은 130t급 소형 잠수정에서 무게 1.7t의 중어뢰를 발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합조단 정보분석팀장을 맡은 황원동 공군 중장은 “천안함 침몰사건 전후 북한 상어급(300t급) 잠수함 1척과 연어급(130t급) 잠수정 1척이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용된 어뢰의 종류와 작전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어급 잠수정이 운영됐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해외 수출용으로 건조한 연어급 잠수정에서 무게 1천700㎏, 폭발장약 250㎏의 중어뢰를 발사한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보통 북한의 소형 잠수정은 길이 2.9m, 무게 280~300㎏의 12.7인치(324㎜)의 경어뢰를 2발 탑재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군당국의 설명이다.

소형 잠수정이 무게 1천700㎏의 21인치(533㎜) 중어뢰를 2발 이상을 탑재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이에 방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잠수정 외부에 외부발사관을 부착해 발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국방부가 공개한 북한 어뢰의 프로펠러(위쪽)와 천안함 갑판 위 연돌(연통) 사진. 국방부는 이날“천안함 연돌과 수거한 어뢰 프로펠러에서 모두 하얀색 분말(폭발 잔유물인 알루미늄 산화물·사진 점선부분)이 검출됐는데 같은 물질로 판명이 났다”며“천안함 선체와 인양된 어뢰 추진체의 부식 상태도 같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과거 우리 해군의 209급(1천200t급) 잠수함도 훈련할 때 외부발사관을 이용해 어뢰를 발사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증명하는 ‘스모킹 건’을 남겼다는 것도 궁금하다.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하기 전 침몰 해상과 유사한 북측 해저에서 여러 차례 훈련을 했을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추진기 부분이 통째로 남을 정도의 어뢰를 사용한 것은 고의적이 아니고선 달리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어뢰가 수중에서 어떤 각도와 어떤 방향으로 터지느냐에 따라 추진기 부분의 구동축과 프로펠러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쌍끌이 어선은 지난 5월 15일 함미 침몰 해상에서 프로펠러 2개가 달린 북한 어뢰 뒷부분 추진기를 건져 올렸다.

이 추진기 프로펠러와 구동축 사이에서 파랑색 유성펜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1번’이란 글씨가 있다. 어뢰 내부에 ‘1번’이란 글씨를 써놨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소행임이 들통나는 일인데 이를 지우지 않아 스스로 꼬리를 잡힌 셈이 됐다. 게다가 어뢰 추진부는 상당히 부식된 상태인데 글자부문은 선명한 파란색을 유지하고 있고 녹슨 자국이 없는 것도 다소 수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는 이 잉크 성분분석에 들어갔다. 이에 황원동 중장은 “현재 생산되는 어뢰 종류에 따라 사용되는 부품이 상이할 수 있다. 어뢰를 조립하고 정비와 관리를 쉽게 하도록 부호를 1번이라고 쓴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나라는 한글로 1번을 표시하는 일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합조단 관계자는 “1번이란 글씨는 제조과정에서 기술자들이 써놓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완성품은 알루미늄 외피로 싸여 있어 이를 사용하는 북한군은 내부에 글씨가 있는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저에 부설된 기뢰를 탐색하는 해군 소해함이 아닌 민간 쌍끌이 어선이 스모킹 건을 찾아낸 것도 눈길을 끈다. 민간 어선들은 지난 3월 어군 탐지기로 함미로 추정되는 물체를 탐색한 뒤 해군에 알렸고 해군 소해함은 이 정보를 토대로 최종적으로 함미 위치를 확인하기도 했다.

2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길이 1.2m의 수중 쇳덩어리를 소해함의 음파탐지기가 잡아내지 못한 것은 장비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안함이 중어뢰 수중 폭발로 발생한 강력한 버블제트로 두 동강 난 것으로 합조단이 분석했지만 물기둥(버블제트)을 본 사람은 여전히 초병 1명뿐이라는 것도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北조평통 “전쟁국면 간주, 남북관계 대처”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5월 20일 대변인 성명을 발표해 남한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를 ‘날조극’이라고 주장하면서 국방위 검열단을 남한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방송이 이날 전했다.

북한의 이번 성명은 남한 국방부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가 시작된 지 30분만인 10시30분께 나왔다는 점에서 과거 도발 때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반응한 것이다.

특히 이미 조사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던 상황에서 북한이 국방위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미리 준비해 놓았다가 남측의 발표를 지켜본 뒤 즉각 발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위는 이날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천안호의 침몰을 우리와 연계돼 있다고 선포한 만큼 그에 대한 물증을 확인하기 위해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남조선 현지에 파견할 것”이라며 “함선 침몰이 우리와 연계돼 있다는 물증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은 “검열단 앞에 내놓은 물증에는 단 한 점의 사소한 의혹도 없어야 함을 미리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국방위는 이어 “그 어떤 응징과 보복행위에 대해서도, 우리의 국가적 이익을 침해하는 그 무슨 제재에 대해서도 그 즉시 전면전쟁을 포함한 강경조치로 대답할 것”이라며 “우리가 수행하는 전면전쟁은 날조극을 꾸민 역적패당과 그 추종자들의 본거지를 청산하고 통일대국을 세우는 전민족적이고 전인민적인 전국가적인 성전”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선 서해를 포함해 우리 주권이 행사되는 영해, 영공, 영토 안에서 발생하는 자그마한 사건도 대결 광신자들의 도발로 낙인하고 한계가 없는 보복타격, 자비를 모르는 강력한 물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위는 “아무런 물증도 없이 천안호 침몰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연계시키다가 끝내 침몰원인이 우리의 어뢰 공격에 있는 것처럼 날조된 합동조사결과라는 것을 발표해 내외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천안호의 침몰사건은 역적 패당의 모략극, 날조극이라고 밖에 달리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는 이 기회에 미, 일 당국과 그에 붙어 분수없게 놀아대는 어중이떠중이들에게도 앞뒤를 가려보며 행동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 천안함 사건을 조사 중인 민·군 합동조사단이 5월 20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결정적인 증거물로 침몰 해역 인근에서 수거한 북한제 CHT-02D 어뢰의 꽁무니 부품을 공개했다. 왼쪽부터 추진모터, 샤프트(축)와 프로펠러다.

북한에서 남한에 검열단을 파견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일 뿐 아니라 천안함 조사발표 중간에 신속하게 반응을 보인 것도 전과 다른 모습으로, 이런 북한의 반응은 단순히 천안함과 무관함을 ‘말’로 강조하는 단계를 넘어 보다 적극적인 ‘행동’으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용훈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검열단 파견 주장은 북측이 자기 소행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접근이라고 본다”며 “이것이 수용되지 않으면 북한은 남한의 제재 수위에 맞춰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무진 북학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천안함과 관련해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면서 “‘범인’으로 지목된 상황에서 스스로 소명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열단 파견이 성사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합조단이 북한 소행으로 결론을 내렸고 이미 국제, 경제, 군사적인 대북제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마당에 정부가 검열단을 받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박정이 공동 합조단장은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정전상태여서 이와 같은 사건이 북한과 어떻게 연루됐느냐는 유엔사 정전위서 판단하고 북측에 통보하고 조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북한을 직접 지명한만큼 북한에 소명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양 교수는 “사고 결과를 확실히 위해서는 가해자로 지명된 북한도 나름대로 소명하고 반증할 필요가 있다”면서 “사건이 엄중할수록 대화할 필요가 있으며 장소는 남한보다는 판문점 등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군 합동조사단은 수거한 어뢰부품들이 해외 수출목적으로 북한이 배포한 어뢰(CHT-02D) 소개자료에 실린 설계도와 일치하고 후부 추진체 내부에서 발견한 '1번'이라는 한글 표기가 군이 확보하고 있는 또 다른 북한산 어뢰의 표기방법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안보리 회부 등 다각 검토

정부는 5월 20일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지음에 따라 다각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대북 조치는, 동원가능 수단을 죄다 망라할 정도로 강경책이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 실시, 제주해협 북한 상선 통과 봉쇄, 남북 경협 중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이다.

이를 위한 관련국과의 협의 등 사전조치는 대부분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적 조치로는 서해상 등에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 실시 및 경계 태세 강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한·미 양국은 이미 미 해군 제7함대 일부 병력을 서해 또는 동해에 전진 배치하는 방안에 대해 1차적인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올 하반기 서해상에서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대규모로 실시하는 방안과 함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서해상 대북 경계 태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모든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도 가능한 조치 중 하나라는 의견이 나오지만, 이는 국제법상 전쟁행위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대신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를 막아 경제적으로 타격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2005년 8월 발효된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매년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북한 상선은 100여척에 달한다.

제주해협이 봉쇄되면 북한 상선은 공해상으로 돌아나가야 한다. 남북 교류는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정부는 민간업체 주도의 대북 경제협력 사업 축소를 권고했으며, 정부 각 부처가 추진 중인 대북사업도 잠정 보류한 상태다. 개성공단도 유지는 하되 추가투자 등은 금지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지난주부터 이러한 조치를 염두에 두고 사전 정지작업을 벌여왔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구를 제외한 지역에 머물고 있던 남측 인원들을 대부분 철수시켰고, 5월 20일에는 남북 경협 협의를 목적으로 방북을 신청한 37명에 대해 모두 불허 통보했다.

정부는 또 이번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 대북제재 결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5월 20일 천안함 공식발표를 앞두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비롯한 30여개 국가 주한 대사에게 사전설명을 마쳤으며, 이와 더불어 오는 7월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북한 책임을 규정짓는 의장성명 채택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당국 사이 자체 해결 불가능할 듯

민군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을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으로 공식 발표하면서 한반도와 주변 정세는 중대 기로를 맞았다. 남북관계는 남북 당국 사이에 자체 해결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고, 6자회담 같은 대화를 통한 동북아 긴장 해소는 더욱 어려워졌다.

북한을 제재하는 방안을 놓고 한·미·일이 적극 공조하는 반면,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 정부의 바람대로만 따라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한반도는 냉전을 연상케 하는 대립 구도에 휩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이번 도발로 본전도 건지지 못했다고 후회할 정도”(외교부 당국자)로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전부터 대북제재 방안을 검토해 왔다.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한·미간의 서해상 대규모 군사훈련 같은 군사적 조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북제재 또는 비난성명 채택 같은 외교적 조치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조사 발표에 대해 북한이 사건 연루 자체를 부인하며 “무슨 제재에 대해서도 그 즉시 전면전쟁을 포함한 강경조치로 대답하겠다”(북한 국방위원회 성명)고 강력 반발한 만큼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개성공단 사업을 포함해 남북한 양측의 이해가 걸려 있는 남북간 경제협력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마저 중단되고 있다. 지난 1년반 동안 중단되었다가 북·미간 대화부터 시작할 참이던 6자회담의 연내 재개는 물 건너 간 분위기다. 중국 정부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이 현재로서는 천안함 침몰에 대한 대북제재를 우선하는 한국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당분간 회담 재개는 어려워 보인다.

대북제재를 놓고 한반도 주변 정세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건이 정전협정 2조 12·15항과 유엔 헌장 2조 4항 위반임을 들어 국제사회의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고 자신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대북제재를 하기 위해서는 안보리 회의 거부권을 가진 중국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북한으로서는 2008년 5월 2차 핵실험으로 이미 유엔 결의 1874호에 의한 초강력 제재를 받고 있어서 그것보다 더 강한 제재가 가능하느냐는 실효성 문제가 있지만, 제재 결의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미간의 합동군사훈련도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자국 앞 해상에서 미군이 화력을 과시하는 것을 편히 여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5월 21일부터 나흘간 중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비롯해 안보리 제재 등 대북제재 문제에 대해 중국과 의견을 나누었다. 결국 이번 사태로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의 영향력은 어느 때보다 커지게 된 셈이다. 단기적으로는 북한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 입장이 국내외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장기적인 고려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윤영관 서울대 교수(전 외교부 장관)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과 같은 강경노선을 택한 배경에 △핵 무장에 대한 자신감 △후계승계 관련 새 리더십의 부상 △오랜 제재와 무능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 요인들이 금방 사라지는 변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윤 교수는 “부시 정부 이래로 미국의 어프로치가 북한 비핵화라는 안보 이슈에 모든 역량을 기울였다”며 “북한 내부의 사회경제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개혁·개방을 유도해 내는 쪽으로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