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1 AhnLab
A씨는 이번 결혼기념일에는 큰맘 먹고 해외 여행을 가볼 참이다. 점심 시간에 잠깐 짬을 내어 항공사 티켓 예약에서부터 리조트나 호텔, 렌터카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업무 시간. 서둘러 창을 닫고 업무에 돌아갔다. 몇 시간 후 업무에 참고할 자료를 찾기 위해 뉴스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어느 순간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각각의 뉴스 게시물마다 나타나는 배너의 광고가 왠지 낯이 익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아까 점심 시간에 A씨가 검색했던 여행 관광명소와 항공사, 호텔, 렌터카 등과 관련된 배너였다. 심지어 며칠 전 쇼핑몰에서 구입할까 망설였던 여행가방까지 보여주며 마치 ‘어머, 이건 사야해’라고 말하듯 깜빡거렸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비웃기라도 하듯 광고는 우리들의 마음 속을 훤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 이미지 제공: Wright Studio/shutterstock.com
온라인 광고는 크게 ‘검색 광고’와 ‘배너 광고’로 나눌 수 있다. 최근 새삼스레 언론에서 문제 제기가 되고 있는 검색 광고는 검색 결과를 최상단에 올려 보여주는 텍스트 광고로, 네이버나 다음 카카오 등의 포털 사이트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사이트로 가도록 유도하는 텍스트 링크가 표시된다. 최상단에 올라갈수록 광고 금액은 비싸진다.
반면 ‘배너 광고’는 PC나 모바일 화면 상에서 사용자의 이목을 끄는 위치에 자리잡은 이미지 형태의 광고를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색 광고가 타깃팅(targeting)이 명확하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큰 비율을 차지했지만 최근 들어 전세가 역전됐다. 배너 광고도 ‘프로그래매틱 광고(Programmatic Advertising)’라는 기법이 적용돼 오히려 검색 광고보다 더 정교하고 정확한 타깃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매틱 광고(Programmatic Advertising)는 이용자의 인터넷 검색 경로, 검색어 등의 빅데이터를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분석해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광고를 띄워 주는 광고 기법을 말한다. 인터넷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아닌 이용자가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생긴 방문기록(쿠키)으로 이용자의 소비 행태를 예측해 이용자가 관심이 있을 법한 광고를 선택하여 보여 주는 방식이다. 애드테크(ad tech) 혹은 하이테크(high-tech) 광고라고도 부른다.
광고도 개인화, 맞춤형으로…프로그래매틱 광고
배너 광고는 일반적으로 광고주와 퍼블리셔(웹사이트)의 계약으로 이루어진다. 광고주는 타깃 소비자층이 주로 활동하는 웹사이트에 배너 광고를 집행하고 싶어하고, 웹사이트는 빈 공간(인벤토리)에 광고를 넣길 원한다. 과거엔 광고 가격을 협상해서 이 공간에 광고를 집행했지만,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이 과정을 소비자의 속성에 따라 자동화했다. 여기에 타깃팅을 높이기 위해 심리통계학, 인구통계학, 사용자들의 행동, 각종 시그널 등을 기반으로 광고를 노출한다.
그렇다고 이용자가 방문했던 사이트나 제품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아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속성을 파악하는 작업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애드테크 회사들이 입수한 원천 데이터는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된다. 진짜 기술은 어쩌면 바로 이 부분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은 “40대 남자이고 여행과 IT에 관심이 많으며 게임도 상당히 좋아한다”는 정보를, 또 B라는 사람은 “30대 여자로, 여행과 책을 좋아하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다”는 정보를 추출하면 각각 적합한 특정 제품과 서비스를 나열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 프로그래매틱 광고 실제 사례
프로그래매틱 광고의 명암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없으며, 쿠키를 활용하기 때문에 “개인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2013년경부터 사용되기 시작해 현재는 미국, 일본 등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2~3년 전부터 해당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애드테크 관련 기업만 1천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터넷 광고를 시대순으로 배열한다면, 우선 같은 시간에 동일한 배너 광고를 노출하는 1세대를 거쳐 검색 기반의 2세대 광고, 그리고 개인 성향과 소비의 기호를 파악한 3세대 맞춤형 광고로 구분할 수 있다. ‘천 명 중에 한 명만 걸려도 성공’이라는 기존의 광고 방법도 여전히 유효하긴 하다. 가격이 가장 저렴하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입구에서 나누어주는 식당 전단지에서부터 동네 어귀에 설치된 피트니스 현수막 광고, 그리고 신문 전면을 뒤덮은 정체불명의 의약품 광고에 이르기까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는 향후 십여 년 간은 지속되겠지만 이미 그 수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대신 빅데이터에 근거해 소비자를 직접 추적(tracking)할 수 있는 똑똑한 광고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시큐리티레터 658호(지겨운 ‘인터넷 광고’ 말고 뉴스만 볼 순 없을까?)에서도 설명했듯이 최근 광고 배너를 통해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멀버타이징(Malvertising) 공격이 심심치 않게 발생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멀버타이징은 악성 소프트웨어인 멀웨어(Malware)와 광고(Advertising)의 합성어로, 정상적인 웹사이트나 보안이 취약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를 이용한 광고 배너를 통해 랜섬웨어 등이 유포된 사례가 있다. 온라인 광고를 집행하는 미디어랩사 및 매체사에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겠지만 이용자들도 평소 OS 및 주요 프로그램의 최신 보안 업데이트를 적용하고 백신을 최신 버전의 엔진으로 유지하는 등 건전한 습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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