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신조어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일컫는 그렉시트(Grexit)에서 따온 말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5년 5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2017년까지 실시하겠다고 약속했고, 선거 후 승리 연설에서도 이를 다시 확인한 바 있다.
브렉시트는 2012년 하순 EU의 재정위기가 심화되자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2013년 1월 보수당 소속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다보스포럼 참석 직전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2017년에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이슈로 급부상했다.
영국은 자국 통화인 파운드를 사용하지만 EU에 속한 회원국으로서 유로존 위기에 따라 금융지원을 해야했는데 이에 대한 불만이 싹텄다. 게다가 영국은 금융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EU의 금융감독 규제를 모두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또한 2015년부터는 유럽 내 난민과 파리 테러 등과 같은 문제까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영국내에서 EU탈퇴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높아졌다다.
2015년 5월 총선 결과 보수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며 `브렉시트’가 구체화 되고 있다. 이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5년 11월 EU에 영국의 독자적 난민 수용 정책과 비유로존 EU 국가에 대한 차별 폐지 등 회원국의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 사항을 EU에 제시했다. 2016년 2월 18~19일에 있을 EU 정상회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EU 정상들과 EU 개혁안에 합의했다. 개혁안은 영국에만 특별한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 영국은 이민자에 대한 복지혜택을 축소할 수 있고, EU 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거부할 권한을 가진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의 결정이 영국 금융산업 등에 피해를 줄 때 긴급제한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EU가 정치·경제적으로 통합을 강화할 때 영국은 동참하지 않아도 된다.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EU도 타격을 입는다”는 영국 정부의 ‘협박’에 EU는 요구사항을 대부분 들어주었고 이에 캐머런 총리는 영국의 EU 잔류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영국은 캐머런 총리의 합의안을 바탕으로 6월23일 브렉시트 결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치른다. 1973년 1월1일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3년 만에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가 확정됐다. 영국이 43년 만에 ‘유럽 공동체’에서 이탈하면서 전세계 정치·경제 지형에 큰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24일 오후(한국시각) EU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개표가 끝났다. 영국 국민의 51.9%가 EU 탈퇴를 지지했고, 잔류를 지지한 쪽은 48.1%였다. 투표수로는 탈퇴가 1741만742표, EU 잔류가 1614만1241표로 ‘브렉시트’ 지지가 126만여표 더 많았다.
EU는 사상 처음으로 회원국 이탈을 맞게 됐다. EU 회원국은 28개국에서 27개국으로 줄어든다. 영국은 이제 EU 리스본 조약에 따라 EU 이사회와 2년간 탈퇴 협상을 벌이게 된다.
우려했던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면서 이날 전 세계 금융시장은 큰 충격에 빠졌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파운드당 1.3229달러로 전날보다 10% 이상 폭락하면서 198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7원 오른 1179.9원에 마감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엔화 환율은 이날 정오쯤 달러당 99.02엔까지 하락, 2013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를 폭락세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7.92% 내린 1만4925.02에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오후 3시 3분 기준 4.64% 하락한 1만9901.85를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 코스피는 장중 7%대까지 추락했다가 전날보다 61.47포인트(3.09%) 내린 1925.24로 마감, 힘겹게 1900선을 지켰다. 이날 낙폭은 지난 2012년 5월 18일이 62.78포인트가 내린 이후 4년여 만에 최대 수준이다.
◇EU 탈퇴 결론 나면?
①외환시장 대혼란=영국이 EU 탈퇴를 택하면 파운드화와 유로화 가치가 급락하고 엔화·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외환시장에 충격이 가장 먼저 나타날 전망이다. 신흥국 통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 역시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공포감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이 일본·독일 국채, 엔·스위스프랑·달러 같은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면, 신흥국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이 불리해진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상대적으로 현지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투자금을 회수할 때 환차손을 입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이 조성될 때마다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곤 했다.
②글로벌 증시 충격=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 주식에 투자됐던 자금이 일거에 회수돼 채권시장 등으로 숨어들면서 각국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상장 주식을 보유한 영국계 자금 규모는 5월 말 기준 36조5000억원가량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다. 유럽의 금융 허브인 런던의 금융가 '더 시티'가 혼란에 빠지면 해외에 투자된 영국계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것으로 전망돼 우리 증시에도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 코스피 1900선은 쉽게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③EU 정치 불안 고조=브렉시트가 스코틀랜드 독립과 주변 유럽 국가의 탈(脫) EU 여론을 자극해 유럽 전반에 정치적 분열이 발생, 유럽 금융 위기에 맞먹는 충격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한다면 EU 회원국 가운데 둘째로 많은 예산 순부담(부담금에서 수혜금을 뺀 것)을 지던 영국의 분담금을 나머지 국가가 나눠 져야 한다. 이미 한 차례 EU 정책을 국민투표로 거부한 적 있는 네덜란드, EU 탈퇴 안을 논의 중인 핀란드 등 주변 국가로 EU 탈퇴 움직임이 불붙을 수 있다. EU 체제가 분열하면 난민 유입이 많은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정치 불안이 가중돼 유럽 전체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대두된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두려운 것은 금융 불안이 실물경기로 확산하는 것"이라며 "영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크지 않지만, 브렉시트로 파생되는 금융시장 불안이 시차를 두고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U 잔류 선택하면?
영국이 EU 잔류를 결정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도감이 퍼져 신흥국 증시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원자재 같은 위험자산이 일시적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안도 랠리'까지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다. 이달 들어 주요국 증시가 그간의 하락 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기 때문에 주가가 추가로 오를 여력이 별로 없다.
시장의 관심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언제 두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일본은행(BOJ)이 다가오는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양적 완화 조치를 내놓을지에 다시 쏠릴 전망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이달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유로 브렉시트 여부를 꼽은 만큼, 이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미국 경기 지표가 호조를 보인다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영국이 EU에 잔류하더라도 EU 체제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 만큼, 유럽 지역에서 앞으로 크고 작은 파열음은 계속 터져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 국론이 분열된 상황이어서 누군가 다시 브렉시트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투표 이후에도 영국 신용 등급이 바뀌거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높아지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 영국(United Kingdom,英國)
행정구역은 네 지역(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이 서로 다르게 구성된다. 잉글랜드는 9개의 지역(Region)으로 구분되고, 또 다시 6개 메트로폴리탄 카운티(metropolitan county), 27개 카운티(two-tire county),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코틀랜드는 32개 주(council area), 웨일스는 22개 지방정부(unitary authorities)로 구성된다. 북아일랜드는 26개의 주(District)로 되어 있다.
정식명칭은 그레이트브리튼 북아일랜드 연합왕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이며, 영국 연합왕국이라고도 한다.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가 현실화되면서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닥칠 전망이다. 전문가별로 그 파장의 정도는 다르게 평가하지만 우리 경제는 브렉시트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대 영국 무역·금융 비중이 크지 않아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연결고리가 매우 긴밀해 당분간 경기의 하방 위험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시장 급락세 다음 초까지 이어질 듯
브렉시트 현실화로 국내 외환·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2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천179.9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29.7원이 올랐다. 증시 역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1.47포인트(3.09%) 내린 1,925.24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시장도 장중 거래가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의 급락장세를 나타내다 전 거래일보다 32.36포인트(4.76%) 내린 647.16으로 장을 마감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그동안 대체로 영국이 EU에 남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결과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계 등 유럽계 자금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영국계 자금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주식 36조 4천770억 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액의 8.4%로 미국계(172조 8천200억 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영국이 EU에서 빠져나가면 영국에 대한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많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계 자금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아일랜드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15조 5천740억 원, 네덜란드는14조 2천850억 원 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합치면 30조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가격 폭락세가 다음 주 초 이후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증권 팀장은 "브렉시트 자체로 인한 충격은 코스피 1,850선정도에서 멈출 것으로 본다"며 단기 충격으로 주가가 10%, 원화 가치도 10%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브렉시트로 부정적 영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낙폭이 과도하다"며 "증시에서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가더라도 미국·일본·중국계 자금 유입세는 이어질 것이며 채권시장에서 이탈하는 자금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 영국·EU 수출에 악영향
대 영국·EU 수출에 대한 악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의 동력으로서 수출에 걸었던 기대감도 당분간 힘을 잃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 영국 수출금액은 72억 1천700만 달러, 대 EU 수출금액은 465억 4천300만 달러다.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향후 15년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7.5% 감소할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EU 지역의 GDP 감소도 예상돼 한국과의 교역 수요는 더 줄어들수 있다.
문제는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 뒤다. 브렉시트가 결정되더라도 실제로 영국이 EU를 탈퇴할 때까지는 2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다. 이 기간에는 현재 유럽 단일 시장체제가 유지되고 영국과 EU 국가들이 한국을 비롯한 제3국과 맺은 특혜무역 협정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유예기간 내 영국과 EU가 한국 등 다른 국가들과 무역협정을 다시 협상해 경제 관계를 안정적으로 재정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올해 국내 경기 회복세가 더디고 구조조정 등 악재까지 산재한 상황에서 브렉시트 충격의 체감도는 다른 국가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진한 수출이 브렉시트 때문에 더 크게 뒷걸음질치고,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의 심리까지 얼어붙으면 또 다른 경로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의 대 영국·EU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만큼 충분히 대비하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수출금액 기준 영국 의존도는 1.4%, EU 의존도는 9.1%로 집계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영국과 직접 연결된 부분은 많지 않아 실물 부문까지 전파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면서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 그렇게 약한 것도 아니다"고 진단했다.
○물 건너간 3% 성장
정부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당정간담회에서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3.1%보다 0.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정부가 '3%대 성장'이라는 목표를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정부는 그러나 브렉시트 가결 가능성이 커지자 다시 입장을 바꿨다. 정부는 이날 점심시간 무렵 배포한 자료에서 "브렉시트 투표 결과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불과 몇 시간 전 당정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을 번복한 셈이다.
하반기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재정보강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당정간담회에서 "오는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추경 여부를 분명히 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추경 편성을 기정사실화했다.
관건은 추경 편성 시기와 규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6월 201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전제한 상태에서 이를 3.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총 22조 원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20조 원대의 '슈퍼 추경'을 편성해 경기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유 부총리는 당정간담회에서 "추경이 만약 국회에서 빨리 정리되지 않고 8월 1일을 넘어간다든지 하면, 본예산보다 3~4개월 빨라지므로 추경 무용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5위, 유럽 2위 경제 대국인 영국이 23일 시행한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다. 예상을 뒤집는 영국의 결정에 파운드·유로화가 폭락하고 각국 주가가 큰 폭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다. 유럽·미국 전문가들은 '브렉시트(Britain+Exit)'가 세계경제에 미칠 충격이 2008년 금융 위기에 버금간다며 '유럽판 리먼 사태'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브렉시트가 안 그래도 부진한 우리 경제를 더욱 침체에 빠뜨릴 것이란 우려감도 커졌다.
영국의 EU 탈퇴는 세계경제의 통합, 즉 세계화 물결에 급제동이 걸렸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세계는 1980년대 이후 단일 시장으로 수렴하는 글로벌 경제권으로 진화해왔다. 개방과 자유화, 통합과 연결이 세계경제의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란 글로벌 낙관주의가 브렉시트를 계기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당분간 세계는 반(反)세계화(Anti-globalization)의 방향으로 기울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통합과 개방 일변도로 지난 40여년간 진행돼온 세계경제 흐름이 한숨 고르며 속도 조절을 하게 된 것이다. 영국 국민의 51.9%가 EU 탈퇴에 찬성한 것은 '글로벌 경제에 편입돼서 얻는 이득'보다 '이민자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 불안감과 손실'이 더 크다는 체감 때문이었다. EU 참여를 통해 세계화 물결에 오르는 것보다 이민 통제를 선택해 영국의 국가 주권(主權)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영국에서 촉발된 '남느냐, 떠나느냐' 논란은 다른 회원국에 연쇄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프랑스의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FN)과 네덜란드의 자유당(PVV)이 "우리도 EU 탈퇴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벌써부터 네덜란드·핀란드·그리스가 영국 다음의 탈퇴 멤버로 거론되고 있다. EU의 전신인 EEC(유럽경제공동체)가 1958년 태동한 이후 60년 가까이 결속을 다져온 유럽에 반(反)통합의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전을 계기로 보호무역과 신(新)고립주의 현상이 또렷이 드러났다. 누구도 예상 못한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부상은 미국민의 가치관이 '국제주의'에서 '미국 우선주의'로 중심 이동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도, 영국의 브렉시트도 글로벌화의 혜택에서 소외돼 피해 의식을 갖게 된 일반 대중이 집단적으로 반기(反旗)를 든 정치적 사건이다. 정치 리더십이 대중의 반감을 다스리지 못하면서 반(反)글로벌화 흐름이 더욱 확산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는 것이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표출된 고립주의 추세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한국 경제는 그동안 어느 나라보다 글로벌 경제 체제의 혜택을 크게 누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역(逆)통합의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 당장 걱정되는 것이 전체 외국인 자금의 8%를 차지하는 영국계를 비롯, 외국인 투자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다. 금융·외환시장이 출렁이는 상황에 대비해 정부는 미국·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 통화협정(SWAP)을 맺는 등 단단히 방파제를 쌓고 리스크를 관리할 비상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불과하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은 브렉시트로 유럽 경제 전체가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발 불황의 파고가 국내에 닥쳐올 것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필요하면 더 과감한 경기 부양 조치를 취하고 서비스업 육성 등 내수(內需) 확대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과 노동·공공 개혁 등 경제 체질을 고치는 작업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앞으로 세계화 역류(逆流) 추세가 유럽·미국에서 확산되면 수출로 지탱해온 우리 경제는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각국이 보호주의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면 할수록 통화 절하(切下) 추세가 빨라지고, 저성장 속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심각해질 것이다. 바야흐로 이웃 나라가 무너져야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생존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시작된 반세계화·고립주의 움직임이 앞으로 30년가량 지속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정부나 기업, 개인은 생존 전략을 새로 세워야 한다. 장기 저성장 시대의 경제는 허황된 모험보다 내실(內實)을 다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금 여기서 한번 판단을 그르치면 기업도, 나라도 언제 붕괴할지 모른다는 비상한 각오가 절실하다.
유럽연합(EU)을 탈퇴하겠다고 영국인들이 쏘아 올린 폭탄은 가장 먼저 태평양 건너 일본 열도에 떨어졌다. 세계시장의 불확실성 증대로 안전 자산인 엔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년간 200조엔을 풀어 떨어뜨린 엔화 가치가 단 4시간 만에 도로 올라갔다.
이날 브렉시트 찬반 개표 시작 4시간 만에 엔·달러 환율은 2013년 11월 이래 최저치인 99엔대까지 급락했다(엔화 가치 상승). 이날 닛케이 지수는 전날 종가 대비 7.92% 폭락한 14952.02에 마감했다. 2014년 10월 21일 이후 최저치이자, 2000년 4월 17일 이후 가장 큰 하락 폭(1286.33)이다.
이번 브렉시트로 일본의 경기 부양책 '아베노믹스'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2년 말 재집권한 아베 총리는 장기 불황으로 인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격적으로 돈을 풀었다. 일본은행(BOJ)이 3년간 200조엔(약 2293조원) 이상을 뿌렸고, 엔화 환율은 달러당 125.6엔(2015년 6월)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날 엔·달러 환율은 2013년 4월 수준으로 폭락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화 강세는 물가를 끌어올리려던 일본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재무상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 경제와 금융, 외환시장에 미치게 될 리스크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필요할 때는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이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고 있어 추가 대응 수단도 마땅치 않다. WSJ는 "일본은행에는 더 강한 부양책을 쓰거나,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두 가지 선택지뿐"이라고 했다.
▲엔-달러 환율 한때 100엔 깨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현실화된 24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회사에서 외환 딜러들이 엔-달러 및 엔-파운드화 환율이 표시된 전광판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00엔 아래로 떨어지는 등 폭락했다.
일본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그동안 추진해 온 경기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4일 참의원 선거 유세차 이와테(巖手) 현을 방문한 자리에서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밤 도쿄(東京)로 돌아온 직후 관저에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상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경제에 미칠 리스크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환시장이 극도로 신경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필요할 때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환율 개입 의사를 밝혔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도 “중앙은행 간 스와프 협정을 활용해 유동성 공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엔화 강세는 수출 기업의 실적을 악화시키고 투자와 소비 침체로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끼친다. 일본 정부는 가뜩이나 약발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는 아베노믹스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영국 인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우리는 영국과의 공동 노력을 통해 계속 양국 관계를 수호하고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의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해 수출 감소 등 직접적인 타격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