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2007.12.26  

 

"우리 대에 이르러 지리멸렬 결말 났으니 어찌 책임 면하라"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인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이 26일 자신을 비롯한 친노세력을 '폐족(廢族)'이라며 충격적 대선 참패에 대한 충격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 및 참평포럼에 올린 글을 통해 "집권 10년의 역사를 계속해서 지키지 못한 것, 거대 집권 여당 세력을 단결된 세력으로 가꾸고 지키지 못한 것... 이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친노!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 중에서 자신의 가족을 폐족(廢族)이라 표현하더군요. ! 친노라고 표현되어 온 우리는 폐족이다.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싸움이 한창이던 지난 계절에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이 실패했느냐고 항변하며 싸움을 독려했다"며 대선때 노무현 정권을 적극 옹호했던 자신의 주장을 '싸움 독려' 차원이라고 해명한 뒤 "하지만 민주개혁세력이라 칭해져 왔던 우리 세력이 우리 대에 이르러 사실상 사분오열, 지리멸렬의 결말을 보게 했으니 우리가 어찌 이 책임을 면할 수 있겠냐"고 대선참패의 책임을 시인했다.

 

그는 "성난 사자 우리에 떨어져서 그 울부짖음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 사자 우리 안에 들어가겠다"고 비장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정경유착 차단 등 많은 업적을 남겼음을 강조하면서도 "우리의 이 노력이 국민과 우리 세력 다수의 합의와 지지를 얻는 것에 실패했다""결정한 정책을 바꿀 수 없었다면 우리 모두를 변화시켰어야 했지만 우리는 우리 모두의 변화와 개혁에 실패했다"고 거듭 개혁 실패를 자인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지금은 무엇이 실패이고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씀이냐라고 항변하기 전에 동의와 합의를 통해 힘을 모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간"이라며 "모진 마음으로 이 슬픔과 패배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아직 우리는 실컷 울 여유가 없다"는 말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안씨의 글 전문.

 

나는 폐족(廢族)입니다

 

실낱같이 작고 좁게만 보였던 2002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 마침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습니다. 40여석의 숫자로 우리당을 만들어 2004년 헌정 사상 최초의 원내 제1당을 만들었습니다. 정권도 재창출했고 원내 제1당도 되었습니다. 그렇게 정점에 올랐던 우리의 행복했던 2004년을 기억해 봅시다. 그러나 사실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거듭되는 산행처럼 우리의 이 성취는 또 다른 내리막길을 예고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저는 어릴 적 매우 장난꾸러기였습니다. 하루라도 혼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죠. 특히 방학때가 되어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날들이면 언제 무슨 실수를 해서 부모님께 꾸중을 들을까 아침에 눈뜨면 불안해지기까지 했었지요. 아침 일찍 혼나는 날이면 이제 하루가 편안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느긋해지기까지 했지요.

 

하루 웃으면 하루 우는 일이 세상 이치임을 저는 그때 깨달았지요. 볼륨있는 헬스클럽 선수들의 멋있는 몸매도 들어간 곳이 있으니 나온 곳이 있는 것이고 들어가고 나옴이 있어 전체적인 몸의 윤곽이 멋있게 보이듯 말입니다.

 

그러나 세상 이치가 이렇다는 말로 책임져야 할 몫을 회피하거나 묻으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집권 10년의 역사를 계속해서 지키지 못한 것, 거대 집권 여당 세력을 단결된 세력으로 가꾸고 지키지 못한 것... 이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친노(親盧)!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 중에서 자신의 가족을 폐족(廢族)이라 표현하더군요. ! 친노라고 표현되어 온 우리는 폐족입니다.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입니다.

 

싸움이 한창이던 지난 계절에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이 실패했느냐고 항변하며 싸움을 독려했습니다만, 민주개혁세력이라 칭해져 왔던 우리 세력이 우리 대에 이르러 사실상 사분오열, 지리멸렬의 결말을 보게 했으니 우리가 어찌 이 책임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불가능했던 정권 재창출도 했고, 최초의 여당도 만들었으니 이만하면 우리도 할 만큼 했다고 뒤로 자빠질 수도 있습니다만... 새로운 시대로, 새로운 세력으로 우리를 이끌고 정립시켜야 할 책임을 우리는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성난 사자 우리에 떨어져서 그 울부짖음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 사자 우리 안에 들어가겠습니다.

 

모든 권력자가 청와대에 들어가면 한 몫 챙기는 부패세력이 되고, 모든 집권 여당이 부패한 정치자금으로 집권정당세력의 통치력을 확보하던 그 시절을 우리는 마감시켰습니다. 최선을 다해 밤을 낮 삼아 최선에 최선을 다해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길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새로운 정치, 한미관계, 대북정책, 복지정책, 지역균형발전, 노동정책, 경제정책, 부동산, 교육, 의료... 모든 분야에서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2002년 대한민국이 합의할 수 있고 동원 가능한 최선의 정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 노력이 국민과 우리 세력 다수의 합의와 지지를 얻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결정한 정책을 바꿀 수 없었다면 우리 모두를 변화시켰어야 했지만 우리는 우리 모두의 변화와 개혁에 실패했습니다.

 

지금은 무엇이 실패이고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씀입니까 라고 항변하기 전에 동의와 합의를 통해 힘을 모아내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간입니다.

 

상을 치루는 3일 내내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다가 삼우제(三虞祭)를 끝내고 부모님 계셨던 빈방에 들어와 비로소 펑펑 울어버리는 어느 효자의 눈물처럼... 그렇게 모진 마음으로 이 슬픔과 패배의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아직 우리는 실컷 울 여유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