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탄핵심판제도에 관한 연구", 헌법재판연구 12권, 헌법재판소, 2001, p.1
彈劾審判制度에 관한 硏究
2001. 12.
憲 法 裁 判 所
憲法裁判所에서는 1989년부터 매년 學術團體 등에 硏究用役을 의뢰하여 憲法裁判制度에 관한 연구를 하여 왔습니다. 이 책자는 2001년도 연구계획에 의하여 韓國公法學會로부터 제출받은 硏究報告書로서 憲法裁判制度硏究에 활용되도록 하고자 발간한 것입니다.
머 리 말
헌법재판소의 기능이 활발하여지고 또한 국민의 헌법재판에 대한 기대가 높아감에 따라 헌법재판제도 전반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활성화되어 연구가 많이 이뤄진 위헌법률심판제도나 헌법소원심판제도와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까지 거의 死文化된 것으로 평가되던 탄핵심판제도가 정치현실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런데 이렇게 정치권에서 탄핵소추에 대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곧이어 언젠가는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이 제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헌법재판소에게 있어서 탄핵심판제도에 관한 이해가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탄핵심판제도에 관한 국내의 연구가 일천한 것을 파악한 헌법재판소로서는 결국 한국공법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것이 불가피하였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한국공법학회 회장의 위탁으로 본 연구를 시작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의 현재 탄핵심판제도와 그 문제점의 제시를 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일본의 제도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그 나라들에서 제기되었던 주요 탄핵사례를 검토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리하여 연구자들은 처음부터 외국의 탄핵심판제도나 실제사례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 연구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짧은 연구기간 내에 많은 자료를 읽고 정리하느라 연구자들 모두 힘든 여름방학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연구가 3인의 공동연구이기 때문에 일부 문맥에 있어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또한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연구성과물이 거의 없던 상황에서 이러한 결과물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제 탄핵심판제도의 계속적 연구를 위한 토대를 구축한 것으로 연구자들은 자부한다. 그리고 특히 우리 정치현실에서 탄핵심판제소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제소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에서 이 연구물이 잘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무튼 연구책임자로서 이러한 연구물이 주어진 기간 내에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에 대하여 공동연구자인 동아대 鄭萬喜 교수님과 순천향대 陰善滭 교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보직활동과 개인적 연구과제가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기일을 지키기 위해 여름방학을 완전히 투자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과제 때문에 미뤄놓은 연구과제가 곧 발표될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 한번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01. 9.
共同硏究責任者 李 丞 祐
Ⅰ. 總 說
1. 問題提起
최근 제15대 국회에서는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어 표결에 붙여진 바가 있다. 표결결과 부결되었기 때문에 탄핵소추절차가 중단되게 되었지만, 만약 가결되었을 경우 검찰총장의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에 제기되어 헌법 제111조 제1항 제2호에 기한 최초의 탄핵심판이 행해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은 탄핵심판제도에 대한 무용론이 이론상 제기되어 왔던 사실에 비추어, 이제 우리 나라에서도 탄핵심판제도가 언제든지 실효성 있는 유용한 제도로서 기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1948년 건국헌법 이후로 탄핵심판제도가 헌법상의 제도로 채택되었지만 한번도 실제로 시행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통하여 그러한 판단이 가능해진 것이다.
아무튼 탄핵심판제도가 단순히 장식적인 제도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제도라는 점이 이번 사건을 통하여 제시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을 담당하고 있고 또한 탄핵심판을 최종적으로 담당하는 헌법재판소의 경우 탄핵심판제도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즉 가장 핵심문제로 제기될 탄핵의 대상과 탄핵사유를 비롯하여, 그것을 판단하기 위한 전제로서의 탄핵심판제도의 본질과 기능에 대한 이해가 갖추어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탄핵심판제도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의 시의 적절성은 크다고 본다.
2. 彈劾審判制度의 意義
탄핵심판제도(impeachment, Anklage)는 이념상 고위공직자에 의한 하향식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헌법보호제도의 하나이다.1)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탄핵심판제도는 일반사법절차에 따라 소추하거나 징계절차로서 징계하기가 곤란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나 법관 등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에 이들을 의회가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제도를 말한다.2) 즉 모든 공무원이 신분보장을 받는 것은 사실이나, 특별히 헌법상 그 신분보장이 이뤄지고 있는 대통령(헌법 제84조)과 법관(헌법 제106조)을 비롯한 헌법기관의 구성원과 기타의 고위공직자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은 일반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의한 처벌이 이들에게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탄핵심판제도는 국민의 대의기관에 의한 법적 책임추구제도인 점에서 일반적인 형사재판제도 및 공무원징계제도와 다른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게 된다.
먼저 국민의 대의기관에 의한 법적 책임추구제도인 탄핵심판제도는 형사재판제도와 달리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탄핵소추기관이 되고 독립한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상원)가 탄핵심판기관이 되는 점에서 다르다. 즉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가지는 국정통제기능을 수행하는 하나의 제도로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나 법관의 헌법과 법률위반행위에 대한 헌법보호수단인 점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또한 탄핵심판제도는 헌법 제84조에 의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
1) 허 영, 한국헌법론, (서울: 박영사, 2001), 812면.
2) 권영성, 헌법학원론, (서울: 법문사, 1998), 798면.
다’는 규정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신분보장이 철저하게 이뤄진 대통령과 법관 등을 주된 탄핵소추의 대상으로 하는 점에서도 차이점이 나타난다. 그리고 탄핵소추의 사유에 있어서도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라고 하여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행위를 주로 막기 위한 제도임을 알 수 있다.
한편 탄핵결정의 효과와 관련하여 탄핵심판제도의 성질이 형사재판적 성질의 것인가 아니면 징계처분의 성질을 가지는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다음에 보듯이 탄핵심판제도의 본질과 기능이 권력통제의 수단으로 출발하였지만 헌법보호수단으로서의 본질과 기능을 가지는 것으로 오늘날 평가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그 성질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처럼 탄핵의 대상자를 파면시킴은 물론이고 그에 덧붙여 징역 · 금고 또는 벌금과 같은 형벌까지 선고할 수 있는 나라가 있는 반면에, 미국 · 독일 및 우리 나라와 같이 탄핵결정의 효과로 파면함과 동시에 일정한 기간동안 공직취임을 금지시키는 것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3) 따라서 탄핵심판제도의 기본적 틀을 유지하면서 그 탄핵결정의 효과를 얼마든지 달리 정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를 중심으로 하는 성질에 관한 논의는 의미가 크지 않다.
3) 권영성교수는 헌법 제65조 제4항이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것은 형사재판적 성질의 것이 아니고, 미국 · 독일 등과 마찬가지로 징계적 처벌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권영성, 헌법학원론, 798면.
3. 彈劾審判制度의 歷史的 展開
탄핵심판제도의 기원을 그리스와 로마에서 찾는 경향도 있다. 즉 그리스나 로마에서 정치적 범죄자나 고위공직자의 비행이 있을 때, 이들을 그리스의 民會나 로마의 원로원 등에서 심판하고 처벌하는 일종의 형사재판절차를 탄핵제도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나 로마의 탄핵제도를 오늘날의 근대적 의미의 탄핵제도라고 보지 않는다. 그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탄핵소추기관(의회)이 탄핵소추를 담당한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탄핵소추기관이자 동시에 심판관으로 기능하였기 때문이며, 이렇게 시민에 의한 시민에 대한 탄핵소추가 인정된 결과로 당시의 탄핵제도는 정치적 반대자를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었다.4)
아무튼 근대적 의미의 탄핵심판제도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영국의 경우 근대적 의미의 의회제도가 처음으로 정착되었고, 그 의회가 고위공직자들의 비위와 부정을 통제하기 위하여 탄핵심판제도를 발전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시작된 탄핵심판제도의 경우에도 그 기원을 명확하게 확정짓기는 어렵다. 그것은 수많은 사건을 거쳐 점진적으로 정착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다만 영국에서의 탄핵심판제도가 근대적 의미의 제도로 발전하게 된 것은 14세기말 에드워드 3세의 시기(1327-1377)로부터 시작하여 리차드 2세의 시기(1377-1399)에 수많은 사건이 발생했던 것에 연유한다. 그리하여 1399년 헨리 4세는 이전의 선례들을 취사선택하여 법적 제도화를 이루어 헨리4세법(The Statute I Henry IV. c.14)으로 정리하였고, 그 내용에 따르면 탄핵만이 의회에서 다뤄지며 상원이 탄핵을 심리하려면 하원의 소추가 있어야 한다고 하여, 결국 탄핵소추기관이 다양하고 탄핵심판기관도 복잡하였던 것을 단순화하여 “하원이 소추하고 상원이 이를 심리한다”는 탄핵심판의 원칙을 확립하기에 이르른다.5) 이렇게 고위공직자들의 비위와 부정을 통제하기 위하여 발전한 탄핵심판제도는 1805년 멜빌사건이 있기까지 무려 70여건의 탄핵소추가 이뤄졌었고, 다만 그 후로 탄핵소추사건은 하나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4) 국회도서관 입법조사국, <주요각국의 탄핵제도>, (입법참고자료 제56호, 1966), 3면.
5) 국회도서관 입법조사국, <중요각국의 탄핵제도>, 20면 이하.
그런데 이렇게 영국에서 발전한 탄핵심판제도는 미국에 전파되어 1787년에 제정된 미국연방헌법에서 최초로 실정헌법화 되었고, 그 후 다시 유럽대륙으로 전파되었음은 물론이고 기타의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주요한 각 국가에서의 발전과정은 각 국가의 탄핵심판제도에 관한 논의에서 별도로 논의하기로 한다.
4. 彈劾審判制度의 本質 및 機能
가. 權力統制手段으로서의 彈劾審判制度
탄핵심판제도의 본질과 기능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각 나라의 헌정의 실제와 전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탄핵심판제도는 그것이 오늘날 헌법보호의 수단 또는 특수한 형사소추수단이라는 주장도 있기도 하지만 권력통제의 수단으로 발생하였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즉 탄핵심판제도는 발생연혁을 살펴볼 때 권력통제의 메카니즘으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에서 탄핵심판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를 살펴보면, 의회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헌법기관에 대해 책임을 지울 필요성에서 제기되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원내각제 정부형태를 채택하고 있던 영국의 경우 거의 모든 고위공직자가 의회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권력통제의 문제는 대부분 해결되고 있었다. 즉 내각은 의회해산권과 법률안 거부권을 가지고 의회를 통제하며, 의회는 내각불신임권과 주요 내각구성원에 대한 임명동의권을 통하여 행정부를 통제할 수 있었다. 즉 권력분립원리에서 요구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음은 물론이고 ‘무기평등의 원칙’이 실현되고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거의 모든 공직자에 대한 권력통제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탄핵심판제도가 도입된 배경에는 권력통제의 예외영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국왕과 법관의 경우 의회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어느 헌법기관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고, 따라서 국왕의 보호를 받는 고위공직자(신하)와 법관에 대한 권력통제의 필요성에서 탄핵심판제도가 창안된 것이다.
그런데 탄핵심판제도는 국왕의 신임을 받는 고위공직자 및 법관의 책임추궁방법으로 그치지 않고 점점 그 범위가 확대되어 왔다. 그것은 국왕을 보필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국왕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경우나 국왕이 반복하여 임명하는 경우 그것을 막는 방법이 강구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때문이다. 즉 국왕의 신임을 받는 고위 공직자를 파면하고 다시금 공직에 발을 내디딜 수 없도록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탄핵심판제도의 유용성이 제기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관과 같은 정도의 신분보장이 요구되는 분야가 많아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된다.
나. 政治的 責任인가? 아니면 法的 責任인가?
권력통제의 예외영역으로 분류되는 국왕과 법관에 대한 권력통제를 고려할 때, 그들에 대한 책임의 본질을 정치적 책임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법적 책임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의원내각제 정부형태가 창안된 계기가 국왕의 면책과 국왕의 책임을 대신한 내각의 책임을 전제한 것이기 때문에 국왕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법관에 대한 책임의 경우도 사법권독립을 위해 철저한 신분보장이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을 그들에게 지운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의회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국왕과 법관에 대한 책임추궁의 방법은 법적 책임이 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즉 철저한 신분보장을 전제로 활동을 보장하지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경우까지도 그 신분이 보장될 수 없음을 고려한 제도가 탄핵심판제도인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탄핵심판제도가 권력통제수단으로 발전된 것은 사실이고, 또한 그것은 정치적 책임추궁의 방법이 아니라 법적 책임추궁의 방법임을 알았다. 즉 권력분립원리를 실현함에 있어서 의회가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전된 것이 탄핵심판제도인 것이다. 따라서 탄핵심판제도는 다른 권력통제수단들에 비하여 자주 활용되지 않았다. 그것은 그 자체로서 소추절차가 지나치게 엄격하여 현실적인 제약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중요한 원인은 탄핵심판제도는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라는 점 때문이다. 즉 권력분립원리에 근거한 권력통제의 방법으로 법적 책임을 묻는 통제방법과 정치적 책임을 묻는 통제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상 대부분의 권력통제가 요구되는 경우는 정치적 통제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 憲法保護手段과 특수한 刑事訴追手段으로서의 機能 擴大
탄핵심판제도가 권력통제수단으로 발전하였고, 그 본질과 기능이 정치적 책임을 지우기에 적합하지 않거나 어려운 고위공직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임은 분명하다. 다만 오늘날에 있어서 탄핵심판제도는 권력분립원리의 시각에서 권력통제수단으로서만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오늘날 헌법이론상 가장 중요한 관점과 시각이 헌법보호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에 탄핵심판제도도 헌법보호의 시각에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헌법보호의 문제는 곧 방어적 민주주의이론과 연결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평가가 요구되기도 한다.
결국 탄핵심판제도는 방어적 민주주의이론에 비추어 평가할 때 중요한 헌법보호수단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탄핵심판제도가 탄생할 당시가 군주주권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지만, 국민주주권시대가 열린 오늘날에 있어서 주권자인 국민에 의하여 제정된 헌법은 최고의 권위를 가지는 규범이고, 따라서 헌법에 구속되지 않은 국민은 존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헌법을 침해하는 어떤 사람이나 세력이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적인 권력통제수단에 의하여 정치적 책임을 묻기에 적합하지 않거나 어려운 고위공직자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를 방치하는 것은 분명한 헌법침해가 성립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헌법보호의 중요성과 함께 헌법재판이 도입되고 대부분의 국가에 있어서 헌법재판사항의 하나로 탄핵심판제도가 채택되고 있는 것은 바로 탄핵심판제도의 본질과 기능이 헌법보호수단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제도는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재판제도이다”고 한 것도 그것을 증명한 것이다.6)
한편 탄핵심판제도가 중요한 헌법보호수단에 해당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사항으로 되고 있는데, 이것은 다른 한편으로 일반형사재판절차에서 다루어지는 것에 비추어 특별한 소추절차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게 된다.7) 대통령에 의하여 임명되고 그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 검찰이 대통령을 소추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더불어 법조의 일부분을 구성하며 법률적 판단을 하는 법관을 검찰이 소추하고 동료인 법관들이 재판한다는 것이 기대하기 어려우며, 기타의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도 검찰권행사가 편파성을 보일 경우 일반형사재판절차를 통한 사법정의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탄핵심판제도는 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대비한 특별한 소추절차라는 것이다.8) 즉 형벌과 같은 처벌이 병과될 수 있느냐의 여부를 떠나, 대통령과 같은 고위공직자에 대하여 공직에서 추방하고 다시금 공직에 취임할 수 없게 함으로써 헌법을 보호하려는 것이 탄핵심판제도인 것이다.
6)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실무제요>, 1998, 230면.
7) 허 영, 한국헌법론, 812면 이하.
8) 따라서 허영교수는 탄핵심판제도가 갖는 특별한 소추절차적 성격을 감안할 때 다른 방법으로 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공직자는 탄핵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보며, 국회의원과 고위직업공무원의 경우가 그 대표적 예라고 한다. 허 영, 한국헌법론, 813면.
5. 彈劾審判制度의 本質 및 機能과 다른 制度와의 關係
탄핵심판제도가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헌법이 정하는 특별한 소추절차에 따라 법적인 책임을 추궁하는 권력통제수단이요 헌법보호수단이라면 그 밖의 다른 제도와의 관계를 통하여 그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탄핵심판제도가 의회의 소추로 고위공직자를 파면시키는 것이 본질적 내용이기 때문에 의회주권 및 국민주권과의 관계가 문제로 되며, 그것이 정부형태와 관련하여 어떻게 융화되고 있는가를 고찰해야 하고, 또한 그것이 일반재판제도를 벗어난 특별한 소추절차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사법권독립과의 관계를 고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가. 彈劾審判制度와 國民召還制度의 關係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성실한 공직수행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미 지적했듯이 탄핵심판제도는 신분이 보장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비위 사실에 대하여 대의기관인 의회의 소추로 파면하거나 처벌하는 것을 본질로 한다고 하였기 때문에 성실한 공직수행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으로 논의되는 제도의 다른 하나로서 헌법이론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국민소환제도(Recall, Volksabberufung)가 있다. 국민소환제도의 경우도 선거직 고위공직자에 대하여 성실한 공직수행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경우 파면하는 것을 본질로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탄핵심판제도와 국민소환제도가 추구하는 목적에 있어서 일치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차이는 그 실현방법에서 찾아지고 있다. 특히 국민주권의 실현과 관련하여 양자는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에 반하여 헌법침해를 감행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제재의 수단인 점에서는 같으나 국민주권의 실현방법에 있어서 구별된다. 즉 전자는 주권자인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로 하여금 비위 고위공직자에 대한 책임추궁을 하게 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으나, 후자는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책임을 추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이러한 비교를 통하여 알 수 있듯이 탄핵심판제도는 결국 의회를 통한 국민주권의 실현이며, 의회가 행하는 탄핵소추의 의결은 탄핵대상자에 대한 대의적 책임추궁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9)
아무튼 국민주권의 실현수단에 해당하는 국민소환제도가 인민재판화 등의 우려 때문에 헌법제도화가 되지 않고 있음에 비하여,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헌법이 대의적 책임추구수단인 탄핵심판제도를 택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과거의 ‘군주의 무책임사상’을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에 대해 모든 헌법기관은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탄핵심판제도가 명백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9) 허 영, 한국헌법론, 812면.
나. 彈劾審判制度와 政府形態와의 關係
국민의 대표적 대의기관인 의회에 의한 소추로 추진되는 탄핵심판제도는 집행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권력통제수단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권력통제제도가 운영됨에 있어서는 정부형태와 밀접한 연관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권력분립원리의 핵심적 실현형태가 정부형태라고 판단할 때, 권력분립원리의 실현형태의 하나인 탄핵심판제도의 경우 핵심적 권력분립원리의 실현형태인 정부형태와 조화되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특히 탄핵심판제도의 정부형태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탄핵심판제도의 유용론과 무용론이 전개되고 있음은 물론이다.10)
생각건대 정부형태와의 관계에서 탄핵심판제도를 평가할 때, 정부형태에 따라 탄핵심판제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은 분명하다. 의원내각제 정부형태의 국가에서는 대부분의 고위공직자가 내각불신임제도에 의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기 때문에 탄핵제도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원내각제 정부형태의 국가에서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과 법관 등과 같은 고위공직자가 존재하고, 이들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경우 정치적 책임을 지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법적인 책임까지도 지울 수 없다면, 법치주의는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의원내각제 정부형태의 국가에서도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고위공직자가 존재하는 한 탄핵심판제도에 의한 책임은 추궁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통령제 정부형태의 국가에서는 고위공직자 가운데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공직자는 많지 않기 때문에 탄핵심판제도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즉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와 법관 모두가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묻는 탄핵심판제도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 특히 대통령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고위공직자들을 대통령이 보호하려고 하는 경우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검찰조직이 적극적으로 기소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의회에 의해 주도되는 탄핵심판제도의 필요성이 크게 나타난다.
이것은 결국 정부형태를 불문하고 탄핵심판제도는 제도적 의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민의 대표적 대의기관인 의회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고위공직자가 존재하는 한 탄핵심판제도의 유용성은 인정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10) 대표적 학자인 권영성교수가 지적하는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탄핵제도유용론은 ㉠고위공직자들이 탄핵을 두려워하는 나머지 비행을 자제할 것이고, ㉡공분을 발산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국민이 혁명이나 폭력과 같은 비상수단에 호소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탄핵제도가 유용하다고 보며(다수설), 이에 대하여 탄핵제도무용론은 ㉠역사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대통령제국가에서는 탄핵제도가 거의 운용되지 않고 있으며, ㉡의원내각제국가에서는 내각불신임제도에 의하여 탄핵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탄핵제도는 심리적 · 사회적 효과를 가지는 것일 뿐 비현실적인 제도로서 헌법의 장식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권교수는 결론적으로 대통령제국가인 경우에 정치적으로 아무런 책임을지지 아니하는 대통령까지도 헌법과 법률의 지배는 받아야 하고, 의원내각제국가일지라도 일반형사법원에 의한 통제가 곤란한 고위공직자 · 법관 등의 권력남용과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탄핵제도가 전혀 무용한 제도라고 할 수 없다고 한다. 전게서, 799면 이하.
다. 彈劾審判制度와 司法權獨立과의 關係
탄핵심판의 소추대상에 법관이 당연히 포함되기 때문에 탄핵심판제도는 법관으로 구성된 사법부에 대한 권력통제수단이 됨은 전술했다. 그런데 법관으로 구성된 사법부의 경우 그 본질적 국가작용에 해당하는 재판작용을 함에 있어서 어떤 외부의 간섭이나 견제를 받지 않고 독립하여 재판할 것이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에 탄핵심판제도가 운영됨에 있어서는 사법권독립과의 관계가 문제로 된다.
그러나 탄핵심판제도는 법원의 일반적 재판작용에 대한 권력통제의 수단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법관 개인에 대한 특별한 형사소추절차로 평가되는 점에서 사법권독립과는 직접적 관계는 없다고 본다. 물론 간접적인 관점에서 개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전체 법관의 재판작용에 전혀 영향이 없을 수는 없지만, 오히려 탄핵소추의 대상이 된 법관 때문에 사법부 전체가 불신을 받을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제도는 사법권독립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탄핵심판제도는 사법권독립의 차원에서 마련되는 신분보장의 내용과 관련하여 그 실효성 여부가 평가될 수 있다. 즉 법관의 비위에대해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되어 있는 경우 탄핵심판제도는 실효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법관의 임기제가 실시되는 경우 새로운 임명시 그 비위사실을 전제로 재임명을 거부하면 되기 때문에 탄핵심판제도는 그 실효성이 적어진다. 반면에 법관 정년제 내지 법관 종신제로 나아가면 탄핵심판제도의 실효성은 크다. 영국 · 미국 · 독일 등에서 헌법상 탄핵심판제도가 채택되고 발전하게 된 것도 결국은 법관의 종신제 때문에 나타난 것임을 알 수 있다.
II. 외국의 입법례
1. 영 국
가. 서 언
(1) 영국 탄핵제도 개관
영국의 탄핵제도에 관하여는 별도의 독립된 법률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확립된 헌법적 관행이 이를 규율하고 있다. 성문헌법이 존재하지 않는 까닭에 당연히 헌법상의 규정이란 있을 수 없고 또한 탄핵제도 자체를 전반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아니한 채 숱한 판례와 관행을 통하여 제도의 내용이 형성되어왔다.
영국의 탄핵제도의 기원을 멀리 중세의 王會(Curia Regis)에서 찾는 견해1)도 있지만 탄핵제도의 핵심을 「평민원에 의하여 소추되고 귀족원에 의하여 심리된다」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그 기원을 1376년 에드워드 3세 치하에서 발생한 Latimer사건으로 본다. 이 사건은 에드워드 3세 말기의 失政을 바로잡을 목적으로 소집된 善良議會(Good Parliament)에서 평민원이 직접 국왕의 大臣과 顧問을 공격하기 위하여 귀족 Latimer, Neville과 평민 Lyons, Ellys, Peachy, Bury를 탄핵하고, 이에 대하여 귀족원이 국왕의 문무관의 요구를 거스르면서 심리·판결한 사건이다.2) 이 사건은 평민원과 귀족원이 서로 제휴하여 국왕에 대하여 인민에의 종속을 요구함으로써 大臣責任制의 원리를 확립하고 군주주권을 「의회에서의 군주주권」으로까지 끌어내린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 Taswell-Langmead, English Constitutional History, 1886, p. 63. 1066년의 노르만 정복 이후 이른바 賢人會議(Witenagemot 또는 Witan)라는 일종의 귀족단체에 대신해서 등장한 왕회는 왕족, 수도원장, 주장관, 궁내관 등으로 구성되고 그 권한도 입법을 비롯하여 중요한 행정상의 문제에 대하여 조언과 승인을 제공하는 한편, 사법기관으로서는 이전의 현인의회의 상소관할권과 봉건적 가신재판소로서의 재판권을 행사하였다. 이처럼 왕회는 행정부문에 있어서는 국왕의 顧問府로서, 사법부문에 있어서는 국왕의 재판소로서 기능을 수행하였다. 왕회는 귀족을 위한 제1심인 동시에 국민을 위한 항소심이었다. 그러나 강력한 왕의 고문부로서의 왕회에 대하여 立法權과 판례법 또는 성문법의 改正權이 의회의 專權이어야 함을 내세워 귀족원과 평민원이 보통법재판소와 함께 연합전선을 폈다. 보통법재판소는 자신의 판결에 잘못이 있으면 왕회가 아니라 의회에서 訂正될 것을 주장하였다. 이리하여 귀족원의 재판권이 왕회의 분화과정에서 비롯하게 되었다.
2) 이 사건에서 평민원은 평민원의 이름으로 평민원의장(the Speaker)을 통한 기소라는 재판절차를 취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Latimer는 그 기소과정 전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당시에 법령에 의하여 확립되었던 보통법상의 권리인 동료들에 의한 배심재판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평민원은 그의 보통법 원칙과 실정법상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 당시로는 자연스럽지 않은 평민원의 기소권을 주장하였다. 결국 Latimer는 내각에서 추방됨과 동시에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Neville은 파면되었으며, Lyons 등은 금고형에 처해졌다.
이와 같이 議會司法이라는 개념3)이 단적으로 보여주듯 영국은 의회를 중심으로 탄핵제도를 발전시켜왔다.4) 영국에서 탄핵은 바로 의회 자체에 의하여 개시되고 또한 마무리되어지기 때문에 별도의 재판기구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였다. 영국에서 확립된 탄핵제도는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어 오늘날에 이르고있다.5)
이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형성·확립되어 온 영국의 탄핵제도는 성격이나 기능의 면에서 복합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3) 원래 의회는 그 先驅에 해당하는 왕회처럼 사법작용을 담당하는 법정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의회를 「의회고등법원(The High Court of Parliament)」이라고 표현한 영국의 祈禱書가 이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하튼 초기 의회에서 재판작용은 핵심요소의 하나였는데, 이와 같은 의회의 사법작용이 법률로써 규정된 것은 Edward 1세 시대(1271-1307)라 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Stephen, History of the Criminal Law of England, Vol. I, 1883, p. 145). ① 귀족은 죄의 여하를 불문하고 사법재판소로서의 귀족원에 의해서 재판되며, 반역죄 및 기타의 죄를 범한 평민은 大陪審으로서의 평민원에 의해서 소추되거나 또한 탄핵된다. ② 탄핵이 개시된 때에는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의회가 폐회되거나 해산되었다고 해서 방해받지 아니한다. ③ 왕의 사면은 탄핵에는 미치지 아니한다. 이에 관하여는 McIlwain, The High Court of Parliament, 1910, Chap. 3; Baldwin, The King's Council during the Middle Ages, Chaps. 1, 12; Pollard, Evolution of Parliament, 2nd ed., 1926, Chap. 2; Pike, Constitutional History of the House of Lords, Chap. 4 참조.
4) 영국에서 탄핵제도는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 발전되었다. ① Henry 4세의 制定法(The Statue I Henry IV. C. 14): 1376년 Latimer사건으로 탄핵이 일단 정비되었으나 아직 소추기관이나 심리기관 등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1399년의 이 제정법으로 말미암아 귀족원이 탄핵을 심리하기 전에 평민원의 소추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되었다고 한다. 이 법률의 내용은 첫째 영토내에서 행해진 모든 訴는 왕국의 법률 즉 보통법에 의하여 심리되고 판결되어야 한다, 둘째 영토외에서 행해진 모든 訴는 警察吏와 집행관에 의하여 심리되어야 한다, 셋째 금후 의회에서는 어떠한 訴도 금지되며 오직 탄핵만이 심리될 따름이라고 한다(Stephen, History of the Criminal Law of England, Vol. I, 1883, p. 145f.). ② 왕권강화로 인한 탄핵의 休眠: 1459년 Stanley사건 이후로 약 160년간 탄핵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강력한 왕권으로 말미암아 의회가 탄핵절차에 의하여 특정인을 추방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특정인을 처벌하는 내용을 의결하여 국왕의 승인을 받는 입법(權利剝奪法, Bill of Attainder)의 방식을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권리박탈법의 제정은 사실상 탄핵과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권리박탈법의 제정은 사법행위인 탄핵와 달리 입법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특별한 증거가 없어도 또한 하등의 소환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도 심지어 사형에 처하는 결의를 할 수 있었다. 최초의 권리박탈법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1477년의 Clarence 공작에 대한 법률을 들 수 있다. 그 이후로 특히 James 1세 시대에 이르기까지 권리박탈법이 탄핵을 대신하여 늘상 이용되었다고 한다. ③ 탄핵의 부흥: Stewart왕조의 등장과 함께 의회가 상대적으로 세력을 얻는 과정에서 발생한 1621년의 Mompesson사건을 비롯하여 1806년의 Melville사건에 이르기까지 185년간에 걸쳐 54건의 탄핵이 이루어졌다. 이 때 이루어진 탄핵은 귀족만이 아니라 일반 평민들도 그 대상으로 삼았다. 대부분의 탄핵사건이 주로 1640년대 초반에 발생하였다. ④ 의원내각제의 확립에 따른 탄핵 효용성의 감소: 내각의 존속이 의회에 의존하게 되면서 굳이 탄핵절차를 통한 책임의 추궁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1806년의 Melville사건 이후 탄핵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佐藤立夫, 彈劾制度の比較硏究(上),原書房, 1996, 167-305면; 장인석, 영국의회와 탄핵제도의 기원에 관한 연구, 법학논총(단국대학교 법과대학), 제17집, 1991, 221-234면.
5) 제일 먼저 계수한 곳은 미합중국 성립 이전의 아메리카식민지(North Carolina, South Carolina, Massachusetts 등)였다. 그 후 미연방헌법에서 채택된 이래 탄핵제도는 영국형과 미국형의 두 유형으로 각기 여러 나라에서 수용되었다. 영국형은 역사적으로는 국왕의 대신이나 고관의 직무상의 범죄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한 것으로서 귀족원의 심판에 의하여 범죄의 성질에 따라 사형, 추방, 벌금, 몰수, 금고 또는 단순한 파면이나 공직취임자격의 박탈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반면 미국형은 공무원의 파면만을 제재수단으로 삼는 것에 그친다.
(2) 영국 탄핵제도의 헌법적 기능
영국에서 탄핵제도는 궁극적으로 국왕 내지 정부와 의회간의 세력관계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였다. 탄핵제도가 처음 등장하게 된 당시의 영국에서는 국왕의 대신이나 고관의 非行이 있을지라도 국왕이나 유력한 귀족들의 간섭, 법의 不備와 흠결로 말미암아 보통의 형사재판절차로써 이들에 대한 법집행을 공정히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소추를 위해서는 보통법의 원리에 따른 절차보다 훨씬 강력하고도 간결한 예외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인식되었다. 그래서 당시 국왕에 대하여 그나마 견제세력이었던 의회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탄핵제도는 종래의 전통적인 請願에 대신하여 의회가 소추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법적인 권리를 주장함을 의미하였다.6) 그러한 점에서 영국에서 탄핵제도는 의회에서의 형사소추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탄핵제도는 국왕이 선임한 각료들로 하여금 의회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서 절대왕권 대신에 의회우위를 확립하게 만들었다.7)
그러나 점차 의원내각제가 확립됨에 따라 탄핵의 효용성이 줄어들게 되었다. 왜냐하면 대신 및 고관들이 자신의 행위나 정책뿐 아니라 소속기관의 모든 행위에 대하여 의회에 책임을 져야 하고 또한 의회의 통제하에 있게 된 까닭에 탄핵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할 가능성이 적어졌으며, 또한 만약 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통상의 사법재판절차에 의하여 심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졌기 때문이다.8) 특히 대신들에 관한 한, 내각이 의회에 집단책임을 지는 까닭에 평민원은 이들을 통제함에 있어서 귀족원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9) 이처럼 오늘날에는 의원내각제의 원리로 말미암아 또한 공직자에 대한 실효적인 사법제도의 운용으로 말미암아 탄핵제도가 사실상 無用之物이 되고 말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10) 그렇지만 탄핵제도가 영국에서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하여 일찍이 Dicey는 그 이유를 영국인의 保守主義(conservatism)에서 또한 통상적인 법에 의하여 정당한 처벌이 곤란한 까닭에 의회에서 처리되어야 할 범죄들이 여전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서 찾은 바 있다.11) 후자와 관련하여 최근에 직선으로 당선된 런던시장에 대한 탄핵가능성이 논의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12) 런던시장이 직선으로 선출됨에 따라 런던자치의회에 정치적으로 의존하지 않게 되었으나 바로 그러한 이유로 말미암아 런던시장에 대한 견제를 위한 탄핵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6) 이와 같이 탄핵절차상의 발전은 「청원에 의한 절차(procedure by petition)」로부터 「기소에 의한 절차(procedure by indictment)」에로의 변천이었다고 한다. N. V. Clarke, The Origin of Impeachment, Oxford Essays in Mediaeval History, pp. 242-72. 佐藤立夫, 彈劾制度の比較硏究(上),原書房, 1996, 229면에서 재인용.
7) Clayton Roberts, The Growth of Responsible Government in Stuart England, Cambridge, 1966.
8) A. V. Dicey, An Introduction to the Study of the Law of the Constitution, The Macmillan Press, 10th ed., 1982, pp. 327, 442f., 454f.; O Hood Phillips, Constitutional and Administrative Law, 7th ed., 1989, p. 133.
9) G. W. Keeton, Legal Responsibility for Political Acts, 1948 C. L. P. 15 참조. 또한 Keeton은 The Passing of Parliament, Chap. 4에서 그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1742년 Walpole의 반대자들이 그를 탄핵하려다 실패한 사건이라고 한다. O Hood Phillips, p. 133에서 재인용.
10) de Smith and Brazier, Constitutional and Administrative Law, 7th ed., 1994, p. 333; O Hood Phillips, p. 133. 1968년에 의회특권특별위원회는 탄핵권이 제정법에 의하여 폐지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Report from Select Committee on Parliamentary Privilege, 1967, H. C. 34).
11) A. V. Dicey, An Introduction to the Study of the Law of the Constitution, The Macmillan Press, 10th ed., 1982, p. 455.
12) Estates Gazette, 17 Oct. 1998, p. 45.
나. 탄핵의 대상
영국에서 탄핵의 대상은 판례에 의하여 그 범위가 결정되어왔다. 그런데 의회의 탄핵권이 사실상 제한되지 않은 까닭에 그 범위는 점차 넓혀져 왔다. 한때 신분에 따라 탄핵의 대상을 제한하여 귀족만을 탄핵의 대상으로 한정한 적도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귀족이나 평민을 불문한다.13)
역사적으로 탄핵의 전형적인 대상은 각료와 고위관리들이었으나14) 점차 법관15), 의원, 군인, 주교 그리고 일반시민16)까지도 탄핵의 대상이 되기에 이르렀다.17)
13) 1681년 Fitzharris 사건에서 평민원은 Fitzharris를 반역죄 혐의로 소추하였다. 이 때 평민원의 실제 목적은 로마교황의 음모를 폭로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Charles 2세는 의회가 탄핵사건에 개입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하여 법무장관에 명하여 이 사건을 반역적 중상죄(treasonable libel)로서 왕좌재판소에서 심리하도록 하였다. 이에 대하여 평민원은 중죄라는 이유로 평민에 대한 탄핵소추권을 왕좌재판소로부터 빼앗아 내려고 하였는데 이로 말미암아 논쟁이 생겨났다. 귀족원은 왕좌재판소의 편을 들었다. 이는 평민임에도 불구하고 국왕에 의하여 소추되고 귀족원에서 심리되었던 1331년 Beresford의 반역죄 사건을 선례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평민원은 탄핵이 평민원의 특권임을 내세워 귀족원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였다. 그렇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의회가 해산되었고, 해산된 지 2일 후에 Fitzharris는 왕좌재판소에서 심리를 받고 유죄판결에 따라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처럼 Fitzharris 사건에서 귀족원은 평민에 대한 탄핵 재판을 거부하였다. 그러나 1689년 Sir Adam Blair 사건에서 귀족원은 평민을 심리하게 되었다.
14) 각료와 고위관리에 대하여 탄핵이 숱하게 이뤄진 만큼 그들의 직책은 수상, 재무성장관, 외교관, 국새보관관, 검사총장, 런던시장, 해군성위원, 해군성경리국장, 인도총독 등으로 매우 다양하였다.
15) 주로 반역죄를 이유로 탄핵되었던 법관들이 나중에는 사법상 독직사건으로 처벌받기에 이르렀다.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사법상 독직사건으로 1621년의 Bacon 사건을 들 수 있다. 佐藤立夫, 彈劾制度の比較硏究(上),原書房, 1996, 248-249면. 법관에 대한 탄핵은 결국 국왕으로부터 법관의 임명권을 빼앗는 셈이 되었다.
16) 1689년 Blair 사건을 계기로 평민에 대해서도 반역죄 또는 중경죄를 불문하고 탄핵을 하게 되었다. Cox, Institutions of the English Government, 1863, p. 459. 佐藤立夫, 彈劾制度の比較硏究(上),原書房, 1996, 273면에서 재인용. L. Tribe는 영국 의회의 탄핵권이 사실상 무제한이기 때문에 일반시민들도 탄핵의 대상이 된다고 본다. L. Tribe, American Constitutional Law, Vol. one, 3rd ed., Foundation Press, 2000, p. 157, n 19.
17) 이와 같이 탄핵의 대상을 포괄적으로 삼은 것에 반대한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탄핵제도를 계수하면서도 그 대상자를 의도적으로 대통령, 부통령, 그리고 문관으로 제한하였다.
다. 탄핵의 사유
영국에서 탄핵의 사유는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종래 의 판례를 참조하여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판례에 나타난 탄핵사유로는 각료나 고관들의 「반역죄(treason)」, 「중죄(felony)」, 「직무태만(misprision)」, 「경죄(misdemeanor)」, 「직권남용(abuse of power)」, 「수뢰죄(bribery)」, 때로는 사기, 폭력, 살인 등으로 그 유형이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반역죄 개념은 명문규정을 두고 있는 미국과 달리18) 아주 불확정적인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예컨대 평상시의 言行과 諮問을 통하여 국왕을 誤導함으로써 恣意的 정부를 만듦으로써 국가의 기본법(fundamental law)을 파괴하였다는 이유로 반역죄를 적용한 사례가 있다.19) 그런데 이러한 사유 중에서 가장 많이 논란을 야기한 것은 「중대한 범죄와 경죄(high crimes and misdemeanors)」이다. 이는 1386년에 의회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20) 당시 misdemeanors는 불법행위 즉 私的인 잘못을 의미하였는데, 16세기에 들어와서는 형법상의 개념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high crimes and misdemeanors가 형법상의 용어가 아니라 탄핵과 관련된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여기서 핵심적인 요소는 「중대한(high)」 이라는 개념인 바, 이는 국가에 해가 되는 정도임을 뜻한다고 본다. 어떠한 경우가 이에 해당하느냐는 결국 구체적인 판결로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 의회는 기소할 수 있는 모든 범죄를 탄핵할 뿐만 아니라 기소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서도 탄핵할 수 있다고 하여 의회의 탄핵권을 넓게 인정해왔다. 따라서 의회에서 탄핵의 사유로 여기는 범죄는 제정법 또는 보통법상의 범죄가 아니라 의회가 인정하는 범죄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는 정치적 성격을 가진 범죄라 하겠다. 이처럼 영국에서는 법률에 의하여 용이하게 정의될 수 없는 정치적 성격의 범죄를 high crimes and misdemeanors로 간주하여왔다. 그러한 점에서 탄핵의 사유로서의 경죄는 형법상 경죄 이외의 것도 포함한다.
영국에서 탄핵소추사유가 반드시 피소추인의 직무와 연관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법관에 대하여는 직무상의 범죄가 아닌 사유로도 탄핵이 이루어졌다.
18) 「합중국에 대한 반역죄는 오직 합중국에 대하여 전쟁을 개시하거나 혹은 적에 대하여 원조와 위안을 주고 이에 가담함으로써만 성립한다. 누구도 명백한 범행에 대한 2인의 증인에 의한 증언에 의하거나 또는 공개의 법정에서의 자백에 의하지 않고는 반역죄의 판결을 받지 아니한다」(미국연방헌법 제2조 제3항 제1호).
19) 1626년의 Strafford 백작사건이 그러하다.
20) 1 Cobbett's Complete Collection of State Trials 89-91(1809). Laurence H. Tribe, American Constitutional Law, 3rd ed., Vol. I, Foundation Press, 2000, p. 172에서 재인용.
마. 탄핵의 절차
1) 탄핵소추
(1) 탄핵소추절차
영국에서 탄핵제도는 「평민원이 소추하고 귀족원이 이를 심리한다」라는 원칙이 견고하게 확립되어 왔다. 평민원이 탄핵소추기관이 된 것은 국왕의 대신이나 고관의 非行을 심리함에 있어서 있을 수 있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의회가 자유롭다는 역사적 이유 때문이다. 한편 귀족원이 심리기관이 된 것은 귀족원이 평민원과는 달리 당파적 혼란에서 벗어나 한결 공정한 입장에 서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탄핵절차의 개시를 위해서는 먼저 평민원의원이 탄핵안을 발의하여야 한다. 그 발의는 통상의 방법과 동일하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이를 발의한 의원은 귀족원의 법정에 출두하여 피소추인에 대한 탄핵을 소추한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평민원은 귀족원에 대하여 탄핵재판을 청구하는 공소장에 해당하는 彈劾訴追狀(Articles of Impeachment)을 작성하여야 한다. 이를 작성하기 위하여 평민원은 위원회를 지정한다. 탄핵소추장은 범죄사실을 각 항목별로 하여 작성된다. 작성된 탄핵소추장의 1통을 귀족원에 보낸다. 이 때 평민원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에 추가로 탄핵소추장을 보낼 권리를 갖는다. 그리고 귀족원에 보낸 탄핵소추장의 등본을 피소추인에게 교부한다.
(2) 탄핵소추의결의 효과
평민원에 의하여 탄핵이 소추되면 국왕은 사면을 통하여 대신과 고관을 보호할 수 없다.21) 그러나 일단 귀족원에 의하여 유죄판결이 내려진 다음에는 국왕은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평민원에 의하여 일단 탄핵절차가 개시되면 의회가 폐회 또는 해산되더라도 탄핵절차는 종결되지 아니한다.22)
21) Act of Settlement(1701) s 3. 이 규정은 1678년 Danby사건(11 St. Tr. 599)으로 말미암아 생겨났다. Danby는 베르사이유 영국대사에게 쓴 서한과 관련하여 탄핵을 받았는데, 이 서한은 「이 글은 나의 명령으로 쓰여졌다 - C. R.」라고 언급한 Charles 2세의 인가로 작성되었던 것이다.
22) 4 Hatsell's Precedents of Parliament(1818 Edn) 273, 274n. 先例를 볼 것 같으면, 국왕이 자신의 신하를 보호하기 위하여 탄핵이 개시되었을 때 의회를 해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편법으로부터 탄핵절차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2) 탄핵재판
(1) 탄핵재판절차
(가) 탄핵재판의 심리
귀족원은 귀족과 평민을 불문하고 그 어떠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탄핵재판권을 갖는다. 귀족원은 평민원의 탄핵소추에 대하여 통상의 재판절차에 따라 審理를 담당한다. 피소추인은 탄핵소추장에 대하여 일정기간 내에 각 조항에 대하여 답변해야 한다. 한편 피소추인은 답변 대신에 귀족원의 법정에 탄원할 수도 있다. 귀족원에 대한 답변과 탄원은 평민원에 통고된다. 평민원은 피소추인의 답변에 대하여 회답으로 탄핵소추장이 진실임을 증언하거나 피소추자의 탄원에 대하여 異議를 제기할 수 있다.
피소추인이 귀족인 경우에는 귀족원의 영장에 의하여 구금되며23), 귀족원 특별의장(Lord High Steward)이 심리를 주재하고 귀족원의원 전원이 재판관으로 참여한다. 한편 피소추인이 평민인 경우에는 평민원의 명령에 따라 평민원의 수위(the Serjeant-at-Arms)에 의하여 체포된 후 귀족원의 명령으로 귀족원의 廷吏(the Gentleman Usher of the Black Rod)에게 인도되어 구금되며24), 귀족원의장(Lord Chancellor)이 재판장으로서 그리고 귀족원의원 전원이 재판관으로 참여한다. 이처럼 귀족원의 모든 의원은 사실 및 법률문제에서 동일한 재판관이 된다.25) 설사 귀족원특별의장이 임명되어 절차를 주재하더라도 그는 단지 절차를 규율할 따름이지 다른 의원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갖는 것이 아니다. 다른 동료들과 같이 하나의 투표권을 가질 따름이다. 審理는 통상의 형사재판절차에 준하며 Westminster Hall에서 열려지는 것이 관례이다. 그리고 피소추인의 保釋은 귀족원이 허가할 수 있다.
심리기일은 귀족원이 정한다. 피소추인이 출두하지 않을 때는 공고로서 1일의 유예를 주어 출두할 것을 명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때에는 그의 有體財産을 압류하여 재판한다.
사형죄 관련 사건에는 피고가 출두하여 감시 하에 답변을 하게 되나, 일반적인 범죄의 경우에는 監視가 필요 없다. 소추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소추인을 수감하지 아니한다. 輕罪에 관한 사건인 경우에 귀족원의원은 자기 자리에서, 일반평민은 피고석에서 답변을 하게 된다. 답변을 듣는 귀족원은 피소추인을 수감할 이유를 발견한다. 수감할 이유가 있는 경우에도 보증인을 세우거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 때에는 감시하지 아니한다.
경죄에 관한 사건에서 피소추인은 직접 출두하거나 문서로써 답변하거나 또는 대리인을 내세울 수 있다. 또한 경죄에 관한 사건에서 피소추인은 보통법에 따라 변호인을 붙일 권리가 있으나 사형죄의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하다.
답변은 그리 엄격한 형식에 따를 필요는 없다. 답변함에 있어서 피소추인은 부분적으로 유죄를 인정하면서 나머지 부분에는 무죄를 주장하거나, 예외적인 사항을 구별해서 전체를 부정하거나 또는 탄핵소추장을 일일이 따로 나누어 할 수도 있다. 탄핵재판을 진행함에 있어서 피소추인과 원고26)는 서로의 주장에 대하여 반박할 수 있다.
피소추인은 증인을 소환할 수 있다. 귀족원은 증거조사와 관련하여 공개회의에서 증인으로 하여금 선서를 하게 한 후 심문하는 것을 관례로 하고 있다. 때로는 위원회를 지정해서 위원으로 하여금 조사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23) 1715년 Oxford 백작 사건이 그 좋은 예이다(20 Lords Journals 112).
24) 그 좋은 예가 Sacheverell 박사 사건이다(16 Journals of the House of Commons 242).
25) 한편 主敎는 귀족원의 형사절차에 참석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나 교회법에 따라 사형죄사건에서 투표권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 주교는 판결에 불출석할 것을 요구하며 물러나게 된다.
(나) 탄핵재판의 판결
변론과 모든 증거조사가 마치면 귀족원은 탄핵소추장의 각 항목별로 유죄 여부를 판단한다. 귀족원은 평민원이 소추한 非行이 어떠한 것인지 또한 범죄의 성질은 어떠한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 때 귀족원의장 또는 귀족원특별의장은 최연소의 귀족부터 시작해서 피소추인의 유죄 여부를 물음으로써 이를 표결하게 된다.27) 탄핵소추장 각 항목의 유죄 여부는 통상의 경우와 같이 다수결로 결정된다.
표결의 결과는 재판장에 의하여 선고된다. 표결이 끝난 이후에 귀족원은 이를 평민원에 통고하게 되는데, 평민원은 귀족원에 대하여 판결선고의 유예를 신청할 수 있다. 평민원으로부터 판결선고의 청구가 있으면 귀족원은 비로소 피소추인에게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28)
탄핵재판에서 부과할 수 있는 형벌로서는 사형, 징역, 금고, 벌금이며 이들을 倂科할 수도 있다. 그리고 파면의 선고도 가능하다.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가 아니라면 귀족원은 탄핵판결의 선고시에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
26) 여기서 원고는 평민원에 의해 임명된 탄핵수행인(trial manager)을 가리킨다. 이들은 증거를 조사하고 평민원의 입장에서 탄핵을 진행해간다.
27) 이 때 각 귀족은 脫帽한 후 일어나서 가슴에 손을 얹어 자신의 명예를 걸고 피소추인의 유죄 또는 무죄를 답변하게 된다.
28) 이에 관하여는 1721년 Winton 백작에 대한 탄핵사건의 평민원 결의안(18 Journals of the House of Commons 405) 참조. 또한 판결선고의 청구양식은 4 Hatsell's Precedents of Parliament(1818 Edn) 232n 참조.
(2) 탄핵판결의 효과
피소추인에 대한 형의 집행은 형사소송절차에 따라 다른 형사상의 판결과 같이 동일하게 이루어진다. 보통법재판소는 경죄의 판결을 집행한다. 사형죄의 판결에는 국왕의 승인을 필요로 하나 경죄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한편 국왕은 판결이 내려진 이후에는 사면권을 행사함으로써 형의 집행을 면제할 수 있으며 또한 輕減할 수도 있다.29)
탄핵판결의 효력은 판결에 대하여 다른 기관에의 이의절차를 상정할 수 없기 때문에 판결선고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탄핵에 의한 유죄판결은 의회가 나중에 자신의 제정법으로 취소할 수 있다고 본다.
29) 그러나 귀족원의 판결 이전에 이루어진 국왕의 사면권 행사는 무효이다.
2. 미 국
가. 서 설
미국의 탄핵제도(impeachment)는 그 연혁에 있어서 이미 1787년의 연방헌법제정 이전에 영국의 선례30)를 계승하여 각 州의 헌법에서 채택된 것을 볼 수 있다. 즉 1776년의 버지니아주헌법과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헌법, 1780년의 매사츄세츠 주헌법 등에서 영국의회의 탄핵제도를 도입하였으며, 그 후 연방헌법의 제정과정에서는 영국의 탄핵제도를 새로운 미국의 정치제도에 적용하기 위해서 헌법기초자들 사이에 활발한 논의가 전개되었고, 그 결과 오늘날의 탄핵제도의 헌법적 기초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근대 영국사의 발전단계에서 탄핵제도는 왕권을 억제하고 의회주권을 확립하기 위하여 이용되어 왔으며, 이러한 전제권력에 대한 억제수단으로서의 탄핵제도는 미국 헌법의 기초자들에게는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미연방헌법상 탄핵제도에 관한 조항인 제2조 제4항은 「대통령, 부통령 및 합중국의 모든 공무원은 반역죄, 수뢰죄 기타의 중대한 범죄 또는 非行에 의해 탄핵되어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에는 면직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조 제2항은 「탄핵을 행하는 권한은 하원에 전속한다」고 하여 정부고관에 대한 소추의 권한을 하원에 전속시키고 있다. 또한 제1조 제3항에서는 「모든 탄핵에 대한 재판권은 상원에 전속되며, 상원의 재판에 있어서 출석의원 3분의 2이상 동의를 얻지 못하면 유죄판결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탄핵의 규정은 영국 의회의 관행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헌법기초자들은 영국의 관행을 그대로 채용하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며, 영국과는 다른 특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31). 그리하여 그들은 헌법상 엄격한 3권분립을 전제로 하여 행정부와 사법부에 속하는 공직자의 부정행위를 처벌하는 특별한 권한을 이들 두 기관으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선거를 통해 국민에게 직접 책임을 지는 기관인 의회가 행사하는 탄핵제도를 고안해 낸 것이다32).
30) 영국의 탄핵제도의 성립과 전개과정에 관하여는 Raoul Berger, Impeachment: The Constitutional Problems (Harvard University Press, 1973), chapter 1 참조.
31) Michael J. Gerhardt, The Federal Impeachment Process: A Constitutional and Historical Analysis, 2nd ed.(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0), p.3.
32) ibid., p.1.
미국헌법의 채택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탄핵에 관한 의회의 권한이 그 기본적 목적을 달성해 왔는가의 여부에 관한 논증의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하원에 의해 탄핵 소추된 사람은 총 16명에 불과하고, 그 중 7명만이 상원의 탄핵결정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33).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탄핵은 1868년의 앤드루 존슨(Andrew Johnson)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었으나, 상원에서 1표 차이로 유죄판결을 면하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바와 같다. 당시 존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당파주의의 와중에서 정치적 이유에 기초한 탄핵의 사례이었으며, 이 무죄판결은 정치적 이유에 의한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하나의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존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실제적 이유가 그의 정치이념에 대한 급진파의 격한 증오에서 유래한 것이었고, 그들은 탄핵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통령을 파면하는 무기로 성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으나, 결국 유죄에 필요한 ‘3분의 2’이상이라는 정족수 규정에 의거하여 파면을 면한 것은 헌법제정자들의 탁월한 예견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34).
존슨 대통령 탄핵사건 이후 미국에서의 탄핵 사례는 대부분이 연방법원 판사에 대한 탄핵이었으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그 후 1970년대에 들어와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현대적 상황하에서 새롭게 탄핵에 관한 기본적 문제들을 제기하게 되었다. 그러나 닉슨 사건 이후 국민들은 탄핵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으며, 1980년대에 3명의 연방 판사에 대한 탄핵결정이 있었어도 일반인들은 거의 그 사실을 알지 못할 정도로 무관심하였던 것이다35). 그러다가 최근의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학계에서는 헌법상의 탄핵제도에 관한 논의를 다시 한번 활발하게 전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싼 선정적인 언론보도와 과열된 논의는 일반 국민의 탄핵제도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클린턴 탄핵사건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대체로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헌법학자의 한사람인 선슈타인(Cass R. Sunstein) 교수는 미국헌법상 탄핵조항의 근본적 목표는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있어서 그 권한을 광범위하게 남용한 것(large-scale abuses of presidential authority)이 명백한 경우에 한정하여 탄핵을 허용하는 데 있으며, 그 이외의 경우에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미국의 전통과 헌법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36). 즉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의 명백한 남용 이외의 경우에 대통령의 범법행위는 탄핵절차가 아니라 대통령의 퇴임후 일반의 형사절차에 따라 소추되어야 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본래의 탄핵제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고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은 권력분립원리를 침해하게 되는 우려가 있으며, 그것은 앞으로의 모든 대통령이 불법적인 행위나 스캔들에 개입된 경우에 있어서 탄핵을 의회의 무기(legislative weapon)로 변질시키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 사건은 헌법적 관점에서 볼 때 극단적으로 불행한 발전이라고 보고 있다37). 게르하르트(Michael J. Gerhardt) 교수도 비판적 입장에서 클린턴 사건이 미국의 탄핵제도가 가진 불명확한 점들과 결함을 극명하게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고 하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전개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여 제도적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38).
33) ibid., p.23.
34) 상세는 Berger, op. cit., p.252ff.
35) Gerhardt, op. cit., pp.ⅸ-ⅹ.
36) Cass R. Sunstein, Impeachment and Stability, 67 George Washington L. Rev. 699 (1999).
37) ibid.
38) Gerhardt, ibid., pp.191-194.
미국의 탄핵제도는 헌법상의 통치구조에 있어서 행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의회의 유효한 통제수단으로 발전하여 왔으나, 그 탄핵제도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음을 지적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우선 탄핵조항에 관한 헌법 원문상의 표현이 매우 불명확하고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해석상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즉 종래의 구체적 탄핵사건에 있어서 헌법적 판단에 관한 견해의 차이는, 다시 말하면 헌법기초자의 의도를 중시하는 해석론과 변화된 현실에 맞게 헌법을 재조명하려는 입장의 차이는 탄핵제도에 관한 헌법논의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그리고 탄핵 사건에 관한 선례들에서도 의회는 헌법상의 쟁점이 되는 것들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39). 그러므로 연방헌법이 제정된 지 두 세기가 지난 현대적 상황에 있어서 미국의 탄핵제도는 아직도 해결되어야 될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으며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이 요청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먼저 미국 탄핵제도의 성립배경을 헌법제정회의에서의 논의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미국 탄핵제도의 전반적 특질을 파악한 후, 헌법상 탄핵조항의 해석문제와 관련하여 쟁점이 되어온 탄핵의 대상과 범위, 탄핵의 사유 등에 관한 논의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역사적인 주요 탄핵사건들을 개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미국 탄핵제도를 실제적ㆍ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본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연구는 우리나라 헌법학연구의 불모지인 탄핵제도 연구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으며, 탄핵제도에 관한 국내 문헌이 절대적으로 빈곤한 학계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도 본 연구의 성과는 주요한 문헌적 가치로서의 의미를 평가받을 수 있다고 하겠다.
39) ibid., p.65.
나. 美國憲法上 彈劾制度의 成立
(1) 헌법제정회의에서의 탄핵제도 논의
1787년 필라델피아에서 헌법제정회의가 개최되었을 때 영국에서는 탄핵사건이 심리 중이었다.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매사츄세츠 등 몇몇 주에서는 이미 영국의 탄핵제도를 도입하고 있었다40). 헌법제정회의에 참석한 각 주의 대표들은 영국의 선례에 대하여 적극적 관심을 표명하였으며, 결국 각 주의 대표들로부터 제출된 헌법초안의 심의과정을 통하여 헌법제정회의는 영국의 전통적 제도를 계수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탄핵제도가 헌법제정회의의 심의과정에서 어떠한 논의와 타협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주 대표의 발언의 주요 논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41).
우선 버지니아주를 대표하는 랜돌프(Edmund Landolph)는 5월 19일 헌법초안을 본회의에 제출하였는데, 그 초안의 탄핵조항은 연방공무원에 대한 총괄적인 탄핵권을 최고법원에 부여할 것을 제안하였으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관하여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같은 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 핑크니(Charles Pinckney)는 대통령은 반역죄, 수뢰죄 또는 독직죄로 인하여 하원에 의해 탄핵되고 최고법원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아 파면된다는 헌법초안을 제안하였다. 6월 2일의 전원위원회에서 델라웨어주의 대표인 딕킨슨(John Dickinson)은 대통령은 각 주의회의 과반수의 의결에 따라 연방의회에 의해 파면되도록 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는 대통령에 대한 파면권을 헌법에 규정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였으나 정부고관을 탄핵하는 것은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코네티컷주 대표인 셔먼(Roger Sherman)은 입법부가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에 반대하였으며, 버지니아주 대표인 매이슨(George Mason)은 부적격의 관리를 파면하는 방법의 필요성은 인정하였지만 대통령의 임면권을 입법부에 맡기는 것은 대통령을 의회의 시녀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되며 선량한 정부의 기본원칙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였다. 버지니아주 대표 제임스 매디슨과 펜실바니아주의 제임스 윌슨(James Wilson)은 대통령의 파면에 州의 권력이 개입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리하여 딕킨슨의 제안은 델라웨어를 제외한 모든 주에 의해 부결되고 결국 위원회는 노스캐롤라이나의 대표인 제임스 윌슨의 제안에 따라 「대통령은 배임 또는 직무해태에 의해 탄핵되고 유죄의 결과 파면된다」라는 조항이 추가로 채택되었다.42)
6월 13일의 전원위원회에서 랜돌프 및 매디슨은 연방사법부의 관할권이 모든 공무원의 탄핵에 미치는 것에 찬성하였는데, 여기서 대통령은 배임 또는 직무해태에 의해 탄핵되고 유죄의 결과 파면된다는 조항과 연방사법부의 관할권은 모든 공무원에게 미친다는 조항이 결의되었다. 그러나 6월 18일의 본회의에서는 펜실바니아의 모리스(Gouverneur Morris)는 법원에 의해 대통령이 탄핵되는 것의 부당성을 지적하여 사법부의 관할권에서 공무원의 탄핵이 삭제되었다. 6월 19일 본회의에서 모리스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위험성을 역설하면서 대통령이 국회에 의해 통제된다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필요 없다고 하고, 대통령에 대한 억제는 임기를 단축함으로써 가능하며, 오히려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은 의회의 당파와 민중선동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43).
40) Roger Foster, Commentaries on the Constitution of the United States, vol.1(Boston Books, 1895), p.635.
41) 헌법제정회의에서의 논의에 관한 대표적인 문헌은 Max Farrand ed., Records of the Federal Constitution of 1787(Yale Univ.Press, 1911, rev.ed. 1937); J. Elliott, Debates in the Several States on the Adoption of the Federal Constitution(Washington, 1836) 참조.
42) Elliott, op.cit., vol.4, p. 189f.
43) ibid., p.335.
6월 20일의 본회의에서 윌슨과 메이슨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모리스는 약간 양보하여 독직이나 그 밖의 범죄에 대해서는 탄핵되어야 하지만 그 범죄의 종류는 제한적으로 열거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매디슨은 대통령의 무능력, 태만, 불신으로부터 사회를 지키기 위한 어떠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임기의 제한만으로는 충분한 보장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취임 후 공금을 착복하여 행정운영을 저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같은 임기로 재직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경우는 입법부 또는 공공단체의 경우와 아주 다르다. 하원의원의 전부 또는 다수가 그들의 직무를 수행할 능력을 상실하거나 수뢰하여 신임을 저버리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만일 한 사람 또는 여러 의원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아있는 의원들의 양식만 있다면 국회의 운영은 유지될 것이다. 한 사람에 의해 지배되는 대통령의 경우 능력의 상실과 독직은 일어나기 쉽고 그와 유사한 일들이 일어나기만 해도 공화국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것으로 된다”고 역설하였다. 매사츄세츠의 게리(Elbridge Gerry)는 탄핵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선량한 공무원은 이 제도를 두려워하지 않으나 악질적인 공무원에게는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하였다.44)
이에 대해 같은 매사츄세츠의 대표인 킹(Rufus King)은 권력분립의 입장에서 반대의사를 표명하였다. 그에 의하면 대통령은 일정한 임기동안만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뿐이며 정기적으로 선거민에 의해 그 행동을 비판받기 때문에 탄핵이라는 중간 심판에 복종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은 대통령의 독립에 대한 침해이며 헌법원리의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하였다.45)
이러한 찬반논의를 거쳐 8월 6일의 헌법제정회의에는 23개조의 헌법초안이 제안되었으며 그 중 탄핵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은 반역죄, 수뢰죄 또는 독직죄로 인하여 하원에 의해 탄핵되고 최고법원에 의해서 유죄의 판결을 받아 파면된다.」(제10조 제2항)
「탄핵사건의 판결은 공직으로부터의 파면 및 명예, 신임 또는 보수를 동반한 합중국의 직무에 취임 또는 이를 향유하는 자격을 박탈함에 그친다. 다만 유죄판결을 받은 자라 하더라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기소, 심리, 판결, 처벌이 면죄되는 것은 아니다.」(제11조 제5항)
9월 4일 본회의에 제출된 수정안에서 8월 6일의 초안에 추가 수정된 조항은 제9조 제1항에 「상원은 모든 탄핵을 심리할 권한을 가진다. 누구도 출석의원의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유죄의 판결을 받지 아니 한다」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제10조 제2항의 최고법원의 탄핵심리권은 상원으로 수정되어, 제10조 제3항에 「대통령이 탄핵사건에서 심리를 받는 경우 이외에는 부통령은 직책상 상원의장이 된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경우에는 연방대법원장이 의장으로 된다」가 새로 추가되었다.46)
9월 8일의 본회의에서는 대통령 및 합중국의 모든 공무원의 탄핵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 매이슨은 탄핵사유로 반역죄와 수뢰죄만을 규정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반역죄, 수뢰죄만으로 불충분하고 이에 失政(maladministration)을 추가할 것을 제안하였다47). 이에 대해 매디슨은 실정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넣음으로써 대통령이 끊임없이 상원의 압력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반대하였고, 모리스는 대통령이 4년마다 재선되어지기 때문에 실정은 저지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매이슨은 실정의 삽입을 철회하고 그 대신에 ‘국가에 대한 그 밖의 중대한 범죄 및 비행’을 부가할 것을 제안하여 이것이 가결되었다.
랜돌프의 제안으로 상원이 대통령의 탄핵재판소로 수정되었지만 이 수정을 삭제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고, 매디슨은 대통령이 상원에 의해 심리를 받는다는 것과 중대한 범죄가 아닌 범죄나 비행에 의해 탄핵되는 것은 부적당하다고 하고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대통령이 부당하게 독립된 지위를 위협받게 되므로, 오히려 최고법원이 탄핵재판을 행하든지 최고법원이 참가한 특별법원이 바람직하다고 하여 상원의 탄핵재판권에 반대하였다. 이에 대해 모리스는 상원만큼 신뢰받는 탄핵재판소가 없다고 하고 최고법원의 재판관은 그 수도 아주 적어 왜곡되거나 부패되기 쉽다고 하였으며, 대통령이 입법부에 의존하는 것은 입법부의 專制라는 커다란 위험이 있어 좋지 않지만 상원이 대통령에 대해 유죄의 판결을 내리는 것은 그 정도로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하여 수정안에 찬성하였다.
핑크니는 상원이 탄핵재판소로 되면 대통령이 너무나도 입법부에 의존하게 된다고 하고 만약 대통령이 의회의 법률에 반대하면 양원이 공동으로 대통령을 그 직에서 추방하려 할 것이라 하여 반대하였다. 이에 대해 셔먼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재판관으로 구성된 최고법원이 대통령을 심리한다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하여 상원에 의한 탄핵재판을 지지하였다. 그리하여 매디슨에 의해 제안된 상원에 의한 재판을 삭제해야 한다는 제안은 성립되지 않았다48). 또한 대통령뿐만 아니라 부통령 및 그 밖의 합중국의 관리에 대한 탄핵대상이 추가되었다.
44) ibid., p.340.
45) ibid., p.341.
46) ibid., p.507.
47) ibid.,, p.528.
48) ibid., p.529.
(2) 미국헌법상 탄핵조항의 채택
이상과 같은 헌법제정회의의 격론과 심의를 거쳐 헌법비준회의를 통과하여 성립한 헌법상의 탄핵제도에 관한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1조 제2항 제5절]49)
하원은 탄핵의 전권을 가진다.
49) ArticleⅠ, Section 2, [5] : The House of Representatives shall have the sole Power of Impeachment.
[제1조 제3항 제6절]50)
상원은 모든 탄핵을 심리할 전권을 가진다. 의회가 탄핵의 목적으로 개최되는 경우 의원은 선서 또는 확약을 해야 한다. 대통령을 심리하는 경우에는 연방대법원장을 의장으로 한다. 누구라도 출석의원 3분의 2의 동의 없이는 유죄의 판결을 받지 아니한다.
[제1조 제3항 제7절]51)
탄핵사건의 판결은 면직 및 명예, 신임 또는 보수를 동반한 합중국의 공무의 취임 또는 재직할 권한을 박탈하는데 그친다. 다만 유죄의 판결을 받은 자라 하더라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 기소, 심리, 판결, 처벌을 면하지는 못한다.
[제2조 제4항 제1절]52)
대통령, 부통령 및 미연방의 모든 공무원은 반역죄, 수뢰죄 기타의 중대한 범죄와 비행에 의해 탄핵되어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에는 파면된다.
[제3조 제2항 제3절]
탄핵의 경우를 제외한 모든 범죄의 심리는 배심을 두고 행한다. 심리는 그 범죄가 행해진 주에서 행한다. 다만 범죄자가 어느 주에도 속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심리는 연방의회가 법률에서 지정하는 장소에서 행한다.
50) Art.Ⅰ, Sec.3, [6]: The Senate shall have the sole Power to try all Impeachments. When sitting for that Purpose, they shall be on Oath or Affirmation. When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is tried, the Chief Justice shall preside. And no Person shall be Convicted without Concurrence of two thirds of the Members present.
51) Art.1, Sec.3, [7]: Judgment in Cases of Impeachment shall not extend further than to removal from Office, and disqualification to hold and enjoy any Office of honor, Trust or Profit under the United States: but the Party convicted shall nevertheless be liable and subject to Indictment, Trial, Judgment and Punishment, according to Law.
52) Art.Ⅱ, Sec.4 : The President, Vice President, and all civil Officers of the United States, shall be removed from Office on Impeachment for, and Conviction of, Treason, Bribery, or other high Crimes and Misdemeanors.
위와 같은 연방헌법상의 명문규정에 의한 탄핵제도는 200년 이상 지난 현재에 와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으나, 아직도 미국 탄핵제도의 구체적 내용에 관하여 헌법학자들 사이에 많은 논란과 이견이 제기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 이유는 탄핵제도에 관한 헌법규정이 불분명하고 모호한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53).
먼저 위의 헌법규정에 의해 명확한 점들을 정리해 보면, 1) 탄핵소추권은 하원이 가지며(제1조 제2항 제5절), 2) 탄핵심판권은 상원이 갖는다(제1조 제3항 제6절). 3)대통령과 부통령은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4)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반드시 연방대법원장이 주재해야 한다. 5)탄핵심판에 임하는 상원의원들은 선서를 해야 한다. 6) 탄핵심판에서 유죄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출석 상원의원의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7)상원이 탄핵결정을 통해 해당 공직자에게 가할 수 있는 처벌은 면직과 취임자격제한에 그친다.
반면에 헌법 규정이 탄핵제도의 내용에 관하여 명백하게 다루고 있지 못한 점들은 다음과 같다54). 1) 헌법은 탄핵의 대상이 되는 미연방 공무원(the officers of the United States)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다. 2)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에 관해서도 명확하지 않다. ‘중대한 범죄와 비행’(high crimes and misdemeanors)이라는 표현은 이에 해당하는 구체적 행위유형을 확정하기에 너무 애매 모호하다. 3) 탄핵의 대상으로 연방법원 판사가 포함되는지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다. 판사에 대한 탄핵이 인정된다면 그 사유는 위의 중대한 범죄 및 비행에 국한되는가 아니면 그 범위가 더 넓은것인가에 관한 의문이 있다. 왜냐하면 헌법 제3조 제1항은 연방판사가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한’(during good behavior) 판사직을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4) 동일한 공직자에 대해 탄핵소추와 형사소추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에 어느 것이 우선하는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된다.
그밖에도 헌법제정당시의 탄핵제도는 오늘날의 상황하에 처해 있는 문제들에 대해 적절하게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헌법제정당시의 논의에 관한 자료를 볼 때 제정자들이 연방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을 탄핵대상에 포함시키려 했는지 불분명하고, 헌법 수정 제5조의 적법절차조항이 탄핵절차에도 적용되는가? 탄핵결정에 불복하는 자는 법원에 사법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가? 등에 관한 문제에 대해 역사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헌법학자들은 헌법이 창조한 통치구조 및 정부 세 부처간의 상호 역학관계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나,55) 탄핵제도의 근본적 의문점에 대한 해결방안은 여전히 미국헌법학의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53) Gerhardt, op.cit, p.64.
54) ibid.,, pp.64-65.
(3) 미국 탄핵제도의 기능 및 특질
미국의 탄핵제도는 영국의 선례를 계승하여 헌법제정회의에서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연방헌법에 채택된 것이지만, 초기의 운용과정과 실태를 보면 이 제도는 헌법상 권력분립원리에 기초하여 의회에 의한 행정부와 사법부의 통제수단으로 발동된 경우보다는 오히려 정치세력간의 대립과정에서의 정치적 보복수단 내지 당파적 무기로 사용되어 왔음을 볼 수 있다.
55) 이러한 탄핵제도의 근본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접근방법으로 두 가지 입장을 볼 수 있다, 하나는 헌법 문언의 엄격한 해석과 헌법기초자들의 의도를 중시하는 형식주의자(formalist)의 접근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현시점에서의 정책적 고려를 가미하고 권력분립에 관하여 상호대립하는 가치와 이익을 비교형량하려는 기능주의자(functionalist)의 입장이다. 상세는 ibid., p.65.
미국의 탄핵제도 성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영국에서의 탄핵과정을 보더라도 그것은 본질적으로 정치적ㆍ당파적 무기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영국에서의 1788년의 헤이팅스 사건, 1806년의 노르빌경 사건 이후 탄핵이 사용되지 않고 끝났지만, 이는 정당간의 당파적 알력 때문에 예상외의 폐해를 초래하였다는 것에 대한 반성을 의미한다.
전술한 헌법제정회의의 논의 중에서도 핑크니는 파벌쟁탈의 영향하에 있는 의회는 대통령을 공직으로부터 추방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으나, 이 예견은 80년후 앤드루 존슨 대통령의 탄핵사건에서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해밀턴은 탄핵 소추가 다소간이라도 우호적 또는 적대적으로 피고인을 당파적으로 나누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였으나, 대부분의 경우 탄핵은 기성의 파벌과 결부되었고, 탄핵판결은 정당간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의해 좌우되었다.
앤드류 존슨 대통령의 탄핵은 열렬한 당파주의의 와중에서 행해졌지만, 유죄에 필요한 3분의 2이상의 동의에 단 한 표가 부족하였기 때문에 겨우 파면을 면하였다. 이 결정은 상원을 탄핵법정으로 만든 헌법제정자들의 예지의 우수성을 증명한 것이고, 정치적 이유에 기초한 탄핵에 대하여는 찬성할 수 없다는 하나의 선례가 되었다. 1868년 이후 많은 비평가들에 의하면 존슨 대통령의 무죄는 미국 대통령들의 위기를 구한 것으로 평가되었을 정도이다. 존슨 대통령의 탄핵의 실제적 이유는 그의 정치이념에 대한 급진파의 격한 증오에서 유래한 것이고, 그들은 탄핵을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대통령을 파면하는 무기로서 성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선례는 의회와의 협조를 집요하게 거부하는 대통령을 파면하기 위하여 행해졌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1804년의 사무엘 체이스(Samuel Chase) 연방대법관에 대한 탄핵사건에서는 연방주의자 체이스가 선동단속법(The Sedition Act) 위반사건의 심리에 있어서 공평한 재판에 대한 편견, 당파적 비행, 선동단속법위반의 신문편집인을 기소하기 위하여 배심원을 부당하게 강제 설득한 혐의로 탄핵 소추되었지만 상원에서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여 파면을 면하였다. 당시 공화주의자 정부는 체이스의 탄핵이 실패한 것을 감안하여 재판관을 파면하는 방법으로서 탄핵제도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였고, 제퍼슨 대통령은 탄핵제도를 ‘단순한 허수아비’(a mere scarecrow)에 불과한 것이라고 회고했을 정도이다56). 만일 체이스의 탄핵이 성공했다면 Marbury v. Madison사건(1803)을 이유로 하는 마샬(John Marshall) 대법원장의 탄핵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당시 일반적으로 유포되어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체이스 사건은 사법권독립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57).
미국의 탄핵제도는 위와 같이 그 운용과정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왜곡되거나 남용되기도 하였으나, 헌법제정자들은 탄핵을 본질적으로 헌법상의 권력분립원리에 기초한 의회의 행정권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제도화하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헌법기초자들은 17세기 국왕의 전제정치와의 투쟁에 주목하여 탄핵제도를 고안해 내었으며, 헌법제정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통령이 전제군주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그리하여 대통령의 권력남용에 대한 공포는 탄핵이 대통령의 독립성을 위협하게 된다는 탄핵제도 반대론 보다 우세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탄핵제도는 주로 대통령의 권력 남용에 대응하기 위한 절차라고 하는 매우 한정된 개념에서 탄생되었다고 할 수 있다58).
그러나 미국의 탄핵제도는 그 전개과정에서 변질되어 지금까지 대통령에 대한 소추는 3건에 불과하였고 나머지 대부분은 연방법원 판사에 대한 탄핵이었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3건의 대통령 탄핵에 있어서도 상원의 심판으로 대통령을 해임시킨 경우는 없으며, 단지 닉슨 대통령의 경우는 탄핵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 대통령 스스로 사임했을 뿐이다. 반면에 연방 법관에 대한 탄핵에 있어서는 무려 7건이 상원의 유죄판결로 파면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미국의 탄핵제도는 법관에 대한 책임추궁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 대통령이나 행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통제수단으로서는 적극적으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56) H.C. Hockett, The Constitutional History of the United State, 1766-1826, vol.1, 1939, p.314.
57) 상세는 R. Berger, op. cit., pp. 224f.
58) Sunstein, op.cit., p.3.
다. 탄핵의 대상과 범위
미국 헌법상 탄핵조항에 의하면 탄핵의 대상을 대통령과 부통령 그리고 모든 민간 공무원(all civil officers)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해석상 문제가 되는 것은 ‘민간 공무원’의 범위 에 관한 것으로, 특히 여기서 말하는 공무원에 연방의회 의원이 포함되는가, 또한 연방법원의 법관도 탄핵의 대상이 되는 공무원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우선 ‘민간’(civil) 공무원을 탄핵의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무관(military officers)에 당하는 군인은 탄핵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연방 상원의원이 탄핵의 대상이 되는가에 관하여는 1797년의 윌리엄 블론트(William Blount) 상원의원에 대한 탄핵사건에서 최초로 논의된 바 있으나, 이 사건에서 상원은 탄핵의 관할권이 없음을 확인하였다59). 이 사건으로 연방의원은 탄핵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선례가 확립되었으며, 헌법조문의 해석상으로도 의원은 탄핵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에 대하여 異論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헌법 제2조 제2항은 「대통령은 전권대사, 그 밖의 외교사절, 영사, 최고재판소의 재판관 및 이 헌법에 임명에 관하여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경우 이외에 법률로써 설치되는 모든 미국연방 관리를 지명하고, 상원의 조언과 승인을 거쳐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조 제6항 제2절은 「상원의원 및 하원의원은 임기 중 신설되거나 또는 봉급이 증액된 미연방의 어떠한 관직에 임명될 수 없다. 또한 연방의 공직에 있는 자는 그 재직중 의원으로 될 수 없다」는 규정에서 볼 때 연방의원은 공무원과 구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9) 블론트 상원의원은 테네시주 출신 의원으로 상원의원 재직중 당시 미국내에서 스페인과 교전상태에 있던 영국을 위하여 스페인으로부터의 영토를 약취할 목적으로 플로리다주에서 스페인 영토에 대하여 군사적 토벌을 행할 음모를 기도했다는 등의 이유로 탄핵되어 1797년 7월 하원에서 소추되어 1798년12월 상원에서 심리가 개시되었으며 이듬해 1월 심리가 종료되었다. 그러나 블론트 의원은 하원으로부터 소추된 다음 날 상원의원으로서의 공적 신뢰와 의무에 위반한다고 하여 제명되었다. 상세는 Berger, op. cit., pp.83f.
그러나 헌법제정과정에서의 논의를 보면 헌법제정자들은 영국의 선례를 도입하여 탄핵제도를 창설하였으며, 그들은 영국에서의 탄핵제도가 의회 의원도 당연히 포함하고 있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탄핵의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제외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윌슨과 해밀턴 같은 일부 헌법제정자는 국회의원이 탄핵에 복종해야 된다는 견해를 표명한 바 있었으며, 헌법비준회의에서도 국회의원을 탄핵에서 제외한다는 논의는 제기되지 않았다.
아무튼 블론트 사건을 계기로 의원은 탄핵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원칙이 확립되었으며, 탄핵제도의 본래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지 않은 의원을 의회 스스로 파면시킨다는 것은 영국과는 달리 엄격한 권력분립원리에 기초한 미국의 통치구조에 있어서는 의회에 의한 행정통제라는 탄핵의 기본 취지에 반한다고 하겠다.
또한 헌법상의 탄핵의 대상에 법관이 포함되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헌법제정자들은 탄핵을 주로 대통령과 그 주변의 고위관리에 대한 억제수단으로 생각하였으며, 나아가 탄핵이 부패한 재판관에 대한 파면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판단하였다60). 왜냐하면 법관은 의회와 행정부로부터 절대적으로 독립되어 있으며, 법관은 헌법 제3조 제1항에 의하여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한’(during good behavior) 그 신분이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규정은 법관이 탄핵 이외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파면되지 않는다는 법관 신분의 특별한 보장을 의미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60) Berger, op. cit., p. 122
헌법제정과정에서는 처음에는 법관의 파면에 관하여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으며 그후 연방 대법원판사의 탄핵심리 방식에 관한 논의가 있었으나 결국 탄핵대상으로 대통령, 부통령 및모든 공무원으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헌법 제3조에는 사법부의 법관탄핵규정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헌법 제2조의 탄핵규정에 법관이 포함되는가의 해석문제가 제기되었으나 헌법기초자들은 법관도 당연히 이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하였던 것이다. 즉 제3조 제1항의 ‘법관은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한 그 신분이 보장된다’는 조항에 우선하는 것은 탄핵조항이라고 하였으며, 탄핵이 법관 파면의 유일한 통로라고 인식하였다61).
61) ibid., p.147.
라. 탄핵 기준의 二元化
미국 헌법상 탄핵조항에 의하면 대통령, 부통령 및 그 밖의 모든 공무원은 하원의 탄핵소추와 상원의 재판에 의해 해임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탄핵사유로는 반역죄, 수뢰죄 및 기타의 중대한 범죄 및 비행을 명문화하고 있다.
여기서 헌법 해석상 문제가 되는 것은 탄핵의 대상으로서 대통령과 그 밖의 모든 공무원 및 법관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가에 관한 것이다. 즉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정당한 사유와 연방 법관에 대한 탄핵의 사유에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 것이 아닌지에 관한 의문이다. 이는 현실문제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62). 만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와 그 밖의 고위 공무원이나 법관에 대한 탄핵사유가 동일한 기준에 의해 적용된다면, 법관의 탄핵에 적용된 상대적으로 덜 엄격한 기준이 그대로 대통령의 탄핵사유에 적용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기준은 기타의 문관, 특히 법관에 대한 탄핵의 경우와 다르며, 법관에 대한 탄핵보다 높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지배적 견해이다63). 헌법제정자들도 탄핵 사유로서 중대한 범죄 및 비행을 획일적으로 규정하였지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경우에는 그에 대한 경의를 표하여 중죄(great offences)에만 적용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64)
헌법상의 탄핵조항을 형식적으로 이해하면 대통령이나 그 밖의 공무원 또는 법관에 대한 탄핵사유는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동일한 기준으로 이해하는 입장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문제점을 내포하게 된다. 첫째는, 역사적 관점에 기초한 문제점이다. 헌법제정자들의 특별한 관심사는 의회의 자의적 권한행사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대통령을 의회에 대한 고도의 의존성으로부터 격리시키는 방안을 모색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법관에 대해서는 그러한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65).
62) Sunstein, op.cit., p.707.
63)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대통령 이외의 공무원에 대한 탄핵의 기준이 동일한가에 관하여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입장을 볼 수 있다. 첫째는, 탄핵의 기준이 동일하다는 입장이고, 둘째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경우에는 보다 ‘높은 기준’(higher standard)이 요구된다는 입장이며, 셋째는 탄핵에 관한 헌법상의 기준은 동일하나 하원의 탄핵소추권의 행사에 재량권을 가진다는 견해이다. 상세는 Sunstein, op. cit., p.708.
64) Berger, ibid., p.124.
65) ibid., p.708.
물론 사법권의 독립은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법관의 임기를 종신제로 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헌법기초자들은 법관에 대한 의회의 광범위한 탄핵권의 정당화를 생각하였다. 즉 종신제의 법관과 4년 임기의 대통령이라는 헌법상의 구조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권한이 법관에 대한 탄핵보다 한정적인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져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던 것이다66).
둘째의 논의는,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조항으로, 법관은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한’(during good behavior) 그 신분을 보장한다는 규정(제3조 제1항)에 관한 것이다. 이 규정을 탄핵조항과의 관련하에서 이해할 때, 법관에 대한 탄핵은 ‘보다 넓은 근거’(broader grounds)에 의해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가의 논의이다. 즉 법관은 헌법상의 탄핵사유로서 규정되어 있는‘중대한 범죄 또는 비행’(high crimes and misdemeanors)뿐만 아니라 ‘직무를 성실히’(good behavior) 수행하지 않는 경우, 즉 ‘bad behavior’의 경우에도 탄핵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67). 실제 법관이 성실하게 직무수행을 하지 않은 이유만으로 해임되지 않으며, 위의 법관의 ‘good behavior’조항은 의회에 법관의 파면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그것은 단지 법관이 통상적으로 종신제(life tenure)에 의해 신분이 보장된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지배적 견해이다68). 따라서 의회는 법관이 헌법상의 탄핵사유로서 ‘중대한 범죄 및 비행’뿐만 아니라 직무태만을 이유로 그를 해임할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다69).
66) Sunstein, op. cit., p.708.
67) ibid.
68) Gerhardt, op. cit.,, p.183.
69) Sunstein, op.cit., 708.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탄핵의 실제과정을 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경우보다 법관의 탄핵에 있어서 보다 광범위한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으며, 반면에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를 진행하는 데에 있어서는 의회가 크게 주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법관에 대한 탄핵에 있어서는 대통령 탄핵의 경우와는 달리 보다 낮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종신제가 보장된 법관을 면직시킬 방법이 없다는 것과 대통령을 의회가 비교적 자유롭게 해임시키게 되면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하게 된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이다70).
그러나 이와 같은 탄핵에 적용되는 기준의 구별론에 대하여 반대의 입장을 펴는 유력한 견해도 볼 수 있다. 미국 탄핵제도의 연구자로서 저명한 게르하르트(Michael J. Gerhardt) 교수는 대통령과 법관에 적용되는 탄핵기준은 동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71). 그에 의하면 헌법상의 탄핵사유에 관한 규정은 대통령이나 연방판사를 구별하지 아니하고 획일적으로 명문화하고 있으며, 법관의 good behavior 조항이 법관의 bad behavior의 경우 면직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선거직 대통령의 임기와 구별되는 법관의 종신제 신분보장을 강조한 것이므로 법관에 대한 탄핵 기준을 달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특히 법관이 대통령보다 낮은 기준에 의해 쉽게 탄핵될 수 있다면 이는 법관에 대한 정치적 보복을 허용하게 되는 우려가 있으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72).
70) ibid., p.709.
71) Gerhardt, op.cit., pp.183-184.
72) ibid., p.184.
마. 탄핵사유에 관한 헌법해석
미국의 탄핵제도에 관한 헌법상의 논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논점이 되는 것은 탄핵사유로서의 ‘중대한 범죄 및 非行’에 관한 해석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상 탄핵의 대상이 되는 범죄로서 반역죄와 수뢰죄는 헌법에 직접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 의미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지만, 그 밖의 ‘중대한 범죄 및 비행’(high crimes and misdemeanors)의 해석에 관하여는 탄핵제도의 시행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뜨거운 논쟁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본래 탄핵사유로서의 ‘high crimes and misdemeanors’는 영국의 탄핵제도에서 기원한 것으로 미국헌법의 제정과정에서 헌법기초자들에 의해 그대로 채택된 것이다. 영국에서의 탄핵은 그 연혁에서 볼 때 탄핵의 대상이 기소 가능한 범죄에 한하지 않았으며, 그것은 제정법 또는 통상의 코먼 로 상의 범죄가 아니라 의회가 인정하는 범죄(not a statutory or ordinary common law crime but a crime by the course of Parliament)를 의미하였다73). 따라서 탄핵의 대상이 되는 범죄나 비행은 통상의 의미에서의 형사범죄가 아니라 정치범죄(political crimes)로서의 중대한 범죄 및 비행을 의미하였다74). 영국의 탄핵제도를 보면 법률에 의해서 용이하게 정의될 수 없는 정치적 성격의 범죄는 ‘high crimes and misdemeanors’라고 간주되어 왔다. 그리하여 법관들은 수뢰죄 및 중대한 직무해태에 의해 탄핵될 뿐만 아니라 비입헌적 의견에 의해 군주를 잘못되게 하거나 기본법을 어기게 하여 전제권력을 초래한 혐의에 대해서도 탄핵되어져 왔던 것이다. 즉 의회는 기소할 수 있는 모든 범죄를 탄핵함과 동시에 기소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서도 탄핵할 수 있다고 하여 의회의 탄핵권을 보다 광범위하게 인정하였던 것이다.
미국의 헌법제정과정에서도 탄핵의 대상과 사유에 관하여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결국 탄핵의 목적은 일반의 형사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이 아니라 정치적 범죄에 대한 정치적 처벌에 있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 관하여 제임스 윌슨(James Wilson) 은 “탄핵은 법학의 범주에서 일반적으로 논할 수 없다. 그것은 법의 원리와 다른 원리에 의해 지배되고 다른 목적에 의해 운용된다. 탄핵은 정치적 특성(political characters)을 가진 것으로, 그것은 정치적 범죄 및 비행에 대한 정치적 처벌에 한정되어 있다”고 주장하였다75). 헌법제정회의에서는 이렇게 탄핵의 정치적 성격을 전제로 하여 탄핵대상이 되는 행위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매이슨(George Mason)은 반역죄와 수뢰죄뿐만 아니라 헌법을 파괴하려는 시도(attempts to subvert the Constitution)가 탄핵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으며, 매디슨(James Madison)은 거기에다 국가에 대한 권한남용(abuses against the state)까지 포함된다고 하였다76). 해밀턴(A. Hamilton)과 윌슨(J. Wilson)은 “high crimes and misdemeanors”에서의 ‘high’는 곧 ‘political’을 의미는 것으로, 정치적 범죄와 정치적 비행이 탄핵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였으며, 초대 대법원장을 역임한 스토리(Joseph Story)는 대단히 정치적인 성격의 행위로 고위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반하는 권한남용으로 국가에 피해를 준 비행(misdeeds as peculiarly injure the commonwealth by abuse of high officers of trust)이 탄핵의 대상이 되는 행위라고 하였다77). 아무튼 탄핵의 대상에 관한 헌법제정회의에서의 논의의 핵심은 탄핵대상이 되는 행위는 기소 가능한 범죄(indictable offences)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국가에 대한 권력의 남용(abuses against the state)도 이에 포함된다는 것이다78).
이와 같은 헌법제정자들의 의도에 기초한 헌법해석은 실제로 탄핵의 구체적 사건에서도 거의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앤드류 존슨 대통령 탄핵사건에서는 탄핵의 대상이 되는 범죄는 형법위반, 즉 기소 가능한 범죄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주장된 바 있다. 당시 존슨 대통령 측은 탄핵이란 현행법규위반의 소추절차로서 어떠한 탄핵이라 하더라도 진정한 범죄(true crimes), 즉 기소할 수 있는 코먼 로 상의 또는 제정법상의 위반 이외에는 소추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이 사건에서 상원은 이러한 견해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 법관에 대한 탄핵사건에서는 형사소추할 수 있는 범죄만이 탄핵사유로서의 중대한 범죄 및 비행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79). 예컨대 1936년의 연방지방법원 판사 리터(Halsted Ritter)에 대한 탄핵에 있어서는 법관에게 법정을 추문과 악평으로 떨어뜨린 책임을 물어 유죄라고 결정한 바와 같이 형법위반에 이르지 않는 비행(misconduct)이라 하더라도 법원의 권위를 실추시키면 중대한 범죄 및 비행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73) Berger, op. cit., p.67.
74) Berger, op. cit., p.61.
75) James Wilson, Works, R.G. McCloskey ed., vol.1, Harvard Univ. Press, 1967, p.426; Berger, ibid., p.75에서 재인용.
76) Gerhardt, op. cit., p.104.
77) ibid., p.105.
78) ibid., p.104.
1970년 4월, 연방 대법원 판사 더글라스(William O. Douglas)에 대한 탄핵사건에서 당시 포드(Gerald ford) 하원의원은 탄핵대상이 되는 범죄나 비행을 “특정 시점에서 하원의원 과반수 이상이 탄핵대상이 되는 비행이라고 여기는 모든 행위와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이 당해 공직자를 파면할 수밖에 없을 만큼 심각한 비행이라고 판단하는 모든 행위”라고 규정한 바 있다80). 이러한 정의는 너무 자의적이고 구체적 판별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탄핵대상이 되는 비행을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역설적으로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이것은 탄핵의 동기나 결정이 정치적 이해관계(political concerns)에 의해 좌우되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81).
79) Berger, op. cit., p.56.
80) Gerhardt, op. cit., p.103.
81) ibid.
이렇게 볼 때, 미국에 있어서 탄핵의 사유가 되는 범죄와 기소 가능한 범죄는 구별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헌법학자들도 탄핵대상이 되는 행위는 기소 가능한 범죄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82). 미국 헌법상의 규정을 보더라도 탄핵에는 사면권이 적용되지 않으며(제3조 제2항 제1절), 탄핵을 배심으로부터 제외하고 있는 것(제3조 제2항 제3절)도 탄핵은 순수한 정치적 성격을 지닌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탄핵으로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파면 및 명예, 신임, 또는 보수를 동반한 합중국의 공무취임자격박탈 이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규정(제1조 제3항 제7절)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탄핵은 형사절차라기 보다는 파면절차를 의미한다. 만약 형사절차라고 한다면 상원의 심리가 아니라 최고법원에서 심리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그리고 동 조항 단서에 의해 따로 私人으로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기소, 심문, 판결, 처벌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따라서 탄핵은 어디까지나 공직자에 대한 책임추궁절차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헌법상의 탄핵조항에 있어서 중대한 범죄 및 비행은 형사범이라고 할 수 없는 범죄 및 기소의 대상의 되지 않는 범죄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존슨 대통령 탄핵사건에서도 탄핵되어야 하는 중대한 범죄 및 비행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통치원리를 파괴하거나 공공복지에 대하여 현저한 해악을 미치는 것을 말하며, 그밖에 헌법상의 선서의무 위반 또는 실정법위반은 아니더라도 부정한 동기 내지 목적을 위하여 자유재량권을 남용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주장된 바 있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은 실정법위반으로 기소 가능한 범죄에 대해서만 탄핵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소수의견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탄핵사유로서의 중죄 및 비행에 관하여는 헌법제정 이래 지금까지 견해의 대립을 보여 왔음을 알 수 있다. 하나의 입장은 보수적 견해로서 탄핵사유는 기소 가능한 범죄에 국한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실제로 형사법을 위반하지 않은 자를 파면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는 관직의 부적격자를 파면하는 방법으로서 탄핵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83)
또 하나의 입장에서는 중대한 범죄 및 비행이라는 용어는 기소 가능한 범죄를 나타내는 실정법 상의 용어가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여기서는 공직자의 지위에 있는 것이 부적당하다고 할 수 있는 정신적 또는 윤리적인 일체의 비행을 포함한다고 해석한다. 이러한 견해 역시 단순한 정치적 의견의 충돌이나 대립에 의해 탄핵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존재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이처럼 중대한 범죄 및 비행이라는 용어는 아주 탄력성이 큰 용어로서, 이에 대한 상원의 자유로운 입장은 보수적 견해를 극복해 왔지만, 정치적 이유로 인한 탄핵이 가능하다는 이 자유주의적 해석은 상원의 탄핵권 남용을 저지하는 적당한 제재의 수단을 찾는 것이 곤란하다는 지적이 있다84).
위와 같이 헌법상 탄핵의 대상이 되는 행위의 해석에 있어서 대립되는 두 가지의 견해 중 자유주의적 입장이 우세하다고 할 수 있으나, 적어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문제에 있어서는 실제로 법관에 대한 탄핵의 경우보다 엄격한 기준에 의거하여 탄핵조항을 적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탄핵제도의 기원과 역사적 전개과정을 볼 때 의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대통령직의 권한남용에 이르는 정도의 엄청난 비행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음이 원칙이라 할 수 있다.
82) ibid.
83) 그렇다고 의회 제정법 위반행위가 모두 탄핵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무단횡단이나 과속 같은 법규위반으로 대통령이 탄핵되는 것은 명백하게 부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대로 법규위반이나 범죄는 아니지만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국방을 약화시키는 정책결정을 내린 경우 등에는 탄핵사유가 될 수도 있다. Laurence Tribe, American Constitutional Law, 2nd ed. (New York: Foundation Press, 1988), p.294; Gerhardt, op. cit., p.106.
84) Hocket, op. cit., vol. 2, p.349.
바. 탄핵심판의 절차 및 효과
1) 下院의 彈劾訴追
(1) 예비절차
미국의 탄핵은 통상 대통령의 敎書ㆍ시민으로부터의 청원 혹은 하원의원의 연설에 의해, 탄핵대상자에 대한 혐의가 제기되면 하원에서 탄핵에 대한 공소를 제기함으로써 행해진다.85)
이 공소에 대한 조사를 행하고 보고하기 위하여 하원은 탄핵소추를 행할 위원회(Committee of Manager)를 구성한다. 이 위원회의 위원은 하원의원 중에서 임명되며, 동시에 그들은 法曹人일 것이 관례상 요구되고 있다.
미국의 하원은 탄핵사건에서 위원을 보좌할 변호인을 채용하지 않지만, 몇몇 주의 탄핵제도는 탄핵사건에서 변호인을 고용하기도 한다.86)
하원이 탄핵소추를 행할 위원을 임명하고, 그 위원이 상원에 대해서 탄핵사유를 조문의 형식으로 기재한 彈劾訴追狀을 송부하도록 임명되었음을 상원에 통고한다. 그리고, 상원이 이를 受理하였을 때에는 상원사무총장은 즉시 이의 통고에 따라 탄핵소추장의 송부를 수락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하원에 통보하여야 한다(上院彈劾規則 제1조).87)
85) Foster, op. cit., p. 606.
86) ibid., p. 612.
87) 상원의 탄핵규칙에 대해서는 Rules of Procedure and Practice in the Senate when sitting on Impeachment Trials. Ferguson & Mchenry, The American System of Government, 1950, p. 278f.
피고는 하원의 탄핵소추위원회에 聽聞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는바, 만약 위원회가 피고의 탄핵을 결정하면, 하원은 피고의 혐의의 공술을 포함한 보고와 함께 탄핵의 필요성에 대한 권고를 상원에 대해서 해야한다. 이는 영국의 선례로부터 배운 것으로 소추는 인민의 직접대표인 하원에 의해 행해지고, 사건의 심판은 上院에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2) 탄핵소추장(Articles of Impeachment)
탄핵소추장은 하원법사위원회에 의해서 작성되고, 본회의에서 의결된 후, 상원에 제출된다. 이 탄핵소추장에는 의장이 서명하고 서기가 확인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리고 탄핵소추장은 이를 제출한 하원에 의해서만 수정이 가능하다. 그 이유는 헌법이 탄핵권을 하원에게 주고 있기 때문이며, 만약 일개 위원이 탄핵소추장이나 그 사유를 추가할 수 있다고 한다면 탄핵권이 위원에게 주어져 있는 것과 동일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장은 엄격한 기소의 형식을 취할 필요는 없다. 탄핵소추장은 피고로 하여금 항변을 준비하게 하고 있지만, 이 항변은 즉시 그 자신을 탄핵재판에서 무죄임을 입증함에 충분한 확신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
탄핵소추장이 작성되면 탄핵위원은 상원의 법정에 출석하여 탄핵소추장을 확인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알린다. 다음으로 조항이 확인되고 상원의장은 위원에 대하여 상원에 대한 적당한 절차를 취할 것을 통고하고, 이에 관해서 하원의 정식통지가 행해진다(규칙 제2조).
탄핵소추장이 상원에 제출되었을 때, 상원은 제출한 다음날 오후부터 혹은 본회의의 결정에 따라 이보다 먼저 심의를 개시할 수 있으며, 매일 심의를 하여 결정을 내린다(규칙 제3조).
2) 上院의 彈劾審判節次
(1) 召還狀(Writ of Summons)의 發付
탄핵소추장이 제출되면 상원은 탄핵소추장에 대한 답변을 위한 출두를 하도록 당사자를 환문하는 소환장을 발부한다. 소환장에는 탄핵소추장ㆍ출두일시ㆍ장소를 기재하고, 탄핵소추장에 대한 회답을 하며, 상원의 명령과 판결을 지킬 것을 通知한다.
미국헌법 하에서는 상원이 피고를 체포 중이거나 탄핵계속 중에 피고의 직위를 停職시키는 규정은 없지만, 주의 탄핵사건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피고의 직위를 정직 시키는 규정을 두고 있기도 하다. 아칸소의 클레이튼 주지사 탄핵사건에서는 하원의원 몇 명이 지사를 구금함으로써 비로소 탄핵이 개시되기도 하였다.88)
88) Foster, op. cit., p. 612.
(2) 상원의 선서
미국헌법은 탄핵을 위하여 개회하였을 때에는 상원이 선서 또는 확약을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선서 또는 확약은 上院開會 중에는 의장이 상원의원에게 시킨다(탄핵규칙 제25조).
탄핵재판을 연방대법원장이 주재하는 경우의 선서는 연방대법원의 배석판사 중의 한 사람에게 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부대통령이 주재하는 경우에는 상원사무총장이 부대통령에게 선서를 요구하는 것이 오랜 관례로 되어있다.89)
89) ibid., p. 613.
(3) 피고의 출두 및 답변
상원의원이 선서를 한 후, 出廷日에 피고는 출석하여 탄핵소추장에 대해 회답하여야 한다. 피고 또는 대리인이 출두 할 때, 특히 스스로 출석할 경우에는 그 뜻을 기입하고, 대리인의 경우는 그 성명과 자격을 기입한다(규칙 제10조). 피고도 대리인도 변호인도 출석하지 않은 때에는 일방적으로 탄핵재판이 진행된다.90)
90) ibid., p.613. 그 외, 구체적인 사건의 예로서는, Pickering's Impeachment Trial, Annales of Congress for 1803-1804, pp. 315-367, Foster, op. cit., p.613.
탄핵에서 피고가 출두한 경우는 피고에게 탄핵소추장의 등본이 교부되고, 이에 대한 답변(pleadings)을 준비할 시간이 주어진다. 만약 피고가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을 때에는, 재판은 마치 유죄가 아니라는 항변이 있은 것으로 간주된다.91) 그러나 이로 인해 변호인에 의해 변호 받을 권리가 침해받는 것은 아니다.
소송절차상 이 답변에는 엄격한 어떤 형식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피고가 혐의에 대해 무죄임을 진술하는 답변이면 족하다. 하지만, 소송의 일방 당사자는 혐의에 대한 찬성의 사실과 이유를 말한다. 답변은 통상적으로, 탄핵소추장의 부당성에 대해서 각 조항에 대해 항변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 때 항변을 지지하는 公的記錄 등의 증거서류를 동반하여 행해지기도 한다.92)
91) ibid., p. 614.
92) Foster, op. cit., p. 615.
(4) 대통령ㆍ부통령에 대한 탄핵
대통령 또는 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에는 연방대법원장이 이를 주재한다. 연방대법원장이 주재하는 경우에는 의장이 탄핵소추장의 심의시간과 장소를 통지하여 출석을 요구한다.
대통령이 탄핵된 경우에 연방대법원장이 주재하는 이유는, 상원의장인 부대통령이 주재하는 경우에는 일종의 편견이 예상되어 이를 회피하기 위함이며, 연방대법원장관만큼이나 공정성과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이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의 지위에 동반된 엄격한 공정성이 최고의 성공보증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연방대법원장은 대통령의 재판을 주재하는 경우, 부대통령과 같이 투표권을 가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투표의 결과가 가부 同數일 경우에 캐스팅보트를 가지느냐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존슨 대통령의 탄핵재판에서 연방대법원장의 역할에 대해서 Sumner상원의원 등에 의해 논의된 바 있으나, 상원은 연방대법원장이, 상원의장이 가지는 규칙 및 헌법상의 모든 권한을 가진다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장은 이 사건에서 캐스팅보트가 인정되어졌지만 최종투표에서는 기권하였다.93)
93) ibid., p. 617 ; note 8. Johnson's Impeachment Trial, vol. 1, pp. 185-187, 276, vol.Ⅱ, p. 480, 488.
(5) 증거
모든 탄핵소추장을 지지하는 하원의 증거는 피고인의 앞에서 심리되어야만 한다. 이는 證言錄取書(depositions)가 인정되는 경우 외에는 미국에서의 일반적인 원칙이다.
증거가 제출되면 상원의장은 彈劾係屬中의 재판에 대하여 증거에 관한 문제 및 부수적인 문제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다. 이 결정은 상원의 판결로 된다. 단, 상원의원이 정식의 표결을 요구하였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경우에는 표결에 付하기 위하여 상원의 본회의에 제출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선언하여야 한다. 단, 출석의원 5분의 1 이상이 구두표결을 요구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규칙 제7조).
(6) 증언
하원에서 탄핵소추위원회의 위원은 증인에게 출두를 명하고, 탄핵소추장에 기재된 탄핵사유에 대한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일반법원과 같은 절차가 채용되고 있다. 심리에 있어서는 피고에 대한 증거가 먼저 제출되고, 하원이 이에 대하여 심리한다. 이 점에서 탄핵재판은 형사적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상원에서도 증인의 출석을 구하고, 상원의 권능, 명령, 영장에 동반하지 않는 자를 약식으로 처벌하고, 재판에 필요한 모든 명령ㆍ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증인은 증인을 신청한 당사자를 대표하는 한 사람에 의해 심문을 받으며, 다음으로 다른 당사자를 대표하는 한 사람에 의해 반대 심문을 받는다(규칙 제17조). 상원의원이 증인으로서 소환될 때에는 선서하고 자기의 의석에서 기립하여 증언한다(규칙 제18조).
(7) 변호인의 변론
출두한 당사자 쌍방의 변호인은 탄핵에 대하여 심문을 행한다(규칙 제15조). 당사자는 전사건에 관하여 변호인으로부터 심문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사실의 진술은 당사자 쌍방의 변호인 중의 한 사람이 이를 행하고, 최종변론은 쌍방으로부터 두 사람씩 나와서 행한다. 변론의 개시와 종결은 하원이 행한다(규칙 제22조).
(8) 탄핵재판
탄핵재판에서 상원의장은 상원의원 12인으로 구성되는 위원회의 위원을 임명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위원회가 결정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증언을 청취한다. 위원회의 절차는, 별도의 규정이 없으면 탄핵재판을 열 때의 상원의 절차규정에 따른다. 위원회는 경과 및 증언의 등본의 증명서 복사본을 상원에 보고한다. 이 보고는 상원이 수집하는 증거 및 증언은 모든 점에서 상원에 대해서 제출된 것으로 간주된다. 상원은 이 보고의 유효성ㆍ관련성 및 중요성을 결정할 수 있다. 상원이 증인을 환문하여 공개장소에서 그 증언을 청취하고, 또는 상원명령에 의해서 공개장소에서 심의의 전부를 행할 수 있다(규칙 제2조).
탄핵재판을 지정한 날의 오후 12시30분에는 상원의 입법적ㆍ행정적 의사를 중지하고, 상원사무총장은 상원 본회의장에서 탄핵을 행할 준비를 하고, 의장은 하원의원도 참가할 수 있다는 뜻을 하원에 통고한다(규칙 제12조).
상원이 탄핵재판을 시작하는 시간은 정오 12시로 한다. 시간이 되면 의장은 재판의 개시를 선고한다. 심리중의 상원의 휴회는 상원 그 자체의 휴회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단, 이 휴회의 경우에는 상원은 입법적 및 행정적 의사의 심의를 재개하여야 한다. 이 심리 중에 회기가 종료하더라도 심리는 종료되지 아니 한다(규칙 제13조).
예비적 또는 중간적 문제 및 신청에 대한 논의는 쌍방이 한 시간 이상 행할 수 없다. 단, 상원이 명령하여 시간을 연장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규칙 제21조). 상원이 탄핵재판을 열 때에는 공개하여야 한다. 단, 상원이 심의의 도중에 비밀회의를 명령할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규칙 제20조).
(9) 탄핵의 판결
탄핵여부에 관한 최종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탄핵소추장의 각각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구두표결을 행한다. 어떤 조항에 대하여 출석의원 3분의 2의 표결에 의하여 탄핵을 하지 않을 것을 결정하면 免訴의 판결을 행한다. 단, 출석의원 3분의 2의 표결에 의하여 유죄라고 결정한 탄핵소추장에 대해서는 상원은 판결을 선고한다(규칙 제23조).
미국 상원 또는 각주의 상원에서 탄핵에 대한 유죄의 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요한다. 이는 상원의 과반수로 탄핵이 결정되는 영국과 다른 점이다.94) 미국헌법은 어떠한 자도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동의 없이는 탄핵 시에 유죄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기하고 있다(제1조 제3항).
94) Foster, op. cit., p. 622.
보통의 재판과 달리 탄핵재판에서의 상원의원은, 법률문제와 사실문제에 대하여 심리하고 판단하는 법관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의 탄핵재판은 영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회의 폐회, 휴회 등 회기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탄핵재판 중에 회기가 종료하더라도 그 탄핵절차는 종료하지 아니한다. 그밖에 탄핵절차에는 배심을 두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데(헌법 제3조 제2항 제3절), 이는 일반의 형사사법절차와 구별되는 점이다. 이것은 탄핵재판의 경우 소수의 배심원에게 판단의 책임을 맡기는 것보다는 권위 있고 재량권을 가진 탄핵재판소의 결정에 따른다고 하는 고려에서 나온 결과라 할 수 있다.
3) 탄핵의 효과
(1) 유죄에 의한 처벌
피고가 유죄의 판결을 받았을 때, 상원은 그가 받아야 될 처벌을 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상원은 탄핵에 대하여 무제한의 처벌권을 가지며, 탄핵재판결과 유죄로 되면 그 범죄의 죄질에 의해, 사형, 추방, 벌금, 몰수, 금고 혹은 단순한 파면이나 공직취임자격의 박탈이 선고된다.95)
그러나 미국은 탄핵사건의 판결은 면직 및 명예ㆍ신임 또는 보수를 동반한 합중국의 공직에의 취임자격의 박탈이상에는 미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다만 유죄의 판결을 받은 자라하더라도 따로 법률이 정한 바에 의해 기소ㆍ심문ㆍ판결ㆍ처벌을 받을 수는 있다(헌법 제1조 제3항 제7절).
합중국의 대통령, 부통령 또는 고위 공무원이 탄핵에 의해 유죄로 된 경우에는 그는 헌법에 의해 파면되지 않으면 안되지만, 미국연방정부의 공직취임자격을 박탈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상원이 재량권을 가진다.96) 하지만, 미국의 상원이 피고로부터 각 州에서의 공직취임자격까지도 박탈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97)
95) ibid., p. 626.
96) 이러한 종류의 처벌은 아주 정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Foster, op. cit., p. 627.
97) ibid., p. 627.
(2) 대통령의 사면권과 탄핵심판
대통령의 사면권은 탄핵에는 미치지 아니한다(헌법 제2조 제2항 제1절). 이 규정은 영국에서와 같이 사면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헌법의 기초자들은 영국에서의 국왕과 하원과의 오랜 투쟁의 결과인 왕위확정법으로부터 이 규정을 채용한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겠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통상의 법원에서 유죄의 판결을 받은 피고에게는 적용되어지지만, 탄핵의 결과 파면 또는 공직취임자격을 박탈 받은 피고를 비호하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탄핵의 결과, 만약 공직취임자격이 박탈되면 장래에 회복할 길은 완전히 닫혀 버린다.
바. 結 論
미국의 탄핵제도는 헌법제정당시의 헌법기초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헌법시행 이후 지금까지 행해진 17건의 사례 중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불과 3건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주로 연방법원 판사에 대한 탄핵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는 점이 외견상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아울러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탄핵의 목적과 배경이 행정부와 사법부 공직자의 권력남용에 대한 통제라고 하는 본래의 제도적 취지에서 벗어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정치적 보복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탄핵권의 발동은 미국 통치구조를 지탱하는 근본원리로서의 권력분립에 기초한 대통령의 의회로부터의 독립과 사법권의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이다.
법관에 대한 탄핵에 있어서의 주요 논점으로는 탄핵의 기준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낮고 느슨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그 주장의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주요 논거로는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대통령은 선거 때마다 유권자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묻게 되지만, 연방 판사는 終身制에 의해 신분이 보장되어 있으므로 탄핵 이외에는 책임을 추궁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관의 신분보장에 관한 헌법조항인 제3조 제1항의 ‘good behavior’조항의 해석상 법관에 대한 탄핵사유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로서의 ‘중대한 범죄 및 비행’(high crimes and misdemeanors) 보다 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도 여러 탄핵사건에서 법관의 탄핵사유는 대통령의 경우보다 낮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볼 때 탄핵소추권자인 의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생각건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대통령의 권한남용이 명백한 경우에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발동되는 의회의 마지막 통제수단이라 할 때,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매우 신중해야 하며, 만일 탄핵이 정치적 당파심에 의해 비교적 용이하게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이는 결정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하게 되는 위험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점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의 엄격한 기준 요구는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대통령과 법관에 대한 탄핵기준이 달라야 한다는 입장에는 유력한 반대의견이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게르하르트 교수는 헌법의 문언해석상 탄핵기준의 이원화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법관에 대한 ‘낮은 기준’의 적용은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관의 신분보장과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의 중요성에 비추어 이 게르하르트 교수의 견해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이론이라 하겠다.
미국 탄핵제도에 관한 헌법논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탄핵사유로서의 ‘중대한 범죄 및 비행’에 관한 해석문제라 할 수 있다. 이 용어는 매우 불명확하고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탄핵사건이 제기될 때마다 격렬한 논쟁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배적 견해는 탄핵대상이 되는 행위라고 하는 것은 형사 소추할 수 있는 범죄(indictable offenses)뿐만 아니라 기소할 수 있는 범죄에 이르지 않는 공직자의 비행(misconduct)도 포함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즉 명백한 실정법 위반의 범죄행위가 아니더라도 공직자의 행위가 정치적ㆍ윤리적으로 크게 비난받게 되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게 되면 이러한 행위도 탄핵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탄핵절차가 본질적으로 사법절차에 의한 법적 처벌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정치적 성격의 징계절차를 의미하므로 탄핵대상이 되는 행위는 기소 가능한 범죄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탄핵사유를 이렇게 광의로 해석할 때 탄핵이 정파간의 대립구도 속에서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 점은 탄핵의 주체인 의원들의 자질과 신념 그리고 의원에 대한 국민적 여론과 비판에 의한 통제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미국 탄핵제도는 2백년 이상의 역사적 경험을 축적해 왔지만, 아직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평가받기는 어렵다. 특히 최근의 클린턴 사건에서 드러난 미국 탄핵제도의 총체적 문제점은 앞으로의 국민적 합의를 통한 제도의 보완을 요구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탄핵제도는 새롭게 근대적 입헌주의헌법을 탄생시킨 헌법제정자들의 숭고한 권력분립과 책임정치의 정신에 기초하여 지금까지도 그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결코 경시할 수 없는, 때로는 위협적이고 결정적인 권력통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 나라의 경우 탄핵제도가 도입된 지 이미 반세기가 흐른 현시점에서도 그것이 하나의 헌법상의 장식물에 불과하다고 하는 사실은 한국 입헌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라도 우리 헌법이 권력통제규범으로서의 규범력과 실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탄핵제도의 활용가능성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깊은 연구가 절실히 요청된다고 하겠다.
3. 프랑스
가. 彈劾審判制度의 導入과 發展過程
영국에서 발달된 탄핵심판제도가 프랑스에 도입된 것은 대혁명 후이다.98) 초기의 프랑스의 탄핵심판제도는 영국의 오랜 전통을 모방하여 적용하였고, 그것은 1946년 헌법, 즉 프랑스 제4공화국헌법 이전까지 대체로 계속되었다. 즉 국민에 의해 직선으로 선출된 하원이 탄핵소추권을 행사하고 상원이 탄핵심판을 담당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제4공화국헌법에 의해 추진된 상원의 약화현상과 더불어 탄핵심판권이 양원과 구별되는 고등탄핵재판소로 넘어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전통이 남아 있다. 다만 제4공화국헌법에서는 고등탄핵재판소의 구성에 있어서 하원에서 선출하되, 그 3분의 2는 하원의원 가운데서 선출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외부에서 선출하는 것으로 하였었다. 그러나 제5공화국헌법에 있어서는 과거와의 중간방식을 택하여 선출하였다. 즉 고등탄핵재판소의 구성을 정식 재판관 24명과 보조재판관 12명으로 구성하되, 그 2분의 1씩을 하원과 상원이 각각 선출하도록 하였고, 하원이 선출한 재판관은 5년의 하원의원의 임기 동안 재임하며, 상원이 선출한 재판관은 각기 3년마다 3분의 1씩 개선되도록 하였다.99)
98) 전학선, “프랑스의 대통령 탄핵심판제도”, <헌법학연구> (제6권 제4호, 2000. 12), 306면.
99) 모리스 뒤베르제 저, 김병규 역, <정치제도와 헌법> (서울: 삼영사, 1980), 321면 이하.
한편 1993년의 헌법개정(1993년 7월 27일)에 의하여 프랑스의 탄핵심판제도는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제5공화국 초기헌법이 고등탄핵재판소를 설치하여 대통령과 고위공직자(정부구성원)에 대한 탄핵심판을 통합하여 관할하였으나, 1993년 개정헌법은 대통령과 정부구성원에 대한 탄핵심판을 분리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기존의 고등탄핵재판소가 맡고, 정부구성원에 대한 탄핵심판은 헌법 제68-1조에 의해 신설된 공화국탄핵재판소가 맡도록 함으로써 탄핵심판을 2원화 한 것이다. 이렇게 헌법개정을 통해 탄핵심판을 2원화 한 이유는 대통령은 대역죄의 경우에만 탄핵의 사유가 되지만 정부구성원은 직무수행상 행한 중죄와 경죄의 경우에도 책임을 지게 되어 있어서 문제점이 야기된 것으로 본다. 즉 고등탄핵재판소의 경우 정치인인 현역의 국회의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정부구성원들의 중죄와 경죄의 책임을 묻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조직이라는 점 때문이다.100)
나. 彈劾의 對象
프랑스헌법은 탄핵심판의 대상을 대통령과 정부구성원으로 명시하고 있다. 즉 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대통령은 대역죄(haute trahison)를 제외하고는 그 직무수행 중에 행한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대통령은 양원에서 공개투표로서 그 구성원들의 절대다수에 의한 양원일치의 표결에 의하여 양원이 의결하지 아니하고는 소추될 수 없다. 이 경우 대통령은 고등탄핵재판소의 재판을 받는다”고 하여, 대통령이 탄핵심판의 대상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제68-1조 제1항은 “정부구성원은 그 직무수행 중에 행한 행위로서 그 행위시에 중죄 또는 경죄의 성격을 띄는 행위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진다”고 하였고, 제2항은 “공화국탄핵재판소가 이를 심판한다”고 규정하였으며, 제3항이 “공화국탄핵재판소는 중죄 및 경죄의 정의와 법률에 따라 적용되는 형벌의 결정에 구속된다”라고 하여 정부구성원이 탄핵심판의 대상임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예외적으로 탄핵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하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각료급 정부구성원(membres du gouvernement)의 범위에 관한 것이다. 대체로 공화국탄핵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게 되는 대상인 정부구성원에는 수상과 장관 및 정무차관이 이에 속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각부차관도 탄핵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본다.101)
100) 전학선, 전게논문, 307면 이하.
101) 모리스 뒤베르제 저 김병규 역, 전게서, 324면.
다. 彈劾의 事由
(1) 大統領에 대한 彈劾事由
프랑스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로는 헌법 제68조에서 대역죄에 국한하고 있기 때문에 대역죄를 제외한 직무수행과 관련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만 대역죄의 개념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대역죄에 해당하는가를 헌법이나 고등탄핵재판소에 관한 법률(Ordonnance N. 59-1 du 2 janvier 1959 portant loi organique sur la Haute Cour de justice, modifiée par la loi organique n. 93-1252 novembre 1993 sur la Cour de justice de la République)이 정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대역죄를 전제로 탄핵심판이 이뤄진 경우가 없기 때문에 판례를 통해 해결할 수도 없다.
프랑스에서 탄핵사유와 관련하여 대역죄의 개념이 정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탄핵의 사유로 대역죄를 규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주장과102) 대역죄에 대한 범죄 구성요건을 규정한 법률이 없으므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103)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대역죄에 대한 개념정의는 피하더라도 어떤 경우가 대역죄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할 것인가를 예시하기도 한다. 즉 여기서의 대역죄를 형법상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법원칙에 의해서는 해결되어질 수 없는 내용을 지닌 하나의 범죄로 인정하면서도, ‘헌법 제5조 c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대통령의 책무에 대한 심대한 위반행위로서 헌법의 적용을 거부하는 경우’ 또는 ‘헌법 제16조 c의 비상대권을 남용하거나 법률공포권을 거부하는 경우와 같이 명백하게 헌법을 위반한 경우’ 등 적극적으로나 소극적으로 헌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대역죄를 범한 것으로 보자는 주장도 있다.104) 또한 상원의원이었던 에티엔 다일리(Etienne Dailly)는 대통령의 대역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통령이 외국의 힘을 이용하여 프랑스 국익에 침해되는 행위를 한다든가, 헌법에 의하여 대통령에게 부여되어 있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와 헌법에 의하여 부여되지 않은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헌법상의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하더라도 위헌적으로 행사하는 경우 등이 있다고 주장한다.105) 그리고 프랑스 헌법 제89조가 헌법개정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62년 드골대통령이 헌법 제11조의 국민투표에 관한 규정에 근거하여 헌법개정을 시도한 것도 헌법위반이기 때문에 탄핵소추의 대상이 된다는 주장이 압도적이었음은 물론이다.106)
102) G. BERLIA, Le Président de la République, magistrature morale du régime, R.D.P., 1948, p.50. 전학선, 전게논문, 320면 재인용
103) DUGUIT Léon, Droit constitutionnel, 1938, p.960. 전학선, 전게논문, 320면 재인용.
104) GICQUEL Jean, Droit constitutionnel et institutions politiques, p.568.
105) JO. déb. Sénat, séance 27mai 1993, p.461. 전학선, 전게논문, 322면 재인용.
106) 전학선, 전게논문, 322면 이하 참조.
그러므로 프랑스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에 대해서는 대역죄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게 내려지지 않은 관계로 해석을 통한 해결만이 가능할 뿐이다. 그리고 그 해석은 최종적인 심판권을 가진 고등탄핵재판소가 구체적인 사례를 전제로 유권해석을 내릴 경우에만 가능한 것임은 물론이다.
(2) 政府構成員에 대한 彈劾事由
정부구성원에 대한 탄핵사유는 매우 광범위하다. 즉 정부구성원이 일반 형법전상의 모든 중죄와 경죄를 그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범하였을 경우에 제소된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구성원의 탄핵사유는 직무수행 중, 즉 행위시법에 따라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법률불소급의 원칙이 적용된다.107) 따라서 정부구성원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와 달리 일반 형법전상의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매우 광범위한 사유로 탄핵소추가 이뤄질 수 있고, 또한 특이한 것은 이들은 동일한 사안에 대해 공화국탄핵재판소 뿐만 아니라 일반법원에도 경합적으로 제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107) 모리스 뒤베르제 저, 김병규 역, <정치제도와 헌법>, 324면.
라. 彈劾의 節次와 效果
1) 彈劾訴追
(1) 大統領에 대한 彈劾訴追의 機關과 節次 및 效果
(가) 彈劾訴追機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경우 헌법 제68조가 매우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제1항은 “대통령은 대역죄를 제외하고는 그 직무수행 중에 행한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대통령은 양원에서 공개투표로서 그 구성원들의 절대다수에 의한 양원일치의 표결에 의하여 양원이 의결하지 아니하고는 소추될 수 없다. 이 경우 대통령은 고등탄핵재판소의 재판을 받는다”고 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기관은 양원임을 밝히고 있다. 물론 여기서 양원이란 표현이 합동회의를 전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원과 상원이 개별적으로 의결하되 양원이 절대다수로 일치된 의결이 있어야 한다.108)
108) 다만 대통령의 대역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일반국민은 탄핵소추는 제기할 수 없지만 일반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전학선, 전게논문, 311면.
(나) 탄핵소추절차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경우 의회만이 소추권자가 된다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와 의결정족수를 갖춰야 할 것인가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다. 고등탄핵재판소에 관한 법률도 제18조에서 탄핵소추는 양원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절차와 요건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에 관하여는 프랑스 하원규칙과 상원규칙을 통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 彈劾訴追案의 發議
먼저 탄핵소추안의 발의와 관련하여 하원규칙 제158조에 의하면 하원에서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발의는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의 하원의원의 동의를 요한다고 하였고, 상원규칙 제86조 제1항의 경우도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상원의원의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하였다. 특히 이러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데에는 고등탄핵재판소의 재판관인 국회의원도 서명할 수 있다. 그리고 탄핵소추안의 발의에는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명시해야 하며, 탄핵사유가 충족되지 못한 경우 수리되지 않을 수 있다.109)
109) 전학선, 전게논문, 312면.
㉡ 特別委員會의 審査
다음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이것은 특별위원회(commission ad hoc)에 회부된다. 탄핵소추안의 발의내용이 어느 정도로 중대한 것인가를 심사하기 위하여 마련된 특별위원회는 하원의 경우 15명의 하원의원으로 구성되고 상원의 경우 30명의 상원의원으로 구성된다. 그 위원은 정당의 의원수에 비례하여 임명되며, 상원특별위원회의 경우 복수투표방식으로 선출된다. 하원규칙 제160조는 고등탄핵재판소의 재판관인 하원의원은 특별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여 특별위원회의 심사와 고등탄핵재판소의 심판을 분리하여 그 개별성을 부각시키고 있고, 상원의 경우 이러한 규정은 없지만 상원규칙 제86조를 통해서 이러한 분리원칙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110)
㉢ 議會의 討論
양원에 특별위원회의 보고서가 상정되면 일반적인 (토론)절차에 따라 토론이 행해진다. 먼저 특별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한 심의가 이뤄지는데, 위원회 위원과 정부대표, 그리고 탄핵소추안에 대한 찬성의견과 반대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발언할 수 있다. 다만 이 토론의 경우에도 고등탄핵재판소의 재판관인 국회의원들은 토론에 참여할 수 없다.
㉣ 議會의 議決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하여 양원은 개별적으로 의결하여야 한다. 즉 양원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각각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여야 이 탄핵심판을 고등탄핵재판소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의결에서 고등탄핵재판소의 재판관인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의결정족수의 정확한 수치가 문제로 된다. 고등탄핵재판소의 재판관과 보조재판관이 참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재적의원 수에 이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면 사실상 과반수보다 높은 의결정족수를 요구하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이 규정에 대한 해석은 재판관들을 제외한 재적의원 과반수를 요구하는 것으로 본다.111)
110) AVRIL Pierre et GICQUEL Jean, Droit parlementaire, 2è éd., Montchrestien, 1996, p.252. 전학선, 전게논문, 313면 재인용.
111) 전학선, 전게논문, 313면 이하.
한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대하여 양원은 동일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하원과 상원 가운데서 탄핵소추에 대한 의결이 이뤄지면 곧바로 다른 의회에 이송되어 동일하게 표결에 회부된다. 즉 한 의회에서 의결이 이뤄지면 해당 국회의장은 그 사실을 검찰총장과 다른 국회의장에게 지체없이 통보하고 표결이 이뤄지게 하여야 한다. 만약 표결 결과가 부결되는 경우는 그 자체로 탄핵소추절차가 종료되지만, 의결이 이뤄지면 고등탄핵재판소에 제소되게 된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수정의결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다른 의회로 이송되어 수정의결안에 대한 재표결이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본다.112)
(다) 彈劾訴追議決의 效果
㉠ 豫審委員會의 審査와 權限
양원에 의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검찰총장은 그 사실을 통보받은 때로부터 24시간 이내에 고등탄핵재판소의 소장과 예심위원회 위원장에게 통보해야 하며, 예심위원회가 고등탄핵재판소에 대한 탄핵심판의 제소권자가 된다.
예심위원회는 5명의 정위원과 2명의 보조위원으로 구성되며, 매년 대법관들 가운데서 대법원 사무국에 의하여 임명된다.113) 예심위원회 위원장은 5명의 정위원 가운데서 호선으로 결정되며, 검찰총장으로부터 양원의 탄핵의결을 통보받으면 위원장은 지체없이 위원회를 소집하여야 하고, 예심위원회가 소집될 때까지 위원장은 탄핵심판제소를 위한 여러 가지 조사활동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
112) 전학선, 전게논문, 314면.
113) 고등탄핵재판소에 관한 법률 제12조.
예심위원회의 권한은 양원에서의 탄핵소추과정상 절차적인 문제점이 없는지를 조사하며, 특히 의회에 의하여 탄핵소추된 사실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대한 평가를 한 후 고등탄핵재판소에의 제소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즉 예심위원회는 그러한 사실이 탄핵사유가 되는지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고 양원에서의 탄핵소추과정상의 절차상의 하자여부를 판단함에 그친다. 다만 예심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새로운 탄핵사유가 발견된 경우 예심위원회는 고등검사장에게 이러한 사실을 통보하고 검찰총장은 양원 가운데 한 국회의장에게 이를 알리며, 이 사실을 통보받은 양원이 검찰총장의 통보를 받은 후 10일 이내에 그에 대한 새로운 탄핵결의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예심위원회의 권한은 의회가 의결한 사항에 국한될 뿐 새로이 직권으로 조사하여 탄핵심판을 제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114)
114) 전학선, 전게논문, 316면.
㉡ 大統領에 대한 彈劾訴追議決의 效果로서의 職務執行停止 與否
프랑스헌법과 고등탄핵재판소에 관한 법률에는 우리의 경우처럼 직무집행이 정지된다는 규정이 없다. 탄핵심판제도에서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 까닭이다. 특히 다른 나라와 달리 형사처벌이 수반되는 프랑스탄핵심판제도의 본질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 政府構成員에 대한 彈劾訴追의 機關과 節次 및 效果
1993년 개정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것과 달리 정부구성원에 대한 탄핵심판제도를 별도로 규정하였다. 즉 헌법 제68-1조 제1항은 “정부구성원은 그 직무수행 중에 행한 행위로서, 그 행위시에 중죄 또는 경죄의 성격을 띄는 행위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진다”115)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은 “공화국탄핵재판소가 이를 심판한다”라고 하였고, 제3항은 “공화국탄핵재판소는 중죄 및 경죄의 정의와 법률에 따라 적용되는 형벌의 결정에 구속된다”라고 하고 있다. 따라서 기타의 헌법규정과 이에 근거하여 마련된 공화국탄핵재판소에 관한 법률(Loi organique n. 93-1252 du 23 novembre 1993 sur la Cour de justice de la République) 등에 규정된 내용을 중심으로 탄핵소추의 기관과 절차 및 효과를 살펴보기로 한다.
115) 직무 수행과 관계없이, 그 직책에 임명되기 전에 행해진 범죄행위의 경우엔 일반형사법원의 관할에 속한다. 그러나 이 경우, 그 정부 구성원이 그 직에서 사임해야하는 지에 관해서는 규정이 없다. 단지 무죄추정의 원칙상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 재임할 수 있으나, 소송준비라든가 소속 행정부에 줄 수도 있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 스스로 사임하는 경우가 있다. 1992년 베르나르 타피 사건, 1994년 알랭 카리뇽 사건, 1994년 제라르 롱게 사건.
(가) 彈劾訴追機關
정부구성원에 대한 탄핵소추의 경우에 대하여는 헌법 제68-2조 제2항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정부구성원의 직무 중에 행한 행위가 중죄나 경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누구나 조사위원회(Commission des requ tes)에 제소할 수 있다”고 하여, 정부구성원에 대한 탄핵소추의 발의기관이 특정기관으로 정하여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즉 대통령의 경우 의회만이 탄핵소추를 발의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정부구성원에 대하여는 그에 의하여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누구나 탄핵소추를 조사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고, 조사위원회는 제소에 대한 심의한 다음 공화국탄핵재판소에의 탄핵소추여부를 결정한다.116)
116) 조사위원회는 공화국탄핵재판소에 부설되며, 3명의 대법관과 최고행정법원판사 2명 및 우리의 감사원에 해당하는 심계원의 위원 2명으로 구성되고 있다. 조사위원회의 구성 및 활동에 대해서는 공화국탄핵재판소에관한법률 제13조에서 17조까지 참조.
(나) 彈劾訴追節次
정부구성원에 대한 탄핵소추절차는 헌법 제68-2조 제3항에서 대강을 정하고 있다. 즉 “조사위원회는 그 절차의 종결을 명하거나 공화국탄핵재판소에 제소하기 위해 사건을 대법원 검찰총장에게 이송할 것을 명한다”라고 하여, 조사위원회의 권한과 처리방법의 대강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4항은 대법원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조사위원회의 의견을 가지고 공화국탄핵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 彈劾訴追議決의 效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부구성원에 대한 탄핵소추의결도 그들의 직무수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지적한 것처럼 형사처벌이 수반되는 프랑스탄핵심판제도의 본질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 彈劾審判
(1) 大統領에 대한 彈劾審判의 機關과 節次 및 效果
(가) 彈劾審判機關
프랑스의 탄핵심판제도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과 정부구성원에 대한 탄핵심판으로 2원화 되어 있음은 전술했다. 먼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의 경우 탄핵심판기관은 헌법 제67조 제1항에 의해 구성된 고등탄핵재판소이다. 그리고 동조 제2항은 “고등탄핵재판소는 하원과 상원에서 양원의 총선거 또는 개선 후 양원에서 선출된 동수의 의원들로 구성된다. 고등탄핵재판소는 그 구성원 중에서 소장을 선출한다”고 하였고, 제3항은 “고등탄핵재판소의 구성, 그 운영규칙 및 시행절차는 조직법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였으며, 이 제3항에 근거하여 1959년 1월 2일 고등탄핵재판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리하여 현재 고등탄핵재판소는 정식 재판관 24명과 보조재판관 12명을 국회의원 가운데서 선출하여 구성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구성원 가운데 2분의 1씩을 하원과 상원이 각각 선출하도록 하였고, 하원이 선출한 재판관은 5년의 하원의원의 임기 동안 재임하며, 상원이 선출한 재판관은 각기 3년마다 3분의 1씩 개선되도록 하였다. 또한 고등탄핵재판소는 1명의 소장과 2명의 부소장을 두게 되어 있으며, 소장과 부소장은 호선으로 선출하되 재판관들이 절반 이상 개선될 경우 가장 연장자가 재판관들을 소집하여 비밀투표로 소장과 부소장을 선출한다.117) 여기서 보조재판관은 각 의회가 선출한 정식의 재판관이 심판에 참여할 수 없게 되는 경우에 대신하여 참가하게 되며,118) 보조재판관 가운데서 추첨으로 참여자가 결정된다.
(나) 彈劾審判節次
고등탄핵재판소에서의 청구인은 검찰총장이 된다. 다만 여기서 검찰총장의 청구인으로서의 지위는 제한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의회가 발의하여 의결한 탄핵소추에 대하여 예심위원회가 절차적 적법성까지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탄핵심판절차상 불가피한 의미에서의 형식적이고 제한된 청구인의 역할만을 한다고 볼 수 있다.119)
아무튼 검찰총장의 청구에 의하여 고등탄핵재판소는 평의의 날짜를 정하고, 고등탄핵재판소의 서기는 재판관들과 보조재판관들에게 소집장을 발송하며, 대통령에게도 검찰총장의 지휘하에 출두하기 8일 전에 탄핵사유 등에 대하여 통보된다. 평의는 원칙적으로 공개되며 예외적으로 결정으로 비공개로 할 수 있다. 고등탄핵재판소는 평의를 마치면 탄핵여부에 대한 결정을 하며, 표결은 비밀투표로 하고 절대다수로 결정한다. 만약 탄핵이 결정되면 파면됨은 물론이고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가 곧바로 결정된다. 형벌부과에 대한 표결은 최고형에 해당하는 형벌에 대한 것부터 2회씩 표결하며, 투표자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점차 낮은 형벌로 내려가며 표결한다.120)
117) 전학선, 전게논문, 309면. 여기서 재판관에 대한 배분은 정당별로 의석수에 비례하여 배분된다.
118) 정식의 재판관이 탄핵심판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란 재판관 기피신청 또는 회피신청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즉 재판관이 대통령과 6촌 이내의 친척관계에 있는 경우, 예심위원회의 허가를 받아 재판관이 증인으로 참가하는 경우, 재판관이 대통령과 금전적인 대립관계에 있는 경우 등이 기피사유가 되고, 재판관이 위 사유 이외의 사유로 심판에 참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재판소에 신청한 경우에는 회피가 인정될 수 있다. 그리고 재판관의 지위는 보조재판관과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직을 갖는 것을 전제하므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경우에도 재판관은 탄핵심판에 참여할 수 없다. 전학선, 전게논문, 310면 이하.
119) 전학선, 전게논문, 317면.
120) 전학선, 전게논문, 317면 이하.
(다) 彈劾審判決定의 效果
탄핵심판제도는 원칙적으로 정치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라기보다는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이다. 특히 프랑스의 탄핵심판결정은 파면이라는 행정법적 책임추궁에 그치지 않고 형법에 의한 책임을 묻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즉 대통령의 경우 정치적 책임을 묻는 선거가 있기 때문에 탄핵심판을 통한 책임추궁이 이뤄지는 것은 예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121) 고등탄핵재판소가 형벌의 종류와 내용까지도 결정하는 재판기능을 하고 있다. 다만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68조를 해석하면서 대통령의 범죄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일반법원에 의한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으로써122)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범죄행위로 인한 논란의 확대를 막고 있으며, 단지 그 탄핵사유에 의하여 민사상의 피해를 입은 일반 국민은 일반재판절차에 따라 일반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등탄핵재판소의 탄핵심판결정에 대하여는 어떠한 이의 제기나 불복절차가 허용되지 아니한다. 또한 탄핵심판결정에 대해서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어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다시 탄핵소추가 이뤄질 수 없다.123)
121) GICQUEL Jean, Droit constitutionnel et institutions politiques, p.568.
122) c.c. 98-408 DC, 22 janvier 1999.
123) 전학선, 전게논문, 318면 이하.
(2) 政府構成員에 대한 彈劾審判의 機關과 節次 및 效果
(가) 彈劾審判機關
다음으로 정부구성원에 대한 탄핵심판의 경우 헌법 제68-1조 제2항에 근거하여 공화국탄핵재판소가 심판을 맡는다.124) 헌법 제68-2조가
124) 공화국탄핵재판소가 최초로 심판한 사건은 1999년 3월 16일 “Aids에 감염된 피”사건이었다. 이 사건에 관해서는 Bertrand Matieu, Thierry S. Renoux et André Roux, La Cour de justice de la République, que sais-je? puf. p.53 이하 참조
공화국탄핵재판소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그 제1항에 따르면 “공화국탄핵재판소는 15명의 재판관들로 구성된다. 하원과 상원이 각각 동수로 참여하고, 하원과 상원에서 양원의 총선거 또는 개선 후 양원에서 선출된 12명의 국회의원과 3명의 대법관으로 구성한다. 공화국탄핵재판소 소장은 대법관 가운데 한 사람이 맡는다”라고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나) 彈劾審判節次
공화국탄핵재판소에서의 변론 및 심판 절차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변론절차를 마친 후 공화국탄핵재판소는 제소된 자의 유죄여부에 관해 판결을 내린다. 재판관의 표결은 제소된 자마다 분리하여 각각의 소인에 따라 행해지며, 그 표결에는 절대다수의 찬성이 요구되며, 방식은 비밀표결에 의한다. 제소된 자에게 유죄선고를 하는 경우, 양형을 위해 표결이 행해진다. 그 표결은 두 차례씩 행해지며 그 형이 절대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그 동의를 얻을 때까지 차차로 낮은 형을 제시하여 표결에 붙인다.125)
125) 공화국탄핵재판소에 관한 법률 제32조
(다) 彈劾審判決定의 效果
공화국탄핵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선 대통령의 경우와는 달리 대법원(La Cour de Cassation)에의 상소가 가능하며, 이에 관해 대법원은 3개월 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 대법원이 공화국탄핵재판소의 결정을 파기한 경우에 그 사건은 파기된 결정에 관여한 재판관 이외의 자들로 구성된 공화국탄핵재판소로 환송된다.126)
126) 상기 법률 제33조, 제34조.
마. 프랑스 彈劾審判制度의 特徵과 評價
(1) 特徵
프랑스의 탄핵심판제도의 특징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대통령과 정부구성원의 탄핵심판기관과 절차를 달리하고 있는 점, 둘째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하는 고등탄핵재판소가 국회의원들로만 구성된다는 점, 셋째 의회가 탄핵소추기관이 되고 동시에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탄핵심판기관이 처리하기 때문에 법적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대법관들로 구성된 예심위원회를 두어 심의하게 하며 또한 탄핵심판의 청구인이 검찰총장이 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넷째 의회에서의 탄핵소추의결이 이뤄지더라도 심판대상자들의 경우 직무수행을 계속한다. 다섯째 탄핵결정이 이뤄지면 공직에서의 파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구체적인 형벌이 가해진다. 여섯째 대부분의 국가에서 탄핵의 대상으로 보는 법관에 대해 탄핵의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2) 評價
프랑스에서 대통령에 대한 책임추궁의 방법은 국민의 선거에 의한 책임추궁과 탄핵심판을 통한 책임추궁의 방법이 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한번도 없었던 것은 대통령이 탄핵될 정도로 심각한 혼란이 초래될 경우 대통령은 국민의 선거에 의한 책임추궁의 방법을 선호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은 국회 해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회의 탄핵소추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통해 국민의 신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한 결과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회내의 세력이 소수파로 결정되는 경우 국가적 위기를 종식시키기 위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제도는 유용한 제도가 되지 않을 수 없다.127) 따라서 프랑스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제도는 대통령의 직무수행의 합헌성을 담보하는 예방적이고도 실효성이 있는 권력통제제도임과 동시에 헌법보호제도라고 할 수 있다.
4. 독 일
가. 서 언
(1) 독일 탄핵제도 개관
독일의 탄핵제도는 기본법 제61조(연방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128), 기본법 제98조 제2항·제5항(연방 및 주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129)과 이를 구체화한 연방헌법재판소법 제12조 제4호·제9호(연방대통령과 연방·주 법관에 대한 탄핵재판권), 연방헌법재판소법 제49조-제57조(연방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절차) 및 제58조-62조(연방 및 주 법관에 대한 탄핵재판절차) 등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다.130)
127) André Hauriou et al., Droit constitutionnel et institutions politiques, (Paris; Montchrestien; 1983), p.1137, <프랑스 헌법학> (서울: 법문사, 1995), 684면 재인용.
128) 기본법 제61조 ① 연방의회나 연방참사원은 기본법 또는 기타 연방법률의 고의적 침해를 이유로 연방대통령을 연방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할 수 있다. 탄핵소추는 최소한 연방의회재적의원의 4분의 1 또는 연방참사원의 표수의 4분의 1로 발의되어야 한다. 탄핵소추의 의결은 연방의회재적의원의 3분의 2 또는 연방참사원의 표수 3분의 2의 다수를 필요로 한다. 탄핵의 소추는 소추기관의 수임자에 의하여 행해진다. ② 연방헌법재판소가 연방대통령이 기본법 또는 기타의 연방법률을 고의로 침해한 책임이 있다고 확인하면, 연방헌법재판소는 대통령직의 상실을 선언할 수 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탄핵의 소추 후 가처분으로 연방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할 수 있다.
129) 기본법 제98조 ② 연방법관이 직무상 또는 직무 외에서 기본법의 원칙이나 주의 헌법적 질서에 위반한 때에는, 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의회에 신청에 따라 3분의 2의 다수로 그 법관의 轉職이나 休職을 명할 수 있다. 그 위반이 고의인 경우에는 파면시킬 수 있다. ⑤ 주는 제2항에 준하는 규정을 둘 수 있다. 현행 주헌법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법관탄핵에 관한 결정권은 연방헌법재판소에 속한다.
130) 연방대통령에 대한 탄핵제도에 관한 문헌으로는 Geiger, Bundesverfassungsgerichtsgesetz, Komm., 1952; Herzog, in: Maunz/Dürig, Komm., Art. 61 GG; Lechner, Bundesverfassungsgerichtsgesetz, Kurzkommentar, 1954; v. Mangoldt, Das Bonner Grundgesetz, Komm., S. 1184; Maunz/Schmidt-Bleibtreu-Klein-Ulsamer, Komm., §13 BVerfGG, Rdnrn. 34ff., §49ff. BVerfGG; Scholzen, Der Begriff des Vorsatzes in Art. 61 Grundgesetz und entsprechenden landesrechtlichen Bestimmungen, diss. Würzburg 1970.
법관에 대한 탄핵제도에 관한 문헌으로는 Cl. Arndt, Der Richter im demokratischen Staat, DRiZ 1972, S. 41f.; Enzian, Verfassungsrechtliche Zwänge für die Richterwahlgesetze, DRiZ 1974, S. 118ff.; Groß, Rivhterbesoldung und GG, Recht im Amt, 1971, S. 121f.;
독일 기본법은 탄핵의 대상을 연방대통령과 법관으로 한정하고 있다. 집행부에서의 탄핵의 대상을 대통령에게만 한정하고 연방수상과 각료에 대한 탄핵권을 인정하지 않은 점131)과 일찍이 없었던 법관에 대한 탄핵을 새로이 인정한 점132)은 종전의 바이마르헌법과 다르다. 기본법은 연방대통령과 법관에 대한 탄핵을 별도의 조항에서 규정하면서 소추권자, 소추사유, 소추절차 등을 달리 규율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권은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에게,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권은 연방의회에 주고 있다. 반면 모든 탄핵의 재판권은 연방헌법재판소에 주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소추권을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에게 준 것은 무엇보다도 권력분립의 원칙 및 연방국가원칙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연방헌법재판소가 탄핵재판권을 가지는 것은 탄핵재판이 무엇보다도 헌법보장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131) 바이마르헌법 제59조는 연방대통령뿐 아니라 연방수상과 각료에 대한 탄핵을 인정하였다. 그런데 당시 헌법에 의하여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자신의 직접적인 책임과, 부서제도 및 각료에 대한 탄핵에 의하여 추궁되는 간접적인 책임이 병존하였다는 점은 일관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것이다. 현행 기본법은 수상 및 각료에 대한 탄핵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해결하였다.
132) 바이마르헌법은 법관에 대한 탄핵을 알지 못하였다. 단 헤센(제127조)이나 라인란트-팔쯔(제132조), 브레멘(제138조)과 같은 몇 주에서만 주법관을 대상으로 한 탄핵제도를 두었을 따름이다. 기본법은 특히 헤센주의 안을 받아들여 이를 연방법관으로까지 확대하고 법관에 대한 탄핵재판권을 연방헌법재판소에 독점적으로 귀속시켰다. 법관에 대한 탄핵제도의 형성에 관한 간략한 소개로 K. Stern, Staatsrecht, Bd. II-II, S. 1007f. 참조.
(2) 독일 탄핵제도의 헌법적 기능
독일 기본법에서 탄핵제도는 하나의 헌법수호장치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법관이 통치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구체적인 권한이나 위상이 상이한 만큼 그에 대한 탄핵제도도 이에 상응하여 약간의 기능적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국가원수의 직을 통상적인 임기 이전에 종료시키는 탄핵제도는 정치적 동기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위반을 사유로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형사절차에 근사한 특별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이를 재판한다는 점에서 그 기능적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탄핵제도는 민주주의국가에서 헌법기관구성원 특히 국가원수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명백히 추궁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133)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일정기간 임기가 보장되고 있는 대통령에 대하여 그 헌법 및 법률위반을 이유로 임기 이전에 파면하는 탄핵제도가 책임정치의 실현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134)
그런데 독일은 의원내각제의 정부형태를 취하면서 수상을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기 때문에 국정운영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수상이 의회에 지는 것이 당연하다.135) 그러나 대통령 역시 제한적이나마 중요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기본법과 연방법률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일정한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대통령이 임기동안에 정치적으로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최종적으로는 사법부에 의하여 실행되어야 할 법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에서는 탄핵제도를 대통령에 대하여 헌법적 책임을 따지는 제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탄핵제도를 헌법수호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다름아닌 헌법재판소가 이를 재판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탄핵제도가 형사절차 아닌 완전히 독자적인 헌법적 절차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기 때문에136) 법률위반이 동시에 형법상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거나 민법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원인이 된다면 통상의 법원에 의하여 재판절차를 받을 수도 있다. 이 때 대통령의 면책특권의 범위가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지금까지 실행된 적이 없으며 또한 그 제도적 구성상 앞으로도 운용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평가되고 있다.137)
한편 법관에 대한 탄핵은 언뜻 보기에 법관의 독립과 상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관이 헌법에 의하여 인적·물적 독립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의 기본질서에 저촉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 법관에 대한 탄핵제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일반적으로 공직에 있는 자에게 헌법에의 충성의무가 인정되고 있는 바, 이에 위반하여 헌법적대적으로(verfassungsfeindlich) 행동한 법관에 대하여 일정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법관에 대한 탄핵이다. 법관에 대한 탄핵은 형법상 또는 행정징계상의 책임보다는 법관의 헌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법관에 대한 탄핵은 헌법적대적 행위로부터 헌법을 수호하며 또한 사법권 독립의 남용 내지 법관이 향유하는 특권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133) 처음부터 4년의 임기로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는 미국의 대통령은 상속에 의하여 지위를 차지하는 유럽의 군주와는 달리, 국민이나 헌법상 다른 기관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 애당초 당연한 것이었고 또한 부서제도와 각료에 대한 탄핵의 결합형태로 나타난 속죄양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134) 바이마르헌법은 탄핵제도 이외에도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을 인정하여(바이마르헌법 제43조) 대통령에 대한 책임추궁을 더 강화하였다. 그러나 현행 기본법은 이러한 국민소환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35) 이러한 관점에서 기본법의 정치현실을 강조하다보면 사실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연방정부에 대하여 연방대통령은 단지 부서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고 보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제도를 규정한 기본법 제61조가 옛날의 입헌주의적 권력관계를 재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있을 수도 있다. 사실 바이마르헌법상의 대통령에 비하여 법적 지위가 달라진 기본법상의 대통령에 대하여 바이마르시대의 대통령탄핵제도를 수용한다는 점에 관하여 논란이 없지 않았다. 특히 Hermann v. Mangoldt는 일찍이 기본법 제58조의 부서에 의하여 정치적 책임이 없어진 대통령에게 여전히 법적인 책임은 남아있고 원래 책임을 져야 하는 연방수상이나 각료들이 법적으로 책임을지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v. Mangoldt, Das Bonner Grundgesetz, 1953, Art. 61 Anm. 2).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는 직무수행능력이 없는 대통령을 해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136) Maunz, Grundgesezt Kommentar, Art. 61, Rdnr. 10; v. Mangoldt-Klein, S. 1187; Hemmrich, Art. 61 Rdnr. 2. 그렇지만 탄핵절차에서 형사절차와 비슷한 점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형사절차에 관한 규정들이 탄핵절차에 준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체법적으로는 탄핵절차가 법적 관점에 따라 정치적 행동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Maunz/Schmidt-Bleibtreu/Klein/Ulsamer, Komm., §13 BVerfGG, Rdnr. 34)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37) Maunz, Art. 61 Rdnr. 1
나. 탄핵의 대상
기본법 제61조와 제98조는 탄핵소추대상자를 연방대통령과 연방·주법관으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연방수상이나 각료에 대한 탄핵은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는 기본법이 바이마르헌법과는 달리 연방수상이나 각료에 대하여는 정치적 책임의 추궁으로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138)
그런데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1조가 「절차의 개시와 진행은 연방대통령의 사직, 퇴임···· 등으로 영향받지 아니한다」라 하고 있기 때문에 전직대통령도 탄핵의 대상이 되느냐에 관하여 논의가 있을 수 있다. 이 규정이 기본법 제61조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합헌성을 문제삼을 수 있으나 학설은 상황에 따라서는 전직대통령에 대하여 탄핵을 소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기본법 제61조의 문언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한다.139)
한편 대통령의 유고시 또는 대통령이 임기만료 전에 궐위된 경우에 그 권한의 대행자가 되는 연방참사원 의장(기본법 제57조)이 역시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에 관하여는 견해가 갈린다. 다수설은 기본법 제61조가 제57조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 연방참사원 의장이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140)
탄핵의 대상이 되는 법관은 어디까지나 이미 사법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연방 및 주법관만을 의미한다.141) 법관에 대한 탄핵제도는 헌법적대적인 행위를 취한 법관에 대한 투쟁을 그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헌법질서에 대한 반대자로 알려진 자를 법관으로 임용할 것인가는 일반 공직근무법에 따라 규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탄핵의 대상이 되는 자가 모든 연방 및 주법관은 아님을 주의하여야 한다. 일반 공직근무법에 따라 해직되기 어려운 법관 즉 종신직 법관이거나 장기간의 임기동안 신분이 보장된 법관이 탄핵의 대상이 되는 법관이라 하겠다. 그러한 점에서 탄핵제도는 일반 공직근무법을 보충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142) 한편 연방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은 연방법관의 자격을 가지고 있지만(기본법 제94조 제1항 제1문, 연방헌법재판소법 제3조 제2항), 기본법 제98조 제2항에 의한 탄핵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143)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이 퇴직하거나 파면되는 경우는 연방헌법재판소법 제105조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연방헌법재판소 재판관은 6월 이상의 자유형에 처하는 판결이 확정되었거나, 불명예행위를 이유로 또는 중대한 의무위반으로 더 이상 직무수행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파면 당하게 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105조 제1항 제2호). 이러한 절차는 연방헌법재판소 자신이 결정으로 개시하고 또한 자체적으로 재판한다. 단 이러한 권한을 연방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게 授權할 수 있다.
138) C. Pestalozza, Verfassungsprozeßrecht, S. 57.
139) Maunz, Art. 61 Rdnr. 13.
140) v. Mangoldt-Klein, S. 1188; Wahl, Stellvertretung im Verfassungsrecht, 1971, S. 146; Pitschas, in: Der Staat 12(1973), S. 199; Hemmrich, Art. 57 Rdnr. 7 und Art. 61 Rdnr. 7. 이에 대한 반론으로는 Maunz, Art. 61, Rdnr. 14.
141) 탄핵대상을 연방법관과 주법관으로 규정한 기본법 제98조 제2항과 제5항이 효력의 측면에서 상이함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연방법관에 관한 제2항은 직접적인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입법자에 의한 구체적인 보충규정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제5항은 주법관을 규율하기 위한 입법의 제정 또는 주헌법의 개정을 주의 입법자에게 授權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와 관련하여 기본법 제98조 제5항 제2문은 이미 효력을 가지고 있는 주헌법규정에 저촉되도록 입법이 이루어져서는 아니됨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주의 입법자에게 주어진 입법재량에 의하여 주헌법의 규정이 기본법 제31조(「연방법은 주법에 우선한다」)에 따라 효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주의 입법자가 주법관에 대한 탄핵을 규율하는 입법을 형성함에 있어서 반드시 연방법관에 대한 탄핵과 동일하게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연방법관은 물론이거니와 주법관에 대한 탄핵재판권은 연방헌법재판소에 귀속한다(기본법 제98조 제5항 제3문). 이는 연방제도의 원리에 기인한다고 보겠다.
다. 탄핵의 사유
기본법은 탄핵의 사유를 연방대통령과 법관에 따라 달리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나누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42) Maunz, Art. 98 Rdnr. 19; K. Schlaich, Das Bundesverfassungsgericht, S. 154.
143) Schmidt-Bleibtreu/Klein, Art. 98 Rdnr. 2.
(1) 연방대통령
기본법 제61조 제1항과 연방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1항은 「기본법 또는 기타의 연방법률의 고의적 침해」를 이유로 대통령을 탄핵소추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정은 간결하고도 포괄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적용을 위해서는 분석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① 탄핵소추사유는 「기본법 또는 기타의 연방법률」을 위배한 경우라야 한다. 따라서 직무집행과 관련한 단순한 부도덕이나 정치적 무능력 은 탄핵소추의 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여기서 기본법에는 불문헌법인 헌법적 관행도 포함된다고 본다. 불문헌법이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의해서 승인되어 그 기속력으로 말미암아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는 경우에(연방헌법재판소법 제31조 제1항) 불문헌법을 위반하는 것은 탄핵소추의 사유가 된다. 이와 같이 불문헌법의 구속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기본법 제103조 제2항 사후처벌금지의 원칙이 여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144) 그런데 불문헌법의 존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이를 위배한 이유로 대통령이 유죄판결을 받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한편 여기서의 법률 개념은 형식적인(formelle) 것으로서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에 의한 법률, 기본법 제81조에 따라 입법긴급사태하에서 연방참사원에 의해 성립되는 법률, 방위사태하에서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의 공동의결로 성립되는 법률을 의미한다. 반면 연방정부에 의한 법규명령(Rechtsverordnung), 연방법의 법인에 의한 정관(Satzung)이나 주법(Landesrecht)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기본법 제61조 제1항은 대통령의 불순종으로부터 다름 아니라 헌법제정자와 입법자를 보호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144) 기본법 제103조 제2항은 「어떤 행위는 그것이 행해지기 이전에 그 가벌성이 법률로 규정된 경우에만 처벌될 수 있다」라고 하여 사후처벌의 금지를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이 탄핵제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탄핵절차가 형사절차와 다름을 보여주는 좋은 전거가 된다고 보기도 한다.
② 탄핵소추의 사유가 되는 헌법 및 연방법률의 위배행위가 직무집행에만 관한 것인지, 아니면 사적 영역에 해당하는 행위일 수도 있느냐가 문제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사적 영역에서 중대하게 법을 위반한 경우, 특히 범죄행위를 저지른 경우에는 국가원수로서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는 첫째 연방의회에 의하여 대통령의 불체포특권이 거부되어야 하고, 둘째 이어 진행된 형사절차에서 공직수행자격이 부정되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구류상태에 처하게 되면 기본법 제57조에 의하여 권한대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이 형사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 연방헌법재판소는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위한다는 이유로 성급한 유죄의 판결을 내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145)
대통령이 위반한 법률이 반드시 공직에 관한 특정한 의무를 규정하는 것146)만은 아니고 모든 국민을 수범자로 한 즉 일반적 효력을 가진 연방법을 포함하고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에 의하여 민법규정에 대한 위반이 사적으로가 아니라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행해진 극단적인 경우에도 탄핵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사유인 위반행위가 사소한 모든 위법행위를 포함하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확실히 중요한 위법행위만을 지칭하느냐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기본법 제62조 제2항 제1문이나 이를 구체화한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6조가 연방헌법재판소에게 헌법 및 법률위반의 고의성을 인정할 때에 대통령의 파면을 반드시 선고하여야 할 의무를 주고 있지 않다는 점과 오늘날 헌법상 승인되고 있는 비례원칙(Verhältnismäßigkeitsprinzip)147)이다.
145) Maunz, Art. 61 Rdnr 18. 이와 같은 취지로는 v. Mangoldt-Klein, S. 1188.
146) 오직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법률을 그 예로 들수 있다. 물론 해당 공직자가 자신의 특정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 특히 자신의 권한을 지속적으로 중대하게 逾越한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탄핵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기본법 제61조의 탄핵은 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본다.
147) 「참새를 대포로 쏘지 말라」는 비례원칙에 따른다면, 연방의회나 연방참사원이 사소한 일로 대통령에 탄핵절차를 개시하는 것은 그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셈이 된다.
학설은 여기서 위반행위가 중요성을 지닌(von politischem Gewicht)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어디까지나 헌법질서의 유지를 일차적인 목적으로 하는 헌법수호장치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행법에서는 이러한 비례원칙을 실현하는 것이 곤란하게 되어있다. 연방헌법재판소로 하여금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파면이라는 제재간에 나타난 불비례성을 고려해서 절차의 개시를 각하할 수 있도록 함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에 관한 규정이 연방헌법재판소법에 자세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현행법체계에서는 이러한 방법이 봉쇄되어있다.148) 그렇지만 사소한 위반행위를 사유로 하여 탄핵절차가 개시되는 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기본법 제61조 제1항 제3문이 탄핵소추의 의결을 위해서 매우 가중된 정족수를 요구하는 바, 이로 말미암아 사소한 위반행위에 대한 탄핵소추의 의결이 저지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③ 탄핵소추사유는 헌법과 법률을 「고의로」 위배한 경우이다. 따라서 단순한 과실에 의한 위배는 탄핵소추사유가 되지 아니한다.149) 여기서 고의는 미필적 고의(dolus eventualis)를 포함한다. 고의는 형법에서와 똑같이 모든 구성요건적 요소를 대상으로 하므로 이러한 인식이 불충분한 경우에는 사실의 착오(Tatsachenirrtum)로서 유죄판결을 받지 아니한다.
또한 기본법 제61조 제1항의 고의는 행위의 위법성에 대한 인식으로도 확대되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자신의 행위가 법상 허용되지 않은 것을 모르거나 또는 허용된다고 誤信하는 금지의 착오((Verbotsirrtum, 독일형법 제17조)가 문제된다. 불가피한 금지의 착오는 처벌받지 아니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주의의무(Sorgfaltspflicht)가 대통령의 일상적인 업무에 어느 범위까지 인정되어야 하느냐가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된다.150)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행사할 때 예컨대 그가 법률을 인증하거나(기본법 제82조 제1항) 또는 장관을 임명함에 있어서(기본법 제64조 제1항) 심사권을 가진다고 볼 것인데, 이를 헌법에 합치되게 행사하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주의의무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하느냐가 대통령의 헌법·법률위반의 고의성을 판단하는 데 관건이 되며 또한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직무집행의 재량범위를 결정한다고 하겠다.151)
148) 따라서 입법론으로 연방헌법재판소가 절차개시결정를 내릴 수 있고 또한 이와 관련하여 사소한 소송에 대하여는 각하결정을 할 수 있도록 연방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자는 견해가 있기도 하다.
149) 이 점이 바이마르헌법에서의 탄핵제도와 다른 점이다. 바이마르헌법 제59조 제1문은 「그릇하여(schuldhafterweise)」 헌법과 법률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탄핵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에는 고의뿐 아니라 과실도 포함된다고 해석하였다.
150) Maunz, Art. 61 Rdnr. 26.
151) 연방대통령은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기본법상으로도 연방대통령에게는 法的 審査權이 부여된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연방대통령은 법률을 인증하기 전에 그 법률이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합헌인가를 심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은 국제법상의 조약을 체결하거나 연방장관·연방법관·연방공무원·장교 및 하사관을 임명할 때, 그 체결 또는 임명에 법적인 장애가 있는가를 심사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 심사에 기초하여 인증, 조약체결 또는 임명을 거부한 것에 다툼이 있는 경우를 대비해서 기본법 제93조 제1항 제1호, 연방헌법재판소법 제13조 제5호와 제63조 이하는 기관쟁의라는 제도를 마련해 두었다. 따라서 연방의회나 연방참사원은 대통령의 권한행사와 관련하여 헌법적으로 다툼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써 탄핵절차를 자주 이용하려 들 필요는 없다. 탄핵절차는 어디까지나 순수한 헌법침해의 혐의가 있는 행위만을 대상으로 이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연방헌법재판소에게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의 개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입법론이 있음은 이미 설명한 바와 같다.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을 고의로 위반한 경우에도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인정된다고 할 것인가? 형법상의 정당화사유를 탄핵절차에 적용하는 것은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하되 아주 예외적으로 또한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탄핵절차에서 아주 예외적이나마 정당화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피해자의 承諾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사유로 된 규범침해가 私的인 지위에서 이뤄진 경우라면 일반원칙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되어 기본법 제61조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 볼 것이다. 그러나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에 대한 침해에 있어서는 그 기관의 승낙으로 정당화될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명백한 헌법위반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통령에 의한 긴급명령의 공포는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이 동의하였다 할지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 다만 기본법이 대통령과 연방정부간에 관할을 선명히 규정해 놓지 않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침해당한 기관의 승낙은 대통령의 월권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작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판단함에 있어서 형법상의 책임조각사유도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탄핵소추가 된 행위의 시점에 있어서 대통령에게 일반적인 책임능력이 없다면 어떠한 결론이 가능할까? 이 경우에는 고의의 결여로 말미암아 파면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볼 수 밖에 없다.152) 그러나 이러한 결론이 대통령의 책임능력 없는 상태의 지속으로 말미암아 야기될 수 있는 위기상태를 해결해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보다 필요한 것은 자동적으로 직위상실을 가져오는 禁治産宣告라고 할 것이다. 이 경우는 연방참사원 의장에 의한 권한대행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긴급피난과 같은 특별책임조각사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적용에 있어서 일정한 제한이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152) 현행 연방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법의 위반을 인정할 수도 없고 또한 대통령의 직으로부터 파면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동법 제56조 제1항은 단지 법의 고의적 위반의 확인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아니하다. 기본법 제61조 제2항 제1문은 아주 비슷하게 규정되어 있지만 단지 파면을 법의 고의적 위반을 확인하는 것에 의존시키고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기본법은 헌법이나 법률이 위법하지만 책임질 수 없이(rechtswidrig aber schuldlos) 위반되었음을 확인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2) 법관
법관에 대한 탄핵사유는 법관이 「직무상 또는 직무 외에서 기본법의 원칙(Grunsätze des GG)이나 주의 헌법질서(verfassungsmäßige Ordnung eines Landes)에 위반한 때」이다.
① 여기서 기본법의 원칙이나 주의 헌법적 질서 개념이 다의적인 불확정개념임은 틀림없으나 실질에 있어서는 국가질서에 자유민주적 특징을 주는 근본규정을 포함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153) 따라서 기본법의 원칙이나 주의 헌법적 질서는 기본법 제28조의 공화적·민주적 및 사회적 법치국가 원칙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② 법관이 이러한 기본법의 원칙이나 주의 헌법질서를 위반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반은 예외적인 경우의 부작위와 나아가 「공격적 행위」(aggresiv-kämpferische Haltung)라 할 수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침해를 포함한다. 그렇지만 이 개념 자체가 다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의 확정은 결국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위반의 態樣은 다소 폭넓게 인정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위반을 인정함으로써 법관에게 가해지는 제재의 내용이 반드시 파면만이 아니라 전직 또는 휴직일 수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비례성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큰 까닭에 위반의 태양을 굳이 엄격히 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위반행위가 반드시 故意에 기인할 필요는 없다. 법관에 대한 탄핵이 어디까지나 기본법에 나타난 헌법질서에 대한 충성의무에 관한 것이지 특정한 정치적 책임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반행위의 故意 有無에 관계없이 재판될 수 있다고 볼 필요가 있다.154) 고의의 유무는 제재의 종류를 결정하는 데 비로소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③ 법관이 탄핵될 수 있는 위반행위는 직무상뿐 아니라 직무 외 영역에 속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따라서 법관의 사법권의 행사와 관련된 것 이외에도 私的 영역에서의 위반도 탄핵사유가 된다. 이러한 점은 기본법 제33조 제5항에서 도출되는 공적 근무관계에 관한 원칙들과도 일치한다.
153) Maunz, Art. 98 Rdnr. 24. 이와 같이 법관에 대한 탄핵이 결국 연방 및 주에서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를 위함이라고 보는 것이 직업공무원제의 원칙에 따른 공직근무법을 규정한 기본법 제33조 제5항이나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 예컨대 BVerfGE 39, 334ff.(346ff.) 등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한다.
154) K. Stern, Staatsrecht, Bd. II-II, S. 1009.
라. 탄핵의 절차
1) 탄핵소추
(1) 연방대통령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소추권은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에게 있다. 이들의 탄핵소추권은 독자적인 것이어서 각자 기본법 제61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면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따라서 법률안과는 달리 연방참사원이 연방의회에 이송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할 수 없다. 또한 연방정부의 제출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단 연방정부의 구성원이 연방의회의 의원직을 겸하는 경우에는 탄핵소추의 발의를 제안할 수 있다.
대통령에게 탄핵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소추권 있는 기관은 탄핵사유를 안 때로부터 3개월 이내에 탄핵소추를 하여야 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0조).
연방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의 개시와 진행은 연방대통령의 사직·퇴임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1조). 탄핵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대통령의 사임을 허용하게 되면 사실상 탄핵에 의한 파면을 면탈하는 결과가 초래되어 탄핵제도를 유명무실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의 발의를 제안하는 형식이나 절차에 관하여는 기본법이나 연방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의 議事規則(Geschäftsordnung)을 참조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각 의사규칙에도 상세한 것은 규정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규정을 유추해야 하는 경우도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연방참사원에서는 연방참사원의사규칙 제26조 제1항에 준하여 각 주가 제안할 수 있으며, 형식은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연방참사원의 관행에 따르면 될 것이다. 연방의회에서도 특별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연방수상에 대한 불신임제안을 규정한 연방의회의사규칙 제97조 제1항 제2문이 참고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의원들의 서명이 필요하다고 볼 것이다. 형식에 관하여는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역시 연방의회의 관행으로 결정될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발의를 위해서는 적어도 연방의회재적의원 4분의 1 또는 연방참사원의 표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 탄핵소추의 의결을 위해서는 연방의회재적의원의 3분의 2 또는 연방참사원 표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연방헌법재판소에서 수임자로서 활동할 자를 선출하여야 한다. 물론 그 선출은 탄핵소추의 의결과 동시에 또는 그 직후에 이루어질 것이다. 이 수임자는 연방헌법재판소에서 소추자의 역할을 담당할 것인데 이에 대한 선출방법은 연방의회나 연방참사원이 자유롭게 결정할 것이다. 각자의 의원 중에서나 외부의 사람 중에서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탄핵의 소추는 이 수임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방의회나 연방참사원의 의장에 의하여 이루어진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2항).
(2) 법관
연방법관에 대한 탄핵의 소추는 연방의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서 연방의회는 기본법 제42조 제2항 제1문에 따라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여야 한다. 한편 주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권자는 기본법 제98조 제5항 제1문에 따라 주의 입법자의 입법에 따라 결정된다. 무엇보다도 주의회에 의하여 탄핵소추되리라 예상된다. 그런데 주의 입법자가 주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연방의회에 위임하는 것은 기본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하에서는 연방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절차를 중심으로 살펴본다.155)
연방법관에 대한 탄핵절차에는 기본적으로 연방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규정들이 준용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8조 제1항).156) 연방법관이 직무상 위반의 혐의를 받는다 하더라도, 연방의회는 재판절차의 확정력 있는 종결 이전에, 또는 동일한 위반을 이유로 이미 공식적인 징계절차에 繫屬中일 때에는 징계절차의 개시 전에 의결할 수 없다. 연방법관의 책임 있는 위반을 인정한 재판절차의 확정력 있는 종결로부터 6월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신청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아니한다(동조 제2항). 이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반 이후 2년이 경과하면 연방법관에 대한 연방의회의 탄핵재판의 신청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러한 신청기간이 경과한 경우에 연방의회는 탄핵소추의결을 할 수 없다. 대통령의 경우에 비하면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의 시효가 상당히 긴 편이다.
155)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8조 이하는 연방법관에 대한 탄핵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정들은 기본법 제98조 제5항 제2문에 의거하여 계속적으로 효력을 갖는 주헌법이 달리 규정하지 않는 범위에서 주법관에 대하여 주법률이 기본법 제98조 제2항에 상응하는 규율을 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62조). 기본법의 시행 이전에 이미 주헌법상의 규정이 효력을 가지고 있던 브레멘(주헌법 제138조), 헤센(주헌법 제127조), 라인란트-팔쯔(주헌법 제132조)에서나 기본법 제정 이후에 이에 따라 규정을 가지게 된 바뎀-뷔르템베르크(주헌법 제66조), 함부르크(주헌법 제63조), 니더작센(주헌법 제31조), 노르트라인-베스트파렌(주헌법 제73조),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헌법 제36조)에서도 각각 주법관에 대한 탄핵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156) 단, 제49조 제3항 제2문(소추기관의 3분의 2 이상의 의결에 대한 확증), 제50조(3개월의 탄핵소추시효기간), 제52조 제1항 제2문(연방의회 또는 연방참사원의 과반수에 의한 탄핵소추의 철회)은 준용되지 아니한다.
2) 탄핵재판
가) 탄핵재판절차
(1) 연방대통령
(가) 탄핵재판의 개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은 訴追狀(Anklageschrift)을 연방헌법재판소에 제출함으로써 개시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1항). 소추장에는 탄핵의 원인이 된 작위 또는 부작위, 증거자료, 위반된 헌법 또는 법률의 규정 등을 기재하여야 한다. 또한 소추장에는 연방의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또는 연방참사원의 표수의 3분의 2이상으로 소추의결이 행해졌다는 확증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동법 동조 제3항). 그리고 이 소추장에는 당연히 대통령의 파면결정을 요구하는 제안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157)
탄핵소추 및 심판과 관련하여 일정한 시간상의 제약이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연방의회나 연방참사원의 의결에 따라 그 의장은 소추장을 작성하여 1개월 이내에 연방헌법재판소에 제출한다(동법 동조 제2항).158) 연방헌법재판소에 소추장을 제출하지 않고 1개월의 기간이 도과한 경우에라도 소추장을 제출하면 된다는 견해가 다수설159)이나 새로이 소추의결이 필요하다고 보는 소수설160)도 있다.
또한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0조는 「소추권있는 기관이 탄핵의 기초되는 사실을 안 때로부터 3월 이내에 탄핵소추를 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사실상 탄핵소추의 시효를 규정하고 있다.161)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러한 사실을 연방의회나 연방참사원이 언제 알게 됐는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각자의 의원이 알게된 것만으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어떤 공적인 보고를 요구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말미암아 기간의 경과가 자의적으로 다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하겠다. 여하튼 대중매체의 보도를 통하여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대통령의 관여와 그의 책임을 충분히 설명하는 구체적인 정황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0조의 3개월의 기간이 개시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비록 법률상의 규정은 없지만 이와 관련하여 소추장에 이러한 문안이 들어 있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탄핵소추의 허용여부가 분명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157) 물론 연방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고의적 법 위반을 인정하더라도 파면시키지 않을 수도 있으나(연방헌법재판소법 제56조 제2항), 탄핵을 소추하는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파면을 분명히 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는 탄핵제도의 목적과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58) 의장이 직무수행이 곤란한 경우에는 부의장이 이를 대신할 것이다. 결코 소추기관의 수임자(기본법 제61조 제1항 제4문)나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다.
159) v. Mangoldt-Klein, S. 1189; Lechner, BVerfGG, 3. Aufl., 1973, §49 zu Abs. 2.
160) Maunz, Art. 61 Rdnr 45.
161) 여기서의 3개월은 연방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2항의 1개월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탄핵의 소추의 시점은 결국 소추기관의 의결 이후에 소추장을 작성하여 연방헌법재판소에 제출된 때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3개월의 기산점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실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임을 알 수 있다.
탄핵재판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연방의회나 연방참사원은 자신의 의결로 탄핵의 소추를 철회할 수 있다. 연방헌법재판소법는 이에 관하여 명문규정을 두고 있다. 「① 판결의 선고가 있을 때까지 소추기관의 의결로 그 탄핵의 소추를 철회할 수 있다. 이러한 의결은 연방의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 또는 연방참사원의 투표의 과반수를 요한다. ② 소추기관의 의장은 소추기관의 의결의 정본을 연방헌법재판소에 발송함으로써 탄핵소추를 철회할 수 있다. ③ 탄핵소추의 철회는 연방대통령이 1월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면 효력을 상실한다」(제52조). 탄핵소추의 철회를 위해서는 연방의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 또는 연방참사원 투표의 과반수를 요하고 있다. 이는 탄핵소추의결을 좌절시키는 데 필요한 연방의회 재적의원 및 연방참사원 표수의 3분의 1보다는 가중된 수치이다. 그 이유는 이미 탄핵재판절차가 개시된 이상 이 절차가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주관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 탄핵재판의 절차
탄핵사건의 재판은 연방헌법재판소 제2원에서 관장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14조 제2항).162)
162) 연방헌법재판소법 제14조 제4항에 따라 연방헌법재판소의 양원전체회의에 의하여 제1원으로 탄핵새판의 관할이 옮겨지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있을 수 있으나,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한다.
탄핵재판은 구두변론에 의하는데 이를 위하여 연방헌법재판소는 豫備調査를 명할 수 있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1항). 이는 연방헌법재판소의 재량으로 판단될 것이다. 그러나 대리인(기본법 제61조 제1항 제4문의 수임자) 또는 대통령이 예비조사를 신청한 때에는 연방헌법재판소는 예비조사를 명하여야 한다. 양 당사자의 신청은 독자적인 것으로서 나중에 한 당사자가 신청을 철회하더라도 여전히 다른 당사자의 신청은 유효하다.
예비조사의 수행은 본안심판에 관여하지 아니하는 다른 원의 재판관에게 위임되어야 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 여기서 다른 원은 결국 제1원을 지칭한다. 이처럼 다른 원의 재판관에게 예비조사의 수행을 위임하는 까닭은 다름 아니라 법치국가원리 때문이다. 즉 예비조사의 수행과 본안에 대한 판단을 함께 混和시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방헌법재판소는 구두변론에 의거하여 판결하게 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5조 제1항). 연방헌법재판소는 심리를 위해 대통령을 소환할 수 있다. 이 때 면책되지 아니한 사유로 불참하거나 또는 충분한 이유 없이 미리 퇴정하는 경우에는 缺席審理한다는 사실을 대통령에게 고지하여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리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5조 제3항-제6항). 먼저 소추기관의 심리수임자가 소추장을 낭독한다.
그 다음 연방대통령은 소추에 대하여 변론할 기회를 가진다. 이어서 증거조사를 행한다. 이 증거조사에 관하여는 연방헌법재판소법 제28조 제1항에 의하여 형사소송법의 규정(독일형사소송법 제48조 이하)이 준용된다. 끝으로 탄핵의 대리인은 논고(Antrag)를, 연방대통령은 변론을 한다. 연방대통령은 최후진술권을 갖는다.
대통령에 대한 탄해소추와 동일한 사유로 민사 또는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때, 연방헌법재판소가 그 재판이 자신의 재판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경우에는 다른 법원에 계속된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33조 제1항). 이 때 재판절차의 정지기간 및 재판의 재개시기에 관하여는 규정이 없으나 그 구체적인 결정은 재판부의 재량에 속한다고 볼 것이다.
한편 「연방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 후 가처분으로써 연방대통령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킬 수 있다」(독일기본법 제61조 제2항,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3조). 이와 같이 탄핵소추의 의결이나 탄핵재판의 청구와 함께 대통령의 직무집행이 자동적으로 정지되는 것이 아니라 연방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의 사유를 참작해서 자신의 재량으로 직무집행의 정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연방헌법재판소의 중립성과 공정성만 담보된다면, 이처럼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서 직무집행의 정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국정의 안정과 공적 직무의 권위를 동시에 보호하는 길이라 하겠다.
이 가처분은 소추기관의 신청에 의하지 않고 연방헌법재판소의 직권으로 결정된다. 비록 소추기관에서 가처분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어떠한 구속력을 갖지 않는 단순한 주의환기일 따름이다.
연방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권한정지에 대한 가처분을 결정함에 있어서 어떠한 기준에 따를 것인가는 자신의 재량으로 판단할 사항이다. 그러나 탄핵절차의 결과에 대한 예상이 이러한 판단에 일정한 영향을 주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하겠다. 즉 나중에 책임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하는 것과 후에 파면되기에 이르는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하지 않는 것 중 어느 것이 국가전체에 해가 덜 되는가의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고 하겠다.
대통령의 권한정지에 대한 가처분은 구두변론이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판결 또는 결정으로 발해진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2항). 판결이 선고되거나 결정이 대통령에게 송달된 즉시 가처분은 효력을 갖게 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30조 제3항).
이 가처분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은 연방참사원 의장이 대행하게 된다(기본법 제57조). 나중에 가처분의 집행이 정지되거나 본안판결에 의하여 해직판결이 선고되지 않게 되면 대통령의 권한은 다시 회복하게 된다.
가처분의 시간적 효력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선고 때까지 미친다. 연방헌법재판소의 본안판결에 의하여 대통령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별도로 본안판결에서 가처분의 효력상실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일단 결정된 가처분을 상황의 필요에 따라 연방헌법재판소는 그 집행을 정지시킬 수 있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32조 제4항 제2문).
이 가처분은 연방헌법재판소법 제32조에 따른 가처분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무엇보다도 제53조의 가처분은 탄핵소추 후 즉 연방의회나 연방참사원의 탄핵소추의결이 이루어지고 연방헌법재판소에 소추장이 제출된 다음에야 결정된다. 그리고 이 가처분은 반드시 탄핵재판관할권을 가진 원(Senat)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자동적으로 정해진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두변론이 없이 발해졌을 때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 가처분과는 다르다.163)
163) 연방헌법재판소법 제32조에 따르면, 가처분은 원이 결정을 할 수 없으면 긴급한 경우에 3인 이상의 재판관의 출석과 출석재판관 전원의 일치의 결정으로 행할 수 있으며(제6항), 가처분의 시간적 효력은 원칙적으로 6월의 경과로 효력을 상실하고(제5항), 가처분의 결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제3항).
(다) 탄핵재판의 판결
탄핵재판에 대한 판결은 다른 경우에서와 같이 심리의 내용과 증거조사의 결과에서 얻어진 자유심증에 따라 評議를 거쳐 이뤄진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30조 제1항). 따라서 대통령이 구두변론에서 표명하지 아니한 사실에 근거해서 판결을 내릴 수 없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103조 제1항 참조).
고의적인 법의 위반이나 대통령직에서의 해직에 대한 판결은 모두 원의 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이뤄진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15조 제3항). 현재 원이 8인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위의 판결을 위해서는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설사 재판에 참여하는 재판관의 수가 8인이 되지 못한 경우에도 최소한 6인의 찬성을 요한다.164) 이는 법위반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직을 파면시키지 않는 판결을 내리는 경우에도 동일하다. 그런데 재판관의 찬반의 결과가 가부동수인 경우에는 기본법이나 그 밖의 연방법에 대한 위반으로 확정되지 아니하므로(연방헌법재판소법 제15조 제3항 제3문) 이 경우에 탄핵판결을 내리지 못한다.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6조는 기본법 제61조 제2항을 구체화하는 규정으로서 연방헌법재판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에서 어떠한 판결을 내려야 할지를 밝히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 근거규정인 기본법 제61조 제2항과 사뭇 다른 점이 있어서 이에 관하여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165)
164) 연방헌법재판소의 각 원은 최소한 6인 이상의 재판관이 출석함으로 결정능력을 갖는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15조 제2항 제1문).
165) 기본법 제61조: ② 연방헌법재판소가 연방대통령이 기본법 또는 기타의 연방법률을 고의로 침해한 책임이 있다고 확인하면, 연방헌법재판소는 대통령직의 상실을 선고할 수 있다. 연방헌법재판소는 탄핵의 소추 후 가처분으로 연방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6조: ① 연방헌법재판소는 판결에서 연방대통령이 기본법의 고의적 위반 또는 특정한 연방법률의 고의적 위반에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② 유죄판결의 경우에 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대통령의 해직을 선고할 수 있다. 판결의 선고에 의해 해직된다.
기본법 제61조 제2항 제1문은 연방대통령이 기본법 또는 기타의 연방법률을 고의로 침해한 책임이 있다고 확인하면 연방헌법재판소는 대통령직의 상실을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는 고의적인 위반의 확인은 판결이유(Entscheidungsgründen)로서 이루어지고 판결주문(Urteilstenor)은 공직에서의 파면 문제에 국한하면 충분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에 반하여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6조는 두 가지의 문제가 모두 판결주문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먼저 고의적인 법위반 여부를 다루어야 한다. 따라서 위반이 이뤄진 법규정을 主文에 적시하여야 한다. 만약 不文의 법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할지라도 가능한 한 이를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법위반의 객관적인 사실 뿐 아니라 고의의 존재를 밝혀야 할 것이다. 만약 연방헌법재판소가 법위반을 인정하였더라도 고의를 부정하게 된다면 결국 「무죄판결」에 해당하는 판결을 할 수 밖에 없다. 그 다음으로 연방헌법재판소는 대통령직에서의 해직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기본법 제61조 제2항 제1문과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6조 제2항 제1문의 문언에서 알 수 있듯이 어디까지나 가능규정(Kann-Bestimmungen)이지 의무규정이 아니다. 따라서 고의적인 법위반을 확인하였다고 해서 반드시 대통령직의 해직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이러한 법규정에 따라 또한 비례성과 책임에 상응한 처벌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는 헌법에 따라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연방대통령이 탄핵을 받은 법위반으로 말미암아 사실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만 기본법 제61조에 따라 해직을 당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단의 근거가 되는 수행불가능성(Untragbarkeit)은 어떤 의미에서는 기본법 제61조 제2항 제1문의 불문의 구성요건표지(ungeschriebenes Tatbestandsmerkmal)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연방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기본법 또는 기타 연방법률의 고의적 위배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유죄판결 또는 무죄판결을 내리게 되는데, 유죄판결을 내리는 경우에 「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대통령의 해직을 선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유죄판단과 함께 반드시 파면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는 유죄판단을 내리면서도 파면결정을 하지 않고 대통령으로 하여금 정치적·도의적 책임에 스스로 대처하도록 만드는 경우도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탄핵사유의 유무 판정과 파면결정을 분리하여 이를 탄력성 있게 운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편 연방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에 대하여 부적법하다고 보거나 이유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 어떠한 판결을 내려야 할 것인가가 기본법이나 연방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일반적인 형사절차를 준용한다면, 각하판결을 하거나 무죄판결을 하여야 할 것이다.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6조 제1항에서 「여부(ob)」라고 하는 것은 연방헌법재판소가 연방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사유로 제시된 법위반을 대통령이 범하지 아니하였음을 선고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그 뿐 아니라 탄핵소추를 각하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니할 수 없다.
(2) 법관
법관에 대한 탄핵재판의 개시 및 절차에 대하여도 대통령에 관한 규정들이 준용된다. 단 대통령의 경우와는 달리 연방헌법재판소에의 신청은 연방의회의 수임자에 의하여 대리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8조 제4항).
연방헌법재판소에 탄핵절차가 계속중인 한, 同一事案을 이유로 징계법원에 계속중인 절차는 중지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60조 제1문). 연방헌법재판소가 파면, 또는 전직이나 휴직명령을 선고하면 징계절차는 정지한다. 그러하지 않는 경우에는 속행된다.
연방헌법재판소는 탄핵재판을 심리한 이후에 기본법 제98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는 조치 즉 전직, 휴직 또는 파면 중에 하나를 선고하거나 또는 무죄를 선고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9조 제1항). 법관이 기본법의 원칙이나 주의 헌법질서를 위반한 책임이 인정되면 제98조 제2항에 규정된 조치에 따른 제재를 선고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파면선고를 받으려면 나아가 위반사실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어야 한다. 법관에 대하여 전직, 휴직 또는 파면을 선고할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 제2원 구성원의 3분의 2이상 즉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기본법 제98조 제2항, 연방헌법재판소법 제15조 제3항). 한편 법관에 대하여 위반행위가 입증되지 못한 때에는 연방헌법재판소는 무죄판결로써 탄핵절차를 종결하여야 할 것이다. 여하튼 연방헌법재판소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법관의 위반행위가 입증될 수 있는 경우에 기본법 제98조 제2항이 규정한 세 가지 중에 하나를 반드시 「선고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고 「선고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166) 따라서 연방헌법재판소는 판결을 내림에 있어서 세 가지 제재 중에 하나를 판단해야 할 때뿐 아니라 또한 이러한 제재를 정당화할 정도로 법관의 위반행위가 중대한가를 판단할 때에도 비례성의 원칙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연방헌법재판소가 파면을 선고하면 판결의 선고와 동시에 해직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9조 제2항). 반면 연방헌법재판소가 전직 또는 휴직을 선고하면 임면권 있는 기관은 이를 집행하여야 한다(동조 제3항). 그런데 이러한 규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전직 또는 휴직선고와 함께 당장 법관의 신분이나 지위에 변화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방헌법재판소는 판결에서 전직이나 휴직을 직접 선고하지 않고 전직이나 휴직을 시킬 것을 지시하는(anordnen) 것으로 그칠 수 있다고 본다.167) 그러나 파면의 경우에는 파면선고와 동시에 해직되기 때문에 그러하지 않는다고 본다.168)
연방헌법재판소는 이유를 기재한 판결의 정본을 연방대통령, 연방의회, 그리고 연방참사원에게 발송하여야 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9조 제4항).
166) Manuz, Art. 98 Rdnr. 33.
167) Maunz, Art. 98 Rdnr. 32.
168) 반대: Maunz, Art. 98 Rdnr. 32.
나) 탄핵판결의 효력
탄핵재판판결의 효력은 명문의 규정이 없으나 탄핵판결에 관하여 별도의 이의절차가 있을 수 없으므로 판결선고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단심으로 이루어지는 탄핵재판은 판결선고일이 바로 판결확정일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하여 대통령직에 대한 해직판결이 내려지면 판결의 선고와 함께 해직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6조 제2항 제2문). 이와 동일하게 법관에 대한 파면선고가 내려지면 그와 동시에 법관은 해직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9조 제2항). 한편 법관에 대하여 전직 또는 휴직이 선고되면 법관의 임면권 있는 기관은 이를 집행하여야 한다(동조 제3항). 연방법관의 임면권자가 연방대통령이기 때문에 이를 선고한 판결의 정본이 대통령에게 발송된다.
대통령과 법관에 대한 탄핵이 이유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대통령과 법관에게 변호비용을 포함한 필요한 비용을 보상해야 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34조의 a 제1항).
한편 대통령의 경우와는 달리 법관에 대한 탄핵재판에 대하여는 再審節次가 마련되어있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61조). 이 재심은 오직 유죄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서만 신청될 수 있다. 신청권자는 본인이거나 그의 사후에는 배우자 또는 형사소송법 제359조와 제364조의 요건하의 혈족이다. 재심의 신청에는 재심의 법률적 근거 및 증거자료가 명기되어야 한다. 이 신청으로 말미암아 기존의 판결의 효력은 방해받지 아니한다.
이 신청의 허가에 관하여 연방헌법재판소는 구두변론 없이 결정한다. 재심신청이 인용된 이후 진행된 새로운 본안심리에서는 종전의 판결을 유지하거나 감경처분 또는 무죄를 선고할 수 있다.
5. 일 본
가. 헌법상의 탄핵재판제도
(1) 탄핵재판소에 관한 헌법규정
일본 헌법은 탄핵의 대상으로서 裁判官만을 인정하고 있는 바, 이는 제 외국의 탄핵제도와 비교해 볼 때 일본의 탄핵제도의 큰 특색이기도 하다. 일본의 탄핵제도에 관한 헌법상의 규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본 헌법은 사법권의 독립(제76조3항)의 일환으로서 재판관의 신분을 보장하지만(제78조),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공무원에 대한 選定ㆍ罷免權(제15조1항)에 따라 국회에 탄핵재판소를 설치할 권한(제64조)을 인정하고 있다.169) 그리고, 이 재판소에 의해 중대한 잘못이 있는 재판관을 파면시킴으로써 재판의 공정과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일본의 탄핵제도에 관한 헌법 제64조와 제78조의 규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169) 일본 헌법의 제정에 깊이 관여한 미점령군(GHQ)의 민정국은 당초, 미국 헌법상의 탄핵조항을 인용하여 모든 공무원에 대한 탄핵제도를 試案하지만, 공무원에 대한 고발이 있을 때마다, 국회가 탄핵재판소를 설치하여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 재판관만을 대상으로 한 탄핵제도에 이르게 된다. 일본의 탄핵제도의 제정사에 대해서는, 佐佐木高雄『裁判官彈劾制度論』(日本評論社, 1988), 92頁 이하를 참조하기 바란다.
[헌법 제64조 : 탄핵재판소]
①국회는 파면의 소추를 받은 재판관을 재판하기 위하여, 兩院의 의원으로 조직하는 탄핵재판소를 설치한다.
②탄핵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헌법 제78조 : 재판관의 신분보장]
재판관은 재판에 있어 심신의 어려움으로 직무집행이 곤란하다고 결정된 경우를 제외하 고, 공적인 탄핵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 재판관의 징계처분은 행정기관이 행할 수 없다.
즉, 헌법은 파면의 소추를 받은 재판관을 재판하기 위하여 국회에 탄핵재판소를 설치할 수 있다는 것과, 탄핵재판소는 兩院의 議員으로 조직될 것을 정하고 있다. 그 외, 탄핵사유ㆍ소추기관ㆍ소추절차 등에 대해서는 법률의 규정에 위임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의 위임에 의해 탄핵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國會法 및 裁判官彈劾法에서 정하고 있다.
한편, 일본 헌법은 특별재판소의 설치를 금지하고 있지만(제76조2항, 전단), 이 탄핵재판소는 헌법자체가 인정한 예외에 해당한다. 따라서, 탄핵재판소는 그 자체로서 독자의 機關이며, 국회의 폐회 중에도 활동능력을 가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170)
170) 佐藤幸治, 憲法(第3版), 靑林書院, 1995, 178頁.
(2) 구체적인 탄핵절차 등에 관한 법률유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탄핵의 사유로서 일본 헌법은 제78조 및 64조의 2개 조문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단지, 첫째, 心身의 故障 이외에 재판관을 파면하기 위해서는 ‘공적인 탄핵’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 이를 위하여 국회가 탄핵재판소를 설치한다는 것, 셋째, 탄핵재판소는 兩院으로 조직한다는, 3가지 점을 정하고 있음에 불과하다.
탄핵심판의 절차 등 구체적인 세부심판절차는 국회법과 裁判官彈劾法에 위임하고 있다.
즉, 국회법(제125조에서 제129조)이 탄핵제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 또한 주로 탄핵재판소의 구성에 관한 원칙을 정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구체적인 내용은 또 다른 법률, 즉 ‘裁判官彈劾法’에 위임하고 있다.
일본의 탄핵제도는 이와 같은 복잡한 구조로 인하여 약간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각 기관의 명칭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법에서는 헌법상의 용어를 사용하여 ‘彈劾裁判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裁判官彈劾法에서는, 다른 탄핵제도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생각되어 지지만, 재판의 내용을 명확히 밝힌 ‘裁判官彈劾裁判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171)
171) 1950년의 제1차 동법개정까지는, 재판관탄핵법도 국회법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이 제도는 대체적으로 형사재판절차를 모델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형사절차상의 起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파면의 소추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그리고, 소추를 행하는 機關의 명칭 또한 일관성이 없다. 國會法에서는 ‘訴追委員會’를 사용하고 있고, 裁判官彈劾法에서는 ‘裁判官訴追委員會’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같은 기관에 대한 법률상의 용어가 혼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고에서는 간단히 ‘탄핵재판소’와 ‘소추위원회’의 명칭을 사용한다.
(3) 訴追委員會와 彈劾裁判所의 구성
헌법 제64조 제2항에 의해 國會法 및 裁判官彈劾法이 탄핵재판의 구성과 심판절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바, 이하 이 소추위원회와 탄핵재판소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가) 訴追委員會의 구성
소추위원회는 소추위원에 의해서 구성된다. 소추위원의 수에 대해서 국회법(이하, ‘국법’이라 함)은 단지 各院이 동수일 것을 정하고 있음에 불과하다(국회법 제126조1항). 그러나 재판관탄핵법은 소추위원회는 衆議院議員ㆍ參議院議員 각각 10인으로 구성하고, 예비원을 각각 5인씩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5조1항). 그리고, 소추위원 및 예비원은 각 院에서의 선거에 의하며(동법 제5조 제2항, 제4항), 임기는 중의원의원 혹은 참의원의원의 임기와 같다(동법 제5조 제6항)고 하고 있다.
소추위원회의 위원장은 소추위원의 호선에 의한다. 소추위원회는 위원장의 소집에 의해 소집되며, 5인 이상의 소추위원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위원장은 소추위원회를 소집하여야 한다.
(나) 彈劾裁判所의 구성
탄핵재판소는 裁判員으로 구성된다. 司法裁判所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함이겠지만, ‘재판관’을 일반명사로서가 아닌 官職名으로 취급하고 탄핵재판소에서는 ‘재판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재판원의 인원은 중의원의원ㆍ참의원의원 각 7인씩, 계14인으로 정해져 있다. 예비원은 각각 4인으로 구성된다. 재판원ㆍ예비원의 임기는 중의원의원 또는 참의원의원의 임기와 같다. 재판원ㆍ예비원은 각 院에서 선출되는 것은 소추위원회의 경우와 같다(국회법 제125조1항). 재판장은 재판원의 호선에 의한다고 법이 정하고 있지만(국회법 제125조2항), 각 院의 의원이 1년씩 교대로 근무하는 관행이 성립되어 있다.172)
172) 佐佐木高雄, 前揭書, 148頁.
탄핵재판소의 재판원은 동시에 소추위원이 될 수 없다(국회법 제127조).
이처럼 탄핵재판소의 구성원과 소추위원회의 구성원을 兩院의 의원으로 조직하는 것은, 탄핵의 소추와 탄핵의 재판을 하원과 상원으로 분담하여 실시하고 있는 미국의 탄핵제도와는 다른 일본 탄핵재판소제도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나. 재판관에 대한 탄핵절차
(1) 재판관 탄핵의 현황
실제로 재판관이 탄핵된 예는, 1996년의 한 자료에 의하면,173) 그 동안 모두 2,029건이 수리되었지만 파면의 소추를 받은 사건은 모두 6건에 불과하며, 이 중에서 파면재판의 선고가 있은 것은 4건에 해당한다.174) 그러나, 파면된 4인의 재판관 중에서도 3인은 파면 선고 후, 후술하는 資格回復의 裁判(재판관탄핵법 제38조)에 의해서 잃어버렸던 자격을 회복하였다.175)
사건의 내역을 보면, 재판관탄핵법 제2조1호 위반(직무해태) 사건의 경우에는 재판관의 오판 및 부당한 재판에 대한 접수가 과반수를 넘고 있으며, 동법 제2조2호 위반(품위유지위반)의 경우에는 부당언동, 청탁, 공모, 수뢰 등이 그 이유에 해당하고 있다.176)
이처럼 수리된 사건의 대다수가 탄핵소추에까지 이르고 있지 않으며, 탄핵에 의해 파면되었다 하더라도 자격회복재판을 통하여 자격을 되찾는 등, 재판관탄핵제도가 하나의 상징적인 제도로서 점점 形骸化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하겠다.
173) 佐藤立夫『彈劾制度の比較硏究(上)』(原書房, 1996), 351頁이하의 통계 참조.
174) 이들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분석에 대해서는, 佐藤立夫, 前揭書, 356頁 이하 참조.
175) 常岡せつ子「裁判官彈劾」『別冊 ジュリスト131』(有斐閣, 1994), 387頁.
176) 佐藤立夫, 前揭書, 356頁.
(2) 탄핵재판절차
(가) 소추위원회에서의 심판절차
소추위원회의 정족수는 각 원에서 7인 이상(3분의2 이상)이 참가할것을 규정하고 있다(재판관탄핵법 제10조1항).
소추위원회의 의사는 원칙적으로 출석소추위원의 과반수로 정하지만, 파면소추 및 그 유예를 결정에는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요한다(동법 제10조 제2항).
소추위원회의 의사는 비공개 함이 원칙이다(동법 제10조 제3항). 그리고, 소추위원회는 재판관에 대한 소추의 청구가 있을 때와 탄핵파면의 청구가 있을 때에는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 조사는 재판관 본인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신중히 행해져야함을 원칙으로 한다.177)
177) 佐佐木高雄, 前揭書, 147頁.
(나) 탄핵재판소의 심리절차
탄핵재판소의 심리 및 재판은 兩院 선출의 재판원이 각각 5인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동법 제20조).
재판원은 각 원으로부터 독립해서 직권을 행하며(동법 제19조), 국회의 폐회 중에도 활동할 수 있다(동법 제4조).
탄핵재판소는 합의제를 취하며, 14인의 재판원 전원에 의한 심리와 재판을 예상하고 있다.
파면의 재판을 함에는, 심리에 관여한 재판원의 3분의2 이상의 合意가 필요하다. 그 외의 재판에 대해서는, 관여재판원의 과반수에 의한다(동법 제31조 제2항). 재판의 심리는 비공개로 행해지지만, 탄핵재판소의 심판은 ‘公開의 法廷’에서 행한다(동법 제26조).
그 외, 파면소추를 받은 재판관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파면의 재판은 구두변론에 근거하여 행해지고, 소추위원이 심판에 입회한다. 그리고, 재판의 공정을 확보하기 위하여 재판원의 除斥ㆍ忌避ㆍ回避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들 제도의 절차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한다(동법 제30조).
(3) 資格回復裁判
재판관탄핵재판에 의하여 박탈된 제권리를 회복하려고 하는 제도가 바로 資格回復裁判이다.
이 자격회복재판을 받을 자격은, 첫째, 파면판결 후 5년 이상을 경과하고, 그 동안에 발생한 사유를 감안하는 경우(동법 제38조1항1호), 둘째, 정당한 사유 없이 파면된 경우에 회복된다.
여기서 한가지 유의할 점은, 일반적인 경우 자격박탈 규정을 정한 법률은 그 법률의 다른 조문에서 자격회복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재판관탄핵법은 동법의 자격회복재판을 통하여 다른 법률(재판소법, 변호사법 등)에서 박탈한 자격에 대해서도 일정한 경우에는 그 자격을 회복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재판관탄핵법의 제정시에 변호사법이 미완성이었으며, 최종적으로는 2차대전 후 점령군에 의해 시도되었던 法曹一元化의 구상이 좌절된 것에서 이와 같은 법률체계상의 문제가 일어났다는 분석도 있다.178)
178) 佐佐木高雄, 前揭書, 151-152頁.
(4) 免官留保規定
면관보류제도는 재판관으로부터 사표가 있더라도, 탄핵의 소추가 있은 후에는 사임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탄핵재판의 결과가 있을 때까지는 免官을 保留해 둔다는 제도이다(동법 제41조)179). 탄핵파면이란 법제사적으로는 징계처분적 성격을 가진 제도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념상으로는 국민의 파면권에 근거한 탄핵재판과 하나의 司法機關의 징계재판과는 엄밀히 분리해서 취급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따라서, 원래 징계재판이란 기관내의 상하관계를 전제로 하여, 그 질서유지의 관점에서 채용된 것이며, 다소 상위자의 권위의 유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면관시키려고 하는데’ ‘스스로 사임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려운 것이라 하겠으며, 이러한 이유로부터 사임의 자유가 제한되어 지는 것이 바로 이 免官留保規定이라 할 수 있다.
탄핵재판제도의 목적이 부적격한 재판관을 배제함에 있는지, 아니면 부적격이라는 낙인을 붙여 제재를 가한 위에 배제함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어왔는데, 이러한 논의의 타협점으로서 이 免官保留規定이 생겨났다고 한다.180)
즉, 사법권의 독립은 2면적이라 할 수 있다. 외부의 권력에 대한 경우의 사법부로서의 독립과, 대내적인 재판관의 독립이 그것이다. 전자가 사법부의 자율에 의해서 달성되는 것과 같이, 후자도 자율에 의해서 그 독립을 유지하고 있다. 비행재판관에 있어서는 스스로 사직해서 사법권의 권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율기능을 잃어버린 비행재판관을 배제하기 위하여 혹은 사직의 필요성에 대해서 국민과의 사이에 틈이 있는 재판관의 재직자격을 묻기 위하여 준비된 것이 탄핵재판제도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해석할 때, 비로소, 국민의 공무원파면권과 사법권의 독립과의 관계도 명확히 되는 것이라 하겠다.181)
179) 41조 : 免官의 소추를 받은 재판관은, 본인이 免官을 원할 경우라 하더라도, 탄핵재판소의 종국판결이 있을 때까지는, 그 免官을 행할 권한을 가진 자가 免官할 수 없다.
180) 면관유보규정의 成立過程에 대해서는, 佐佐木高雄, 前揭書, 160頁이하 참조.
181) 佐佐木高雄, 前揭書, 242-243頁.
다. 탄핵재판의 효과 및 문제점
(1) 탄핵재판의 효력 - 탄핵제도와 징계제도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가) 탄핵재판의 효력
재판관이 탄핵되어 탄핵재판소에서 탄핵의 宣告를 받게 되면 罷免되어 그 직을 상실한다(재판관탄핵법 제37조). 그리고,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法曹人으로서의 자격도 상실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탄핵파면 된 재판관은, 재판소법(제46조 제2호)에 의해 재판관으로서 재임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검찰청법(제20조 제2호)에 의해 검찰관으로 임명될 수 없으며, 변호사법(제6조 제2호)에 의해 변호사개업도 할 수 없다. 따라서, 변호사자격을 전제로 한 어떤 직업에도 종사할 수 없게 된다.
(나) 징계제도와의 차이점
한편, 非行재판관을 벌하기 위한 헌법상의 또 다른 제도로서 懲戒制度(헌법 제78조)가 있다. 탄핵재판과 징계제도는 모두 헌법상의 제도이기는 하지만, 그 효과 면에서는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이하,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징계의 경우는 ‘戒告 또는 一万円 이하의 過料’(裁判官分限法 제2조)에 한정되어 있으나, 탄핵재판에 의한 罷免宣告를 받은 재판관은 당연히 직을 잃는다(재판관탄핵법 제37조). 또한 法曹人이 될 자격까지도 박탈되고(裁判所法 제46조, 검찰청법 제20조, 변호사법 제6조), 연금을 받을 수도 없게 된다(恩級法 제51조).
둘째, 탄핵제도와 징계제도는 그 기본성격과 존립기반이 상이하다. 懲戒는 司法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재판관의 비행에 대하여 과해진 제재이며, 오직 재판소에 의해서 행해져야만 한다. 이에 반해, 彈劾에 의한 파면은 주권자인 국민의 公務員選定ㆍ罷免權(헌법 제15조1항)에 근거한 것이며, 탄핵재판소를 국회가 설치한다고 하는 것은 국회가 국민의 대표자인 의원들에 의해서 구성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탄핵제도는 재판관의 신분보장을 상실하게 하는 재판관의 비행이 있을 때에는, 이미 재판관의 신분보장을 해줄 필요가 없게 되어, 국민의 의사로 파면한다는 의미이다. 즉, 사법권이 재판소에 귀속하는 이유는, 국민주권의 이념 아래에서 국민의 권리ㆍ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공정한 재판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민의 신탁에 의한 것이었다. 파면은 이러한 국민의 信託에 반하는 비행을 행한 경우에 행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헌법의 이념으로부터 본다면, 裁判所法 제49조의 징계사유가 재판관의 직무상의 일반적 의무위반임에 대하여, 재판관탄핵법 제2조에서 정하는 파면사유는 국민의 재판관에 대한 信託違反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2) 재판관 탄핵제도의 문제점
그러면, 위와 같은 재판관 탄핵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에 관한 일본내의 논의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탄핵재판소가 국회에 설치되어진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탄핵재판소가 재판기관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이상, 국회로부터 독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재판소와 前審機關인 訴追委員會의 현실의 운용에 있어서는 국회의 정치적 판단에 지배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하겠다.
둘째, 재판관탄핵법 제15조 제3항은 최고재판소에게 소추청구의 권리와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사법부내의 질서유지라고 하는 징계절차적인 관점이 탄핵절차에 융합된 것을 말해주고 있다. 4건의 파면판결 중에서 2건(1977년3월23일, 1981년11월6일)은 최고재판소의 소추청구에 의한 것이었다. 이러한 최고재판소에 의한 탄핵소추청구권은 징계제도와 탄핵제도의 적용에 있어서 그 기준의 적정성에 대한 是非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면관보류규정제도의 운용에 관한 문제이다. 탄핵재판제도의 목적이 국민의 권리ㆍ자유를 위하여 재판의 공정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비행을 범한 재판관을 사법부로부터 배제하면 되고, 따라서 본인으로부터의 免官의 신청은 널리 허용되어져야 함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라. 재판관탄핵제도 이외의 탄핵제도
현행제도로서는 人事院182)을 구성하는 3인의 인사관183)에 대한 것이 있지만,184) 이제까지 운용된 사례가 없다. 이전의 탄핵제도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대한 파면 등 몇 가지 입법의 시도는 있었지만, 시행세칙의 제정 전에 폐지되고,185) 제도로서 정착된 것은 재판관탄핵이 유일하다.
182) 인사행정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고 공무원의 이익을 보호할 것과 노동기본권제약의 대가로서의 기능을 목적으로 일본 국가공무원법에 근거하여, 내각의 관할아래에 설치한 중앙인사행정기관이다(국가공무원법 제3조1항).
183) 3인으로 구성하는 인사원의 구성원을 말한다. 인사관은 인격이 고결하고 민주적인 통치조직과 성적본위의 원칙에 의한 능률적인 사무처리에 이해가 깊고, 인사행정에 대하여 식견을 가지는 연령 35세 이상의 자 중에서 兩議院의 동의를 얻어, 그 任免은 내각이 행한다. 이에 천황이 認證한다. 인사관의 임기는 4년이고 연임이 가능하나, 계속하여 12년을 초과하여 재임할 수는 없다.
184) 일본 국가공무원법 제8조는, “내각총리대신의 소추에 근거하여, 공개의 탄핵절차에 의해 파면이 결정 된 경우”에 인사관은 “당연퇴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탄핵사유로서, 첫째 심신의 고장으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 둘째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그 외 인사관으로서 적적하지 못한 비행이 있는 경우“를 들고 있다. 이 인사관 탄핵에 대해서는, [人事官彈劾の訴追に關する法律(1949.12.16. 법률 제271호)]이 제정되어져 있다.
185) 佐佐木高雄, 前揭書, 152頁.
Ⅲ. 彈劾制度의 主要事例
탄핵제도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법제의 분석만이 아니라 실제 사례의 연구가 필요하다.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미국만큼 탄핵제도가 실제적으로 운용되고 그 功過가 선명히 드러난 나라도 없다. 따라서 여기서는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확실히 미국 헌법상의 탄핵제도를 이해함에 있어서 역사적 전개과정에서의 실제적 운용에 관한 분석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미국 헌법의 전통은 제정 당시 헌법규정의 본래의 의미만으로 형성되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탄핵제도의 헌법적 의미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역사적 실제와 관행은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고 하겠다.186)
미국의 역사에 있어서 탄핵이 행해진 것은 최근의 클린턴 사건을 제외하고 총 16건의 사례가 있었다. 그 중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은 앤드류 존슨과 닉슨의 2건에 불과하였다. 나머지 사건 중 12건은 연방법원 판사에 대한 탄핵이었다. 이들 판사에 대한 탄핵사유는 주로 법관의 사법권 남용이었으나, 이들 사건 중 일부는 개인의 사적 행위가 포함된 것도 있다.
아무튼 2백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행해진 17회의 탄핵 건수는 결코 많다고 할 수 없으며, 특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드문 사례를 볼 때, 의회는 대통령의 권한남용이 명백한 경우에 신중하게 최후 수단의 무기로 탄핵권을 행사하였음을 볼 수 있다187).
186) Sunstein, op.cit., p.705.
187) ibid., pp.705-706.
그러나 최근의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에 대하여는 헌법학자들의 비판적 시각이 강하며188), 이를 계기로 학계에서는 탄핵제도에 관한 재검토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먼저 연방법원 판사에 대한 탄핵의 사례들을 개관하고, 3건의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1. 연방법원 판사에 대한 탄핵
연방법원 판사에 대한 최초의 탄핵사건은 1803년의 피커링(John Pickering) 뉴햄프셔주 연방지방법원 판사에 대한 탄핵이었으며, 그후 1804년의 체이스(Samuel Chase) 연방대법원 판사에 대한 탄핵을 비롯하여, 1826년의 펙크(James H. Peck) 지방법원판사에 대한 탄핵사건 등을 거쳐 1980년대의 클레이본(Harry Claiborne), 헤이스팅스(Alcee Hastings), 닉슨(Walter Nixon) 사건에 이르기까지 총 12건의 탄핵사건이 있었다. 그 중에서 7명의 연방 판사가 상원의 유죄판결로 해임되었다189).
188) ibid., p.699.
189) 상원의 심판으로 파면된 법관은 John Picking, West H. Humphreys, Robert W. Archbald, Halsted Ritter, H. Claiborne, A. Hastings, W. Nixon 등 7명이다. Gerhardt, op. cit., p.201.
미연방 헌법상 탄핵의 대상으로 법관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헌법해석상 연방 법관이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헌법제정자들의 의사에서도 탄핵대상으로서의 모든 공무원 속에는 법관이 포함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렇지만 헌법제정자들은 탄핵의 대상으로 법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으며, 오로지 대통령의 권력남용에 대한 통제수단으로 탄핵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탄핵제도의 실제를 보면 헌법제정자들의 의도와는 반대로 주로 연방 판사에 대한 탄핵을 중심으로 운용되어 온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초기의 법관에 대한 탄핵사건은 실제로 정치적 이유에 의해 탄핵소추가 행해진 것을 볼 수 있다. 체이스 연방대법관에 대한 탄핵은 당시 체이스가 제퍼슨 일파의 정치적 입장에 동조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한 것이었으나, 제퍼슨 진영의 분열로 이 시도는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이 체이스의 무죄판결은 정치적 당파심(political partisanship)에 대한 정의의 승리를 의미하였다190). 1805년의 체이스 판사의 탄핵사건 이래 지금까지 연방판사에 대한 탄핵이 10여건 있었으나, 정치적 이유에 기한 법관의 탄핵을 막아보려는 노력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191).
미국 헌법에 있어서 법관에 대한 탄핵은 사법권의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헌법기초자들은 통치구조에 있어서 사법권의 독립을 강조하였으며, 사법권독립을 위한 헌법상의 제도적 장치가 연방법원 판사의 종신제에 의한 신분보장 규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관의 탄핵에 있어서 탄핵사유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또는 실정법상의 탄핵사유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는 법관의 신분보장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게 된다192).
그러나 실제 법관에 대한 탄핵 사례들을 보면, 모든 탄핵 대상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탄핵사유와 기준이 법관에게는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헌법상의 탄핵사유로 규정된 ‘반란죄, 수뢰죄 및 기타의 중대한 범죄와 비행’중에서 항상 해석상 논란이 있는 것이 ‘중대한 범죄와 비행’의 해석에 관한 것인데, 이 규정을 법관에게 적용하는 경우에는 대통령의 경우에 비해 낮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즉 법관에 대한 탄핵은 형사상 기소 가능한 범죄가 아니라도 법관의 비행이 탄핵사유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피커링(J. Pickering) 연방판사에 대한 탄핵사건에서는 법정에서의 술주정과 불경스런 언사를 이유로 탄핵되어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1862년의 험프리스(W.H. Humphreys) 사건에서는 반역죄뿐만 아니라 판사로서의 부당한 판결이나 직무집행거부 등이 탄핵사유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체이스 사건에서의 상원의 무죄판결은 기소 가능한 범죄의 성질을 갖지 않는 한 공직자는 탄핵되지 않는다는 선례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193). 그후 1936년의 리터(H. Ritter) 사건에서도 법관에게 법원을 추문과 악평으로 떨어뜨린 책임을 물어 유죄판결을 내린 바와 같이 형사 소추에 이르지 않는 법관의 비행이라 하더라도 법원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게 되면 탄핵사유가 된다고 하였다194).
최근에 와서 법관에 대한 탄핵 사례를 보면 1986년의 클레이본(H. Claiborne)사건에서는 판사의 개인소득세 탈루 혐의가 탄핵사유가 되었다. 이 탈세혐의는 판사의 직무에 직접 관련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행위가 법을 무시하고 판사직 수행에 필요한 도덕적 권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탄핵결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공직자는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공직자가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저버린 행동을 한 경우는 비록 그 행위가 직접 공무 수행과 관계없다고 하더라도 공직으로부터 추방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심어 주었다195). 한편 이 사건 이전의 1970년 다글러스 대법원판사에 대한 탄핵시도에 있어서는 그의 기행과 난잡한 성생활이 많은 사람들을 불쾌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문제들이 대법관으로서의 직무 수행에 관련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그 시도가 좌절되었다196).
190) Berger, op. cit., p.224.
191) Bernard Schwartz, American Constitutional Law (Cambridge Univ. Press, 1955), p.135.
192) 사법권의 독립과 탄핵제도와의 관계에 관하여는 Schwartz, op. cit., pp.135-136.
193) Foster, op. cit., pp. 586-587.
194) Berger, op. cit., p. 56.
195) Gerhardt, op. cit., p.107.
196) ibid.
이 다글러스 판사에 대한 탄핵시도는 정치적 이유에 의한 탄핵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며, 그 이후의 여러 차례의 탄핵사건에서 탄핵사유의 범위를 한정하려는 시도가 행해졌지만 아직도 탄핵에서의 정치적 요인을 배제하려는 노력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197).
197) ibid., p.103.
2. 앤드류 존슨 대통령 탄핵사건198)
가. 역사적 배경
남북전쟁이 발발할 당시 앤드류 존슨은 테네시주 출신의 민주당 상원의원이었다. 그는 남북의 분리를 반대한 유일한 남부출신의 의원이기도 하였다. 남부동맹의 세력에 의해 테네시주의 대부분이 점령당했지만 후에 그란트 장군에 의해 서부의 테네시는 해방되게 된다. 이에 링컨 대통령은 존슨을 테네시의 군정장관으로 임명하였으며, 그후 그는 혁혁한 공을 세워 1864년 부통령으로 등용되기에 이르고 링컨 대통령의 사망 후 대통령에 취임하게 되었다. 그는 강력한 대통령이었던 잭슨의 신봉자였으며 정치적 수완가였던 링컨의 후계자로서 강력한 대통령이 되려고 하였다. 그러나 존슨의 정책은 연방의회 대부분의 의원들의 정책과 너무 큰 차이가 있어 대통령과 의회 사이에 격한 대립이 생겼다199).
198) 존슨 대통령 탄핵사건에 관한 상세는 Berger, op. cit., pp.252-296; Foster, op. cit., pp.471-477; Hockett, op. cit., pp.347-355.
199) Berger, op. cit., pp.253ff.
링컨의 선례를 본받아 존슨은 국군의 최고사령관으로서의 권한 및 반역자에 대한 사면권을 근거로 남부재건에 관한 권한은 대통령에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들 권한을 행사하여 1865년에 그는 남부의 주정부 조직의 재건을 지휘하였고, 과거의 반역자들에게는 아주 관대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전 반역자들의 거의 전원이 재건에 관여하는 것을 허락하였기 때문에 재건사업이 완료되었을 때에는 그들이 각 주의 신정부를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연방의회의 다수의 공화당 유력자들은 존슨의 행위는 탄핵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많은 공화당원은 헌법이 말하는 ‘중대한 범죄 및 비행’(high crimes and misdemeanors)라는 것은 권한의 남용 및 직무상의 비행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민주당원과 나머지 일부 공화당원들은 위 조항은 공직자가 형법상의 죄를 범하였을 때에 한하여 탄핵된다고 하는 의미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견해의 대립과 함께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공화당원의 대부분은 탄핵에는 아주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1868년 존슨은 드디어 탄핵소추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상원의 심리에서 하원의 소추결정의 근거가 놀라울 정도로 미약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존슨의 위법행위의 입증은 곤란하였기 때문에 하원은 전체적으로 보아서 권한남용을 이유로 파면할 수 있다는 논리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하여 적지 않은 상원의원이 납득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존슨은 1표 차로 가까스로 유죄를 면할 수 있었다.
존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실패는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권한을 휘둘러 의회를 방해하는 대통령을 의회가 콘트롤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가 파면의 일보직전까지 추궁 당하고 국민적인 인기가 하락한 결과, 그 이후는 의회의 권위를 인정하는 대통령이 몇 대에 걸쳐서 나오게 되었다.
나. 의회에서의 논의
연방 하원의 존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 이유는 모두 11개조였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任期法(Tenure Office Act)을 위반하였으며, 연방의회를 비난하고 의회의 남부재건 대책의 집행을 반대하였다는 것이다.
하원의 법사위원회에서의 다수의견은 존슨 대통령의 중대한 범죄 및 비행에 대해 탄핵결의를 할 것을 주장하였으며, 이에 대해 소수의견은 대통령을 의회로부터 해방시킬 것을 주장하였다. 위원회는 대통령의 탄핵에 관하여 사실문제와 법률문제를 구분하여 심리하였으며, 사실문제에 관한 위원회의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①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해야 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입법부의 조언과 승인 없이 반란군을 위하여 신정부의 수립을 꾀하고 의회의 의사에 반하여 정부고관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함으로써 인민의 불신을 초래하였다.
② 이 목적달성을 위하여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관직을 창설하고 상원의 조언과 승인 없이 관직에 임명하고, 선서의무가 없는 사람에게 그 자신의 의사로 육군성의 경비로부터 보수를 주었다. 이는 명백한 법률위반이다.
③ 반란군의 지도자 및 193인의 도망자에 대하여 적절한 조사와 증거 없이 대폭적인 사면을 행하여 사면권을 남용하였다.
④ 반란군진압법의 집행을 거부하였을 뿐 아니라 이 법을 지지한 사람들을 처벌하였다.
⑤ 유능한 고관들을 편견을 가지고 파면하는 등 헌법상의 임면권을 남용하였다.
⑥ 반란 주의 재편성과 질서회복이라는 명목 하에 모든 중요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거부권을 남용하였다.
⑦ 의회에서 법률불복종과 그 권위에 대한 반란을 공개연설로 강조하였다.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대하여 소수의견은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이었다. 민주당의 의원들은 대통령의 행동은 정치적 판단에 잘못이 있을 뿐이라고 하였으며, 결코 공화당이 주장하는 법률문제와 사실문제를 이유로 대통령은 탄핵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법률문제에 관한 위원회의 다수의견에 의하면 탄핵의 목적은 주로 정치적 성격을 가진 중대한 범죄 또는 비행을 말한다고 하고, 이러한 범죄는 사회 자체에 직접 손해를 주는 것과 같은 정치적 문제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였다. 따라서 탄핵의 목적은 공적인 행위가 정당한 직무의 집행을 결하는 경우에 그 직위를 해임하는 것이며, 그것은 도덕적 행위와는 관계가 없다고 하였다. 이는 벌금도 금고도 아닌 공직박탈과 장래의 공직취임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며, 이 점에서 특별법원인 상원의 역할은 보통법원에서는 처벌할 수 없는 공적 비행을 재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탄핵의 대상은 정치적 성격을 띤 개인적 비행, 중대한 직무해태, 횡령 또는 공무집행상의 공익에 대한 일상적인 무시라고 하였다200).
이에 대하여 법사위원회의 소수의견은, 탄핵되어야 하는 범죄는 형사 소추되는 범죄가 아니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헌법상 ‘중대한 범죄 및 비행’의 의미에 대하여 상세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201). 즉 소수의견은 헌법상 탄핵조항을 검토할 때 어떠한 사건에 있어서 탄핵권이 행사되고, 공무원은 어떠한 행위에 대하여 탄핵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헌법상 탄핵의 대상이 되는 범죄로서 반역죄와 수뢰죄는 헌법에 직접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 의미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며, 탄핵권의 범위에 관한 논쟁은 ‘중대한 범죄 및 비행’(high crimes and misdemeanors)의 해석이 핵심이 된다고 하였다. 그들은 여기의 중대한 범죄 및 비행은 형사 소추할 수 있는 범죄를 의미한다고 하고, 중대한 범죄나 비행이라는 용어는 모두 범죄에 해당하지만 법에 위반하는 범죄의 정도의 차이를 의미할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200) Foster, op.cit., pp.831-834.
201) ibid., pp.836f.
다. 탄핵소추와 상원의 표결
위와 같은 하원의 논의를 거쳐 결국 탄핵소추안은 의결되어 3월 4일 상원에 소추장이 제출되었다. 존슨 대통령은 이 탄핵소추장 내용의 각 조항에 대해 빠짐없이 반론을 제기하였다. 대통령은 특히 육군장관의 파면은 위법이라는 탄핵의 내용에 대해 대통령의 공무원 파면권은 의회 제정법에 의해서도 박탈할 수 없는 대통령의 헌법상의 권한이며, 이를 제한하는 임기법은 행정권에 대한 의회의 간섭이며 권력분립의 원리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또한 헌법상 탄핵대상이 되는 행위로서의 ‘중대한 범죄 및 비행’은 통치조직의 근본원칙을 파괴하고 공공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이는 기소 가능한 범죄이거나 대통령의 권한남용을 의미한다고 주장하였다202).
5월 6일 상원에서 투표가 개시되었고, 투표결과 35대 19로 헌법규정의 3분의 2이상 찬성에 1표가 부족하여 존슨 대통령은 가까스로 파면을 면하게 되었다. 상원의 다수파 공화당은 존슨을 유죄로 몰아가려고 작정하였으나, 7명의 공화당 의원이 정치적 자살을 각오하고 소수파인 민주당에 가세하여 무죄에 투표하였던 것이다.
이 존슨 탄핵사건은 과열된 정치적 당파간의 투쟁 속에서 의회 다수파가 대통령을 파면시키려고 한 것이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헌법제정자들이 예견한 바와 같이 이 사건은 정당간의 당파적 이기심에 의해 대통령의 독립성이 크게 위협받은 것이었으나, 유죄결정에 필요한 ‘3분의 2’이상의 헌법규정에 의해 대통령의 해임을 면할 수 있었던 사실은 헌법제정자들의 현명한 결단과 지혜를 입증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2) ibid., pp.863-869.
3. 닉슨 대통령 탄핵사건
가. 워터게이트 사건 개요203)
1972년의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은 선거대책본부를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두었다. 닉슨 대통령지원의 공화당 선거본부의 스텝 중에 이 워터게이트 건물에 침입하여 선거대책본부의 회의를 도청하는 것이 선거를 유리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자가 있었고, 그 결과 공화당은 압승을 하였다.
그러나 1973년 초두부터 워터게이트 빌딩에의 침입ㆍ도청사실이 외부에 흘러나갔으며, 그 도청의 은폐공작이 진행된다고 하는 소문이 전해지자, 이 사건에 관련된 자는 대통령 측근의 거물 정치인이기 때문에 닉슨 대통령 자신도 처음부터 이 계획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게 되었다. 닉슨 대통령은 이와 같은 자기에 대한 의혹을 없애기 위해 73년 6월 4일 法務省令에 의해 ‘특별검사직설치규칙’을 제정하고, 워터게이트 연방특별검사로서 하버드 대학의 콕스(Archibald Cox) 교수를 임명하였다. 콕스 특별검사는 취임 이후 각 방면으로부터 자료를 수집한 결과,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 도청녹음기가 있다는 것을 밝혀 내었다. 특별검사는 7월 18일 대통령에 대하여, 73년 2월 하순 이후의 백악관의 회담 테이프의 제출을 요구하였다. 이 회담 테이프는 닉슨 대통령과 할데만(H.R. Haldeman) 전 대통령보좌관 및 선거대책위원회의 스텝들과의 사이에 9차례에 걸친 회의내용에 관한 것이었다.
203) 워터게이트 사건과 닉슨 대통령의 탄핵에 관하여는 Stanley I. Kutler, The Wars of Watergate: The Last Crisis of Richard Nixon(N.Y.: Knopf, 1990); L.H. Larue, Political Discourse: A Case Study of the Watergate Affair(University of Georgia Press, 1988); Franklin B. Smith, The Assassination of President Nixon(Rutland,Vt.: Academy Books, 1976) 참조.
제출이유는 테이프를 연방 대배심에 제출하여 대배심의 판단을 기다린다고 하는 것이었으며, 상원 법사위원장도 그 제출을 요청하였다. 닉슨 대통령은 헌법상의 삼권분립의 입장에서 자기의 의사에 반하여 상원이나 법원으로부터 정보의 제공을 강제 받을 수 없다고 반론하고, 이들 제출요구를 거절하였다. 그리하여 특별검사는 7월 24일, 테이프의 강제제출명령을 콜럼비아지구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하자, 동 법원은 8월 29일 대통령에 대하여 제출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하여 닉슨은 대통령의 행정특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여 즉시 연방항소법원에 항고하였다. 콜럼비아지구의 연방항소법원은 9명의 재판관 중 7명이 본 건을 심리하고, 9월 13일 전원일치로 “대통령은 변호인인 생클레어(James D. St. Clair)와 테이프의 제출명령을 신청한 콕스 특별검사 두 사람의 협조 하에 지방법원 판사실에서 테이프의 점검을 실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204).
그러나 닉슨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반대의 뜻을 전하자, 항소심법원은 10월 12일, 원 판결과 같은 입장을 취하면서, “대통령은 전국민을 대표한다고 하지만 국가의 주권의 化身은 아니며, 법 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특별한 면책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대통령 변호인의 주장은 헌법을 재편성하려는 시도이므로 본 법원은 이 주장을 배척한다”205)고 판시하면서도, 대통령의 주장도 일부 용인하여 테이프 중에서 범죄행위를 취급하고 있는 부분과 국가의 안전보장에 관계없는 부분만을 제출하여 헌법논쟁을 피할 것을 부언하였다. 또한 상원 법사위원회도 콜럼비아지구 연방지방법원에 테이프 제출명령을 신청하였지만 관할권 결함을 이유로 10월 17일 신청을 기각하였다. 10월 20일, 닉슨 대통령은 갑자기 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하였는데, 이는 테
204) Edward W. Knappman ed., Great American Trials (Visible Ink, 1994), p.633.
205) ibid., p.634.
이프 제출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해임발령은 법무장관에게 전해졌지만 장관은 이 전달을 거부하고 사임하였다. 이 해임에 대해서는 비판의 소리가 높았으며,‘토요일 밤의 대학살’(Saturday Night Massacre) 이라고 불려지게 되었다.
나. 의회의 탄핵절차 개시
미연방 하원은 10월 3일 정식으로 닉슨 대통령 탄핵문제를 취급하고 탄핵결의안을 법사위원회에 상정하였다. 이는 1868년 존슨 대통령의 탄핵사건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편 연방항소법원의 결정 후, 테이프 제출을 거부하고 있던 닉슨은 태도를 바꾸어 19개의 테이프를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하였으며 법원은 이 테이프를 신임 특별검사인 저워스키(Leon Jaworski)에게 전달하고 저워스키는 이를 대배심에 제출하였다.
하원의 법사위원회는 10월 30일 첫 회합을 열고 위원장에게 증인강제소환, 증거제출명령의 권한을 일임할 것을 결정하였다. 한편 상원의 워터게이트 조사위원회는 31일부터 공청회를 재개하고 닉슨의 자금관계의 규명에 들어갔다.
1974년에 들어와서 하원은 닉슨 대통령 탄핵에 관한 조사를 행하고, 3월 2일 닉슨 대통령 탄핵보고서를 공표하였다. 이에 의하면 탄핵사유는 기소가능한 범죄(indictable offences)에 한정할 필요는 없고, 정부의 제도를 남용하고 대통령의 권위와 위상을 손상시킨 경우도 가능하다는 광의의 해석론을 전개하였다. 이 보고서의 초점은 대통령을 파면해야 하는 탄핵사유로서는 형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대통령 고유의 권한을 남용했는지의 여부와 대통령의 의무를 위반했는지의 여부가 탄핵사유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즉 탄핵은 대통령의 중대한 비행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하여 고안된 ‘헌법상의 안전핀’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탄핵을 기소 가능한 범죄에 한정하는 것은 탄핵의 역사와 헌법제정회의의 견해에 비추어 볼 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 하고, 14세기 영국 탄핵제도의 기원으로부터 설명을 시작하여 연방의회에서 취급된 13건의 탄핵사건을 조사하였다.
이 조사보고서를 받아 하원 법사위원회의 심의가 5월 9일부터 개시되었다. 민주당소속 법사위원장은 탄핵사유의 범위가 기소 가능한 범죄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여부와 국민의 신뢰에 답하고 있는가의 여부’에까지 미치는 광의의 해석론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공화당소속의 부위원장은 헌법이 탄핵사유로서 들고 있는 것은 반역죄, 수뢰죄 또는 기타의 중대한 범죄 및 비행이며, 그 기준은 ‘형법에 비추어 대통령이 범행을 저질렀는지 아닌지에 한정해야 한다’고 협의의 해석론을 전개하였다.
이미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조사를 위해서는 불가결한 것이라고 판단한 특별검사의 녹음 테이프 제출명령과 병행해서, 법사위원회는 4월 1일 34대 3의 압도적 다수로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된 녹음 테이프 41개를 요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백악관은 4월 30일 워터게이트 사건 은폐공작에 관한 모든 녹음 테이프를 녹취한 1200 페이지의 기록문서를 제출하였다. 대통령 법률고문이 작성한 이 기록문서는 대통령이 사법방해라는 범죄에 가담하였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여 대통령의 혐의를 부인하였지만, 대통령이 이 사건의 범인에 대해 누설방지의 대가지급을 허가했는지의 여부와 대통령이 은폐공작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에 관하여는 여전히 애매한 점을 남기고 있었다.
이 기록문서의 공표는 오히려 국민들의 의혹을 가중시켰으며, 법사위원회는 워터게이트 침입사건 전후의 닉슨 대통령의 회담기록 테이프 11개에 대하여 37대 1이라는 초당파적인 압도적 다수의 결의로 세 번째의 제출명령을 하였다. 이 제출명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전후의 상황 및 사건과 대통령의 관여의 정도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자료로는 부족하다고 하여 추가로 요구한 것이다. 법사위원회에서는 제출명령을 거절하는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탄핵사유가 된다고 하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한편 저워스키 특별검사는 4월 16일 녹음테이프 등의 제출명령을 연방지방법원에 신청하였다. 이에 연방지방법원의 시리카(John Sirica) 판사는 4월 18일 특별검사의 신청을 인용하여 5월 2일까지 그 테이프 등을 제출할 것을 명령하였다. 그러나 닉슨 대통령은 4월 30일 녹음속기록을 제출한 후, 5월 1일 이 강제제출명령의 취소를 신청하였다. 특별검사는 5월 24일 연방대법원에 닉슨 대통령에게 이 증거를 제출하도록 명령할 것을 飛躍上告하였다206).
206) 이 소송은 닉슨 대통령이 백악관의 기밀유지를 이유로 64개의 녹음테이프의 제출명령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 데에 대하여 조속한 판단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백악관은 특별검사의 제출명령을 인정한 5월 20일의 제1심 결정에 불복하고, 5월 24일 연방고등법원에 항소심을 제기하자 이에 특별검사는 비약상고를 하게 된 것이다.
특별검사의 비약상고의 논점은 첫째, 사건의 공판에 필요한 증거를 개인적이고 물리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대통령은 특별검사가 낸 제출명령에 복종하라고 하는 법정명령에 따라야 하는가의 여부와 둘째, 연방지방법원은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고 이유로 대통령이 범죄사건의 증거를 간직하고 이를 대통령의 특권이라고 하는 주장에 구속될 것인가에 관한 논점이었다. 이러한 논점들은 모두 행정부와 사법부와의 관계, 대통령특권의 한계 등 미국헌법의 기본에 관한 중요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헌법에 명문규정이 없는 대통령특권의 법적 해석에 관하여 결정적인 의미를 가진 것이었다.
하원 법사위는 5월 30일 닉슨 대통령에 대하여 탄핵조사에 필요한 증거제출의 거부는 그 자체로 대통령탄핵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엄한 경고의 서한을 보내는 한편, 34번째의 녹음테이프 등의 추가증거의 45항목에 이르는 제출명령을 내렸다. 한편 대통령은 법률고문을 통하여 저워스키 특별검사가 낸 비약상고에 반대한다는 것을 연방대법원에 통고하면서, “이 문제는 헌법상의 중요한 문제이므로 통상의 사법절차에 따라야 하며 연방대법원이 고등법원을 뛰어 넘어 성급한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연방대법원은 5월 31일 특별검사의 비약상고를 대통령의 반대를 물리치고 수리하였으며, 대통령 및 특별검사 양자에 대하여 6월 21일까지 준비서면을 제출케 하고, 7월 8일에 구두변론을 행할 것을 결정하였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수사, 공판, 하원 법사위의 탄핵조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대통령의 증거제출거부에 있었기 때문에 특별검사의 상고는 일거에 이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
연방대법원은 7월 24일 녹음테이프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헌법상 부당한 행위’라고 하는 판결을 8대 0의 전원일치(9인중 한 사람은 심리사퇴)로 결정하였다207).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대통령의 행정특권의 주장을 부정하였는데, 대통령의 기밀유지의 특권은 법의 정당한 집행에 있어서 필요한 증거제출에는 양보되어야 한다고 하고, 범죄수사의 입증을 위하여는 어떠한 행정특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백히 하였다208). 여기서 대통령이 주장하는 행정특권이란 대통령과 그 측근인 보좌관의 통신은 의회나 법원으로부터 제출을 강요받지 않는다는 것으로 대통령과 그 보좌관들의 비밀의 대화는 공개됨으로써 공공의 이익에 반하게 되는 경우에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군사적 외교적 또는 중요한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기밀유지와 관계가 있다고 하는 대통령의 행정특권에 관한 주장은 이번과 같은 ‘은폐’에 관한 재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결은 대통령의 탄핵문제에 주는 영향력이 극히 지대하였을 뿐만 아
207) U.S. v Nixon, U.S. LW 5237, 1974.
208) Bernard Schwartz, A History of the Supreme Court, 1993, p. 333.
니라 대통령권력 강화의 버팀목이 되어 온 행정특권에 대하여 연방대법원이 처음으로 그 한계를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서 헌법해석상으로도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닉슨 대통령은 이러한 특권을 자신과 그 측근들은 지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남용하였던 것이다.
다. 彈劾訴追狀의 채택209)
녹음 테이프를 제출하라는 7월 24일 연방대법원의 전원일치 판결에 대하여 의회에서는 민주, 공화 양당은 초당파적 입장에서 대통령탄핵의 여부를 묻지 않고 대통령은 판결에 따라야 한다는 반응을 일제히 표명하였으며, 닉슨 대통령도 이 결정에는 모든 면에서 따르겠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209)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장의 기록은 U.S. House, Impeachment of Richard M. Nixon,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93d Cong., 2d sess., 1974, H. Rep. 93-1305, pp.1-4.
한편 하원 법사위원회에서는 7월 26일부터 탄핵소추의 구체적 혐의의 개별심의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법사위는 닉슨 대통령이 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한 직후부터 대통령탄핵활동을 개시한 후 9개월간의 조사와 심의를 거쳐 드디어 3개조로 된 소추장을 제출하고 그 임무를 마치게 되었다. 탄핵소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조: 司法妨害
닉슨은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에 있어서 그 직무를 충실하게 집행하고 미국헌법을 보전하고 옹호하며 방위해야 한다는 헌법상의 선서에 위반하여, 또한 법이 충실히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헌법상의 의무에 위반하여 다음과 같은 점에서 법의 집행을 저지하고 방해하였다. 1972년 6월 17일 및 그 이전에 대통령 재선위원회의 직원들은 정치정보를 입수할 목적으로 워싱턴의 민주당 전국위원회본부에 불법 침입하였다. 그후 닉슨은 대통령으로서의 높은 지위와 권력을 동원하여 직접 또는 그의 측근과 부하를 통하여 이 불법침입에 대한 수사를 지연시키고, 방해하고 책임자를 은폐시키고 보호하였으며, 그 이외의 불법적인 비밀활동의 존재와 규모를 숨기는 일련의 행동 및 계획에 참여하였다.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닉슨은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여 정부를 위험에 빠뜨렸으며, 그 결과 법과 정의의 원칙을 현저히 손상시켜 미국 국민에게 명백한 손해를 주었기 때문에 닉슨은 탄핵소추와 탄핵재판에 의해 해임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닉슨 지지파 의원들은 제1조의 문안에 구체적 증거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강하게 반대하고 수정안을 제출하였으나, 찬성 27표, 반대 11표의 큰 차이로 제1조는 채택되었다.
제2조: 직권남용
닉슨은 대통령으로서의 직권을 성실히 집행하고 전력을 다하여 헌법을 유지, 옹호, 방위할 헌법상의 선서를 위반하고, 또한 법을 충실히 집행해야 할 헌법상의 의무를 무시하여, 대통령직의 권력을 이용해서 시민의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고 사법의 정당하고 적절한 집행과 합법적 조사의 시행을 손상시켰으며, 행정기관을 규율하는 법의 목적에 위반하는 행위를 반복하여 행하였다.
제3조: 의회모독
닉슨은 법이 충실히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헌법상의 의무를 위반하여 하원 법사위가 정당한 권한에 근거하여 발동한 강제제출명령에 의해 제출이 요구된 문서 및 물건을 합법적인 이유 없이 제출하지 않고 강제제출명령에 고의로 따르지 않았다. 이러한 문서 및 물건의 제출을 거부함으로써 닉슨은 헌법에 의해 하원에게만 주어져 있는 탄핵권한의 집행에 필요한 기능과 판단을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 행하였다.
이상과 같은 3가지 이유로 닉슨은 탄핵되고 재판을 받아 해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 대통령의 辭任
하원 법사위의 탄핵소추장 채택을 전기로 탄핵 해임의 움직임은 하원 본회의에서는 3분의 2이상의 다수가 탄핵소추를 지지하고 상원본회의에서도 닉슨 지지표는 유죄, 해임을 방지하기 위한 3분의 2 이상(34표)을 근소하게 상회하는 36표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 중에서도 6표는 불확실한 표라는 것이 전해졌다. 하원 법사위의 심의 종료후의 여론조사에서도 탄핵소추에 대한 찬성 66%, 반대 27%이었으며, 해임찬성 56%, 반대 31%로 닉슨에 대한 탄핵과 해임의 지지는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사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8월 5일의 대통령 자신의 워터게이트 사건에 관한 고백성명이었다. 여기서 닉슨 대통령은 하원 본회의에서 탄핵될 것을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상원에서의 대통령 탄핵해임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정도는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수사방해를 한 것에 대해서 진술하였다. 이는 미국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대통령탄핵에 들어갈 경우의 미국의 국민과 의원들의 고뇌를 이용하여 궁지에 몰린 닉슨 대통령 스스로 정치생명을 유지하려고 한 최후의 도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성명으로 인하여 닉슨은 오히려 두 가지 점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첫째는 자백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뒤늦게 대통령의 성명을 통하여 진실을 알게 된 의원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결과가 되어 버린 것이다. 둘째는 닉슨 대통령이 국민과 의회는 물론이고 담당변호사까지도 기만하였다는 사실이다. 이에 모든 사람들은 대통령의 도덕성을 의심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닉슨 대통령은 8월 8일 오후 9시 백악관의 집무실에서 13분에 걸친 사임연설을 끝으로 28년에 걸친 그의 정치생활을 마감하였다. 이 연설에서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책임에 대해서는 단지 한 구절을 말할 뿐이었다. 즉 “나의 결단에 이르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에 대해서는 크게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만약 나의 판단에 잘못된 것이 있었다면 그것은 그 당시에서는 미국의 최대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믿고 판단한 것이었다”고 강조하였다.
아무튼 워터게이트 사건의 발각 이후 대통령의 사임에 이르기까지 2년간의 정치드라마는 미국 헌정사상 유례를 볼 수 없는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닉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제의 위기였으며 헌법체제 자체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국민정서로부터 보면, 국가통합의 상징이며 국민적 존경의 대상인 대통령이 유죄로 되어 해임의 선고를 받는다는 것은 그들에겐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탄핵재판이 종료하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동안의 대내외적인 정책의 정체와 정치적 혼미 등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것을 생각하면 대통령직을 더 이상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도 대통령직 사임의 선택이 닉슨 대통령이 말하는 ‘국익을 위한’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210).
210) 닉슨에 대한 탄핵이 진행되자 공화당의 충성파들은 닉슨이 탄핵결과 파면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대통령직을 사임할 것을 건의하였고 8월초 닉슨의 고백성명 이후 공화당 의원들은 초당파적 입장에서 탄핵에 참여하였고 대통령의 사임을 더욱 재촉하였다. Gerhardt, op. cit., pp.54-55.
워터게이트 사건의 배후에는 반대당에 대한 정치적 스파이 이외에 상대방 정당의 대통령후보에 대한 악질적인 선거방해, 국가안전보장을 가장한 정치비판자에 대한 도청,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 등의 정치적 음모가 있었다. 이러한 것들이 백악관에 의해 만들어진 비밀정보조직에 의해서 행해지고 백악관은 사건의 은폐를 꾀하고 범인에게 사건은폐의 대가를 지불하였으며, 대통령은 행정특권을 확대하여 증거제출을 못마땅히 여기고 사건과의 관련에 대해서는 거짓 성명을 발표하여 국민을 기만했던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닉슨의 과오였다고 하겠다.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장의 내용을 보면 헌법상의 의무위반 뿐만 아니라 형사범에 해당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특히 대통령이 가지는 행정특권의 확대해석, 녹음테이프 제출에 관한 증거은폐 공작 등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행위는 대통령으로서의 닉슨에게 보내는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저버리게 하는 것이었다. 헌법제정회의에서도 논의되었던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대통령에 대한 탄핵 주장은 이 사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워터게이트 사건의 처리과정을 보면, 스캔들의 전모를 초당파적인 입장에서 계속적으로 공표한 상원 특별조사위원회, 대통령에게 임명되었지만 무난히 그 독립성을 지킨 콕스와 저워스키 특별검사, 대법관 전원일치로 법의 존엄성을 지킨 연방대법원, 냉정하게 탄핵절차를 진행시킨 의회, 2년여에 걸친 이 사건을 시종 추적한 매스컴의 움직임에서 법과 자유를 슬로건으로 하는 미국 민주주의의 진가를 엿볼 수 있다.
4. 클린턴 대통령 탄핵사건과 그 교훈
가. 르윈스키(Lewinsky) 사건
1994년 5월 폴라 존스(Paula Jones)는 아칸소주 동부지구 연방지방법원에 대통령 클린턴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존스는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였던 동안 그녀를 성희롱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하였고 또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소송을 구하는 사적 쟁송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997년 5월 대법원은 전원일치로 대통령의 법적 주장을 배척하였다. 법원은 존스가 “지방법원의 관할에 적절히 호소하는 모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청구는 합법적 처리를 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여 그녀의 대통령에 대한 청구를 인정하였다. 그리하여 몇 개월 후 재판전의 증거개시절차를 시작하였다211).
존스 소송에서 첨예하게 논란이 된 쟁점은 대통령이 다른 여성들과 가졌을지도 모르는 성적 관계에 관한 정보를 어느 정도까지 공개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존스의 변호사들은 대통령이 그녀에게 성적 희롱을 하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에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였다. 대통령은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에 관한 증거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 증거개시의 요구에 대해 항변하였다. 이 사건에서 라이트(Susan Webber Wright) 판사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였다.
1997년 12월 대통령은 존스에 의해 주장된 서면증거개시 심문에 대답하였다. 클린턴이 1986년 이래 성적 관계를 가졌던 모든 여성들을 확인하도록 요구받았을 때, 대통령은 선서 하에 아무도 없다고 답변하였다. 1998년 1월에는 클린턴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라이트 판사가 주관한 증언녹취로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에 관하여 선서 하에 심문을 받았다. 대통령은 전 백악관 수습직원이었고 펜타곤의 직원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Monica Lewinsky)와의 관계에 관하여 많은 질문을 받았으나 클린턴은 선서 하에 르윈스키와의 ‘정사’, ‘지속적인 성적 관계’ 또는 ‘성적 관계’를 가졌다는 것을 부인하였다. 클린턴은 또한 르윈스키와 단둘이 있었던 어떤 특별한 기억도 없으며, 그들 사이에 교환하였던 어떤 선물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212).
211) 르윈스키 사건에 관한 소개는 李憲煥, 特別檢事制-미국의 제도와 경험-, 博英社, 2000, 200-218면 참조.
212) 이헌환, 앞의 책, 202면.
1998년 1월 12일 특별검사국(Office of Independent Counsel : OIC)은 르윈스키가 존스 소송에서의 한 증인의 증언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고 있으며, 르윈스키 자신이 그 소송에서 선서 하에 허위의 정보를 제공하려고 준비되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특별검사국은 르윈스키가 존스 소송에서 자신이 증언하도록 소환받았다는 사실을 클린턴과 그녀의 절친한 친구 조단(Vernon Jordan)에게 말했다는 것과 조단과 다른 사람들이 그녀의 일자리를 찾도록 도와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별검사국은 정보의 신뢰성을 알아보기 위한 사전 증거를 수집한 후 법무장관에게 증거를 제출하였고 법무장관은 특별검사에 의한 더 이상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법무장관은 법원특별부에 긴급을 이유로 하여 특별검사 스타(Kenneth Starr)의 관할 확장을 요청하였고 이 요청에 응하여 법원특별부는 스타 특별검사의 관할 확장명령을 발하였다. 즉 특별검사는 존스 사건과 관련하여 르윈스키나 그밖의 다른 사람들이 위증을 교사하였는지 사법을 방해하거나 증인을 위협하였는지 등에 관한 전반적인 조사의 관할과 권한을 가진다고 하였다.
1998년 4월 라이트 판사는 비록 존스에 의해 주장된 사실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녀의 주장은 법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했다고 결론짓고, 대통령의 재판종결(summary judgment) 신청을 받아들였다213). 존스는 항소하였고 사건은 제8항소심법원의 심리를 받게 되었다.
존스 소송의 기각 후에도 특별검사의 조사는 계속되었으며 특별검사국은 모든 증거를 면밀히 검토한 후에 비리의 증거가 실질적이며 신뢰할 만하고, 그 비리가 의회로의 이송을 보증할 만큼 충분히 중대성을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특별검사국의 조사과정은 처음부터 대통령의 개인적 행위에 대한 부적절한 조사로 비난받아 왔다. 대통령 자신도 그의 행위에 대한 특별한 조사가 개인적인 사생활을 범죄시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특별검사국은 대통령을 포함하여 모든 미국 시민들은 공적인 감시로부터 벗어나 사생활을 향유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에서 제기된 사적인 관심사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즉 소송에서의 증거가 단지 개인적이거나 사적인 행동에 관련된다는 이유로 거짓말을 하거나 증거를 은닉하는 당사자를 면죄하는 것은 의회와 법원이 성희롱법률을 제정하고 해석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좌절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러한 위증이나 사법방해의 행위가 대통령에 의해 저질러졌을 때 그러한 행위는 탄핵의 사유를 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특별검사국은 1998년 9월 9일, 클린턴 대통령이 탄핵사유를 구성할 수 있는 행위를 범했다는 실질적이고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고 판단하여 11가지의 탄핵사유를 제시한 보고서를 연방의회에 제출하였다. 탄핵사유의 주된 내용은 대통령 클린턴이 르윈스키와의 정사 또는 성적 관계를 부인하였을 때 민사소송 또는 대배심에서 선서한 후 거짓말을 하였으며, 대통령이 소송 진행중에 사법방해를 하였다는 것 등이다.
213) Jones v. Clinton, 990 F. Supp. 657(E.D.Ark. 1998).
나. 의회의 탄핵절차
의회는 특별검사국의 클린턴 대통령 탄핵사유에 관한 보고서를 이송 받자 즉각 이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하고 하원 운영위원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를 개시하였다. 당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클린턴이 비난받아야 하지만 탄핵으로 해임되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조사가 있었으나214), 하원 법사위원회는 스타 보고서 검토를 시작하였고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더 폭넓게 무제한적으로 행할 것을 촉구하였다. 1998년 10월 5일 하원 법사위원회는 클린턴에 대한 탄핵조사를 공식적으로 개시하기로 결정하였고, 10월 8일에는 하원이 258 대 176으로 탄핵조사안을 통과시켰다. 이 표결에서 31명의 민주당 의원이 이 조사안을 지지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존스 소송의 항소심은 존스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존스는 클린턴에 대하여 2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제안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 하원 법사위원회는 클린턴에 대하여 81개 항목의 질문서를 제출하였으며, 수백 명의 법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였으나,
대다수의 법학자들은 클린턴의 탄핵사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215). 1998년 11월 13일 클린턴은 존스와 85만 달러의 합의금으로 소를 취하하게 하였다.
214) Washington Post, Sep. 9, 1998.
215) Washington Post, Nov.7, 1998.
1998년 12월 11일 하원 법사위원회는 네 가지 항목의 탄핵사유를 인정하여 하원 본회의에 상정하였다. 그 항목들은 다음과 같다:
① 대통령은 존스 소송 및 르윈스키와의 관계에 관하여 연방 대배심(federal grand jury)에서 위증과 허위의 또는 오판을 유도하는 진술(perjurious, false and misleading testimony)을 하였다. ② 대통령은 존스 소송에서의 서면질문과 녹취증언에서 위증과 허위의 또는 오판을 유도하는 진술을 하였다. ③ 대통령은 존스 소송과 관련된 증거의 제출을 지연시키고 방해하였으며, 증거를 은폐 또는 은닉하여 司法을 방해하였다. ④ 대통령은 의회에 대하여 위증과 허위 및 오판을 유도하는 진술을 함으로써 그 직무를 오용 및 남용하였다.
위의 네 가지 탄핵사유에 대하여 하원은 1998년 12월 19일 호명투표를 통해 각각의 사유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제1항의 사유에 대하여는 위원회에서 21 대 16으로, 본회의에서 228 대 206으로 통과되었으며, 제2항의 사유는 위원회에서 20 대 17로 통과되었으나 본회의에서 229 대 205로 부결되었다. 제3항의 사유는 위원회에서 21 대 16으로 통과되고
본회의에서 221 대 212로 통과되었으며, 제4항은 위원회에서 21 대 16으로 통과되었으나 본회의에서 285 대 148로 부결되었다. 결국 하원은 네 가지 탄핵사유 중 위증 및 사법방해의 두 가지 사유에 대해서만 탄핵안을 가결시켰다216).
그리하여 상원은 1999년 1월 7일 탄핵재판을 시작하였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간의 의견대립 속에 2월 12일 탄핵여부에 대한 표결이 행해지게 되었다. 위증에 관한 표결에서는 55 대 45로 부결되었는데, 공화당 의원10명이 무죄에 찬성하였다. 사법방해에 대해서는 50 대 50으로 부결되었는데, 공화당 50명이 유죄에 투표하였고 민주당 45명과 공화당 5명이 무죄에 투표하였다. 결국 클린턴 대통령은 5개월간의 탄핵절차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었으나 국민으로부터의 강한 비난 여론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다. 클린턴 탄핵사건의 문제점과 교훈
클린턴 탄핵사건의 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특징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지적될 수 있다. 클린턴에 대한 상원의 무죄결정 직후, 많은 학자들이 이에 대하여 비판적 관점에서의 분석과 평가를 내리고 있다217). 여기서는 게르하르트 교수의 견해를 중심으로 클린턴 탄핵사건의 문제점과 교훈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탄핵소추권자인 하원이 독자적인 조사 없이 외부기관의 수사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하원의 태도는 지난 수년간 관행으로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최근의 여섯 차례의 탄핵시도 중 네번은 미연방 법관회의(Judicial Conference)의 조사 및 요청에 근거했고 나머지 두 번은 특별검사(special federal prosecutor)의 수사에 의존하였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218).
둘째, 클린턴 사건은 난립한 매스컴 시장의 선정적이고 경쟁적인 보도태도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 사건을 ‘제2의 워터게이트’사건으로 특종화 하려는 과도한 언론의 시도는 국민을 식상케 하였다219). 셋째, 클린턴 사건은 대통령의 업무수행에 대한 높은 평가와 지지율에 근거한 국민적 여론이 탄핵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 첫 번째의 사건이라는 점이 또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클린턴에 대한 탄핵이 진행되는 가운데 그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67%를 유지하였으며220), 과반수의 국민이 클린턴의 해임을 반대하였다. 그러면서도 70% 이상의 국민이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의 제1항에 대해서는 유죄라고 인정하였으며221), 67%가 클린턴이 여러 법률들을 위반하였다고 믿고 있었다. 또한 미국 국민의 76%가 클린턴 탄핵사건이 탄핵의 근거가 될 수 없는 순전히 사적인 비행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였다222).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과반수의 국민들은 클린턴의 행위는 탄핵사유가 되는 범죄나 비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던 것이다223).
한편 클린턴 탄핵사건은 앞으로의 미국 탄핵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라는 관점에서 많은 교훈을 심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관하여는 게르하르트 교수의 견해를 중심으로 간단히 기술하도록 한다.
216) Gerhardt, op. cit., p.195, n.1-2.
217) 클린턴 탄핵사건을 비판적 관점에서 분석한 최근의 주요문헌으로는 Richard Posner, An Affair of State: The Investigation, Impeachment, and Trial of President Clinton (Harvard University Press, 1999); Bill Kovach and Tom Rosenstiel, Warp Speed: America in the Age of Mixed Media(Century Foundation, 1999); Elizabeth Drew, The Corruption of American Politics: What Went Wrong and Why(Birch Lane, 1999; Laurence H. Tribe, 1 American Constitutional Law, 3rd ed,(Foundation, 2000), pp.152-202 참조.
218) Gerhardt, op. cit., p.176.
219) ibid., p.179.
220) Mark Z. Barabak, “The Time Poll”, The Los Angeles Times, January 31, 1999, Part A, p. 1.
221) Josh Getlin, “The Truce Behind the Culture Wars: Shall Clinton Debate Drowns Out Broad American Consensus on Most Issues”, Los Angeles Times February 7, 1999, A1.
222) Barabak, op. cit., p.1.
223) U.S. News and World Report, Feb. 22, 1999, p.26; Gerhardt, op. cit., p. 178.
우선, 연방 헌법상 상원의 3분의 2 규정 때문에 양당이 대통령의 해임에 동의할 만큼 심각한 범죄나 비행이 아니고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재인식하게 되었으며,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대통령의 경우 탄핵제도는 그의 비행이나 권한 남용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224).
유죄의 입증책임을 지는 의회는 자신들이 행하는 기소와 심판이 당파적 이해를 초월한 것임을 입증하여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탄핵제도가 성공할 수 있으며225), 탄핵결정을 재심사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현실에서 레임덕 의회가 탄핵결정에 관여한 것은 정당성에 큰 문제가 있다.226)
클린턴 탄핵사건은 대통령과 법관의 탄핵에 있어서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나, 게르하르트 교수는 그러한 해석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227). 이 사건에서 대통령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주장된 논의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법관의 경우보다 그 기준이 엄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헌법해석상 탄핵기준은 탄핵대상이 되는 공직의 임기나 책임성에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며, 역사적으로도 헌법제정자의 의도가 대통령과 법관의 탄핵기준을 달리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228). 탄핵에 관한 초기의 선례를 보더라도 앤드류 존슨 대통령의 탄핵은 연방 법관에 대한 탄핵이 4건이나 행해진 이후에 소추되었으나 존슨 대통령은 법관의 탄핵과 다른 기준의 적용을 주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법관의 탄핵기준을 대통령의 경우보다 낮고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법관의 직무수행에 대한 정치적 보복(political retaliation against judges)을 방지하기 위한 헌법적 보호장치를 약화시키는 것이 되기 때문에 허용하기 어렵다229).
또한 클린턴 사건에서는 탄핵사유에 관한 기준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이전의 7건의 연방 판사의 탄핵사건에서 적용한 기준의 상당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단된다. 과거의 법관에 대한 탄핵에 있어서는 탄핵사유가 되는 비행이 (1)국가에 중대한 해악을 끼치고, (2)그 비행이 당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하였음을 볼 수 있다. 여기의 두 번째 기준에 대한 판단은 비행의 정도가 심각한지 또는 공직수행을 불가능하게 하여 해임 이외에는 달리 의회가 취할 적절한 방법이 없는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 사건에서는 상원의원들이 실제로 이러한 기준의 적용을 결여한 채 표결에 참여하였다230).
마지막으로 클린턴 탄핵사건은 문제된 행위가 그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할 정도의 공적 중요성을 가진 것도 아니고 해악을 끼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231). 이 사건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즉 탄핵제도는 아주 일부의 매우 예외적인 비행이나 범죄에만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을 뿐이며, 오히려 탄핵 이외의 다른 수단들, 예컨대 여론과 선거, 역사의 심판이나 민ㆍ형사재판 또는 공개적 비판과 감시 등과 같은 것들이 고위 공직자의 권한남용과 비행, 범법행위를 막거나 억제하는 데에 더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232).
224) Gerhardt, op. cit., pp.179-180.
225) ibid., p.181.
226) ibid., p.182.
227) ibid., p.183.
228) ibid.
229) ibid., p.184
230) ibid., p.187.
231) ibid., p.191.
232) ibid.
Ⅳ. 한국의 탄핵제도
1. 서 설
가. 한국 탄핵제도의 변천
한국은 1948년 건국헌법 이래로 탄핵제도를 계속 규정하여 왔다.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그리고 이에 따른 여러 차례의 헌법개정으로 말미암아 탄핵의 대상, 소추기관 및 심판기관이 변천을 겪게 되었지만 탄핵의 사유는 여전히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지난 50여년의 탄핵제도의 변천사를 돌아보면, 점차 탄핵소추가 어렵게 되는 방향으로 탄핵제도가 변천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 헌법에서 탄핵제도가 더욱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하에서는 건국헌법 이래로 탄핵제도가 어떻게 변천하여 왔는가를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1) 1948년 건국헌법
건국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의 대상은 대통령, 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審計院長, 법관과 기타 법률이 정하는 공무원이다(제46조). 학자들은 법률에 의하여 정해질 공무원으로 감찰위원장, 고시위원장, 각 처장, 검찰관, 외교관 등을 들었다.233)
탄핵소추의 사유는 위의 공무원이 「그 직무수행에 관하여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배한 때」이다. 이와 같은 탄핵소추사유규정은 약간의 표현을 달리한 채 오늘날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234) 이처럼 탄핵소추사유규정이 그대로 유지되어온 까닭은 이 규정이 해석상 문제될 것이 없을 정도로 합리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탄핵심판이 전혀 이뤄진 적이 없어서 이에 대한 진지한 문제제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233) 유진오, 헌법해의, 명세당, 1951, 111면; 문홍주, 한국헌법론, 일조각, 1959, 207면.
234) 우리 헌법은 1962년헌법 이래로 탄핵사유를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발견되는 약간의 표현상 차이는 아무런 의미상의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
소추기관은 국회로서 탄핵소추의 발의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50인 이상의 連署가 있어야 하며, 그 결의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한다.
탄핵의 심판은 법률로써 설치된 탄핵재판소에서 행하도록 하였다(제47조). 탄핵재판소는 부통령이 재판장의 직무를 행하고, 대법관 5인과 국회의원 5인이 심판관이 되었다. 단 대통령과 부통령이 탄핵의 대상이 될 때에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의 직무를 행하기로 하였다. 탄핵심판은 심판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했다.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되는 것에 그쳤다. 단 이로 말미암아 민사상이나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었다.
(2) 1952년 제1차 개정헌법
1952년에 국회의 양원제를 내용으로 하는 개헌으로 말미암아 탄핵소추는 民議院의원 50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결의는 양원합동회의에서 각원의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였다(제46조). 그리고 탄핵재판소의 심판관은 5인의 대법관과 參議院의원 5인으로 구성되었다.
(3) 1954년 제2차 개정헌법
탄핵의 대상에서 국무총리가 삭제되었다. 그리고 국회의 탄핵소추는 민의원의원 30인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결의는 양원에서 각각 그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하였다(제46조 제2항).
(4) 1960년 제3차 개정헌법(1960년헌법)
1960년 4월혁명으로 말미암아 정부형태가 의원내각제로 변경된 1960년헌법이 만들어졌다. 이 헌법에서의 탄핵대상자는 대통령, 헌법재판소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 심계원장, 기타 법률이 정하는 공무원이었다(제46조). 여기서 종전과 달리 국무위원이 탄핵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국회의 불신임결의권을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해석되었다.235)
탄핵소추는 민의원의원 30인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결의는 양원에서 각각 그 재적의원의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하였다.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제83조의3). 헌법재판소의 심판관은 9인으로서 대통령, 대법원, 참의원이 각 3인씩 선임하였다(제83조의4). 탄핵판결은 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였다.
1960년헌법에서 탄핵소추의 결의를 받은 자는 탄핵판결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는 규정(제47조)이 처음으로 신설되었다.
235) 윤세창, 신헌법, 일신사, 1960, 274면.
(5) 1962년 제5차 개정헌법(1962년헌법)
대통령중심제로 바뀐 1962년헌법에서 탄핵대상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의 장,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 감사위원 기타 법률에 정한 공무원이었다(제61조).
탄핵소추는 국회의원 30인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하였다. 탄핵심판은 탄핵심판위원회가 담당하되, 이는 대법원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대법원판사 3인과 국회의원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되었다. 단 대법원장이 탄핵의 대상이 된 경우에는 국회의장이 위원장이 된다.
(6) 1969년 제6차 개정헌법
여기서는 탄핵의 대상에 따라 탄핵소추의결정족수를 달리하였다. 즉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경우에는 그 밖의 경우와는 달리 국회의원 50인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결의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였다. 이때로부터 대통령과 그 밖의 공무원에 대한 탄핵을 달리 취급하기 시작하였다.
(7) 1972년 제7차 개정헌법(1972년헌법)
1972년헌법에 의하면, 탄핵대상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의 장, 헌법위원회위원,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 감사위원, 기타 법률에 정한 공무원이었다(제99조).
국회가 탄핵을 소추함에 있어서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단 대통령의 경우에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탄핵을 소추할 수 있었다.
탄핵심판은 별도의 기관인 헌법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 헌법위원회는 대통령에 의하여 임명된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되, 이 9인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고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나머지 3인은 대통령이 직접 선정한다. 탄핵의 결정은 위원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8) 1980년 제8차 개정헌법(1980년헌법)
1980년헌법은 탄핵제도에 관하여는 1972년헌법과 동일하였다. 따라서 1980년헌법에서도 탄핵제도가 제대로 활용되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당시 군사정부에 의하여 권위주의적으로 권력이 행사되었기 때문에 더욱 그리하였다. 1985년 10월 18일 신민당소속 국회의원 102명이 당시 대법원장에 대하여 탄핵소추결의안을 국회에 접수시켰는데, 이 결의안은 10월 21일에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95표, 반대 146표, 기권 5표, 무효 1표로 부결되고 말았다.
1980년헌법의 탄핵제도에 관한 규정은 거의 그대로 현행 1987년헌법에 전해졌다. 단 1987년헌법에서의 가장 확실한 변화는 탄핵심판기관이 헌법재판소로 되었다는 점이다.
나. 현행 탄핵제도의 개관
현행 탄핵제도에 관한 규범으로는 헌법 제65조(국회의 탄핵소추권과 그 결정의 효력), 헌법 제111조 제1항·제3항(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권)과 이를 구체화한 국회법 제130조-제134조(탄핵소추절차), 헌법재판소법 제48조-제54조(탄핵심판절차) 등이 있다.
이와 같이 우리 헌법은 탄핵권을 소추권과 심판권으로 나누어 전자를 국회에 주고, 후자를 헌법재판소에 주고 있다.236) 이는 議會司法의 개념으로 탄핵제도가 의회를 중심으로 발전하였다는 연혁적인 이유와 탄핵의 대상이 갖는 고도의 정치성을 고려한 현실적 이유 그리고 실질적으로 사법작용에 해당하는 탄핵심판을 독립적인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론적인 이유에서 각각 정당화되고 있으나, 양자가 분리된 결과로 탄핵제도에 의한 국회의 집행부 및 사법부에 대한 통제가 실제에 있어서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집행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총재를 겸하고 있는 집권당이 국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는 점을 아울러 고려한다면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그 실제 운용의 면에서 볼 때 아주 미약하였음을 알 수 있다.237) 그뿐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구성에 있어서 대통령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238) 그러나 오늘날 이른바 여소야대의 정국구도가 고착화되면서 대통령에 대한 견제수단으로서 국회의 탄핵소추가 보다 활성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239) 이러한 사실은 정국의 구도에 따라 언제든지 탄핵제도가 실효적인 통제장치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236) 탄핵절차의 유형은 크게 하원의 소추에 대하여 상원이 판결하는 경우(미국, 프랑스 제3공화국헌법), 양원의 소추에 대하여 양원에서 선출된 위원으로써 구성된 高等彈劾裁判所(La Haute Cour de Justice)에 의하여 판결하는 경우(프랑스 제5공화국헌법), 상원 또는 하원의 소추에 대하여 독립기관인 헌법재판소가 판결하는 경우(독일) 등으로 나뉜다. 우리는 독일식을 따르고 있다.
237) 이 때문에 오늘날 탄핵제도에 관하여는 국회의 통제기능적 측면보다 헌법재판소에 의한 헌법보호제도의 기능이 더 강조되고 있다.
238) 9인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명과정에서 대통령이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판관은 대통령이 선정하는 3인과 국회가 선출하는 재판관 중에 집권여당의 몫에 해당하는 1인을 포함하여 최소한 4인 이상이다. 재판관이 자신의 임명과정에서의 정치적 배경으로부터 사실상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특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탄핵결정에 필요한 6인 이상의 찬성의 확보가 쉽지 아니함을 예상할 수 있다.
239) 국민정부가 들어선 지 3년이 지난 2001년 4월말까지 탄핵소추안이 5건 제출되었는데, 이는 노태우정부 때의 2건, 김영삼정부 때의 1건에 비하여 훨씬 많아진 것이다. 또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12건이 제출되었는 바, 이 역시 노태우정부 때의 0건, 김영삼정부 때의 4건에 비하면 대폭 증가한 것이다. 이외에도 국회의장·부의장과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사퇴권고결의안이 다섯 차례 제출된 바 있다.
다. 한국 탄핵제도의 헌법적 기능
탄핵제도가 수행하는 기능은 탄핵제도의 구성요소에 관한 헌법 및 법률상의 규정 이외에도 정부와 국회간의 관계를 설정하고 있는 정부형태와 정당체제, 심판기구인 헌법재판소의 중립성을 담보하는 재판관선출방식 그리고 국민과 국회의 헌법에의 의지 등에 따라 그 내용이 결정된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중심제의 정부형태를 취하고 있는 한국에서 탄핵제도는 책임정치의 구현을 일차적으로 요구하는 기능을 갖는다고 하겠다. 미국이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라 입법부에 대하여 집행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대통령제를 고안할 때 「법적으로 무책임한 군주」 대신에 「책임지는 대통령」을 염두에 두면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였음을 기억하여야 한다. 여기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사유를 헌법과 법률의 위반으로 한 것은, 바로 국가의 원수도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240) 이와 같이 탄핵제도는 국회에 대하여 정치적으로 무책임하고 국민에게만 정치적 책임을 지는 대통령으로 하여금 법의 지배에 따라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는 지에 관하여 법적인 책임을 국회에게 지도록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국회가 행하는 탄핵소추의 의결은 대의적 책임의 추궁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241)
그런데 대통령중심제인 한국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그 외의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탄핵은 구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242) 국민에 의한 직선으로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을 국회의 소추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임기전에 파면하는 것은 선거를 통한 국민의 심판을 미리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대신하는 셈이라는 점에서, 또한 국회의 소추가 국민다수의 여론을 따라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사실상 아래로부터의 국민적 저항을 의미한다는243) 점에서 탄핵제도는 최후의 보충적인 권력통제수단인 것이지 자주 활용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244)
240) 한태연, 헌법학, 법문사, 405면.
241) 허영, 한국헌법론, 박영사, 2001, 813면.
242)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그 외의 공직자에 대한 탄핵의 구별은 결국 탄핵사유와 절차상의 차이로 나타난다. 우리 헌법은 양자에 대한 탄핵의 사유는 동일하게 규정하면서도 절차 특히 소추발의 ·의결의 정족수를 달리함으로써 양자를 구별하고 있다. 한편 미국헌법은 양자에 대한 탄핵사유와 절차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양자를 구별하려는 해석론이 활발하게 전개되어왔다.
243) 한태연, 헌법학, 법문사, 723면.
244)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대부분 격렬한 정치적 대립과 갈등을 수반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로 2001년 7월의 인도네시아를 들 수 있다. 국민협의회(MPR)에 의하여 탄핵된 압두라만 와히드를 지지하는 이슬람세력, 군일부와 이에 대립하는 메가와티 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간의 갈등은 內戰을 우려하는 상황까지 진전되어갔다.
반면 대통령 이외의 공직자에 대한 탄핵은 대통령의 경우와 같은 민주적 정당성과의 충돌이 없이 헌법원리에 따른 법치주의의 확립을 일차적 목표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활용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245) 대통령에 의하여 임면되는 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 등 고위공무원이 위헌·위법행위를 하였으나 대통령에 의하여 책임추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 탄핵에 의하여 이들을 파면하는 것은 대통령의 임면권을 대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의 공무원임면권의 행사가 자유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이를 존중해 주는 반면, 그에 의하여 임명된 공직자들의 직무집행에 관한 법적 책임의 추궁 역시 강조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탄핵에 의하여 대통령의 공무원임면권의 행사가 보다 엄정해지고 또한 신중해지리라고 본다.246) 또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직무를 不偏不黨하게 집행하여야 하는 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 등에 대한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충실한 직무집행을 강요함으로써 혹시 있을 수 있는 임명권자를 향한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편향에 대한 견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한 점에서 이들에 대한 탄핵은 헌법의 규범력 확보의 차원에서 매우 필요하고 또한 바람직하다고 본다.
245) 실제 탄핵재판이 이루어졌던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17건의 탄핵재판 중에서 대통령에 대한 것은 불과 2건이고, 13건이 연방법관에 대하여, 1건은 상원의원에 대하여 그리고 나머지 1건은 각료에 대한 것이었다.
246) 최근의 검찰총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의 시도는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통령임면권의 신중한 행사를 요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탄핵제도는 간접적이나마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대통령 등의 탄핵대상자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여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탄핵제도는 나름대로 기본권보호장치로서 기능하게 된다.
이와 같이 탄핵제도는 고위직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직공직자의 법적 책임을 헌법이 정하는 특별한 절차에 따라 추궁함으로써 헌법을 보호하는 탄핵제도는 일반의 재판제도와는 다른 특징과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247) 따라서 비록 구조적·절차적 제약 가운데 있다하더라도 탄핵제도가 우리 헌법구조에서 수행하여야 할 重且大한 기능을 생각한다면 탄핵제도가 실질적인 권력통제장치 및 헌법보호장치가 될 수 있도록 관련법규정을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2. 탄핵의 대상
헌법 제65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48조는 탄핵소추대상자로서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248)·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하는 공무원을 들고 있다.
247) Loewenstein은 의원내각제의 발전과 함께 내각의 정치적 책임제가 확립된 오늘날에 있어서 탄핵제도는 다만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은 언제나 대통령을 해임할 수 있다는 사회적·심리적 효과 이외에 아무런 실효성도 없는 하나의 장식적 규정에 불과하다고 본다. Loewenstein, Verfassungslehre, 2. Aufl., S. 203. 그러나 오늘날에도 대통령에 대하여 국민적 저항이 있을 경우에 이러한 탄핵제도가 실제로 운용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얼마전 미국에서 클린턴 대통령에 대해 탄핵심판절차가 진행되었고, 브라질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이 민주화로 나아가고자 하는 제3세계에서도 탄핵제도가 운용되기도 함을 주목하여야 한다.
248)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탄핵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재판관 3인 이상을 동시에 소추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기능을 유지하기 위함이다(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 제50조 참조). 이를 명백히 규정하지 못한 것은 입법의 미비이다.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권한을 대행하는 경우, 그 대행자가 탄핵의 대상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권한대행은 제1차적으로는 국무총리가, 제2차적으로는 법률(정부조직법)이 정하는 순서대로 국무위원이 담당하게 되어있는데(헌법 제71조), 이들 모두 탄핵의 대상자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해석상 별다른 문제점은 없다. 단 이들은 대통령권한대행자로서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 및 심판결정의 정족수는 대통령의 경우에 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 이외에 국무총리, 국무위원 그리고 행정각부의 장을 탄핵심판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이들이 사실상 대통령의 권한행사의 통로임을 생각할 때 이들에 대한 탄핵은 결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대신하는 의미를 아울러 갖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실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소추가 용이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탄핵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국회의원은 탄핵의 대상자가 아니다. 그런데 현행 헌법과 국회법에 의하면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을 겸하는 경우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상 행위를 사유로 그를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직으로부터 파면하도록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고 볼 것인가가 문제될 수 있다. 생각건대 비록 동일인이 국회의원과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을 겸한다 하더라도 직책이 구별되는 만큼 국회의원으로서 행한 직무행위를 이유로 탄핵을 소추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기타 법률이 정하는 공무원」의 범위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관하여 여러 견해가 있으나 탄핵제도의 취지를 생각할 때 여기서의 공무원은 일반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의한 소추나 징계처분이 곤란한 고위직 내지 특정직공무원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에 해당하는 자로서는 검찰총장과 대검차장을 비롯한 검사249)·각 처장·정부위원·각군 참모총장·경찰청장·고위외교관 그리고 정무직 또는 별정직고급공무원 등을 들 수 있다.250)
249) 검찰청법 제37조는 「檢事는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면 파면·정직·감봉의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검사를 탄핵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국민정부가 들어선 이래 검찰총장 및 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다섯 차례 발의된 적이 있었다. 김태정 총장에 대하여 두 차례(1998년 5월 26일, 1999년 2월 4일), 박순용 총장에 대하여 두 차례(1999년 8월 26일, 2000년 12월 13일), 신승남 대검차장에 대하여 한 차례(2000년 12월 13일) 있었다.
250) 권영성, 857면; 허영, 813면. 반면 탄핵제도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공직자(예컨대 국회의원, 고위직업공무원)는 탄핵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3. 탄핵의 사유
헌법 제65조 제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48조는 탄핵의 사유를 탄핵의 대상에 따라 달리 규정하지 않고 모든 대상에 대하여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 하여 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① 무엇보다도 탄핵소추의 사유가 「그 직무집행」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여기서 「직무」라 함은 법제상 소관 직무로 규정된 고유업무와, 통념상 이와 관련된 업무를 가리킨다. 따라서 직무집행이라 함은 소관 직무로 인한 의사결정·집행·통제행위를 포괄하며 추상적인 법제상의 직무에 근거하여 구체적으로 외부로 표출·현실화된 작용을 말한다. 이에는 순수한 직무집행행위 그 자체뿐 아니라 직무행위의 외형을 갖춘 행위까지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그 직무집행」과 무관한 사항으로는 첫째, 사생활에 관한 사항과 둘째, 탄핵대상자가 겸직을 하는 경우에 그 겸직에 해당하는 사항251)을 들 수 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의 해석론으로는, 사생활에 관한 사항은 물론 겸직에 해당하는 직무수행은 탄핵소추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새겨야 할 것이다.252)
그런데 직무집행의 시기와 관련하여 논의되고 있는 것은 취임 전이나 퇴직 후의 행위가 탄핵소추의 사유가 될 수 있는가이다. 현직중의 행위뿐 아니라 전직시의 행위까지도 탄핵소추의 사유가 되는가에 관해서는 긍정설253)과 부정설254)이 대립하고 있다. 이는 탄핵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와 관련되어 있다. 탄핵을 징계처분의 하나로 보는 입장에서는, 전직시의 행위에 대해서는 그 자가 전직으로부터 사퇴함과 동시에 그 탄핵소추사유가 소멸된 것으로 보아 부정설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하여 탄핵의 징계처분적 성격을 명백히 밝히고 있으므로 부정설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첫째, 임명에 있어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공직자가 동의를 받기 전 이른바 「서리」의 신분으로 한 직무집행행위는 당연히 탄핵대상의 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탄핵소추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탄핵소추를 면탈하기 위하여 임명권자가 그 자를 轉職시킬 경우에는 여전히 현직중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前職時의 행위로 탄핵결정을 받게되면 현직에서 파면된다.
한편 국무위원으로서의 직위를 갖고 있던 자가 국무총리로 된 경우 국무위원으로서 행하였던 직무집행행위를 이유로 그를 탄핵할 수 있다고 볼 것인가? 이는 공직자가 사퇴한 까닭에 전직시의 행위에 대하여 탄핵할 수 없는 경우와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직무집행과 관련하여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국무위원을 국무총리로 그대로 임명한 경우에는 비록 전직시의 행위라도 이를 이유로 탄핵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탄핵이 실질적으로는 공직으로부터의 일시적 배제를 의미하므로 공직자가 탄핵의 대상이 되는 직위를 연이어 취득하는 경우에는 전직시의 행위라도 탄핵의 사유로 하는 것이 탄핵제도의 취지에 적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251) 우리 헌법과 국회법에 의하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은 국회의원의 직을 겸할 수 있다(헌법 제43조, 국회법 제29조 제1항, 국회법 제39조 제4항 참조).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이 국회의원직을 겸하고 있는 경우, 국회의원으로서 행한 직무행위를 이유로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직에서 파면할 것을 목적으로 이들에 대하여 탄핵소추를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52)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경우도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성추문사건이 아니라 성추문사건과 관련되어 행해진 연방대배심에서의 위증과 사법방해가 탄핵소추의 사유이었다. 미 연방하원은 연방대배심에서의 위증과 사법방해를 이유로 클린턴에 대하여 탄핵소추의결을 하였으나, 상원에서는 각각 부결시켰다. 한편 입법례에 따라서는 공직자의 「그 직무집행」과 관계되지 아니한 사항도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재판관으로서의 위신을 현저하게 잃게 할만한 비행이 있는 것도 탄핵사유에 해당한다(재판관탄핵법 제2조). 독일의 경우, 법관이 직무중 또는 직무를 떠나서 헌법의 기본원칙을 위배한 것도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기본법 제98조 제2항).
253) 긍정설로는 탄핵소추의 목적이 공직으로부터 추방에 있으므로 현직 뿐 아니라 전직의 공직수행에서의 위배행위도 해당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여기서의 직무집행을 「그의 공직집행」으로 새기려는 견해(문홍주, 한국헌법, 해암사, 1987, 477면), 고급공무원이 현직이거나 전직이거나를 불문하고 직무수행에 위헌·위법행위가 있는 경우에 탄핵소추가 되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공무원의 위헌·위법행위가 고위공무원과 상용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김철수, 헌법학개론, 박영사, 2001, 999면) 등이 있다.
254) 이러한 부정설로는 「그 집무집행에 있어서····」라고 했기 때문에 文理解釋上 전직시의 행위가 탄핵사유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견해(김기범, 한국헌법, 1974, 454면), 전직시대의 위법행위는 그 공직으로부터의 사퇴와 함께 탄핵사유가 소멸되어 현직중의 행위만이 탄핵사유가 된다는 견해(한태연, 헌법학, 1979, 591면) 등이 있다. 부정설이 학계의 다수설(박일경, 윤세창, 안용교, 김남진, 이강혁, 권영성 등)이다.
② 탄핵소추사유는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경우라야 한다. 우리의 탄핵제도는 대통령이나 기타의 고위공직자들의 직무수행을 「헌법과 법률」의 기준에 따라 그 적법성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있다. 따라서 직무집행과 관련한 단순한 부도덕이나 정치적 무능력 그리고 정책결정상의 과오는 탄핵소추의 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한다.255) 이와 같이 탄핵제도가 정치적 동기가 아니라 헌법·법률위반을 사유로 한다는 점에서 탄핵소추사유는 헌법 제63조의 해임건의사유와 구별된다. 또한 헌법과 법률의 위배를 탄핵소추사유로 하는 우리 헌법규정은 「반역죄, 수뢰죄 또는 기타의 중대한 범죄와 경죄」를 탄핵소추사유로 하는 미국헌법규정과 동일한 선상에서 해석될 수 없다고 본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볼 때 형사법규위반을 주된 탄핵소추사유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형사법규 이외의 법률과 헌법의 위배를 탄핵소추사유로 하는 우리와 그 기본을 달리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256)
여기서 헌법이라 함은 형식적 의미의 헌법일 뿐만 아니라 헌법적 관행도 포함한다. 따라서 헌법상의 명문규정은 물론이고 합리적 해석에 의하여 파악할 수 있는 헌법상의 기본원칙 뿐 아니라 판례나 관행에 의하여 확립된 불문헌법257)도 이에 해당한다. 법률도 역시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 아니라 이와 동등한 효력을 가진 국제조약·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 그리고 긴급명령·긴급재정경제명령 등을 포함한다.
③ 탄핵소추사유는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행위라야 한다. 여기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였다 함은 주로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상의 권한을 逾越하거나 작위·부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행위를 명시적으로 예시한 입법례도 있으나258), 우리는 이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단지 포괄적으로 규정해둠으로써 해석론에 맡겨두고 있다. 우리 법체계상 탄핵소추사유로 생각할 수 있는 위헌·위법행위는 다음과 같다. 예컨대 대통령이 발동요건이 적합하지 아니한 상황에서 국가긴급권을 발동하거나 대통령이 외국의 힘을 이용하여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 국무총리가 직권을 남용하거나 뇌물을 수수하는 경우, 검찰총장이 정치운동에 관여하거나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거나 공정한 수사의 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경우, 대법원장이 정치권력에 영합하여 사법에 의한 인권침해의 판결을 한 법관을 우대하는 인사조치를 함으로써 법관의 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경우, 법관이 고의로 심리와 재판을 지연한다든지 부당한 소송지휘를 하는 경우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위배행위에는 고의나 과실에 의한 경우뿐만 아니라 법의 무지로 인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헌법상 탄핵소추사유를 고의적인 위배행위에 국한시켜 이해하기에는 文理解釋의 원칙상 무리가 있기 때문이고259) 또한 우리 헌법상 탄핵은 형사처분이 아니라 징계처분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55) 미국연방헌법제정회의에서 탄핵제도를 논의할 당시 失政(maladministration)을 탄핵의 사유로 포함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에 대하여 실정이라는 애매한 용어로 말미암아 대통령이 끊임없이 상원의 압력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에서, 또한 대통령이 4년마다 재선되는 까닭에 실정을 저지될 것이라는 이유에서 실정을 탄핵사유로 포함하지 않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실정을 이유로 탄핵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입장을 우리 헌법도 동일하게 취하고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정책적 판단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국가경제상의 위기가 초래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탄핵할 수 없다. 그러나 탄핵대상자인 공직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遺棄한 경우는 엄연히 형법상의 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형법 제122조) 탄핵의 사유가 충분히 될 수 있다.
256) 애초에 형사법규위반을 주된 탄핵소추사유로 여겼던 미국에서는 탄핵제도의 효과를 확보하기 위하여 탄핵소추사유를 확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기소가능한 범죄(indictable offenses)와 탄핵가능한 범죄(impeachable offenses)를 구별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여왔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러한 논의가 불필요하다고 본다.
257) 불문헌법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승인되면 그 기속력으로 말미암아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기 때문에(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승인된 불문헌법을 위반하는 것은 당연히 탄핵소추의 사유가 된다.
258) 미국 헌법은 반역죄와 수뢰죄를 탄핵소추사유로 예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기타의 중대한 범죄와 경죄」의 해석론이 탄핵소추사유를 이해하는 데 관건이다. 그런데 앞에서 예시된 반역죄와 수뢰죄가 그 해석론에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259) 독일의 경우, 고의나 과실에 의한 헌법이나 법률의 침해를 탄핵사유로 정하였던 바이마르헌법과는 달리 기본법에서는 연방대통령의 탄핵소추사유를 「기본법 또는 그 밖의 연방법률의 고의적 침해」로 明示的으로 규정하고 있다(기본법 제61조, 연방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1항). 따라서 연방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고의의 유무를 판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④ 현행 헌법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文言 그대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모든 행위를 탄핵소추사유로 볼 것인가에 관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이에 관하여는 형사상의 범죄뿐만 아니라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배하는 전부의 행위를 탄핵사유로 보는 견해260)와 탄핵제도의 성질로 보아 그 위법행위가 명백하고도 중대함을 요한다고 보는 견해261)가 대립한다. 이는 탄핵사유규정을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하느냐 아니면 합목적성에 따라 제한적으로 해석하느냐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탄핵대상자에 따라 탄핵사유가 차별화되지 않고 포괄적으로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더욱 곤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컨대 일반 법관과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를 현행 헌법이 구별하지 않고 동일한 수준에서 논의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라는 의문이 든다.262) 생각건대 탄핵사유규정의 해석은 탄핵제도의 성질, 탄핵소추의결 및 탄핵결정의 효과 그리고 정치적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행 헌법에서는 일단 탄핵소추의결이 이루어지면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이러한 권한행사의 정지에는 대통령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직무집행에 있어서 법률을 위배한 모든 경우에 당연히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것은 위법행위의 혐의로써 행정이나 사법작용에 혼란과 불안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더구나 이른바 여소야대의 정국으로 말미암아 야당의 주도로 탄핵소추의결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을 경우에는 탄핵소추발의의 시도가 적잖을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탄핵소추의결과 함께 자동적으로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경우에 탄핵사유의 확대해석은 탄핵을 둘러싼 政爭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탄핵사유가 인정되는 때에는 선택의 여지없이 파면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 모든 위헌·위법행위를 탄핵사유로 보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요컨대 탄핵심판은 일반 재판작용과는 달리 헌법보호의 기능을 더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탄핵사유를 헌법과 법률에 대한 「중대한」 위배로 제한하여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특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본다.263)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서 가중된 정족수가 요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264) 여기서 위배의 중대성은 위배의 고의 또는 과실과 같은 주관적 정신적 요소의 유무로 따질 것이 아니라 위배의 결과로 나타난 국민의 기본권, 국가의 안전, 헌법질서 등에 끼친 해악의 정도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본다.
260) 박일경, 유신헌법, 박영사, 1972, 365면.
261) 한태연, 헌법학, 법문사, 1979, 590면. 대통령과 대법원장과 같은 행정·사법의 최고책임자를 제외한 그 밖의 탄핵대상자의 경우, 그 위법행위가 명백하고도 중대하지 않을 시에는 각각 정부나 법원 내부의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591면).
262) 미국헌법도 대통령과 그 외의 공직자에 대한 탄핵사유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첫째 탄핵의 기준이 동일하다는 입장, 둘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경우 「보다 높은 기준(higher standard)」이 요구된다는 입장, 셋째 탄핵의 기준은 동일하나 하원이 탄핵소추권의 행사에 재량권을 가진다는 입장으로 견해가 나뉘고 있다. 학계의 지배적인 견해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기준이 다른 경우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Cass R. Sunstein, “Impeachment and Stability”, 67 George Washington L. Rev. 699(1999), p.708.
263) 同旨: 문홍주, “탄핵제도”, 공법연구 제1집, 1971, 16-17면. 독일의 경우에도 법관에 대한 탄핵사유를 「기본법의 원칙(Grundsätze des Grundgesetzes)이나 주의 헌법적 질서(verfassungsmäßige Ordnung eines Landes)에 위반한 때」로 정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경우에는 단순히 「기본법 또는 그 밖의 연방법률의 고의적 침해」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이를 기본법이나 연방법률의 중대한(von politischem Gewicht) 침해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에도 대통령의 헌법체계와 정부기능에 미치는 헌법상의 의무위반은 「중대한 것(substantiality)」임을 요한다고 이해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에 대하여는 대역죄(haute trahison)로 한하고 있다.
최근 행해진 미국 Clinton탄핵사건의 핵심은 문제된 행위가 그를 대통령직에서 물러하게 할 정도의 공적 중요성을 지니거나 해악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로 말미암아 탄핵제도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사용되는 제재 내지 억제수단일 따름이며, 탄핵제도 이외의 수단들 예컨대 여론과 선거, 역사의 심판이나 민·형사재판 또는 공개적 비판과 감시 등이 오히려 더 효과적인 수단임을 알 수 있다. Michael J. Gerhardt, The Federal Impeachment Process: A Constitutional and Historical Analysis, 2nd ed., Univ. of Chicago Press, 2000, p. 191.
4. 탄핵의 절차
가. 탄핵소추
(1) 탄핵소추절차
탄핵대상자의 직무집행에 있어서 탄핵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국회는 원칙적으로 그가 공직에 있는 한 언제든지 탄핵소추를 발의할 수 있다.265)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은 사건은 一事不再理의 원칙에 의하여(헌법재판소법 제39조) 국회에서 다시 소추발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을 소추하는 경우에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가 있어야 하고 그 외의 자를 탄핵소추하는 경우에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한다(헌법 제65조 제2항).266) 국무총리·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정족수는 국무총리·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 발의정족수와 같다(헌법 제63조). 따라서 이들에 대한 해임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에는 이들에 대하여 탄핵소추를 발의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국무총리·국무위원의 직무집행에서의 헌법위반 또는 법률위반을 이유로 국회가 해임건의를 의결하였으나 대통령에 의하여 해임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에, 국회가 다시 이들을 대상으로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볼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해서 국회는 동일한 사유를 이유로 다시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위헌·위법 여부에 대하여 확정적인 판결이 내려진 적이 없어서 一事不再理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으며 또한 해임건의권과 탄핵소추권은 서로 다른 기초·절차·효과를 가진 별개의 제도이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의 발의에는 피소추자의 성명·직위와 탄핵소추의 사유·증거 기타 조사상 참고가 될만한 자료를 제시하여야 한다(국회법 제130조 제3항). 이 때 증거 기타 참조자료를 첨부하지 않은 발의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나 부적법한 것으로 보아 국회의장이 이를 보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공직자를 징계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탄핵절차가 적법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의 발의가 있은 때에는 의장은 즉시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는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다(국회법 제130조 제1항).267) 회부받은 법제사법위원회는 지체없이 조사·보고하여야 한다(국회법 제131조 제1항). 이를 조사함에 있어서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이 규정하는 조사의 방법 및 조사시의 주의의무규정을 준용한다. 국회의원이 탄핵소추사건을 조사함에 있어서 주의의무규정을 위반할 시에는 국회의 의결로 징계를 받게 된다(국회법 제155조 제2항 제6호). 조사를 받는 국가기관은 조사를 신속히 완료시키기 위하여 충분한 협조를 하여야 한다(국회법 제132조).
264) 이와 같이 탄핵소추의결에서 가중된 정족수는 대통령의 사소한 위법행위로 말미암은 탄핵소추를 일단 저지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그런데 만약 국회의 거대야당에 의하여 대통령의 사소한 위법행위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된 경우에는 일단 본안심리에 들어가 어떻게든 결국 탄핵심판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265) 우리는 탄핵사유의 시효를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입법례에 따라서는 이를 규정하는 경우가 있다. 독일의 경우, 소추권 있는 기관이 탄핵사유를 안 때로부터 3월 이내에 탄핵소추를 하여야 한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0조).
266) 참고로 다른 나라의 대통령탄핵에 관한 의결정족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독일 연방대통령의 경우, 연방의회 재적의원의 4분의 1 또는 연방참사원 투표의 4분의 1 이상으로 소추가 발의되고 각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소추의결이 이뤄진다.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 국민의회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의 동의 또는 상원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의 동의로 소추가 발의된 후 양원에서 모두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의 의결이 이뤄진다. 이때 양원에서 일치하여 의결이 이뤄져야 함을 주의하여야 한다. 미국 대통령의 경우, 하원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탄핵이 소추되고 상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이 결정된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경우는 미국과 동일하고 독일과 프랑스보다는 엄격하다. 대통령의 탄핵소추발의 정족수는 사실상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견제 또는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압박의 가능성을 결정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헌법은 대통령을 국회의 견제 또는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부터 가능한 보호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67) 탄핵소추권자인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함에 있어서 판단근거가 되는 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준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외부기관에 의한 수사자료의 확보가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별검사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본회의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하지 아니한 때에는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국회법 제130조 제2항). 한편 법제사법위원회에 의하여 조사·보고된 때에는 본회의는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위 조항에 준하여 동일한 시간이내에 탄핵소추여부를 표결하여야 한다고 볼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소추의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그 외의 자에 대하여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헌법 제65조 제2항). 본회의에서의 탄핵소추의결은 피소추자의 성명·직위·탄핵소추사유를 표시한 「訴追議決書」로써 한다(국회법 제133조). 그런데 국회법 제130조 제2항의 규정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탄핵소추안이 폐기된 것으로 볼 것인가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건의안이 발의된 때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해임건의안이 폐기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국회법 제112조 제7항)이 있으나, 탄핵소추의결에 관하여는 명문규정이 없어서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해석론으로는 이에 준하여 동일한 효과를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탄핵소추의 의결이 있는 때에는 의장은 지체없이 소추의결서의 正本을 법제사법위원장인 소추위원에게, 그 등본을 헌법재판소·피소추자와 그 소속기관의 장에게 송달한다(국회법 제134조 제1항).
(2) 탄핵소추의결의 효과
(가) 권한행사정지
탄핵소추가 의결된 자는 소추의결서가 본인에게 송달된 때로부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헌법 제65조 제3항, 국회법 제134조 제2항). 여기서 권한행사의 시점이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시가 아니라 소추의결서가 피소추자에게 송달되는 시점임을 주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권한행사정지는 공적 직무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된다.268) 이 규정에 따르면 이 기간중의 직무행위는 위헌·무효가 된다.
(나) 사임·해임의 금지
또한 소추의결서가 송달되면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국회법 제134조 제2항). 당사자의 사임이나 임명권자의 해임을 허용하게 되면 사실상 탄핵에 의한 파면을 면탈하는 결과가 초래되어 탄핵제도를 유명무실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269) 한편 파면의 경우에는 이로 말미암아 탄핵의 목적이 달성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탄핵심판결정선고 이전에 피소추자가 당해 공직에서 파면되면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
268) 박일경, 신헌법, 1990, 433면; 김철수, 헌법학개론, 2001, 1000면.
269) 독일의 경우에도 연방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의 개시와 진행은 연방대통령의 사직·퇴임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1조).
나. 탄핵심판
(1) 탄핵심판절차
실질적 의미의 사법작용에 해당하는 탄핵심판이 공정한 입장에서 심판을 담당할 수 있고 헌법수호의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관할에 속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 탄핵심판의 개시
탄핵심판에서는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소추위원이 된다(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1항). 소추위원이 소추의결서의 正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함으로써 탄핵심판청구의 효력이 발생한다.270) 소추의결서를 작성한 후 얼마 이내에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여야 하는가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나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불안정을 속히 해결하기 위하여 또한 권한행사의 정지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지체없이 제출하여야 할 것이다.271) 소추의원은 이 의결서에 증거서류 또는 참고자료를 첨부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26조). 의결서의 정본을 접수한 헌법재판소는 그 등본을 피소추자에게 송달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27조 제1항). 송달을 받은 피소추자는 헌법재판소에 답변서를 제출할 수 있다.
그런데 탄핵소추의결을 한 국회가 임기만료된 경우에 탄핵심판절차는 영향을 받는다고 볼 것인가? 이에 대하여 우리는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생각건대 탄핵제도가 직무집행에 있어서 위헌·위법행위를 한 자를 공직에서 추방함으로써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것을 기능으로 하기 때문에 국회가 임기만료로 해산하더라도 탄해심판절차는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272) 이때의 소추위원은 새로이 구성된 국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될 것이다.
그런데 국회가 탄핵심판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자신의 의결로 탄핵의 소추를 철회할 수 있다고 볼 것인가가 문제될 수 있다. 독일과는 달리,273) 우리는 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제1심판결의 선고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제255조를 준용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선고 이전에까지 국회는 탄핵소추를 철회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255조). 이 때의 의결정족수를 얼마로 볼 것인가가 문제된다. 독일의 경우, 대통령에 대하여는 연방의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 또는 연방참사원 투표의 과반수를 요하고 있다. 이는 탄핵소추의결을 좌절시키는 데 필요한 연방의회 재적의원 또는 연방참사원 표수의 3분의 1보다는 가중된 수치이다. 그 이유는 이미 탄핵재판절차가 개시되어서 이 절차가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주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법관에 대하여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연방의회의 통상적인 의결방식에 따라(기본법 제42조 제2항 제1문) 역시 투표의 과반수의 찬성을 요한다고 하겠다. 우리의 경우에도 탄핵소추를 철회하려면 탄핵소추의결을 좌절하는 데 필요한 정족수 이상의 정족수가 최소한으로 요구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대통령의 경우에 과반수의 의결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편 그 외의 탄핵대상자의 경우에는 통상의 의결방식에 따라 역시 과반수의 의결이 요한다고 하겠다.
270) 소추의결서정본이 제출되면 헌법재판소의 접수공무원은 이를 접수하여 사건으로 입건하고 접수서류에 표지를 붙여 사건기록을 편성한다. 그리고 이에 사건번호와 사건명을 부여한다. 사건번호는 연도구분, 사건부호, 진행부호로 구성된다. 탄핵심판사건의 사건부호는 「헌나」이다. 따라서 대통령에 대하여 탄핵심판이 청구되었다면 「00헌나00 대통령 탄핵」이 될 것이다.
271) 독일은 탄핵소추장을 작성한 지 1월내에 연방헌법재판소에 발송하도록 요구하고 있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2항).
272)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법은 「절차의 개시와 진행은 ···· 연방의회의 해산 또는 의회의 임기만료 등으로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51조).
273)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2조 ① 판결의 선고가 있을 때까지 소추기관의 의결로 그 탄핵의 소추를 철회할 수 있다. 이러한 의결은 연방의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 또는 연방참사원의 투표의 과반수를 요한다. ② 소추기관의 의장은 소추기관의 의결의 정본을 연방헌법재판소에 발송함으로써 탄핵소추를 철회할 수 있다. ③ 탄핵소추의 철회는 연방대통령이 1월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면 효력을 상실한다.
(나) 탄핵심판의 절차
탄핵심판은 구두변론에 의하며(헌법재판소법 제30조 제1항), 공개리에 한다(헌법재판소법 제34조). 이때 당사자는 피소추자와 소추위원(국회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다. 소추위원은 심판의 변론에 있어 피소추자를 訊問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피소추자를 재판부가 아닌 소추위원이 신문할 수 있게 한 것은 탄핵심판절차가 형사소송에 준하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재판부가 변론을 열 때에는 기일을 정하고 당사자와 관계인을 소환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30조 제3항).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하되, 다시 정한 기일에도 당사자가 출석하지 아니하면 그 출석없이 심리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52조).
재판부는 탄핵심판의 심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에 의하여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 또한 재판부는 다른 국가기관 또는 공공단체의 기관에 대하여 심판에 필요한 사실을 조회하거나, 기록의 송부나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탄핵심판절차에는 헌법재판소법에 특별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소송에 관한 규정과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이 준용된다. 단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이 민사소송에 관한 규정과 저촉될 때에는 민사소송에 관한 규정은 준용하지 아니한다(헌법재판소법 제40조).274)
피소추자에 대한 탄해심판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때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헌법재판소법 제51조). 이 때 심판의 정지기간 및 심판재개시기에 관하여는 규정이 없으나 그 구체적인 결정은 재판부의 재량에 속한다고 볼 것이다. 그렇지만 정지기간의 장기화로 말미암아 헌법재판소법 제38조의 심판기간(180일)을 경과해서는 안 된다고 하겠다. 통상 제38조의 심판기간규정을 문언과 달리 훈시규정에 불과하다고 관행상 해석하고 있으나 탄핵소추에 의하여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등 불안정한 상태가 야기되기 때문에 이를 신속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 심판기간을 준수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274) 참고로 독일연방대통령에 대한 탄핵심리의 순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심리에 있어서 소추기관의 수임자는 먼저 소추장을 낭독한다. 그 다음 연방대통령은 소추에 대하여 변론할 기회를 가진다. 이어서 증거조사를 행한다. 끝으로 탄핵의 대리인은 논고(Antrag)를, 연방대통령은 변론을 한다. 연방대통령은 최후진술권을 갖는다(연방헌법재판소법 제55조).
(다) 탄핵심판의 결정
탄핵사건의 심판은 재판관 전원으로 구성된 재판부에서 관장하며, 변론의 전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종합하여 정의 및 형평의 원리에 따라 행한다.275) 재판부는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고,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을 결정한다(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이와 같은 의결정족수의 가중은 탄핵결정에 있어 신중을 기하기 위함이다.
탄해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에는 피소추자를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하므로 예컨대 「피청구인 ····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라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반면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없을 때에는 기각결정을 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피소추자가 결정선고이전에 당해 공직에서 파면된 경우에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2항).
(2) 탄핵심판결정의 효과
탄핵심판 결정의 효력은 명문의 규정이 없으나 탄핵심판에 관하여 별도의 이의절차가 있을 수 없으므로 결정선고일로부터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단심으로 이루어지는 탄핵심판은 결정선고일이 바로 결정확정일이라고 할 것이다. 탄핵심판 결정이 선고되면 헌법재판소 서기는 지체없이 결정서 정본을 작성하여 당사자에게 송달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4항).276) 또한 이를 관보에 게재하여 공시하여야 한다.
275) 특히 대통령탄핵심판의 경우에 대통령의 국민적 지지가 어떠하든 간에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정치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심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Clinton탄핵사건에서 탄핵판결이 대통령의 업무수행에 대한 높은 평가와 지지율에 따른 국민적 여론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되고 있는데, 이는 탄핵재판기관인 상원이 정치적 기관이라는 사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우리와 같이 탄핵사건이 정치적 중립기관인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다루어지는 경우에는 탄핵심판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276) 탄해심판의 당사자인 피소추자와 소추위원에게는 헌법재판소 소장 명의의 송부서와 결정서 정본이 송달되고, 국회의장 및 이해관계기관에게는 송부서와 결정서 등본이 송달된다.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없다고 판단되어 기각결정이 내려진 경우 권한행사정지의 효력이 종료하게 된다. 이 시점은 헌법재판소의 종국결정의 송달일이 아니라 결정의 선고일이 된다. 반면에 탄핵결정이 선고된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첫째, 탄핵결정은 공직자를 공직으로부터 파면한다. 그러나 탄핵의 결정으로 민사상이나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헌법 제65조 제4항,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1항).277) 징계적 처벌에 해당하는 탄핵결정과 민·형사재판간에는 一事不再理의 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탄핵결정이 있은 후에 별도로 민사소송이나 형사소송의 제기가 가능하다.
둘째, 탄핵결정에 파면된 자는 일정기간 공직취임이 금지된다. 「탄핵결정에 의하여 파면된 자는 결정선고가 있는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 현행 규정은 「탄핵결정을 받은 자는 탄핵결정의 선고를 받은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하면 헌법 제101조 제1항에 규정된 공무원이 될 수 없다」라고 한 종전 1980년헌법 하에서의 헌법위원회법 제31조보다 기간과 범위의 면에서 더욱 강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 현행 규정에 의하면 취임금지기간이 종전의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되었고, 취임할 수 없는 공무원의 범위도 1980년헌법 제101조 제1항의 탄핵대상이 되는 공무원(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위원회 위원·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 뿐 아니라 모든 공무원으로까지 확대되었다.278)
277)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미국형을 따르고 있다. 미국형을 따르고 있는 국가로는 독일, 일본, 중남미제국 등이다. 반면 형사소송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영국형을 따르는 국가로는 프랑스를 들 수 있다.
278) 미국헌법은 「탄핵사건의 판결은 파면 및 명예·신임 혹은 보수를 수반하는 합중국의 공무에 취임·재직하는 자격을 박탈하는 것 이상에 미칠 수 없다. 단, 유죄의 판결을 받은 자라고 하여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기소·심리·판결·처벌을 받는 것을 면하지 못한다」(제1조 제3항 ⑦)라 하여 탄핵결정으로 말미암아 파면될 뿐 아니라 전반적인 공무로부터 영구적으로 배제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자격박탈여부의 결정은 상원의 재량에 속한다.
이와 같이 훨씬 강화된 공직취임제한규정이 헌법 자체에 규정되지 않고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규정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위헌설은 동조항이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국민의 공무담임권을 박탈 내지 제한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라고 한다.279) 반면 합헌설은 탄핵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의 시한부 공직취임제한이 부득이하며, 헌법이 「파면함에 그친다」 함은 우리의 탄핵이 영국식의 형사재판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히 하는 데에 중점이 있는 것이지 파면 이외의 일체의 불리한 조치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위헌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280) 생각건대 헌법이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라고 규정한 것을 법률로 어떻게 구체화하느냐는 당해 법률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될 수 있는, 그러한 점에서 입법재량에 속한 사항이라고 본다. 예컨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은 일정한 선거범에 대하여 5년 또는 10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피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하여 이 기간동안 선출직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정기간 동안 공직취임을 제한하는 것은 탄핵제도의 실효성의 확보를 위해 합목적적으로 부득이하게 필요한 조치이므로 위헌으로 볼 수 없다고 본다.
셋째, 탄핵결정을 받은 자에 대하여 대통령의 사면권행사가 제한된다고 할 것인가가 다툼이 되고 있다.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탄핵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역시 대통령의 사면이 허용될 수 없다고 하겠다.281)
279) 박일경 교수는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됨에 그친다. 따라서 옛날 영국에서와 같은 여러 가지 형벌의 과형이 인정되지 아니함은 물론 미국과 같이 장래에 있어서의 공직취임자격의 박탈은 헌법의 규정상으로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한다. 박일경, 유신헌법, 박영사, 1972, 366면.
280) 강병두, “탄핵제도”, 사법행정, 1965.4; 구병삭, 신헌법원론, 1995, 863면; 김철수, 헌법학개론, 박영사, 2001, 1335면; 권영성, 860면; 허영, 한국헌법론, 815면.
281) 이것이 우리 학계의 통설이다. 미국의 헌법은 제2조 제2항에서 「대통령은 탄핵의 경우를 제외하고 미합중국에 대해 저질러진 범법행위에 대하여 ·····사면할 권리를 갖는다」라고 하여 탄핵결정을 받은 자에 대하여 사면할 수 없음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Ⅴ. 結 論
탄핵심판제도가 오늘날 실효성이 크지 않는 제도라는 점에 대해서는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는 바이다. 즉 오늘날 의회의 조사적 통제기능과 정책적 통제기능이 크게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법적 통제기능에 해당하는 탄핵심판제도의 유용성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282) 특히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 있어서 정당국가현상 때문에 탄핵심판제도가 약화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그 정부형태가 의원내각제이건 아니면 대통령제이건 모두 정당에 의해 행정부와 의회다수파가 장악되고 있기 때문에 의회의 의결을 통해 소추가 이뤄지는 탄핵심판이 쉽게 이뤄질 수 없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정족수가 높게 책정된 경우 탄핵을 통한 책임추궁의 방법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을 전제로 하고서 우리 헌법체제에서 탄핵제도가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해석론을 전개해 보았다. 아래에서는 탄핵심판제도가 가지고 있는 순기능에 근거하여 현행 탄핵심판제도와 관련된 법제상의 논점을 정리해보되,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아울러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적절한 입법론을 개진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하여 앞에 살펴보았던 주요 외국의 입법례와 판례들이 좋은 참조자료가 될 것이다. 그 순서는 앞서 살펴본 항목에 따르기로 한다.
282) 허 영, 한국헌법론, 872면.
1. 탄핵의 대상
우리 헌법은 탄핵의 대상을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독일(연방대통령과 연방·주법관), 프랑스(대통령과 정부구성원), 일본(재판관) 등과는 달리 개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탄핵의 대상자를 대통령·부통령을 비롯한 모든 文官(all civil officers)으로 광범위하게 규정한 미국과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헌법 제65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탄핵의 대상을 제외하고 법률에 의하여 탄핵대상자를 정하기 때문에 해석에 의하여 대상자를 확정해야 하는 미국보다도 훨씬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법률에 의하여 탄핵대상자를 추가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한 것은 탄핵소추권자인 국회의 탄핵소추 여부의 판단재량을 존중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입법례가 과연 지혜로운가의 여부는 실증적 자료와 경험의 全無로 말미암아 판단하기가 곤란하다.
입법례에 따라서는 의원을 탄핵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있으나(예컨대 영국), 우리는 의원을 탄핵의 대상자로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283) 생각건대 의원에 대하여는 별도로 除名制度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회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도 이를 탄핵의 대상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헌법 제64조 제2-4항 참조). 따라서 우리의 입법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탄핵대상자이면서 또한 해임건의의 대상자이기도 하다(헌법 제63조 제1항). 과거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해임결의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284)와 달리 현행 헌법은 단지 해임건의의 대상자로 한 것에 불과하므로 국회의 해임건의에 대해 대통령이 구속되지 않는다고 하는 점에 헌법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이것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권과 별도로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권은 독자적 의미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은 나름대로 타당하다고 본다.
그리고 헌법이 직접 열거하고 있지 아니한 탄핵대상과 관련하여 헌법은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탄핵과 관련된 일반법이 없는 관계로 그 구체적인 범위는 개별법이 정하는 바에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탄핵심판제도가 활성화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일반법으로서의 가칭 ‘탄핵심판에관한법률’을 제정하여 탄핵의 대상을 확정짓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283) 탄핵의 대상을 개방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의원은 탄핵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284) 1980년헌법은 제99조 제1항에서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 해임을 의결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제3항에서 위의 「의결이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국무총리 또는 당해 국무의원을 해임하여야 한다. 다만,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의결이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전원을 해임하여야 한다」라고 하였다.
2. 탄핵의 사유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탄핵의 사유를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 규정하여 탄핵을 형사적 소추작용을 넘어서 직무집행의 적법성을 헌법과 법률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법치주의 내지 헌법의 수호장치로 보고 있다. 그러나 탄핵의 사유를 탄핵의 대상에 따라 달리 규정하지 않고 모든 대상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 말미암아 자칫하면 탄핵을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는 문언 그대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모든 행위를 탄핵소추사유로 볼 것인가이다. 이러한 것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현행법제 하에서는 일단 탄핵소추의결이 이뤄지면 자동적으로 권한행사가 정지되고 또한 탄핵사유가 인정되는 때에는 선택의 여지없이 파면결정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다면 사소한 위헌·위법행위로 말미암아 탄핵소추가 발의되고 이와 더불어 필요이상의 정쟁이 야기됨으로써 정치적 불안정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중대하게」 위배한 때에만 탄핵을 소추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함은 앞에 언급한 바와 같다. 이러한 해석은 일반 고위공직자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달리 취급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더욱 요청된다. 그러나 이는 중대한 사항이니 만큼 헌법재판소법 및 국회법에서 명백하게 규정하거나 탄핵심판제도에 관한 일반법이 제정되는 경우 분명하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3. 탄핵의 절차
가. 탄핵소추
(1) 탄핵사유의 시효
우리 현행법은 탄핵사유의 시효를 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탄핵대상자의 직무집행에 있어서 탄핵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국회는 원칙적으로 그가 공직에 있는 한 언제든지 탄핵소추를 발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탄핵소추로 말미암아 생겨날 수 있는 여러 정치적·행정적·사법적 공백 내지 혼란을 고려해 볼 때 요청되는 법적 안정성의 원칙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에게 탄핵사유가 있음을 소추기관이 안 때로부터 3월 이내에 탄핵소추를 하여야 한다는 독일의 입법례285) 뿐 아니라 법관이나 공무원의 징계사유에 일정한 시효를 규정하고 있는 우리의 법률286)을 생각하더라도 탄핵사유의 시효를 명문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285)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0조.
286) 법관징계법 제8조와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는 징계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2년 또는 3년이 경과하면 징계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기간
탄핵소추의 발의가 있는 때에 의장은 즉시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는 의결로 이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다(국회법 제130조 제1항). 이렇게 하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사·보고할 경우 이를 「지체없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능한 한 이를 구체적인 기간으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국회에서 각 정치세력들이 정치적 이유로 시간을 끌 것이 분명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지체없이」 라고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3) 탄핵소추의결시간의 경과시 탄핵소추안의 운명
국회본회의는 탄핵소추사건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하지 아니한 때에는 본회의에 보고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의 여부를 표결하여야 한다(국회법 제130조 제2항). 한편 법제사법위원회에 의하여 조사·보고된 때에는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이에 준하여 동일한 시간이내에 탄핵소추여부를 표결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회법 제130조 제2항의 규정시간 이내에 표결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탄핵소추안이 폐기된 것으로 볼 것인가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건의안이 발의된 때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해임건의안이 폐기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국회법 제112조 제7항)이 있으나, 탄핵소추의결에 관하여는 명문규정이 없어서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해석론으로는 해임건의안에 준하여 동일한 효과를 인정한다고 볼 수밖에 없으나, 이는 입법으로 명백히 규정되어야 할 사항이다.
(4) 소추의결에 따른 권한행사의 정지
헌법과 국회법은 소추의결서가 본인에게 송달되면 그 때로부터 권한행사가 즉시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관하여는 의문이 있다.
탄핵소추의결로 말미암아 권한행사가 자동적으로 정지하는 입법례는 드물다.287) 특히 대통령의 경우에 탄핵소추의 의결로 당연하게 권한행사를 정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정치적 충동이나 다수의 횡포로 인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일단 의결되면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권한대행자가 있다 하더라도 탄핵소추를 둘러싸고 전개되어온 정쟁으로 말미암은 국정의 혼란이 즉시 회복되기가 쉽지 아니할 것이기 때문이다.288) 따라서 입법론으로는 독일과 같이 독립된 탄핵심판기관인 연방헌법재판소로 하여금 재량으로 직무집행정지의 가처분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289)과 대통령의 권한 중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권한을 제외하고는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생각 해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경우와 같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여 직무정지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입법론으로 고려해야 한다.
287) 이에 해당하는 국가로는 핀란드, 칠레, 멕시코이다. 특히 핀란드는 대통령에 대하여 권한행사의 정지를 인정하고 있는데, 그 요건은 대통령이 반역죄에 대한 혐의로 4분의 3 이상 의원의 찬성으로 소추되는 경우이다.
288) 이러한 이유 때문에 탄핵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특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서의 정족수를 가중하거나 심판기구를 중립성을 유지하도록 구성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289) 「연방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 후 가처분으로써 연방대통령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킬 수 있다」(독일기본법 제61조 제2항,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3조). 이와 같이 연방헌법재판소는 탄핵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대하여 탄핵소추의 사유를 참작해서 직무집행의 정지 여부를 자신의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다. 연방헌법재판소의 중립성과 공정성만 담보된다면, 이처럼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서 직무집행의 정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국정의 안정과 공적 직무의 권위를 동시에 보호하는 길이라 하겠다.
나. 탄핵심판
(1) 소추의결서 제출기한
현행법에는 소추의결서를 작성한 후 얼마 이내에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여야 하는가에 관하여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 그러나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불안정을 속히 해결하기 위하여 또한 권한행사의 정지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소추의결서를 국회에 지체없이 제출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탄핵소추장을 작성한 지 1월내에 연방헌법재판소에 발송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독일의 입법례가 좋은 본이 된다고 생각한다.290)
(2) 국회의 탄핵소추의 철회
탄핵심판절차가 일단 개시된 이후에 국회가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서 자신의 의결로 탄핵의 소추를 철회할 수 있다고 볼 것인가가 문제될 수 있다. 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제1심판결의 선고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제255조를 준용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선고 이전에까지 국회는 탄핵소추를 철회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255조).291) 이 때의 의결정족수를 얼마로 볼 것인가가 문제된다. 독일의 경우, 대통령에 대하여는 연방의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 또는 연방참사원 투표의 과반수를 요하고 있다. 이는 탄핵소추의결을 좌절시키는 데 필요한 연방의회 재적의원 또는 연방참사원 표수의 3분의 1보다는 가중된 수치이다. 그 이유는 이미 탄핵재판절차가 개시되어서 이 절차가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주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법관에 대하여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연방의회의 통상적인 의결방식에 따라(기본법 제42조 제2항 제1문) 역시 투표의 과반수의 찬성을 요한다고 하겠다. 우리의 경우에도 탄핵소추를 철회하려면 탄핵소추의결을 좌절하는 데 필요한 정족수 이상의 정족수가 최소한으로 요구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대통령의 경우에 과반수의 의결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편 그 외의 탄핵대상자의 경우에는 통상의 의결방식에 따라 역시 과반수의 의결이 요한다고 하겠다. 이에 관하여 명문의 입법이 요구된다.
290) 연방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2항.
291) 독일은 이에 관하여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법 제52조: ① 판결의 선고가 있을 때까지 소추기관의 의결로 그 탄핵의 소추를 철회할 수 있다. 이러한 의결은 연방의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 또는 연방참사원의 투표의 과반수를 요한다. ② 소추기관의 의장은 소추기관의 의결의 정본을 연방헌법재판소에 발송함으로써 탄핵소추를 철회할 수 있다. ③ 탄핵소추의 철회는 연방대통령이 1월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면 효력을 상실한다.
(3) 탄핵심판의 방식
현행법에 따르면 탄핵심판청구가 이유있는 때에는 피소추자를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피청구인····을 ····직에서 파면한다」)을 내리게 된다. 이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심판청구의 이유 유무를 따져서 파면결정 또는 기각결정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탄핵사유의 유무 판정과 파면결정을 분리하여 이를 탄력있게 운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입법례가 있다. 독일에서는 연방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기본법 또는 기타 연방법률의 고의적 위배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유죄판결 또는 무죄판결을 내리게 되는데, 유죄판결을 내리는 경우에 「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대통령의 해직을 선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유죄판단과 함께 반드시 파면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는 유죄판단을 내리면서도 파면결정을 하지 않고 대통령으로 하여금 정치적·도의적 책임에 스스로 대처하도록 만드는 경우도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탄핵사유의 유무판단과 파면결정의 분리를 고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에 국한함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탄핵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위헌·위법 행위를 한 공직자를 공직에서 배제하여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국정의 최고책임자의 지위를 갖는다는 점에서 또한 무엇보다도 국민에 의하여 직접 선출되어 그 누구보다도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대표자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파면은 그만큼 신중해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명백하게 헌법적 질서를 반한 까닭에 탄핵심판결정을 받아 당연히 파면되어야 하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른바 여소야대의 정치적 상황에서 비롯된 정쟁으로 말미암아 대통령이 임기 중간에 국민의 정서와 반드시 같지 아니하게 파면되어야 하는 경우를 정치적으로 중립기관인 헌법재판소가 다시 재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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硏究者 略歷
李 丞 祐
延世大學校 法科大學 卒業
延世大學校 大學院 法學科 卒業(法學碩士, 法學博士)
獨逸 본大學校 公法硏究所 硏究敎授
美國 버클리大學校 硏究敎授
韓國公法學會 常任理事, 韓國憲法學會 企劃理事
現 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鄭 萬 喜
東亞大學校 法政大學 卒業
高麗大學校 大學院 法學科 卒業(法學碩士, 法學博士)
美國 버클리大學校 客員硏究員
日本 東京大學校, 쯔구바大學校 客員硏究員
韓國公法學會 常任理事, 韓國憲法學會 國際理事
韓國比較公法學會 副會長
現 동아대학교 법학과 교수
陰 善 滭
서울大學校 法科大學 卒業
서울大學校 大學院 法學科 卒業(法學碩士, 法學博士)
서울大學校 法學硏究所 特別硏究員
韓國公法學會 硏究委員, 韓國憲法學會 理事
現 순천향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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