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1


박연차(63·구속 기소) 전 태광실업 회장이 자신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의 공판에 나와 이 의원에게 고개 숙여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재판장 홍승면)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박 전 장은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피고인으로 나온 이 의원과 대면했다. 법정에서 이 의원은 박 전 회장이 자신에게 돈을 주려다 거절당한 이전 상황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 의원이 “2002년에도 저한테 돈 주려다 거절당한 적 있죠라고 묻자 박 전 회장은 라고 답했고, “액수가 얼마였습니까라고 묻자 “2억입니다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2003년에도 2억을 줬다가 거절당했죠라고 연달아 물었고 박 전 회장은 라고 답했다.

이 의원이 “20048월에도 돈을 주려다 거절당했죠, 얼마였습니까라고 묻자 “18천인가 28천인가 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돈 줄때마다 거절한 거 기억하냐고 쏘아붙이자 박 전 회장은 깨끗한 정치 하시려던 분에게 본의 아니게 못할 짓을 했다고개 숙여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또 몇 회에 걸쳐 (이 의원을) 지원하려 했지만 거절 당하면서도 왜 그때 그랬는지 오늘 이 자리에서 진술하면서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랬던 저한테 정말 이러시면 죄 짓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러한 이전 경험을 강조하며 검찰의 “20045월 미국 뉴욕의 한 식당에서 2만 달러, 20064월 서울 한 호텔 식당에서 5만 달러, 20068월 베트남에서 5만 달러를 받는 등 이 의원이 수차례 박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미국 뉴욕의 한 식당에서 건네진 돈에 대해선 식당 주인 곽아무개씨가 이날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박 전 회장의 부탁으로 식당을 방문한 이 의원에게 2만 달러를 건넸다고 증언했다.



또 서울 한 호텔 식당에서 건넨 돈에 대해 박 전 회장은 이 의원이 또 거절해 양복 상의를 걸어놓은 옷장에 넣어두고 먼저 나왔다고 말했다.


반면, 이 의원의 전 보좌관 원아무개씨는 베트남에서 박 전 회장이 고생이 많았다5만 달러를 건넸지만, (이 의원이 아닌) 내가 받아 가방에 넣었다고 주장했다.


하늘색에 줄무늬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박 전 회장은 4시간에 걸친 신문에도 크게 지친 기색없이 자신의 입장을 또렷하게 밝혔다. 질문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땐 다시 말해달라고 했으며, 곤란한 질문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이어진 재판은 밤 12시까지 계속됐다.


이 의원은 부인이 20043월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사돈으로부터 신성해운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2004~2008년 박 전 회장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4월 추가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