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4 AhnLab
새해가 시작되면 곧 졸업•입학 시즌이 다가오고, 노트북이나 태블릿 구매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최근에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등 전통적인 개념의 PC 보다는 가볍고 휴대하기 편리한 태블릿이 낫지 않을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최초의 PC(Personal Computer)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40여년이 지났기 때문일까? PC는 그 동안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통해 진화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제기되고 있는 PC의 위기론, 이른바 ‘PC는 죽었다’는 논쟁의 대립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주요 시장조사업체 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PC 출하량은 최근 몇 년 간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그런데 PC 이용률은 출하량과는 조금 다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새해를 맞아, 그리고 곧 다가올 선물 시즌을 맞아 PC의 어제와 내일을 살펴본다.
1946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의 컴퓨터 애니악(ENIAC). 진공관을 사용해서 만든 애니악은 크기가 건물 한 층을 다 써야 할 만큼 컸다. 개인용 컴퓨터라 불리는 PC가 개발된 건 1976년 스티브 잡스가 나무 합판에 기판을 붙여서 만든 애플 컴퓨터가 등장하면서부터다(최초의 PC에 대해선 컴퓨터 역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켄벡-1’이라는 주장도 있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 불을 지핀 건 IBM이 1981년 인텔 8088 프로세서와 MS DOS 운영체제를 탑재한 IBM 5150을 선보이면서 본격화됐다. 이때까지의 PC는 데스크톱이 전부였다. 컴팩은 1989년 LTE라는 노트북을 출시하면서 사람들이 들고 이동할 수 있는 컴퓨터의 개념을 새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PC 시장의 성장에는 ‘윈도우(Windows)’라는 운영체제의 등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를 1985년 선보인 이후 90년대 초반 윈도우 3.0 버전을 출시하면서 급격하게 사용자를 확대해 나갔다. 텍스트 명령어를 쳐야 했던 DOS와 달리 윈도우는 아이콘 클릭만으로 모든 실행이 가능하게 만들어 PC의 혁신을 일으켰다. 물론, 이 보다 앞서 애플이 매킨토시 컴퓨터 제품의 운영체제인 시스템1에 탑재한 GUI가 최초이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그 다음으로 PC의 진화를 가져온 건 ‘인터넷’이었다. 1991년 아메리카 온라인(AOL)이 인터넷 서비스를 최초로 실시했고 1994년 네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가 등장하면서 더 많은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프로세서의 발전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AMD와 인텔은 다양한 프로세서들을 출시하면서 PC 시장의 발전을 이끌었다. 1999년 AMD가 애슬론(Athlon)이라는 프로세서를 발표하면서 인텔 펜티엄3를 눌렀고 64비트 기반의 옵테론(Opteron)과 애슬론(Athlon)을 내놓으면서 인텔과 양강 구도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멀티코어 프로세서와 플래시 메모리 기술은 PC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PC는 외형적으로도 발전을 거듭했다. 넷북은 사용자에게 무선 인터넷 접속과 저전력 환경에 최적화된 작고 저렴한 기기로 자리를 잡았고, 터치 스크린으로 작동되는 태블릿은 컴퓨터 사용을 더 쉽게 만들었다. 또한 서류철 안에 노트북을 넣고자 하는 사용자들을 위해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맥북 에어를 출시하기도 했다.
PC 존망에 대한 갑론을박 여전
화려했던 PC의 어제와 달리 현재 PC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7년 3분기 기준 전세계 PC 출하량은 12분기 연속 하락 중이다. 국내 PC 출하량도 전년 대비 하락했고 소비자 판매용 PC는 4.1%나 감소했다(한국IDC 조사결과). 2040년경엔 PC가 아예 없어질 거란 전망도 있다.
한편, 현재 PC 시장은 양극화의 양상을 보인다. ‘저사양의 보급형 PC’와 ‘고사양의 전문가용 최고급 PC’로 양분되고 있는 양상이다. 다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사양의 PC가 필요치 않은 일반인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세계 PC 시장의 출하수가 계속 감소하는 이유는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스마트폰 발전에 따른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라고 대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PC의 사용 자체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comScore)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보급이 본격화된 2013년부터 절정기라 할 수 있는 2015년까지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사용 시간이 급증했지만 데스크톱 PC에서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스마트폰이 PC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PC 이용 정도는 기존과 비슷하고, 다만 스마트폰의 이용이 추가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한 컴스코어는 PC 출하량은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그 원인은 스마트폰의 출현이라기 보다는 PC의 '성능 상향 평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고사양의 게임을 즐기거나 전문적인 업무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최신 PC로의 업그레이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PC가 사라지지 않을 이유: 고성능, 또는 변신?
PC의 존망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보급형 PC 시장은 정체 내지는 감소 추세지만, 고사양 PC는 오히려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사양 PC 게임의 인기 덕분에 게이밍 기어라고 불리는 게임 특화 주변기기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고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붐을 타고 채굴 능력이 높은 고성능 그래픽 카드가 높은 몸값에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트너는 지난해 전세계 PC 출하량이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보고서에서는 전세계 PC 시장이 12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2018년부터는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키보드 탈착이 가능한 디태처블 태블릿(Detachable Tablet)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MS 서피스 프로와 같은 디태처블 태블릿은 2016년 2150만대가 판매됐는데 오는 2021년에는 3710만대까지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디태처블 태블릿(Detachable Tablet), 또는 디태처블 PC란 말 그대로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모니터와 키보드를 떼었다 붙일 수 있는 ‘분리형 컴퓨팅 디바이스’를 의미한다. 디태처블 태블릿, 디태처블 PC는 모두 ‘투인원 PC’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투인원(2-in-1) PC'란 무엇인가? 지난 2013년 인텔이 7~8인치 태블릿 PC를 출시하면서 최초로사용한 이 표현은 노트북이지만 필요에 따라 태블릿 PC처럼 쓸 수 있는, 또는 태블릿이지만 노트북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디바이스를 의미한다. PC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변신(transformation)한 것이다. 투인원 PC는 평소에는 노트북처럼 사용하다가 키보드를 떼거나 접어서 태블릿처럼 가볍게 휴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투인원 PC는 형태에 따라 디태처블(Detachable)과 컨버터블(Convertible, 변형) 제품으로 나눌 수 있다. 디태처블 PC는 키보드를 떼었다 붙일 수 있는 분리형 제품이라면, 컨버터블 PC는 노트북 형태에서 모니터를 젖히거나 키보드 부분을 뒤로 접어 태블릿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변형 가능한, 즉 형태를 전환할 수 있는 제품이다. 언젠가 광고에서 노트북 모니터를 완전히 평면처럼 펼치거나 360도로 회전시켜 친구 또는 회사 동료와 함께 모니터 상의 내용을 공유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컨버터블 PC의 개념이자 장점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통적인 PC의 전세계 출하량은 감소세이지만, 투인원 PC는 2020년까지 연 평균 27.6%씩 성장하며 약 3,6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단순히 모니터와 키보드의 조합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터치 펜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형태와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What’s a computer?
‘컴퓨터가 뭔데요?’ 애플의 최신 태블릿 광고에 등장하는 한 마디다. 혹자는 이것이 바로 PC의 멸종을 예언하는 말이라고 평가한다. 과연 그럴까?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전통적인 개념의 PC인 데스크톱은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기본형 태블릿도 데스트톱과 마찬가지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용자들이 최근 몇 년간의 경험을 통해 문서 작업은 태블릿의 터치스크린보다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노트북이 훨씬 편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초경량 노트북이 충전기가 필요 없을 만큼 혁신적으로 긴 수명의 배터리를 장착하면서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 초경량 노트북 때문에 태블릿 시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올 정도다.
다양한 디바이스와 성능의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제 ‘PC’ 는 단순히 데스트톱이나 노트북 등 개인용 컴퓨팅 디바이스(Personal Computer)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한정 짓기는 어려울 듯 하다.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 다양한 컴퓨팅 디바이스를 이용하는 개인의 행위, 즉 Personal Computing을 의미하는 용어로서의 ‘PC’로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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