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外大 言論情報硏究所, 東西言路 第38(2015.8.25)

최철호

일간 베스트의 정체성 연구

본 연구는 타자펠(Tajfel, 1974)이 만들고 호그와 아브람스(Hogg & Abrams, 1988)가 발전시킨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이론을 바탕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일간 베스트의 정체성을 파악해보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일베의 게시판 중에서도 일베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베 일간베 스트(인기글)’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상위 50개의 게시물을 분석 대상으로 하여 일베 스스로가 내집단과 외집단을 어떻게 나누는지, 그들 내외집단의 집단전형이 무엇인지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일베는 특수하고 비이성적이며 감정적인 판단에 의해 내외 집단을 나누고 있었으며 각 집단의 집단 전형으로는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을 필두로 한 보수 안보세력을 내집단의 전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 등을 포함한 진보세력을 외집단의 전형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일베는 내외집단을 범주화하는 과정에서 내집단에 대한 애착보다는 외집단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우리사회의 불안감과 위기감을 조성하며, 나아가 무제한적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현실적인가에 대한 논의를 가능케 한다.

1. 서론

20144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는 진도 해상에서 탑승객 300여명과 함께 침몰하였다. 그 후 1년이 지나도록 이 사건은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해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식지 않은감자로 남아있으며 특히, 야는 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보상을 두고 끊임없는 정쟁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 세월호 유가족들은 다양한 장소에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그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가족들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일반적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행위는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되었다. 2014911일 한 언론의 사설은 이 행위의 본질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6일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약칭 일베) 회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벌인 퍼포먼스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일베 회원 100여명은 이날 세월호 유가족 등이 단식농성을 벌이는 곳 앞에서 피자 치킨 등을 나눠 먹고 노래를 불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대립이 일부 극단적인 세력에 의해 조롱막말싸움으로 변질 되고 있는 것이다. (“‘일베의 반인륜 집회, 문명사회의 수치다중앙일보. 2014911. A30면 에서 검색).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의 이러한 행동은 이에 그치지않고 다시 한번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게 되는데, 이른바 세월호 어묵사건이다. 이 사건은 2015126일 일베 게시판에 친구 먹었다는 글과 함께 세월호 희생자들이 다닌 학교의 교복을 입고 어묵을 입에 물은 사진과 함께 게시된 것이다. 이는 바다에 빠져 생을 마감한 학생들을 비하하는 글로 여겨져 대중의 분노를 사게 되어 고소가 진행중인 사건이다. 일베는 이와 같이 불미스러운 일로 우리사회의 전면부에 등장하였다. 그러나 더 이상 단순한 소규모 인터넷 커뮤니티의 의미로 평가절하하기 보다는 하나의 문화현상 또는 우리사회 공론장의 주요 요소로 파악되어야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지금까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한편, 일베는 박정희와 유신정권, 그리고 전두환의 독재정권을 찬양하며 반공주의와 성차별, 외국인혐오, 여성에 대한 비하, 가부장적 권위주의 등의 전형적 극우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와는 달리 운영자의 적극적 개입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을 이용하여, 무책임한 정보가 유통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약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일베의 정체성은 무책임한 정보들이 모여 확립되었으며, 유통되는 정보나 주장 역시 개성이나, 논리적 적합성, 역사적 사실관계와는 동떨어진 단순한 정보의 교환행위자체에 있다고 볼수 있다(강정석, 2013).

하지만, 최근까지 이뤄진 일베에 관한 연구(강정석, 2013; 윤보라, 2013; 한윤형, 2013; 강화정, 2014; 양기민, 2014; 이길호, 2014)는 일베의 이러한 행동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전제하지 않고 하나의 측면만을 강조하거나, 이해해서 극복해보려는 태도보다는 그들만의 문화로 치부하고, 평가절하하여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사회적 정체성 이론에서 출발하여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논의를 거쳐 마지막에 일베의 정체성을 정리해봄으로써 일베에 대한 이해를 보다 더욱 체계적으로 해보고자 한다.

2. 이론적 논의

1)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

(1) 사회적 정체성

사회적 정체성이라는 개념은 올포트(Allport, 1954)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그가 처음부터 사회적 정체성이라는 용어를 쓴것은 아니었다.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그의 관심은 내집단(Ingroup)과 외집단(Outgroup)의 구분에서부터 출발하였는데, 더욱 구체적으로, 내집단에 대한 애착(ingroup love)은 외집단에 대한 혐오(outgroup hate)와 상호적으로(reciprocally) 관련이 있 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시기적으로 보았을 때, 내집단에 대한 친밀도나 애착, 선호가 외집단에 대한 태도형성보다 우선하며, 이러한 내집단에 대한 우선적 선호가 반드시 외집단 혐오를 조건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한편, 섬너(Sumner, 1906)는 자민족 중심주의(ethnocentrism)가 자부심이나 충성심 또는 우월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의 관점에서 내집단 편향의 한 예 라고 설명하면서, 올포트(Allport, 1984)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감정은 외집단에 대한 직접적인 경멸이나 혐오로 이어진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 원인에 대해 부족 또는 결핍과 같은 상황이 존재하며 집단간에 생존을 두고 벌어진 경쟁이 집단간의 구분을 낳고 오늘날과 같이 내집단에 대한 애착과 외집단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았다. 이러한 그룹간 관계에 대한 구조적인 연구는 타자펠(Tajfel, 1974)의 사회정체성이론의 등장으로 조금씩 줄어들고,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사회적 정체성을 바라보려는 시도가 일어났다.

사회정체성이라는 용어(Social Identity Theory: Tajfel 1972; Turner 1987; Hogg & Abrams, 1988)는 타자펠(Tajfel, 1972)이 처음 도입하였는데, 그는 사회그룹들이 그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사회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타 집단들과는 구분되는 가치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따라서, 자신이 속해있다고 느끼는 집단과 타 집단의 구분, 집단이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 상이한 집단간의 관계 맺음에 대해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이론이 사회정체성이론이다(Bagozzi & Dholakia 2006; 임훈신동우 2010).

타자펠(Tajfel, 1982)는 사회적 정체성을 자신이 속한 그룹 내에서 공유되고 있는 가치나 감정과 같은 것들에 대하여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라고 정의하였다. 호그와 아브람스(Hogg & Abrams, 1988)은 모든 생물체중 인간이 가장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하면서 한 인간의 관점이나 의견, 가치, 행동,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모두 타인에게서 배우거나 얻어진다고 하였다. 이때, 각 개인의 행동은 규범이나 사람들간의 합의에 의해 구성된 사회적 합의에 제약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합의가 없이는 건전한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이루어질 수가 없다.

(2) 사회정체성이론의 하위 개념들(범주화, 집단전형)

개인들의 총합으로 구성되는 사회는 다시 뚜렷한 사회그룹으로 범주화 (categorization)될 수 있는데, 사람들의 관점과 의견, 행동기준은 그들이 속한 그룹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타 집단과 다르게 옷을 입는 것, 다른 가치를 갖고 있는 것, 다른 언어를 쓰는 것,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것, 다르게 행동하는 것들이 타 집단과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을 구분시킨다.

이를 통해 국가, 종교, 정치성향, 인종, 성별, 부족, 학계라는 엄연히 구분되는 개념이 생겨나게 된다. 이렇게, 지명(assignment) 혹은 선택 (choice)를 받게 되어 속해진 그룹을 통해서 그 구성원들은 그들의 주요한 삶의 경험 즉, 사회적 정체성을 얻게 된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과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통해서 타인들을 분류하려고 하는데, 같은 범주에 있는 사람들을 내집단(in group)으로, 다른 범주에 있는 사람들을 외집단(out group)으로 재 범주화한다.

이러한 재 범주화 과정은 앞선 논의에서도 이야기 되듯 사회 비교(social comparison)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 사회 구성원들은 이러한 범주화와 사회비교를 통해 내집단과 외집단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내집단 구성원간의 이질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집단 전형(group prototype)이 쓰이기도 한다.

집단 전형은 각 집단의 구성원으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사회적 정체성을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내집단의 유사성을 강조하는 심리적 표상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개인의 기억 안에 저장되어 있다가 자신이 속한 집단이 부각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불러 일으켜져서 개인의 사회적 인식, 자아관, 행동통제 기준으로 이용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에게 잠재되어있는 본성 또는 의식이 탈 개인화(depersonalization)되는 현상을 겪을수도 있다.(Hogg & Abrams, 1988; Hogg 2001; 임훈신동우2010).

2)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

(1)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는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특성과 함께 익명성과 비가시성, 시공간적 활동영역의 확장, 양방향성, 개방성과 다양성, 연결성 등이 그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박문서, 2002). 서건수(2003)에 의하면 온라인 커뮤니티는 유사한 관심사나 공통점을 갖고 특정 사이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발전은 그간 사회적으로 쉽게 논의될 수 없었던 주제에 대해 이해 당사자와 해당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 온라인 커뮤티니에 접근할 수 있는 네티즌에게 대안적 의 미의 공론장을 마련해 주었다. 존스(Jones, 1997)는 이러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 사이에 부각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물리적 공간(physical space)의 존재 여부라고 하였다.

물리적 공간의 측면에서 공동체를 바라보았을 때, 물리적 공간이 그 자체로서의 의미보다는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나 구성원들간에 공유되는 생각, 행동양식, 규범등과 연결됨으로써 공동체에서의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이재신, 2007).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는 전통적 의미에서의 물리적 공간을 구성원들의 관심사가 모이는 공간에 대한 제약으로 처리해 버리면서 이를 뛰어 넘고, 이와 더불어 시간이라는 제약마저 넘어섰다.

힐러리(Hillery, 1955)가 주장한 것처럼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주요한 개념이 사회적 상호작용 또는 관계, 그리고 공통장소라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주요 개념은 상호작용성, 다양한 대화자, 공동의 공간, 구성원의 지속적 활동이 필요하다.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 구성원들의 역할의 중요 성과 논의에 필요한 공간의 필요성은 여전히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와 같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구성원들 간의 활발한 상호교류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하며, 결과적으로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로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신경아한미정, 2009).

(2)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정체성 형성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와 본 연구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모두 그 핵심은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이며, 구성원들 사이에서 주고 받는 상호작용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는 일정수 이상의 구성원과 메시지로 구체화되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 구성원들이 자주 바뀌거나 활동을 하지 않게 되면, 커뮤니티의 유지와 지속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활동을 멈추거나, 타 커뮤니티로의 유입과 유출이 빈번해지면 이는 공동체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고 단순한 모임 장소와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다(이재신, 2007; Liu, 1999).

온라인 커뮤니티는 구성원들 간의 동질성과 소속감을 형성하고, 나아가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해주는 공간이며 전통적 의미의 공동체가 물리적 공간이나 지역기반으로 공동체를 형성했던 것과는 달리 공통된 관심사의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은 커뮤니티 내의 활동으로 인해 자신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는 일종의 거울역할을 수행한다(김유정조수선 2001).

3. 연구 문제

앞선 이론적 논의에서 사회적 정체성의 개념으로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특성을 알아보았고,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 분석대상으로 삼은 일베의 정체성에 대해 논의해 보았다. 가장 넓은 범위의 정체성이라고 할수 있는 국가에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은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며, 그 중에 나와 비슷한 특성, 관심사를 가진 타인들과 집단을 이루며 살아간다. 이는 인류의 역사에 걸쳐서 꾸준히 발견되는 사실이며, 최근에 이르러서는 기술적 발전의 도움으로 온라인상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집단형성의 수많은 형태들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관점을 좁혀보면 우리나라에도 정당과 이익단체, 기업,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 등 수많은 집단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최근에 생겨났으며 가장 이슈화되는 집단 중 하나는 일베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양극화문제로 사회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 어디에나 있는 경제의 양극화 문제도 포함하고 있지만, 한국적 상황에서의 특수한 정치적 양극화, 그리고 2012년 대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세대간 양극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성과 상호작용성, 시민차원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해방구로서 각광 받아온 온라인 커뮤니티는 일베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한번 재평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앞선 논의에서 밝혔듯 일베의 정체성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몇가지를 꼽자면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 특정 인물에 대한 혐오 및 무비판적 신봉,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등이 있다.

또한 일베 내의 극우적 성격으로 인한 경계의 인식이 이미 일반인들에게 까지 깊숙이 뿌리 박혀 있다. 이는 앞선 이론적 논의에서 나왔던 개념인 내집단외집단의 구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연구자가 관찰해 본 바에 따르면, 특정 지역과 인물 집단에 대한 극단적 선호와 혐오로 설명될 수 있는 일베의 특성은 그들과 뜻을 같이하고 그들에게 영감(inspiration)을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강한 연대의식을 느끼며 자신들의 의견과 상충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비인간적 욕설과 무비판적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물론, 정당이 그러하고 사회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익집단이 그러하듯이 자신의 의견과 이익이 관철되기 바라는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베의 예가 보여주듯 소통이 없는 극단적 성향, 극우극좌의 문제는 건전한 사회발전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며 우리 사회는 그 예로 수많은 양극화의 문제에 놓여있다. 하지만, 기존의 일베에 대한 연구는 그 수가 절대적으로 적었을 뿐만 아니라, 있다고 해도 일베로 인해 붉어진 특정 이슈에 주목한것이 대다수였다.

예를 들면 일베의 여성 혐오를 지적한 윤보라(2013)의 연구와 일베의 이념적 특성에 대해 정리한 한윤형(2013)의 연구등이 대표적이다. 본 연구에서는 앞선 연구들의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어 일베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인식하에, 일베에 대해 종합적인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 앞선 이론적 논의를 종합한 이 연구의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는 그들의 내집단과 외집단을 어떻게 범주화 하고 있는가?

연구문제 2.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는 그들의 내집단과 외집단의 집단 전형을 무엇으로 지목하고 있는가?

4. 연구 방법

1) 연구 설계

본 연구의 목적은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의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고 각집단의 정치적 특성을 밝히는데 있다. 따라서 양적 연구의 한 분야인 내용 분석(Content Analysis)을 실시하고자 한다. 일베의 이용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고유의 특성과 현재 대중과 언론으로부터 곱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인 일베의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려면 그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으나 이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현실적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들이 일베에 남긴 글을 적절히 선정하여 그 글을 분석하는 것 또한 그들의 생각을 알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연구 대상 및 대상수집방법

본 연구의 대상은 일베 사용자들이 일베에 남긴 글이다. 그들의 내집단과 외집단을 나누기 위해서는 어떤 글을 선정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글의 선정을 위해서는 일베 특유의 운영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베는 그 사이트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글을 쓸 권한을 주지않는 회원제(membership)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일베의 회원이 된다고 해서 누구나 글을 쓸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회원들을 다시 포인트와 잉여력 그리고 레벨로 나누어 등급제로 관리하고 있는데 일정 등급이상이 되어야지만 글을 쓸 수 있다.

또한 일베 일간베스트(인기글)’ 게시판에 글을 올리려면 먼저 일베 일간베스트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회원들의 추천(일베로)수가 일정이상이 되어야지만 일베 일간베스트(인기 글)’에 글이 올라간다. 본 연구자가 실제 일베사이트에 접속하여 분석해본 결과 일베 이용자들이 일베를 하면서 주된 목적으로 꼽는 것은 일베 일간베스트(인기글)’에 자신이 게시한 글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러한 일베의 상황에서 내용 분석의 대상으로 일베 일간베스트(인기글)’ 게시판 글에 대한 분석은 적절해 보인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일베 일간베스트(인기 글)’ 게시판 글 중 많은 추천을 받은 상위 50개의 글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해당 글의 추천수는 최대 23700개에서 6600개이며 현재에도 이 글에 대한 일베 이용자들의 추천은 계속되고 있다.

3) 분석 방법

분석을 위한 프레임은 채영길(2015)의 연구를 참고하였다. 그의 연구는 일베에서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플레밍 전략에 대해 매도하기, 인신공격 또는 감정공격, 군중에 호소, 악의적 소문, 빈정거림/조롱하기, 단순정보 및 소회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목적에 맞게 유목을 찬양하기, 업적 기리기, 매도하기, 군중에 호소, 비판하기, 빈정거림/조롱하기, 단순정보 및 소회로 나누었다.

5. 연구 결과

1) 외 집단 범주화

앞서 밝힌 일곱 가지 유목으로 일베의 글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일베인기글 유목별 분석 결과

일베의 이용자들이 어떻게 그들 스스로를 범주화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각 유목별 분포결과를 살펴 보았다. 그 결과 그들은 빈정거림/조롱하기, 단순정보 및 소회, 찬양하기, 매도하기/비난하기, 업적 기리기, 비판하기와 악의적 소문의 순으로 글을 게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두번째로 많이 분포가 된 것으로 확인되는 단순정보 및 소회는 내용분석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그들만의 놀이(저격이나 인증행위 등)로써 본 연구가 밝히고자 하는 목적과는 부합하지 않는 유목이므로 본 연구의 목적에 합당하는 유목 중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인 것은 빈정거림/조롱하기와 찬양하기로 볼 수 있다. 이는 일베의 이용자들이 매우 굳건한 내외 집단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분석결과에서도 이러한 점이 매우 잘 나타나 있었는데, 먼저 빈정거림/조롱하기 글의 제목 중 일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mc무현 봉화반점[Full ver.]

3D 노알라로 게임만들었다. Featuring 차렷아재

능력자 전쟁. JPG

경극 연습중인 게이다..한번 봐주라...

지잡대노무현.swf

다음으로, 찬양하기 글의 제목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916.25참전 유공자 인증합니다 인생삶

당신의 글이 일베를 간다는 것.

전체 하던일 멈추고 들어와라

어느 CEO의 이야기. Manhwa

[만화] 노가니 본편. Manhwa

빈정거림/조롱하기에 해당하는 게시물과 찬양하기에 해당하는 게시물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빈정거림/조롱하기에 해당되는 게시물에 거의 매번 등장하는 인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과 찬양하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대부분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특히 빈정거림/조롱하기 게시물에 거의 매번 등장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노무현이라는 이름 대신 노알라라는 표현으로 자주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김새를 코알라에 빗대어 표현한 그들만의 은어이다.

또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문죄인으로 박원순 서울 시장은 박원숭으로 표현되고 있다. 한편, 찬양 받는 대상인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박정희라는 이름이 그대로 등장하는 대신에 원조가카’ ‘영웅’ ‘CEO’등의 표현으로 바뀌어 표현되고 있었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땅크변희재씨는 변땅크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는 내외 집단에 등장하는 인물을 정당한 논리에 의해 평가한다고 볼수 없으며, 희화화 또는 근거 없는 찬양의 기술방법으로 표현함으로써 일종의 그들만의 놀이로 내외 집단을 범주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베는 이처럼 의미없는 범주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명확하지만 극단적인 범주화의 과정을 거쳐 자신들의 내외 집단을 탄생시켰다. 또한, 분석 대상이 되는 게시물이 일베의 게시물 중에서도 그들의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글이라는 점을 상기시켜보았을 때 특정한 한 인물은 지속적으로 조롱당하며, 다른 한 인물은 계속해서 찬양 받는다는 점, 조롱이나 찬양의 두 형태 모두 업적 기리기나 비판하기와 같이 객관적 사실이나 합리적인 논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 대상을 객관적인 방식으로 또는 대상 그대로 표현하기 보다는 그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언어를 통해 비밀스럽게 지칭한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일베의 범주화 과정은 그들만의 비이성적이며 감정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찬양하는 글 보다는 빈정거리거나 조롱하는 글이 더욱 많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내집단에 대한 애착보다는 외집단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통해 범주화를 공고히 하려고 함을 알 수 있다.

2) 집단전형

<2> 빈정거림/조롱하기 등장인물과 빈도수

집단전형은 내외 집단을 구분짓는 기준이자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개인의 사회적 인식이나 자아관, 행동통제의 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다. 분석 결과, 그들은 매우 정치적인 기준에 의해 그들만의 집단전형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위의 <2>에서 볼 수 있듯이 빈정거림/조롱하기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등식은 실제 빈정거림/조롱하기글의 압도적인 비율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 외에도 안철수, 통합진보당, 전라도, 김정은, 이종범, 문재인, 박원순 등의 단어가 빈정거림/조롱하기 글에 빈번하게 등장하였다. 이들 단어의 공통점은 모두 그들이 통칭하는 좌좀세력이거나, 진보 정권과 연관이 있는 단어들이다.

한편 <3>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찬양하는 대상으로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625참전용사, 경찰 등이 있었으며 이들 중 가장 많은 찬양을 받은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이들 단어의 공통점은 그들이 통칭하는 산업화세력이거나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한 세력이다.

<3> 찬양하기 등장인물과 빈도수

또 한가지 <2><3>에서 눈여겨 볼 점은 각각의 항목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수이다. ‘빈정대기/조롱하기에서 등장하는 항목의 수는 10개이고 찬양하기에 등장하는 항목의 수는 5개이다. 또한 두 항목 모두의 경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 빈정대기/조롱하기항목의 노무현 전 대통령(21)인 점을 감안할때 앞선 연구문제의 결과중 외집단 혐오의 감정을 통한 내집단 강화전략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일베의 내외집단의 집단전형은 각각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압축될 수 있으며, 좀 더 범위를 넓혀보면 그들이 얘기하는 좌좀세력산업화안보세력으로 볼수 있다.

앞선 두개의 연구문제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일베는 그들만의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방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함한 좌좀세력에 대한 조롱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찬양을 하며, 내집단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 보다는 외집단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출함으로써 내외집단의 범주화를 공고히 하고 있었다.

6. 결론

일베는 아무도 의심하지 못했던 공중파 뉴스 자료화면의 한 모퉁이에서 부터 청소년들의 대화에 까지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우리의 생활에 가깝게 위치하고 있다. 이제까지 이 연구는 왜 그들이 이토록 자신의 정체성을 드려내려고 하는지, 왜 일개의 커뮤니티에 언론과 대 중이 이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하여 기존 연구를 검토하고, 기존연구에서 지적하지 못했던 근원적인 이유에 대해 밝혀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타자펠(Tajfel, 1972)로부터 올포트(Allport, 1984)로 이어져 호그와 아브람스(Hogg & Abrams, 1988)로 까지 이어진 사회적 정체성의 개념을 도입하여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편(내집단)과 적(외 집단)을 범주화하며, 범주화된 집단의 전형이나 심리적 표상은 무엇인지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일베이용자들은 객관적인 정보나 합리적인 비판 없이 그들만의 비이성적이며 감정적인 판단에 의해 그들의 내외집단을 나누고 있었으며, 내집단의 집단전형을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을 필두로 한 국가안보 및 보수세력으로, 외집단의 집단전형은 노무현 전 대통령, 안철수, 박원순 등 진보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그들이 자신들의 내외집단을 범주화하는 과정이 내집단에 대한 애착보다는 외집단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범주화와 집단전형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내집단 강화 혹은 외집단 혐오의 예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나치정부는 수없이 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한 과거가 있다. 이 사건 역시 독일 국민들의 단결을 위해 유대인이라는 외집단을 설정하여 그들에 대한 혐오를 한계치까지 보여준 사건이다. 물론 2차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나치정부와 오늘날 일베의외 집단 혐오를 직접 비교하는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외집단에 대한 혐오를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일베의 현 상황은 과거 수많은 외집단 혐오의 폐해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일베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되면서 항상 함께 언급되는 것이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점에 대한 논의이다. 이 논의는 크게 그들도 민주주의의 한 부분이니 보호해줘야 한다는 논리와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이며 상황에 따라 사이트폐쇄까지 고려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본 연구자가 일베를 직접 경험하고 분석한 바는, 이 연구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들이 비난하고 조롱하는 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배려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으며 모욕적 발언이나 인신공격성 발언 역시 도를 지나친 수준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이러한 언급이 하나의 놀이로 취급되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수법이나 표현방식이 격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자칫 청소년들이 무의식적으로 일베를 경험할 경우 잘못된 근현대사 인식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상실할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끝으로, 본 연구의 한계와 향후 연구의 과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가 택했던 일베 사이트에 대한 내용분석은 실제 이용자들의 생각과 표현을 생생히 볼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심층인터뷰를 통해 사이트 이면에 드러난 그들의 생각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라고 볼수 있다. 이전에 다수의 언론사에서 일베 이용자들의 인구통계 학적인 부분이나, 일베의 대표를 인터뷰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쉽게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번번히 실패하였다.

추후에 가능한 다른 방법을 동원하여 그들에 대한 인구통계학적 분석이 이루어지고, 일베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심층인터뷰가 진행된다면 더욱더 의미있는 연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분석에 사용된 표본의 크기가 적어 내용분석의 결과가 설득력을 갖기에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 실제로 일베의 주요한 특성 중 하나인 여성혐오에 대한 내용이 거의 두드러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오히려 표본의 수를 늘리는것 보다, 앞서 언급한 심층인터뷰 등의 질적인 방법의 연구가 이뤄진다면 더욱 의미 있는 연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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