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2016.05.03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을 넘어 최악의 상황에 달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12.5%에 달하였다. 현행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 수준이다. 3월 실업률도 11.8%에 달하였다. 2월에 비해 소폭 하락하였지만, 3월 기준으로는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구직자들이 높아진 취업문을 넘어서기 위해 이른바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직무와 전혀 관계가 없는 스펙 쌓기는 청년들에게 구직 피로감만 증대시키고 있을 뿐, 노동 수요자 입장인 기업에게 별 다른 도움은 주지 못하고 있다.
구직자들의 스펙 수준이 높아졌을지는 몰라도 기업들이 원하는 직접적인 업무수행 만족도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높은 학점과 봉사활동, 해외연수 경험 등으로 무장한 청년 구직자를 채용하였지만,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1년이 넘는 시간과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재교육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들이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바와 동떨어진 스펙 쌓기에 몰두하게 된 이면에는 기업의 책임도 크다. 스펙초월 채용 등 변화의 움직임이 확산되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기업은 직무에 적합한 인재가 아니라 학력과 어학성적 등 소위 스펙을 기준으로 신규직원을 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는 스펙초월 채용에도 문제는 많다. 열린채용이나 오디션전형, 소셜리쿠르팅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는 있지만, 명확한 평가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채용 과정의 불투명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존 채용방식에 비해 절차가 번거롭고 준비할 것이 많아 더 힘들며, 또 다른 형태의 스펙을 조장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기업의 채용문화 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서 스펙 쌓기 열풍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채용 방식은 기업이 지원자에게 필요한 직무수행 요건을 제시하지 못한 채 자신이 우수한 인재임을 스스로 증명하도록 요구한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대규모 공채 시스템 하에서 선발의 효율성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한 결과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직무와 필요 역량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구직자들로 하여금 업무 수행에 대한 목표의식이 부재한 채 단순히 회사만 보고 지원을 하게 하는 결과를 만들었고 이것이 맹목적인 스펙 쌓기로 연결된 것이다.
반대로 능력중심의 채용은 기업이 직무별로 원하는 요건을 제시하고 지원자가 자신의 준비를 증명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기업이 직무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요건을 제시한다면 구직자들도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직무수행을 위한 구체적 역량을 축적하여 지원할 수 있다. 영어 한 마디도 쓰지 않는 생산관리를 수행하기 위해 토익 고득점을 준비할 필요도, 회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교양과목에서 높은 학점을 받으려 애쓸 필요도 없다.
물론 기업 스스로 능력중심 채용을 실시하고 싶지만 그럴 만한 내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하소연도 있다. 하지만 능력중심 채용을 위해 기업이 모든 채용 절차를 바꿀 필요는 없다. 서류전형이나 면접 등 기존 채용 절차의 내용만 능력중심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서류전형은 가족사항이나 성장과정 등 불필요한 요소를 제외하고 직무와 관련된 학습과 활동, 자격증 등을 수록하도록 전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필기 역시 수능시험과 유사한 종합적 학업성취 평가 형태보다는 직무별 능력만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면접은 단편적이고 직무수행과 무관한 비체계적 질문을 벗어나 서류전형에서 나타난 직무수행 경험을 검증하고 업무수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방법이나 특정 직무 주제에 대한 의견 등을 묻는 방식으로 체계화 하면 된다.
이처럼 능력중심 채용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기업 내에서 채용이 필요한 직무가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명확히 알리고, 이를 토대로 직무 수행에 필요한 내용 갖추었는지 구직자를 검증하는 것이 바로 능력중심 채용이다.
또한 능력중심 채용은 단순히 구직자의 스펙 쌓기 부담을 줄여주자는 차원을 넘어서는 큰 효과를 기업에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도적으로 능력중심 채용을 도입한 일부 기업들은 이미 신입사원 재교육 비용 감소 및 기간 단축, 장비 가동률 향상 등 생산성 증가, 이직률 감소 등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능력중심채용은 향후 직무 중심의 인사관리 문화를 기업에 확산시킴으로써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서 탈피하여 능력과 성과 중심의 평가·보상체계 도입을 촉진하는 등 기업을 혁신할 수 있는 기초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공기관의 정상화】임금피크제란? 그 주요내용&공공기관 성과연봉제 (0) | 2016.05.24 |
---|---|
【취재】제주 해군기지 갈등 9년, 손해배상소송, 여전한 강정마을의 냉대, 화합의 길 모색 총력 (0) | 2016.05.24 |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의 신공항 다툼, 6월 발표 정치적 뇌관 그 운명은? (0) | 2016.05.23 |
"계획적 발포, 지휘권 二元化 없었다."- 이희성 주장과 일치 (0) | 2016.05.22 |
19대 국회 끝까지 지각·조퇴…노동법안 끝내 폐기 (0) | 2016.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