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친박세력은 非朴 후보가 대통령의 사진을 선거에 이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계산에서 그렇게 한 듯한데, 이런 과잉충성은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의 '저항적 정의감'이 발동되기 때문이다.

 

4·13 총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종섭 후보(대구 동구갑)는 탈당한 무소속 유승민 후보(대구 동구을) 등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사무소에 걸어두는 것에 대해 평소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비난하고 탈당한 뒤에 대통령 존영(尊影)을 보물처럼 대하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진박(眞朴)’으로 불리는 정 후보는 이날 오전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대통령 사진은 새누리당에서 줬으니 탈당한 경우는 배부한 사진을 반납하는 게 맞는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조선닷컴).

 

조선닷컴에 따르면, 지난 28일 새누리당 대구시당은 새누리당 의원이었지만 공천 배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주호영(수성을류성걸(동구갑권은희(북구갑) 후보 사무소에 공문을 보내 대통령 존영을 29일까지 대구시당에 반납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 후보 측 관계자는 복당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만큼 지금으로선 반납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존영''尊影'인데, '남의 사진이나 畵像을 높이어 일컫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 각하'라고 쓰지 않듯이 '대통령 존영'이란 말은 過恭非禮(과공비례)이다. '대통령 사진'이라고 해야지 사진에까지 존칭을 쓸 필요는 없다.

 

친박세력은 새누리당을 탈당하면 대통령 사진을 걸어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한데,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원들의 專有物인가? 새누리당원이 아닌 국민은 대통령을 좋아하거나 자랑할 자격이 없다는 것인가? 며칠 전까지도 한 솥밥을 먹었던 사람한테 '대통령 사진을 떼라'고 하는 게 친박적 정치인가?

 

기자 생활 46년을 해오면서 발견한 것인데, 한국에서 가장 희귀한 인물은 너그러운 사람과 균형감각 있는 사람이다. 친박세력은 非朴 후보가 대통령의 사진을 선거에 이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계산에서 그렇게 한 듯한데, 이런 과잉충성은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의 '저항적 정의감'이 발동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