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영 교수
I. 민주평화론과 핵무기
탈냉전(Post-Cold War) 이후 전쟁과 평화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문명충돌론(the clash of civilizations)과 민주평화론(democratic peace theory)이 있다. 두 이론 모두 허점이 많지만 커다란 현실 설명력을 지녔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명충돌론은 정치학계의 거장 사무엘 헌팅턴(S. P. Huntington)이 주장했기에 널리 알려졌다. 헌팅턴은 한 마디로 냉전(the Cold War) 시대에는 ‘이데올로기’(ideology)가 대립과 전쟁의 중요 원인이었지만, 탈냉전 시대에는 무엇 때문에 국가들이 반목하고 대결하고 전쟁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헌팅턴은 ‘종교’와 ‘문화’를 포함한 ‘문명’(civilization)이라고 답했다. 특히 전통, 문화, 종교적 차이가 갈등을 만들어 내며, 분쟁(전쟁)은 문명과 문명이 만나는 ‘단층선’(fault line)에서 발생하기 쉽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 많은 타당한 비판이 있었지만 그럼 “무엇이 대안인지 내놓아 보라”(What is your alternative?)는 헌팅턴의 일갈에 많은 비판자들이 침묵했다. 9·11 테러, 시리아 내전, 프랑스 파리 테러 등을 볼 때 문명충돌론은 여전히 설명력이 있다.
민주평화론은 간단히 설명하면 “민주주의 국가까리는 거의 전쟁을 하지 않는(았)다”(Democracies almost never fight each other.)라는 명제에 근거한다. 지난 20년 동안 국제정치학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쓰인 용어다, 민주주의(democracy)라는 정치체제(political system)를 가진 국가는 독재나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를 가진 국가들과 달리 전쟁의 직접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국민이나 시민의 의사가 정치 지도자들의 외교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전쟁을 시작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는 이론이다. 나아가 민주주의 국가의 정책결정 과정에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 권력분립(division of power), 국민의 지지(support of people)를 얻기 위한 공론(公論)의 필요성 등이 민주주의적 정부가 전쟁을 결정할 확률을 제도적으로 크게 줄인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 간에 전쟁이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규범·문화(norms and culture)와 구조·제도의(structure and institution) 특성이라고 한다.
II. 미국의 핵우산은 안전할까?
북한은 2016년 1월 6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4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북한이 ‘수소탄 시험 완전 성공’을 발표했다. 그리고 1달만인 2월 7일에는 동창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미사일)을 발사했다. 핵심은 북한이 만든 핵과 미사일이 누구를 목표로 하느냐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일리는 없고, 남한, 일본, 미국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결론이다. 앞서 설명한 민주평화론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은 철저한 1인 독재체제 하에서는 김정은이 아무런 견제 없이 마음만 먹으면 또는 심사가 뒤틀리면 언제든지 남한으로 향하는 핵단추를 누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16년 3월 4일 노동당 제1비서 김정은이 “국가방위를 위해 실전 배비한(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1) 그리고 3월 9일에는 김정은이 소형화한 핵탄두를 앞에 두고서 “핵탄두를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며 “미국보다 먼저 핵 타격을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은 보도했다. 물론 북한은 미군의 군사적 침공에 대비하는 ‘자위적 무기’라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믿는 이는 북한 군부와 남한 내의 철저한 반미·종북주의자 뿐일 것이다.
이러한 사실 – 북한의 남한 핵공격 가능성 - 때문에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우리 사회에는 자위적 독자 핵무장론과 적어도 미국 전술핵무기를 재반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수조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사드(THAAD)의 배치 논의 이전에 미군 전술핵무기의 재반입 논의가 민간과 정부 차원에서 먼저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드배치는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데는 유효하겠지만 대치 거리가 짧은 남북한 사이의 분쟁과 핵공격 가능성을 제어할만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술핵무기의 재반입을 위해서는 비핵화 선언 포기가 전제 되어야하기 때문에 정치적 결단과 국민 설득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사드배치 문제와 함께 전술핵무기 배치도 함께 선택지에 포함시켜야 했다는 의미이다.
물론 전술핵무기가 배치되더라도 미국이 북한의 남한 핵공격이나 그에 해당하는 공격, 즉 결정적 순간에 핵무기로 바로 반격을 할지는 의문이다. 2차 대전 종전 직전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떨어뜨린 이유는 일본 본토를 초토화시켜 빠른 전쟁 종식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막대한 미군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의 핵우산, 즉 주한미군에 전술핵이 재배치되더라도 북한핵에 전면 파괴된 남한을 위해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를 쏠 수 있느냐가 핵심적 고려 사항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남한에 떨어뜨린다면 세계의 관심과 언론은 그 피해와 주변국 피해에 머물 것이고 또 그러한 참상이 다시는 없어야 된다고 세계와 미국, 그리고 한국의 소위 ‘평화주의자’들이 남북한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핵무기는 물론이고 전술핵무기조차도 사용을 극력 반대할 것을 쉽게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김정은과 그를 호위하는 북한 정권을 공격해야지 북한 주민에게 직접적인 해가 되는 전술핵이든 전략핵이든 핵공격은 반대한다는 의견이 일어난다면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괴된 남한을 위해 남북한의 전멸을 가져올 수 있는 핵사용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는 현실 정치적으로 의문이다.
III. 독자적 핵무장 – 수행해낼 정치인이 없고, 국민도 견뎌낼 능력이 없어
미국 대통령은 민주화된 사회의 대통령이기에 핵무기 사용 결정에 상당한 억지력이 작용할 것이라는 사실에서 대한민국 독자 핵무장론의 근거가 생성된다. 최근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핵무장 과정에서 가해질 이란(Iran)에 대한 핵제재와 같은 제재를 현재 우리 사회의 능력으로 이겨낼 수 있을지 우선 의문이다. 나아가 핵개발에 뒤따를 국제사회의 제재나 미국의 반대, 그리고 중국의 반대를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정치리더십이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 하는가 또는 탄생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또 핵개발에 따라 가해질 수 있는 제재라는 경제적 비용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의 문제도 심각하다. 예를 들어 NPT 탈퇴와 함께 한국에 대한 원전 연료와 핵심 부품의 공급 금지에 따른 원자력 발전의 감소 그리고 북한과 똑 같이 핵무기를 만들며 동시에 운반수단도 개발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지, 국제적 핵무기 제조 반대를 감당할만하게 우리 국민이 단합되어 있는지 진정 의문이다. 이러한 의문은 독자 핵개발에 대한 패배주의적 사고가 아니고 국내·국제 정치 현실론적 고려일 뿐이다.
2011년 일본 동북대지진과 쓰나미, 그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마치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동일한 수준의 동일한 사고원인으로 보고 일본 동경은 가지 말아야 한다거나 일본 수산물은 영원히 먹지 말아야 한다는 근거 없는 ‘괴담’ 수준의 논의를 굳게 믿고 전파하는 환경단체, 시민단체, 언론, 방송이 정부의 핵무기 개발에 대하여 어떠한 극단적인 반대를 할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따라서 대통령과 국회가 그러한 국내적, 국제 사회의 반대를 감내하고도 핵개발을 추진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미리 판단해야 한다.
정치적 부담이 정권이 감당할 수 없이 크기에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한 대응을 ‘정치적으로’ 회피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의 사례를 보자. 김영삼 대통령은 경수로 제공 등 충분히 보상해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로 핵능력만 키웠다. 북한은 단 한순간도 핵무기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 그래서 우리의 대북 지원금이 핵개발로 악용되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다. 북이 핵을 개발했다거나 개발하고 있다는 거짓 유언비어를 퍼드리지 마라. 만약 북이 핵을 개발한다면 내가 책임지겠다.”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던 2006년 10월 이후 “북한의 핵보유는 방어용이며, 일리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을 속였고,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무기는 남한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인적 판단이지만 두 분의 대통령은 다양한 정보 보고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개발을 믿고 싶지 않았고 핵개발을 현실로 인정할 경우 자신의 정권에 닥칠 정치적 위기와 외교적 부담을 벗어나려고 의도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권이 북핵 문제를 다루는 정상회담을 허락할 리가 없었기에 북핵은 문제나 이슈가 되어서는 않아야 했다. 무슨 이유로든 드러나는 북한 핵개발의 증거를 덮기에 바빴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종합하면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핵의 제조나 위험성에 대하여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음으로써 자신에게 닥칠지 모르는 정치적 어려움과 군사·외교적 부담을 회피하려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군(軍) 역시 비겁하고 무능하기는 짝이 없었다. 그 동안 "(폭발력으로 보아) 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든가, “(탄도미사일에 장착하기에) 소형화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니 실전배치는 어렵다.”라든가, “수폭 실험에 성공했음이 의심 된다.” 등, 북한 핵개발에 대한 소극적이고 무능한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재래식 무기가 아니라 핵 대응으로 대북억지 전력이 바뀔지 두려워 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대통령들이 북한 핵이라는 정치, 군사, 외교적 부담을 회피하려고 북한의 핵개발이나 핵무기의 존재를 무시하려 했는데, 지금 보수단체들과 개인들이 대한민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한다고 해서 국정의 아젠다(agenda)로 삼고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여 핵개발에 매진할 지도자의 등장이 현실 정치적 측면에서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핵개발을 추진할만한 정치적 리더십은 현재도 앞으로도 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도 핵개발을 견뎌낼 만한 능력과 준비를 갖추지 못한 현실이다.
IV. 세 가지 북핵 해결방안
본래 핵무기는 사용하는 무기가 아니고 협박(脅迫)하는 무기다. 나를 공격하면 너도 함께 모두 죽는다고 적으로부터의 선제공격을 막는 무기이다. 그래서 상대의 제1차 타격(the First Strike)으로 살아남은 핵으로, 제2차 타격(the Second Strike)으로 상대를 궤멸시킬 수 있도록 보복 핵능력을 확장해왔다. 미국은 선제 타격에 대한 보복 핵능력을 넓히기 위해 위치와 발사가 사전탐지 되지 않는 핵잠수함을 전 세계 해양에 투입하고, 소련은 탄두를 1개가 아니라 다탄두(multi-heads)로 발전시켰었다. 즉 상대의 타격으로도 살아남은 핵무기로 상대에게 받은 만큼 되돌려 줄 수 있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북한은 민주 국가도 아니고 인류 역사상 유래 없는 1인 철권 독재이자 폭정 국가여서 ‘선사용 금지’(No First Use)에 해당 되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의 보복 핵무기가 무서워 핵을 쓰지 않을 예측 가능한 ‘합리적 행위자’(rational actor)가 아니다. 북한은 ‘민간인 피해’(collateral damage)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군사 시설에 타격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민간인 피해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서울 등 대도시를 향하여 핵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나라다.
논리적으로 본다면 핵이라는 절대 무기에는 핵만이 대응 가능하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실적으로 미국과 중국, 그리고 세계를 설득하여 핵을 만들 수 있는 능력 있는 정치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나아가 국민들 역시 핵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외교적, 경제적 제재, 그리고 중국의 겁박, 전력 수급의 문제를 견뎌 낼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 사회 내의 종북·반미, 반핵주의자의 반대와 괴담과 방해공작을 국민들이 제어하고 정부의 핵개발을 지지해서 성공으로 이끌 정도의 능력을 가졌는지 의문이고 부정적이다.
그렇다면 북한 핵무기에 대한 세 가지 해결이 앞에 놓여 있다. 첫째는 종북·친북 그라고 북한이 바라는 대로 북한에 꿇고, 굴종의 평화를 얻는 것이다. 그것이 싫다면 둘째 해결책으로 우리도 핵을 가지는 노력을 지금이라도 절대 절명(絶命)의 의식으로 경주하는 것이다. 아마 죽을 각오 아니면 안 될 것이고 죽을 각오로 해도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필요한 정치 지도자와 국민의 단결이 동시에 필요하다. 대신 핵을 개발하면 재래식 전력증강에 한 숨을 돌릴 수 있고, 현 수준의 미국 무기를 구입할 필요도 없어 재래식 국방비 절약도 가능하다. 아울러 우리 군이 주장하는 대북 미사일 요격체계나 2023년까지 30분내 목표물 타격이라는 킬체인(Kill Chain)로는 북한의 선제 핵공격에 대해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 믿을 수 없다.2) 그렇다면 다방면으로 미국을 설득할 논리를 개발하여 설득하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핵개발 과정에서 극단적으로는 한미동맹의 훼손 가능성까지 준비해야 하고, 이는 국가적으로 감당이 불가능한 위기로 발전할 수도 있다. 선택지에 올려놓기 매우 어려운 시련이다.
마지막 대안은 현재처럼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으면서 전술핵의 재배치를 이뤄내고, 그리고 북한이 몇 년 내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핵을 개발할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다고 국제사회에 공포하는 외교적 방안이다. 그리고 동시에 핵재처리를 인정받은 일본처럼 미국과의 핵협정 개정을 통해 핵폐기물 재처리공장 건설을 얻어내는 것이다. 미국이 핵농축과 재처리를 일본에는 단순히 ‘권고’하면서, 한국에는 농축과 재처리를 ‘금지’하는 것이 동맹국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모욕’이며, ‘북핵에 대한 올바른 대처 방식이 아님’을 강조해 미국으로부터 외교적으로 얻어내어 결정적인 순간에 생산된 플루토늄으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세 번째 대안이 가장 바람직한 가장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북핵 대응이다.
북핵에 대한 결단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결단과 책임은 모두 우리 몫이다. 결단하는 대한민국이 필요한 시점이다.
1) 한기호. “북(北)김정은 '핵탄두 실전 배치' 위협...박대통령 실명 비난,”『미디어펜』, 2016년 3월 4일.
2) “사설 - 김정은 핵탄두 소형화 주장, 만반의 대응 준비되고 있나,”『조선일보』, 2016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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