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性邦

I . 개관 및 문제 제기

1. 자유 민주주의의 현주소

20세기는 민주주의의 시대이다. 20세기에 이르러 군주제의 마지막 보루라고 부를 수 있었던 독일 제국이 제 1차 세계 대전의 결과 와해되었는가 하면, 한때 민주주의를 기초에서부터 부정한 파시즘 체제가 전 세계를 지배할 듯 맹위를 떨쳤으나 그것 역시 제 2차 세계 대전의 종결과 더불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없어 세기말을 바라보고 있는 현재는 명실 공히 자유 민주주의의 시대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민주주의에는 서구식 자유 민주주의가 있는가 하면, 소위 동구식 인민 민주주의가 있고, 더 나아가서 제 2차 세계 대전 후 과거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제 3세계의 민주주의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지금 그러한 주장은 전혀 현실적 기반을 잃고 말았다. 왜냐하면 1989년 폴란드의 공산정권 붕괴와 자유화를 시작으로 동구와 소련의 이른바 인민 민주주의 세계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면서 90년 초반까지 붕괴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자유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형식적으로 군주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자유 민주주의로 명명할 수 없는 소수의 국가들과 아직까지도 1인 독재와 1당 독재를 은폐할 목적으로 허울만 좋은 마르크스의 망령을 쫓고 있는 극소수의 국가들만이 스스로를 자유 민주주의라 부르기를 거부하고 있다.


2. 우리 헌법 규정과 그에 대한 학설의 입장

우리 헌법은 전문과 여러 조항에서 민주(전문의 4.19 민주이념, 조국의 민주 개혁, 11항의 민주 공화국), 민주적또는 민주적 기본질서(82, 4),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전문, 4), 민주주의 원칙(322), 민주화(1192) 동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이러한 표현을 근거로 헌법학계에서는 자유 민주주의를 우리 헌법의 기본 원리2) 의 하나 로,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우리 헌법의 기본 질서의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학자에 따라서는 우리 헌법의 기본 원리로서 국민 주권의 원리, 자유 민주주의, 복지 국가의 원리, 문화 국가의 원리, 권력 분립의 원 리, 법치주의, 국제적 평화주의를 드는가 하면, 국민 주권주의, 자유 민주주의와 권력 분립주의, 평화 통일주의, 문화 국가주의, 국제 평화주의, 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기본권 존중주의, 복지 국가주의, 사회적 시장 경제주의를 들기도 하고, 자유 민주주의 원리, 법치주의 원리, 사회국가 원리, 문화국가 원리, 평화 통일의 원칙, 국제법 존중의 원칙을 거명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 헌법의 기본 질서로서는 학자에 따라 각각 민주적 기본 질서, 사회적 경 제 질서, 국제 질서로서의 평화주의와 국제 질서 존중주의, 또는 민주 질서 (국민 주권주의, 민주적 기본 질서), 정치 질서(정당 제도, 선거 제도), 행정 질서(법치주의, 직업 공무원 제도), 사회 ·경제 질(사회 복지주의, 사회적 시장 경제주의), 국제 질서(국제평화주의와 평화 통일주의, 국제법 존중주의)를 들고 있다.


3. 문제의 제기

이러한 단순 나열식의 서술 체계는 우선은 우리 헌법의 기본 원리와 기본 질서의 관계를 분명하게 해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또한 하나의 기본 원리와 다른 기본 원리들 사이의 관계, 하나의 기본 질서와 다른 기본 질서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정은 특히 국민 주권 원리와 자유 민주주의 원리가 서로 다른 것인지, 아니면 국민 주권 원리에 자유 민주주의 원리가 포함 되어 있는 것인지 그와는 반대인지에서 분명히 들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와 자유 민주주의를 별개의 독립된 원리로 구분하면서도 자유 민주주의의 헌법상의 구체적 구현과 법치주의의 구성 요소로서 유사한 내용블 거론하고 있거나, 국민 주권 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자유 민주주의 원리 및 법치주의 원리를 들면서, 자유 민주주의의 실질적 가치와 법치주의의 실질적 내용을 같은 것(자유, 평등, 정의)으로 파악하는 입장도 있다. 이러한 사정은 (Bonn) 기본법의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설명은 권위있는 저자들의 수많은 문헌에서 이미 충분히 행해졌기 때문에 이미 알려진바를 재현한다는 의미밖에 없으며, 이때 문제되는 것은 표현 방법과 사고의 진행이 논리 정연한가라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의 법적 실효성이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다.’ 라는 주장이 우리 헌법의 해석과 관련해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끔 한다.


4. 문제의 한정

따라서 이 글에서는 우리 헌법상의 규정 및 상호 관계를 살핀 후( III ) 구 서독 연방 헌법 재판소의 판례와 학설을 중심으로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우선 정리해 보고자 한다( IV ). 물론 서독 학계에 대한 편향성을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아주 적절하게 지적하는 입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상황과 법적 사고에 있어서 독일과 한국 사이에 공통점이 존재한다고 한다면, 그리고 자유 민주주의의 본질이 나라에 따라서 다를 수 없다고 한다면, 여러 가지 제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독 일의 판례와 학설은 우리 헌법의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설명하는 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판결에 대해서는 그 논증의 기초가 되는 합리적 기준을 모색하지 않은 채 단지 목록적 열거로써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동 재판소가 제시 하는 목록은 결국 자의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에, 동 재 판소가 제시하는 목록들과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 사이에 존재하는 구체적 매개 관계 또는 이러한 요소들이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하여 가지는 내용적 의미에 주의하고자 한다( V ). 그리고 이 부분이 이 글의 중심 부분이 된다. 물론 이러한 설명과 함께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와 관련된 (또는 관련될 수 있는) 우리 헌법상의 구체적 헌법 문제(정당, 통일 문제, 경제 질서)에 대 해서도 간략하게 정리할 것이다( VI). 이러한 것들에 앞서 예비적 고찰로서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정의가 행해져야 함은 물론이다( II ).


II. 자유 민주주의의 이념과 그 개념 정의

1. 민주주의의 기원

민주주의란 개념만큼 여러 가지로 해석되고 있는 개념도 거의 없다. 바꾸 어 말한다면 민주주의의 개념은 오늘날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다. 그러나 누 구를 막론하고 고대 그리이스인들이 민주주의를 창안해 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즉 민주주의는 고대 그리이스의 유산이다. 그리이스의 사상가들은 폴리스의 시민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인간에게 여러 권리가 귀속되며, 미래의 이상은 결국 사람을 위한 자유라는 생각의 틀을 마련하였다. 그러 나 그리이스 민주주의의 실제는 폴리스의 자유 시민들 사이의 상호 교류를 규율하는 규범과 권리의 체계에 지나지 않았고, 따라서 주민의 약 10%에게만 적용되던 체제였다. 나머지 주민에게는 그러한 규범과 권리는 없었고, 노예 소유주의 전횡이 있었을 뿐이다. 이러한 의미의 고대 민주주의는 로마 공화정에서도 유지되었으나, 로마 제정의 성립과 더불어 소멸되었다. 그러나 그리이스의 민주주의는 인류에게 제한적이기는 하였지만 인류가 최초로 그 러한 자유와 평동의 체제를 가졌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지금도 의미를 가지고 있다.


2. 근대민주주의의 성립과 그 이념

따라서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현대 민주주의의 모체인 근대 민주주의, 즉 대강 200년 전에 형성과 발전에 있어서 자유주의와 결합된 형태로 부활된 근대민주주의에 대하여 이야기하게 된다. 근대 민주주의는 절대 왕권의 전제적 지배로 나타난 절대주의 이념에 대한 도전에서 시작된다. 즉 중세 봉건 체제의 붕괴에서 야기된 혼란이 점차 안정되고 산업 혁명에 의하여 신흥 부르죠아 계급이 성장하면서 절대주의에 대한 도전은 시작 된다. 그리고 그들의 세력이 성장하면서, 그들은 군주와 귀족, 승려등의 특권 충에 대립하여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의 보호를 꾀하였으며, 이것은 그 리스도교적 평등 사상과 결합되고 인간의 자연권을 인정하는 정치 계몽주의의 뒷받침을 받아 근대 민주주의라는 사상이 탄생된다. 그리고 이러한 사상 의 근저에는 다양한, 경우에 따라서는 외관상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여러 원리들이 결합되어 있다. 즉 근대 민주주의에는 한편으로는 로크(1ρeke) 의 국민 주권 이론과 루쏘(Rousseau) 의 사회 계약론, 다른 한면으로는 로크의 국민 대표 이론과 몽테스큐( Montesquieu )의 권력 분립 이론이 결합되어 있 다. 이렇듯 자유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근거를 두고 사상가들에 의하여 생각된 민주주의라는 국가 형태는 역사가 흐르면서 미국에서는 인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한 1776년의 독립 선언으로 유럽의 경우는 프랑스에서 자유-평등-형제애를 헌법적으로 요청한 1789년의 대혁명과 그를 종결시킨 1791년의 헌법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이 헌법에는 프랑스 혁명의 3대 구호는 물 론 그 일치성이 18세기 정치 계몽주의의 정수를 형성한 인권, 권력 분립 그리고 민주주의가 화체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이념을 자유와 평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라이프흘츠( Leibholz) 의 민주주의 해석과 그에 대한 비판

그러나 민주주의의 이념이 자유와 평등이라는 데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가 있어 왔다. 즉 버크(E. Burke) 프랑스혁명에 대한 성찰이래 자유주의 와 민주주의를 구별하고, 자유주의는 자유를 그리고 민주주의는 평등을 각각 그 이념 내지 본질적 계기로 삼는다는 점에서 구별된다는 견해가 바로 그것 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이념을 평등에만 한정시키는 대표적인 견해를 우리는 라이프홀츠에게서 만나게 된다. 라이프흘츠에 따르면, 자유는 자유주의적인 것이며, 평등은 민주적인 것이다(Die Freiheit ist liberal und die Gleichheit demokratisch ). 이러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대립은 오랜 기간 동안 절대 왕정에 대한 양자의 공통된 적대감 때문에 가리워져 왔다. 그러나 절대 왕정의 몰락으로 자유가 쟁취되자, 평등-처음에는 비례적 평등 (suum cuique), 나중에는 절대적 균일적 평등으로 이해된-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뒤따르게 되었으며, 이러한 균일화와 탈자유화의 과정이 과거 100년 간의 헌법사를 지배해 왔다고 한다. 이렇게 자유와 평등,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엄밀히 구별하는 경우에는 민주주의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근대 민주주의의 성립에서부터 구별될 수 없을 정도로 결합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서 자유와 평등,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원칙적인 대립물로 보는 견해는 지나친 추상화와 비역사성의 소치, 즉 민주적 헌법국가가 발전해 온 역사적 과정을 간과한 사실 이해와 현실 인식에 있어서의 결함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이념은 자유와 평등이다.이를 명백히 하는 예를 들어 보자. 자유와 평등을 민주주의의 이념으로 관찰한 실례는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고전적 정의로서 널리 알려진 링컨(A Lincoln )186374일자 게티스버그( Gettysburg) 연설이다. 이 연설의 서두에서 링컨은 지금으로부터 87년 전 우리의 조상들은 자유의 생각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신념으로 이 대륙에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 였다고 선언함으로써 민주주의가 자유와 평등의 이념에 입각하고 있음을 분명히 확인시켜 주었다.


4. 자유 민주주의의 개념 정의

이제까지의 논의를 토대로 민주주의를 정의해 보자.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민의 정치이다. 그리고 국민의 정치는 국민에 의한 정치와 국민을 위한 정치의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없는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이때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측면이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되기위해서 국민에 의한 정치가 요구되는 것이지, 국민에 의한 정치가 반드시 국민을 위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정은 국민과 정당을 동일시하는 현대 정당 국가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분명해진다. 따라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전제 아래 국민에 의한 정치가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는 정치 이념이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한다면, 민주주의는 모든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것과 국민에 의하여 국정이 이루어질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민주주의를 내용적 으로 가치와 직결된 것으로 보며, 이 때 가치란 자유와 평등을 통해 확보되는 인간의 존엄이다. 결국 민주주의의 목표는 인간인 것이다.


lll. 민주적 기본 질서와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한국 헌법의 규정 및 상호 관계

1. 헌법 규정

우리 헌법은 민주적기본 질서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흔용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는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고 하고 있고, 4조에서는 ---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하고 있으며, 84항에서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해산된다고 규정하 여 이 두가지 개념을 혼용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헌법상의 규정 때문에 민주적 기본 질서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가 동일한 것인지의 여부에 대하여 의견이 나누어져 있다.


2. 양자를 다른 것으로 보는 견해

이 견해는 민주적 기본 질서의 이념을 평등과 자유, 복지의 세가지로 보고 라이프홀츠가 민주적 기본 질서와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구별하여 민주적 기본 질서중에서도 서구적 자유 민주주의의 개념과 결부된 것만을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로 본 입장을 근거로 민주적 기본 질서는 자유 민주주의와 사회 민주주의 등을 내포하는 개념이며, 그 공통 개념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견해에 따르면 헌법 전문이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더욱 확 고히 하여라는 선언은 대한민국이 사회 민주적 기본 질서를 배척하고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만을 그 이념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것임을 뜻하는 것이고, 4조의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의 원칙은 인민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을 규정한 북한 헌법에 대응하여 서구적 민주주의 하의 통일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며, 헌법 제8조의 정당 해산 요건으로서의 민주적 기본 질서는 민주 정 치의 기본 원리 내지는 기본 질서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 뿐만 아니라 사회 민주적 기본질서까지 포함하는 것이게 된다.


3. 양자를 상이한 것으로 보면서도 예외를 인정하자는 견해

이 견해는 민주주의의 이상적 형태를 국민에 의한 통치를 수단 방법으로 하고, 그에 의하여 실현되는 이념 또는 목적이 국민 전체의 이익에 합치하는 경우라 보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정치 질서의 내용이라기 보다 정치 질서를 형성하기 위한 수단이자 방법이라 고 보는 쪽에 비중을 둔다. 즉 민주주의라 함은 국가의 최고 의사가 국민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을 전제로 하고, 국민 중의 유권자가 직접 국가 의사 를 결정하거나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대표 기관이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 의사를 결정하게 하는 정치 원리로 이해하여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 견해에 따르면, 헌법 제1l항이 대한민국의 국가 형태를 민주공화국, 즉 민주주의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자유 민주주의와 더불어 또는 그와 나란히 사회 민주주의의 내용이 되는 사회 국가적 원리 복지 국가적 원리를 추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행 헌법 제1191항의 자유 시장 경제 질서, 헌법 전문의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 4조의 통일 정책의 기본 방향에 대한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 입각 등을 근거로 자유 민주주의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제84항의 민주적기본 질서는 곧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로 한정해서 해석해야 한다고 하고, 그 이유로서 첫째, 현행 헌법의 경우 사회 민주주의의 중요한 내용이 되는 복지 국가, 사회적 법치 국가의 원리, 사회 정의의 실현, 사회적 시장 경제 질서 등등은 이미 여러 헌법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으므로, 84항의 민주적 기본 질서 중에 반드시 사회 민주주의를 포함시켜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 둘째, 84항이 민주적기본질서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정당의 존립과 활동의 자유에 관하여 일정한 한계를 설정함과 동사에 그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 려는 것이기 때문에 정당 해산의 구실을 극소화하기 위해서도 동조의 민주적 기본 질서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로 제한하여 해석하여야 한다는 점, 셋째, 헌법 전문이 대한민국의 국가적 이념을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는것을 명문화하고 있고, 이것이야 말로 어떤 경우에도 수호하지 않으면 안될 헌법상의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들고 있다.


4. 비 판

결국 두가지 입장을 정리해보면, 상위 개념으로서 민주주의를 설정하고, 이러한 민주주의에는 자유 민주주의와 사회 민주주의가 있다고 가정하는 점 에서는 의견이 일치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의 규정을 문언(文言) 그대 로 해석하여 민주적 기본 질서와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상이한 것으로 해 석할 것이냐 아니면 제84항의 경우에만 민주적 기본 질서를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로 제한시킬 것이냐에서 차이가 난다.우선 후자의 입장에 대해서 살펴보면, 명백한 문언의 차이를 동일한것으로 보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헌법 제1조 제1항의민주 공화국의 민주를 민주주의적인 것으로 이해하여 이에는 자유 민주주의와 사회 민주주의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84항의 민주적기본 질서의경우에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제한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사회 민주주의의 중요한 사항들은 다른 헌법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제84항의민주적기본 질서중에 반드시 사회 민주주의를 포함시켜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없다는 해석도 논리상 민주적 기본 질서에 사회 민주주의를 포함하여 해석할 수 있다는 데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 또한 제84항이 사회 민주적 기본 질서까지 존중할 의무 를 규정한 것이라고 본다면 자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 민주주의에 찬성하지 아니하는 정당까지도 해산의 대상이 되는 불합리하고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나, 이에 대해서도 오늘날 사회 보장과 사회 정의는 우리 시대의 최대 관심사이기때문에 모든 정당은 많고 적은 차이는 있지만 사회 민주적 요소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끝으로,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가 우리 헌법 질서에 있어서 중핵(中核)이기 때문에,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부정하는 전체주의를 지향할 경우 이를 더 이상 방임할 수 없다는 논거로 제84항의 민주적 기본 질서와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같은것으로 이해하는 근거로 삼으려는 데 대해서도 찬성할 수 없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의 반대는 전체주의이지 사회 민주주의가 민주주의 내지는 자유 민주주의의 반대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전자의 견해에 대하여 살펴 보면, 명백한 문언의 차이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헌법 전문의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와 제8조의 민주적 기본 질서는 일견해서는 서로 상이한 해석을 용납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엄격한 문리 해석을 하려면 헌법 전문의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는 대한민국이 사회 민주적 기본 질서를 배척하고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만을 그 이념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려는 것임을 나타낸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되고, 오히려 이제까지 어떠한 이유에서든 확고히 하지 못했던 또는 할 수 없었던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앞으로는 더욱 확고히 하 겠다는 헌법 제정자의 의사로 해석해야 할 것이고, 그리고 나서 헌법 전문의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와 제84항의 민주적기본 질서사이의 관계를 헌법의 통일성의 관점에서 재음미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주 정치의 이념에 대한 학설을 나열한 후 그에 대한 검토없이 민주 정치의 이념을 평등과 자유, 복지의 세가지로 확정짓고, 민주적 기본 질서는 자유 민주주의와 사회 민주주의 등을 내포하는 상위 개념이며 그 공통 개념이라고 단언한 후 다시 평등을 민주 정치의 이념이라고 보는 학자의 견해에 따라 민주적 기본 질서의 내용을 서술하고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의 내용에는 위의 민주적 기본 질서의 내용에 법치주의적 기본 질서(형식적 법치주의)가 가미된 것이라고 하고, 사회 민주적 기본 질서에는 상기 민주 정치의 요소에 사회적 정의, 복지와 평화주의를 가미한 것이며, 이러한 민주 정치는 반드시 자유 민주주의가 아니라도 가능하다고 보는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라는 설명은 납득하기가 힘들다 하겠다. 왜냐하면 이러한 설명에 따르면, 헌법 전문의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는 제84항의 민주적 기본 질서와 공통요소를 가지기보다는 전면 모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5. 사 견

우리 헌법상의 민주적 기본 질서와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 사이의 관계를 확정짓기 위해서는 헌법의 통일성의 원칙이라는 해석 지침에 따라 양자의 조 화를 꾀하는 것과 자유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확장되는가를 살펴보 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헌법은 그 전체로서 사회 공동체를 정치적인 일원체로 조직하기 위한 법 질서를 뜻하기 때문에 하나 하나의 헌법 조문이 독립해서 어떤 의의를 갖는 것이 아니고 모든 조문이 불가분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서로 보충 제한 하는 기능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의 이와 같은 일원성 내지 통일성을 언제나 헌법 해석의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어느 하나의 헌법 조문 을 해석하는 경우에도 그 해당 조문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조문을 헌법 전체의 통일적인 각도에서 살펴야 한다. 따라서 우리 헌법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와 제84항의 민주적 기본 질서를 해석함에도 이러한 헌법의 통일성이라는 해석 지침이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헌법 전문은 성문 헌법 규정에 들어 있는 규범적 내용의 연혁적, 이념적 기초로서 헌법 전체를 이념적으로 지배하는 성문 헌법의 구성 부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한에서 헌법 전문의 이념을 구체화하는 것이 헌법 본문의 규정들이라고 할수없다. 즉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헌법 전문의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4.19 ‘민주이념, 조국의 민주개혁에서 사용되고 있는 민주,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들은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이러한 것들이 제1l항의 민주공화국, 4조의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 8 2항의 민주적, 84항의민주적 기본 질서, 322항의 민주주의 원칙, 1192항의 민주화에서 구체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들 또한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념을 구체화하는 개별 규정들이 이념에 모순되는 또는 이념과는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언상 상이한 민주적 기본 질서와 자유 민주적 기 본 질서는 동일한 것을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만 가지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 면 민주주의는 자유 민주주의만이 아니라 사회 민주주의 등 그밖의 민주주의 도 그 내포로 하는 것이라는 국내의 고정 관념은 좀처럼 움직일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즉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고정된 개념으로 생 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 II) 고대 그리이스인들이 민주주의를 창안해 낸 이래 우리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라 고 불리는 개념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은 민주주의를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전제 아래 국민에 의한 정치가 이루어진 것을 요구하는 정치 이념이며, 이는 내용적으로 가치와 직결된 것이라고 보아야 하며, 이때 가치란 자유와 평등을 통해 확보되는 인간의 존엄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에 기여하는 한 그것은 민주주의의 요소로서 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적 정의와 사회 보장, 즉 실질적 평등을 이념으로 하는 사회 국가 원리가 자유 민주주의의 구체적 요소가 되는가 하는 점을 검토하여야만 한다. 그리고 이 점은 긍정되어야 만 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의 이념을 자유와 평등이라고 할 때의 평등은 정치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뿐 만 아니라, 자유와 이러한 의미의 평등은 서로 해체될 수 없을 정도로 결합되어 있으며 진정한 자유란 법적 평등을 통하여 보장되는 인간 실존의 최저 조건을 보장하는것을 토대로 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궁핍과 곤궁에 처해 있는 자는 자유로울 수 없고, 철저하게 자신의 생활 근거를 유지하기 위하여 강제받는다. 따라서 궁핍의 극복은 평등의 기초적 요청일 뿐 아니라 또한 자유의 요청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궁핍 속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곧 자유가 없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