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14
[대법원·서울고법 형사부는 無혐의 결론]
'從北은 주관적 의견 표현… 형사처벌 불가’ 檢과 의견일치
민사부의 배상 판결 논란 커져
서울고법 민사(民事) 재판부가 이정희(45) 통합진보당 대표 부부를 종북(從北) 세력 등으로 표현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시사평론가 변희재(40)씨와 언론사에 배상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같은 법원 형사(刑事)재판부와 대법원이 변씨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했던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당시 검찰도 변씨 등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형사사건에 비해 민사에서는 '책임 범위'를 넓게 인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 가지 사안을 놓고 법원의 판단이 정반대로 엇갈린 것은 또 다른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정희(왼쪽) 통합진보당 대표와 남편 심재환 변호사
서울고법 형사24부는 지난해 9월 12일 이 대표와 남편 심재환(56) 변호사가 변씨 등을 상대로 낸 '재정신청(裁定申請)'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정신청이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이 직접 사건을 재판에 넘겨달라'고 고등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앞서 이 대표는 변씨를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동시에 검찰에는 명예훼손 혐의로 변씨를 고소했다. 같은 내용으로 민·형사 두개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012년 9월 24일 변씨와 변씨의 주장을 인용한 언론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종북은 주관적 판단 또는 의견을 표현한 말"이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이에 이 대표 부부가 재정신청을 냈지만 서울고법도 검찰과 같이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특히 이 대표는 서울고법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 신청을 냈으나 대법원은 올해 1월 28일 신청을 기각했다. 검찰은 물론 대법원과 고법도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민사 소송 2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13부(재판장 고의영)는 지난 8일 "종북은 검찰 공소장이나 법원 판결문에서 범죄 사실로 사용되기도 하는 표현으로 이 대표 부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이라며 1심과 같이 변씨에게 1500만원 배상 책임을 지웠다. 또 변씨의 주장을 인용 보도한 조선일보와 인터넷 신문 뉴데일리에는 "이 대표 부부를 종북 세력으로 암시했다"며 각각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의미"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북이란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한다는 뜻으로 주사파와 같은 계열에 둘 수 있는 표현"이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해 형사처벌의 대상도 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현실에서 종북으로 지목될 경우 반사회 세력으로 몰리고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된다"며 "변씨는 구체적 정황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이 대표 부부를 종북이라 표현해 명예를 훼손했기 때문에, 이 불법행위에 대해 위자료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검찰은 "종북은 특정인의 대북관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양한 생각을 포함하는 다의적이고 넓은 개념"이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와 민사사건의 판단 기준이 같지는 않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선 1심 재판부도 종북을 상당히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2심 재판부가 종북 개념을 굉장히 좁게 해석한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종북은 '수구’ '친일’ 등과 같은 정치적 수사(修辭)로 여러 가지 뜻으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이런 표현을 불법행위로 규정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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