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제시한 '고려 연방제' 통일 방안에서는 '선 국가 통일 후 민족 통일'의 기치 아래 한 국가 안에서 두 체제가 공존하는 연방국가 형태를 통일의 완성 단계로 본다.
이는 외형적 합의를 중시한 것으로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와 같은 통일 방안에 따라 국가의 통합을 중시하고 빠른 통일을 추구하면 남한국민들 사이에 동질성을 회복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또한 독일의 예와 같이 상당한 통일 비용을 단기간에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예멘은 북쪽의 자본주의와 남쪽의 사회주의 체제로 분단되어 있었다. 이들은 외형적 합의로 급속한 통일을 수행했다. 그러나 통일 국가에서 정치적 알력이 생기고 결국 이것은 재분단 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외형적인 국가적 합의는 불완전하기까지 하다. 아울러 이 통일 방안은 연방제를 시행하여 하나의 국가를 만든 후 인민 민주주의 혁명을 통하여 남측을 적화 통일시키려는 북한의 의도를 담고 있다.
따라서 이것은 올바른 형태의 통일 방안이라 할 수 없다. 바람직한 방향의 통일 방안은 우선, 국민의 통합을 국가의 통합보다 우선 시 한 것이어야 한다. 통일의 최우선 목적은 민족 동질성의 회복이다. 이는 국민의 통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아울러 국가적 통합은 불완전한 점을 감안하면 완전한 통합을 이루기 위해 국민의 통합이 선행되어야 함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국민적 통합을 위해서는 점진적인 형태의 통일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서 통일 비용의 문제도 장기간에 걸쳐 큰 부담 없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통일 방안에 부합하는 것이 남측의 '한민족 공동체'통일 방안이다. 이 통일 방안에서는 국가 통일보다는 민족 통일을 우선 시 한다. 아울러 '화해협력, ' 남북 연합', '통일 국가'순의 점진적인 단계를 거쳐 '단일 민족, 단일국가'의 완성된 민족 국가의 형성을 그 모델로 삼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통일 방안의 요건을 모두 고려한 것이다.
통일은 현재 우리 민족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이므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통일 지상주의'에 빠져 그릇된 방법으로 추구해서는 안 된다. 특히 북한이 제사한 통일 방안은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오히려 남한측이 제시한 통일 방안에 따라 국민 중심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여기에 남한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더해진다면 완성된 통일 국가를 이루는 일은 요원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1. 북한의 고려연방제
북한이 통일방안으로서 연방제를 최초로 제시한 것은 1960년이다. 처음에는 막연히 연방제만을 주장하다가 이후 국제환경과 남북관계 및 남북한 정부간의 작용-반작용에 따라 북한의 연방제 내용과 강조 사항에는 변화가 있다. 한편 북한은 1980년 10월 10일 제6차 노동당 대회에서 기존의 통일방안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고려민주연방공화국안' (Democratic Confederal Republic of Koryo)을 제시하였다.
즉, 1970년대까지는 '통일에 이르는 과도적 조치로서의 연방'을 주장하였으나, 이후에는 '통일의 완결 형태인 연방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1980년 10월에 행한 김일성(金日成)의 연설 가운데 '북과 남이 서로 상대방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고 용납하는 기초 위에 민족통일정부를 세우고, 이를 기초로 북과 남이 같은 권한과 의무를 지니고 지역자치제를 실시하는 연방공화국을 수립한다'는 내용에 잘 나타나 있다.
2. 고려연방제의 주요내용
주요 내용은
첫째, "북과 남이 서로 상대방에 존재하는 사상과 제도를 그대로 인정하고 용납하는 기초 위에서 북과 남이 동등하게 참가하는 민족통일정부"를 창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남북한 같은 수의 대표와 적당한 수의 해외동포 대표로 연방국가의 의결기구인 최고민족연방회의를 구성하고, 최고민족연방회의의 상설집행기구인 연방상설위원회는 정치문제, 외교문제, 군사문제를 관장하고 군대조직으로서 민족연합군을 조직한다. 김일성은 1983년 9월 9일 북한 국가창설 35주년 기념 연회석상에서 통일정부조직의 운영에 대해 남북으로부터 각각 공동의장을 선출하여 윤번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셋째, 연방정부의 지도하에 사상 및 제도가 상이한 남북의 지역정부들이 독자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따라서 북한의 연방제는 남북한이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 두 개의 지방정부를 구성하는 '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 통일방안이다.
북한은 통일국가의 국호를 '고려민주연방공화국'으로 정하고, 통일국가는 어느 대국에도 기울지 않는 자주적이며 평화적인 중립국가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북한의 통일론은 1993년 발표된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에서 가장 종합적으로 잘 표출되고 있다.
1. 온 민족은 대단결로 자주적이고 평화적이며 중립적인 통일국가를 창립해야 한다.
2. 민족애와 민족자주정신에 기초하여 단결하여야 한다.
3. 공존·공영·공리를 도모하고 조국통일위업에 모든 것을 복종시키는 원칙에로 단결하여야 한다.
4. 동족사이의 분열과 대결을 조장시키는 일체의 전쟁을 중지하고 단결하여야 한다.
5. 북침과 남침, 승공과 적화의 위구를 다 같이 가지고 서로 신뢰하고 단합하여야 한다.
6. 민주주의를 귀중히 여기며, 주의·주장이 다르다하여 배척하지 말고 조국통일의 길에서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
7. 개인과 단체가 소유한 물질적 정신적 재부를 보호하여야 하며, 이것을 민족단결을 도모하는데 이롭게 이용하는 것을 장려하여야 한다.
8. 접촉·래왕·대화를 통하여 전 민족이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며 단합하여야 한다.
9. 조국통일을 위한 길에서 북과 남, 해외의 전 민족이 서로 연대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10. 민족대단결과 조국통일의 위업에 공헌한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여야 한다.
한편 북한의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에는 남한의 파쇼정권 철폐와 민주화, 주한미군철수 등의 조건이 따르고 있다. 남한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연방제는 중국식의 '일국양제'를 의도한다고 볼 수 있다. 김일성은 1975년 5월 31일 AFP통신과의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주장은 남조선에서 민주화 운동이 승리하고 민주주의 인사가 정권에 올라앉으면 남북 사이에 제도상 차이와 신앙의 차이가 있지만 남북연방제를 실시하여 통일정부를 수립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간의 공동선언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제기되었으나 1990년대 초부터 수용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북한은 1991년 김일성의 신년사를 통하여 "민족적 합의를 보다 쉽게 이루기 위하여 잠정적으로 연방공화국의 지역자치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며 장차로는 중앙정부의 기능을 더욱더 높여나가는 방향에서 연방제 통일을 점차적으로 완성하는 문제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느슨한 연방제를 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때 김일성이 통일논의를 염두에 둔 상대는 남한정부는 아니었다. 김일성은 "북과 남의 당국과 정당, 단체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조국통일 방도를 확정하는 민족통일정치협상회의를 소집할 것을 제의"하는 등 여전히 전통적인 통일전선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러한 수정제의에 근거하여 1991년 3월 손성필 주소 북한대사는 로가초프 소련 외무차관과의 면담에서 외교 및 군사에 관한 권한 등을 남북한 지역정부에 부여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하였다. 이외에도 북한은 여러 차례 고려연방제의 수정가능성을 시사하였다. 특히 한시해는 남북한은 잠정적으로 미국 건국 초기의 미국가연합제를 한반도에 적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북한은 2000년 10월 6일 개최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제시 20돌 기념 평양시 보고회'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의 원칙에 기초하되 남북의 현 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권을 비롯한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보유한 채 민족통일기구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규정하였다.
3. 고려연방제의 특징
북한 연방제의 특징은 다음의 세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는 최종적인 통일방안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 하나의 체제'로 가기 전의 과도기적 통일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1960년 최초로 연방제를 제안했을 때는 하나의 선택적 대안으로 제시하였으나 북한은 1960년 8-15해방 15주년 김일성 연설에서 정치적 경제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통일방안으로서 외국 간섭없이 자유로운 남북한 총선거를 실시할 것을 먼저 제시하고, 그것을 남한 정부가 수용하지 못 할 경우 연방제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의하였다. 한편, 만일 연방제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남북한의 실업계대표들로 구성되는 경제위원회라도 조직하여, 정치문제를 제쳐놓고 경제협력을 하여 남한의 굶주림과 가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973년 고려연방제는 과도기적 통일방안으로 제안하였다. 1973년 6월 23일 체코 공산당 서기장 후사크를 환영하는 평양시 군중대회에서 행한 김일성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5대방침'에서 제안하였다. 5대방침은 첫째, 북과 남 사이의 군사적 대치상태의 해소와 긴장상태의 완화, 둘째, 남과 북 사이의 다방면적인 합작과 교류의 실현, 셋째, 북과 남의 각계 각층 인민들과 각 정당 사회단체 대표들로 구성되는 대민족회의의 소집, 넷째, 고려련방공화국의 단일국호에 의한 북남련방제의 실시, 다섯째, 단일한 고려련방공화국 국호에 의한 유엔가입을 연설하였다.
이후 1980년 고려민주연방공화국안에 와서는 최종통일안으로 제시하였으나 1990년대 초반부터 다시 과도기적 통일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즉 하나의 체제에 의한 하나의 국가인 완전한 통일에 대해서는 시기와 방법을 구체화시키지 않은 채 후대에게 맡길 숙제로 남긴다는 것이다.
둘째, 북한이 1990년대 들어서 주장하는 연방제안은 실질적으로는 연방보다는 연합의 성격이 강하다. 북한은 최근의 제안에서 두 정부 두 제도를 인정할 것을 강조하며, 지역정부가 경제 문화뿐만 아니라 외교 군사권까지도 독자적으로 행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앙정부는 주권과 통치권이 없이 통일의 상징적인 역할만 하는 느슨한 형태의 통일정부를 의미한다.
셋째, 북한의 연방제는 적극적인 통일방안이라기 보다는 남한으로부터 흡수당하는 것을 방지하며 당분간 북한의 사회주의체제를 보존하겠다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남북연합과 고려연방제의 관계
남북연합과 고려연방제의 공통점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점은 첫째,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모두 '평화적' 통일을 전제로 하고 있다.
둘째,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통일의 완성상태가 아니라 통일을 향한 '과도기적' 성격을 갖고 있다. 1991년 김일성이 신년사를 통해 언급한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는 형식적으로 1국가를 유지하되 실제적으로 2국가를 인정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1980년대 말 이후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국력열세로 인해 북한 주도에 의한 대남 통일전략보다는 체제공존에 우선순위를 두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의 공동선언을 통해 느슨한 형태의 고려연방제를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북한은 수정된 연방제에서 외교권과 국방권까지도 지역정부에 맡기는 등 지역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중간단계인 남북연합과 함께 구소련의 독립국가연합(CIS)과 같은 '국가연합'의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넷째,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남북 지역정부가 동등한 자격으로 중앙정부에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 동안 남북한간 통일방안이 서로 타협점을 찾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협상 주체의 문제였다. 남한은 당국간 대화를 통한 통일을 주장한 반면 북한은 대민족회의 등 통일전선기구를 통한 통일을 주장했는데,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당국간 대화를 통한 통일 추구에 합의했다고 볼 수 있다.
5. 남북연합과 고려연방제의 문제점
1) 남북연합 개념의 모호성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서 과도적 통일체제로서 제시하고 있는 남북연합이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성격의 결합형태를 말하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를 다분히 남겨 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남북연합의 영문표기를 "the Korean Commonwealth"로서 병기하고 있을 뿐 그것이 기존의 여러 역사적 사례나 이론모형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준거로 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 남북한이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있어서 실제적 관계(2개의 국가)보다는 명분적 관계인 '민족내부의 특수관계'에 집착하여 남북연합의 성격적 모호성을 초래하였다.
2) 북한 연방제 성격의 모호성
지금까지 북한이 제의해 온 고려연방제안은 연방국가를 뜻하는지 국가연합을 의미하는지 그 개념이 분명하지 않다. 북한은 국문으로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이라고 함으로써 연방국가로 표시하면서, 이를 영문으로는 Democratic Confederal Republic of Koryo라고 표기하여 국가연합으로 제시하고 있다. 북한도 이론상으로는 국제법상의 연방국가와 국가연합에 대해 명확한 구별을 하고 있다: "연방제국가는 일정한 목적 밑에 이루어진 국가연합과는 다르다. 국가연합은 국가들간의 조약에 의하여 이루어진 일종의 동맹이다. 여기에는 연합성원국가의 주권을 대표하는 최고주권기관이란 없고 매개 연합 구성국 자체가 자기 주권을 행사한다."
이와 같은 모호성은 통일지향성이 강한 남북한 관계에서는 연방의 이름을 사용하고 현실성을 중시하는 대외관계에서는 국가연합의 명칭을 사용하여 어필하려는 의도로 비판받는다. 또한 이러한 양면적 성격을 이용하여 때로는 평화공존방안으로 구사하는가 하면 또 때로는 통일방안으로 구사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이 제시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외교권과 국방권까지도 지역정부에 맡기는 등 지역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그 성격상 연합제를 나타내고 있으나 명칭은 어디까지나 (낮은 단계의) 연방제이다. 연방제는 아무리 낮은 단계라고 하더라도 구성국의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는 통일된 국가형태이고 연합제는 아무리 높은 단계라고 하더라도 구성국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국가형태이다. 따라서 북한이 제시하는 낮은 단계 연방제의 성격은 여전히 분명치 않다.
3) 통일방안의 실제와 헌법규범과의 괴리문제
동서독으로 양분된 분단국 서독의 기본법은 그 분단상태를 시인하는 기초 위에서 제정되었는데 비하여, 대한민국의 헌법조항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 전부에 걸친 유일 합법정부이며, 그 영토 내의 주민 전체를 대표하는 이른바 유일대표권을 갖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서독의 기본법은 미국 영국 프랑스의 점령지역이었던 서독 내에서만 법률적 효력을 행하도록 되어 있고, 기타 지역 즉 동독지역은 가맹-가입에 의하여 효력을 미치게 되어 있었다. 시간적 효력도 전 독일 국민이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의결한 헌법의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으로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어 있는 과도기적 헌법임을 전문에 명시하고 있다.
남북한간의 지위에 관한 국내법적 국제법적 관계는, 국내법 체계에 의하면 남북한 모두 한반도에 하나의 국가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제법적으로는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남북한 모두 국내법적으로는 한반도에 하나의 국가만이 존재하는데, 국제법적으로는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서로 모순되는 이원적 구조를 지닌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남북연합에 남한과 동등한 자격으로 북한이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이는 헌법규범과 상충하고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4) 중앙정부의 성격(지위) 문제
국가연합이건 연방국가이건 국가통합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은 중앙정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앙정부의 구성(대표권), 권한, 의사결정방법 등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서 중앙정부의 성격과 지위는 어떠한 지 남북한 모두 이를 구체적으로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건국 초기의 국가연합, 독립국가연합(CIS), 유럽연합(EU) 등의 비교연구가 유용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고려연방제는 남북한의 이질적 체제를 전제로 연방제를 상정함으로써 연방정부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전제가 비현실적이라는 문제를 갖고 있다. 또한 북한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높은 단계 연방제의 질적 차이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5) 내전 가능성
연방제 하에서 지역정부의 군대보유 또는 군사권을 인정할 때, 남북 지역정부간 의견 차이나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못할 경우 남북예멘의 사례와 같이 내란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정부가 다수가 아닌 2개 지역정부로 구성된 연방국가의 경우 그 위험성은 더욱 크다. 더구나 고려연방제는 남한과 북한의 체제적 이질성을 전제로 연방제를 상정하고 있다.
맺는 말
남북한 통일방안의 공통점을 찾고 통일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남북한은 우선 각각 내부적으로 남북연합안과 낮은 단계 연방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작업을 기초로 남북한은 통일중간 단계로의 진입절차, 사전조건, 시기, 공동기구의 구성 및 운영 등에 대하여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실질적인 남북한 주민들의 '삶의 통일'을 위해서는 경제 교통 통신 환경 과학기술 보건 및 문화 등의 부분적 영역에서 기능적 통합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 이런 과도기적 '계약공동체(Vertragsgemeinschaft)' 단계를 거쳐 국가연합을 실현하고 난 이후 장기적으로 통일국가(단일제 혹은 연방제)로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통일한국 정부체제로서의 연방제는 남북한 그 자체를 기본 단위로 연방을 구성하는 '거시 연방'은 불안정하며, 남북한을 7-10개 주로 구성하는 캐나다나 독일과 같은 형태의 연방제가 바람직하다. 거시 연방제에서는 남과 북의 두 자치정부가 대치할 경우 이를 조정-중화할 수 있는 완충지대가 없기 때문에 폭력적 대결과 체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먼저 정상회담 합의사항 실천을 위한 국민적 동의기반을 확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적 합의를 위해서는 의견의 통일이나 이견(異見)의 부재보다는 통일정책의 결정 추진 이행에 있어서 사회 내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통일문제를 둘러싼 건전한 보수적 견해와 합리적인 진보적 관점이 서로 보완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공존하는 사회공동체가 형성되어야 한다. 즉 남한 사회 내에서 먼저 상호생존의 의식과 실천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남북한간에 상호의존의 결합과 통일을 이룰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은 현 단계에서 남북한의 통일을 위해서는 통일 논의 자체보다 화해-협력의 노력과 신뢰의 축적이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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