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9일 5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공무원연금법과 국회법 개정안 등 59개 법안을 처리했다.
국회는 이날 오전 3시10분께 본회의를 열어 이들 2개법안과 본회의에 부의됐던 57개 법안을 포함해 이같이 처리하고 5월 국회를 마무리했다. 이와 함께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구 구성 규칙안도 처리했다.
이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1박2일 동안 이어진 마라톤협상 끝에 당초 예정됐던 28일 본회의에서 회기 연장을 통해 가까스로 얻어낸 성과다.
◇與 '公연금' 野 '세월호 시행령' 윈윈
새누리당은 회기 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새정치민주연합은 막판 쟁점이 됐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각각 얻어내면서 5월 임시국회는 '빈 손 국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야당은 새누리당의 반대 속에서도 합의문 원안을 지켜내는 대신 새누리당이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조항을 운영위원회에서 수정해 주는 것으로 화답했다. 자칫 당에서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었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배려해 모처럼 여야 간 '윈윈'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입법의 위법이 발생한 경우 국회가 요청하면 행정기관은 이를 '지체없이 처리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한 당초 합의에서 '지체없이 처리' 부분이 삭제됐다.
이날 처리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매달 내는 보험료인 '기여율'은 2020년까지 현행 (기준소득월액) 7%에서 9%로 높이고, 은퇴 후 받는 연금액을 결정하는 '지급률'은 2035년까지 현재 1.9%에서 1.7%로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향후 70년 간 333조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연금부담금도 현행 보수 예산의 7%에서 2020년까지 9%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은퇴 후 받는 연금액은 현행 재직기간 1년당 평균 기준소득월액의 1.9%에서 2035년 1.7%로 단계적으로 인하하도록 했다.
다만 양당의 이 같은 입장차를 반영하듯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는 야당에서, 국회법 개정안에는 새누리당에서 무더기로 기권 및 반대표가 쏟아져 나와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선거구획정委 독립·담뱃갑 경고그림 등 쟁점법안 다수 처리
이날 본회의에서는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기구화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담뱃갑에 경고그림 삽입을 의무화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 국민적 관심이 뜨거웠던 쟁점법안도 다수 처리됐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선거구를 재조정하게 될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독립적 기구'를 가진 소속기구로 설치하도록 했다. 획정위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국회의원이나 획정위 설치 전 1년 간 정당원이었던 당원은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획정위는 국회의원 선거일 1년6개월(18개월)전부터 설치돼 5개월 간 선거구를 획정한 뒤 그 안을 국회의원 선거일 1년1개월(13개월) 전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게 된다. 특히 획정위가 제출한 안은 국회가 수정할 수 없도록 했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담뱃갑 앞뒷면 포장지에 경고 그림을 전체 면적의 30% 이상에 의무적으로 삽입하고 경고문구까지 포함해 50% 이상 표시하도록 하고, 경고문구에는 '흡연이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도록 했다.
이밖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거기본법을 비롯해 군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을 순직자로 포괄적으로 인정을 하는 군인사법 개정안, 선박운항자 음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도록 한 해사안전법 개정안 등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4·13총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는 무법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선거구 획정 '데드라인'을 23일에서 오는 29일로 '억지로' 미뤄둔 여야는 전날 밤에 이어 22일에도 회동하면서 협상을 시도했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심야협상을 이어갔다. 선거구가 데드라인으로 정한 오는 29일까지 결정되지 못할 경우 '총선연기론'(본지 22일 자 1·3면 보도)은 물론 19대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교체 요구 목소리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 심야협상만 진행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밤 새누리당 김무성,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까지 참석 대상을 확대해 4+4 심야협상에 나섰으나 테러방지법에 정보수집권을 국가정보원에 부여할지를 둘러싼 이견으로 난항이 계속됐다.
앞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와 이목희 정책위의장, 이춘석 원내수석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1시간45분가량 '3+3 회동'을 가졌으나, 테러방지법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국가정보원의 정보수집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테러 관련 무고(誣告)는 가중처벌하고,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인권 보호관'을 통해 국정원의 테러 정보수집을 감독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더민주는 테러방지법이 국민안전처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영장 없는 감청을 비롯해 국정원에 실질적인 업무 대부분을 넘겨주는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선거구 획정 기준과 관련해선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과 함께 처리하자는 입장인 반면 더민주는 여야가 현행 지역구 의원 246석을 253석으로 확대하기로 사실상 의견 일치를 본 만큼 선거구 획정 기준안부터 처리하자고 맞섰다.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여야는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 인구 상·하한선, 인구 집계 기준일, 자치구 분할 예외조항 등의 내용은 합의만 있으면 선거법 개정안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선거법에 '별표' 형식으로 첨부되는 선거구 획정안의 경우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제출하면 안행위에서 심의·의결한 뒤 오는 29일 본회의에 상정·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테러방지법 절충 시도 난항
여야 원내지도부는 전날에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비공개 심야회동을 통해 테러방지법 절충을 시도했다.
여야는 테러방지법 입법 협상과 관련해 국내외 테러 위협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인 '테러통합대응센터'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고 국정원에 테러관련 정보 수집 권한을 부여하되, 테러대응센터가 국정원의 관련 활동을 감시하는 방안으로 절충하는 문제를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테러대응센터를 국정원에, 더민주는 안전처에 둘 것을 각각 요구해 왔다. 국정원의 정보수집권 남용을 감시·견제하기 위해 테러대응센터에 가칭 '인권 조정관'을 두는 방안도 거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여야는 이 같은 논의와는 별개로 테러방지법과 선거법 연계 등을 놓고 이날도 신경전을 계속했다.
새누리당 원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추가 도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등 민생·안보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일"이라며 "더민주는 제1야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선거법에 다른 법안을 연계하는 새누리당 때문에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면서 "어느 특정 정당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회의 기본원리를 생각하면 당연히 (선거법이) 확정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안된 것에 데 의문가는 것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고민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협상이 결렬될 경우 본회의 직권상정(안건심사기일지정)을 검토하겠다면서 여야를 압박했다.
정 의장은 '협상 결렬 시 직권상정까지도 생각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이날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을 국회로 불러 비공개 면담을 하고 최근 북한 등의 실질적 테려 위협 정보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것도 직권상정을 위한 수순 밟기로 이해된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북한이 정찰총국을 중심으로 대남 테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첩보를 전한 뒤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입법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효율적이고 신속한 테러 대응을 위해서는 관련 정보 수집 권한을 국정원이 갖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밝히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340회국회(임시회) 국회본회의회의록(임시회의록)
2016년 2월 23일(화) 오후 6시 〔무제한 토론 실시로 2월23일 개의하여 3월2일 산회하였음〕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안전행정위원장 제출)
◯의장 정의화 의사일정 제16항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사일정 제17항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사일정 제18항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이상 3건을 일괄하여 상정합니다. 안전행정위원회의 윤영석 의원 나오셔서 3건에 대해서 제안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전행정위원장대리 윤영석 존경하는 정의화 국회의장님, 그리고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경남 양산 출신 윤영석입니다. 안전행정위원회 소관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3건의 법률안에 대하여 제안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위원회안과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 위원회안은 지난해 3월 이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합의되었던 사항과 국회의원지역선거구 획정에 관한 교섭단체 양당의 합의사항을 바탕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위원회안의 주요 내용을 말씀드리면, 첫째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하고, 둘째 국회의원지역구 획정의 기준이 되는 인구기준일을 선거일 전 15개월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 하며, 셋째 자치구․시․군의 일부 분할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되 인구범위에 미달하는 자치구․시․군으로서 인접한 자치구․시․군의 전부를 합하는 방법으로는 인구범위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부칙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한하여 국회의원지역구 획정을 위한 인구기준일을 2015년 10월 31일로 하는 등 일부 특례와 예비후보자의 등록․홍보물 발송․선거비용 등에 관한 경과조치를 규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를 별표 1로 규정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정치자금법 일부개정법률안 위원회안의 주요 내용을 말씀드리면, 현행 정치자금에 관한 정의 규정이 다소 불명확하여 정치자금의 의미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문을 정리하였고,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예비후보자의 후원회․후원금 모금 등에 관한 경과조치를 규정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정청래 의원, 최민희 의원, 문희상 의원, 박남춘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9건의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심사한 결과 이상 9건의 개정안들을 통합 조정한 대안을 제안하기로 하였습니다.
대안의 주요 내용을 말씀드리면, 첫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 이외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처리하는 때에는 정보주체에게 수집 출처․처리 목적 등을 고지하도록 하였고, 둘째 민감정보를 처리하는 경우에는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행정자치부장관은 고유식별정보를 처리하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안전성 확보 조치를 하였는지 정기적으로 조사하도록 하였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의원님 단말기의 회의 자료를 참고해 주시기 바라며, 아무쪼록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제안설명한 대로 의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 3건 위원회안 및 대안은 부록으로 보존함)
◯의장 정의화 그러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하도록 하겠습니다.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자투표)
투표를 다 하셨습니까? 투표를 마치겠습니다.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재석 244인 중 찬성 174인, 반대 34인, 기권 36인으로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테러방지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강(强) 대 강(强) 대치가 이어지면서 선거법 처리 지연으로 인한 대혼란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국외부재자들이 투표를 못 하고, 정당의 경선 절차도 ‘올 스톱’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무소속으로 총선을 준비 중인 후보는 후보 등록 자체도 무산될 위기에 놓이는 등 여야의 정쟁으로 인한 피해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여야가 내달 5일까지 선거구 획정안이 담긴 선거법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국내에 주소지를 둔 유학생 등 약 15만명의 국외부재자들이 투표를 할 수 없게 된다. 현행 선거법은 내달 5일부터 9일까지 국외부재자들에게 지역구 정보 등이 담긴 선거구 단위의 선거인 명부를 열람한 뒤 투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5일까지 선거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선관위가 명부를 작성할 수 없어 국외부재자들의 투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당의 경선 절차도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야의 당내 경선은 선관위에서 제공할 ‘안심번호’를 기본 정보로 진행될 계획이다. 그러나 선관위가 선거구 획정안 통과를 전제로 안심번호 제공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더라도, 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이 정보를 각 당에 제공할 수 없다. 각 당이 자체 면접을 진행하고 공천룰을 정하는 건 자유지만, 경선 시행은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무소속 후보자들이 받을 불이익이다. 획정안이 19일까지 통과되지 않을 경우, 무소속 후보자는 후보 등록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은 19일부터 정당 후보자는 정당의 추천서를, 무소속 후보자는 지역 주민들에게 추천서를 받아 24일까지 선관위에 제출해야 공식적인 후보자로 인정한다. 그러나 현재 야당은 “3월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데다, 10일 이후에도 여야의 극한 대립의 여파로 선거법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가 곧바로 개최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정된 인원으로 선거 실무를 준비해야 하는 선관위는 여야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선거법 처리 지연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만 보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여야가 책임을 떠넘기고 대혼란을 피하기 위해 선거법을 통과시키면서 부칙으로 이번 총선에 한해 한시적으로 24일까지 규정한 후보등록 기한을 연장할 수는 있다”면서도 “여야의 꼼수가 나와도 절대적 시간이 부족해 몇몇 절차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이 수정되지 않는 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다 밤 늦게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중단’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계속하자고 주장했지만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역풍을 우려해 이 원내대표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총회 결정이 비대위서 뒤집어짐에 따라 의원들의 반발도 적지 않게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당내 기류는 ‘새누리당이 한 글자도 양보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강경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전날 선거구 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이 상임위까지 통과한 마당에 필리버스터가 선거법 처리를 막아서는 모양새가 되자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결국 이 같은 결정이 나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를 끝내는) 열쇠는 우리에게 있는 게 아니라 저쪽(새누리당)에 있다”며 “출구는 (법적으로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는) 3월 10일이 되면 ‘자연 출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목희 정책위의장도 전날 “독소조항을 그대로 다 남겨둔 채 (선거법이) 통과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더민주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며 “테러방지법 독소조항 제거 없이는 선거법 통과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민주는 이날 의총에서 필리버스터 출구전략 문제를 논의했다.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필리버스터 중단 시점에 대한 결정을 당 지도부에 위임키로 했다.
의원총회 한 참석자는 “2월 임시국회(3월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강행하자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 필리버스터를 계속 이어가는 것 외에는 달리 쓸 카드가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경우 테러방지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할 수 없다.
문제는 ‘선거법보다 시급한 법안은 있을 수 없다’던 더민주가 기존 입장을 바꾼 데 따른 역풍 가능성이었다. 개성공단 이슈 이후 여당이 친 ‘발목 잡는 야당’ 프레임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겠다고 필리버스터로 선거법 처리를 가로막는 ‘자가당착’에 빠질 경우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이렇게 버텨도 3월 10일 이후 곧바로 소집되는 3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이 처리될 수밖에 없는 국회법 조항도 고민을 깊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고민을 반영한 듯 이종걸 원내대표는 오후에 열린 의총 모두발언에서 새누리당에 깜짝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는 공직선거법의 본회의 처리와 관련, “양당 합의만 있으면 선거법을 처리할 수 있다”며 “시급한 선거법 처리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정회하는 데 합의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제안은 새누리당이 어떤 화답도 하지 않으면서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났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필리버스터 중단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심야에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면서 7일간 이어진 야당의 필리버스는 막을 내리게 됐다.
총선이 불과 42일 남긴 2일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천신만고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한 북한인권법과 테러방지법 역시 이날 국회를 통과해 핵심 3개 법안이 모두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2일 본회의 투표 결과 재석 244인, 찬성 174인, 반대 34인, 기권 36인으로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4.13 총선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은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으로 확정됐다.
선거구 획정 결과 대폭 줄어들게 된 농어촌 의원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강원도 홍천·횡성 지역의 황영철 의원은 이날 반대 토론을 통해 "서울시에는 49명의 국회의원이 뽑히지만 서울시 면적의 10배가 되는 철원화천양구인제는 1명의 의원이 이 지역을 감당하게 된다"며 "공룡같은 선거구를 만들어놓고 이 지역에서 뽑힌 의원이 지역 대표성을 제대로 책임질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경북 영주를 지역구로 한 장윤석 의원 역시 "선거구 개편이 논의되기 시작한 여름부터 주민 의사가 반영된 합리적 선거구 획정을 요구하며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지만 농어촌에 대한 배려는 끝까지 없었다"며 "선거구 획정안은 위헌적이고 불공평하며 시대착오적 획정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여야의 이견으로 오랜 시간 동안 표류했던 북한인권법도 국회 본회의를 넘었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북한인권법을 재석 236명에 찬성 212명 반대 0명 기권 24명으로 가결했다.
해당 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증진과 남북관계 발전 및 한반도 평화정착에 노력하는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통일부에 북한인권자문위를 두고 3년 마다 북한 인권 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43년만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부활시킨 테러방지법(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역시 2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새누리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장인 주호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수정안이다.
법안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하고 대테러활동에 관한 정책의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핵심 쟁점이 됐던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통신·금융정보 수집권은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국가정보원이 갖게 됐다.
다만 야당이 제기한 인권침해 우려와 관련해 국정원이 테러 조사 및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경우 사전 또는 사후에 국가테러대책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국가테러대책위원회 소속인 인권보호관 1명도 대테러활동으로 인한 인권침해 여부를 감시하게 된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재석 의원 244명 가운데 찬성 174표, 반대 34표, 기권 36표로 가결됐다.
이로써 다음 달 13일로 예정된 선거일을 불과 42일 앞둔 시점에서 국회의원 선거구가 최종 확정됐다.
지난 1월1일 0시를 기해 당시 국회의원 선거구가 모두 법적으로 무효가 된 지 62일 만에 선거구 실종 사태가 종식된 것이다.
정부는 3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선거법 공포안을 의결하는 등 공포 절차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개정안에 포함된 선거구 획정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숫자는 종전보다 7개 늘어난 253개, 비례대표 숫자는 그만큼 준 47개로 정했다.
분구 지역은 16개, 통합 지역은 9개이며, 이밖에 구역조정 5곳과 자치 구·시·군 내 경계조정 12곳, 선거구 명칭 변경 6곳이다.
광역시도별로는 경기가 현행보다 8석 많은 60석으로 늘어나고 경북은 13석으로 2석이 줄어든다. 서울, 인천, 대전, 충남이 각각 1석씩 증가하는 반면, 강원, 전북, 전남은 1석씩 감소한다. 부산, 광주 등 나머지 광역 시도는 현행 의석수를 유지한다.
인구 산정은 지난해 10월31일을 기준으로 했으며, 자치 구·시·군 일부 분할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일부 조정이 불가능한 지역구에 대해서는 예외를 뒀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연계된 정치자금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했다.
정자법 개정안은 기존 선거구에 등록된 예비후보자후원회의 효력을 유지하는 내용이다.
▲2014.10.30 = 헌재, 기존 선거구 획정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선거구별 인구 편차 현행 3대1에서 2대1로 변경 주문
▲2015.3.18 = 국회 정개특위(위원장 이병석) 출범, 선거구 획정 등 선거제도 개편 논의 착수
▲2015.7.15 =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 출범
▲2015.10.13 = 20대 총선 선거구획정안 국회제출 법정시한
▲2015.11.13 = 20대 총선 선거구획정안 국회 처리 법정시한
▲2015.12.3 = 정의화 국회의장, 여야 대표와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기준 논의…지역구 의석 확대·비례대표 축소 공감
▲2015.12.15 = 20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 시작
▲2016.1.1 = 기존 선거구 법적 효력 상실…정의화 국회의장, 현행 의석비율 유지하되 일부 자치 시·군·구 분할 허용한 선거구 획정 기준 제시
▲2016.1.6 = 일부 정치신인, 국회 상대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 제기
▲2016.1.8 =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 사퇴…"선거구 공백 상황 책임통감"
▲2016.1.23 = 여야 원내대표, '지역구 253석+비례 47석' 원칙 합의
▲2016.2.23 = 여야 대표, 선거구 획정 기준 최종 합의
▲2016.2.28 = 획정위, 선거구획정안 의결…국회 제출
▲2016.3.2 = 국회 본회의, 선거구획정안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역대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획정일
※2014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는 현재의 국회의원 지역선거구간 인구편차 비율이 지역간의 인구수에 따른 형평성과, 표의 가치는 평등해야 한다는 표의 등가성이 심히 훼손되어 헌법상의 평등선거 원칙에 위배되어 차후 그 개선이 필요함을 적시하고, 부당하게 불평등을 야기시키는 현 공직선거법(2012. 2. 29. 법률 제11374호로 개정된 것)제25조 제2항 별표1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아래 표 참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헌법불합치 결정(2014헌마 53 등)을 내렸다. 다만 위헌결정 할 경우 법적 공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2015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는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헌재는 1995년 인구비례 최대·최소 범위를 4:1(선거구 평균 인구의 ±60% 이내)로, 2001년에는 3:1(±50% 이내)로조정하는 결정을 했었고, 그리고 이번 2014년에는 2:1(±33.33% 이내)로 조정을 하는 결정을 했다.
아래는 이번 헌재가 결정한 인구편차의 허용 한계 ±33⅓%(상·하한 인구수의 편차비율 2:1 이하)와 아울러 지난 시기에 적용되었던 편차비율 내용과 그 계산이 예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