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가 시작도 전에 파행을 맞고 있다. 9월 5일 본 전시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지난 8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시작한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 프로젝트 ‘달콤한 이슬―1980 그 후'에 출품된 홍성담(59) 작가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전시 유보되면서 논란이 뜨겁다. 책임 큐레이터인 윤범모(가천대 교수)씨가 10일 사퇴하고, 다른 참여작가도 잇따라 작품을 철거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014년 8월 8일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세월오월’전시가 유보되자 지역 예술인들이 수정된 그림을 대형 천에 프린트해 광주광역시 광주시립미술관 앞에 펼치며 항의했다. 그림 가운데 닭은 원래 그림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표현한 부분을 바꾼 것. 닭 뒤의 군복 입은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 그 뒤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형상화했다.

 

문제의 그림은 가로 10.5m, 세로 2.5m 크기 대형 걸개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활동했던 시민군과 '주먹밥 아줌마'가 세월호를 거꾸로 들어 올려 승객을 구조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논란이 된 부분은 세월호 왼쪽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처럼 묘사된 부분이다. 재단 측의 요구에 따라 작가는 허수아비 부분을 닭으로 수정했지만 일부 반발로 작품은 걸리지 못했다.

논란이 가속화되자 사건의 중심에 있는 홍성담 작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홍 작가는 2012년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출산하는 듯한 문제작을 전시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 인물이다.

 

홍성담 작가

 

민중미술 쪽에선 유명한 작가다. 전남 신안군 하의도 출신으로 목포고를 나와 조선대 미대를 졸업했다. 1970년대 초반 국전, 도전, 한국일보 미술대상전, 중앙일보 미술대상전 등에 입상하는 등 지역에서 촉망받는 젊은 작가였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땐 시민군 홍보요원으로 활동했고, 1981년엔 보안사에 의해 불온작가로 지목돼 강제 연행되고 작품을 압수당하기도 했다. 1989년엔 대하 걸개그림 ‘민족해방운동사’ 슬라이드를 제13차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보냈다. 같은 해 간첩 및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당해 3년간 복역했다.

1980년대 민중미술운동 시절 오월 광주를 형상화한 ‘오월 연작판화’로 당시 오윤, 이철수와 함께 민중판화의 대표작가로 평가받는다. 농민, 노동자, 학생운동 조직과 결합해 현장에서 걸개그림, 판화, 벽보와 같은 활동을 한 현장미술활동가였다.
2000년대 전업화가 시절엔 20세기 후반 격동의 시대에 등장하여 리얼리즘 부재의 시대를 극복하고 미술과 사회를 융합시키는 예술가로 성장하였다. 종군위안부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소재로 다루면서 특유의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현해 왔다.

미술평론가 최열씨는 “민족적, 전통적 특색이 강렬하고 내용에서 역사, 사회, 정치, 인권, 환경 문제가 두드러져 우리 사회의 주류 미술계 및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거나 배척당했다”며 “최근엔 일본, 대만, 영국, 독일 등 해외 시민운동 조직과 연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평소 성격은 배려심이 많으나 민감한 사안엔 불 같이 격정적인 면모를 보인다고 한다. 김지하, 황석영과 호형호제 하는 사이다.

 

화가 홍성담이 그린 박근혜 출산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