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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지키는 스마트한 ’디지털 페어런팅’

스티브 잡스가 자녀에게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드론을 만드는 3D 로보틱스 CEO 크리스 앤더슨은 아이들이 쓰는 전자 기기의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부모가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했다고 한다. 그는 “테크놀로지의 위험을 잘 알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의 자녀 교육법이 전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 사용이 너무나 익숙한 우리 자녀들의 모습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릴 때부터 각종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능숙한 ‘디지털 키즈(Digital kids)’인 우리 자녀들을 위한 똑똑한 ‘디지털 페어런팅(육아법)’을 소개한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어린 자녀에게 스마트폰은 보여주고 있거나, 자녀가 어린이 날 선물로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조르는 경우, 스마트폰 게임이나 SNS에 빠져 있는 자녀 때문에 걱정인 부모들에게 필요한 자녀의 연령에 맞는 디지털 페어런팅이다. 자녀가 성숙한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우리 부모가 반드시 해야 하는 역할 중 하나다. 

 



0 ~ 3세 영유아기 : 스마트폰 잠시 건네는 것도 안 돼

이제 걸음마를 시작할 법한 아이가 스마트폰에 집중해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 식당이나 카페에서 아이를 조용히 앉혀놓을 요량으로 부모는 어린 자녀의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시기의 아이에게 디지털 기기를 노출시키는 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영유아 스마트폰 증후군’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영유아 스마트폰 증후군’이란 6세 미만의 아이들이 영상, 게임 등의 지속적인 자극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우뇌가 발달해야 하는 시기에 좌뇌가 지나치게 발달해 좌 ·우뇌의 균형이 틀어지는 것을 말한다. 영아기 아이는 우뇌가 먼저 발달하는데 엄마의 표정, 목소리, 눈짓, 몸짓을 이미지로 기억해 엄마의 의도를 파악한다. 그 다음 좌뇌가 발달하는데 좌뇌가 발달하기 시작하면 언어 발달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시기 과도하게 스마트폰에 노출되면 우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좌뇌가 발달하게 된다. 

 

우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감정을 담당하는 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 다른 사람과 생각이나 느낌을 주고 받는 능력, 사고력, 감정조절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부모가 편하게 밥을 먹기 위해서, 흥미로운 자극을 주고 싶다는 이유로 이 시기 아이에게 건넨 스마트폰은 아이의 뇌에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3 ~ 6세 유아기 :  부모의 통제 하에 사용해야

전문가들은 이 시기 아이에게도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차선책을 선택해야 한다. 부모가 디지털 기기의 이용 시간 및 컨텐츠 등에 대해 확실한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루 30분 이상 넘기지 않으며,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영상과 동요 율동 영상만 본다’는 식으로 말이다. 아이의 손에 스마트폰을 맡겨버리면 의도하지 않은 영상에까지 노출될 우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약속한 시간 외에는 스마트폰을 아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 역시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롤 모델로 삼아 그 태도와 습관을 배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기 아이가 스마트폰을 보여 달라고 강하게 떼를 쓰는 등 통제가 되지 않을 때에는 당분간 아예 아이에게서 스마트폰을 분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법을 고민하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6 ~ 10세 미만 : 디지털 기기 사용 가이드라인에 대해 설명해줘야

부모가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 및 사용 및 목록의 한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에 대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것이 좋다.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고 가이드라인을 정하는데 반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디지털 기기 사용 가이드라인이 지켜질 수 있도록 온 가족이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TV를 보고, 스마트 기기를 가지고 노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친구들과 뛰어 놀며 신체활동을 하는 즐거움을 빼앗지 않는 것도 중요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

 



초등학교 중·고학년 :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지킬 수 있도록 동기 부여

부모들의 고민 중 하나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언제 사줄 것 인가다. 아이의 하교 후 학원에서 학원으로 이동할 때마다 연락을 주고 받기 위해 휴대전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요즘은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스마트폰을 사주는 가정도 많다. 친구들도 다 있다며 사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의 마음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적당한 시기는 부모가 잘 판단해야 한다. 아이가 스마트폰 사용규칙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상태여야 한다는 의미다. 하고 싶어도 참을 수 있는 절제력과 충동조절능력, 좌절인내력이 바탕이 돼야만 스스로 규칙을 지킬 수 있다. 

 

자녀와 함께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대한 이용규칙을 정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 좋다. 만약 약속을 어겼을 경우 벌칙도 명확히 해둔다. 예를 들어 주말에만 컴퓨터 게임을 하기로 했는데 어겼다면 다음 주말 컴퓨터 이용시간을 줄이는 식이다. 초등학교 3~4학년 만 돼도 아이들은 SNS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어떤 게시물을 올리고 다운로드 하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인터넷 상에 올린 글이나 영상은 쉽게 공유될 수 있으며 지우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도 알려줘야 한다.

 

중·고등학생 : 자율성 존중하되, 방치해선 안 돼

“스마트폰 그만하고 공부해!”와 같은 강압적인 지시는 되레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중고등학생의 자녀와의 디지털 페어런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성을 존중하되,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아이가 적당히 조절하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문제 없지만, 걱정할 정도로 몰입돼 있는 상황이라면 가정의 디지털 페어런팅 방식을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과몰입 상태는 적절한 교육으로 가정에서 바로 잡을 수 있지만, 중독의 수준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런 경우 아이가 디지털 기기에 빠진 원인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상담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림 1] 컴퓨터가 없는 발도로프 학교에 대해 다룬 뉴욕타임즈 기사 

(출처 : http://www.nytimes.com/2011/10/23/technology/at-waldorf-school-in-silicon-valley-technology-can-wait.html)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의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실리콘밸리에 발도로프 학교에서는 컴퓨터가 없다. 스크린보드, 빔 프로젝터 등의 멀티미디어 기기도 없으며 연필과 종이, 분필 등을 이용한 아날로그식 수업이 진행된다. 이들은 우리나라 나이로 중학교 3학년이 되는 8학년이 돼서야 컴퓨터를 서서히 배우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학교에 디지털 기기를 가져올 수도 없다. ‘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의 저자인 신의진 정신과 박사는 “언제 자녀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좋냐”는 질문에 “늦을수록 좋다”고 답한다. 

 

우리 자녀 세대는 지금 우리보다 훨씬 더 디지털 기기와 가깝게 지낼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기기들이 쏟아질 것이고 그에 맞는 교육 및 놀이 앱이 넘쳐날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존재한다. 부모가 자녀와 디지털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그들의 아날로그 생활에서의 환경이 조성하는 법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서로의 디지털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참조 

신의진(2013). 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 북클라우드

구본권(2014).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어크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