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서론

 

1. 문제 상황

 

2009년 봄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진정한 발전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고민하는 시점에 있다. 다양한 노력과 담론에서 빈번히 언급되는 열쇠말은 표현의 자유이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 세계에 입지를 넓혀 가고 있고,인터넷은 어느새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아 감에 따라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관련성이 깊어지면서 늘 예측 가능하지만은 않은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은 예전에 알 수 없었거나 알지 못하였던 순기능과 역기능들을 드러내고, 우리 공동체의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시도의 출발점에 인터넷이라는 도구 내지는 의사소통공간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을 주축으로 하여 기존의 다양한 미디어들과 신기술로 등장하는 미디어들이 계속 변화하는 형태의 융합을 이루어 가고 있기 때문에 방송통신 분야를 불문하고 우리 실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는 새로운 미디어기술의 발달과 함께 일어나는 현상들은 인터넷이라는 단어로 축약되어 회자되고 있다. 날마다 끊이지 아니하는 사건사고의 많은 부분은 인터넷과 연관되고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누리는 장점을 살피고 발전시키려는 시도보다는 온갖 거짓이 난무하는 사이버공간에 대한 우려의 말들이 넘쳐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한편에서는 인터넷의 기술적 특성과 의사소통공간으로서의 무한한 발전 잠재력을 강조하고 이를 통한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가능성을 옹호하는 주장을 한다. 이 주장이 드는 가장 중요한 논거는 표현의 자유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조건이 가져온 온갖 사회적 병폐와 문제점들을 국가가 방관할 수 없고 강력한 규범적 대응도 불사하는 조치를 취해야 함을 주장한다.이 주장이 내세우는 첫 번째 논거 역시 표현의 자유이다.우선 공중파방송을 통한 허위사실유포가 문제된 사례는 한 정치인의 이른바 고대녀발언 사건을 들 수 있다.이어 허위사실유포가 뉴미디어의 발달과 맞물려 문제된 첫 번째 사건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확산되던 2008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5월 초 ‘517 단체 휴교문자를 자신의 휴대폰으로 보낸 10대 재수생 장모군에게 무죄가 선고 되었다.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유포가 문제된 첫 사안으로는 전경이 여성 시위자를 성폭행했다는 거짓 게시물을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 게시판 등에 올린 김모씨가 구속된 경우이다.또한 전경들이 촛불시위 진압을 거부하기로 했다는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한 대학 강사 강모씨에 대해서 법원은 강모씨가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하여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그리고 경찰이 여대생 시위자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승합차에 싣고 갔다는 허위사실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은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200917, 포털사이트 다음(Daum)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글을올리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긴급체포되고 110일 구속되었으며, 최근 잇따른 유명연예인들의 자살이 인터넷상의 악플이나 명예훼손 등과 관련지어 조명되면서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라는 주제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최고도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특히 소위 미네르바 사건의 긴급체포 이후의 경과를 살펴보면, 검찰이 200918미네르바라는 필명의 인터넷 논객에 대해 허위사실유포로 공익을 해쳤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10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외환시장과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며, 115일 저녁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1부는 구속적부심을 기각결정하였다. 20093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유영현 판사 심리로 미네르바박대성 씨의 첫 공판이 열렸고 20081229정부가 달러매수 금지 공문을 발송했다는 글을 게시한 것과 관련해 검찰 측 증인은 기관과 기업은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개인들은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한 반면, 변호인 측증인은 미네르바의 글 때문에 수요가 증가했다는 주장은 모순이고 실제로는 당시 시장 마감을 10여분 남겨두고 외환당국이 보유 외환의 매각을 늘렸기 때문으로 봐야한다고 진술하였다. 정부가 사실상 달러 매수 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과연 미네르바의 문제된 게시글이 허위사실유포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공방이 이루어졌다.이에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소위 허위사실유포죄가 논란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사이버명예훼손죄 내지 사이버모욕죄(소위 최진실법’)를 신설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소위 ‘MB악법이라고까지 비판받고 있는 각종 언론법 관련 법안들이 세간의 귀추를 주목시키고 있다. 그 밖에도 소위 인터넷의 특성 중 익명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어 선거운동에 대해 제한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한적 본인확인제에서 나아가 법외적으로 각 포털들이 사실상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이 관찰된다.

 

2. 연구의 목적과 구성 및 범위

 

이 연구는 다양한 주장들의 최초의 논거로 돌아가 과연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를 탐구하고자 한다. 서로 다른 주장 속에 등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진정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또한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우리 국민의 합의의 문서인 헌법을 통해서 밝히고 이를 기준으로 현재 우리 공동체가 맞닥뜨린 문제점과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응하여 시도하고자 하는 (다양한 주장들과 아울러 특히 규범적 측면에서 특별법으로 규율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검토해보기로 한다.이러한 본격적인 검토에 앞서 우선 제2장에서는 허위사실유포라는 개념이 과연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불문하고 허위사실유포의 사전적 의미를 탐구하는데에서 시작하여 한국사와 세계사적 사건들을 검토함으로써 역사적 의미를 살피기로 한다.이를 통해 허위사실유포를 구실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었던 역사적 교훈을 재정리할 수 있을 것이고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과의 유사성 내지 차별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기대한다.이어서 제3장에서는 허위사실유포라는 열쇠말과 관련한 인터넷의 특성을 검토함으로써 오프라인(Offline)에서의 허위사실유포가 아닌 온라인(Online)에서의 허위사실유포이기 때문에 더 관심을 기울여 예민하게 관찰하여야 하고 대응할 때에도 심사숙고해야 하는 측면 등을 고찰해 보도록 한다.3장의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에 관한 이해를 기초로 제4장에서는 이에 관한 법적쟁점으로 들어가 관련된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자 판단잣대가 되는 표현의 자유에 관하여 탐구한다. 우리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관하여 그 본질과 내용, 표현의 자유의 제한원리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 판단기준, 그리고 헌법재판소 판례에 나타난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관하여 정리하도록 한다.5장에서는 개별법적 쟁점으로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와 관련한 해당법조로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과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그리고 사이버명예훼손죄 내지 사이버 모욕죄 신설 논의 등에 대한 내용과 규율체계 및 논거에 대하여 제4장에서 정리한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 검토한다.6장에서는 인터넷을 논의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자율규제를 화두로 검토한다. 우여곡절끝에 2009313일 출범한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 각종 포털의 실명제 시도, 다양한 자율규제의 노력 등을 조절된 자율규제원칙의 관점에서 조망하고 국가의 역할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안녕이고 국민 모두의 행복이기에 많고 많은 말들에 또 하나의 말을 추가하는 논의가 아닌, ‘표현의 자유에서 출발하는 근본적인 검토를 통해 우리 공동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연구를 시작한다.

 

2장 허위사실유포

 

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 인터넷상의 허위사실유포를 검토하는 전제로서 허위사실유포가 과연 무엇인지를 검토한다. 사전적 의미27)와 역사적 의미의 검토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허위사실유포의 의미를 확정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 허위사실유포의 사전적 의미

 

허위사실유포라는 복합어의 각 요소인 허위’, ‘사실’, 그리고 유포로 나누어 사전적 의미를 찾아 본 후 허위사실유포라는 개념의 존재의미를 모색해 본다.

 

1) 허위(虛僞)

 

일반적으로 허위라는 단어는 명사로서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것처럼 꾸민 것을 뜻하며 비슷한 말로 와위(訛僞: 그릇될 와, 거짓 위)’가 사전에 명시되어 있다.논리학에서 말하는 허위란 그릇된 사고로 인하여 외관상은 정당하게 보이나 실은 어떤 점에서 논리적 원리나 규칙에 저촉된 것을 뜻한다. 이는 언뜻 보아 올바르게 보이지만 그릇된 추리로, 추리 형식에 위배되거나 사용하는 언어의 의미가 애매하거나 추리의 전제가 부정확한 데서 생기는 경우를 가리킨다. 철학에서 허위란 자기가 진실이라고 믿지 아니하는 일을 타인에게 진실인 것처럼 믿게 하는 고의적인 언행을 지칭한다.‘허위의 비슷한 말로 거짓을 들 수 있는데, ‘거짓이라는 단어는 명사로서 사실과 어긋남, 또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밈을 뜻한다.논리학에서 거짓이라 함은 이치(二値) 논리에서 진릿값의 하나로 명제가 진리가 아닌 것을 가리킨다.‘허위의 반대말로 을 들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은 명사로서 사실이나 이치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것을 뜻한다.논리학에서 이란 이치(二値) 논리에서 진릿값의 하나로 명제가 진리인 것을 이른다. 비슷한 말로 ()’을 들 수 있다. ‘의 비슷한 말로 진실(眞實)’은 명사로서 거짓이 없이 참되고 바름을 뜻한다.32) 불교에서 말하는 진실이란 참되고 변하지 아니하는영원한 진리를 방편으로 베푸는 교의(敎義)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2) 사실(事實)

 

사실은 명사로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이라는 일반적 의미가 있다. 법률에서 사용하는 사실이라는 용어는 일정한 법률 효과를 발생, 변경, 소멸시키는 원인이 되는 사물의 관계 또는 민사형사 소송에서 법률 적용의 전제가 되는 사건 내용의 실체를 가리킨다. 또한 철학에서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볼 수 있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나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의심할 수 없는 현실적 존재성을 가지며 사유(思惟)에 의하여 경험 내용으로 확립된다.

 

3) 유포(流布)

 

유포는 명사로서 세상에 널리 퍼짐 또는 세상에 널리 퍼뜨림을 의미한다.한편 동사로 『…/에게35) 또는 『…/에게 36) 유포하다로 쓰인다. ‘퍼뜨리다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으로 일단 어떠한 방식으로든 내부 의사에 머무르지 아니하고 표현되어야 함을 전제한다

 

4) 소결: ‘허위사실유포라는 개념의 존재의미에 관한 의문들

 

진실(眞實)은 사실을 뜻하거나, 거짓이 아닌 것 또는 왜곡이나 은폐나 착오를 모두 배제했을 때에 밝혀지는 바를 말한다고 하면 허위사실유포는 진실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무언가를 세상에 퍼뜨리는 것을 말한다. 무엇이 과연 진실이냐는 문제로 나아가면 절대절명의 유일한 진실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 ‘우리의 표현은 항상 100% 순도를 보장할수 있는 진실 그 자체인가라는 의문에 다다른다. 인간은 본성상 진실과 진리를 추구한다.‘허위사실유포를 죄악시하는 사회풍조는 거짓을 말하지 말라는 요청을 수반한다. 그렇다면 표현되기 이전에 그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거짓이라면 아예 말도 꺼내지 말라고 할 때 자신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고는 싶지만 부분적으로 모순이나 흠결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면 입을 다물어야 하는 걸까? 내 생각에는 이러한데 다른 사람의 생각은 어떠한 것인지 알고자 한다면 일단 표현을 통해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옳은말만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어차피 표현할 수 없을바에는 아예 생각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침묵하며 살아가는 것이 선량한 인간의 모습이 되는 것인가? 유한한 존재인 인간으로서 공동체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생각이 절대 옳다는자기확신과잉의 유혹을 떨치고 내 생각이 잘못될 수 있음을 언제나 인정하면서 남의 생각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는 자세가 우선 필요한 것은 아닐까? 어떤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가장 정확한 진리를 얻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고,나아가 다양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그 문제를 이모저모 따져보는 것이 허위사실 유포를 죄악시하여 귀를 막고 입을 다물게 하기 이전에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나와 다른것틀린 것이 아니고 나와 달리 생각하고 나와 달리 살아갈 수 있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내 생각에서 틀린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일련의 노력을 통해 각 개인은 인격적으로 성숙해 가고 그러한 참과 진리를 향한 합의가 도출되는 과정에서 공동체가 추구하는 선한 방향으로의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허위사실유포라는 개념에서 우리가 확정짓기 쉽지 않은 것은 과연 몇 퍼센트의 거짓이포함되었을 때 허위인지이다. 완전하지 못한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에서 우리가 통상이야기하는 많은 부분들이 항상 내지 진실100% 담고 있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거짓이 어느 정도의 함량까지는 관용되는 것인지, 사안마다 달리 판단되어야 하는 것인지 또는 누가 이미 정해놓아서 그야말로 허위사실유포는 척결되어야 할 사회악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본성상 허위사실유포는 척결될 수 없는 필요악인것인지 또는 완벽하게 입증될 수 없는 것일지라도 누구나 자유로이 생각할 수 있고 스스로 어느 정도의 신념에 기초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므로 일단 표현이 되고 난 후 공동체 내에서 걸러지고 자유가 아닌 방종으로 판명되는 경우 그때에 가서 어떤 형태로든 제재가 가해져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사람이 허위가 아니라고 믿고 표현한 경우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어야 하고, 표현에서 나아가 행동으로 이루어지고 해악이 미치는 경우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이러한 의문을 안고 이어서 허위사실유포의 의미를 탐구하기 위해, 우리 인류가 살아오면서 허위사실유포라는 열쇠말과 관련하여 겪은 경험을 돌아보기로 한다.

 

2. ‘허위사실유포의 역사적 의미

 

역사 속에 나타난 허위사실유포와 관련된 사건과 쟁점들을 한국사와 세계사 속에서 선별하여 살펴본다.

 

1) 한국사 속에서의 허위사실유포

 

민중들의 시민의식이 싹을 트기 시작한 시기로 검토의 시간적 범위를 국한하기위해 한국사 속에서도 근대사로 국한하여 특히 허위사실유포, 혹세무민, 곡학아세 등의 열쇠말과 결부된 역사적 사건을 선별하여 살펴본다. 현대사에서 냉전의 한복판에서 반공을 국시로 하며 유언비어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선별하고 통찰하는 것은 이 연구에서 허위사실유포의 역사적 의미를 고찰하고자 하는 연구목적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아 자제하도록 한다.

 

신유박해(辛酉迫害)와 정약용 등 진보적 사상가

 

신유박해는 1801(순조 1) 천주교도를 박해한 사건으로 신유사옥(辛酉邪獄)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 들어온 천주교는 당시 성리학적 지배원리의 한계성을 깨닫고 새로운 원리를 추구한 일부 진보적 사상가와 부패하고 무기력한 봉건 지배체제에 반발한 민중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면서 18세기 말 교세가 크게 확장되었다. 특히 1794년 청국인 신부 주문모(周文謨)가 국내에 들어오고 천주교도에 대한 정조의 관대한 정책은 교세 확대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가부장적 권위와 유교적 의례의식을 거부하는 천주교의 확대는 유교사회 일반에 대한 도전이자 지배체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조가 죽고 이른바 세도정권기에 들어서면서 천주교도에 대한 탄압이 본격화되었다. 1801년 정월, 나이어린 순조가 왕위에 오르자 섭정을 하게 된 정순대비(貞純大妃)는 사교(邪敎)서교(西敎)를 엄금근절하라는 금압령을 내렸다. 이 박해로 이승훈이가환정약용 등의 천주교도와 진보적 사상가가 처형 또는 유배되고, 주문모를 비롯한 교도 약 100명이 처형되고 약 400명이 유배되었다.천주교도 중에는 당시 조선후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발달한 실학사상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학은 이기론(理氣論)으로 대표되는 관념철학 및 사장학적(詞章學的) 특성과 결부된 관료지향적 학문과 차별되어 그 연구분야가 백과전서적인 경향을 띠었고 주로 경험적이며 실험적인 방법을 존중하고 있었다. 실학사상은 조선 후기의 역사적 모순을 정확하게 파악한 진보 성향의 지식인들에 의해 제시된 탈성리학적근대지향적 개혁사상이라 할것이다.이들의 개혁사상은 정약용에 의해 집대성되었는데 조선왕조 시대에 배출된 최고의 경세(經世)학자로 평가되는 정약용은 신유박해로 인한 유배 중 다산초당에 기거하며 경세유표, 흠흠신서, 목민심서 등을 저술했다. 이 신유박해는 급격히 확대된 천주교세에 위협을 느낀 지배세력의 종교탄압이자 또한 이를 구실로 노론(老論) 등 집권 보수세력이 당시 정치적 반대세력인 남인을 비롯한 진보적 사상가와 정치세력을 탄압한 권력다툼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갑오농민전쟁과 동학사상

 

일본근대사 서술에서는 청일전쟁의 원인을 말할 때 동학당의 난이 등장한다.이는 우리 역사 속에서 소위 동학당만의 배타적인 종교전쟁이 아니라, 동학농민을 포함한 광범위한 농민이 반침략반봉건의 계급적 요구를 내걸고 싸운 농민전쟁을 그 당시 탄압한 권력주체였던 일제의 시각에서 서술하고 있는 방식이다. 문호개방 이전부터 끊임없이 계속되어온 민란 규모의 농민항쟁이 전면적인 갑오농민전쟁(1894)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성을 뛰어넘은 사상적 구심점으로서 동학사상이 농민층에 깊이 침투하고 그 비밀결사가 분산적인 농민봉기를 결합시켰기 때문이다. 동학사상은 18604월 경상도 경주의 몰락양반 출신인 최제우에 의하여 창시된 일종의 민중종교로 당시 조선 봉건사회의 사회경제적사상적 내부모순과 서양으로부터의 종교적무력적 충격에 따른 위기를 극복할 능력을 잃은 유교 및 불교에 반대하고 서학’, 즉 천주교에 대항하는 민중종교로 등장하였다. ‘서학에 대한 동학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동학사상은 유럽 자본주의 열강의 침입에 반대하는 반침략적 종교로 등장하였고 사람이 곧 하늘’(인내천: 人乃天), ‘사람을 섬김에 하늘과 같이 하라’(사인여천: 事人如天)를 교리의 핵심으로 하여 학대당하는 인민의 마음을 강력하게 붙잡아 반봉건 투쟁을 사상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반봉건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또한 동학사상은 내세주의가 아닌 현세주의를 표방하며 후천개벽에 의하여 현세에 지상천국을 실현한다는 이상사회를 기치로 혁명적 행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천심이 인심과 일체화할 때 저절로 화한다’(무위이화: 無爲而化)는 법칙에 의하여 실현된다고 하여 광범위한 농민들의 지지를 받고 급속히 확산되었다.수운 최제우(18241864)는 당시의 봉건종부로부터 사교이단을 창도하여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1864년 대구 장대(將臺)에서 참형에 처해졌다. 그 후 동학도에 대한 관헌의 탄압이 급심해 졌을 뿐 아니라 지방 관리는 일반농민에게 까지 동학도라는 누명을 뒤집어씌움으로써 박해와 수탈을 자행하였다.2대 교주 해월 최시형도 1898년 그의 스승과 마찬가지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동학혁명때 죽은 동학 교도만 30만명에 이르렀고 31만세운동 당시 희생된 7천여명 가운데도 동학 천도교인이 많았고 일제의 탄압은 극심했다.

 

벽서괘서 사건

 

벽서나 괘서는 자신의 생각을 여러 사람에게 알릴 목적으로 공공장소에 부착한 익명의 게시물을 말한다. 대개 불만을 품은 개인 혹은 집단이 특정인물 및 체제를 공격대상으로 삼아 원망비난저주하는 내용이 담긴 글을 써서 붙이는데, 부착장소는 장시(場市)포구(浦口), 관아의 대문담장, 마을 입구의 장승 등 주로 인적이 많아 주의를 쉽게 끌 수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작성과 부착형식을 보면, 관아 기둥에 낙서형태로 쓴 것도 있지만 대개 종이면포 등의 천에 써서 부착한 것이 일반적이다. 쓰여진 글자는 한문(漢文)이 대부분이나 간혹 한글을 사용한 사례도 있는데, 한문을 모르는 일반 하층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일반적인 서술 형식의 문장이 많지만 글자 자체만으로는 그 뜻을 제대로 알수 없는 수수께끼 형식의 이른바 파자(破字)’가 쓰인 경우도 있어서 목격자의 궁금증을 한층 더 유발시키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형식의 것으로 투서(投書)’가 있는데, 벽서나 괘서가 공개된 장소에 부착하는 것임에 비해 투서는 특정개인의 집이나 관아로 몰래 직접 보내졌다.벽서괘서사건은 집권층의 실정(失政)이 잦거나 집권층 내부의 정쟁(政爭)이 심할 때 사회의 언로(言路)가 막혀서 하층민의 의견과 염원이 상층부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상황에서 빈번히 일어났다. 이미 신라 진성여왕 때부터 시정(時政)을 비방한 내용의 괘서사건이 있었고, 고려시대에도 몇몇 사례가 보이지만 오늘날 알려진 괘서사건은 대부분 조선시대에 발생한 것이다. 조선시대의 벽서괘서사건사건을 그 내용과 성격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면, 첫째 일반백성 사이의 개인적 감정 때문에, 혹은 관청관원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사사로운 원한불만을 갚기 위해 일으킨 사건, 둘째 지배층 내부의 격심한 정쟁과정에서 권력의 부침을 둘러싸고 일어난 사건, 셋째 사회체제 혹은 집권자에게 불만을 품고 변란을 꾀하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일반민 다수에게 알려 변란 등을 선동하려는 목적에서 일으킨 사건 등이다.첫째 유형의 사례는 조선 전시기에 걸쳐 무수히 일어났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별달리 주목을 끌지 못해서 지배층이 남긴 기록 속에 별로 기록되지 못하였다. 둘째 유형의 사례는 이른바 사화당쟁이 한창일 무렵에 많이 일어났다. 예를 들어 1547(명종 2)에 일어난 이른바 양재역벽서(良才驛壁書)사건은 16세기의 사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다. 당시 을사사화 직후의 어지러운 상황에서 윤원형이기정순붕 등 집권층의 권력독점과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윤원형 등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지도 못한 상황에서 막연히 나라를 원망하고 뜻을 얻지 못한 자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그들에게 비판적인 선비를 일망타진하는 계기로 활용하였다. 정쟁과정에서 나타난 벽서괘서 사건은 이후 정치적 격돌이 심한 숙종영조 대에 절정에 이르렀다. 1755(영조 31)의 나주괘서사건은 정치적 파급력이 가장 큰 사례로, 당시 노론세력에 밀려 정권에서 밀려난 소론세력의 윤지 등이 정권탈환을 위해 거사를 꾀하는 과정에서 사전준비 작업으로 나주 객사(客舍)에 국왕 영조와 노론을 비방하는 내용의 괘서를 내건 것이다. 발각 이후 이에 연루된 소론세력은, 60명이 사형에 처해지고 나머지 대부분이 유배되는 등 정치적으로 완전히 몰락하여 이후의 정국이 노론 일변도로 흘러가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셋째 유형인 사회체제 혹은 집권자에게 불만을 품고 변란을 꾀하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일반민 다수에게 알려 변란 등을 선동하려는 목적에서 일으킨 사례는 19세기 세도정치 아래 급증하였다. 국가기강이 해이해지고 탐관오리의 부정과 탐학이 극심해 지면서 산정이 문란하고 농촌사회가 피폐하여 사회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농민의 사회의식은 한층 더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벽보를 이용해서 관리의 가렴주구를 폭로하고 당면한 사회문제의 개선책을 개진한 벽서괘서사건으로 1801(순조 1) 하동의령창원 괘서사건, 1804년 서울에서 발생한 오재영이성세 흉서사건, 1819년 김재묵의 화성 괘서사건, 1826년 김치규이창곤이 주도한 청주 괘서사건, 1844(헌종 10) 산청삼가 괘서사건, 1852(철종 5) 봉화 괘서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또 이달우 등과 같이 정전법(井田法) 내지 균전법(均田法)의 시행을 주장하고 문란한 정치상을 공격하는 한글가사를 지어 민간에 유포하다가 처형된 경우도 있었다. 이들 괘서사건의 주동자는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하층민에게 반란과 봉기를 선동하거나, 조만간 변란이 있을 것이라 선전하고 피난하라고 권하거나 조정의 신하를 살해하고 권력을 탈취하자거나 조선왕조의 멸망을 예언하는 등 변란을 도모하였다.괘서사건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 파급과 영향력의 범위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괘서에 담긴 내용은 목격자의 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고, 그 전파과정에서 내용이 변형왜곡과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괘서 부착자는 대개 익명이므로 체포되는 경우가 드물었고 이 때문에 정부관아에서는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해 괘서부착 범인의 체포보다는 괘서내용의 보안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였다. 전통시대의 벽서괘서는 일종의 언론매체이자 저항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늘날로 치면 익명의 대자보 내지 인터넷에서의 익명게시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일제의 치안유지법과 독립운동가들

 

치안유지법44)은 천황제나 사유재산제를 부정하는 운동을 단속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서 제정된 일본의 법률로 1923년 간토 대지진 직후의 혼란을 막기 위해 공포된 긴급칙령이 그 전신이다. 칙령에 의해 조선, 타이완, 사할린에서도 시행되었는데, 1925512일 시행된 일본제국의 치안유지법 제1조에 따르면 국체(國體)를 변혁하고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는것을 목적으로 하여 결사를 조직하거나 그 정()을 알고서 이에 가입한 자는 십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함이라고 되어있다.1917년의 러시아 혁명의 영향을 받아서 활발해진 일본 내 공산주의운동을 억압하려고 했던 목적도 있었기 때문에, 공산주의 금지의 목적외에도 사회주의나 노동운동 역시 경계의 대상으로 여겨져 많은 활동가들과 운동가들이 치안유지법에 의한 탄압을 받았다. 이 법률의 첫 적용을 받은 것은 조선공산당이었다. 조선공산당원으로 여성사회주의 운동가 박진홍(朴鎭洪, 1914~?)은 서울에서 노동운동을 활발히 하였고, 1934년 적색노동조합운동을 하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조선공산당 재건운동에도 참여했으며, 광복 후에는 전국부녀총동맹 문교부장 등을 지냈다. 그 밖에 사회주의 운동가로 일본 와세다 대학 유학 중 조선공산당 일본부를 재건하고 책임비서를 지낸 박낙종(朴洛鍾, 1899~1950), 사회주의 운동가로 1924년 조선청년총동맹 서기와 조선노농총동맹 상무집행위원을 지낸 장준(張埈, 1895~?), 사회주의 운동가로 유학 중 조선공산당 일본부에 입당하고, 고려공산청년회 일본부 책임비서로 활약했으며, 신간회 도쿄지회에도 가입했던 김상혁(金相赫, 1902~?),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에 참여하였고 고려공산당 상하이지부를 조직하기도 한 사회주의 운동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조동호(趙東祜, 1892~1954),46) 사회주의 사상단체인 토요회와 서울청년회에 가담하여 활동한 이광(李珖, 1903~?) 등은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체포되어 징역을 선고받는 등 일제의 탄압을 받았다. 이는 공산당 탄압을 명분으로 우리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고 일제강점통치를 정당화하려는 위헌적 법적용이라 하겠다.치안유지법으로 일제가 우리민족의 독립사상을 탄압한 또 하나의 대표적 사례로 신사참배 거부운동에 대한 탄압을 들 수 있다.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크게 2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 하나는 일제 당국이나 일제에 영향력 있는 기관 또는 인사들을 찾아가 신사참배를 강요하지 말 것을 청원 내지 경고한 신사참배 강요 금지 청원운동이며, 다른 하나는 일제의 강요와 제도권 교회의 불법적 결의에 순교를 각오하고 끝까지 저항하여 신앙과 교회를 지키고자 한 신사참배 거부 권유운동이다.일제는 이들을 수차례 검속 탄압하다가 19406월경부터 9월경에 걸쳐서 본격적인 검거에 착수하고 재판에 회부하여 해방되기까지 옥고를 치르게 하였다. 1940년에 나온 일제의 기독교에 대한 지도 방침이나 같은 해 920일 새벽을 기하여 전국에 걸쳐서 실시된 조선 기독교도 불온분자 일제 검거령은 바로 이들을 탄압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용학주기철최봉석최상민김윤섭박의흠 등의 순교자가 나왔다. 이상과 같은 조직적 집단적 신사참배 거부운동과는 달리 보다 규모가 작거나 개인적 차원의 신사참배 거부항쟁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가 있었는데, 일제 경찰은 이들을 민족주의자로 규정하고 치안유지법보안법불경죄 등을 적용하여 탄압하였는데, 이렇게 신사참배 거부로 인해 투옥된 이는 대략 2천 여 명에 이르고 2백 여 교회가 폐쇄되었으며 순교자만도 50여 명에 이르렀다.일제 당시 좌파 척결을 도구로 독립사상가까지 탄압한 치안유지법은 1948년 제정된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의 모델이다. 국가보안법과 치안유지법 모두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사상의 자유와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데 악용되었다는 공통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2) 세계사 속에서의 허위사실유포

 

이 연구에서 필요로 하는 교훈을 얻기 위하여 세계사 속에서의 허위사실유포내지 곡학아세’, ‘혹세무민과 관련된 사례로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대표적인 사건으로서 소크라테스와 나사렛 예수의 사례를 들 수 있다.역사시대에서 처음으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신봉한 사회인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아테네의 민주주의 실험은 짧은 기간에 무너졌고 위기가 극에 달하자 가장 지혜로운 자로 칭송받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독배를 마시게 했다. 죄목은 단지 그가 개인적 의견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소장(訴狀)에 나타난 고발의 내용은 소크라테스는 악행을 하는 자이며 괴상한 사람이다. 그는 지하의 일이나 천상의 일을 탐구하고 나쁜 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르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청년을 타락시키고 국가가 신앙하는 신들을 믿지 않고 다른 새로운 신을 믿음으로써 죄를 범했다고 소장에서 원고는 주장하고 있다.국가가 신앙하는 신이 아닌 자신의 양심에 따라 당시 아테네인들이 가장 좋은 일을 할 수있는 곳으로 가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돌보아야 하며, 개인적 이익을 구하기에 앞서 덕과 지혜를 추구해야 하고, 국가의 이익을 고려하기에 앞서 국가 자체를 돌보아야 하며, 또한 이것이 인간의 행동에 있어서 지켜야 할 순서라고 설득하려 노력했던 소크라테스는 각자 자기의 길을 가자며 독배를 마셨다.지금으로부터 2009년 전 나사렛 예수는 법의 이름으로 십자가형을 당하였다. 죄목은 신을 모독했다는 것이었다.예수는 기독교를 포함한 여러 종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인물로서, 그리스도인 또는 기독교인들은 삼위일체 교리에 따라 그를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신(성육신)’으로 여기고, 메시아라는 뜻의 존칭인 그리스도를 붙여 예수 그리스도라 부른다.타종교에서도 예수를 존경하고 있는데 이슬람에서는 예수를 선지자로서 존경하며 불교에서도 예수를 가장 이상적으로 완성된 부처 중 하나로서 존경하고 있다. 자신들에 대해 비판적인 예수를 위험인물로 본 유대교의 대제사장들은 가리옷 사람 유다와 결탁하여 그를 체포하였다. 체포된 그는 유대인들의 자치기구인 의회에서의 재판을 거쳐 빌라도의 재판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서 누가 복음서는 빌라도가 예수의 무죄를 확신하여 풀어 주고자 하였으나,유대인들의 압력으로 십자가형에 처해진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이에 대하여 빌라도의 총독으로서의 위치를 감안하면 예수를 빌라도 총독의 의지에 따라 십자가형에 처한 것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는 견해도 있다. 실례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그의 십자가에는 로마 제국에 대항하는 민족 지도자를 뜻하는 유대인의 왕(INRI)’이라는 죄패가 달렸으며 예수를 처형한 세력은 로마 제국의 공권력이었다고 하겠고, 더구나 예수는 예루살렘에 입성했을 때 환호를 받을 만큼 민중들의 지지를 받는 유명 인사였으므로 빌라도에게 그는 위험인물이었고 유대인들의 압력 이전에 로마 제국의 공권력을 대신한 빌라도가 처형한 것이라는 것이다.

 

3) 소결: 역사에서 읽어낼 수 있는 허위사실유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시사점

 

이상으로 우리 역사, 특히 근대사 속에서 그리고 세계사 속에서 몇몇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허위사실유포, 곡학아세, 혹세무민 등의 죄목이 결국에는 정적타도수단이나 독재정권의 전횡에 대한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데 봉사하였음을 보았다. 생각의 출발점을 점검해 보자.‘허위사실유포나쁜 짓이고 하면 안된다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순수하게 인간이기에 자유표현하는 자유에서 출발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 인간으로서 자유로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해치려는 의도 없이 그저 표현하고 대화하고자 하는 시점에서 논의의 출발점을 잡는다고 해서, 거짓을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리고 다니는 것이 옳은 일이고 권할만한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는 의심부터 하는 것은 곤란해 보인다. 공동체 내에서 누리는 인간의 자유는 방종이 아닌 책임을 전제로 하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내면적 의식의 영역에서의 자유나, 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가 진정한 자유로운 사회일 것이다. 생각의 자유와 말하고 쓰며 표현하는 자유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회적인 편견과 무지로 이러한 자유로이 생각하고 표현하는 자유를 제한하게 되는 것을 공동체적 차원에서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오히려 필요한 것이지 하물며 법규범으로 그것도 가장 삼가며 동원해야 할 형법적 제재로 처단하려 했던 역사 속의 오류로부터 다시금 교훈을 되새기게 된다.토론이 반드시 있어야 하느냐는 다른 반론도 가능할 것이다. 모든 의견에 대해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인다고 해서 사람의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진리가 드러나기 보다는 오히려 반대파가 주장하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주장 속에는 진리가 어느 정도는 다 들어있기 때문에 한쪽만 듣고서 오류와 편견으로 응고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고 표현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진리 전체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진리를 향해가는 방향에 있는 것이라 하겠다.이상에서 살펴본 역사 속에서의 허위사실유포 관련 사건들은 인터넷이 탄생하기 이전의 일들이다. 이제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이기에 더 염두에 두어야 하는 부분들을 고찰할 단계에 이르렀다.

 

3장 허위사실유포라는 열쇠말과 관련된 인터넷의 특성 검토

 

인터넷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상호 연결시키는 네트워크의 네트워크이다. 초기 인터넷이 1960년대 미국에서 군사목적으로 고안되어 군사적 위계화라는 배타적 성격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오늘날의 인터넷은 월드와이드웹(WWW)으로 대중화하고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의사소통공간으로서 사이버공간을 형성하며 기존의 의사소통방식과는 차별성을 가지면서 자율적인 조직과 자율통제를 중시하는 시민적 의사소통공간으로서 탈중앙화한 다양한 하부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다. ‘허위사실유포가 인터넷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특별히 살펴볼 점들은 인터넷의 기술적인 특성과 현재까지 발견되고 있는 다양한 하부문화적 특성에서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 논의를 할 때 '인터넷''사이버공간' 등 다양한 용어와 개념정의가 가능할것이나 이 연구에서는 인터넷에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에서 나아가 의사소통의 장을 포괄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논의를 이어간다.

 

1. 익명성과 정보의 신뢰도

 

인터넷은 그 기술적 특성으로 인해 의사소통방식의 특이성을 지닌다. ‘허위사실유포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터넷의 특성이 바로 '익명성'이라 하겠다.일상의 많은 부분들이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데 반해 인터넷에서는 특히 정보의 신뢰도 및 허위사실유포로 인한 위험들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의 하나로 '인터넷 실명화'가 자주 거론된다.그러나 자유민주주의적 의사소통을 위해 인터넷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익명성의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범죄와 관련된 내용물의 경우 예를 들어 사이버수사대에서 인터넷프로토콜을 역추적함으로써 정보의 출처를 알아낼 수 있는 점 등을 생각한다면 인터넷은 엄격한 의미에서 익명의 공간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획일화하여 인터넷실명화를 서두르는 것은 인터넷과 인터넷의 특성에 기인하여 수반되고 기대되는 공동체적인 무한한 발전잠재력 등을 미리 포기하는 결과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그보다는 정보보호를 위한 국가적조치와 지원의 노력이 더 요구된다. 그리고 인터넷 기술이 매개되어 사용자들로 하여금 익명의 공간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는 부분은 1차적으로 교육과 문화적인 차원에서 계몽의 수단으로 정화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험을 수반하지 않은 개인과 단체 그리고 국가의 행위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위험이 언제나 금지를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제한의 문제가 고민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이 점에서 익명성이 갖는 위험을 익명표현의 금지로 해결하려는 것은 성급하고 경솔한 시도가 될 것이다.인터넷에서 접하게 되는 내용을 사람들은 어디까지 신뢰하는지 고민하고 논의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실명으로 게재된 내용이어서 더 신뢰할 수 있는 것이지 아니면 실명이든 익명이든 무관하게 인터넷에서 접하는 내용에 대해서 인터넷 사용자 내지 누리꾼(Netizen)들은 어느 정도까지 신뢰도를 가지고 있는지,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위 괴담을 사람들은 모두 진실 내지 사실이라고 믿는지, 또 그렇게 믿고 그에 따른 때로는 있을 수 있는 선동에 따라 직접적인 행동을 하는지 등을 미리 서둘러 정하지 말고 차분히 관찰하고 연구하며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더욱이 우리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인간상 또는 21세기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을 고려할 때, 그리고 21세기 현재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수준 내지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앞으로 가야할 방향과 과제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인터넷의 소위 허위사실유포가 얼마나 우리 사회에 직접적인 해악을 가져오는지 근본적인 고려가 요구된다. 교육과 문화적인 차원에서도, 위험이 완전히 제거될 수 없다면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는 것보다 위험을 접할수 있는 사람에게 그 위험을 경고하고 위험을 접하는 사람이 그 위험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대응이 될 것이다.독일의 예를 살펴보면, 인터넷에서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법적 근거를 독일 통신서비스보호법(TDDSG: Teledienstedatenschut

zgesetz)57) 4조 제6항에서 찾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Informationsdiensteanbieter)는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기대되는(technisch möglich und zumutbar) 경우 사용자로 하여금 익명이나 가명으로 통신의 사용과 그 지불을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에게 이러한 가능성에 관하여 알려야 한다. 이 규정은 정보보호의 본질적인 원칙을 정하고 있다.인터넷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미래를 향한 민주적이고 자립적인 잠재력을 보장하기 위해 이러한 '정보보호'의 단초는 인터넷의 모든 중요 분야에 포괄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2. 데이터의 디지털화와 하이퍼링크 그리고 비대면성과 전파성

 

인터넷에서의 모든 데이터는 디지털화가 이루어져 하이퍼텍스트(Hypertext) 기술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링크(Link)를 통해 다양한 정보로 이동하는 것이 쉽다. ‘허위사실내지 다양한 표현은 기존의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뿐 아니라 상상 가능한 다양한 표현 형태로 어렵지 않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와 달리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을 할 때 사람들은 컴퓨터 저 너머에도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의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전달되는 가공할 만한 파급효과를 낳는 기술적 조건이 바로 인터넷에서 거짓이 난무하게 되는 이유로 지적된다. 즉 비대면성과 전파성의 문제라 하겠다. 앞서 인터넷에서의 정보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와 신뢰에 기반한행동으로 이동정도에 대한 속단을 자제해야 하듯이 비대면성과 전파성이 소위 허위사실유포를 촉발하는 요인이라 단정짓고 법적 규율을 곧장 준비하려는 자세 또한 지나치게 성급한 대응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중파방송이 가지는 폭력성이나 음란성 때문에 공중파방송을 금지시키거나 그것을 법적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서, 인터넷에 대해서는 지나친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안별로 숙고할 필요가 있다.

 

3. 국제성, 동시성과 상호작용성, 그리고 탈중심성

 

인터넷에서의 정보의 흐름은 공간의 경계를 넘어 국경을 넘나든다. 인터넷의 이러한 국제성(Globalität)은 기존의 국가법체계에 큰 도전이 된다. 여기에 국가 간의 다양한 협력이 시도되고 있으나 특히 인터넷에서의 소위 허위사실유포가 문제되고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명예보호와 관련된 사안의 경우 개별국가들 고유의 가치질서59)와 다양한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통일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여기에 국가간, 국가와 자율규제기구간의 다양한 협력체계가 요청되게 된다. 또한 인터넷은 공간의 경계를 허물뿐 아니라 시간의 한계도 넘어선다. 동시성과 상호작용성(Simultanität und Interaktivität)은 사용자로 하여금 오랫동안 기다리지 아니하고 동시에 정보를 전달하거나 교환할 수 있게 하며 정보의 흐름이 한쪽 방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발신자와 수신자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의사소통이 쌍방향성을 가져 참여도를 제고한다. 이 특성은 사전검열과 사후통제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신속한 의사소통에 국가법이 개입할 시간적 여지를 좁히는 역할을 한다. ‘허위사실유포의 경우 그 전파속도를 가속화하고 어렵지 않게 허위가 부풀려져서 전달될 수 있는 기술적 조건을 제공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특성이라 하겠다. 그러나 순기능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인터넷의 혼돈(카오스: Chaos) 구조는 탈중심성(Dezentralität)을 가짐으로 해서 그 어떤 중앙컴퓨터나 사령탑도 존재하지 않게 되어 수없이 많은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로 형성되어 인터넷에 특별한 위계질서 없이 연결되는 부분네트워크에 의해 인터넷 스스로 그 구조를 결정하는 점에서 인터넷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 인터넷이 민주적 의사표현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를 하는 근거가 되는 특성 중 하나이다.

 

4. 융합성

 

인터넷은 기존의 다양한 매체들과 계속해서 결합해 가고 있고 새로이 등장하는 매체들과도 결합해 간다. 즉 인터넷에 텔레비전, 라디오, 전화, 카메라 기타 등등 각종 매체나 기기가 통합되어 방송이나 통신으로 구분하여 규율해 온 기존의 법질서에 또 하나의 도전이 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융합성(Konvergenz)60)이라 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법적 측면에서 볼 때 인터넷은 통신매체(Telekommunikation) 혹은 방송매체(Multimediadienst) 중 어느 한 쪽에 귀속시킬 수 있는 매체가 아니다.61) ‘허위사실유포와 관련하여 융합성은 허위사실유포의 해악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기존의 매체와 비교할 수 없는 가공할 위력을 가지고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특성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5. 소결: 국가에게 기대되는 역할

 

이상 언급한 인터넷의 특성 이외에도 인터넷의 발전가능성은 계속해서 열려 있다. 즉 인터넷은 성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에서도 확인하고 있는 바와 같이62) 인터넷은 공중파 방송과 달리 가장 참여적인 시장이고 표현촉진적인 매체이다. 인터넷은 전파자원의 희소성, 방송의 침투성, 정보수용자측의 통제능력의 결여와 같은 방송의 특성이 없으며, 오히려 진입장벽이 낮고, 표현의 쌍방향성이 보장되며, 그 이용에 적극적이고 계획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또한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하여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대화와 토론, 숙고와 합의, 공감대 형성 등이 가장 잘 이루어질 수 있는 의사소통공간을 형성한다. 물론 우리나라 같은 경우 인터넷의 발달에서 상업화가 우선되었고 이후에 문화적 욕구의 반영이 그 뒤를 쫓아가는 형태를 보이고 있어서 자본의 권력을 더 강화시킬 가능성으로 인해 상업화를 더 부추기는 공간으로 편향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은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상황에서 인터넷의 제한 내지 인터넷에서 자유로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곧 기본생활 내지 기본행위의 금지를 의미하게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에서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있다. 표현매체에 관한 기술의 발달은 표현의 자유의 장을 넓히고 질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므로 계속 변화하는 이 분야에서 규제의 수단 또한 헌법의 틀 내에서 다채롭고 새롭게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즉각적인 규제보다는 시행착오를 관용의 틀 내에서 다양한 되먹임(feedback)을 통해 교정해 나아가고 대안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안으로 보인다. 기술발달로 인한 다양한 변화에 국가는 당황하여 어떻게든 힘을 보이려 하기 보다는 우선 공동체에 참여하여 기다리고 배우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인터넷이 토론과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고 간접 민주주의 제도의 약점인 직접적인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형성하는 잠재력이 있음을 주목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조적 연계를 사안별성질별로 파악하고 정보를 차단하기 보다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정보를 골고루 접할 수 있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적 기술 여건을 조성해 주고 정보소외정보격차를해소해 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현재의 과제로 보인다. 현대적 의미의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의견이나 사상을 표명하고 그것을 전달할 수 있는 고전적 의미의 표현의 자유 외에도 알 권리, 접근권, 반론권, 언론기관설립의 자유, 언론기관의 운영의 자유까지도 그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현대적 의미의 표현의 자유의 내용이 충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국가의 첫 번째 임무라 하겠다.콘텐츠가 이제 만들어지는 과도기에 쌓이기도 전에 싹을 자르는 알묘조장(揠苗助長)의 돌이키기 어려울 실수를 범하기 보다는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풍부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공유되고 발전될 수 있는 여건마련이 우선인 것이다. 온라인의 특성이 오프라인보다 더 자율적인 움직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희망이 보이는 한 자율적 규율의 노력들이 잘 이루어질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 보편적인 접근과 정보보호를 위해 힘쓰고 필요한 경우 자유로운 표현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사회자로서 역할을 하며 시민적 노력에 동참하여 서로의 보완과 견제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 나아가는 것이 요청된다.

 

4장 우리 헌법상 표현의 자유

 

헌법전은 대한민국 공동체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국민적인 합의로 정하고 있는 문서이다.

헌법 제21조는 표현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21]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헌법 제21조가 표현의 자유를 규율하는 기본권규정임에는 의문이 없지만, 그에 대한 해석은 분명한 것으로 이해되지는 않는다.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라는 문제 상황을 해결할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서 그 출발점이 되는 표현의 자유를 헌법을 통해서 검토해 본다.

 

1. 표현의 자유의 본질과 내용

 

1) 헌법 제21조에 대한 표현의 자유라는 명칭과 보호범위 및 주체

 

헌법 제21조에서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고 하지만, 헌법 제21조 그 어디에도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그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쓰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독일 기본법 제5조 제1항이 누구든지 말, 글 그리고 그림으로써 자유로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전파하며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情報源)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정보를 얻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차별을 보인다.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의사)표현의 자유로 보는 근거 몇 가지를 들어본다. 제헌 헌법 제13조가 모든 國民法律하지 아니하고는 言論, 出版, 集會, 結社自由制限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고 이에 관하여 헌법 초안자인 유진오 박사가 의사발표의 자유는 단지 언론의 자유라고도 하는데 []”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우리 헌법이 탄생된 때부터 해당 조문은 표현의 자유로 넓게 보고 규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우리나라는 헌법 제21조에 언론출판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는데 []” 라고 하여 같은 입장이다. 학계에서도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모든 국민이 가지는 개인적 표현의 자유로서의 언론출판의 자유 및 비언어적비문자적 매체나 행동 등에 의한 상징적 표현과 집단적 표현의 자유로서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포괄하여 넓은 의미의 표현의 자유의 내용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66) 따라서 고전적이고도 좁은 의미의 말하고(언론, speech) 쓰고 배포할(출판, press) 자유만이 아니라 알권리반론권액세스권언론기관이 가지는 여러 대외적대내적 자유, 상징적 표현 등 넓은 의미의 현대적이고도 포괄적인 표현의 자유를 비롯하여, 말하지 않고 침묵할 자유 등 소극적인 표현의 자유까지 모두 헌법 제21조가 포괄한다.67) 의사표현과 전파의 자유에서 모든 형태의 의사소통 또는 전파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가능하며 제한이 없기 때문에 헌법제정당시 인터넷을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에서의 의사소통 또한 헌법 제21조의 보호영역에 포섭된다. 2항에서는 허가제나 검열제(사전검열)의 금지를 규정하고,69) 3항에서는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보장을 위한 법정주의를, 그리고 제4항에서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가중요건을 규정하고 있다.또한 헌법에서 문구상 모든 국민이라고 쓰고 있으나, 표현의 자유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존재로부터 나오는 자연적인 자유이고 권리이기 때문에 외국인과 무국적자를 포함한 모든 자연인은 물론, 법인이나 권리능력이 없는 단체, 정당, 언론기관 등도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2) 표현의 자유의 보장 의의

 

누구나 자유로이 생각할 수 있고 이러한 자유로운 생각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는 자유는 정신적 자유로서의 측면과 정치적 자유의 측면을 포괄한다. 표현의 자유는 우선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에 기여한다. 인간이 생활 속에서 지각하고 사고한 결과를 자유롭게 외부에 표출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함으로써 스스로 공동사회의 일원으로 포섭되는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발현하는 가장 유효하고도 직접적인 수단으로 기능한다. 또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질서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기여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체제에서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이다. 정신적 투쟁 속에서 이루어지는 의견의 교환은 민주주의의 전제가 된다. 아울러 표현의 자유는 문화국가질서의 요소로서 기능하여 문화적 진보에 기여하는 기본권이다. 문화의 진보는 한 때 공식적인 진리로 생각되었던 오류가 새로운 믿음에 의해 대체되고 새로운 진리에 자리를 양보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상은 억제되고 진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며 문화의 진보는 기대될 수 없게 된다.

 

3) 표현의 자유의 법적 성격과 효력 및 다른 기본권과의 체계적 관련성

 

표현의 자유는 우선 국가권력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의사표현할 수 있는 권리로서 대국가적 방어권인 주관적 공권의 성격이 있다. 또한 의사표현과 정보유통, 여론형성과 정치적 의사형성을 통한 민주적 정치질서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하는 객관적 가치질서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기본권의 이중적 성격을 가지는 것 외에도 표현의 자유는 언론의 제도적 보장의 측면도 있다.표현의 자유는 입법집행사법 등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한다. 국가기관은 물론 영조물법인공법상의 재단 등과 공권력의 행사를 위임받은 사인까지 구속한다. 또한 언론출판의 자유는 사인 간에도 사법상의 일반조항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적용된다.표현의 자유는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와 표리관계에 있다고 할수 있는데,그러한 정신적인 자유를 외부적으로 표현하는 자유가 헌법 제21조의 의사표현의 자유이다. 또한 표현을 하는 수단으로서 통신의 자유와 관련성을 가지며 민주체제의 본질적 요소로서 기능하는 표현의 자유는 선거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첫째, 양심 또는 신앙을 외부에 표현하는 자유에 관한 제19조 및 제20조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제21조에 대한 특별법적 규정이기 때문에 양심과 신앙의 외부적 표현에 대해서는 제19조와 제20조가 우선적으로 적용된다.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양심은 어떤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말하는 것인데, 양심의 자유에는 이러한 양심 형성의 자유와 양심상 결정의 자유를 포함하는 내심적자유뿐 아니라 소극적인 부작위에 의하여 양심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 즉 양심상 결정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 받지 아니할 자유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양심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국가에 대하여, 개인의 양심의 형성 및 실현과정에 대하여 부당한 법적 강제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소극적인 방어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둘째, 언론출판의 자유와 학문이나 예술의 자유와의 관계도 양심 및 신앙의 자유가 언론출판의 자유의 특별규정에 해당하므로, 연극음악영화 등이 순수한 학문적인 것 또는 예술적인 것일 때에는 제22조가 우선한다. 셋째, 언론출판의 자유가 사상 또는 의견을 불특정다수인을 상대로 표현하는 행위라면, 통신의 자유는 개인 간의 일상적인 회화나 대화 또는 서신에 해당하므로 이는 헌법 제17조나 제18조의 적용을 받는다. 넷째,선거운동의 자유가 문제되는 경우 표현의 자유 및 선거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서의 행복추구권은 서로 특별관계에 있으므로 기본권의 내용상 특별성이 있는 표현의 자유 및 선거권이 우선 적용된다.

 

4) 고전적전통적 언론출판의 자유로서 의사표현전파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전제하고 있는 것은 자유로운 생각의 자유이고 따라서 표현의 자유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말한다. 여기서 의사(意思, Meinung)’는 가치평가적 의견이나 견해를 말한다. 태도표명이라는 요소가 중요한 것이지 진술이 가치있는지 올바른지 합리적인지는 문제되지 아니한다. 가치판단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지만 가치판단의 대상은 문제되지 아니한다. 사실행동상황에 대한 가치판단뿐 아니라 가치판단에 대한 가치판단도 포함된다. 가치판단의 내용도 문제되지 아니한다. 정치적인 것이든 비정치적인 것이든, 학문적이거나 예술적인 태도표명이든, 사적인 사안이든 공적인 사안이든 상관없다. 표현의 자유가 상정하는 의사는 이성적이거나 감성적이거나 논거가 있거나 없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유용하거나 해롭거나 또는 가치가 있거나 없거나 옳거나 틀리거나를 막론하고 포괄하는 개념이다.순수하게 사실상의 주장이거나 사실관계의 통지를 의사표현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사실주장은 의사표현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고, 사실주장도 최소한 암묵적으로는 주장하는 사람의 가치판단과 연결되고 사실주장과 가치판단의 경계를 긋는 것이 보통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논거로 사실주장도 의사표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겠으나, ‘사실정보는 의사형성에 필수적인 전제이므로 그 한도 내에서는 의사표현 및 전파의 자유의 기본권이 보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가치판단과 불가분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아니하고 의사의 형성과도 무관한 사실통지는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하겠다.어떤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의견의 진술인지를 가리기 위하여 당해 표현의 문언과 함께 전체적 취지,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과 연관해서 당해 표현이 갖는 의미를 살펴 판단하여야 할 테지만,의사표명(Meinungsäußerungen)과 단순한 사실주장(Tatsachenbehauprungen)의 경계는 그 어떤 경우에도 기본권보호의 본질적인 약화를 초래할 위험이 없도록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의사(意思, Meinung)주관적진실성에 관해서는 객관적으로 올바른 것이거나 진실에 부합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진술자 자신의 확신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고 고의로 진실과다른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보호가치가 없다고 하겠다. 객관적으로 진실하여야 한다는 명령은 불완전한 인간의 공동체에서 누군가가 진실의 수호자 내지 진리의 감시자가 되어 미리 정하여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의사를 표현하고 전파하는 모든 형식이 보호된다. 담화연설토론연극방송음악영화가요 등과 문서소설시가도화사진조각서화 등 모든 형상의 의사표현 또는 의사전파의 매개체를 포함한다. 단 의사의 표현 및 전파의 자유가 보장되는 의의는 자유민주적 국가질서의 기본조건인 견해 간의 정신적 투쟁을 보장하는데 있기 때문에 순수한 정신적인 투쟁의 장을 떠나서 의사형성을 위한 논거 대신 억압수단이나 폭력적인 강요가 개입되는 경우 보호되지 아니한다. 의사가 표현되고 전파되는 데에는 표현당사자, 전파당사자 외에도 의사가 수신자에게 도달하는 것, 즉 수신자에 의하여 접수될 수 있는 것도 보호되어야 한다. 이 경우 표현자 및 전파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수신자는 별도로 알 권리가 있다.

 

5) 넓은 의미의 표현의 자유를 구성하는 알권리와 액세스권 및 보도의 자유

 

넓은 의미의 표현의 자유에는 알권리78)와 액세스권 및 출판물에 의한 표현의 자유(출판보도의 자유)와 방송에 의한 표현의 자유(방송방영 보도의 자유), 그리고 언론출판사의 설립의 자유와 특권을 포괄한다. ‘알 권리는 정보의 자유(Informationsfreiheit)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情報源,Informaionsquelle)에 접근하여 의사형성에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권리 및 정보의 개시(開示)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여기서 정보원(情報源, Informaionsquelle)’은 정보를 담고 있는 모든 것과 정보 그 자체의 대상을 포괄한다.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이란 일반에게, 즉 개별적으로 특정할 수 없는 인적 범위에 전달하기에 기술적으로 적합하고 그렇게 규정되어 있는 정보원을 말한다. 이 연구의 문제 상황인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의 사실관계에서 정보도 여기에 포함된다. 알권리는 충분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자유로운 의사형성의 전제를 마련하는데 그 보장 의의가 있다.액세스권은 언론매체에 접근해서 이를 이용할 권리를 말하는데 국민 대 국가의 관계가 아닌 국민 대 언론출판사의 관계에서 문제된다. 광의의 액세스권은 헌법 제21조 제1항의 언론출판의 자유에서 그 헌법적 근거를 찾을 수 있고 협의의 반론보도청구권은 헌법 제21조 제4항에 의해 자기와 관련되는 언론보도에 대하여 해명 또는 반론할 기회를 당해 보도를 행한 언론출판사에 요구할 수 있다. 언론출판사가 인터넷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액세스권을 원용하여 반론보도청구권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그 밖에 광의의 표현의 자유에 포섭되는 보도의 자유 등은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출판, 방송, 통신 등 기존의 표현수단을 포섭하고 쌍방향의 의사소통을 하면서 기존 개념구분의 혼돈을 초래할 수 있으나 사안의 성격에 따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실하지 않은 보도 내지 허위보도의 자유를 할 수 있는 특권이 넓은 의미의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지에 대하여는 고의의 허위보도, 진실여부판단에 중대한 과실을 범한 허위보도, 진실여부에 대한 판단없이 한 허위보도의 경우 언론출판기관의 형사상 면책이 불가할 것이고 경미한 과실에 기인한 허위보도 특히 신문제작과정에서 시간부족으로 진실과 다른 보도가 나가게 된 경우, 정정보도나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형사상 책임이 면제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진실과 다른 보도가 나갔으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달리 표현하면 정보의 순수성에 대한 신뢰의 정황이 있을 경우 형사상 책임이 면제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현실적 악의가 없었고 그러한 정황이 있었다는 것의 입증책임을 누가 지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6) 소결: 표현의 자유는 허위사실을 표현할 자유를 포섭하는가?

 

표현의 자유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흔히 이러 저러한 표현은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나는 표현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애매모호하다. 표현의 자유의 개념정의 내지 구성요건적 징표를 규정할 때 이미 어떠한 표현은 배제되고 금지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면 그러한 표현은 아예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또는 표현의 자유라는 개념에서 표현은 자유로운 생각을 자유로이 표명한다는 것이고 자신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100% 순도의 진실 내지 진리라는 확신은 없지만 선량한 시민 내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악의 없이 주관적인 신념에 따라 하는표현이므로 자유로이 표현되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거나 다른 사람과 공유되거나 토론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논하면서 표현의 제한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단계에서 문제되는 표현들을 뭉뚱그려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나는 표현이라고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학문적인 엄격성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의미를 고려할 때 표현의 자유의 보호범위획정은 좀 더 섬세하게 접근될 필요성이 있다. 표현의 자유가 무엇이냐를 정하는 개념정립단계에서 (의사)표현의 자유가 예정하고 있는 표현은 그 내용의 진실여부를 미리 묻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유로이 한 생각을 무조건 다 어떤 식으로든 표현해도 된다는 결론으로 곧장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짚어보아야 한다. 인격발현을 위해서 그리고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표현의 자유이지만 방종과 자유가 동의어가 아니므로 공동체 내에서 책임을 수반하는 자유라는 점에서 예외일 수 없다.특히 허위표현인지 아닌지에 대하여는 표현의 개념설정단계에서 미리 판단될 문제가 아니라 허위의 표현이기 때문에 문제되는 경우를 공동체 구성원의 합의에 따라 법률로 정하여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설정하려 하는 경우 정당한 제한인지, 정당한 제한일 경우 허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의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평가하는 시점에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이다.

 

2. 표현의 자유의 제한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 판단기준

 

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 제4항에 의한 제한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제한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79) 대립되는 다양한 의견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해악이 처음부터 해소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거나 다른 사상이나 표현을 기다려 해소되기에는 너무나 심대한 해악을 지닌 표현은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한 보장을 받을 수 없고 국가에 의한 내용규제가 허용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영역에 국가의 개입이 더욱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몇 가지 특수상황이 존재한다. 첫째 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헌법적 가치들(인격발현, 민주질서, 문화진보)은 입헌민주체제에서 반드시 확보되어야 할 중요한 가치라는 점, 둘째 표현한다는 것은 인격의 발현으로서 사상과 견해를 외부에 표출하는 것인데, 어떠한 사상이나 견해가 옳고 가치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잣대가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는 존재할수 없다는 사실, 셋째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는 일반적으로 그 표현으로 말미암은 해악을 시정하고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이러한 국가의 노력은 정당하고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국가의 개입에 앞서 그 해악을 해소시킬 수 있는 1차적 메커니즘, 즉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이 시민사회 내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시민사회 내부에서 서로 대립되는 다양한 사상과 의견들의 경쟁을 통하여 유해한 표현의 해악이 자체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면 국가의 개입은 최소한도에 그쳐야 할 것이다.헌법 제21조 제4항의 해석론을 검토한 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을 판단하는 기준들을 이중기준이론, 비례원칙 내지 과잉금지원칙, 법익형량이론 및 공인이론, 명확성의 원칙과 위축효과, 사전억제 내지 사전제한금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의 순서로 검토하기로 한다.

 

1) 헌법 제21조 제4

 

헌법은 제21조 제4항에서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이 조항의 법적 성격과 해석은다양하다. 이 조항의 법적 성격을 개별적 가중법률유보로 보는 입장은 헌법 제21조 제4항을 헌법유보로 보는 경우 언론출판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위험이 있을뿐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 적용하는데 불확정 개념의 남용가능성 등 많은 문제가 제기된다는 시각으로 이 규정을 헌법유보가 아닌 개별적 가중법률유보로 본다. 헌법 제37조 제2항이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헌법 제21조 제4항의 요건들을 사실상 포섭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은 적어도 경고적 의의 또는 주의를 환기시키는 의의를 갖는다고 본다. 이에 반해 표현의 자유의 내재적 한계로 보는 견해,헌법적 한계 및 직접적 사인효력인정 규정으로 보는 견해84)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로서 (개별적) 법률유보로 본다.85) 결국 구체적인 경우 헌법 제21조 제4항과 헌법 제37조 제2항이 결합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의 정당성 판단에 원용될 수 있을 것이다.표현의 자유가 내재적 한계 또는 헌법적 한계를 벗어나 남용되는 전형적인 예로는 타인에 대한 비방이나 모욕 등을 포함한 명예훼손과 타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침해, 공중도덕 또는 사회윤리에 위배되는 경우, 기타 범죄나 공공질서를 교란하거나 국가질서를 파괴하고자 선동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대체로 이 같은 표현행위에 대한 제한입법으로는 형법국가보안법계엄법군사기밀보호법 등이 있으며, 언론기관에 대한 법률적 제한은 신문법방송법 등에서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언론기관과 그 활동에 대한 위축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율적 통제 제도를 활성화하여야 한다.헌법 제21조 제4항을 분설하면 표현의 자유는 인격권과 관련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어느 기본권이 항상 우선하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정의의 탐지를 통해 형량내지 실체적 조화를 모색하게 된다.대법원은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실(알권리)은 민주제의 토대인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므로 형사제재로 인하여 이러한 사안의 게재를 주저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신속한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신문의 속성상 허위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서 한 명예훼손적 표현에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거나, 중요한 내용이 아닌 사소한 부분에 대한 허위보도는 모두 형사제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88) 한편 헌법재판소는 시간과 싸우는 신문보도에 오류를 수반하는 표현은, 사상과 의견에 대한 아무런 제한없는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이고 이러한 표현도 자유토론과 진실확인에 필요한 것이므로 함께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위라는 것을 알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진위를 알아보지 않고 게재한 허위보도에 대하여는 면책을 주장할 수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2) 이중기준의 이론

 

이중기준의 이론(theory of double standard)이라 함은 표현의 자유는 대표적인 정신적기본권으로 경제적 기본권에 비하여 우월성을 지니므로 그 제한과 규제에 관해서는 경제적기본권의 규제입법의 기준인 합리성보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이론이다. 헌법재판소도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처벌을 축소 제한하는 해석은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에 비추어 당연한 요청이라는 입장이다.90)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에 관한 입법의 경우 경제적 측면의 접근이 아닌 정신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서 출발하여 합헌성을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처벌의 확장보다는 자제가 요청된다. ‘인터넷의 경제적 잠재력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문화적 환경에서 더 극대화될 것이다.

 

3) 비례원칙 내지 과잉금지 원칙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본권 제한 입법의 수권(授權) 규정이자 한계 규정으로서, 기본권의 유형에 관계없이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활동을 할 때에 지켜야 하는 원칙적 규범이다. 일반적으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이 도출될 수 있는 데,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그 전제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의 입법 목적이 헌법 및 법률의 체제상 그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하고,91) 비례의 원칙의 내용으로서 방법의 적정성(적절성),피해의 최소성(최소 침해성), 법익의 균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설명된다.92) 첫째 방법의 적정성(적절성)’이란 기본권 제한 입법의 목적 달성을 위한 방법은 효과적이고 적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둘째 피해의 최소성(최소 침해성)’이란 기본권 제한의 조치가 입법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적절하다고 할지라도 보다 완화된 다른 수단이나 방법은 없는지를 모색함으로써 그 제한이 필요 최소한의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셋째 법익의 균형성이란 입법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공익(公益)과 침해되는 사익(私益)을 비교형량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더 크거나 적어도 양자 간 규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피해의 최소성과 관련하여 보면, 입법자는 공익실현을 위하여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입법목적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여러 수단 중에서 되도록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존중하고 기본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기본권행사의 방법에 관한 규정과 기본권행사의 여부에 관한 규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침해의 최소성의 관점에서, 입법자는 그가 의도하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우선 기본권을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단계인 기본권행사의 방법에 관한 규제로써 공익을 실현할 수 있는지를 시도하고 이러한 방법으로는 공익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비로소 그 다음 단계인 기본권의 행사 여부에 관한 규제를 선택해야 한다.94) 그리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의 침해는 그 침해로 해당 기본권이 유명무실한 것이 되어 버리는 정도의 침해를 말한다고 일단 설명할 수 있고,내심(內心)의 작용을 권리의 내용으로 하는 기본권인 경우에는 내심의 작용을 침해하는 것이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침해라고 볼 수 있다.

 

4) 법익형량이론 및 공인이론

 

대법원은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하였을 때 그 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적인 여러 가지 이익을 비교하여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 그리고 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하여 달성되는 가치를 형량하여 그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도 법률에 의하여 국민에게 야기되는 효과인 기본권침해의 정도와 법률에 의하여 실현되는 공익의 비중을 전반적으로 비교형량하였을 때 양자사이의 적정한 비례관계가 성립해야 한다며 이익형량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공익과 관련하여 국내외적으로 논란을 야기하는 것이 공인이론이다.공인(public figure)의 경우에는 명예훼손, 특히 사생활보호와 관련하여 미국과 독일 등에서는 판례를 통해 위법성이 조각되기도 하고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가 인정되거나 허위에 대한 고의 또는 무모한 경시(with knowledge or reckless disregard of its falsity)가 인정되면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이 부과되는 등 특칙이 적용되고 있다.98) 즉 공무원은 자기의 공무집행과 관련한 허위사실로 인하여 명예훼손을 당한 경우에 그것이 언론사의 현실적 악의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않는 한,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없다.‘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와 관련하여 공인이론이 표현의 자유의 제한을 판단하는 독립된 도구로 사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귀납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영미법계에서 개발된 이론이 우리 법제에 수입되어 우리의 법현실과 법문화에 따른 판례의 축적과 정리가 아직 미흡한 단계에서 다만 다른 판단기준과 함께 공인의 사회적 책임을 법적 판단에 부과하는 보충적 역할을 할 것이다.

 

5) 명확성의 원칙과 위축효과

 

명확성의 원칙이란 법률은 행정과 사법(司法)에 의한 법적용의 기준이 되므로, 명확한 용어 등으로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규율 대상자에게는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이고, 무엇이 허용되는 행위인지 미리 알 수 있도록 하고, 법집행자에게는 객관적 판단지침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서 명확성의 원칙(막연하므로 무효의 법리)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수행하는 역할과 기능에 비추어 볼 때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는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효과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즉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 자신이 하려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형벌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려는 강한 신념의 소유자가 아닌 한 대부분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하여 표현을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그 규제로 인하여 보호되는 다른 표현에 대하여 위축효과가 미치지 않도록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모든 법규범의 문언을 순수하게 기술적 개념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입법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치개념을 포함한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불확정 개념의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용어의 개념 정의, 한정적인 수식어의 사용, 적용 한계 조항의 설정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여 법률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소지를 없애도록 해야 한다.위헌심사 기준으로서의 명확성의 원칙은 최소한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것이나 입법단계에서의 입안심사 기준의 관점에서는 가능하면 최대한의 명확성을 지향해야 한다. 따라서 위헌심사 기준으로서의 명확성의 원칙이란 기본적으로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법문언의 해석 단계에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법관의 보충적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 내용이 확인될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겠다.또한 명확성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규정에서 사용된 개념만을 따로 떼어내서 볼 것이 아니고, 그 개념이 그동안 그 법률 또는 다른 법률에서 사용되어 오는 과정에서 혼란의 소지가 없이 일관된 의미로 해석적용되어 왔는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에 관한 입법의 경우 표현의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심각한 사안이다. 섣부른 입법의 시도는 표현 자체를 봉쇄하는 결과를 야기하여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인터넷과 관련된 입법에 대한 판단으로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등 위헌확인에서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6) 사전억제 내지 사전제한금지

 

사전제한이란 특정한 사람이 그가 원하는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지를 미리 정부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방법을 말한다. 이에는 특정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검열을 받거나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는 검열제나 허가제가 있고 특정인이 특정한 표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는 법원의 유지명령(留止命令) 내지 중지명령을 들 수 있다. 사전제한의 방법으로 표현행위에 재갈을 물림으로써 일정한 세력에 의한 독재를 가능하게 한 역사적 경험과 아울러 사전제한은 표현행위 그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민주사회의 토론과 대화에 심원칙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불명확한 규범에 의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는 헌법상 보호되는 언론에 대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영역에서 발전된 명확성의 원칙은 기본권제한의 일반원칙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률은 합헌성의 추정의 원칙이 금지된다.각한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전제한의 경우에는 긴급하다는 명목으로 절차의 신속성이 강조됨으로써 제한 결정권자의 주관이 개입될 위험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헌법 제21조 제2항이 사전제한에 관한 특별규정으로서 이론적, 현실적 근거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헌법 제21조 제2항은 허가나 검열에 대하여만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기타 사전제한의 경우에도 표현이 이루어진 후 비난받는다는 사전제한금지의 헌법적 원리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에 관한 입법에 대한 시사점을 미국에서 표현에 대한 사전제한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사례로 꼽히는 Near v. Minnesota판결105)에서 찾아 볼 수 있다.이는 우리 헌법재판소가 예정하는 허가나 검열에 관한 사건이 아니라,106) ‘기타 사전제한에 관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피고 Near‘The Saturday Press’라는 신문의 발행인이었는데, 이 신문에서 미네아폴리스의 법률집행관들이 유태인 폭력범들에 의해 통제되어 도박, 주류밀매, 암거래 등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기사들을 게재하려 하자, 이에 미네아폴리스의 검사가, ‘악의적이고 중상적이며 명예훼손적인 신문 또는 정기간행물을 공공불법행위(public nuisance)라고 하여 피고의 신문발행금지를 청구하는 소송을제기하였고 미네소타법원이 이를 인용하자 피고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한 사건이다. 미국연방대법원은 미네소타주법에 따르면 신문이나 정기간행물이 악의적이고 중상적이고 명예훼손적인(malicious, scandalous and defamatory) 사항을 게재했다는 혐의로 당국이 그 소유자나 발행인을 법관 앞에 불러내어, 게재된 사실이 진실하며 정당한 목적을 위해 선의의 동기로 공표된 것임을 법관에게 납득시킬만한 유력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는 한, 그 신문이나 정기간행물의 발행을 금지시키고 이에 위반하여 출판하는 경우 법원모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바, 이는 검열의 본질을 가진 것으로 판단하였다. 미국연방대법원은 출판의 자유가 악랄한 스캔들 상인에 의해 남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공무원의 비행을 다룰 때 출판이 사전제한으로부터 면제받을 필요성을 결코 감소시키지 않는다. 그러한 남용에 대하여는 사후처벌이 적절한 구제수단이며, 이것은 또한 헌법적 특권과도 일치하는 것이다고 판시하였다.또한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경우 인터넷의 기술적 특성으로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사전제한과 사후제한의 시간적 경계를 짓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허가와 검열의 문제는 더 충분한 연구가 필요한 테마이지만 이 연구의 범위 내에서 언급할 수 있는 바는 그러한 판단에서 표현의 자유가 더 신장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7)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rule of clear and present danger)은 표현과 해악의 발생 사이에 긴밀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하고[명백], 해악의 발생이 시간적으로 근접해야 하며[현존], 공공의 이익에 대한 해악의 발생의 개연성이 있어야[위험] 한다는 원칙이다. 즉 표현이 실질적인 해악(substantive evils)을 초래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present danger)을 발생시키는 상황에서 행하여졌는지, 그리고 그러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것인지는 근접도와 정도(proximity and degree)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 원칙은 표현의 자유의 보장은 사전제한(previous restraint)의 금지를 주된 목적으로 하지만, 사후처벌(subsequent punischment)의 경우에도 헌법적 한계가 있는 것이므로 어떠한 표현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야기하는 성질의 것인 경우에만 사후적 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잘 알려진 Holems 판사의 Schenck 판결(Schenck v. U.S.)에서 도출된 원칙이다.우리 헌법재판소도,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 여부는 소정의 행위와 위험의 근접정도가 그 판단기준이 되겠지만 특히 해악이 크냐 적으냐의 정도에 따라 결정함이 합당할것이라고 하거나,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은 소정의 행위 중에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실질적 해악을 미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축소 제한하여야 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면서이 원칙을 원용하고 있다. 이 원칙에 대하여 위험의 명백성이나 현존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 위험의 근접성과 정도가 위헌성판단의 주안점이 되게 되므로 표현과 발생할 해악 사이의 비교형량을 통해 과잉금지를 제한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3. 헌법재판소 판례에 나타난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관한 판단이 인터넷에서의 사안이기 때문에 여태까지와는 전혀 새로운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인간이 주역이다. 온라인에서 생긴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술적 요인에 의해 인간의 삶 자체 내지 추구하는 가치 자체가 뿌리에서부터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례 중 인터넷을 열쇠말로 하는 판례가지난 12년간 축적되었다.헌법재판소 판례에 나타난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논증들이 고전적 표현의 자유의 잣대에서 출발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여기에 큰 문제될 부분이 없다. 여기에서 더 깊이 있는 통찰을 요구하는 부분은 인터넷이라는 기술 그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인간들이 인터넷을 활용하여 현재 전개되고 있는 발전양상에 관한 숙고일 것이다.헌법재판소가 2003헌가27 판례에서 문화국가원리를 언급하면서 인터넷과 인간, 그리고 문화의 상관관계에 관한 숙고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판단하는 결정문에서 표현의 자유의 판단기초로 문화국가원리를 명시하고 있음은 헌법재판소가 이미 인터넷의 문화적 측면에서 판단의 출발점을 잡는 기본자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만 2004년의 동 판례 이후 다른 대상판례에서 명백한 언급을 하고 있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비록 문화국가원리를 인터넷과 연결 짓는 명백한 문구는 없을지라도 후견적 입장을 배제하고 가능하면 표현규제를 자제하여야 할 국가의 역할이 여러 차례 강조되고 있고, 아울러 명확성의 원칙에 저촉되는 법 규정으로 인한 표현규제가 가져올 수 있는 위축효과114)까지도 심사숙고해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본질 및 과제를 또한 여러 차례 확인하고 있음을 미루어 볼 때 헌법재판소가 문화국가원리를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판단하는 잣대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고 하겠다.헌법원리에서 바라보면 문화국가원리 이외에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 원리,사회국가원리 등과 관련되는 부분들에 대한 숙고가 요청된다. 표현의 자유 자체의 개념 폭이 넓기 때문에 특히 정치적 표현의 경우 민주국가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표현하는 마당으로서 인터넷이 하는 역할은 민주주의 발달에 중요하고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또한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고 사용이 보편화되는 과정에서도 엄존하는 다양한 방식의 정보소외 내지 정보격차 등의 문제는 사회국가원리에 따라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국가에 의한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에 관련된 사안을 판단할 때 예측불충분한 기술발달때문에 판단의 딜레마에 빠진 부분들 또한 발견된다. 기술의 발달이 스스로 나서서 인터넷과 관련한 표현의 자유의 문제점들을 해결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인간들의 가치판단에 따라 선택되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여러 판례에서 적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소통의 쌍방향성, 다양성, 시공초월성, 국제성등등의 인터넷의 특성에 기대를 걸어 보면 지금보다 좀 더 자정능력 내지 자기반성능력이 높은 의사소통구조를 지향하고 컴퓨터 모니터 너머에 있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서로를 존중하는 의사소통문화가 형성되고 성장할 가능성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규제를 할 때 기술적 발달에 대응하거나 기술적 발달을 활용하는 문제는 심사숙고를 요한다. 대체로 법적 규제 내지 형법적 규제로 압력을 가하는 방식은 기술발달의 속도에 뒷북을 치게 되거나 기술발달에 대하여 법적으로 당황한 상태임을 자인하며 드러내는 꼴이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형법적 규제방식은 형벌법규에 위임을 하여야만 하는 특별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며, 이러한 경우에도 법률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은 처벌대상행위가 어떠한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계속적인 판단이다.인터넷과 관련된 사안에서 특별형법으로 규제하려는 시도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고 지금까지 특별형법규제로 시도된 관련 법규들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경우 헌법적으로 순화되어야 할 것이다. 법외적으로 또는 문화국가원리에서 요청하는 국가의 문화풍토조성 및 환경조성 의무에서 답을 찾는 편이 당장은 미지근한 대응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장기적인 안목에서보다 빠르고 적실한 대응일 것이다.내용통제에서 어떤 표현을 해악으로 분류할 것인지, 어떤 표현까지 우리는 관용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는 가능한 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대화의 마당에서 지속적인 숙고를 통해 정해져야 할 문제이지 국가가 일방적으로 어떤 가이드라인을 들이댈 사안이 아니다. 인터넷 그 자체 혹은 사이버공간 그 자체가 이러한 한계를 결정짓고 있지 않고 우리가 어떤 자유를 지킬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국가는 그러한 결정을 누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필요한 경우 절차적인 룰을 정하고, 그러한 참여의 마당을 주최하거나 혼선을 조절해 주는 함께 형성하는 사회자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5장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와 관련한 개별법규 및 법안

 

우리 법제에는 명예에 관한 규정이 적지 않다. 헌법 제21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는 민형사상의 명예훼손소송 외에도, 초상권성명권음성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이나 사생활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의한 형사책임은 그 내용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310). 언론활동으로 인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이익형량에 의해 판단하게 되지만 일반적으로 언론사의 고의나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한, 자유언론의 허용성추정(Vermutung für die Zulässigkeit der freien Rede)이 적용되어 그책임이 완화된다. 형법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고 있으며,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와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인 경우에는 가중처벌하고, 고인이 된 자에 대해서도 명예를 보호하고 있다(307309). 이 밖에 민법 제764조가 규정하고 있는 명예회복에 적당한 조치로서 반론권, 정정보도청구권, 추후보도 청구권과 판결문게시, 발행금지반포금지출판금지상영금지방영금지 등 민사집행법상의 각종 가처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민법 제764조에서 말하는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사회적평가를 저하시키는 행위를 말하므로 단순히 주관적으로 명예감정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것만으로는 명예훼손이 되지 않고,언론활동으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위법성을 조각함으로써 언론의 활동을 보장하고 있으나(310),사회적 평판을 침해하는 명예훼손죄 외에 모욕죄를 별도로 규정함으로써 개인적인 명예감정도 보호하고 있다(311).기존의 명예관련 처벌규정을 가중처벌하고 있는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와 관련된 특별법 규정들과 처벌을 강화하려는 개정논의를 검토한다.

 

1.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과 관련하여 세간의 이목을 주목시킨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죄의 해당법조는 전기통신기본법123) 47조 제1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다.법조문의 명칭이 벌칙으로 되어 있는 이 조항은 19961230일 개정되었는데, 개정 전 “5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이 강화된 것이다. 동조 제2항은 공익이 아닌 자기 또는 타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면서 이 경우 그 허위의 통신이 전신환에 관한것인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3)는 가중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제4항에서는 직종에 한정하여 전기통신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제1항 또는 제3항의 행위를 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2항의 행위를 한 때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전기통신기본법은 전기통신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여 전기통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그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1). 1983년 제정되고 1991년 전부개정된 이래 현재의 틀로 유지되어 왔고 동법 제47조의 경우 19961230일 개정에서 각 항의 벌금이 가중되었다. 작금의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와 관련하여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죄로 인식되고 있는 동법 제47조 제1항의 구성요건을 분설해 본다.첫째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이다.공익침해 목적범을 규정하고 있는데 앞서 제4장에서 검토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 판단기준을 원용하면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문구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애매한 불확정 개념으로 범죄 구성요건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여 위헌의 소지가 커 보인다. 목적범의 구성요건은 공익 중에서도 사회적 합의에 따라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공익으로 인식된 사안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한정된 공익이 침해되었을 때의 위험에 대해서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둘째 전기통신설비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이 법에서 전기통신설비라 함은 전기통신을 하기 위한 기계기구선로 기타 전기통신에 필요한 설비를 말하고(2조 제2), ‘전기통신이란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을 말한다고 입법해석을 하고 있다(2조 제1). 이 연구의 문제 상황인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가 동조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인터넷이 전기통신설비에 해당되어야 한다. 관련 법조와의 체계적 해석을 시도해보면 인터넷은 전기통신망에 접속되는 단말기기 및 그 부속 설비인 단말장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전기통신설비와 구별된다. 또한 전기통신설비는 기간통신사업자가 관리해야 하고, 자가 전기통신설비는 설치할 때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해야 하는 점에서도(전기통신설비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정 제17조 제1) 우리 생활 속에서 컴퓨터나 전화기 등을 활용하는 인터넷은 통신을 위한 단말장치이지, 전기통신기본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전기통신설비에 해당되는 지 의문시된다.나아가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통신하는 것이라는 해석은 가능한 지 검토해 보면,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이 전기통신인데(전기통신기본법 제2조 제1) 법규정에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라는 구절을 넣은 이유는 전기통신설비 자체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이고, 47조 제4항에서 전기통신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같은 범죄를 범하면 형량을 두 배까지 가중하는 이유도 이들이 전기통신설비를 관리 운용할 정당한 권한을 가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아 구성요건에서 제시하고 있는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라는 것은 단순한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이아니라 전기통신설비 자체를 이용하는 행위로 보인다.셋째 동 규정은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하고 있는데 이 법의 입법목적이 전기통신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여 전기통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그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데 있음을 참작하면 구성요건상의 허위는 통신의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다른 사람의 명의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명의의 허위를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는 데에 거짓을 말하지 말라는 내용상의 허위에 대한 규제로 보이지는 아니한다.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의 구성요건은 교환전송설비 등 전기통신설비 자체를 이용하여 허위인 통신 명의를 내세워 광범위한 상대방에게 송신하고 이에 의해 국가안보나 사회질서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일으키려는 경우에 관한 것으로 해석되고 인터넷을통해 거짓된 내용의 표현을 널리 퍼뜨리는 것에 대한 처벌로 보이지 아니한다. 이 규정의 보호법익은 통신의 신뢰와 안전에 있는 것이지 표현의 내용을 국가가 개입하여 재단하는 데 있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내용상의 허위는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비교적 일찍이 도태되는 성격이 있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정적이고 차분한 삶을 영위해 나아가는 농경사회가 아닌 오늘날 21세기의 역동적으로 공동체 구성원 간의 상호이해관계가 중첩되어 있는 사회에서 허위의 생명력은 그리 길지 않다. 3장에서 살핀 역사적인 교훈에서도 보았듯이 법적 제재를 실행하는 권력자에게 진실이 불리할 경우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진실을 은폐해 자신의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위험이 있음은 시대의 변화와 무관하게 유효하다. 진실에대한 접근을 방해하거나 국가에 의해 진실을 은폐하도록 남용될 수 있는 위험과 아울러 내용상의 허위를 형벌제재로 정화하겠다는 입법이 있다면 국민들의 자기검열을 조장하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위축효과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ICCPR: International Conver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19조에도 위반된다.

 

2.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128)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44조의7 1항 제2). 이 법 제70조에서는 벌칙이라는 제목으로 제1항에서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2항에서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하여 각각 사실적시와 허위사실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하여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다(3).또한 이 법 제44조의2에서는 2008614일 전문개정한 내용으로 정보의 삭제요청등이라는 제목 아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이하 "삭제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수 있게 하고 있다(1). 1항에 따른 해당 정보의 삭제등을 요청받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지체 없이 삭제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게재자에게 알려야 하고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2).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를 30일 이내의 기간으로 하여 할 수 있다(4).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에 관한 내용절차 등을 미리 약관에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고(5),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유통되는 정보에 대하여 제2항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하면 이로 인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6).사회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의 사이버명예훼손죄로 인식되고 있는 이 법 제44조의7 1항 제2호와 제70조의 구성요건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하여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다.첫째 정보통신망을 통하여에 대한 해석을 위해 정보통신망의 입법적 해석을 같은 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보통신망이란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 제2129)에 따른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거나 전기통신설비와 컴퓨터 및 컴퓨터의 이용기술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가공저장검색송신 또는 수신하는 정보통신체제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법자는 인터넷을 이 규정의 후문에서 포섭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밖의 구성요건은 형법상 명예훼손과 큰 차이점 없이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일단 해석된다.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정보통신망의 이용을 촉진하고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함과 아울러 정보통신망을 건전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국민생활의 향상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1). ‘인터넷의 특성에 착안한 건전하고 안전한 정보통신환경조성의 노력은 일방적인 삭제나 형벌규제가 아닌 자율규제에서 출발하고 국가가 함께 형성하는 형태가 바람직할 것이다. 외국의 입법례를 문구로서만 이해하지 말고 그러한 입법례가 탄생하게 된 그들의 열린 토론과 상생을 향해 가는 관용과 이해의 과정을 살펴 우리 법현실에 합당한 입법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국민생활의 향상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의 이용을 촉진하고 첨단정보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는길이다.

 

3. 사이버명예훼손죄 내지 사이버모욕죄 신설논의

 

현안이 되고 있는 언론관련법안은 방송법, 신문법,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디지털방송전환법, 정보통신망법, 저작권법 등 6개 법안의 개정안을 통칭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와 관련하여 대표적으로 사이버명예훼손죄 내지 사이버모욕죄 신설논의를 들 수 있다. 사이버모욕죄의 형량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법상 모욕죄의 형량(1년 이하 징역 또는 이백만원 이하 벌금)보다 높여 가중처벌을 하고, 형법상 모욕죄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인 반면, 사이버모욕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처벌가능한 반의사불벌죄로 하자는 내용이 그 골자이다. 정부여당은 피해자가 또 악성댓글 등에 시달릴 위험 때문에 고소를 피하는 현실을 들어 사이버모욕죄를 정당화한다. 반면 야당은 사이버공간에서 모욕행위가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처벌 수위를 달리 하거나 수사기관의 자의적 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다.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인간이 주역이 되어 형성되는 세계이기 때문에 온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허용이나 금지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터넷의 잠재력이 발현되는 과정에서 열린 실험을 하기에 우리의 법규범이 무력하지 않으며 법현실에 대한 과장되거나 균형 잃은 인식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위험한 방식으로 대응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사이버공간에 대해 더 눈여겨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 법에서 독자적인 명예훼손법 체계가 없고 특히 사이버공간에서 행해지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피해의 전파속도가 가공할만하고 확산방지 대책이 마땅치 않으며 익명성으로 인해 가해자의 확정이 어려워 고소의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형법상 모욕과 다른 새로운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기존의 법규정으로는 충분치 못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에서 형법상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309)의 소추조건과 마찬가지로 반의사불벌죄로 취급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130)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는 경우 친고죄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헌법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에서 출발하고 인터넷의 특성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면 재검토가 요구된다. 국가는 전지전능하지도 않고 무오류 그 자체도 아니며 형벌규제를 휘두르는 후견자여서도 안된다. 행정처분이나 다른 가능한 법적 수단이 아닌 형벌로 직행하는 우리 법체계에 대한 반성이 요청된다. 형벌위주의 사고는 국가가 국민 각자의 명예를 지켜주는 불침번을 서면서 인터넷이 서로의 명예를 존중하는 건전한공간으로 정화되기를 바라는 헛된 시도로 전락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표현의 자유와 명예 보호는 서로를 그저 제한하는 관계가 아니고, 동전의 양면과 같이 서로의 긴장관계 속에서 변증법적 상생을 해 나가며 더 살기 좋은 공동체를 형성해 가야할 관계로 이해된다. 이러한 관계의 증진을 위해 국가는 명예보호의 이름으로 공동체를 위축시키는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자유로운 생각과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자유로운 사회에서 성숙한 시민들은 나와 다르지만 그렇다고 틀리다고 배척해서는 아니되는 공동체구성원들의 명예를 서로 존중하고 보호할 수 있는 격조있는 법현실과 법문화를 이루어 갈 것이다.

 

6장 자율규제

 

다른 매체와는 달리 인터넷은 앞서 제3장에서 검토한 다양한 특성으로 인해 자율규제에 거는 기대가 증폭된다. 헌정 60년을 지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시민의식이 성장하고 인터넷의 생활화가 본격화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환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서의 자율규제에 관하여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어서 정립된 개념인식이나 구체적 도구들에 관한 정리보다는 공동체 구성원의 의견을 최대한 공유하고 문화적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모델들을 시도하고 국제적 협조가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는 각국의 특이성을 존중하면서 협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전통적인 국가규범체계에 의한 규율의 어려움과 아울러 완전히 국가외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율규제의 한계의 접점에서 조절된 자율규제원칙이 등장하고 요구된다.

 

1. 조절된 자율규제원칙

 

인터넷은 문화적, 경제적 성장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공동체의 이익에 봉사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대의제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의 실험장으로서 활용하기 위해, 열려진 국제경쟁체제에서 국민의 경제적 이익을 신장시키기 위해, 그리고 매체 콘텐츠의 다양성확보와 방송에서의 청소년보호 등을 위해132) 전통적인 국가규범체계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어 결과적으로 걸림돌 역할을 하게 되는 부분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하여 자율규제의 시도들이 국가규범의 틀 내에서 지원되고 보완되는 모델을 일컬어 조절된 자율규제원칙이라 한다.133) 각국의 법현실과 법규범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시도들이 시작되는 단계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IT 선진국으로서 다른 나라의 모델이 정립되어 따라할 때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우리가 앞서 한국적 특수성을 배경으로 한 우리의 조절된 자율규제원칙의 내용을 채워나가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민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는 다양한 공론의 마당이 필요할 것이고 국가는 이러한 공론의 마당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중개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입법과 자율규제가 만나는 지점에서는 헌법의 틀에서 어디까지 국가의 지원과 협조가필요한 지, 요청되는지, 가능한지에 관하여 가능한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관용과 이해의 대화를 통해 최적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2.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

 

2009313일 출범한 사회적 합의기구인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는 조절된 자율규제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는 요식행위나 자문기구로서가 아닌, 국회 내에서 해결할 수 없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들에 관하여 전문가들로 하여금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다. 그 구성단계에서 각 정당의 원내 교섭단체의 비율에 따른 추천이 있었던 점은134) 대의제 민주주의의 틀내에서 이루어지는 타협적 산물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정당기반 추천이 각 전문가들에게 추천정당의 의사에 기속되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회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되어야 할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공개하지 못할 특별한 사정이 무엇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 소정의 결과를 주어진 100일간에 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지만135) 회의운영방식과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해관계당사자들과의 공청회 등이 실효성 있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이는 조절된 자율규제의 모델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논의의 과정에서 100일이라는 예정된 기간의 연장이나 유예가 요구될 경우 이에 대한 합의도 필요할 것이다. 자유로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표현하고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상정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 국민의 뜻을 묻고 제대로 반영하고 위원들의 전문적 식견에 따라 이성적으로 규범화를 위한 기초를 제공하는 역할이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의 소명이라 하겠다. 국민의 알권리와 액세스권 등을 포괄하는 표현의 자유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공청회의 경우 지금까지 합의한 2회에 한정하기보다 논의의 진행과정을 살펴 유연하게 대처하여 규모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다양한 논의의 마당이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 합의가 담긴 입법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제4장에서 검토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 판단기준에 벗어나지 아니하는 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운용에 있어서도 조절된 자율규제원칙의 취지가 살아날 수 있도록지속적인 보완과 수정이 요구된다.

 

3. 인터넷포털에 의한 실명제 시도: 인터넷서비스제공자들의 책임 및 자율규제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고 그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인터넷의 특성인 익명성과 전파성 등에 기인하여 인터넷 콘텐츠를 만든 사람 각각에게 일일이 책임을 묻기에 기존의 법적 통제장치로는 어렵게 되자 입법자들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라는 규율가능대상에 주목하게 되었고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사회적 책임 및 법적 책임이 대두되었다. 적잖은 국가들이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면책조항을 두는 방식의 입법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요즘 인터넷의 언론기능이 부각되면서 인터넷포털의 책임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비교법적으로 논의를 검토하고 우리 현실에서 어느 정도의 책임추궁과 규제가 필요하겠다는 입법자의 판단으로 인터넷 관련 법규를 제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게 지우는 책임은 자기 자신의 콘텐츠가 아닌 제3자의 콘텐츠까지 책임을 지고 커뮤니케이션의 내용까지 관여해야 하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업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닌, 인터넷자정을 위한 최소한의 수문장으로서의 역할을 묻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안의 형성과정에서 국가일방의 생각만이 아닌 열린 대화를 통한 계속된 상호 이해가 있을 때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능한 한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이전에 사회적 책임에서 우러나온 실천과 자율적인 노력이 선행되는 바람직한 움직임이,일시적이지 않은 문화적 토대 위에 이루어지는 항시적인 것으로 운영될 때 비로소 서로의 신뢰가 두텁게 쌓일 수 있고, ‘기술적으로 차단이 불가능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 했을 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식의 외국의 입법례를 따르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면해주는 법조문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해관계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대화하는 가운데 신뢰가 쌓이는 것 외에도, 기술발달로 인해 법적으로 대응하기 곤란한 부분에 대한 보완책도 제시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법적 책임을 묻는 방식의 설정을 위해 고민하는 한 축에 대응하여 또 다른 한 축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인터넷의 특성에 기인하여 법적 내지 제도적 통제가 아닌 자율규제메카니즘을 우선시 하는 주장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생적인 자율규제의 움직임보다는 법 규정에서 미리 정한 자율규제모형이 입법을 통해 제시되고 이에 대한 사후문제로 결국 헌법재판소 결정대상으로까지 도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고충처리인제도에 대한 판단138)에서 헌법재판소는 자율성이 강조되는 제도를 법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정당한지를 고민하고 있다. 소수의견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인간의 자율성에 대한 신뢰는 우리 헌법이 터 잡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을 확신하는 신념에서 나오는 것으로 자율규제에 관한 입법은 많은 부분 국가의 인내가 요구되는 사안이라 하겠다. 자율규제가 이루어지도록 법에서 지극히 자율적인 성격의 제도를 규정해 놓고 이렇게 좋은 자율적제도를 법적으로 제도화하면 얻을 공익이 크다고 하면서 국가가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간섭하고 결과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자율규제의 싹을 자르는 성급한 처사일 수 있다. 인터넷이 표현촉진적 매체임을 아는 한 국가는 이 사안에서 인내해야 한다.물론 자율이 요청되는 영역과 국가의 확고한 기준과 공적 서비스가 요구되는 영역이 항상 선명하게 구분되고 원활하게 역할분담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자율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거나 다른 나라와 다른 부분들도 많다. 서구민주주의를들여와 올해로 헌법 제정 60주년을 맞이하는 2008년 현재 우리 민주주의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우리 헌법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특히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국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국가가 무엇은 하면 안 되는지 등에 관하여 열린 논의가 요구된다.특히 인터넷실명제의 문제는 익명표현의 가치와 중요성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하여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되는 사안이라 판단된다. 헌법재판소 판례 2004헌마218의 심판대상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82조의6 상의 실명확인제도에 대하여 개인신원확인제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라는 의견141)도 있으나 그 사이 다시 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인터넷기술은 발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실명제가 가장 먼저 제시되어야 하는 제도적 대응방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제도의 시행 이후에 개선된 부분은 어떤 것인지, 관용의 영역을 긋는 잣대에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대안은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지 등에 관하여 헌법적 순화작업을 통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인터넷포털에서 (자발적으로) 실명제를 도입하고 있는 시도 또한 조절된 자율규제의 원칙으로 보면 국가가 사실상 후견인의 입장에서 제도화를 종용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보아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4. 소결: ‘조절된 자율규제를 위한 국가의 역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라는 문제 상황은 허위사실유포인터넷을 통해 하기 때문에 사회가 혼란해지고 사건사고의 양상이 심각해지고 공동체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사회 전체가 배타적인 이익추구에 몰두하면서 신뢰를 잃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최소한의 관용도 허락하지 않으며 귀를 막고 들으려 하지 않는 데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을 통한 소통이기에 매체환경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쌍방향의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 내는, 함께 형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루어질 것이다. 건전한 비판정신의 성장을 통해 자율적인 윤리와 규범이 형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다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나 자본의 개입을 차단해 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 될 것이다. 국가는 자본의 자유경쟁시장논리가 아닌 그야말로 사상의 자유경쟁시장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여태까지 우리 공동체가 미처 제대로 학습할 수 없었던 이성적이고 서로 이해하려는 토론의 마당에서 중개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7장 맺음말

 

이제 200943일 사단법인 한국언론법학회와 국회입법조사처 공동 주최로 개최된 한국언론법학회의 제1주제 발제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각 장별로 이미 소결의 형태로 정리하였기 때문에 맺음말에서 다시 반복할 실익은 없어 보인다.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라는 헌법의 명령은 표현의 자유에서, 더욱이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다양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는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에서 최고의 실천명령으로 기능해야 한다. 우리가 논의하는 허위사실유포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열린 토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역사 속에서 허위사실유포등을 빌미로 저질러진 실수를 오늘날 되풀이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며 인터넷의 특성을 구체적이고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여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유포의 주범으로 몰기보다 각 특성과 하부문화의 다양성에 따른 요청들, 예를 들어 정보보호보장, 정보격차 및 정보소외 해소 등 정보사회기반형성을 위해 요청되는 국가의 역할에 주력하여야 할 것이다. 갖가지 주장이 논거로 드는 표현의 자유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하고 섬세한 이해를 전제로 우리 사회가 문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동의하는 각 사안마다에 적실한 법적 대응, 자율적 대응 또는 조절된 자율적 대응과 국제적인 협력체계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허위사실유포라는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하는 이 시점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