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일태
부패는 사회적 정의를 훼손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태롭게 하는 암적 존재이기 때문에 국가존립의 중요한 전제가 되고 그 대책은 모든 개별국가에서 강구되어 왔다. 그렇지만 오늘날 다국적 기업이 출현하고, 조직범죄는 국제화되어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부패문제에 대한 대책은 국지적 인 방법으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래서 UN은 다국적화되는 부패문제를 국제법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 결실은 2003년 10월 31일, 반부패국제협약으로 나타나 게 되었다. 한국은 이 협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특별법인 ‘부패방지법’을 2001년에 제정하였다. 그리고 2008년에는 더욱 철저한 부패방지와 국민의 권익신장을 도모하기 위하여 종래의 부패방지 법을 보완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현재 이 법률에 근거하여 설립된 국가차원의 반부패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투명성을 측정하는 국제투명성기구가 제시한 2014년 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2011년 43위, 2012년 45위, 2013년 46위로 평가되었다. 물론 2014년에 와서 다소 상황이 개선되었지만 한국의 경제력에 비추어 볼 때 청렴도 수준은 지극히 낮다. 이런 결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부패척결을 위한 한국정부의 의지천명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하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최근 폭넓게 확산되면서 보다 강화된 부패청산관련 법률인 ‘부정청탁금지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부정청탁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 부정청탁금지법이 2016년부터 시행하게 되면 종래 뇌물 등 금품제공행위의 대가성이 인정될 경우라야 비로소 처벌되던 것이 대가성에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을 초과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부패범죄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뇌물 등의 금품제공행위는 상당부분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첫째, 한국은 700여개 이상의 행정관련 법률을 갖고 있으며, 이들 법률에는 거의 빠짐없이 위반사항에 대한 형사적인 처벌법규를 담고 있다. 따라서 형사처벌을 면하려는 행정법위반자는 공무원 등에게 뇌물이나 금품 등을 제공하는 부정한 행위를 일삼게 된다. 이로 인하여 부패범죄는 쉽게 유발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해당 행정법규에 관하여 불필요한 처벌법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아울러 행정법상 관련법규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해석에 대한 재량의 여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법규에 대한 재정비가 시급하다. 부패범죄에 대책은 처벌위주의 통제프로 그램보다 부패를 유발하는 제도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 한국에서는 부패한 재벌이나 권력자에 대한 처벌이 엄하지 않다. 왜냐하면 한국은 매몰차 고 형식적인 비난보다는 감성적 정(情)을 중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인은 공직자 등에 대한 비난을 비교적 삼간다. 법원도 부패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일반인과 동일한 잣대로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모든 부패범죄는 그 주체가 누구이던 지를 불문하고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일관된 사법처리가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시민의식의 전환과 함께 규범의식이 강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부패범죄를 적극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실관계나 법률의 해석을 의도적으로 부당하게 왜곡・적용하는 법관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땅에 부패가 뿌리내릴 수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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