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하
장애인준강간죄(성폭력처벌법 제6조제4항)의 ‘항거곤란’ 해석론의 전환
* 성적 강요죄(독일형법 제177조)의 관점에서
성폭력처벌법은 2011.11.17. 일부개정 및 2012.12.18. 전부개정으로 특히 제6조제4항에서 장 애인준강간죄의 구성요건표지로 ‘항거불능’ 이외에 ‘항거곤란’ 상태를 추가하여 이른바 도가니사 태로 발생한 성폭력범죄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에 대하여 별도의 법적 보호장치를 완성하였다. 그런데 일견 이러한 성폭력처벌법의 개정으로 어느 정도는 장애인준강간죄에서 항거곤란의 흠결로 인한 가벌성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보강하였다고 볼 수 있겠으나 관점에 따라서는 검토되어 야 할 법리적 문제가 여전히 본질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항거곤란이란 개념 자체가 항거불능에 준하는 ‘현저한 항거곤란’이 아니라 피해자의 의사형성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폭행・협박의 상황을 전제로 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성적 자기결정을 전혀 할 수 없는 심신상실, 항거불능과는 그 요건과 성질이 양적, 질적으로 상당히 다르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2] 장애인준강간죄의 항거곤란, [3] 성적 강요죄와 항거불능자에 대한 성적 남용죄에서 행위수단으로서 항거곤란의 의미를 살펴보고, 성적 강요죄의 관점에서 장애인준 강간죄의 해석론의 전환을 시도하였다.
이를 통해 항거곤란이 준강간죄의 사유로 성립되지 않는다면 이를 형법에 포섭하는 방법 두 가지를 검토하였다. 첫째는 행위수단으로서 강간죄의 폭행・협박의 의미를 확대해석하는 경우이 다. 둘째는 성적 강요행위의 또 다른 행위수단인 제3의 유형을 창출하는 경우이다. 후자의 경우는 현행법의 해석을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의 맥락, 특히 성폭력 피해자보호와 성폭력범죄의 예방의 차원에서 성적 행위의 개념을 재구성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항거곤란의 사유는 장애인준강간죄의 구성요건 이상으로 일반적 행위수단의 표지로서 작용하게 되고, 장애인은 물론, 실제로 보호를 필요로 하는 비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하여도 획기적인 보호를 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Ⅰ. 서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은 2011.11.17. 일부개 정 및 2012.12.18.1) 전부개정을 통하여 특히 제6조(장애인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제4항에서 장애인준강간죄의 구성요건표지로 ‘항거불능’ 이외에 ‘항거곤란’ 상태 를 추가하고 이른바 도가니사태로 발생한 성폭력2)범죄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장애 인3)에 대하여 별도의 법적 보호장치를 완성하였다.
그런데 일견 이러한 성폭력처벌법의 개정으로 어느 정도는 장애인준강간죄에서 항거곤란의 흠결로 인한 가벌성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보강하였다고 볼 수 있겠으나 관점에 따라서는 검토되어야 할 법리적 문제가 여전히 본질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준강간죄(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 여 간음을 한 자는 강간죄(형법 제297조)의 예에 의한다는 말인데, 통설, 판례에 따 라 강간죄의 폭행・협박이 최협의의 개념이고 이에 대응하는 준강간은 심신상실 또 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 것이라면 장애인준강간죄에서 의미하는 항거곤란의 내용과 성격은 이와는 양적, 질적으로 다른 개념인가, 만약 이러한 규정이 그 입법 적 정당성과 타당성이 있다면 항거곤란을 장애인준강간죄의 표지에만 한정할 필요 가 있겠는가, 나아가 준강간죄에서 항거곤란의 표지를 일반화한다면 성적 강요죄 (독일형법 제177조제1항)4)와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가 하는 등의 의문 때문이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2] 장애인준강간죄의 항거곤란, [3] 성적 강요죄와 항거불능자에 대한 성적 남용죄에서 행위수단으로서 항거곤란의 의미를 살펴보고, 성적 강 요죄의 관점에서 장애인준강간죄의 ‘항거곤란’ 해석론의 전환을 시도하여 보고자 한다.
Ⅱ. 장애인준강간죄의 ‘항거곤란’
1. 현행법의 규정
형법은 제297조(강간)에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를, 동 제299 조(준강간)에서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을 한 자」 를, 그리고 성폭력처벌법 제6조(장애인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제4항은 「신체적 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5)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장애인준강간) 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준강간죄에서 입법자는 2012.12.18. 동 규정의 개정을 통하여 구성요 건의 완화를 통한 형벌권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을 택하였는데, 이는 ‘항거불능’ 의 개념을 무리하게 확대하기 보다는6) ‘항거곤란’을 추가하여 ‘현저한’ 항거곤란의 수준에 이르지 않더라도 장애인준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항거불능’이란 육체적・심리적으로 간음에 대한 저항이 불가능하거나7) 현저히 곤란한 상태8)를 말하며, ‘항거곤란’이란 항거불능 이외에 육체적・심리적으 로 간음에 대한 저항이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항거불능이 장애인복지법상 의 장애등급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9)
2. 해석상의 문제
(1) 항거곤란의 의미
항거곤란은 항거불능 이외의 개념이므로 장애인준강간죄의 항거곤란에 관한 법해 석의 문제는 그 전제적 개념인 ‘항거불능’의 의미와 그 법적 성격에서부터 시작된다.
첫째로, 형법의 항거불능과 성폭력처벌법의 항거불능은 서로 다른 개념인가를 검 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죄에서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 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법형식논리로는 항 거불능은 심신상실 이외의 사유로 인하여 심리적 또는 육체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한 경우라고10) 해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죄의 심신상실에 형법 제10조의 심신미약이 포함된다고 보고 이에 항 거불능을 심신상실 이외의 사유로 할 이유는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왜 냐하면 성폭력처벌법 제6조제4항 즉, 장애인준강간죄에서 심신미약이 포함된 항거 곤란의 사유를 추가함으로써 형법의 심신상실과는 차별화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 기 때문이다.11) 오히려 준강간죄의 해석론으로는 항거불능을 심신상실을 포함한 광 의의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12)
둘째로, 항거곤란이란 개념자체가 장애인준강간죄에서는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불능에 준하는 ‘현저한 항거곤란’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아 어느 정도 항거 가 곤란한 상태에 있음의 이용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항거곤란’은 심신미약자 간음죄(형법 제302조)의 위력을 포함한 사유와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왜냐하면 심신미약자간음죄는 법정형이 5년 이하로서 실무에서는 사실상 강간죄의 폭행・협박에 이르지 않을 정도의 폭행・협박을 보충하는 구성요건으로13) 사용되 어 왔고,14) 항거곤란의 상태에 있음이라 함은 어느 정도 피해자의 의사표시의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므로15) 그러한 의사표시에 있어서는 그것이 위력 에 의한 하자있는 의사표시에 의한 것이든, 추정적으로 의사에 반하는 것이든 장애 인준강간죄와 심신미약자간음죄는 서로 중복되기 때문이다.16)
(2) 준강간죄와 장애인준강간죄의 행위수단
행위수단의 측면에서 본다면 강간죄는 폭행・협박을 이용하지만 준강간죄는 사람 의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죄이다. 즉, 강간은 폭행・협박으로 간음 하는 성적 강요행위를 말하나 준강간은 폭행・협박이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그러한 정도의 행위불법의 크기를 가지는 또 다른 유형의 강요행위로서 심신상실과 항거불 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형법상의 준강간죄와는 다르게 성폭력처벌법상의 장애인준강간죄에서 폭 행・협박이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항거곤란을 추가한 이유를 찾아본다면 장애인의 의 사표시의 특수성을 배려한 상황 때문이라고 하겠는데 과연 성폭력처벌법에서 항거 곤란을 추가함으로써 입법자가 의도한 바와 같은 장애인보호의 법해석을 명백하게 도출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준강간죄에서 제297조(강간)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는 말은 준강간죄가 성립하는 경우 강간죄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는 의미이다. 환언하면 준강간죄는 심 신상실과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죄이므로 장애인의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는 장애인준강간에 대하여는 형법상의 준강간죄가 성립되지 않고 성폭력처벌 법 제6조제1항의 장애인강간죄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동 장애인강간죄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강 간)의 죄를 범한 사람이므로(성폭력처벌법 제6조제1항) 형법상의 준강간죄가 성립 되지 않은 사람에 대하여 강간죄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는 법리적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성폭력처벌법 제6조제5항의 ‘위력에 의한 장애인강간’은 동 제4항의 항거곤 란과 어떻게 다른지도 검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항거곤란이라는 개념 설정은 항거 불능의 요건을 완화하여 장애인을 광범위하게 보호하자는 것인데17) 그 요건을 완화 하면 장애인준강간죄와 ‘위력에 의한 장애인강간죄’와의 경계가 문제되기 때문이다. 우선 현행법상 법정형의 크기로 양자의 구분에 관한 해석을 시도해 본다면 제4항의 장애인준강간죄의 행위수단은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이나 그에 준할 정 도의 ‘중한’ 항거곤란으로 보아야 하며(7년 이상), 제5항의 위력에 의한 장애인강간 에 대하여는 ‘단순한’ 항거곤란이 된다(5년 이상). 왜냐하면 제5항의 입법취지를 살 린다면 제4항의 항거곤란은 ‘위력’을 상회하는 항거장애사유 즉, 현저한 항거곤란이 나 그에 준할 정도의 중한 항거곤란으로 해석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장애인준강간죄에서 ‘현저한 항거곤란’이 아닌 ‘항거곤란’을 추가하여 장애 인을 광범위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취지와는 모순되므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면 법정형이 5년 이하인 심신미약자간음죄가 그와 동일한 구성요건의 내용 으로 법정형이 5년 이상인 위력에 의한 장애인강간죄로 180도 바뀌었다면 양 규정의 성격은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제302조의 심신미약자가 성폭력처벌법상의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과 같은 의미인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심신미약자=정 신적 장애인으로 보지 않을 경우에는 장애인 이외의 심신미약자에 대하여는 형법 제302조의 감경적 구성요건이, 장애인에 대하여는 성폭력처벌법 제6조제5항이 적 용되어 가중적 구성요건이 적용되는 불합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도 독일형법의 항거불능에서 보는 것처럼 광의로 해석한다면 심신 미약자간음죄를 계속 존치해야 할 실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18)
결론적으로 성폭력처벌법 이외에 형법상의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과 항거불능 이외에 항거곤란의 사유를 추가하면 어떻게 되는가?
생각건대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에게는 항거곤란이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의 상태 와 맞먹을 정도로 항거장애의 특수한 사유가 될 수 있으나, 비장애인에게는 ‘현저한 항거곤란’이 아닌 ‘단순한 항거곤란’의 사유만 가지고는 준강간죄의 다른 행위수단 의 표지들과 동등한 정도의 항거장애의 크기를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비장애인에게는 성적 자기결정의 의사표시를 전혀 할 수 없는 심신상실 과 항거불능과는 달리-항거곤란은 심신상실과 항거불능과는 그 양(크기)과 질(성격) 이 전혀 다른 개념으로 다소라도 성적 자기결정에 의한 의사표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개념논리라면 형법상 준강간죄의 행위수단으로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 애로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는 경우를 설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3. ‘항거곤란’ 해석론의 전환
성폭력처벌법상 항거곤란이 준강간죄의 사유로 성립할 수 없다면 실질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를 위하여 항거곤란의 사유를 형법에 포섭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즉, 항거곤란이란 어느 정도 피해자의 의사표시의 가능성의 영역은 남아있는 상 황을 말하므로 이를 성적 강요죄의 구성요건표지로 보아 첫째는 행위수단으로서 폭 행・협박의 의미를 확대해석하는 방법이다. 이하 본 논문의 [3] 2. 성적 강요죄 (1) 폭행에서 상술한다.
둘째는 폭행・협박 이외에 또 다른 행위수단인 제3의 유형을 창출하는 방법이 다.19) 이 방법에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의 맥락, 특히 성폭력피해자의 보호와 성폭력범죄의 예방의 차원에서 성적 행위의 개념을 재구성한다. 예를 들어 강간 즉, 성적 강요행위를 입법적으로 또는 해석적으로 성폭력범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하고 이에 준하는 항거곤란의 사유를 설정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성적 강요죄를 기 본적 구성요건으로 하여 강간을 가중된 예시형식으로 본다면 제3의 행위수단의 유 형으로 항거곤란상태를 이용하는 행위를 쉽게 설정할 수 있고, 폭행・협박의 의미를 최협의의 폭행・협박에 제한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항거불능’ 해석론의 전환을 위해서는 먼저 간음의 개념에 관 한 전제적 논의를 일괄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장애인준강간죄의 간음을 포함, ‘간음’이라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관련된 성형법의 문제는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구분을 간음 즉, 남녀성기의 결합여부에 있다고 전제하고 간음 이외의 모든 성적 행 위20)는 강제추행으로 보는 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21)
또한 아래의 (1)에서 보는 것처럼 이러한 출발선에서 간음중심의 2분적 구분모델 을 계속 유지한다면 항거곤란에 대한 가벌성의 흠결 내지는 적절한 형벌권의 일탈 은 필연적 과정이며, 결국 다양한 성적 행위의 수만큼이나 그에 대처하기 위한 특별 형법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인)준강간죄의 ‘항거곤란’의 상태를 어떻게 입법하고, 해석하는가에 관하여는 간음의 개념에 관한 입장의 차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2개의 해석론으로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
(1) 간음-남녀성기결합설의 해석론
가. 간음-남녀성기결합설과 최협의의 폭행・협박
간음-남녀성기결합설22)은 간음 즉, 남녀의 성기결합의 유무를 중심으로 강간죄 와 강제추행죄를 분류하는 이분적 관점으로, 최고의 비도덕적 불법성을 가진 강간 죄의 성립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이 관점에 따르면 강간죄의 폭행・협박의 정도는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와 그것을 현저하게 곤 란하게 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해석한다(최협의의 폭행・협박).23)
마찬가지로 준강간죄도 폭행・협박의 방법을 사용함이 없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 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죄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 때에는 강간죄의 예에 의하 여 처벌한다는 것이므로 준강간죄의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불법 의 크기는 강간죄의 폭행・협박의 정도에 준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해석한다.24)
왜냐하면 이와 같은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이분적 관점-간음(성기)중심의 관점 에서는 결과적으로 강제추행 보다는 정조 개념의 강제간음을 중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협의의 폭행・협박개념이 중시될 수 없고, 준강간죄와 준강제추행죄는 강 간죄와 강제추행죄와의 균형상 그에 상응하여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 서 강간죄는 실질적으로 기본적 구성요건이 되어25) 독립된 구성요건의 형식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한, 성기(간음) 중심의 강간죄가 성폭력형법의 기본적 구성요건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으며, 특히 이러한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2분적 법규정과 그 개념에 의하여서는 성폭력범죄의 해석과 그 입법 적 해결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격에 불과하다고 하겠다.26)
나. 성적 자기결정권과 폭행・협박의 해석론
우리 형법은 1995년, 제32장의 ‘정조에 관한 죄’를 ‘강간과 추행의 죄’로 장의 제 목을 바꾸면서 그 입법이유에서27) 보호법익으로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도출하 였다. 형법이 이처럼 성적 자기결정권 즉,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형법의 전면에 부상시킨 이후 우리의 형법이론과 실무에서 폭행・협박의 해석론도 다음 2가지의 방 향으로 변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대법원 판례처럼 최협의의 폭행・협박의 개념을 유지하면서도 폭행・협박 의 개념 자체보다는 폭행・협박의 개념이 있었는지에 관한 기준을 구체화한 이른바 종합적 판단기준설28)을 채택하고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에 있어서 폭행・협박의 개념 을 달리 해석하여29) 사실상 최협의의 폭행・협박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법이다.30)
둘째는 폭행・협박의 양 개념 그 자체를 좀 더 유연하게 즉 최협의의 폭행・협박의
정도를 한 단계 낮추어 협의의 폭행・협박으로 재해석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성 적 자기결정권의 실질적 침해가 있었다는 이유로 협의의 폭행・협박 개념과 합리적 수준의 저항을 주장하는 견해가 그것이다.31)
그러나 이 견해에 따르더라도 상술한 간음-남녀성기결합설에 대한 비판은 그대 로 적용되며, 또한 본 논문의 [3] 2. 성적 강요죄 (1) 폭행에서 보듯 명확성의 원칙과 관련하여 폭행・협박의 기준이나 폭행・협박 개념의 확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렇지 만 준강간죄의 행위수단으로 해석론이든, 입법론이든 첫째의 관점보다는 자연스럽 게 항거곤란이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다. 장애인준강간죄의 해석론
마찬가지로 장애인준강간죄도 준강간죄이기 때문에 상술한 폭행・협박의 해석론에 대한 비판이 그대로 적용된다.
더구나 성폭력처벌법은 가벌성의 흠결을 막기 위하여 가능한 행위수단을 총 망라 하고 있고 (성폭력처벌법 제6조제5항의 ‘위력에 의한 장애인강간’ 등 참조) 형법에 비하여 형이 가중되어 있으므로 오히려 실무적으로는 폭행・협박의 개념 내지는 심 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범위를 더욱 더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다.32)
왜냐하면 대법원 판례는 항거불능인 상태를 판단함에 있어 성폭력처벌법의 입법 취지와는 달리 지나친 법정형을 감안, 지적 장애와 성적 자기결정권의 실질적 표현﹡ 행사의 유무여부를 검토하여33) 그 요건을 엄격히 해석하고 이를 보수적, 소극적으 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2) 간음-강요설의 해석론
간음의 개념에 관한 간음-강요설(또는 간음-신체산입설34))에 의하면 강간은 ‘성적 강요에 의한 성교’가 되는데 그 대표적 입법형식인 독일형법 제177조제1항35) 은 후술하는 것처럼 성폭력형법에서 성적 강요죄를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하고 강간 은 성적 강요죄의 가중적 예시형식(Regelbeispiel)으로 규정한다. 여기서 성적 강요 라는 것은 1. 폭행과 함께, 2. 신체 또는 생명에 대한 현재의 위험에 대한 협박에 의 하여, 3. 피해자가 무방비 상태로 행위자의 영향에 방치되어 있는 상황을 악용하여 성적 행위36)를 강요하거나 강요받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항거곤란 상황의 악용은 성적 강요의 통상적인 행위수단의 하 나에 불과하다. 여기서는 ‘항거곤란’의 사유가 장애인준강간죄의 구성요건 이상으로-피해자에게 폭행・협박이 없음에도 그 공포나 두려움으로, 또는 피해자가 무방비 상태로 되어 행위자에 대하여 항거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인식하여 어쩔 수 없이 성적 행위를 수인하게 되는 경우에도-일반적 행위수단의 표지로서 작용하여 장애 인은 물론, 실제로 보호를 필요로 하는 비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하여도 획 기적인 보호를 기할 수 있다.
Ⅲ. 성적 강요죄와 항거불능자에 대한 성적 남용죄
성적 강요죄(독일형법 제177조제1항)의 행위수단(제1-3호)은 1. 폭행, 2. 협박, 3. 무방비상태로 행위자의 영향에 방치된 상황의 악용이다. 여기서는 기술한 관점에서 항거불능과 관련하여 특히 동 제3호의 성립과정과 항거불능자에 대한 성적 남용죄 (독일형법 제179조)를 좀 더 깊이 살펴보기로 한다.
왜냐하면 성적 강요죄의 이러한 행위수단과 관련 구성요건에 대한 상세한 법적 고찰은 우리 형법의 해석에서 여러 단계로 분류된 폭행, 협박의 개념 및 장애인준강 간죄에서 가벌성의 누수를 우려하여 ‘항거곤란’을 추가하고 그 법정형을 지나치게 강화하고 있는 우리 성폭력범죄의 법체계와 비교하여 볼 때 그 시사하는 바가 상당 히 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구)강간죄와 (구)성적 강요죄의 통합
독일 형법은 제33차 형법개정법률(33. StrÄndG)37)을 통하여 기존의 (구)강간죄 와 (구)성적 강요죄38)를 통합하고 성적 강요죄(Sexuelle Nötigung)를 기본적 구성 요건(독일형법 제177조제1항)으로 규정하였다.39)
이에 남녀성기결합의 유무를 중심으로 하는 (구)강간죄와 (구)성적 강요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성적 행위 중심의 성적 강요죄로 재구성되었으 며 강간의 개념도 성적 강요죄의 하나의 가중적 예시형식에 불과하게 되었다.
즉, 이러한 통합에 의하여 성적 강요죄는 기본적 구성요건으로서 그 폭행・협박의 정도가 성적 강요의 행위수단으로 충분하게 되고, 우리 형법의 해석처럼 강간죄, 강 제추행죄에 있어서 폭행・협박의 정도를 최협의로 분류하여 이에 한정하거나 또는 양 죄의 경우에 이를 차별화하여 해석할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다.
더구나 독일형법은 성적 강요죄의 제3의 행위수단으로 특히 폭행・협박 이외에 「피해자가 무방비 상태로 행위자의 영향에 방치되어 있는 상황을 악용」하는 규정을 신설하여-비장애인을 포함한 피해자에 대한-포괄적인 성적 강요의 행위수단까지 규정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40)
2. 성적 강요죄
(1) 폭행(Gewalt)
제국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폭행은 사실상 행하여지거나 기대되는 저항을 제거하 기 위하여 행하여지는 물리적 힘의 행사”41)를 말한다. 이러한 고전적 폭행개념은 전형적인 행위자관점의 폭행개념의 정의(Bestimmung aus der Täterperspektive)이 다. 근대적 개념에 있어서도 폭행은 “저항이 행하여지거나 기대되는 경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신체적으로 작용하는 강제가 이루어지는 모든 신체적 활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특히 폭행개념의 목적 론적 해석을 통하여 그 필요한 구성부분으로 ‘전형적인 행위자-피해자상황’ (typische Täter-Opfer-Situation) 및 ‘피해자의 관점’(Opferperspektive)까지 고려하 지 않으면 안 된다.42)
이러한 관점에서는 “정신화된 폭행개념”(vergeistigter Gewaltbegriff) 즉, 단순한 협박을 제외한 피해자에 대한 모든 심리적 및 물리적 영향도 피해자가 이를 단지 어느 정도 중요한 강제작용(Zwangseinwirkung)으로 느끼는 되는 때에는 이를 폭행 으로 평가하게 된다.43)
그러나 연방헌법재판소는 연좌시위와 관련된 폭행 개념의 이와 같은 확대해석에 대하여 기본법 제103조2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선언하였다.44) 왜냐하면 명확성의 원칙은 법치국가원칙의 특징으로 포괄적인 법적 안정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시민 은 어떠한 법적 효과가 그들을 위하여 규정되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폭행에서 신체적 강제효과(Zwangswirkung)의 표지가 다시 전면에 부상 하게 됨에 따라 폭행은 ‘목표설정, 강도, 작용방법에 따라 타인의 의사결정 또는 의 사활동의 자유를 폐지하거나 침해하도록 하는 또는 이에 적합한 유형력의 행사 또 는 기타 종류의 물리적 영향을 통하여 사람에 대하여 작용하는 강제’를 말하게 되 었다.45)
이에 따라 입법자는 폭행 개념의 협소화의 관점, 즉 제한적 폭행의 개념을 유지 하면서도 독일형법 제177조제1항제3호의 ‘무방비 영향방치 상태의 악용’이라는 새 로운 행위요건을 추가하여 가벌성의 흠결에 대응하였다. 독일형법에서 오늘날 폭행 개념의 확대해석이 불필요하게 된 이유이다.46)
(2) 신체 또는 생명에 대한 현재의 위험에 대한 협박
협박(Drohung)이란 미래의 해악의 발생이 협박자의 의사에 종속된, 명시적 또는 추정적(konkludente)인 해악의 예고47)를 말한다. 피협박자는 협박으로 인하여 공포 에 사로잡혀 자신의 판단에 영향을 받고 그 협박의 이행을 가능한 것으로 여기면 충분하다. 즉 행위자가 협박의 이행을 의도하였는지, 그리고 그것이 대체로 이행가 능한 것으로 여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행위자가 사실적으로도 또는 외견 상으로도 피협박자의 공포감에 의하면 사건의 지배자(Herr des Geschehens)라고48) 생각되는 것이 중요하다. 협박은 이미 과거에 행하여진 강제의 새로운 적용 또는 계 속에 대한 추정적 고지에 있어서도 존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독일형법 제240조의 강요죄에서는 강요수단인 협박의 내용이 제241조의 협박죄(Bedrohung)에서처럼 중죄의 실행에 국한되어 있지 아니하고 현저한 해 악의 고지만으로 충분하다.49) 그러나 제177조제1항제2호는 협박의 가중된 형태로 생명・신체에 대한 현재의 위험이 협박에 의하여 예고되어야 한다. 제177조제1항제2 호의 정도에 이르지 않는 협박의 내용은 제240조제1항과 동 제4항제2문제1호에 해 당할 수 있다.50)
(3) 피해자가 무방비 상태로 행위자의 영향에 방치되어 있는 상황을 악용하는 경우
제177조제1항의 구성요건에서 고전적 행위수단인 폭행・협박과 동등하게 새로운 행위수단인 제3호를 추가한 입법취지는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하지 않았거나 또는 최소한 생명, 신체에 대한 현재의 위험을 추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포나 두려움으로,51) 또는 피해자가 무방비상태로 되어 행위자에 대하여 항거를 해도 소 용이 없다고 인식하여 어쩔 수 없이 성적 행위를 수인하게 되는 경우52) 등 기타 정 신적・육체적인 장애인의 보다 나은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입법취지에도 동 제3호의 신설로 다음에 설명하는 제179조(항거 불능자에 대한 성적 남용)와의 한계설정이 문제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동 제3호 의 상황은 제179조제1항의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 제3호는 보호 없는 상 태의 단순한 악용에 추가하여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동에 대한 강요를 전 제로 하지만 제179조는 항거불능의 남용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제179조는 성 적 강요행위를 입증하기 어려운 사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벌성의 흠결을 메우기 위한 포괄구성요건(Auffangtatbestand)이기 때문이다.53)
3. 항거불능자에 대한 성적 남용죄
독일형법 제179조(항거불능자에 대한 성적 남용) 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타인의 항거불능인 상태를 남용하여 타인에 대하여 성적 행위를 하거나 또는 타인 으로 하여금 자기에 대하여 성적 행위를 하게 한 자는 6월 이상 10년 이하의 자유 형에 처한다. 1. 중독을 포함하여 정신적・심리적 질병이나 장애(Behinderung)54) 또 는 심한 의식장애로 항거불능인 자, 2. 신체적으로 항거불능인 자.55) 제179조는 제177조제1항의 의미에서 성적 행위의 강요가 될 수 없는 사람들, 즉 장애로 기타 충분한 저항의사를 형성할 수 없는 사람들의 형법보호를 위한 제177조 제1항에 대한 포괄구성요건으로 우리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죄, 준강제추행죄에 해 당한다. 여기서 성적 남용(Mißbrauch)이란 피해자가 처해 있는 상황을 악용하여 성 적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56)
본 조와 우리 형법 제299조와의 구성요건 표지상의 차이점은 독일형법은 심신상 실이 항거불능의 하나의 사유에 불과하지만 우리형법의 규정상으로는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의 상태가 각각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형법의 해석에 서도 심신상실은 동 제1호의 항거불능인 자로 확대하여 해석할 수 있다. 입법적 보 충이 필요한 부분이다.
법정형의 크기로 보면 우리 형법의 준강간죄는 강간죄, 유사강간죄, 강제추행죄 의 예에 의하지만 항거불능자에 대한 성적 남용죄의 불법의 크기는 6개월 이상으로 성적 강요죄(1년 이상) 보다 작다. 따라서 준강간죄가 이러한 의미를 가진다면 폭 행・협박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동의간음 정도의 불법의 크기를 가진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장애인준강간죄가 성폭력처벌법에서처럼 강간죄 이상의 형벌의 크기 를 가진다면57) 준강간죄 내지 장애인준강간죄는 더 이상 ‘준’강간으로 볼 수 없다. ‘준’(Quasi)의 문언적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58)
준강간죄는 간음 즉, 순결 내지 정조를 절대시하는 성적 인식에서 원래 폭행・협 박과 관계없이 행위자가 결과적으로 (비동의)간음을 했기 때문에 강간죄의 예에 의 하여 벌하는 범죄이다. 따라서 준강간죄에 대하여는 기술한 간음-남녀성기결합설 의 2분적 관점이 그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행위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유발한 것이 아니라면 준강간 죄는 강간죄의 형과 같이 또는 그 이상으로 무겁게 처벌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감경적 구성요건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준강간죄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피해자의 저항의사를 극복하고 간음하는 것이 아니라 폭행・협박이 없는-좀 더 간 음하기 쉬운 행위상황, 즉 직접적인 행위수단으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현재적 침 해가 없는 행위상황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신상실, 항거불능의 이 용과 같은 단순한 준강간의 상태이용은 감경적 구성요건인 준(準)성적 강요죄(항거 불능자에 대한 성적 남용죄)의 구성요건요소로 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
Ⅳ. 결론
성폭력처벌법 제6조제4항은 장애인준강간죄의 구성요건표지로 ‘항거불능’ 이외 에 ‘항거곤란’ 상태를 추가하여 특히 ‘현저한’ 항거곤란의 수준에 이르지 않더라도 장애인준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의 완화를 통한 형벌권의 적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을 택하였다.
그러나 성폭력처벌법에서 이와 같이 항거곤란을 추가함으로써 입법자가 의도한 바와 같은 장애인보호의 법해석을 명백하게 도출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항거곤란이란 개념 자체가 항거불능에 준하는 ‘현저한 항거곤란’이 아 니라 피해자의 의사형성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폭행・협박의 상황을 전제로 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성적 자기결정을 전혀 할 수 없는 심신상실, 항거불능과는 그 요건과 성질이 양적, 질적으로 상당히 다르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성폭력처벌법 제6조제5항의 ‘위력에 의한 장애인강간’은 동 제4항의 항거곤 란과 어떻게 다른지도 검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항거곤란이라는 개념 설정은 항 거불능의 요건을 완화하여 장애인을 광범위하게 보호하자는 것인데 그 요건을 완화 하면 장애인준강간죄와 위력에 의한 장애인강간죄와의 경계가 문제되기 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상 항거곤란이 준강간죄의 사유로 성립되지 않는다면 이를 형법에 포섭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행위수단으로서 강간죄의 폭행・협박의 의 미를 확대해석하는 방법이다. 즉, 대법원 판례처럼 최협의의 폭행・협박의 개념을 유 지하면서도 폭행・협박의 개념이 있었는지에 관한 기준을 구체화한 이른바 종합적 판단기준설을 채택하거나,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에 있어서 폭행・협박의 개념을 달리 해석하여 사실상 최협의의 폭행・협박의 요건을 완화하거나, 폭행・협박의 양 개념 그 자체를 협의의 폭행・협박으로 해석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에 따르면 기존의 간음의 개념에 관한 간음-남녀성기결합설에 대한 비판이 그대로 적용되며, 또한 명확성의 원칙과 관련하여서도 폭행・협박의 기준이나 폭행・협박의 개념의 확대가 문제될 수 있다.
둘째는 성적 강요행위의 또 다른 행위수단인 제3의 유형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여기서는 현행법의 해석을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의 맥락, 특히 성폭력 피해자보 호와 성폭력범죄의 예방의 차원에서 성적 행위의 개념을 재구성한다. 예를 들어 강 간 즉, 성적 강요행위를 입법적으로 또는 해석적으로 성폭력범죄의 기본적 구성요 건으로 하고 이에 준하는 항거곤란의 사유를 설정하는 것이다.
간음의 개념에 관한 간음-강요설(또는 간음-신체산입설)에 의하면 강간은 성적 강요에 의한 성교가 되는데, 그 대표적 입법형식인 독일형법 제177조제1항은 성폭 력형법에서 성적 강요죄를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하고 강간은 성적 강요죄의 가중적 예시형식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항거곤란 상황의 악용은 성적 강요의 통상적인 행위수단의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항거곤란’의 사유가 장애인준강간죄의 구성요건 이상으로-피해자에게 폭행・협박이 없음에도 그 공포나 두려움으로, 또는 피해자가 무방비 상태로 되어 행위자에 대하여 항거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인식하여 어쩔 수 없이 성적 행위를 수인하게 되는 경우에도-일반적 행위수단의 표지로서 작용한다. 이로써 장애인은 물론, 실제로 보호를 필요로 하는 비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획기적인 보 호를 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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