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13 총선 과정에서 억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국민의당 비례대표 김수민(30)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9일 밝혔다. 총선 때 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박선숙 의원과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에 대해선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사전에 논의·지시한 혐의로 고발했고, 관련 업체 대표 2명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선관위가 고발한 업체 등 6곳을 압수 수색했다. 국민의당 당사 압수 수색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 사건에 연루된 김수민 의원의 지도교수인 서울 모 대학 교수도 출국 금지했다. ▷관련 내용
▲ 논란의 중심에 선 2명 - 4·13 총선 당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 신분으로 선거 공보 업체들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비례대표 김수민 의원이 9일 오전 국회 의원총회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오른쪽 사진). 당시 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박선숙 의원도 이를 사전에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선거 홍보 비용으로 인쇄업체 A회사, 홍보업체 B회사에 각각 국고보조금 20억9000만원과 11억2000만원을 지불했다. A회사는 비례대표 선거 공보물 제작을 담당했고, B회사는 TV 광고를 대행했다. 이 과정에서 리베이트(사례금)로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이 A회사에 2억원을, 김수민 의원은 B회사에 1억원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A회사와 B회사는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벤처기업 '브랜드호텔'과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1억1000만원과 6820만원을 각각 건넸다. B회사는 자기 회사 명의로 체크카드를 발급해 국민의당 홍보 TF 팀원에게 6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렇게 A·B회사가 건넨 돈은 총 2억3820만원이다. 이 돈이 당 운영 자금으로 쓰인 것이 사실이라면 국민의당은 국고보조금으로 선거 홍보비를 낸 뒤 해당 업체로부터 리베이트 형식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김수민 의원은 이날 변호사를 대동하고 국회에 등장했다.
① 2억3820만원 어디에 썼나
선관위는 A·B회사가 김수민 의원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 명의 계좌에 2억3820만원을 보낸 사실은 밝혀냈지만, 이 자금의 용처는 밝히지 못했다. 검찰은 이 돈이 당에 유입됐는지 등을 수사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이용주 법률위원장은 "브랜드호텔이 정상적으로 이 회사들과 광고 관련 기획 등의 일을 하고 받은 대가"라며 "당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 자금의 일부가 국민의당 선거 홍보 비용으로 사용됐고, 일부가 아직 통장에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B회사가 한 계좌로 넣은 6820만원은 당 홍보 일을 했던 관계자들이 나눠 가지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여기에는 김수민 의원을 추천한 모 대학 교수가 연루돼 있다"고 말했다.
② 당 지도부가 직접 불법 지시했나
검찰은 이번 사건에 국민의당 지도부가 개입했는지도 밝힐 필요가 있다. 김경록 대변인은 "A·B회사와 김수민 의원의 브랜드호텔 간 거래는 당이 전혀 모르는 부분"이라며 "김 의원은 비례대표 7번을 받은 뒤 브랜드호텔 대표직을 사직했기 때문에 (문제의 자금이) 리베이트인지 공정한 계약에 의한 것인지 당은 알 수도 없고 관여할 일도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선관위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 등이 리베이트를 요구했다는 진술이 나왔다"고 했다. 박선숙 의원과 왕 전 부총장은 2012년 대선 때부터 안철수 대표와 일해온 사이다.
③ 사건 관여자가 왜 하필 비례대표 7번?
검찰이 김수민 의원이 당선 안정권인 비례대표 7번을 받은 것과 이번 사건의 연관성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국민의당은 "공천 헌금 등으로 보도하면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할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A·B회사와 국민의당 사이에서 김 의원의 브랜드호텔은 중개자 역할을 했다.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이 A회사에 돈을 요구하면서 브랜드호텔과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그건 A·B회사와 브랜드호텔 간의 문제일 뿐 당과는 관련 없다"고 했다.
④ A,B회사는 국민의당과 관련 없나
A·B회사는 연매출 10억원대 회사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전국 선거에서 홍보는 가장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검증된 회사에 맡기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국민의당이 매우 작은 곳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창당 초기 당 로고(PI) 제작을 김수민 의원의 브랜드호텔에 맡긴 바 있다. 그러다가 선거 홍보는 브랜드호텔이 아닌 A·B회사와 계약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A·B회사가 김수민 의원 혹은 국민의당 측과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밝히지 못했다"고 했다.
▲ 김수민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 *자료 MBC 뉴스 갈무리
■ 국민의당, 선관위 반박…박선숙·김수민 사건 '적극 해명’(2016.6.9)
또 조만간 객관적 사실관계를 알아볼 수 있는 TF팀을 꾸리는 한편 검찰 조사에도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주 당 법률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선관위가 지적한 부분들에 대해 반박했다.
앞서 선관위는 △박 의원이 20대 총선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가운데 당이 김 의원을 통해 선거공보물 제작업체로부터 1억1000여만원 등의 리베이트를 받은 점 △TV광고를 대행하는 업체로부터 6820만원을 제공받은 점 △TV광고 대행업체로부터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당 선거홍보 관련 TF팀이 6000만원을 제공받은 점 등을 문제삼았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당이 김 의원을 통해 선거공보 제작업체로부터 1억1000여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걸로 돼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정상적 계약을 하고 그 계약 대가로 지급받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
그는 이어 "TV광고 대행업체에서 6820만원을 제공했다는 것 역시 6600만원 정도로 확인했는데, 이 부분도 리베이트 명목이 아닌 선거 광고와 관련된 기획을 제공하고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 "(TV광고 대행업체에서) 체크카드 발급을 해 (당측에) 6000만원 가량 제공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현재까지 김 의원이나 당직자 누구도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의문은 남았다. 우선 국민의당은 김 의원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과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는데, 이를 관련업계의 '통상적인 룰'로만 설명했다.
또 김 의원이 당 비례대표 후보가 되면서 브랜드호텔과 직접적으로 계약을 맺는 게 껄끄럽게 되자 브랜드호텔의 하청업체(세미콜론)를 앞세우되, 실질적으로는 브랜드호텔이 일을 도맡아 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짧은 시간에 (기획능력이 있는 다른 업체를) 구하기 어려워 기존에 일하던 브랜드호텔이 같이 작업을 한 것으로 이해해달라"며 "당은 창당부터 공천까지만 하더라도 일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거나 챙길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이 체크카드에 대해 설명하면서 "일부 외부사람이 체크카드를 사용한 적은 있으나 당이나 당직자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한 점도 궁금증으로 남았다.
이 위원장은 '외부사람'에 대해 "세미콜론 대표와 친분이 있는 사이로, 추측컨대 브랜드호텔을 소개해준 친분관계로 이익금 일부를 받지 않았겠나 싶다"며 "(하지만) 당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리베이트'나 '공천헌금'이라고 언급한 보도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선관위) 보도자료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리베이트'나 '공천헌금'이라고 언급한 기사 부분들에 대해선 추후 명예훼손 등의 문제(제기)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