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朴承用 2016.05.20
국가 기념곡은 式의 참석자들이 의무적으로 제창해야 하는 곡인데, '임을 위한 행진곡'은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된 적이 없기에 이를 강요해선 안 된다.
〈그는 계속해서 물었다.
“너는 일기장에 ‘자유는 2플러스 2는 4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라고 써놓은 것을
기억하나?”
“예”라고 윈스턴은 말하였다.
오브라이언은 왼손을 들어서 윈스턴 쪽으로 손등을 향하게 하고 엄지를 숨겨서
손가락 4개 만을 뻗쳤다.
“내가 지금 손가락 몇 개를 쳐들고 있나?”
“4개입니다.”
“그런데 만약 당에서 4개가 아니고 5개라고 한다면 몇 개이지?”
“4개입니다.”
윈스턴의 대답은 격심한 고통으로 끝났다. 전기 고문기계의 바늘 침이 55까지 올라간 것이다. 윈스턴의 全身으로부터 땀이 튀어 나왔다. 바람이 폐를 잡아 찢으며 들어 왔고 이를 악물고 있어도 고통의 신음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조지 오웰, <1984> )
<1984>에 나오는 오세아니아는 공산당이 지배하는 전체주의 국가이다. 黨(당)이 인민의 신체 뿐 아니라 정신까지도 지배한다. 당이 진리(truth)로 간주하는 것은 무엇이든 진리이다. 당이 2+2는 5라고 하든 4라고 하든 모두 정답이다. 당의 눈을 통하지 않고는 실재(reality)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당은 영원불멸이고 개인은 죽어서 無가 되기 때문에 개인의 가치판단이나 생각이나 감정은 용납될 수 없다. 자유라는 개념 자체가 폐기 되었다.
당의 슬로건 ‘자유는 종속이다.’(Freedom is slavery)는 옳다. 당의 말에 무조건 노예처럼 순종하는 게 자유라는 것이다. 그래서 당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는 개인의 독립적인 생각을 영원히 박멸시키는 것이다. 생각이라는 단어 자체도 있을 수 없다. 오세아니아 인민의 정통성은 생각하지 않는 것―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에 있음을 의미한다. 정통성은 ‘의식이 없음’이다.
공공장소에서나 텔레스크린(telescreen)의 可視(가시)거리 안에 있을 때는 마음 속의 생각이 드러나게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얼굴의 경련, 무의식중에 드러내는 걱정 어린 표정, 중얼거리는 습관―정상적인 것이 아니거나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은 무엇이든―은 위험하다. 여하튼 당에서 무언가를 발표할 때 적절하지 않는 표정을 하는 것은 범죄이다. 심지어 얼굴 표정이 적절하지 않을 때 처벌받는 표정범죄(facecrime)라는 단어도 있다. 오세아니아의 심리학자들의 임무는 오로지 얼굴 표정, 몸짓, 음성의 표정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범죄자들은 대부분 재판도 없이 간단히 사라질 뿐이다. 그리고 모든 기록에서 이름이나 행적이 모두 삭제된다. 그래서 범인이 세상에 존재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없어지고, 폐기처분 된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 기념식장에서 국가보훈처장이 항의를 받으며 쫓겨나다시피 했다. ‘임을 향한 행진곡’을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하라는 요구를 거절하였다는 이유이다. 일부 유족들이 난동을 부리고 야당은 분노하여 대통령에게 보훈처장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도 이에 加勢(가세)하여 처장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좌파 신문은 물론이고 일부 보수 신문도 보훈처장 때리기에 합세하고 있다. 마치 보훈처장이 큰 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몰아간다.
국가 기념곡은 式의 참석자들이 의무적으로 제창해야 되는 곡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국가 기념일에 제창으로 의무적으로 불러야 할 이유가 현재로선 없다. 기념곡으로 지정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임을 향한 행진곡’은 “특정단체들이 ‘민중의례’ 時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묵념하지 않고 민주열사에 묵념하며 애국가 대신 부르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노래”(보훈처)이기도 하다.
무엇인가를 강요하거나 강제하는 것은, 북한 같은 生地獄(생지옥)이나, 오세아니아 같은 극악의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참담하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강제하는 것이 반(反)민주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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