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2016.04.29
Ⅰ. 직무 성과급제 대두 배경과 검토 필요성
성과급제나 직무급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은, 최근 근로제공 시간의 길이와 근로제공의 양(量)이 중요했던 과거 제조업․생산직 근로자 중심의 산업구조가 서비스업과 연구․영업․사무직 등 근로제공의 질이나 성과가 강조되는 산업체계로 재편되면서 근로시간에 따른 시간급 임금제를 중심으로 하는 임금체계가 더 이상 현실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합리적으로 설계되고 공정하게 운영되는 직무급 및 성과급제는 근로자들의 근로제공 및 능력향상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임금체계 개편 움직임은 충분히 신중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전통적 임금개념에 입각하여 임금을 정의하고, 임금의 지급방법, 계산방법, 구성항목을 명시하도록 하고, 1개월마다 한 번씩 정기적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면서, 시간급 임금을 기준으로 연장근로시간에 대하여 가산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은 직무급 또는 성과급제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입법되었다.
따라서 직무급제나 성과급제는 기본적으로 우리 근기법과 친한 제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새로운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근기법의 관련 규정들을 적절히 정비하여야 할 시점이 되었다.
Ⅱ. 현행 법체계 안에서의 직무․성과급제 도입과 운용
비록 직무급제나 성과급제가 우리 근기법 체계와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하나, 기업들은 법률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현행 근기법의 규율에 맞추어 직무급제와 성과급제를 운용 하여야 한다. 현행법 하에서의 직무급․성과급제를 도입하고 운용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사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 직무․성과급제의 도입 절차
(1)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도입
근기법 제93조 제2호는 임금의 결정·계산·지급 방법, 임금의 산정기간·지급시기 등을 취업규칙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직무급․성과급을 도입할 때에도 취업규칙에 직무급․성과급제 적용 대상자의 범위, 지급 방법으로서 월급제를 택할 것인지 연봉제를 택할 것인지 여부, 급여액의 결정 기준, 직무급․성과급제의 구조 등을 기재하여야 한다.
직무급․성과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 문제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직무급․성과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일부 근로자가 수령하는 임금이 감소하게 되는 경우 불이익 변경으로 보게 된다(부산지법 2013가단21019).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면 근기법 제94조 제1항에 따라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직무급․성과급제 도입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이 불이익 변경이라고 판단되는데도 불구하고 근로자 과반수 등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 취업규칙 변경은 원칙적으로 무효가 된다. 하지만,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의 존재와 내용을 수용하고 신규 입사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동의 없이도 변경된 임금체계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대법원 91다45165 판결).
(2) 단체협약 개정을 통한 도입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직무급․성과급제를 규정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곧바로 전체 근로자에게 적용될 수는 없다. 조합원에 대해서는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단체협약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단체협약에 직무급․성과급제 도입과 관련된 사항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노동조합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조합이라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5조에 따라 사업장 내 일반적구속력이 인정되어 전체사업장에 변경된 단체협약상의 임금체계 개편 사항이 적용될 수 있다.
(3) 노사협의회를 통한 도입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9조에 따라 노사협의회에서 성과급제 도입에 대한 협의를 노사협의회에서 진행하거나 의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직무급제 또는 성과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이 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의 과반수로부터 동의권을 위임받은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의 대표인 경우에는 적법한 동의권을 가질 수도 있다(대법원 92다28556.). 취업규칙 변경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근기 68207-2144.).
2. 직무․성과급제의 운용
(1) 지급 방법
임금성이 인정되는 직무급이나 성과급은 명칭에 불문하고 근기법상 규정된 임금지급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직무급제의 경우에는 급여를 월급제로 지급할 수도 있고 연봉제 형태로 지급할 수도 있다. 성과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지만 지급시기와 평가시기를 일치시키는 것이 자연스럽고, 그러한 점에서 성과급제의 경우 연봉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근기법 제43조 제1항은 임금 통화지급 원칙, 직접지급 원칙, 전액지급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2항에서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고 하여 정기지급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임금 정기지급 원칙은 강행규정으로서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연봉제 하에서도 사용자는 최소한 연봉금액을 1/12로 나눈 금액을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에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근기법 제56조는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규정하고 있다. 즉 사용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직무급제 임금체계를 택하는 경우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 이외에도 해당 직무를 수행하게 된 경우 근기법 제56조에 따른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성과급제 하에서 연봉제 지급방법을 취하고 있는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위반하면 사용자는 근기법 제10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하지만, 성과급제는 근로제공 시간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근로자가 이루어낸 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다소 문제가 있다. 가산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괄연봉제에 합의한 경우에도 실제 연장근로 제공 시간이 포괄연봉 합의시 합산하기로 예정한 연장근로시간을 초과한다면 그 초과분에 대해 사용자가 가산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Ⅲ. 직무․성과급제와의 조화를 위한 근기법 개정 방향
근로기준법은 근로제공 시간을 기초로 한 “근로”의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근기법상 “근로의 대가”도 개념도 자연스럽게 근로를 제공한 시간의 길이 또는 근로제공의 양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대가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근로자 개인의 역량에 주목하여 특정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의 질과 성과, 그 근로자가 담당하는 직무의 가치에 따라 공평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임금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종전의 임금 개념과 임금 지급 관련 규정들은 수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임금 결정 방법의 제한과 개선방안
근기법 제96조와 제97조는 근로계약에 대한 취업규칙의 효력상 우위, 취업규칙에 대한 단체협약의 효력상 우위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임금 규정도 사용자와 근로자 개인의 합의가 단체협약에서 정하는 것에 위반할 수 없다. 항상 단체협약이 우선하는 이러한 임금결정 체계 하에서는 사용자와 근로자 개인 사이의 임금에 대한 합의는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 된다.
임금 산정 방법, 계산 방법, 지급 방법 등을 노동조합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통제를 받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단결을 통해 근로자들의 교섭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필요불가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집단 결정 체계는 임금 수준 결정에 있어서는 하향평준화의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중요한 가치를 인정받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높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근로자들로서는 이러한 집단 결정 체계가 오히려 근로조건 향상 기회를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도 있다.
집단적인 임금결정체계 하에서는 개인의 성과와 능력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하고 유연성 높은 임금체계가 만들어지기 어렵다. 교섭 편의성과 구성원 사이의 공평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 결과 근로자 집단 전체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임금체계가 만들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취업규칙상 보수규정, 단체협약상 임금협약 등에 따라 결정되는 임금산정 방법과 결정액은 해당 사업장에서의 최저기준이 되도록 하고 비록 조합원이라 하더라도 단체협약상 임금수준을 상회하는 별도의 임금 합의를 사용자와 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규범상 제약의 문제라기보다는 노사 간 인식의 문제라고 볼 여지도 있다. 단체협약상 임금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특정 조합원에게 지급하는 것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의 부당노동행위로 보지 않도록 법규정을 정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2. 임금 지급 방법 제한과 개선방안
성과급제 하에서는 급여가 근로제공의 가치 또는 결과에 대한 보상이 되기 때문에 해당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를 일정한 시기마다 지급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크지 않다. 따라서 임금을 1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지급하도록 강제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가하고 있는 현행 근기법의 규율 방식은 더욱 유연한 방법이 사용될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
임금을 소위 1임금지급기인 1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기본적인 원칙은 그대로 유지하되, 일정한 요건 하에 노사가 합의한 경우에는 임금 지급기일이나 기간을 노사가 합의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합의된 기간 중의 일정한 기한 안에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유연한 예외를 인정하는 법개정 방안들이 검토되어야 한다.
3. 법정수당지급 문제와 개선방안
〔개선이 필요한 근거법 규정과 개선 방향 예시〕
근로제공의 양이나 근로시간의 길이가 아닌 근로제공의 결과와 성과가 근로대가 산정의 중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면, 가산임금은 근로제공 시간의 길이나 근로제공의 양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업종이나 직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고 그렇지 않은 업무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성과급제 하에서 완전 연봉제를 취하면서 가산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총 연봉 액수에 가산임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합의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근기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현실을 살펴보면 성과급제를 택한다고 해서 가산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가산임금 체계를 유지하되, 가산율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자율의 영역을 확보하면서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가산율이 “0”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예외를 인정하는 요건으로는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의 서면합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도록 한다면 제도의 남용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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