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위반·명예훼손
【 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도2910 선고 판결 】
판시사항
[1] 후보자비방죄의 성립요건인 '사실의 적시'의 의미
[2] 후보자비방죄의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당선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의 구체적 판단 기준
[3] 컴퓨터 통신에 게재한 통신문의 내용에 사실의 적시 및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 없다고 보아 후보자비방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51조 본문의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하고,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 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정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51조 위반의 죄(후보자비방죄)는 고의 외에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을 범죄성립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임은 그 법문상 명백하고, 그 목적에 대하여는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고 할 것이나, 그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피고인과 후보자 또는 경쟁 후보자와의 인적관계, 행위의 동기 및 경위와 수단·방법, 행위의 내용과 태양, 상대방의 성격과 범위, 행위 당시의 사회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컴퓨터 통신에 게재한 통신문의 내용에 사실의 적시 및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후보자비방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1. 원심판결 이유의 요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은 1993. 12.경 컴퓨터 통신 천리안에 가입한 자로서, 국민회의 소속으로 제15대 국회의원선거(선거일 1996. 4. 11.)의 출마예정자인 공소외 박지원이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그의 주거지에서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하여 천리안에 개설된 주제토론실에, (가) 1996. 2. 8. 23:43경 "국민회의 대변인 박지원이 에세이집을 발간했다는데 나는 국민회의에서 김대중만큼 싫어하는 사람이 박지원이기 때문에 그가 책을 썼다는 기사를 읽고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꼴값 떨고 있네」 …… 국민회의 논평을 듣고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사람들이 솔직히 좀 이상하게 보인다. 그 사팔뜨기가 부천 어디에서 출마한다는데, 당선 여부가 전국에서 가장 궁금한 지역 중의 하나이다. 아무튼 …… 가장 많은 저질 발언을 한 박지원이 수필집을 썼다는 말을 들으니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라는 내용의 통신문을 게재하고, (나) 같은 달 9. 17:07경 "정치가 저질이라기보단 박지원 개인이 저질이어요. 신한국당 손학규의원(대변인)이 박지원만큼 저질적인 발언을 하던가요? …… 박지원의 수준이 꼭 자해공갈단 수준이라는 생각을 안하십니까?"라는 내용의 통신문을 게재하고, (다) 같은 달 11. 23:02경 "박지원이 저질인 근거를 대보라구요? …… 박지원이 과거 전두환 정권에게 붙어 아부했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따위 저질스러운 이야기를 대변인이 해도 되는 것입니까? …… 그런 놈들은 5·6공 정권에 빌붙어 사는 것이 훨씬 어울리는 인간이어요. ……"라는 등 내용의 통신문을 게재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위 박지원을 비방하였다라는 요지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 사건 통신문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피고인의 박지원의 발언에 대한 주관적 평가라 할 것이고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이하 '공직선거법'이라 한다) 제251조 위반죄의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고, 나아가 그 판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은 정당과는 전혀 연관 없이 은행원으로 재직하면서 평소 컴퓨터 통신과 정치분야에 취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어 종종 컴퓨터 통신에 개설된 주제토론실에 정치문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통신문을 게재하여 왔는데, 제15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자 1996. 2. 7.경 천리안 통신의 주제토론실에 "대선과 총선결과를 점친다"라는 주제로 토론방이 개설된 사실, 피고인은 국민회의를 반대하는 입장이고 그 대변인으로서 품위 없는 발언을 하는 박지원도 싫어하였는데, 박지원이 선거에 즈음하여 수필집을 발간했다는 소식을 듣자 그의 발언과는 어울리지 않는 행태라고 생각하고 이를 비난하려는 동기에서 위 주제토론실에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가)와 같은 내용의 통신문을 게재하였고, 이에 다른 통신가입자들이 "정치판 전체가 저질이다", "박지원이 저질인 근거를 대라"는 등의 반박문을 게재하자 다시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나), (다)와 같은 내용의 통신문을 게재한 사실, 피고인은 같은 해 2. 18. 22:37에도 민주당에 관한 의견을 담은 통신문을 게재하였지만, 위 토론방 참여자들이 지역감정에 치우치는 것을 보고 통신문을 더 이상 게재하지 아니하였다가, 같은 해 4. 7. 22:38경 아직도 위 토론방에서 토론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오랜만에 들러보니 아직도 떠들고 계시군요. …… 님 같은 김대중 환자들 때문에 토론에 참가하는 자체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시고 좀 자제하시기를…"이라는 내용의 통신문을 게재한 사실, 피고인이 이 사건 통신문을 게재하기에 앞서 1996. 초경 일간신문에 정당대변인으로서의 박지원의 발언에 대하여 다른 정당에서 그 발언이 자해공갈단 수준의 저질이라는 등으로 반박하였다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된 바 있는 사실, 피고인은 이 사건 통신문을 게재할 당시 광명시에 거주하여 박지원의 출마예정 선거구인 부천시의 주민도 아니었던 사실 등의 정황적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각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통신문을 게재할 당시 피고인에게 공직선거법 제251조 위반죄의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도 부족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공직선거법 제251조 본문의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하고,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정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대법원 1996. 11. 22. 선고 96도1741 판결 참조),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통신문의 내용은 그 대부분이 정당 대변인으로서의 박지원의 발언에 대한 피고인 자신의 경멸적 평가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것이고, "박지원이 과거 전두환 정권에 붙어 아부했다", "그 사팔뜨기가 부천 어디에서 출마한다는데" 등 일부분이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있는 것도 있으나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이 사건 통신문의 문맥, 당시의 사회상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간에 치열한 공방이 있었던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면, 그 일부분도 평가를 위한 전제로서 구체적 사실을 나열하였다기보다는 평가의 표현내용을 이루는 것이므로, 전체적으로 볼 때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한편, 공직선거법 제251조 위반의 죄(후보자비방죄)는 고의 외에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을 범죄성립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임은 그 법문상 명백하고, 그 목적에 대하여는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고 할 것이나, 그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피고인과 후보자 또는 경쟁 후보자와의 인적관계, 행위의 동기 및 경위와 수단·방법, 행위의 내용과 태양, 상대방의 성격과 범위, 행위 당시의 사회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 원심이 인정한 피고인의 직업·취미 등 개인적 요소, 피고인이 이 사건 통신문을 게재하게 된 동기(저질 발언을 하는 사람이 수필집을 발간한 것에 대한 비난), 경위(쌍방향적인 컴퓨터 통신에 있어 다른 통신가입자의 반박에 대한 대응), 그 후의 태도와 당시의 사회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통신문을 게재한 것은 자신이 반대하는 정당의 대변인 지위에 있는 사람의 품위 없는 발언을 비난하고 정당별 의석수 등 전체 선거결과에 대한 관심을 표시한 것일 뿐,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박지원이라는 특정인을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통신문의 내용에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 이 사건 통신문 게재 당시 피고인에게 박지원을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한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소론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공직선거법 제251조 위반의 죄(후보자비방죄)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 (재판장) 대법관 박만호 대법관 박준서 (주심) 대법관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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