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제목: 등록부정정(성별정정)

○사건번호: 서울서부지법 2030호파1406

○선 고 일: 2013.11.19

 

【판결요지】

 

신청인이 남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하고, 수술 등을 통하여 신체 외관상으로도 남성으로 보이고, 그 생활 역시 남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다시 여성으로 재전환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단지 외부 성기를 구비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 하나로 그를 가족관계등록부 상 여성으로 묶어 두는 것은 신청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판례 전문】

 

1. 이 사건의 핵심 판단사항

 

생물학적으로 여성 또는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그 반대의 성에 대한 귀속감을 가지고 반대의 성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하며 살아가기를 원하는 성전환증은 의학적으로 성정체성 장애에 속하는 질환으로 분류된다. 국제보건기구(WHO)의 제10차 국제질환분류(ICD-10, 1994)에서는 성전환증을 자신의 해부학적 성에 대한 불편함이나 부적절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과 반대되는 성으로 살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그리고 선호하는 성의 신체에 자신의 신체가 가능한 일치되도록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고자 하는 욕구라고 정의하면서, 성전환증으로 진단되려면 전환된 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최소한 2년 이상 지속되어야 하고, 다른 정신장애증상 또는 성염색체 이상이 존재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와 같은 성전환증을 가진 성전환자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별정정 신청에 관하여 대법원은 2006. 6. 22.200442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성별정정의 요건과 절차 등에 관한 명시적인 법률의 규정이 없음에도 당시 시행중이던 호적법 중 호적의 기재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유루가 있을 때 법원의 허가에 의한 호적의 정정을 규정한 제120(2013. 7. 30. 법률 제11950호로 일부 개정된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4조와 동일한 조항임)에 의거하여 성별정정이 가능함을 천명하였고, 그 이후의 2011. 9. 2.2009117 전원합의체 결정에서도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정정이 가능하다는 원칙을 재차 밝힌 바가 있다.

 

따라서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성전환자{Male to Female, 이하 엠티에프(MTF)’라 약칭한다} 또는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전환자{Female to Male, 이하 에프티엠(FTM)’이라 약칭한다}를 불문하고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4조에 의해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정정이 가능함은 대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명백하다.

 

이 사건의 신청인은 성장기부터 여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남성으로의 귀속감을 나타내면서 성인이 된 후에는 사회적으로 남성으로서의 삶을 살다가 의사의 진단 아래 호르몬 치료, 가슴제거 수술, 자궁과 난소난관 절제술 등 성전환을 위한 의료적 조치 중 외부성기 형성만을 제외한 나머지 조치를 마쳐 남성의 신체 외관을 갖추었고, 현재 남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할 뿐만 아니라,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남성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주위에서도 그렇게 인식되고 있으며 신청인의 가족들 또한 신청인의 성별정정에 찬성하고 있고, 달리 신청인의 성별정정으로 인하여 신분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받게 될 사람 또한 찾아보기 어려우며, 위 각 대법원 결정을 바탕으로 성별정정 업무처리의 통일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현행 사무처리지침에서 규정한 법원의 조사사항 중 미혼으로 자녀가 없고, 여성으로서의 생식기능의 소멸 등의 사유로 여성으로 재전환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으며, 범죄 또는 탈법행위에 이용할 의도나 목적으로 성별정정 허가신청을 하였다는 사정을 찾아 볼 수 없으므로, 남성으로서의 외부성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점을 제외하고는 위 각 대법원 결정 및 현행 사무처리지침에서 정한 성별정정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외부성기의 형성은 신체구조 특성상 남성의 외부성기를 갖추는 것이 여성의 외부성기를 갖추는 것보다 의학적으로 더 어렵고 경제적으로 비용도 많이 든다는 점 때문에 엠티에프(MTF) 보다는 이 사건의 신청인과 같이 에프티엠(FTM)의 경우에 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에 있어서 변환된 성으로의 외부성기를 갖추는 것이 필요한 것인가에 관하여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오랜 기간 논의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하에서는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4조에 의하여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함에 있어서 에프티엠(FTM)의 경우에 외부성기의 형성이 필수적인지에 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2. 법원의 판단

 

우리 헌법은 제1조에서 우리나라가 민주국가임을 천명하고 있다. 민주사회는 국민 개개인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평등하게 자신이 지니고 있는 기본 특성을 인정받을 때 유지된다. 이러한 민주사회의 특징은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를 해하지 아니하는 한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이 없는 존경과 배려로 서로를 관용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관용은 나에게 편안한 사람들과 편안한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공간을 내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불편한 사람들과 불편한 삶의 방식을 함께 할 공간을 내어 주는 것으로서 차이를 뛰어 넘는 동등과 배려와 존중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먼저 신청인은 성장기부터 여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남성으로의 귀속감을 나타내면서 성인이 된 후에는 사회적으로 남성으로서의 삶을 살다가 의사의 진단 아래 호르몬 치료, 가슴제거 수술, 자궁과 난소·난관 절제술 등 성전환을 위한 의료적 조치를 마쳐 남성의 신체 외관을 갖추었고, 현재 남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할 뿐만 아니라,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남성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주위에서도 그렇게 인식되고 있으며 신청인의 가족들 또한 신청인의 성별정정에 찬성하고 있고, 달리 신청인의 성별정정으로 인하여 신분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받게 될 사람 또한 찾아보기 어려우며, 여성으로서의 생식기능의 소멸 등의 사유로 여성으로 재전환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으며, 범죄 또는 탈법행위에 이용할 의도나 목적으로 성별정정 허가신청을 하였다는 사정도 찾아 볼 수 없다.

 

반면 현재 신청인의 삶은 정신적으로 남성으로서의 성주체성이 확고하고, 신체적 외관도 남성으로 되었음에도 가족관계등록부 상 여성으로 되어 있어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신분이 밝혀질 것이 두려워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지 못한 채 일용직 등을 전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이 두렵고, 선거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등 이 사회 속에서 여성도 아니고 남성도 아닌 매우 불안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남성의 외부성기를 갖추기 위하여는 그 수술 자체가 어렵고 신체를 많이 훼손하여 생명의 위험을 감수하여야 하며 그 후유증 또한 만만하지 아니하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질병이 있는 경우 수술을 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수술비용이 고가여서 이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외부성기에는 음경해면체가 없기 때문에 발기가 안 되고, 신경이 거의 재생되지 않아 본래 성기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은 여러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신청인이 남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하고, 수술 등을 통하여 신체 외관상으로도 남성으로 보이고, 그 생활 역시 남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다시 여성으로 재전환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단지 외부 성기를 구비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 하나로 그를 가족관계등록부 상 여성으로 묶어 두는 것은 신청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외부성기의 요건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신체의 외부를 법적으로 변경되고자 하는 성별에 보다 일치시키려는 것인데, 앞서 본 사회적 인식(주위 사람들이 모두 신청인을 남성으로 인식하고 있다), 수술의 위험성, 신체의 훼손 정도, 그 수술 기간과 비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신청인에게 외부성기를 요구하는 것은 그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보다 그로 인해 신청인에게 발생하는 정신적·신체적 침해가 심대하여 헌법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수단의 적합성이나 침해의 최소성의 원칙에도 위반된다.

 

그렇다면, 신청인과 같이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별정정의 허가에 있어서 외부성기의 형성을 요구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위헌성이 있고, 위 각 대법원 결정 및 현행 사무처리지침을 해석함에 있어서도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별정정을 허가함에 있어서는 외부성기의 형성을 그 요건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해석할 여지도 충분하므로, 신청인의 이 사건 신청이 외부성기 형성을 제외한 위 각 대법원 결정 및 현행 사무처리지침에서 정한 성별정정 허가의 요건을 충족한 이상 신청인의 가족관계등록부 중 성별란의 기재를 에서 으로 정정하는 것을 허가함이 타당하다.

 

판 사 강 영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