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2015.11.27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었던 수출이 10개월 연속 줄어들고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조선·철강·자동차 등 우리 주력 산업이 고전하는 위기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직 경제 관료와 대학교수, 정치인 등 지식인 1000명이 현 위기를 백척간두(百尺竿頭·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선 위험한 상황이란 뜻)’ ‘미증유의 위기로 규정하고 정치권과 재계, 노동계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여한 경제 위기에 적극 대처를 촉구하는 지식인 모임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미증유의 경제 위기 적극 대처를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이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경제 활성화 법안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전직 경제 관료와 정치인, 교수 등으로 구성된 '경제 위기에 적극 대처를 촉구하는 지식인 모임' 2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미증유의 경제 위기 적극 대처를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이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경제 활성화 법안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우리 경제는 반도체, 선박,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의 노쇠화로 수출이 꾸준히 감소하고, ‘좀비 기업(부실기업)’이 급증하는 등 도처에 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35~55의 인구가 2011년을 정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성장률 하락 등 대외 국제 환경 역시 매우 심각하다고 했다.

 

지식인들이 대한민국 전체의 각성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 매출은 2006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132257조원을 기록했던 기업 매출은 지난해 2231조원으로 26조원(1.2%)이나 줄었다. 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제조업(-1.4%)은 물론 도·소매업(-5.1%), 숙박·음식점업(-3.0%), 부동산·임대업(-10.2%) 매출도 줄었다. 기업들의 매출 감소세는 올해 들어서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기업들의 마이너스 성장은 수출 부진에 따른 영향이 컸다. 지난달 수출액은 4347000만달러로 지난해 10월에 비해 15.8%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8(-20.9%)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월별 수출 증가율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동 개혁을 서두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등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을 제출했지만, 정치권 공방으로 진척이 거의 없다.

 

이에 지식인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 대책 마련과 좀비 기업 구조조정,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법률안과 한·, ·뉴질랜드, ·베트남 FTA 비준안 처리, 청년 실업 완화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 기업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 노동계의 파업 자제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치권은 정파적 이익의 포로가 돼 위기 대처의 골든 타임을 놓치고 있다국민과 경제주체들의 상황 인식과 정치권의 대처 의지는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언은 바른사회 시민회의에서 활동하는 조동근 교수와 오정근 건국대 교수, 김기수 변호사 등이 주도했으며, 송정숙 전 보건사회부 장관,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 등이 참여했다. 오 교수는 빨리 노동법을 개정해 기업 구조조정과 노동 시장 유연화를 통해 부실을 털어내지 않으면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한국 경제가 경각에 달려 있는데 정치권에서 법안 처리를 하지 않아 큰 위기감을 느껴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치권이 우리 말을 얼마나 존중할지는 모르겠지만, 촉구하는 것이 도움되고, 정부와 국회에 맡겨 두는 것보다는 지식인들도 나서는 게 옳다는 판단에 따라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식인들은 기자회견 후 국회를 방문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성명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다른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면담을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