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08  

재래식 무기 약간 앞서지만 비대칭 전력은 절대 열세

남한 군사력의 우세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중요한 근거

民主黨, 戰作權 전환 재연기 요청에 국민 사과 요구

南韓, 37년간 국방비로 3473억 달러 써

 

2007101국군의 날기념식에 참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 그는 우리 군이 쓴 국방비가 북한보다 많고 군사력도 강하다는 논리로 전작권 환수를 주장했다.

 

정부는 최근 미국에 북핵(北核) 위협 급증 등을 이유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다시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작권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때 국군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으로, 1950717일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이양한 이래 60여 년간 사실상 주한미군사령관(유엔사사령관, 한미연합사사령관)에게 있다.

 

전작권(戰作權) 문제는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이 대못을 박아놓았던 사안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59월부터 미국과 전작권 전환을 협의했다. 미국은 20067월 제9차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SPI)에서 “2009년에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은 지금 당장에라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20072, 한미 양국은 ‘2012417에 전작권을 한국군에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그 일정대로라면 이미 전작권은 한국군 단독으로 행사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전작권 전환은 한 차례 연기됐다. 2010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이명박 정부가 미국에 연기를 요청해 201512월로 늦춰졌다. 지금은 한미 양국이 전환 시기를 2015년 이후로 늦추자는 논의를 하는 중이다.

 

盧武鉉, “그 많은 돈(국방비)을 우리 군인들이 떡 사먹었느냐?

 

이에 민주당은 정부에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718일 장병완(張秉浣)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자기 나라 군대의 지휘권을 다른 나라에 양도하는 나라는 없다정전 60주년을 맞는 국군이 이미 한 차례 연기한 전작권 전환 시기를 또다시 연기하는 데 대해 (정부는)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 반대 논리는 에서 출발한다. 다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장이다.

 

2007227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시점을 합의하고 귀국한 김장수 당시 국방부장관(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작전통제권, 자기들 나라, 자기들 군대 작전통제권 한 개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놔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단 얘깁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중략) 한국군이 방위력이 얼마만큼 크냐. 정직하게 하자. 언제 역전된 걸로 생각하십니까, 여러분. 대개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에 실질적으로 역전된 것으로 보지 않습니까. (중략) 그래도 지금까지 한국의 국방력이 북한보다 약하다면 70년대는 어떻게 견뎌왔으며, 그 많은 돈을 우리 군인들이 다 떡 사먹었느냐?”(2006122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 연설 중)

 

오랜 기간 우리 군이 쓴 국방비가 북한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전작권을 환수해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럴까.

 

군사력 대북 우세 주장은 경제력 격차로 인한 착시효과

 

201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군 병력은 현역 119만여 명, 예비군 770만여 명으로 각각 남한의 1.9, 2.4배 규모에 달한다. 북한은 남한 대비 전차 1.7(4200) 야포 1.6(8600) 다련장/방사포 24(4800) 지대지 유도무기 3.3(100여기) 전투함 3.5(420) 상륙함 26(260) 잠수함 7(70) 전투임무기 1.8(820) 공중기동기 8(330) 등 양적 측면에서 대남 우위를 보인다. 남한이 수량 면에서 대북 우위를 점하는 것은 장갑차 2400(1.2), 헬기 680(2.3)뿐이다. 우리가 절대적인 양적 열세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우리 무기체계가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해도 북한의 물량공세를 막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012북한의 군사력과 군사전략에서 각 무기체계의 양적 열세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구식 탱크라도 방어 대형을 취하고 있을 경우 상당히 어려운 상대가 될 수 있다“1987년 이후 북한군 탱크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사실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공군 역시 질적인 면에서는 북한을 압도할 수 있지만, 양적인 열세는 아직도 극복하지 못했다한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전투기들은 북한이 보유한 전투기들보다 특별히 탁월한 기종도 아니고, 북한이 보유한 전투기들은 비록 낡은 기종들이기는 하지만 전쟁이 발발했을 초기, 기습공격 작전을 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는 수준의 무기다라고 평했다.

 

김성만 전 해군작전사령관(예비역 해군 중장)북한군 장비는 일부 구형이고 노후하나, 한반도 전투에는 큰 문제가 없다북한군이 한국군에 비해 우세한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경제력과 인구 등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는 착시 효과 때문에 국민들이 이런 현실을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994년 대북 전력지수는 73~75%

 

지난 7월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남한과 북한의 국민총소득(GNI)은 각각 12795000억원, 335000억원이다. 북한 경제 규모가 남한의 1/38 정도 된다는 얘기다. 이런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우리는 막대한 자금을 국방비로 써왔다. 그런데도 재래식 전력에서 확고한 대북 우위를 점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남한이 북한의 군사비를 추월한 건 1975년이다. 한 해 앞선 1974, 우리 군의 첫 전력증강사업인 율곡사업이 시작됐다. 1974년 기준 남한 전력은 북한의 50.8% 수준에 불과했다. 율곡사업은 3차에 걸쳐 1995년까지 진행됐다. 이 기간 우리 군은 주요 무기를 국산화하고, 자체 방어력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율곡사업이 끝난 1997,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연구보고서 북한 군사력의 해부를 통해 남북한 군사력을 비교했다. 이에 따라 계산된 1994년 기준 우리 군사력은 북한의 73~75% 수준이다. 여기에 군수, 지휘통제체계, 훈련, 사기 등과 같은 무형전력요소 가중치를 감안하면 85~87%란 결과가 나왔다. 세부 내용을 보면 지상군의 대북 전력지수는 59.7%였다. 해군은 91%, 공군은 90%였다. 1974~1994년에 투입된 국방비는 총 1164억 달러다. 이 금액은 해당 기간 정부 예산의 30%를 차지하는 거액이다. 결과적으로 율곡사업을 통해 우리 군은 일정 수준의 군사력은 건설했지만, 자체방어력은 확보하지 못했던 셈이다.

 

방위력개선비는 연평균 3.3조원

 

1995~2004년에는 1345억 달러가 국방비로 나갔다. 이는 대당 가격이 약 1억 달러인 F-15K1300대 이상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연도별 기준환율을 대입하면 원화로는 1473549억원이지만, 북한과 비교하기 쉽게 달러로 표기한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결과는 어땠을까.

 

2004년 국방연이 발간한 2003~2004 동북아 군사력에 따르면 당시 우리 군의 대북 전력 비율은 육군 80% 해군 90% 공군 103% 등 총 88%였다. 공군만 조금 우세할 뿐 육군과 해군은 여전히 북한 전력에 미치지 못했단 얘기다.

 

국방연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가을부터 1년간 남북한 군사력 비교를 다시 했다. 2005~2008년 우리 국방예산 총액은 964억 달러였다. 우리 군은 이 기간에 F-15K, 세종대왕함(이지스함)을 도입했다. 그 영향 때문이었는지 이 때는 남한이 군사력에서 북한보다 우세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전면전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 우리 육해공 통합전력이 북한보다 10% 정도 강한 것으로 나왔다.

 

종합하면 우리 군은 37년간 3473억 달러를 국방비로 썼고, 이 기간 대북 전력지수는 50%에서 60%p 늘어난 110%가 됐다. 그러나 실질 국방력 건설에 투자한 돈은 전체 국방비의 일부에 불과하다.

 

신규 무기체계 도입, 연구개발에 쓰이는 돈은 방위력개선비다. 올해는 101749억원이 편성됐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2003년도 세입세출결산분석과 국방부 자료를 참고하면 1974년부터 2010년까지 쓴 방위력개선비는 총 123조원이다. 이는 해당 기간 국방예산 중 실제 군사력 건설에 쓰인 돈은 연평균 3.3조원에 불과하단 얘기다. 그렇다면 북한은 그동안 군사비를 얼마나 투자했기에 2008년까지 우위를 점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