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주체사상 선전 등장!

 

지난 주 수원지방법원 제12 형사부가, 이석기와 RO 조직원들에게 내란음모 및 국보법 위반죄를 적용, 징역 12년 형 등 有罪(유죄)를 선고한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았다는 점이었다.
   판결문은 이석기와 RO의 범죄 사실로 주체사상 신봉을 가장 중요하게 다뤘다.


   <주체사상과 對南혁명론을 추종하는 RO의 노선·목적: RO의 강령은 ‘① 우리는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남한 사회의 변혁운동을 전개한다 ② 우리는 남한사회의 자주․민주․통일을 실현한다 ③ 우리는 주체사상을 연구하고 전파․보급한다’ 등이다.

 
   RO는 강령에서 북한의 ‘주체사상’이 조직과 사업 전반을 지배하는 지도이념임을 분명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체사상에 대하여’, ‘주체의 혁명적 조직관’ 등 북한 原典(원전)으로 학습시킨 다음, 주체사상에 기초한 소위 ‘당․수령 및 혁명’에 대한 충실성을 엄격히 검열한 후 조직원으로 받아들이고, 조직원의 5大 의무 중 하나로 사상학습 의무를 부과하여 지속적으로 주체사상 학습을 진행하면서 總和(총화) 등을 통해 조직원의 사상성을 점검함으로써 주체사상의 내용 전반은 물론 ‘수령의 영도 하에서만 노동계급의 혁명위업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수령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으로 사상 무장하여 수령으로부터 주어지는 ‘분공’을 목숨 걸고 관철할 것을 강조하는 ‘수령론’을 철저히 내면화하고 있다.>


   그런데 3월부터 전국 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한국사 교과서 중엔 이 주체사상을 北의 선전자료를 근거로 삼아 가르치도록 기술한 교과서가 몇 개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천재교육 교과서이다. 법원은 주체사상을 斷罪(단죄)하는데 학교는 주체사상 선전을 代行(대행)해준다.

   작년 8월30일 교육부 검정을 통과한 천재교육 발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318 페이지의 ‘자료읽기’ 난엔 <‘주체’의 강조와 김일성 우상화>라는 제목으로 이런 내용이 실렸다.


   <조선 혁명이야말로 우리 당 사상 사업의 주체입니다. ····· 조선 혁명을 하기 위해서는 조선 역사를 알아야 하며, 조선의 지리를 알아야 하며, 조선 인민의 풍속을 알아야 합니다. ····· 어떤 사람들은 소련식이 좋으니, 중국식이 좋으니 하지만 이제는 우리 식을 만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 “김일성 전집”. 18(1995.4~1956.2.)
  
   도움 글: 1955년 김일성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주체’를 처음 언급한 글이다. 이후 권력을 독점한 김일성은 만주 지역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한 항일 무장 투쟁 이외에는 어떤 항일 운동도 언급하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자신의 항일 무장 투쟁만이 유일한 혁명 전통임을 내세우고, 이것만이 진정한 주체의 역사라고 주장하였다. 김일성은 이를 바탕으로 1967년 ‘주체사상’을 통치 이념으로 확립하였다.>
  
   329 페이지의 '자료 읽기' 난에 또 '자주 노선을 전면에 내세운 북한'이란 제목의 주체사상을 미화, 선전하는 내용이 실렸다. 로동신문 지면 사진도 같이 실었다.


   <교조주의를 반대하고 주체를 확립하기 위한 투쟁은 우리 당 력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당은 현대 수정주의와 교조주의 및 종파주의를 반대하며 맑스-레닌주의의 순결성을 고수하기 위하여 투쟁할 것이다. -로동신문(1966.8.12)-


   도움 글: 북한은 위의 논설을 계기로 소련의 수정주의와 중국의 교조주의를 모두 비판하여 공개적으로 자주노선을 지향하였다.>
  
   교육부는 교과서의 좌편향성이 문제가 되자 작년 10월21일에 8종 교과서에 수정·보완 권고를 하는 과정에서 천재교육 교과서의 문제 부분을 지적, 수정을 권고하였다.
  
   <(318 페이지 관련) 본문에 주체사상에 대한 직접적 설명이 없으며, 자료 읽기에 제시된 자료는 북한의 체제 선전용 자료(김일성 전집)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어 자칫 학생들에게 잘못된 이해와 판단을 하게 할 수 있는 소지가 있음. 학생들이 북한 체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에 수정 필요.>
  
   <(329 페이지 관련) 본문에 주체사상에 대한 직접적 설명이 없으며, 자료 읽기에 제시된 자료는 북한의 체제 선전용 자료(로동신문)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어 자칫 학생들에게 잘못된 이해와 판단을 하게 할 수 있는 소지가 있음. 학생들이 북한 체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주체사상에 대한 추가 설명 필요. 북한 체제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수정 필요.>
  
   이런 교과부의 통보에 대하여 출판사가 318 페이지 기술에 대하여 ‘원문 유지’ 입장을 밝히자 교육부는 11월29일엔 천재교육에 ‘수정 명령’을 내렸다.
  
   <(318 페이지 관련) 김일성이 주장하는 ‘주체’를 그대로 제시한 것으로 학생들이 잘못 이해할 수 있으므로 수정 필요. 예시: 도움글에 ‘주체’의 허구성과 주체 사상이 김일성 우상화에 정치적으로 이용되었음을 서술.>
  
   천재교육은 329 페이지의 권고에 대하여는 이런 수정안을 제시하였다.
   <(본문 보완): 북한은 1967년 주체사상을 당의 이념으로 확정하고, 김일성을 수령으로 내세우는 유일체제를 표방하였다. 이로써 주체사상이란 이름으로 김일성의 권력 독점이 절대화하기 시작하였다.

   (자료의 도움 글 보완): 자료의 '우리 당'이란 조선노동당을 말한다. 북한은 위의 논설을 계기로 소련의 수정주의와 중국의 교조주의를 모두 비판하여 공개적으로 자주노선을 지향하였다. 또 외세와 남한의 통일반대세력을 배격하고 민족 주체의 힘으로 통일을 달성하자는 주체사상을 제기하였다.>
  
   교육부는 출판사가 제시한 329 페이지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차 수정 명령을 내렸다. 천재교육이 수정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북한측의 선전적 주장을 덧붙인 것을 삭제하도록 했다.
  
   <제시된 자료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소개하고 있어 학생들이 잘못 이해할 수 있으므로 수정 필요. 예시: 도움글의 "또 외세와 ··· 주체사상을 제기하였다"를 삭제하고, 북한이 주장하는 자주노선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며, 대내 통합을 위한 체제유지 전략이었음을 서술.>
  
   교육부는 12월 3일 7개 발행사가 수정명령을 반영하여 제출한 수정-보완 대조표를 최종 수정 승인하였다고 발표하였다.
  
   2014년 3월1일자 발행으로 적혀 있는 천재교육 교과서(전국 고등학교에 채택 심사용으로 배포한 최종본)를 구하여 확인했다.
  
   318 페이지는 자료 읽기 <'주체'의 강조와 김일성 우상화>의 설명에서 마지막에 이런 문장을 하나 넣었을 뿐이다.
   <이는 김일성의 권력 독점과 우상화에 이용되었다.>
  
   교육부는 <김일성이 주장하는 ‘주체’를 그대로 제시한 것으로 학생들이 잘못 이해할 수 있으므로 수정 필요. 예시: 도움 글에 ‘주체’의 허구성과 주체 사상이 김일성 우상화에 정치적으로 이용되었음을 서술>하라고 명령하였으나 천재교육은 '주체의 허구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주체사상의 내용을 비판하지 않고 북한정권의 선전 자료를 옮기는 형식으로 소개한 원문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는 교육부의 지시를 어긴 것이다. 이를 교육부가 어떻게 용인하였는지 조사(또는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주체사상을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북한 식으로 교육시키는 것은 그들에게 공산혁명 이념을 심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해야 옳다.
  
   천재교육 교과서는 최종본 329 페이지 '자료 읽기'에서 <또 외세와 남한의 통일반대세력을 배격하고 민족 주체의 힘으로 통일을 달성하자는 주체사상을 제기하였다>를 삭제하고 <그러나 북한이 주장하는 자주 노선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며, 대내 통합을 위한 체제 유지 전략이었다>로 대체하였다.


   여기서도 자주 노선의 비판만 있을 뿐 주체사상의 허구성 비판이 없다. 329 페이지 본문에서는 <북한은 1967년 주체사상을 당의 이념으로 확정하고, 김일성을 수령으로 내세우는 유일 체제를 표방하였다. 이로써 주체사상이란 이름으로 김일성의 권력 독점이 절대화되기 시작하였다>라고 기술한 뒤 '자료 읽기'를 붙였으므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주체사상의 악마성을 가르칠 소재가 없다.
  
   주체사상은 김일성을 신격화하고, 일체의 반대나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세계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전체주의 독재의 이념이고 이로 인해 오늘의 북한이 지옥 같은 곳이 되고 말았다고 가르쳐야 하는데 이 교과서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주체사상의 본질을 가장 잘 알려주는 자료는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이다. 이를 예시한 교과서가 하나도 없다. 주요 부분은 이렇다.
  
   <1.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온 사회를 일색화하기 위하여 몸바쳐 투쟁하여야 한다.
   2.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충성으로 높이 우러러 모셔야 한다.
   3.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권위를 절대화하여야 한다.
   4.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사상을 신념으로 삼고 수령님의 교시를 신조화하여야 한다.
   5.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교시 집행에서 무조건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10.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개척하신 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하며 완성하여 나가야 한다.>
  
   노동신문이나 김일성 전집으로 주체사상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10대 원칙을 그대로 보여 주면 북한주민들은 김일성의 권위를 절대화하고 그의 이른바 '교시'를 하느님 말처럼 신조화하고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10항에서 세습을 명문화하였음도 알 수 있다. 교사들은 이 세습 부분를 설명하면서 "북한정권은 주체사상으로 해서 사실상 神政체제의 전체주의 왕조가 되어버렸다"고 가르칠 수 있게 된다.
  
   주체사상의 실상을 가장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 이런 자료를 싣지 않고 학생들에게 北의 선전 자료를 사진과 함께 읽게 한 것이다. 이는 북한정권의 약점을 덮고 주체사상에 대하여 좋은 인상을 갖도록 함으로써 北의 전체주의 독재를 비호하려는 의도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1. 이른바 주체사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면 ‘주체’라는 말의 사기성을 먼저 강조하여야 한다. 주체사상은 북한정권이나 북한주민들을 주체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수령의 노예로 만들었다는 점을 가르쳐 말에 속지 말 것을 경고하는 게 교육자의 양심이다. 천재교육 교과서에 소개된 주체사상에 대한 설명은 이런 본질을 건드리지 않은 것이고, 학생들에게 이 악마적 논리에 대하여 좋은 생각을 갖도록 誤導(오도)할 가능성이 있다.
  
   2. 주체사상을 이야기할 때는 이론적 바탕을 만든 黃長燁(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한국으로 탈출하였음을 소개해야 맞다.
  
   3. 주체사상은 노동당 지배 체제를 1인 지배의 전체주의 수령 독재로 전락시킴으로써 북한정권의 실패와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가져온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강조해야 한다.
  
   4. 황장엽 선생은 인간중심의 철학으로 시작된 주체사상이 수령 독재 논리로 변질된 과정을 이렇게 요약하였다. 
   <북한 통치자들은 “사회적 운동의 주체는 인민대중이다”는 명제를 계급주의와 수령절대주의에 맞게 왜곡하였다. 인민대중의 이익은 노동계급이, 노동계급의 이익은 당이, 당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은 수령이라고 주장하게 되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주체사상의 진수는 전체주의와 봉건주의를 결합시킨 수령절대주의라는 데 있다. 북한 통치자들은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파는 격으로, 새로 개척한 인간중심 사상을 간판으로 내걸고 왜곡된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봉건전체주의 사상인 수령절대주의를 선전하고 있다.>
  
   5. 김일성을 神格化(신격화)하는 과정에서 2300만 북한 주민을 노예로 만든 악의 논리인 ‘주체사상’을 북한 原典(원전) 그대로 무비판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학교와 교사가 북한정권의 선전을 代行(대행), 학생들을 속이는 일이다.
  
   6. 교육부는, 검정과정에서 문제 부분을 걸러내지 못하였다가 비판을 받고는 뒤늦게 주체사상 기술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수정권고를 했음에도 출판사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그토록 끈질기게 북한정권 선전자료의 주체사상 설명 부분을 지켜내려고 한 출판사와 필자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부분은 수사가 필요한 사안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