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사건 배후 총책은 북 외교관 현광성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 대사관의 현광성 2등 서기관을 김정남 암살단의 총책으로 보고 있다.

말레이 경찰은 주변 CCTV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체포된 용의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현광성이 암살단의 총책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광성이 암살을 기획하고 실행을 감독하면서 진행상황을 강철 북한대사에게 보고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현광성은 김정남이 자주 찾는 말레이시아에 작년 말 부임하면서 특수임무를 부여받고 암살 작전의 총책 역할을 해왔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북한 외교관 현광성이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과 함께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항공기 이착륙 현황판을 올려다보는 모습김정남 암살 세 시간 뒤 인도네시아로 출국하는 북한인 용의자 네 명을 환송하는 장면이 공항 CCTV에 포착된 장면.

평양으로 도피한 용의자 네 명과 여성 용의자 두 명은 현장에서 암살 작전을 실행하는 역할을 맡았고 리정철은 심부름과 운송을 담당했으며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은 용의자 네 명이 3개국을 거쳐 평양으로 도주하도록 경로 세탁을 책임졌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지금까지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용의자는 모두 10명이다. 김정남을 공항에서 직접 암살한 '도안 티 흐엉''시티 아이샤' 외에 북한 국적의 남성 용의자가 8명인데, 이 가운데 리정철은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고 4명은 평양으로 이미 도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 쿠알라룸푸르 고급 주택가에 있는 북한 대사관

현광성과 김욱일은 현재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리지우는 아직 말레이시아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인 현광성인데, 현재 현광성은 국제법상 북한 영토로 간주되는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교관의 경우 주재국의 민형사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외교관 면책특권'이 있기 때문에 현지 경찰이 현광성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현광성과 김욱일을 경찰에 출석시켜 조사를 받게 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데 이어 북한대사관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이 둘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수사상 절차일 뿐, 두 사람이 스스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출두하지 않는 한 신병을 확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남 암살 독극물 정체 확인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을 공격한 여성들이 독극물 묻은 손을 얼굴에 문질렀다고 발표했다. 손에는 묻어도 괜찮고 얼굴에 묻으면 사망하는 그런 독극물이 과연 있을 수 있나 의문이었는데, 그 정체가 확인됐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해당 독극물이 손에 묻으면 큰 이상이 없고 얼굴에 바르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신종 독극물이라는 점에서, 국가급 기관이 개발제조에 연루됐을 거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CCTV를 보면 여성 두 사람이 범행 후 손을 들고 이동한 뒤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다. 이미 독성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종 독극물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형식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어떤 독극물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단순히 맨손에 독을 묻혀서 공격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면서도 새로운 독극물이 아니고서야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이라면 새로운 물질을 만들었다든지, 북한도 그 쪽으로 진화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또 한편 NHK는 이날 복수의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김정남의 시신 상태 등을 볼 때 신경성 독가스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맹독성 VX 가스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VX는 일본 신흥종교단체 옴진리교의 1995년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 때 사용된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의 독성을 발휘하는 화합물질로 인체에 흡수될 경우 뇌와 중추신경계를 손상시켜 10여분 만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최종 부검 결과가 나와야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정남 암살 용의자들

김정남 피살 열흘 만에 북한 첫 공식반응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당한 것에 대해 공화국 공민의 쇼크사라고 주장하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주장을 남한이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사건 발생 열흘만에 나온 북한의 첫 공식반응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대사관 직원 등을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함으로써 궁지에 몰리자 공식 대응에 나서게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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