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지난 2002년 '한국미래연합' 대표시절 민간단체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가진적이 있었다. 이후 한나라당 대표시절인 2005년 7월에 대북 비선을 통해 이 재단 이사 자격으로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 편지를 주간경향이 단독 입수하여 보도했다.
지난 2016년 3월 주간경향(1170호)은 박 대통령이 '한국미래연합' 대표 시절인 김대중 정권 말기이던 2002년 5월 11~14일간의 평양 방문 이후 대북접촉을 담은 '유럽코리아재단'의 내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2002년 5월 11일 박근혜 의원(*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창당준비위원장)이 3박4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는데 당시 박 대통령의 공식 방문목적은 주한 EU 상공회의소 산하의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간 것이다. 유럽-코리아재단은 북한 어린이들에게 축구공과 의약품을 보내는 등 꾸준한 지원활동을 펼친 단체로 이른바 5.24조치로 남북 민간접촉이 제한된 이명박 정부 시기에도 유럽 상공인들과 함께 여러 차례 방북사업을 벌여온 단체다.
▲ 당시에 방북한 사람은 박 대통령을 비롯 신희석 아태정책연구원 이사장, 지동훈 유럽-코리아재단 공동이사장, 장 자크 그로하 전 주한 EU 상공회의소 소장(유럽-코리아재단 공동이사장) 등 3명이다.
박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신희석 이사장은 "그해 5월 초 한국미래연합 창당을 준비하던 박근혜 의원으로부터 시내의 모처로 나와달라는 연락을 받고 가니, ‘다음주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을 받아 북한에 가는데 동행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고 가족과 상의한 후 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 방북과 관련하여 일각에서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에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청와대와 국정원 그리고 통일부의 협조를 받았다. 정세현 당시 통일부 장관은 청와대와 조율되고 국정원과 얘기가 끝난 뒤 방북하기 전 박 의원이 만나자고해서 만났다고 확인했다.
당시 박 의원 일행은 중국 북경을 거쳐 북한에 들어갔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전용기를 북경으로 보냈고, 숙소도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묵었던 백화원초대소의 같은 방을 숙소로 제공했다. 3박4일에 걸친 평양 방문을 마친 박 대통령은 남북 정부의 합의를 통해 판문점을 통해 육로로 귀환했다.
남북간 대화의 상대와 관련하여 숙고해야 할 현실적인 자세를 박 대통령이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지난 시절에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대화를 하려고 마주앉아서 인권이 어떻고 하면 거기서 다 끝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을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 "지금 북한의 지도자인 이상 대화상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신동아 2002년 7월호 내용>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4시간 회담 내용을 알고 있다고 말한 부분도 대화내용 전체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리기도 하지만, 지난번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두 사람의 회담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화해협력해서 잘하자는 얘기아니냐? 그걸 종북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좋은 의미로 한 얘기"라고 말을 했다.
지난 2013년 2월 4일 당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속이었던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방북과 관련하여 “박 대통령이 지난 2002년 5월, 북한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은 소중한 자산이다. 북의 최고지도자를 남쪽에서 누가 만났는가는 굉장히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그런 소중한 자산을 충분히 이용하면 오히려 과거 민주정부보다 더 힘을 갖고 북한문제를 전격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고 본다.” 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 2005.7.14 오전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에서 박근혜대표가 당직자들의 보고를 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시절인 2005년 7월 13일, 대북 지원 민간단체인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당시 국방위원장인 김정일에게 보낸 아래 편지 내용을 보면 "위원장님이 약속해 주신 사항들은 재단을 통해서 꾸준히 실천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한편, 이 재단이 평양에 현지 사무소를 설치하고, 재단 관계자들이 자유로이 북한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해 달라는 협조 요청을 담고 있다. 당시 박근혜 의원이 '정부의 특사'나 '회담 대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식 합의문이나 발표문은 없었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과 몇 가지 합의를 했는데 그게 성사가 됐다.
박 대통령의 방북기에는 "나는 이산가족 정례 면회소 설치와 6.25 전쟁 당시 행방불명된 국군의 생사 확인, 금강산댐 남북 공동조사, 북한 축구국가대표단 초청, 동해안 철도연결 등을 제의했고 김 위원장은 전부 흔쾌히 수용했다"는 것이다. 또 “김정일 위원장이 IT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들어서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최첨단 비디오 기기를 선물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이사로 있던 '유럽코리아재단'은 북한 우수학생들이 유럽에 유학하여 공부할수 있도록 그 지역 대학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2004년부터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펼쳐왔다. 2004년부터 2005년 12월까지 총 9명을 영국·독일·스웨덴 지역의 대학에 보냈고, 다시 2005년 8월부터 2006년 12월까지는 영국·독일·스웨덴·프랑스·중국 지역의 대학에 10명 등의 장학생을 보냈다. 이들에게는 1년간의 학비 및 생활비, 왕복 항공권 일체가 지급됐다. 이와 별도로 ‘조선 고위관료 해외시찰 프로그램’으로 약 60~80명을 보내는 계획을 담은 내용도 전해진다.
이 편지는 그 방문 당시, 위 언급 되었던 남북간 화해협력의 일환으로 김위원장과의 약속하에 추진되었던 몇가지 합의사항에 관하여 성과적인 부분과 일부 부진한 부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 박 대통령 편지, 북한에 전달되지 않았다
이 편지와 관련하여 지난 2016년 12월 21일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재단 관계자들에게 확인해 본 결과 이 편지를 북측에 보낸 적이 없었으며, 법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2004년부터 2007년 동안 코리아재단이 통일부로부터 포괄적으로 접촉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어떤 사안 사안마다 중간에 접촉 승인을 다시 요청할 필요는 없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다음은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의 관련 브리핑 답변 내용과 그 영상이다. (2016.12.21)
【질문】 박근혜 대통령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 편지 보낸 것과 관련하여 한 가지 확인을 요청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당시 편지가 접촉 신고가 들어왔는지 일단 확인 부탁드리고, 그리고 그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해당 재단이 포괄적으로 교류협력법 승인을 받았다고 확인을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 부탁드립니다.
【답변】 예. 말씀대로 2004년부터 2007년 동안에 동 재단이 통일부로부터 포괄적으로 접촉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안 사안마다 중간에 접촉 승인을 다시 요청할 필요는 없습니다.
【질문】 편지 확인은 안 된 건가요? 통일부에 들어온 신고가 없는 건가요?
【답변】 예, 지금 현재까지 확인한 결과 그것과 관련된 어떤 결과 보고가 없고, 재단 관계자들에게도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서신을 북측에 보낸 적이 없다.’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까지는 북측에 그러한 서신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질문】 죄송한데 추가적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쭤볼게요. 어쨌든 재단 쪽에서는 편지를 보낸 일이 없다고 밝혔다고 하셨는데요. 그러면 편지가 만약 예를 들어서 갔다고 가정하면 이렇게 접촉 승인을 포괄적으로 받으면, 받은 상태에서 이 편지가 갔는데 이 편지에 대해서 중간에 승인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교류협력법상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 거죠?
【답변】 하여튼 법리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질문】 위반사항은 아닌 거죠?
【답변】 네.
예,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이하 2016.12.18字 pressian 발췌 요약 ·재정리(편집자 注)
이 편지가 전달되었다 하더라도 외국 국적의 재단 관계자를 통해 전달됐기 때문에 남북교류협력법상 신고 대상이 되는 '한국민의 북한 주민 접촉'에 해당하지도 않고, 내용 역시 평이한 남북 교류협력 사업 관련 내용에 불과하다.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당시의 분위기를 감안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는 문제인 것이다. 일부 야당 정치인 등이 이적행위, 김정일에게 굽신거리며 아첨, 간첩죄 등의 비난을 하고 있지만, 실정법 위반도 아닌 사안에 대해 이런 반응을 하는 것은 아무리 대상이 박 대통령이라 한들 색깔론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이하 편지 내용 전문(全文)
위원장님께 드립니다.
벌써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무더위를 느끼게 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위원장님은 건강히 잘 계시는지요?
위원장님을 뵌지도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위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위원장님이 약속해주신 사항들은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꾸준히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한민족의 하나됨과 진한 동포애를 느끼게 했던 “2002년 북남 통일축구경기”를 비롯해서 북측의 젊은이들이 유럽의 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북측 장학생 프로그램”등 다양한 계획들이 하나씩 실천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보천보 전자악단의 남측 공연” 및 평양에 건립을 추진했던 “경제인 양성소”등이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여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의 의견으로는 이런 부분들을 협의해가기 위해서 유럽-코리아재단의 평양사무소 설치가 절실하며 재단관계자들의 평양방문이 자유로와질 수 있도록 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동안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실천되었던 많은 사업들을 정리해서 문서로 만들었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살펴보시고 부족한 부분이나 추가로 필요하신 사항들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재단과 북측의 관계기관들이 잘 협력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에 위원장님의 지시를 부탁드립니다.
북남이 하나되어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수 있도록 저와 유럽-코리아재단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이 성과를 맺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모든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꾸준히 사업을 추진하여 위원장님과의 약속한 사항들이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또한 위원장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2005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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