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7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4월 임시국회에서 연금개혁역풍을 맞으며, 그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 49일 첫 교섭단체 연설에서 좌중을 압도하는 명연설로 박수 갈채를 받은 지 한 달 만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4.29 재보선에서 서울 관악, 경기 성남, 인천 강화 등 수도권 3곳을 석권하며 압승했다. 김무성-유승민 투톱 체제는 선거 압승을 바탕으로 51일 실무기구에서 공무원연금개혁 잠정 합의안까지 이끌어냈다.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왼쪽)과 유승민 원내대표

◆ 승승장구 하던 유승민, 국민연금 역풍 맞고 휘청

정치권 안팎에서 역대 정권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공무원연금개혁을 성공시킨 김 대표-유 원내대표 투톱 체제를 추켜세웠다. 유 원내대표는 야당과 노조를 끝까지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낸 협상력과 정치력을 칭찬받았다.

이튿날인 2일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적연금 강화하는 내용의 합의안에 사인하고,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액)40%에서 50%로 올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청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가 국민연금 개정안을 들고 나온 것은 월권이라고 했고, 복지부는 여야 합의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10% 올리면 보험료을 두 배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보한 개혁에 박수 친 여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김 대표 오른쪽) 2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문 대표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왼쪽),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오른쪽)는 박수까지 쳤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퇴보한 개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혁안이 당초 원안에서 크게 후퇴한 담합 연금개혁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에서 넷째)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국민연금개혁 관련 양당 회동에 참석해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유 원내대표와 김 대표는 하루 전인 1일 공무원연금개혁 협상 과정을 논의하기 위해 오전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저녁엔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을 만나 당청 조율을 한 터였다.

나아가 당내 반발이 터져 나왔다. 친박(親朴) ‘맏형으로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안에 대해 국민에게 큰 재앙을 주는 것으로 당의 운영과 미래에 있어 지뢰를 밟았다는 생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개혁 TF(태스크포스) 위원장을 맡았던 이한구 의원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으로 여야가 지금 약간 정신을 놓았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당 청 갈등에 이어 당 내부 갈등 수면 위로

6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개최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갈등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유 원내대표는 의총 발언 말미에 논의 과정을 청와대가 다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토해냈다.

여야 지도부는 2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30% 더 내고 10% 덜 받는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의 합의안을 수용한 뒤 오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김 대표, 새정치연합 문 대표·우윤근 원내대표.

여야, 공무원연금개혁 합의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위원들이 2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양당 대표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 부터 문정림, 민현주, 강은희, 김현숙, 이종훈, 조원진, 주호영, 유승민, 김무성, 문재인, 우윤근, 강기정, 김성주, 홍종학

이 발언이 끝나자마자 김태흠, 이장우, 함진규 등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들고 일어났다. 김태흠 의원은 원내대표 역할을 망각하는 언행과 행동을 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이번 협상결과는) 원내지도부의 총체적 전략 부재라고 일갈했다.

이장우 의원도 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탓하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느냐앞으로 발언을 신중히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원내대표 리더십의 핵심으로 의총이 꼽힌다. 지도부에서 막히는 일은 의총에서 해결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두 달 동안 의총을 다섯 번 이상 열었다. 유 원내대표 이전에 당 내에서 지금처럼 의총이 자주 열리는 일은 없었다.


연금개혁갈등 봉합 과정 새로운 리더십 기대

이번에는 의총중심의 문제해결 방법이 독이 돼 돌아왔다. 본회의 직전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와 관련 내용을 국회 규칙이 아닌 별도 서류에 명기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최고위에 이어 의총에서도 지도부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에서 야당의 제안을 받고 처리하자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의총이 다가 아니지 않느냐면서 "정부와 청와대를 포함해 여권 전체 내부 기류가 (소득대체율 50%를 받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유 원내대표의 개별 의원들을 설득하는 아래로부터 위(bottom-up) 방식의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나아가 이날 김무성 대표가 최종적으로 야당이 제안한 연금개혁안을 거부했다. 유 원내대표가 본회의 산회 직후 개혁안을 처리 못한데 대한 대국민 사과메시지를 보냈다. 유 원내대표가 이번 연금개혁 갈등을 봉합해 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여야 대표 합의문(全文)

2015.05.02

1. 여야는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방식이 우리 사회 갈등 해결의 모범적 사례가 되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며, 공무원단체가 국가재정을 위해 고통분담의 결단을 내려준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

2. 여야는 국민대타협기구 및 실무기구의 공무원연금 개혁안합의를 존중하여 공무원연금법개정안을 56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3. 여야는 국민대타협기구 및 실무기구의 공적연금 강화 합의문을 존중하여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이하 사회적 기구’)를 구성하여 8월말까지 운영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국회 규칙으로 정하여 56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4. ‘사회적 기구에서 도출된 결과를 입법화하기 위해 국회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구성하여 8월말까지 운영하고, 56일 본회의에서 특위 구성 결의안을 처리한다.

5. 사회적 기구는 단일안 또는 복수안을 마련하여 특위에 제출하고, ‘특위는 심의·의결하여 20159월 중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20155 2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유승민

공무원연금개혁특위 간사: 조원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문재인

원내대표: 우윤근

공무원연금개혁특위 간사: 강기정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위원장: 주호영

■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 공적연금 강화 합의문

2015.05.02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회의에서 공무원노조측 대표들이 정회를 선언하며 회의장을 나서자 정부측 관계자들이 일부 노조측 관계자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위원장 주호영)에서 의결됐지만 3일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로 인상과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발생하는 재정절감액의 20%를 공적연금 강화에 쓰겠다는 합의가 국회의 월권 행위라는 정부와 청와대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날 김무성 새누리당·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더 내고 덜 받는공무원연금 개정안과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실무기구가 마련한 공적연금 강화 합의도 모두 추인했다.

■ 공무원연금개혁·국민연금 강화 특위 합의사항

◆ 다음은 실무기구의 공적연금 강화 합의문 全文(2015.05.02)

■ 공무원연금(관련 부분)


■ 관련 기사


▼ 2015.02.26

19대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회의록(331회 4차).pdf

▼ 2015.04.06

19대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 회의록(331회 임시회.폐회중).pdf

* 다음 관련 사항 국회본회의 회의록(2015.05.29)

공무원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 의결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의결(행정입법 수정 국회법 제98조의2 3)

공무원연금·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장) 본회의.PDF

* 다음 관련 사항 국회본회의 회의록(2015.07.06)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의결(행정입법 수정 국회법 제98조의2 3)에 거부권 행사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결 사항(투표불성립됨)

국회법일부개정법률안 대통령 거부권 재의 본회의.PDF